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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일본년 26-30

▶일본년◀ 제26화 (잔인한 섹스의 즐거움...)

그제서야 부끄러운 내 처지를 느끼곤 엉거주춤 옷을 챙기
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시영이 씨익거리며 나를 흘겨본다.

[ 너, 처음이었지? ]

치마 속으로 휴지를 넣어 벌어진 가랑이를 닦으며 시영이
물었다. 나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 빨리 나가자.]

종용하며 시영이 급하게 서둘렀다.

[ 늦었어요? ]

[ 일은 다 끝났어. 서울로 가는거야.]

[ 저랑 같이 가는게 아니었나요? ]

[ 상관없어. 혹시 아줌마가 물으면 같이 갔었다고 말해.
다음에 혼자 오게 되면 내가 알려줄께.]

[ 일 다 봤으면 천천히 가죠, 아직 캄캄한데...]

[ 그럴일이 있어.]

가방을 들고 앞서가는 그녀를 따라 나갔다. 올 때 와는
달리 가방이 무거웠다. 잠든 사이 그녀는 계획된 누군가를
만나 무엇인가를 받아왔을 거라 생각했다.
어둠속을 달리는 차 안에서 시영은 재차 당부했다.

[ 집에가면 가까운 사이처럼 굴지말어. 집에서 하던 대로
해.]
******

액 자 뒤 의 비 밀

성적인 행동들을 배 고프면 밥을 찾듯 거리낌 없이 행하
는 그들의 의식에 물이 든 건, 집안에 들어온지 보름이 지나
서였다.
일주일이 지날 즈음 나는 그들의 생활에 역겨움을 느끼고
퇴직을 요구했다. 요오꼬는 쉽게 나를 보내주었다.
내겐 꿈이 있고 의지가 있었다. 마치 환상의 파라다이스
인양, 보이는 곳마다 유혹의 덫을 놓아 나를 영원히 잡아두
려 했겠지만, 강한 의지로 무장된 나의 정신을 그들은 무너
뜨릴 수 없었다.
썩어가는 육신을 일찌기 깨달았고 난 흔들림 없이 과감하
게 뿌리쳤다.

그러나 이틀을 넘기지 못하고 다시 돌아와야했다. 어느새
인이 박힌 설엽차의 중독이었다. 중 석으로 하루에 두번 씩
받아 마신 설엽차는 언젠가 시영과 함께 한, 부산에서 정기
적으로 보급 받는 일급 마약이었다.

[ 일이 힘들어서? ]

[ 아닙니다. 다른 일을 해 보고 싶어서요.]

[ 알았다. 오늘은 늦었으니 내일 떠나거라.]

[ 오랫동안 일을 봐 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 괜찮아, 어디 머무를거지? ]

[ 당분간 서울 친구집에 있으려구요.]

[ 알았다. 가서 쉬어...]

[ 죄송합니다. 여기...]

[ 모지? ]

[ 전에 받은 선불입니다.]

[ 됐어, 집어 넣어.]

[ 아닙니다.]

[ 집어 넣어, 나중에 갚던지... 필요할거야. 지금은 가지
고 있어.]

[ 음...]

[ 어서 가 쉬어라.]

그날 밤 부터 설엽차가 중단 되었지만 아침이 올 때 까지
느끼지 못했다. 요오꼬가 기상할 때 쯤 되어서야 또 다시
통증이 일었다. 한번 씩 아플 때 마다 통증의 강도는 점점
심해지고 길어졌으며, 목이 타들어 가는 갈증까지 동반되었
다.
마지막 통증을 거실에서 맞았고 나는 요오꼬의 발 아래에
서 뒹굴어야 했다.
오랜시간 통증을 보고난 뒤 요오꼬는 하영을 불렀고 하영
은 거품물린 입을 열어 설엽차를 부었다.
통증은 풀리는 마술처럼 금새 사라져버렸다.

[ 하영아, 태희 데려다 주고와.]

나는 사양도 하지 못한 채 하영의 차에 올라탔다. 통증의
후유증은 오랜 시간 속을 메스껍게 했다.
친구의 팔에 부축 되어 집으로 들어가는 나를 확인 한 뒤
하영은 되돌아갔다.

그날 밤 나는 또 한번 통증에 시달려야했고 반 죽음 상태
에 이르러 하영을 맞았다.
그녀는 작은 병에 담아 온 설엽차를 마시게 했고 한통의
요오꼬의 멧세지를 전달하고 떠났다. 정신을 돌이킨 뒤 태
희야... 로 시작되는 요오꼬의 편지를 읽어내렸다.


태희야... 너를 만나던 날 요절한 동생 생각에 뜬눈으로
하얀밤을 지샜단다. 어쩌면 말투와 생각하는 게 동생과 그
리 똑같을 수 있는지...
너를 보는 순간 난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그저 너와
함께 살 수 있기만을 바랬지, 그래서 설엽차를 썼단다.
치료도 가능하단다. 네가 나를 떠나지 않을거란 확신만
슨다면 언제든 약을 쓰겠다.
내겐 돈도 많아 세상위에 군림하며 살아갈 수 있을거야.
아니면 너는 거리에서 죽음을 맞겠지 고통을 견디지 못하
고... 돌아와 함께 살 수 있기를 바란다.

다까하끼 요오꼬.


나는 부르르 몸을 떨었다.

( 미친년! 미친년들! )

다음날 아침 찾아온 통증은 더욱 심했고 나는 실신하고
말았다. 눈을 떳을 땐 요오꼬의 침실이었다. 이틀을 더 앓
고난 후 자리에서 일어날 수 있었다.

약을 찾기 위해선 그들의 편이 되어야했다. 철저하게 그
들의 편이 되자고 마음 먹던날, 그리고 3일 동안 점차적으
로 변해가는 나를 느낄 수 있었다. 나는 어느새 그들의 습
성에 베어가고 있었다.
잔인한 섹스와 그것을 훔쳐보는 즐거움을 알게된 것도 그
때 부터였다.



▶일본년◀ 제27화 (시영의 잔인한 성고문...)

[ 태희야! 이리와서 이것좀 봐! ]

요란스럽게 불러대는 요오꼬 앞으로 이번엔 무엇일까 기
대하며 달려갔다.

[ 이리와 앉아 봐.]

두꺼운 책을 중간 쯤 펴 놓고 요오꼬의 손가락이 어느 한
곳을 짚었다.

[ 여기 읽어봐.]

[ 사람들은 이야기 속에서... 여기 맞아요? ]

[ 응, 읽어봐.]

[ 사람들은 이야기 속에서나마 마음껏 공상을 즐기기 위
해서 베일을 드리워 묘사했던 성적 결합의 암시만으로는 만
족하지 않았다. 더 읽어요? ]

[ 응, 쭉 읽어봐.]

[ 문학작품의 노골적인 성희의 묘사 속에서 자신이 체험
하고 싶은 사실들을 발견하고 싶어했다. 수백년 전부터 전
해온 것들을 한 권에 모은 "향기로운 정원" 은 이슬람 세계
의 성적 욕구와 행동을...]

[ 내가 읽어볼께. 25가지의 체위에는 "마개 막기", "개구
리 전법", 역활 교대", "끼워 넣기", "대장장이 성교", "재
주 넘기", "무지개", "도크 엘 아르즈 (Dok el arz)" 등이
있는데 그 중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체위는 도크 엘 아르
즈이다.]

[ 도크 엘 아르즈가 어떤 체위래요? ]

[ 여기 어딘가서 봤었는데... 아, 여 다. 도크 엘 아르
즈의 방법은... 남자는 양다리를 펴고 앉는다. 여자는 남자
의 허벅지위에 올라탄 후, 양 다리를 남자의 등에 교차시키
구... 이게 무슨말이지...? 음부를 남근 앞으로 가져간다?
아항 알았다. ]

[ 전 모르겠네요. 무슨 소린지...]

[ 조금있다가 가르쳐줄께. 그리고 남자는 여자의 허리를
껴안고, 여자가 남근을 받아들인 채로 몸이 상하운동을 하
도록 협조한다. 여자도 반드시 협력해야 한다.]

거기까지 읽어가던 요오꼬의 얼굴이 갑자기 붉어지며 내
손을 끌었다. 요오꼬의 손에 이끌려 나는 그녀의 방으로 끌
려갔다. 그러나 체위는 도크 앨 아르즈가 아니었다. 그녀가
가장 즐겨쓰는 체위 중 하나인 일명 "거꾸로 박기" 를 위한
전희를 시작하고 있었다.
요오꼬는 색정 도착증의 증세가 심했고 지칠 줄 몰랐다.
그녀는 이상한 자극 (학대 음란증이나 동성애증 따위) 에만
색정을 느껴 늘 그것을 찾고 연구했다.
하영과 시영 또한 이미 그것에 물들어 있었다. 어쩌면 시
영은 요오꼬를 능가하는 섬세함을 지니고 있는지도 몰랐다.
시영의 머리는 비상했다. 언젠가 시영은 반란을 일으켜 이
집안을 점령할지도 모를만큼 영악스럽기 그지 없었다.

나는 서서히 요오꼬의 신임을 얻고 있었다. 집안에 들어
온지 스므날 째 되던 날, 실로 경이로운 장관을 보게 되었
다. 그렇다 장관이었다. 만고천하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는
참으로 놀랄만한 장관이었다.

작업할게 있다며 종일토록 방안에 틀어박힌 요오꼬가 방
문을 연 것은 땅거미 길게 늘어지던 늦은 오후였다.
방에서 나오자마자 인터폰으로 시영을 불렀고 시영은 곧
올라왔다.

[ 부르셨어요.]

절대 복종하는 듯한 상냥함 속에 어떤 생각들이 가득 찼
는지 나는 알 수 있었다.
두둑해 보이는 붕투를 시영에게 건넸다. 봉투를 받아 든
시영이 또 한번 고개를 숙였다.
시영이 내려가자 요오꼬가 나를 보며 말했다.

[ 오늘 밤 좋은 구경 시켜줄께. 놀라지 마...]

[ 뭔데요? ]

[ 지금 말하면 재미없어, 12시에 내 방으로 들어와.]

저녁 식사를 마치고 요오꼬가 먼저 이층으로 올라갔다.
나는 하영이 침대에 누워 시영의 설겆이가 끝나기를 기다
렸다.
잠시 후 앞치마를 푸르며 시영이 다가와 침대위에 걸터
앉으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

[ 안 올라가? ]

나도 속삭이듯 말했다.

[ 응, 심심해. 아까 그건 모야? ]

[ 뭐? ]

[ 큰 누나가 준 봉투...]

[ 왜, 보고싶어? ]

[ 응, 뭔데? ]

[ 잠시만 기다려봐아.]

시영이 사물함을 들려 노트 하나를 들고 다시 돌아왔다.

[ 노트가 아니었자나.]

시영이 노트를 펼쳐 내 앞으로 밀었다. 그 안에 너댓장의
갱지가 있었고 갱지는 요오꼬의 필체로 가득 메워져 있었
다.

[ 봐도 되는거야? ]

[ 상관없어.]

천천히 읽어가다 한 폐지를 넘기면서 시영을 바라보았다.

[ 이게 모야. 무지 잔인하네.]

[ 그냥 글이지 뭐긴.]

[ 큰 누나 글 쓰는 사람이야? 무슨 단편 같기도 한데, 제
목이 없네... 근데, 잔인하고 징그러워...]

[ 마저 읽어봐.]

다음장을 읽어가며 나는 혀를 내둘렀다. 대단한 상상이었
다. 요오꼬의 글 처럼 행할 수 있는 사람이 정말 이 세상에
존재한다면 그것은 인간이 아닐거라는 생각을 했다.
다섯 장의 갱지를 가득 채운 글의 내용은 차마 읽는 것
조차 죄가 될 것 같은 끔직한 성고문의 묘사였다.
요오꼬의 상상력을 다시 한번 실감할 수 있었다. 그녀는
분명 보통 사람의 머리가 아니었다.
잔인한 성을 다각으로 구사하는 그녀는, 말초신경중 뇌와
성기를 연결하는 감각기관이 보통 사람과는 다르게 발달된
특이한 체질의 기형적인 여자일 거라는, 언젠가 부터 지배
해오던 생각에 점차 확신이 서고 있었다.

좋은 구경을 시켜주겠다던 요오꼬와의 약속시간이 되었고
나는 자정을 조금 넘겨 그녀의 방문을 노크했다.

[ 들어와.]

간단하면서 새로운 옷차림이었다. 미색의 반투명 슬립속
에 허벅지 까지 내려오는 검정색 거들이 비춰졌다.
요오꼬가 나를 다시 한번 바라본다.

[ 놀라면 안돼? ]

[ 훗, 뭔데 그래요.]

[ 따라와.]

다락문을 열고 요오꼬가 먼저 위로 올라갔다.


▶일본년◀ 제28화 (농당한 성이 난무하는 지하실...)

다락으로 오르는 요오꼬의 뒷 모습을 보면서 순간적인 흥
분이 짜릿하게 스쳐갔다.
짧은 시간에 보여진 요오꼬의 뒷 모습. 밝은 미색의 반투
명한 슬립은, 엉덩이의 갈라진 부분을 동그랗게 오려낸 검
은 색 거들을 상대적으로 또렷하게 보여주었다. 순간적으로
달아오르는 뜨거움을 느낄 수 있었다.

어느새 올라간 요오꼬가 몸을 돌렸다.

[ 안올라오구 뭐해? ]

[ 네에.]

처음으로 올라와 본 요오꼬의 다락이었다.
요오꼬의 다락방은 보통 집들이 가지고 있는 그런 다락방
이 아니었다. 남들의 눈에 보여지지 않는 다락마저도 고급
스런 벽지와 장식품들로 화려하게 치장되어 있었다.

요오꼬의 행동은 나의 호기심에 쉴 틈을 주지 않았고 그
럴 때 마다 나의 안구는 동그랗게 커져야 했다.
처음으로 놀란것은 바닥을 들어내는 요오꼬의 행동이었
다. 작은 창문 만한 크기의 바닥이 들려지자 아래로 내려갈
수 있는 계단이 나왔다. 두번 째 놀란것은 계단을 따라 내
려간 뒤 펼쳐진 일층과 이층의 공간이었다. 비밀스런 공간
의 바닥은 온통 유리로 되어 있었고 시영과 하영이 거주하
는 일층의 모습이 구석까지 적나라하게 보여지고 있었다.
나는 한동안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런 나의 모습
을 바라보며 요오꼬는 그저 웃고만 있었다.


여기서 서음희는 의심스럽게 읽어오던 집의 배경이 바로
내 집이라는 것을 확인하게 되었다. 다음 글귀로 얼른 눈을
돌렸다.



[ 따라와...]

요오꼬의 동작을 따라 앉은 자세로 살금 살금 뒤를 따랐
다.

[ 염려마 안깨져.]

마치 뒤를 따르는 나를 훤 하게 보고 있는 듯, 앞을 향해
걸어가며 요오꼬가 말했다.

어둑한 구석에 다달은 요오꼬가 벽을 두드리자 퉁퉁 울리
는 소리가 들려왔다.

[ 여긴 막아났어. 작은 창고로 쓰려고 만든 건데, 용도도
안맞구 보기도 안좋구 해서 그냥 도배지로 덧발라 버렸어.]

[ 도배지 속에 문이 있나요? ]

[ 응. 창고 문이 있지. 나중에 쓸일 있으면 도배지만 벗
겨 내면 되는데 쓸일이 없을거야... 저리로 가자.]

요오꼬는 다시 반대편 구석을 향해 엉거주춤 걸어갔다.

[ 여기서 부턴 잘 내려와야 해.]

처음엔 무슨 말인지 몰랐으나 구석에 나 있는 또 하나의
문이 열리면서 또 다른 비밀 공간이 있다는 걸 알았다.


또 하나의 비밀 공간이라는 글귀에 서음희의 시선이 순간
적으로 노트에서 벗어났다. 눈을 더욱 크게 뜨고 노트앞으
로 다시 얼굴을 들이밀었다.


새로운 공간으로 나가는 통로는 색다른 모양을 하고 있었
다. 마치 커다란 굴뚝 속의 사다리처럼 여자의 몸으론 오르
내리기가 결코 수월치 않은 그런 통로였다.


통로의 배경을 읽으며 서음희는 생각했다. 어디선가 본듯
한 낮설지 않은 통로였다. 그러나 어디서 보았는지 기억은
나지 않았다.


먼저 내려가는 요오꼬를 따라 사다리를 잡았다. 간간이
아래를 보아 요오꼬를 확인하며 한칸 한칸 조심스럽게 내려
갔다. 중간 쯤 내려 섯을 때 갑자기 요오꼬가 사라진 걸 알
았다. 아래에서 올라오는 환한 빛만 보일 뿐 요오꼬의 모
습은 보이지 않았다.

( 벌써 끝까지 내려간건가...? )

머뭇거리다 우선은 아래까지 내려가 보기로 마음먹고 발
길을 재촉했다.
조금 더 내려왔을 때 누군가 엉덩이를 찔렀다. 깜짝놀라
하마터면 사다리를 놓칠 뻔 했다.

[ 이리와.]

요오꼬였다. 뒤 쪽에 통로가 있었던 것이다. 한 사람 겨
우 빠져나갈것 같은 작은 통로로 들어서면서, 나는 전신이
마비되는 듯한 증상을 느꼈다.

( 세 상 에 ......)

어느 누가 이런 상상이나 해 보았을까, 요오꼬가 아니면
아무도 할 수 없는 생각이었다.

휘황찬란한 장관이었다.
일층과 이층의 공간 보다 높은 천정을 가져 선 채로 자유
롭게 행동할 수 있는 이곳엔, 화려한 떠블 침대와 역시 화
려한 테이블이 보석처럼 찬란하게 빛을 내는 투명한 유리
바닥위에 놓여 있었다.
지하층으로 짐작 되는 곳에서 올라오는 대낮처럼 밝은 화
려한 불빛들이 투명한 유리 바닥을 마치 보석처럼 만들어주
고 있었다.
위에서 내려다 본 지하의 구조는 3분지 2를 짤라 홀로 만
들었고, 나머지 부분은 3개의 방으로 만들어 놓은 듯 저 만
치서 3개의 방문이 나란히 보였다. 변기가 딸린 욕실은 홀
한쪽 구석에 위치하고 있었다.

[ 이리와 앉아.]

넋 나간 내 모습을 지켜보던 요오꼬가 나를 불렀다. 그제
서야 제 정신이 돌아온 듯 요오꼬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 이리와.]

귀신에 홀린 것처럼 힘없이 테이블로 다가갔다.

[ 앉아.]

요오꼬는 지층을 내려다보며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 얘가 모하길래 아직도 안내려오나... 태희야 여기 어떠
니? ]

[ 이런 곳이 있는 줄은 생각도 못했어요... 놀랬어요.]

[ 맘에 들어? ]

[ 이상해요...]

[ 호홋, 마음에 들거야.]

홀엔 요상한 형상을 한 커다란 돌 조각이 많았다. 그 중
눈에 띄는 것은, 앞발을 높이 치켜든 말의 상체가 근육질의
남자의 모습을 띤 돌 조각 이었다. 길다란 말의 성기는 가
로로 굵게 서 있었다.
또 하나 욕실 앞에 서 있는 조각의 모습은 풍만한 가슴을
가진 여자의 상체와 거대한 남근을 가진 남자의 하체가 하
나로 붙어있는 그런 모습이었다. 그 외에도 남성과 여성을
상징하는 괴상한 조각들이 많았고 그것들은 모두가 매끄럽
게 연마 되어 있었다.

입구 쪽에서 의사 차림의 까운을 입은 처음보는 여자가
들어섯다.

[ 누구죠? ]

[ 시영이...] 라고 말하는 요오꼬의 목소리를 들으며 떠
오르는 게 있었다. 요오꼬가 시영에게 건네준 갱지 5매 분
량의 글 이었다.

( 이런...)

▶일본년◀ 제29화 (광적인 잔혹한 성고문...)

요오꼬가 시영에게 건네준 글은 농탕한 하룻밤을 즐기기
위한 극본 이었던 것이다.
극본의 서두 대로 시영은 여 의사로 변장해 아기를 출산
하기 위해 입원한 간첩의 여자를 찾아 병실로 잠입했다.

읽는 것 조차 죄가 될것 같은 끔찍한 극본의 내용은 이러
했다.
병실로 잠입한 여 의사는 간첩의 아내인 산모를 찾아내고
촉진제 대신 마취제를 써 산모의 손발을 펼쳐 묶는다.
장면이 바뀌어 산모가 깨어나면서 간첩의 행방을 캐는 잔
혹한 고문이 오랜 시간 진행된다 - 산모를 이용한 이루 말
할 수 없는 형태의 성고문이다 - 잔혹한 고문이 지루해질
즈음, 간첩이 나타나 아내에게 고문하는 여 의사를 보면서
성욕을 느끼고, 격투 끝에 여 의사를 쓰러 뜨린 뒤 아내가
보는 앞에서 여 의사를 범하는 줄거리로 끝을 맺는, 불치의
병 적인 공상이었다.

요오꼬는 자신이 자극을 받을 만한 공상을 한 뒤, 글로
만들고 그것을 시영이나 하영에게 전달한다. 글을 전해 받
은 그들은 그것을 숙지하고, 은밀한 공간에서 내려다 볼 요
오꼬를 생각하며 글 대로 이행한다.
밤 마다 그 짓을 자행하는 그들의 생활 습관으로 정오가
기상 시간인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그짓을 바라보며 요오꼬는 욕구를 키워나갔고, 한껏 달아
오른 성욕은 자위로 해결했다.
요오꼬의 기형적인 성기를 최고로 만족 시킬 수 있는 것
은 자신의 손가락 뿐이었다.

요오꼬의 글에 자신의 성격을 접목시킨 시영의 연기는 마
치 실지로 행해지는 것 같은 착각을 일게했다. 시영은 요오
꼬보다 더욱 잔인했고 영악했다. 요오꼬에게 눈 요기를 주
는 것이 아니라 시영은 철저하게 자신을 즐기고 있었다.

[ 저 여잔 누구죠? ]

극본이 시작되면서 간첩의 아내 역활로 침대위에 누워있
는 초면의 여자의 얼굴을 보았고, 나는 그것을 요오꼬에게
물었다.

[ 가정부였어.]

시선을 아래에서 떼지 않은 채 요오꼬가 대답했다.

[ 지금은 요? ]

나를 한번 쳐다본 뒤 귀찮은 듯 한 마디를 던지곤 아래에
열중했다.

[ 나중에... 나중에 말해줄께.]

간첩의 아내 역활을 나는 하영이 담당할 거라 생각했었
다. 그러나 그녀는 처음보는 여자였고 가정부 였다고 요오
꼬는 말했다. 뒤에 나올 남자 역활은 누가 할 것인가, 내가
여태 껏 보지 못한 또 다른 사람들이 지하에 틀어 박혀 살
고 있을거라 생각했다. 아마도 그들은 마약에 중독 된 자
들일 것이다. 힘없이 누워있는 처음 보는 여자의 눈빛이 그
랬다. 풀어진 눈동자는 오직 한가지만 바라고 있는 듯 했
다.
시영의 연기는 연기가 아니었고 모르는 여자의 고통은 실
지 상황이였다. 그것을 바라보는 요오꼬의 손가락은 이미
자신의 성기를 긁어대고 있었다.

나는 다까하끼 요오꼬라는 여자가 궁굼해지기 시작했다.
어떤 환경에서 자라왔는지 알고 싶었다. 이따금 눈물을 훔
치던 하영을 생각해냈고 그녀에게 접근하기로 마음먹었다.

오랜 시간 자신의 성기를 애무하던 요오꼬가 어느새 끝을
냈는지 자리에서 일어났다.

[ 나가자.]

크라이 막스가 한창 진행되는 지층의 미련을 거두고 요오
꼬를 따라 일어섯다. 들어왔던 통로가 아닌 요오꼬는 다른
방향으로 걷고 있었다.
벽지와 같은 색깔의 그것이 나는 통로인지 몰랐다. 벽을
밀자 문이 열렸고 그제서야 또 하나의 입구가 있다는 걸 알
았다.
마치 미로 같은 문으로 요오꼬를 따라 나가자 아래로 내
려가는 긴 계단과 위로 올라가는 짧은 계단이 보였다. 아래
로 내려가는 계단이 지하층과 이어진 통로 같았다. 윗 계단
끝은 막혀 있었고 요오꼬는 위로 올라가고 있었다.
밖으로 나왔을 때, 벤자민 뒤 액자속 통로의 비밀을 알게
되었다. 시골 풍경이 그려진 커다란 액자는 지하로 들어설
수 있는 비밀 문이었던 것이다.


관 동 대 지 진

다음 날 새벽 나는 남들보다 일찌기 눈을 떠 자리에서 일
어났다. 생생한 어젯밤의 기억을 떠올리며 한동안 멍하니
앉아있었다.
처음 본 중반의 여자와 남자는 내가 이 집안에 들어오기
전보다 훨씬 이전부터 살고 있던 것 같았다.
요오꼬의 극본대로 시영을 범하는 남자의 행동을 보면서
그는 몹시 지쳐있음을 알았다.
모두가 깊은 잠에 빠져있을 시간, 나는 망설이다 자리에
서 일어섯다.
뒷꿈치를 세워 조심스럽게 일층으로 내려갔다.
시영과 하영이 잠든 모습을 보곤 벤자민 앞으로 다시 나
왔다.
신중하게 액자문을 열었음에도 문 열리는 소리는 온 집안
을 울릴정도로 큰 소리로 들려왔다.
희미한 전구 불의 안내를 받아 지하로 내리는 계단을 밟
았다. 계단 끝은 일층과 마찬가지로 따로 난 문이 없이 곧
바로 지하룸으로 들어설 수 있게 되어있었다.
휘황찬란했던 불빛은 온데간데 없고 천정에서 내려보는
희미한 불빛만이 가물거리고 있었다.
사물을 겨우 확인할 수 있을 정도의 희미한 조명이었다.
쥐 죽은 듯 고요한 지하는 느닷없이 무엇인가 튀어 나올
것 같은 공포심을 일으켰다. 괴상한 돌 조각들이 살아 움직
일것도 같았다. 나는 몹시 긴장해 있었다.
한발한발 미끄러뜨리며 나란히 붙어있는 3개의 방문을 향
해 조심스럽게 걸어갔다. 3개의 방 중 어디엔가 그들이 잠
들어 있을거라 생각했다.
그들을 만난다는 건 왠지 두렵지 않았다. 아마도 얼핏 본
그들에게서 사납거나 하는 기색을 전혀 느끼지 못했기 때문
일 것이다.
잠에 빠진 그들이 행여 인기척을 느껴 잠에서 깬 뒤 나를
본다면 도움을 요청할 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안고 살금살금
방문 앞으로 다가갔다.
첫번째 방문앞에 도달해 손잡이를 잡았다. 그리고 오른
쪽으로 돌렸다. 삐이이익, 소리를 내며 열리는 방문은 오랫
동안 사용하지 않았던 것처럼 무겁고 뻑뻑했다.
문이 열림과 동시에 나는 반사적으로 두 손을 써, 힘차게
다시 닫았다. 앞을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캄캄한 방안에서
무언지 알수 없는 역겨운 냄새가 진동하며 풍겨왔기 때문이
었다. 생선인지 짐승인지 비릿하게 썩어가는 냄새였다.
짧은시간 맡은 고약한 냄새는 오래토록 머리를 아프게 했
다. 이런 방에서 그들이 잠들어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가운데 방도 캄캄한 건 마찬가지였지만 이상한 냄새 같은
건 없었다. 그러나 방안으로 들어선다는게 왠지 꺼름칙 했
다. 들어섯다가 알 수 없는 것으로 부터 공격을 받을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었다. 속삭이듯 방안을 향해 소리를 냈
다.

[ 계 세 요...? ]

아무런 응답이 없었고 재차 확인하듯 다시한번 작은 소리
로 사람을 찾았다.

[ 누구 없어요? ]

역시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 아무도 없다는 걸 확인한 나
는 방문을 활짝 열어놓고 더듬는 벽을 길 삼아 천천히 걸어
갔다. 반 바퀴를 돌아 입구의 반대편에 섯을 때 문 밖에서
들어오는 희미한 불빛에 비췬, 방바닥 한 가운데 쓰러진 움
직이는 커다란 물체를 확인하면서, 나는 소스라치게 놀라고
말았다.

[ 허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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