첫경험 보고서(56~60/65) 펀글
[56] 제목 : ▶첫경험 보고서◀ Ⅳ-12. 혜영의 계곡에 액체가 흐르고
"욕실에서 섹스 해보셨어요?"
혜영이 뜬금없이 나에게 던진 질문이었다.
그녀의 질문에 나는 적지 않게 당황했다.
섹스라... 그를 마지막 만난 것이 언제였던가.
그러고 보니 나처럼 섹스에 무덤덤하게 살아가고 있는 여자도 드물 것이다.
"갑자기 물어서 놀래셨나요? 기분 나쁘셨으면 죄송해요."
"아뇨. 괜찮아요. 뭐라고 대답하기가..."
"네에... 전 그저 제가 느꼈던 그 기분들을 미연씨도 알고 있을까 궁금했을
뿐이에요.
남자와 여자가 알몸으로 무엇인가를 같이 한다는 것은 정말 기분 좋은 일이더군요.
그가 내 몸을 닦아주고, 내가 그의 몸을 닦아준다는 것이 그렇게 행복한 것인 줄
몰랐어요."
그녀의 말에 내가 그와 함께 샤워하던 기억을 되살려내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나 역시도 그녀가 느꼈던 기분을 충분히 공감하고 있다.
생각만 해도 얼굴이 후끈 달아오르는 일인 것이 사실이니까.
"그의 몸 구석구석을 비누칠해서 닦아주고 깨끗한 물로 씻겨 주는 동안...
그가 정말 내 사람이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어요.
여자들은 단순한가봐요.
그런 소소한 것들에 행복해지고... 그렇죠?"
나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말을 무의식중에 인정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마 나의 끄덕임에 나 역시도 같은 경험이 있었다는 것을 혜영도 눈치챘을
것이다.
"그의 손이 내 몸을 어루만지고 깨끗하게 닦아주는 것도 마찬가지죠.
내가 그 사람의 여자라는 것을 느끼며 또 한번 행복했으니까요."
"좋은 추억이네요. 쉽게 잊지 못하실 것 같아요.
그런 행복한 순간들을 빨리 잊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죠."
"네. 맞아요. 하지만... 행복이 왜 소중한 것인지 아세요?"
"아뇨. 글쎄요."
"너무 쉽게 깨지기 때문이에요.
만약 많은 사람들이 누릴 수 있는 너무도 쉽게 누릴 수 있는 행복이라면, 그리고
그것이 영원한 것이라면 누가 그것을 소중하게 생각하겠어요.
마치 물과 공기가 너무 흔해서 그 소중함을 모르듯 그렇게 대수롭지 않은 것으로
인식될 거예요."
"그럼... 무슨 일이라도?"
행복했던 순간을 추억하던 혜영의 얼굴에 씁쓸한 미소가 번졌다.
그것은 그녀가 말했듯 찾아온 행복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리라.
*
혜영이 까르르 웃음을 터뜨리며 비명을 지른 것은 민기가 그녀에게 차가운 물을
뒤집어 씌웠을 때였다.
자신이 지른 비명에 놀라 숨이 멈춘 혜영은 놀라고 당황한 마음에 민기를
쳐다보았다.
"오, 오빠..."
"이런... 미안해. 조심한다는 것이 그만... 자꾸 장난을 치고 싶어져서..."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 설마 아줌마가..."
"쉿!!!"
혜영의 말을 가로막으며 민기가 낮게 소리쳤다.
거실에서 인기척 소리가 들려온 것이다.
아마도 이천댁이 잠을 깬 듯, 방문을 여는 소리가 들렸고 주방의 냉장고 문이
열렸다 닫히는 소리도 들려왔다.
민기와 혜영은 거실을 향해 귀를 곤두세운 채 숨을 멈추었다.
몇 분의 시간이 긴 겨울잠처럼 지루하게만 느껴졌다.
이윽고 바깥에서는 더 이상 인기척 소리가 들려오지 않았다.
"휴우... "
민기가 참았던 숨을 몰아쉬며 안도의 표정을 지었다.
혜영은 그제야 긴장이 풀리며 힘없이 바닥에 주저앉았다.
아슬아슬한 순간이었다.
두 사람은 더 이상 장난을 계속하지 않았다.
자칫하면 두 사람의 관계가 이천댁에게 들통날 것이고 그랬다간 당장 민기의
어머니가 쫓아올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놀랬지?"
"응... 이제 장난치지마. 하마터면 들킬 뻔했어.
우리끼리만 있다면 상관없지만 들키기라도 하면..."
말을 채 끝맺지 못한 혜영의 가슴이 또 다시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생각만으로도 그것은 끔찍한 일이었다.
두 사람은 샤워를 마치고 도둑처럼 살금살금 방으로 들어왔다.
"히히히..."
방안으로 돌아온 민기가 개구쟁이처럼 키득거리기 시작했다.
좀 전의 그 불안감에도 아랑곳없이 아슬아슬한 스릴을 즐기며 자신만만한
태도였다.
그는 눈을 흘기며 뾰로통한 얼굴을 하고 있는 혜영에게 덤벼들며 침대로
쓰러뜨렸다.
"어어...! 오빠!! 어휴, 금방 또 이래? 조심하라니까... 들키면 어쩌려구 그래!"
"들키긴 왜 들켜? 설마 이천댁이 방안까지 엿듣겠어?"
"그걸 어떻게 알어?"
여전히 툴툴거리는 혜영을 무시하며 민기는 입술을 뾰족하게 모아 내밀어 보였다.
그의 표정에 혜영은 웃음을 터뜨렸다.
민기는 입술을 오물거리며 혜영의 얼굴과 온 몸에 키스를 퍼부었다.
입술이 온 몸에 부딪칠 때마다 들려오는 쪽쪽 소리가 혜영의 귓가를 간질였다.
발끝까지 입을 맞춘 민기가 불현듯 혜영의 다리를 활짝 벌리고는 얼굴을 디밀었다.
무방비 상태였던 혜영의 계곡이 환한 조명아래 여실히 드러났고 민기의 얼굴에
뜨거운 욕망이 스쳤다.
"이거 내꺼 맞지?"
혜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혜영의 마음과 육체는 이미 민기를 받아들일 준비를 하고 있었다.
물기가 채 마르지 않은 촉촉한 그녀의 살결 냄새를 맡으며 민기의 입술이 계곡
사이에 가득한 액체들을 핥기 시작했다.
꿈틀거리는 그의 혀가 계곡을 열어 숨겨진 비너스를 찾아 피아노를 치듯 두들겼고,
그의 손가락이 동굴 속으로 천천히 밀려 들어왔다.
"으으으... "
"혜영아... 어때? 좋아?"
"으응... 더 해줘, 오빠"
민기의 혀가 계곡을 천천히 아래위로 핥았다.
버석거리는 혜영의 음모가 만들어 놓은 덤불 사이에서 미끄러지듯 움직이는 그의
혀에 혜영은 몸을 떨며 달아올랐다.
"오빠, 나도 오빠꺼 해줄래...응?"
혜영은 그의 페니스를 만져보기 위해 그의 팔을 잡아 다녔다.
민기는 그녀의 눈빛으로 그녀가 진심으로 원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는 자신의 몸을
돌려 혜영의 얼굴로 페니스가 향하도록 했다.
혜영은 민기의 페니스를 쓰다듬었다.
길고 굵직한 그것이 자신의 몸 속으로 들어와 황홀한 쾌감으로 들뜨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기만 했다.
그녀는 반짝거리는 이슬이 맺힌 페니스 끝의 귀두에 혀를 대고는 천천히 문질렀다.
[57] 제목 : ▶첫경험 보고서◀ Ⅳ-13. 그녀는 울부짖고...
두 번째 인터뷰를 하는 날이다.
첫 번째 인터뷰가 다른 사람들과 달리 무척 길었었다.
아마도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며 내 나름대로 많은 공감을 했고, 어쩌면 더 재미(?)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녀를 두 번째 만나러 가는 오늘은 유림이를 위한 작은 선물을 준비했다.
누르면 소리가 나는 작은 인형이다.
아이가 유치원 가방에 매달고 다닐 수 있는 강아지 인형이다.
어른 손아귀 안에 꽉 쥐어질 수 있는 크기로 아이들이 좋아 할 것 같았다.
인형을 골라 손에 쥐고 가면서, 유림이가 가방에 매달고 다니며 좋아하는 모습을
상상한다.
작고 예쁜 그 얼굴에 미소가 가득할 것을 생각하면 절로 즐거워지는 것 같았다.
나의 아이도 아닌데 왜 이럴까?
천성적으로 아이를 좋아하는 나의 성격 탓이리라.
"오셨어요?"
초인종을 누르자 혜영이 환하게 웃으며 반갑게 맞이했다.
늘 손님으로 찾아가 만나는 유령 작가이건만 이런 환한 얼굴로 맞아주는 모습에는
나 역시도 즐겁기만 하다.
"좀 늦었죠? 죄송해요. 기다리시게 해서...
테이프 몇 개와 유림이 줄 선물을 고르느라 늦었어요. 후후..."
"어머? 인형이네요? 유림이가 좋아하겠어요.
그렇지 않아도 아침에 꾸중을 들어서 퉁퉁 부은 얼굴로 유치원에 갔는데..."
"아직 안 왔겠네요?"
"네. 이제 곧 오겠죠. 정말 고마워요."
혜영은 거실로 나를 안내하고는 미리 준비해두었는지 생 과일을 갈아 만든 쥬스를
가져왔다.
토마토 쥬스였다.
나를 위한 준비였는지, 아니면 어린 유림이를 위한 것이었는지는 모르지만
슈퍼에서 사오는 흔한 쥬스가 아닌 직접 만든 것 이라는 것에 더욱 고맙게
느껴졌다.
"지난번에 들려주신 이야기들이 대충 정리가 되었어요.
이 프린터 물이 바로 그 내용이에요.
마음에 드실지 모르지만 읽어보시고 부족한 부분은 말씀해 주세요."
"와하... 정말 좋으네요.
아직 읽어보진 않았지만, 이것이 이제 책으로 엮어진다니 유명한 사람이 된 느낌이
들어요.
정말 고마워요. 어떻게 인사를 드려야 할지..."
"고맙긴요. 제 일인 걸요.
인사는 나중에 흡족해 하시는 얼굴 보여주시는 것만으로도 충분해요."
머쓱해하는 혜영의 앞에서 인터뷰를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노트와 펜, 그리고 녹음기에 테이프를 끼우고 스위치를 눌렀다.
*
무엇인지 모르지만 분명 잘못 되었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은 비단 혜영뿐만은
아닐 것이다.
이천댁의 눈치를 슬금 슬금 살피고 있는 것은 민기 역시 마찬가지였다.
혜영은 불안한 마음으로 이천댁의 움직임을 주시했다.
이천댁은 평소와 다를 바 없었다.
다만, 그녀의 행동이 전해주는 느낌이 어쩐지 냉랭한 듯 했다.
혜영과 단둘이 있을 때는 곧잘 수다스러워지던 그녀는 오늘 아침 내내 시종일관
침묵을 지킬 뿐이었다.
"저어... 아줌마, 아줌마도 식사 같이 하세요."
혜영은 이천댁에게 건넬 수 있는 핑계거리를 간신히 찾아 내고는 입을 열었다.
그러나 그녀는 여전히 말이 없었다.
민기와 혜영은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수저를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출근을 위해 민기는 밖으로 나갈 것이고, 혜영은 이천댁과 단둘이 남을 것이다.
그것이 혜영의 마음을 더욱 불안하게 했다.
민기는 회사에서 일하는 동안 불안한 마음을 잊을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이천댁과
단둘이 남는 혜영은 그럴 수 없을 것이다.
"아가씨..."
아침 식탁을 무르고 설거지를 할 때였다.
특별히 할 일이 없던 혜영은 이천댁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직접 싱크대 앞에 섰다.
그녀의 설거지가 끝이 나자 이천댁이 그녀를 다소곳이 불렀다.
"네?"
"잠깐 나랑 이야기 좀 해요. 응?"
두근거리는 가슴을 감추며 혜영이 대답하자 이천댁이 때 마침 끓고 있는 커피 물을
잔에 부으며 말했다.
향긋한 커피 향이 실내를 가득 채웠지만 마음을 편하게 해주진 못했다.
"무슨 일이신지..."
"어휴... 어떻게 말을 꺼내야할지 모르겠네."
"괜찮아요. 말씀하세요. 왜요? 뭐가 잘못되기라도...?"
혜영이 설마 하는 마음으로 이천댁에게 넌지시 물었다.
분명 그녀는 쉽게 꺼내지 못할 어떤 말을 가슴속에 품고 있었다.
"어제... 밤에..."
그녀의 첫 마디에 혜영의 가슴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무너지는 듯 했다.
그녀가 말하려는 것은 분명 어제 욕실에서 민기와 혜영이 예사롭지 않은 분위기로
있었던 것을 뜻하는 것이리라.
그녀는 분명 직감하고 있는 듯 했다.
"아가씨... 내 엿들으려 해서 엿들은 것이 아니라우. 갑자기 요란한 소리가 들려서
나와봤는데 목욕탕이 떠들썩해서...
그래서 나도 모르게 귀를 기울이게 됐어요.
그런데... 아가씨가 서방님께 오빠라고 하더라구. 그랬어?"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혜영은 머릿속이 아득해지며 두려움에 사로잡혔다.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들어가고 싶었다.
이제 이천댁에게 어떻게 해명해야할지 막막했다.
또한 아니라고 부정하는 뻔뻔함을 갖고 있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세상에... 그럼 서방님을 만나기 위해 일부러 대리모로 나선 거야?"
"아, 아니요. 그건 아니었어요.
전 정말 대리모가 되기 위해 병원을 어슬렁거렸어요.
내가 만나야할 사람이 오빠라는 것은 오빠가 처음 이곳에 온 날, 그날 밤에 알았을
뿐이에요."
"..."
"정말이에요. 믿어주세요.
저도 놀랐고, 오빠도 놀랐어요.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지 저도 난감해요.
하지만... 이렇게 빨리 모든 것이 들통날줄은 몰랐어요.
정말이에요. 일부러 그런 것이 아니에요."
혜영은 죄를 고백하는 심정으로 이천댁에게 하소연했다.
그녀는 거의 울부짖고 있었다.
눈물이 앞을 가렸고 억장이 무너지는 듯한 두려움에 어찌할 줄을 몰랐다.
[58] 제목 : ▶첫경험 보고서◀ Ⅳ-14. 혜영의 음탕한 요구
이천댁은 혜영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볼 뿐이었다.
혜영은 어떻게 해서라도 그녀의 동정을 사고 싶었다.
그녀에게 그간의 모든 일들과 민기와 헤어질 수밖에 없던 지난 날의 이야기를
털어놓은 혜영의 눈에 왈칵 눈물이 솟았다.
"아줌마... 부탁해요. 제발요..."
혜영의 눈물 앞에서 이천댁은 고개를 떨구었다.
마음속으로 끊임없이 갈등하고 있는 듯 했다.
"아가씨... 힘든 일을 겪었다는 것은 잘 알지만, 나도 주인집에 메인 몸이라우.
행여라도 이 사실이 알려지면 난 쫓겨날텐데..."
"아줌마, 아줌마... 제발, 언젠가 알려지게 되더라도 아줌마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할께요.
그냥 모른 척 해주시면 돼요.
저도 오빠와 만나게 되었다고 해서 다른 욕심을 부리거나 하진 않아요.
제발 부탁드려요.
지금 당장 오빠와 헤어진다면... 아아...
아줌마... 조금만 여유를 주세요.
어차피 아이를 낳고나면 전 오빠와 헤어져야 해요.
오빠는 말없이 오빠만을 따르라고 하지만 그것도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 잘 알고
있어요.
그러니까... 아이를 낳을 때까지 만이라도 이대로 지내게 해주세요.
때가 되면 떠나야 한다는 거 누구보다도 제가 더 잘 알아요.
어차피 이 길로 들어선 것, 후회하지 않아요.
오빠도 다른 여자의 아이를 갖는 것보다는 제가 낳은 아이가 나을 거예요."
애원하는 혜영 앞에서 이천댁이 한숨을 내쉬었다.
혜영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믿고 있었다.
하지만 이 일로 자신까지 돌이킬 수 없는 회오리에 휘말리게 될 것이 불안하고
염려 스러웠다.
무거운 침묵 끝에 이천댁이 말문을 열었다.
"아가씨... 난... 아무 것도 모르는거유.
난 봐도 못본거고, 들어도 못들은거유."
혜영의 눈물이 기쁨의 눈물로 바뀌었다.
이천댁이 자신을 이해하여 준 것이 너무도 고마웠다.
"고마워요. 아줌마, 정말 고마워요. 이 은혜 절대로 잊지 않을께요."
이천댁의 손을 붙잡으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는 혜영의 얼굴에 안도감이 스쳤다.
"은혜는 무슨... 혼자 몸으로 살아가는 것도 고생인데, 그런 일까지 겪다니...
사모님이 워낙 깐깐한 성격이야.
집안이나 자기 일 밖에는 모르는 분이지.
돈이... 사람을 변하게한 거야... 돈이.
전에는 그런 분이 아니셨어."
"전에는 그렇지 않았다구요?"
"응... 사모님도 예전에는 그렇게까지 모진 분이 아니었지.
내가 사모님 집에서 일하게 된 것이 거의 그 무렵이었어.
사장님께서, 아니 이젠 회장님이지. 막 사업이 불처럼 일어나실 무렵이었는데
그때만 해도 사모님은 어질고 좋은 분이었어.
약하고 가난한 사람들의 마음도 헤아릴 줄 알고...
내가 파출부로 일할 때였는데 힘들게 일하는 날이면 먹을 것도 챙겨주고 그런
분이었어.
김치며 고기며... 바리바리 싸주면서 아이들 먹이라고 그러는 좋은 분이었거든.
그러다... 어느 날 부터인가 그런 음식들이 돈으로 바뀌더군.
김치가 돈으로 바뀌어서 아이들 과자 값이 되더니... 사모님도 정이 메말라갔지.
집안에서 사장님 뒷바라지하시던 분이 돈 많은 여자들과 어울려 골프 치러 필드에
나가게 되고... 후후.
아가씨는 모를게유.
나쁜 말로 개구리가 올챙잇적 생각 못한다고, 사모님도 상류 사회를 살다보니 오래
전 일들은 잊은 게지.
언제 그런 일들이 있었냐는 듯, 그렇게 살아가는 중산층이 있냐는 듯..."
"그랬군요. 전... 그분에 대해서 나쁜 기억만 있어서 몰랐어요.
굉장히 차갑고 매몰찬 분이시래서 저 같은 고아는 만날 필요도 없다고..."
"나도 그때 일을 기억하고 있어.
서방님께 호통치며 만나 볼 필요도 없으니 당장 헤어지라시고는 지금의 며느님과
결혼을 추진하셨거든.
그때 만약 아가씨가 사모님을 만났더라면 오늘 이런 일도 있을 수 없었을 거야.
그렇지? 거참... 사람의 일이란 알다가도 모를 일이군.
그래요... 힘내요. 사람이 죽으란 법도 없으니 말야."
이천댁과 혜영은 그제야 서로의 마음을 풀며 환하게 웃었다.
마음이 홀가분해지며 안도한 것은 혜영 뿐만 아니었다.
민기는 퇴근 후 혜영을 통해 이야기를 들었고, 그 또한 이천댁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아끼지 않았다.
이천댁이 모든 사실을 알았기에 두 사람의 행동이 훨씬 편했다.
일부러 이천댁의 눈치를 살피지 않아도 되었고 조심하지 않아도 되었기 때문이다.
"오빠... 미안해. 나 때문에."
"미안하긴 뭐가 미안하고, 또 뭐가 너 때문이니? 쓸데없는 생각하지마.
이건 너 때문이 아니라, 나 때문에 일어난 일이잖아. 신경 쓰지마."
민기는 혜영을 끌어안아 그녀의 긴 머리를 쓰다듬었다.
오랜만에 맛보는 편안한 행복이었다.
마치 두 사람은 신혼의 단꿈에 젖어든 새내기 부부 같았고, 그 꿈이 깨어질
것이라는 조심스러움 따위는 감히 느껴지지 않았다.
아니, 어쩌면 모른 척 하는 것인지도 몰랐다.
"사랑해..."
민기의 사랑한다는 말이 달콤한 솜사탕이 되어 혜영의 마음속으로 흘러 내렸다.
그의 입술이 혜영의 입술에 포개어 지자 두 사람은 스르르 눈을 감았다.
누구의 눈치를 볼 필요도 없이 자유로워진 두 사람은 편안한 마음으로 서로의 몸을
탐닉하기 시작했다.
민기의 손이 혜영의 가슴을 쓰다듬으며 단추를 끌렀고 혜영은 그런 그의 손길을
돕기 위해 가슴을 폈다.
우윳빛 하얀 젖가슴이 분홍빛 레이스의 브래지어 틈새로 드러나자 민기의 입술이
아무 망설임 없이 다가갔다.
그의 손길은 그녀의 몸에 에워싸인 옷들을 모두 벗겨내며 드러나는 살결마다 입술
자국을 남겼다.
"으으... 오빠, 간지러워... 후후"
혜영이 간지러움과 짜릿한 쾌감에 몸을 떨며 웃음을 터뜨렸다.
민기의 손길이 그녀의 아랫도리로 밀려들어가자 혜영의 웃음소리는 신음소리로
뒤바뀌었다.
민기의 숨결도 뜨거워지고 있었다.
그는 혜영을 침대에 눕히고는 자신 또한 알몸이 되기 위해 옷을 벗었다.
옷을 벗는 내내 혜영을 바라보는 뜨거운 눈길은 멈춰지지 않았다.
민기의 입술이 혜영의 발끝에서부터 천천히 위쪽으로 향했다.
축축하고 따뜻한 그의 혀가 미끄러지듯 혜영의 계곡 쪽으로 움직였다.
혜영은 대담한 몸짓으로 다리를 활짝 벌렸다.
민기의 얼굴 앞에서 그녀는 무방비 상태가 된 것이다.
"어떻게 해줄까?"
"키스해 줘... 여기에."
"그렇게 해주면 좋아?"
혜영이 자신의 계곡을 가리키며 애무해줄 것을 요구하자 민기가 장난스레
되물었다.
혜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수줍음에 얼굴을 붉혔다.
민기는 혜영의 계곡을 두 손으로 활짝 벌렸다.
검고 윤택한 혜영의 음모가 무성했고, 흥분으로 흘러내린 액체가 계곡 사이에서
샘을 이루고 있었다.
민기는 손가락으로 숲을 헤치며 조그맣게 떨고 있는 비너스를 찾아 내었다.
분홍빛 그 작은 섬이 민기의 눈에 드러나자 그는 혀끝으로 그것을 간질였다.
"아아... 오, 오빠아..."
"좋아?"
"응, 좋아... 너무 좋아요..."
혜영이 쾌감으로 몸을 비틀며 말했고, 그녀의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말해주려는 듯
비너스 밑에 자리잡은 동굴에서 맑고 투명한 액체들이 흘러 내렸다.
[59] 제목 : ▶첫경험 보고서◀ Ⅳ-15. 마주보고 앉아 질펀한 섹스를
활짝 벌려진 혜영의 그곳은 너무도 자극적이었다.
무방비 상태로 벌려져 음탕스럽게도 쾌락의 샘물을 뚝뚝 흘리고 있는 그곳은 당장
페니스를 밀어 넣고 짓이기고 싶을 정도로 민기의 마음을 일렁이게 했다.
그러나 민기는 서두르지 않았다.
여자에게 있어 남자의 성급한 삽입은 무시당하는 것과 같은 것임을 잘 알고
있었다.
더구나 혜영은 섹스 경험이 풍부하지 않았고, 숨겨진 성감을 하나하나 일깨워주는
것이 필요했다.
"내가 널 애무할 때 좋으면 좋다고 해줘.
어디가 어떻게 좋은지, 얼마나 좋은지... 알았지?"
"에이... 쑥스럽게 그런걸 어떻게 일일이 말로 다 해요."
"왜 못해? 괜찮아.
섹스는 혼자 하는 게 아니라 둘이 함께 하는 거야.
그러니까 네 느낌과 욕심을 솔직하게 말해줘야만 해.
오르가즘을 느끼지 못하고 섹스를 끝내는 여자들이 얼마나 많은 줄 알아?"
"..."
"자, 이제 말해봐.
내가 이곳을 입으로 해주는 게 좋아, 아니면 손으로 해주는 게 좋아?"
민기가 스스럼없이 마음을 열어 보이며 혜영에게 용기를 불어넣어 주었지만 그래도
쑥스러운 것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혜영에게 있어 섹스란 수줍고도 부끄러운 일이었다.
더욱이 자신의 욕망과 느낌을 솔직히 말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저... 난... 오빠가 입으로 해주는 게 좋아요. 손으로... 할 때도 좋긴 한데...
근데... 오빠가 입으로 해줄 땐 정말 느낌이 좋고... 기분이 야릇해져요."
말을 마친 혜영의 얼굴이 홍당무가 되었다.
민기는 그런 혜영의 모습이 예뻐보이기는 했지만, 욕심대로하자면 그녀가 밤에는
요녀(妖女)가 되어주길 바랬다.
어차피 뻣뻣하고 도도한 아내와는 그런 쾌락을 함께할 수 없었고, 그럴 마음도
없었다.
아내에게서는 사랑이라는 감정도 없이 오직 계약 조건으로만 결혼한 민기였다.
물론 그녀 또한 마찬가지리라.
갑작스레 어두운 상념에 젖어든 민기는 의도적으로 혜영의 다리 사이에 얼굴을
파묻었다.
미칠 듯이 거칠고 야만적인 움직임이었다.
혜영은 굶주린 늑대가 먹이를 게걸스럽게 뜯어먹듯 자신의 아랫도리를 농락하는
민기의 머리칼을 움켜쥐었다.
"아악!@# 오, 오빠아... 아아... 미칠 것 같아요! 어으으으..."
희열에 들뜬 혜영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고, 그 신음소리를 들으며 민기의 움직임은
집요해져갔다.
그럴 수만 있다면 혜영의 온 몸을 먹어 버리고 싶다는 충동을 느끼며 민기의
가슴은 섹스에 대한 질펀한 욕망으로 젖어가고 있었다.
"널 먹어버릴거야! 네 XX에서 흘러나오는 물들을 모두 핥아 먹을 거야!"
"오빠아...!! 아으으..."
"말해봐! 넌 누구꺼지?"
"오빠꺼야! 아... 오빠꺼예요!"
민기의 눈빛이 탐욕스럽게 빛을 발했다.
그는 혜영의 몸을 거칠게 뒤집었다.
그리고 그녀의 몸을 밀어 올려 무릎을 세워 엉덩이를 치켜올렸다.
들어 올려진 혜영의 엉덩이는 다리가 벌려지자 계곡이 그대로 드러났고 계곡
위쪽에 또 다른 작은 동굴 두 개가 고스란히 꿈틀거리는 것이 보였다.
"어흐... 오, 오빠아... 거, 거긴... 아아아..."
민기는 그녀의 엉덩이를 두 손으로 벌리며 입술과 혀를 밀어 넣었다.
민기의 혀가 그녀의 항문을 핥고 있었다.
혜영이 기분 좋은 교성을 내지르며 엉덩이를 씰룩였지만 그것을 움켜쥔 민기의
손아래에서 더 이상 꼼짝하진 못했다.
"그래... 넌 내 꺼야! 내꺼! 다른 놈과는 절대 안돼!"
"아... 오빠, 아아아... 그래요. 아아..."
거의 울부짖듯 외치는 민기의 말에 혜영은 신음처럼 대답 했다.
혜영의 대답을 들으며 민기의 애무는 더욱 집요해졌다.
그는 그녀의 계곡 아래에서부터 항문까지 혀로 쓰다듬으며 끊임없이 혜영을 희열로
들뜨게 했다.
민기는 자신의 페니스를 움켜쥐었다.
그것은 뜨거운 불덩이처럼 달아올라 있었다.
자신의 타액으로 젖은 혜영의 동굴이 작은 입술처럼 오물거리는 것이 보였다.
민기는 그곳으로 성난 페니스를 밀어 넣었다.
따스한 감촉이 단단한 페니스를 감싸며 힘껏 조여들었다.
"으... 으으... 아으으으..."
혜영의 계곡은 흡사 호수처럼 애액으로 가득차 있었다.
민기는 따스한 감촉과 그 유연함에 놀라며 페니스를 깊숙이 밀어 넣어 엉덩이를
움직였다.
"헉헉... 헉헉헉..."
"아으으... 오, 오빠... 아아아..."
가쁜 호흡이 두 사람의 육체처럼 뒤엉켰다.
민기가 자신의 몸을 더욱 빠르게 움직여 피스톤 운동에 열중할수록 혜영의
신음소리가 높아지며 몸을 꿰뚫는 쾌락에 의식을 잃어 갔다.
눈앞에서 별들이 부서져 흩어지는 것만 같았다.
민기는 절정으로 치닫는 자신의 욕망을 억누르기 위해 아랫배에 힘을 주었다.
벌써 끝내고 싶지 않았다.
그는 혜영의 질 속에 깊이 박혀 있는 자신의 페니스를 꺼내고, 그녀의 몸을
일으켰다.
"오빠아... 왜..."
혜영은 미처 채우지 못한 욕망에 심통이 난 얼굴을 하고는 의아스럽다는 듯 민기를
바라보며 말했다.
"후후... 약올라?
괜찮아. 이리 와서 나 마주보고 앉아.
이렇게... 내 위에 앉아..."
민기는 침대에 걸터앉고는 혜영을 자신과 마주보게 하여 무릎 위에 앉혔다.
뒤로 넘어갈 듯 위태했지만 민기가 그녀의 허리를 잡아 주었고, 혜영은 그의 목을
끌어안으며 자신의 꽃잎과 페니스가 맞닿게 하여 두 다리로 허리를 휘감았다.
그것은 기다렸다는 듯 부드럽게 꽃잎 속으로 모습을 감추었다.
"아으으으... 좋아! 이제 움직여봐!"
참으로 신기했다.
자세를 바꿔 마주보며 그의 무릎에 앉은 채 결합되자, 몸 속의 다른 곳에 그의
페니스가 닿아 생소한 쾌감을 주었다.
민기가 자신의 몸 위로 올라와 누운 상태에서 삽입되었을 때와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혜영은 그 느낌에 전율하며 방아를 찧듯 몸을 아래위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민기의 얼굴이 고통스럽게 일그러지며 반쯤 벌어진 입에서 달착지근한 숨결이 흘러
나왔다.
그의 이마에 땀방울이 번지고 있었고, 혜영의 몸 또한 뜨겁게 달아올라 미끈거릴
정도의 땀이 흘러 내렸다.
"하아하아... 하아아... 아아... 아으으으... 아아..."
"으음... 으으... 헉헉헉... 헉헉..."
혜영의 몸이 리드미컬하게 움직이며 민기의 페니스를 조였다.
밖으로 빠져나올 듯 아슬아슬하게 혜영의 질 밖으로 밀려나온 페니스는
숨바꼭질하듯 다시 혜영의 몸 속으로 모습을 감추었고, 그 속도가 점점 빨라질수록
두 사람의 호흡 또한 빠르고 뜨거워졌다.
"아으으! 아아아... 오, 오빠아... 아아... 아아아아..."
"혜영아! 괜찮아! 지금 해! 오빠도 지금 할게! 아으으... 아아아아..."
혜영이 더 이상 오르가즘을 참지 못하고 구름을 타고 오르듯 몸을 감싸는 환희에
의식을 잃으며 비명처럼 신음소리를 내자 민기 또한 참았던 절정으로 치달으며
뜨거운 액체를 폭포처럼 쏟아냈다.
[60] 제목 : ▶첫경험 보고서◀ Ⅳ-16. 생리가 끝나고
딩동딩동... 쾅쾅쾅!@#
요란한 소리로 문을 두드리는 것으로 보아 분명 유림이었다.
혜영은 웃음을 터뜨렸다.
유림이의 출현으로 이야기는 잠시 중단될 수밖에 없었다.
"유림아... 엄마가 여자는 얌전해야된다고 했잖니.
그렇게 요란하게 문을 두들기고 그럼 어떡해?"
혜영의 꾸지람에 입술을 뾰로통하게 내민 유림이 나를 보고는 멋쩍게 웃었다.
어린 마음에 다른 사람 앞에서 엄마에게 꾸지람들은 것이 못내 부끄러웠던
모양이다.
"이모한테 인사 안해?"
"으응, 이모? 아아, 저번에 왔던 이모구나! 그렇지 엄마?"
"그래, 이모에게 인사해야지.
이모가 보면 유림이는 인사하는 법도 모르는 줄 알겠어.
그러니까 얼른 예쁘게 인사 해."
그제야 유림이는 나를 향해 환하게 웃어 보이며 성큼성큼 다가왔다.
나는 미리 준비했던 인형을 아이 얼굴 앞에서 흔들었다.
"안녕하세요?"
"유림이도 안녕? 그 동안 잘 지냈어?"
"와아!! 이거 제꺼에요? 와아아...!"
"응, 유림이 꺼야. 예쁘지? 이렇게 누르면 소리도 들려."
아이의 인사에 대답하며 인형의 몸통 부분을 힘주어 누르자 "I love You!"하고
어린 여자아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유림이는 놀라움으로 눈이 동그랗게 커지고 있었다.
"히히히... 엄마! 이거 봐요! 소리도 드려! 알러뷰? 엄마,
사랑한다는 말 맞지? 그치?"
아이는 신기하게도 인형의 "I love You" 소리를 알아들었다.
그 소리가 신기한지 연거푸 인형의 몸통을 눌러 "I love You" 소리를 들었다.
"마음에 들어?
이건 유림이 가방에 매달고 다니라고 이모가 선물하는 거야.
다음에는 더 큰 인형 사줄게.
유림이가 엄마 말 잘 듣고 착한 어린이가 되면. 알았지?"
"나 지금도 착해요..."
유림이는 영악했다.
믿지 못하면 엄마에게 물어 보라는 듯 엄마를 향해 도움을 요청하는 눈빛을
보냈다.
"알아. 하지만 엄마가 조금 전에도 유림에게 말씀하셨잖니.
문 두드릴 때 살살 두드리고 초인종 누르라고.
그러니까 유림이가 예쁜 아가씨가 되기 위해서는 엄마 말 잘 들어야 해. 응?"
"에이..."
"예쁘고 착한 아가씨가 되야 이 다음에 멋있는 왕자님에게 시집가지."
"난 시집 안가! 엄마랑 살 꺼야!"
나는 어린 유림이의 대꾸에 둔기로 얻어맞은 것처럼 머리가 멍해졌다.
생각지 못한, 또한 아이답지 않은 대답이었기 때문이다.
"유림아..."
곁에서 지켜보던 혜영의 얼굴이 무거운 표정으로 뒤바꼈다.
그러나 아이는 가방과 인형을 들고 제 방으로 총총 걸음으로 사라졌다.
"아이가... 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몰랐어요."
"네. 이해해요. 저도 놀랐는걸요.
엄마의 쓸쓸함을 아는 것 같아요.
유림이는 무척 조숙하고 착한 아이네요.
혜영씬 행복하시겠어요."
우울한 빛을 띠고 있는 혜영을 위로한답시고 꺼낸 말이 고작 이것뿐이었다.
다른 말로는 특별히 위로할 방법이 없었다.
나는 글을 쓰는 사람으로써 언어의 한계에 부딪친 내 자신에 대해 회의가 들었다.
"이런 일들이 생길 때마다, 유림이의 저런 모습을 볼 때 마다 대견스럽다기 보다
측은해지고 불쌍해져요.
아이가 아이답게 자라지 못하고 어른의 모습으로, 어른들이 해야할 고민을 하고
있는 것만 같아요.
저렇게 작은아이에게 내가 벌써 짐이 되어 있군요."
"너무 그렇게 비관하지만 마세요.
건강하고 밝게 자라는 것만으로 우선은 행복하게 생각하세요."
"그래야죠.
유림이가 모난 곳 없이 건강하고 발랄하게 자라주는 것에 만족해야지요."
"저... 외람 된 말씀인지 모르겠지만... 유림이 아빠는 지금도 만나고 계신가요?"
인터뷰를 하다보면 종종 괜한 질문을 했나보다, 하며 이미 뱉어낸 말에 후회할
때가 있다.
지금의 경우가 그랬다.
어차피 자연스레 흘러나올 이야기가 나의 호기심에 못 이겨 불쑥 튀어나올 때는
늘 괜한 말을 꺼냈다는 생각이 든다.
차라리 차분하게 기다리면 그녀의 아픈 곳을 찌르지 않고도 알 수 있었을 텐데.
"네... 종종 만나요."
"그럼... 유진이는...? 그 아이도 만나시나요?"
"유진이는... 두 번 봤어요.
태어났을 때 병실에서 처음 봤고... 아이가 다니는 유치원에서 몰래 봤어요.
금방 알아 볼 수 있었죠.
우리 유림이와 쌍둥이였으니까요."
"그랬군요. 무척 보고 싶으셨겠어요."
혜영의 표정은 오히려 무거워 보이지 않았다.
모든 일에 초연한 듯한 얼굴로 그저 희미하게 웃을 뿐이었다.
"보고 싶죠.
유진이도 제 아이인 걸요.
유진이와 유림이 두 아이 모두 빼앗길뻔 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유진이가 제 곁에 남아 있죠.
그것만으로도 감사하고 있어요.
그리고... 유진이는 아빠와 살고 있는 거니까. 친 아빠잖아요.
다른 남자도 아니고..."
"그래도... 그렇게 편하게 말씀하시는 게 잘 이해되지 않는군요.
열 손가락 깨물어 아프지 않은 손가락 없다고, 유진이가 보고싶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혜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여전히 웃는 얼굴이었다.
나는 그녀의 담담한 표정이 의아스러웠다.
아이를 빼앗긴, 아니 어쩌면 거래의 상품으로 주었는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친 엄마로써 자식이 그립지 않다는 것이 못내 납득이 되지 않았다.
"미연씨... 유진이도 제게 올 거예요. 곧..."
수수께끼 같은 말이었다.
대를 이을 손자를 필요로 했던 그 쪽 집안에서 순순히 유진이를 내준다는 것인가?
나는 뜨악한 표정으로 그녀가 모든 이야기를 풀어놓길 바랄 뿐이었다.
*
혜영은 불안한 마음으로 달력에 그려진 숫자들을 꼼꼼히 헤아렸다.
하루 이틀... 그렇게 헤아린 숫자들이 50일을 넘어 60일에 육박하고 있었다.
마지막 생리를 시작한 날로부터 약 60일.
그렇다면 이미 원래의 생리 주기를 지나쳤다는 말이다.
"아줌마...! 아줌마..."
"왜? 무슨 일 있어?"
"저어... 그거 있어요? 임신진단하는거요."
이천댁의 얼굴에 번개처럼 미소가 스치는 듯 했다.
그녀는 곧 환한 웃음을 퍼뜨리며 혜영의 아랫배를 훑어보았다.
"왜? 임신인 것 같아?"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생리가 없어요.
그 동안 잊었는데... 벌써 60일이 되어가고 있어요."
혜영은 드디어 찾아올 것이 왔다는 생각에 두려움이 앞섰다.
임신에 대한 불안감이 아니라 민기와의 예견된 이별이 두렵고 불안했던 것이다.
지난 번 생리가 끝나고 배란기때 민기가 참지 못하고 체내 사정을 했던 것이
임신이라는 결과로 나타났던 것 같았다.
민기가 원망스러웠다.
단 한번인데 괜찮을 것이라며 급한 마음에 콘돔을 사용하지 않았던 민기의 여유
만만이 끝내 이별을 몰고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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