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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역행(逆行) SE3 (8)

 

3-8)


 


“ 일단은 어디로 갈까? 엄마한테는 둘이 만나서 이야기를 한다고 했으니까 시간은 넉넉할 테고...”


 


민은 공항로비에서 시계를 보며 중얼거렸다.


물론 상황이 그다지 편치 않은 때였지만,


며칠 만에 귀국하는 막내이모의 달콤한 몸부터 생각나는 건 어쩔 수 없는 남자의 본능이었다.


사실 특별히 대책을 세울만한 것도 없었다.


두 사람의 관계를 깨끗이 정리하는 것 이외는 별다른 해결책이 있을 리가 없었다.


하지만 그건 절대로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냥 조금만 더 조심하자는 이야기...그리고 이모부에게 좀 신경을 쓰라는 정도일 것이다.


그리고 그런 이야기는 시간이 오래 걸릴 것도 아니고,


서로의 향기로운 육체를 맛보는 도중에도 충분히 할 수가 있었다.


그러다 보니 애초의 주목적보다는 부수적으로 따라오게 될 사랑놀이에 먼저 관심이 갈 수 밖에...


 


이렇게 자연스럽게 주어진 여유 있는 시간은 최대한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게 경제 원칙에도 맞다.


자신이 최근 이모부에 대해 유난히 감정이 불안정해지던 원인을 알게 되자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다.


이제부터라도 막내이모의 주의를 환기시켜 잘 챙기도록 하면 모두가 다시 평안해지고 행복하리라.


민은 그렇게 자신을 합리화시키면서 항공기의 도착을 알리는 안내판 점멸등을 보고 출구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 이모~~~”


“ 미, 민아? 어, 어떻게?”


“ 뭐...시간이 돼서........”


 


사람들 사이에서도 확실히 눈에 띄는 막내이모에게 손을 흔들자 깜짝 놀라는 게 보였다.


그리고는 크게 당황해 하는 모습.....


민은 그걸 전혀 생각지 못했던 일에 반가워서 그런가 보다 하고 넘기려다가,


막내이모의 뒤로 조금 떨어져 서있는 중년남자를 발견하고는 딱 굳어버렸다.


온몸의 피가 싸늘하게 식으면서 머리 속이 새하얘졌다.


 


“ 저...민아...인사 드려...이분은 우리 회사에 도움을 많이 주신 분이야....


  특히 홈쇼핑 일로 정말로 크게 신세를 졌어...


  이번에 패션쇼를 보러 오셨는데 거기서 우연히 만났어...마침 귀국 비행기편도 같아서....”


“ 하하...반갑네...자네 이모에게 이야기는 많이 들었어...그렇게 똑똑하고 재능도 뛰어나다고?”


“ 아, 안녕하세요...”


 


길게 변명을 늘어놓는 막내이모의 말은 솔직히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멍하니 그 중년신사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악수를 청해오자 정신을 차리고 더듬거리면서 인사를 나누었다.


 


“ 하하...그러면 내가 태워주지 않아도 되겠구먼....정 사장 푹 쉬어요...나중에 내가 회사로 가면 보지...


  그리고 민 군...만나서 반가웠네....정 사장의 조카라서가 아니라 개인적으로 자네에게 관심이 많아...


  들은 이야기의 반만 사실이라도 꼭 스카우트를 하고 싶을 정도야....나중에 연락을 한번 주게...꼭~이야...”


“ 네? 네...저도 만나 뵈어서 반가웠습니다...”


“ 사장님...들어가세요....여러 가지로 고마웠어요...”


“ 하하하...뭐~ 서로 돕고 사는 거지....”


 


주차장 입구에서 자신의 차를 찾아 먼저 발걸음을 옮기는 그 사람의 뒷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만 보았다.


 


“ 미, 민아...너 괜히 이상한 생각을....”


“ 배 고프지? 뭘 먹을래?”


“ 으, 응....별로....”


“ 그래? 일단 타....”


“ 으, 응....”


 


최대한 태연한 척하려 하지만 흔들리는 눈빛과 가늘게 떨려 나오는 목소리는 어쩔 수가 없었나 보았다.


남자 못지 않게 당찬데다 대범한 막내이모였지만 안쓰러울 정도로 전전긍긍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민은 그런 걸 보듬어주고 안심시켜줄 상황이 아니었다.


혼란스러움으로 머리 속이 터질 것만 같았다.


그래서 무뚝뚝하게 들릴 만큼 필요한 말만 짧게 하고는 차에 먼저 올랐다.


 


“ 민..아...”


“ ............”


“ 민아....”


“ 으, 응? 미안...뭐라고 했어?”


“ 아, 아니야....”


 


가인은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로 앞만 바라보며 운전을 하는 조카의 옆모습을 훔쳐보다가 조심스럽게 불러보았다.


일 때문에 남자들을 만나면서 위기의 상황에서도 냉정하게 잘만 돌아가던 머리가 지금은 고장이 나버린 것만 같았다.


묵묵히 바라볼 때는 자신의 모든 것이 낱낱이 드러나는 것 같은 두려움을 주곤 하던,


그 동안에 까마득하게 잊고 지냈던 조카의 모습이 이제서야 다시 기억이 났다.


어떤 변명이나 발버둥도 모두 부질없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보통 때 같으면 자신에게 손을 대는 건 물론이고 어쩌면 발가벗겨서 자위를 하는 모습을,


지나가는 차들에게 보여주기를 요구했을지도 모르겠지만 지금은 쳐다보지조차 않는 조카였다.


심장이 조여오는 듯한 두려움에 가인은 눈을 감았다.


그러자 자신도 모르게 한 방울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비행기 안에서 담요 밑으로 만져지며 착륙과 동시에 이어질 뜨거운 향연에 대한 기대로 흠뻑 젖었던 가랑이는,


이미 아까 공항에서 조카와 마주치는 순간 싸늘하게 식어버려 축축한 팬티만이 자신을 비웃고 있었다.


 


 


“ 이모...일단 좀 씻고 편하게 갈아입어....”


“ 미, 민아...”


“ 아무래도 이야기가 길어질 것 같으니까...그렇게 해....”


 


민은 도중에 일산으로 빠져서 호텔로 들어섰다.


그리고는 객실을 잡았다.


아무래도 많은 이야기를 나누어야 하기에 모텔보다는 나을 것 같아서였다.


 


“ 앉아 있어...뭐라도 좀 마시던지...나도 씻고 나올게...”


“ 으, 응....”


 


가인은 간단하게 샤워를 하고서 가운을 걸쳤다.


혹시나 들킬까 싶어서 흥분의 흔적이 잔뜩 남은 팬티는 호주머니에다 쑤셔 넣었다.


이미 모든 걸 숨기기는 글러 버린 것 같지만 그래도 이런 모습을 보여주기가 싫었다.


같이 씻자는 말이 없었던 걸 다행으로 여기면서도 서러움에 눈시울이 뜨거워졌었다.


하지만 곧 자신도 씻고 나오겠다는 조카의 말에 조금은 안심이 되었다.


작은 희망도 놓치고 싶지가 않았다.


흑~ 왜 이렇게 돼버렸을까?


애초에 모를 거라고 기대를 했던 게 너무도 어리석었다.


 


“ 자...이젠 이야기를 해봐...”


“ 미, 민아....”


“ 숨기려 하지 말고....날 똑바로 봐.....”


“ .....알았어....”


“ 처음부터 하나도 빼놓지 말고...알았지?”


“ ...응....”


“ 언제부터야....?”


“ ....그, 그건....”


 


가인은 가운 차림으로 나온 조카의 모습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눈을 감고서 그리라고 해도 손끝만으로도 고스란히 재현해낼 것처럼 너무나 익숙한 저 육체...


생각만 해도 달콤한 느낌과 함께 짜릿한 흥분으로 아래가 축축해지는,


너무나 매끄럽고 탄탄한, 그리고 자신을 울부짖게 만드는 강한 수컷이 저 속에 숨어있었다.


 


하지만 그런 자신의 작은 기대는 곧 산산이 무너져 내렸다.


조카는 정말 편한 상태로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지 자신을 침대로 끄는 게 아니라 맞은 편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는 테이블에다 양 팔꿈치를 대고서 모은 손등 위에다 턱을 괴고는 조용히 말했다.


그러자 온몸에서 기운이 빠져나가며 체념이 들었다.


눈썹 하나도 움직이지 않고 응시하는 저 투명한 눈동자를 도저히 벗어날 수가 없다.


 


모든 걸 포기하고 나자 차라리 떨림이 사라졌다.


될 대로 되라는 자포자기의 심정일까?


아니면 그래도 사랑하는 조카가 자신을 버리지는 않으리라는 막연한 기대 때문일까?


가인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 그러니까...정확한 날짜는 모르겠지만...홈쇼핑하고 계약을 하고 나서...


  몇 가지 추가할 품목의 샘플을 구하기 위해 이태리로 다시 나갔을 때였어....”


 


그렇게 가인의 회상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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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휴~~ 덥네?”


 


이제는 제법 익숙해질 만도 하련만 장시간 비행기를 탄다는 게 육체적으로 많이 부담이 되었다.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아내면서 길거리를 오가는 사람을 바라보았다.


서울의 거리와는 달리 밝은 갈색 피부에다 짙은 밤색의 곱슬머리를 한 젊은 남자들이 유독 많이 눈에 들어왔다.


매번 느끼는 거지만 이태리 남자들은 정말 매력적이었다.


차가워 보이는 북구 쪽 유럽인들과는 달리 다정하면서도 정열적인 야성미가 있었다.


그래서 연인으로는 이태리 남자가 최고라는 말도 있는지 모른다.


 


착 달라붙은 나시 티를 입은 젊은 남자의 탄탄하면서도 매끄럽게 빠진 상체의 근육과 함께,


타이트한 반바지가 왠지 강조를 하는 듯 탱탱한 엉덩이와 소시지 같은 굵은 성기의 윤곽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자신도 모르게 침이 고이면서 아랫도리가 저릿해지는 느낌...


 


그냥 눈이 즐겁고 마음이 흥겹다.


바쁜 와중에 이런 아이 쇼핑(?)의 맛이라도 없었다면 너무나 힘이 들었을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이렇게 탐나는 길거리의 싱싱한 상품(?)들을 구매하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었다.


단지 눈으로 보고 즐길 뿐....이런 게 여행의 별미 중 하나가 아닐까?


 


“ 익스큐즈 미~”


“ 어머?”


 


잠시 멍하니 구경에 넋이 빠져있을 때 갑자기 누군가가 자신의 팔을 당겼다.


너무나 놀란 가인은 짧게 비명소리만 내고서 얼어붙었다.


낮인데다가 길거리에는 사람들이 있기에 방심했었을까?


그 많은 출장 중에도 처음으로 겪는 일이라서 겁에 질리고 말았다.


 


“ ..한국 분이세요?”


“ 네? 네....누, 누구신지?...”


“ 아..죄송합니다...일단 걷죠....제가 조금 후에 다 말씀을 드릴 테니까...아~ 돌아보지는 마세요...”


“ 저...저...”


“ 안심하세요....아무데나 가까운 커피숍에라도 들어가죠....”


“ 네...? 저....저기요...?”


 


갑자기 들려온 귀에 익숙한 언어....


먼 타국에서 우연히 내 고향의 말을 듣는다는 것만으로도 반가울 텐데...


겁에 질려 있던 상황에서 들려온 모국어는 순간적으로 눈물이 핑 돌게 할 정도였다.


그리고 그제서야 자신의 팔을 붙들고는 안다시피 당긴 중년의 남자가 보였다.


 


같은 동포라서 그럴까?


아니면 선해 보이는 남자의 인상이 그런 마음이 들게 했을까?


전혀 모르는 타인임에도 무례하게 자신을 당겨 안은 남자에게 그다지 화가 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어지는 말에는 조금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밑도 끝도 없이 끄는 손길에 엉거주춤하게 딸려갔다.


 


“ 죄송합니다....아까는 좀 급한 마음에...한국에서 오셨어요?”


“ 네...그렇긴 한데...”


“ 하하...정말 반갑습니다...자..일단 제 명함을 받으세요...그래야 조금이라도 안심하실 것 같군요..”


“ 네? 네....”


 


가까운 커피숍으로 들어서 자리에 앉자 주문을 하고서는 남자가 명함을 내밀었다.


㈜ xxx 텍스타일...대표이사...김 상인....


그게 남자의 정체였다.


일단은 안심이 되었다.


주소가 서울인데다가 업체명을 보니 자신과 같은 섬유 쪽의 일을 하는 것 같았다.


 


그렇다면 자신처럼 이곳에 사업차 온 게 분명했다.


하지만 무슨 일일까?


안심이 되면서 점점 궁금증과 호기심이 커졌다.


그러나 그렇다고 자신도 선뜻 명함을 건네기는 내키지가 않았다.


 


“ 하하...제게 명함을 줘야 하나 고민하지 마세요...아직은 저를 잘 모르니 아무래도 당연합니다..”


“ 네...그게...죄송해요....”


“ 제가 죄송하죠...갑자기 놀라게 해드렸으니...”


“ 그런데....도대체 무슨 일로....”


 


큰 언니 또래나 되었을까?


빙그레 웃음을 짓는 선한 눈매가 참으로 편안하게 느껴졌다.


타향에서 만난 같은 나라 사람이라는 이유만으로도 이렇게 호감이 생기는 걸까?


가인은 이미 좀 전에 자신을 놀라게 한 그 무례에 대해서는 별다른 감정이 남아있지 않았다.


단지 그 이유가 궁금할 뿐이었다.


 


“ 아..그게..아까 제가 돌아보지 말라고 했을 때...혹시 뒤쪽에 서있던 남자를 보셨나요?”


“ 뒤쪽에요? 아~ 그러고 보니까....”


“ 네..맞아요....”


 


그러자 문득 기억이 났다.


남자의 말에 얼결에 따라오느라 무심결에 지나쳤지만 왠 외국인이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것 같았었다.


 


“ 그런데요...? 그 남자가 왜요?”


“ 네..그게 아무래도 소매치기 같아서요...”


“ 네? 소매치기요? 어머? 그걸 어떻게?”


 


가인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왠지 의심스러웠다.


 


“ 사실은 그쪽 분이 제가 아는 누군가를 닮아서 저도 모르게 계속 지켜보고 있었거든요?”


“ 제가요?”


“ 네...그러다 보니까 그 남자가 주변에서 맴돌면서 계속 노리는 것 같더군요....”


 


훗~ 과거에 사랑했던 사람과 닮은 여자라....


너무 뻔한 레퍼토리가 아닌가?


이 남자 바람둥이 아니야?


가인은 자신이 가졌던 호감이 조금씩 사라지는 걸 느꼈다.


 


“ 그게 그냥 보통 집시였으면 모른 척을 했을 텐데...그 남자의 생김새가 아무래도 알제리 계 같아서요....”


“ 알제리 계요?”


“ 네...”


“ 집시와 알제리 계가 다른 가요?”


“ 다르죠...왜냐하면 이태리가 옛날부터 소매치기로 유명하지만 대부분 집시들이었죠...


  말 그대로 소매치기...즉...관광객들의 주머니를 노리긴 하지만....들키면 바로 도망을 가요...


  그래서 경찰들도 그렇게 강하게 단속을 안 했어요....


  그런데 요 몇 년 전부터 알제리 쪽에서 불법체류자들이 많이 들어오면서 사정이 달라졌어요...


  걔들은 들키면 바로 칼을 휘둘러요....우리나라의 소매치기들처럼....아주 위험하죠....


  경우에 따라서는 몰래 쫓아와서 해코지를 할 정도니...”


“ 어머? 그, 그러면?”


“ 네....차라리 소매치기를 당하는 걸 모르면 나은데 아무래도 보고 있기가 너무 불안해서 제가 실례를 했어요....”


“ 고, 고맙습니다...저는 그런 것도 모르고....”


 


온몸에 소름이 쫙 끼치면서 등골로 식은 땀이 흘렀다.


그제서야 적의가 가득했던 그 남자의 눈길과 함께,


왠지 가무잡잡하니 이태리 사람과는 조금 달라 보였던 게 확실하게 떠올랐다.


잠깐 의심을 하면서 속으로 비웃었던 게 너무나 미안했다.


 


“ 하하하...아닙니다...이렇게라도 믿어주시니까 다행이네요...


  사실 미인에게 미움을 받는 건 정말로 견디기가 힘들거든요?”


“ 어머? 아니에요...미인이라니....”


“ 하하하...그건 분명한 사실인데요?”


 


가인은 미소를 짓는 남자의 모습에 아까보다 배 이상으로 호감이 커지는 걸 느꼈다.


그리고 왠지 이 남자가 무척이나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아주 잘 생긴 미남이나 성적 매력이 넘치는 게 아닌데도 그런 건,


이곳이 낯선 외국인데다가 동향의 남자라는 점 그리고 결정적으로 자신이 큰 호의를 입었기 때문일 것이다.


 


 


“ 하하하...이것도 정말로 인연인데요? 같은 호텔이라니?”


“ 호호~ 그러게요....덕분에 저도 안심이 되요..솔직히 아까 이야기를 듣고 나니 겁이 났는데...”


 


두 사람은 저녁식사를 같이 한 후에 호텔 바에 앉아서 가볍게 술을 마시고 있었다.


남자가 아까의 소매치기가 걱정된다면서 호텔까지 바래다 주겠다는 걸 사양하자,


낯선 남자에 대한 여자로서의 경계심을 이해했는지 자신의 숙소를 먼저 밝히고는,


그러면 거기까지라도 같이 갔다가 택시를 타고 가라는 말에 깜짝 놀랐다.


같은 호텔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남자의 세심함과 따뜻한 배려에 완전히 경계심이 사라졌다.


 


숙소로 돌아온 두 사람은 저녁식사를 같이 하기로 약속을 하고서 방으로 흩어졌다.


가인은 땀에 젖은 몸을 씻고 옷을 갈아입으면서 자신이 속옷에다 유난히 신경을 쓰고 있다는 걸 몰랐다.


아름다우면서도 너무나 야한 속옷에다 가슴 골과 등이 깊이 패인 드레스를 입었다.


거기에다 은은하게 풍기는 향수와 액세서리까지...


 


“ 저를 닮았다는 분....부인이 아니죠?”


“ 네?...아내요?....하~~ 사실 전 이혼한지가 좀 되죠....”


“ 어머? 죄송해요....”


“ 아닙니다...죄송할 게 뭐가 있나요? 그냥 있는 사실 그대로인데....”


“ 그래도...”


 


가인은 문득 아까 들었던 말이 생각나 물어보았다.


여자라면 누구나 그게 궁금한 게 정상이었다.


하물며 호감을 가지게 된 남자라면 더더욱....


사랑했던 여잘까?


아마 그렇겠지?


 


“ 제 잘못이에요...제가 아내에게 큰 상처를 입힌 거죠....아직까지도 그녀를 잊지 못했으니까...”


“ ..저를 닮았다는...그 여자 분?”


“ 휴~~....그 이야기는 이제 그만 하죠...왠지 분위기가 가라앉는 것 같으니까....”


 


길게 한숨을 쉬면서 우울하게 내뱉는 남자의 말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많이 사랑했던 모양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나를 닮았단다.


 


자신도 모르게 크게 숨을 쉬면서 오르내리는 젖가슴에 닿는 시선을 알아챘다


그리고 그 시선이 불덩어리라도 되는 것처럼 뜨겁게만 느껴졌다.


갑자기 꼿꼿하게 서기 시작하는 젖꼭지....


마치 애무라도 받은 것처럼 발기가 된 꼭지가 브래지어에 닿자 짜릿한 감각이 흘렀다.


그러자 자연스럽게 아래가 욱신거리면서 움찔하고 수축을 했다.


 


 


“ 제 방에서 한잔만 더하고 갈래요? 제가 출장을 올 때마다 자기 전에 한잔씩 마시는 게 있는데....”


“ ..네...주신다면요....”


 


엘리베이터를 타고서는 침묵에 잠겼다.


좀 전까지 즐겁게 떠들고 이야기를 나누던 것과는 달리 좁은 공간에 둘만 남자 그렇게 된 것이었다.


남자가 먼저 층을 누르고 다음에 가인이 눌렀다.


이름은 물론 방의 호실까지도 전혀 묻지 않는 남자의 사려 깊은 면이 드러났다.


 


엘리베이터가 움직이기 시작하자 알 수 없는 초조함이 생겼다.


마침내 먼저 누른 층에서 문이 열리자 망설이던 남자가 말을 꺼냈다.


가인은 무수하게 갈등을 했지만 실제로 그 시간은 무척이나 짧았다.


그리고 그 대답이 뭘 의미하는지를 잘 알면서도 고개를 끄덕이는 순간에야,


자신이 아까 씻을 때 음부를 유난히 세심하게 닦고 속옷 또한 고민해서 골랐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미 자신은 그때부터 이런 일이 일어나기를 기대하고 있었던 것이다.


 


“ 당신은 너무나 아름다워요...저 풍경보다 훨씬 더....”


“ 하아~~”


 


정작 따른 술은 그냥 손에다 들고만 있었다.


창가에 서서 아름다운 야경을 내려다보고 있자 옆으로 다가온 남자가 귓가에다 속삭였다.


뜨거운 숨결이 귀를 간질이자 몸이 부르르 떨리면서 숨이 가빠졌다.


그리고 자신의 잔을 창 턱에다 내려놓은 남자가 가인의 잔도 받아서 옆에다 놓았다.


 


“ 당신의 별빛 같은 눈동자가...이 매혹적인 입술이...그리고 달콤한 향기가 나를 미치게 해요....”


“ 하윽~~”


“ 그리고 이 부드러운 가슴도....”


 


남자가 뒤에서 안으면서 소곤거렸다.


그러자 하체에서 힘이 빠져나갔다.


그리고 가랑이 사이의 축축함도 커졌다.


비틀거리는 자신의 젖가슴을 부드럽게 쥐어오는 손길에 가인은 신음을 토해내면서 와르르 무너져버렸다.


 


그때 남자가 가인의 몸을 돌려세워 입술을 덮쳐왔다.


뭉클하게 들어와서는 헤엄을 치듯이 부드럽게 움직이는 감미로운 혀를 빨아들였다.


그리고는 자신의 어깨에서 벗겨져 내리는 드레스에서 팔을 교대로 빼고는 남자의 목을 안았다.


스르르 흘러내린 드레스가 허리에 걸리자 등을 안은 남자의 손이 브래지어를 풀었다.


방바닥으로 떨어지는 브래지어...


출렁하고 흘러내린 젖가슴을 가득 잡아오는 손길에 비음을 토하며 몸을 꿈틀거렸다.


 


“ 먼저 씻을래요?”


“ 네....그럴게요....”


 


손바닥을 뚫을 것처럼 찔러대던 젖꼭지가 남자의 손에서 해방이 되면서 길고 긴 아찔한 키스가 끝났다.


가인은 상체를 완전히 드러낸 채로 바닥에 떨어진 브래지어를 들고서 옷장으로 가 가운을 꺼냈다.


그리고는 그걸 들고서 욕실로 향했다.


 


“ 하....”


 


그 사이에 이렇게나 많이 젖어있었다는 사실이 너무나 놀라웠다.


조카 이외의 남자에게 이렇게 반응하기는 처음이었다.


이제는 아련하기만 한 형부에게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가인은 아래를 다시 한번 꼼꼼하게 씻고서 가운만 챙겨있었다.


알몸을 감싼 두툼하고 부드러운 천이 피부를 애무하는 것처럼 짜릿하게 느껴졌다.


 


욕실 문 앞에 서서 크게 숨을 쉰 다음에 떨리는 손으로 두근거리며 열었다.


그러자 가운을 꺼내놓고서 의자에 앉아있던 남자의 시선이,


자신의 몸을 샅샅이 훑는 걸 보고는 다시 가랑이가 젖어오는 걸 느꼈다.


마치 모델이 자신을 선보이듯이 남자의 앞을 지나 천천히 창으로 향했다.


여전히 뒤에서 따갑게 느껴지는 눈길....


창 밖의 어두운 거리에다 눈을 고정시켰음에도 아래는 점점 더 젖어오고 있었다.


조금 전에 씻고 나온 게 무색하리만큼....


 


“ 하악~~”


 


언제 나온 걸까?


갑자기 가운을 헤치고 스며든 손이 젖가슴을 쥐어왔다.


마디가 굵은 큼지막한 손이 겉모습과는 달리 너무나 섬세하게 움직였다.


무게를 재는 것처럼 아래쪽에서 받치고는 손가락으로 젖꼭지를 살살 굴린다.


그러자 짜르르한 감각이 번져나가면서 아래로 흘러 가랑이 사이의 깊은 곳을 강타했다.


 


움찔~~


음부가 조이는 느낌과 함께 뭔가 뜨거운 것이 흘러나왔다.


본능적인 반응으로 엉덩이를 흔들자 가운자락 너머로 딱딱한 것이 닿았다.


부르르~~


이번에는 확실하게 수축이 되는 질....


 


“ 아흑~~ 아~~”


“ 많이 젖었군요....”


 


미처 알아채기도 전에 능숙하게 움직인 남자의 손이 끈을 풀었다.


그러자 가운의 앞이 스르르 벌어지면서 속에 숨겨졌던 물오른 여체를 드러냈다.


아랫배를 애무하면서 미끄러져 내려온 손이 저절로 벌어지는 가랑이를 향했다.


빗질이라도 하려는 걸까?


음모를 쓰다듬으면서 부끄러움과 함께 기대로 달아오르게 한다.


 


미끄덩~~


음란하게 젖은 꽃잎을 벌리고서 그 사이로 파묻히는,


굵직한 손가락에다 끈적끈적한 꿀물을 잔뜩 발라주고는 신음을 토해냈다..


 


“ 여기서...이대로...뒤에서 와줘요....이렇게 밖을 내려다보고 싶어요....”


“ 알았어요....정말로 아름다운 여자에요....당신은....”


“ 하악~~”


 


남자의 손이 벗겨 내린 가운이 등을 타고 미끄러져 엉덩이를 스치고는 떨어졌다.


언제 벗은 걸까?


다시 뒤에서 다가온 남자의 몸이 이번에는 뜨거운 기둥으로 엉덩이 사이를 직접 찔러왔다.


가인은 달뜬 목소리로 속삭이고는 창에다 두 손을 짚은 채 다리를 더 넓게 벌리며 엉덩이를 뒤로 내밀었다.


 


“ 아아~~ 앙~~ 좋아~~”


“ 후르릅~~ 후륵~~”


 


그러나 남자는 잔인하게도 자신의 갈증을 바로 풀어줄 생각이 없다는 듯이,


바닥으로 주저앉아 엉덩이를 잡아 벌리고는 얼굴을 가져왔다.


뜨거운 물이 뚝뚝 흐르는 꽃잎 사이를 창처럼 뾰족하게 만 혀가 파고들자 가인은 비명을 토하면서 허우적거렸다.


 


‘ 민아....미안해....’


 


처음에는 맛을 보는 것처럼 조심스럽게 몇 번을 움직이던 혀가,


그걸로는 도저히 양에 안 찬다는 듯이 거침없이 날뛰기 시작했다.


부끄럽게도 꽃잎을 손가락으로 활짝 벌리고는 음핵을 괴롭히던 혀가,


구멍을 찔러 질 속으로 파고들자 부들부들 떨며 왈칵 물을 토해냈다.


 


“ 이제....들어갈 거에요....”


“ 하윽~~ 해줘요..어서 넣어줘요...나를 채워...아아아~~”


“ 크윽~~ 느낌이 너무 좋아요....”


“ 아앙~~ 커~~ “


 


다시 몸을 일으킨 남자가 등에다 입을 맞추면서 속삭였다.


그리고는 녹은 버터처럼 흐느적거리는 꽃잎 사이를 딱딱한 귀두가 문질러왔다.


음부에서 느껴지는 화끈화끈한 감각이 채 몸으로 퍼져나가기도 전에 굵은 불칼이 사정없이 박혀 들었다.


하체를 쪼갤 것처럼 속을 꽉 메우는 근육덩어리에,


가인은 조카에 대한 그리움과 미안함도


그리고 왠지 가슴을 휑하게 만들던 외로움도 모두 잊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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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흑...흑...미안해...미안해...민아...흑...난 정말로 나쁜 여자야....흑....”


 


긴 이야기를 하면서 언젠가부터 젖어 들기 시작한 막내이모의 음성이 결국에 흐느끼기 시작했다.


뭐라고 해야 할까?


가슴이 먹먹해져 오면서 민 역시도 눈시울이 축축해졌다.


괘씸했다.


미웠다.


하지만 한편으로 애처롭고 너무나 미안했다.


 


“ 이리 와서 좀 누워....”


“ 흑흑...민아...내가 밉겠지만....용서를 못 하겠지만...흡~~”


 


좁게만 보이는 막내이모의 어깨를 안고서는 침대로 데려와 눕혔다.


그리고서 안아주자 펑펑 눈물을 쏟는 막내이모의 입술을 덮었다.


울먹이는 소리가 입 속에 갇혀서 웅웅거리고 맴돌았다.


막내이모의 얼굴을 온통 적신 눈물이 짭짤하게 느껴졌다.


 


가운의 허리끈을 풀고서 젖히자 새하얀 나체 아래로 요처럼 펼쳐졌다.


가랑이 사이로 손을 내리자 눈물만큼이나 아니, 그보다 더 많이 젖어있었다.


눈물이 많은 여자는 물도 많다는 속설이 최소한 막내이모의 경우에는 맞는 모양이었다.


미끈한 꽃잎을 헤치고서 구멍 속으로 손가락을 밀어 넣자 가련하면서도 뜨거운 여체가 후들거렸다.


 


“ 흑흑~~ 아~ 흑~ 미, 민아~~~”


“ 이모...나중에...나중에 다시 이야기해....”


“ 아흑~~ 앙~~ 민아...나 너무 밉지? 앙...”


“ 미워...죽이고 싶을 정도로...하지만 너무나 사랑해....이모가 없으면 당장 죽을 것처럼....”


“ 아앙~~ 미안해~~ 미안해~~ 사랑해...아아~~ 해줘~~ 제발~~”


“ 그래....할 거야....이모의 보지에다가 이걸 마구 박을 거야....”


“ 아하학~~ 민이 자지~~ 아~~ 박아~~ 내 보지가 뭉개져도 좋아~~ 난 나쁜 여자니까...아아~~”


 


민은 막내이모의 위로 몸을 올렸다.


그리고는 신열에 들떠서 울음과 신음을 마구잡이로 토해내는 막내이모의 구멍에다 귀두를 맞추었다.


그러자 끝만 닿았을 뿐인데도 막내이모는 당장에 절정에 오를 것처럼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 아하하~~ 아악~~ 가~~ 악~~”


“ 이모~~”


 


처음이었다.


이렇게 삽입만으로 막내이모가 단번에 절정에 오르는 것은....


강하게 끝까지 찔러 넣자 방만하게 벌어져 꾸무럭거리던 질이 마치 항문처럼 꽉 조여오면서 딱딱해졌다.


그리고는 막내이모가 숨이 멎을 것처럼 비명을 토해냈다.


 


“ 아흐흑~~ 아아~~ 또~ 또 와~~ 나...죽어~~ 민아~~ 앙~~”


“ 헉헉~~”


 


푸들푸들 떨던 막내이모가 몸에서 힘을 빼고 축 늘어지자 아프게 조이던 질이 꿈틀거리며 조금씩 부드러워졌다.


그리고 민이 다시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하자 방안이 쩌렁쩌렁 울리게 비명을 질렀다.


 


 


“ 휴~~ 미안해...이모...모두 나 때문이야....”


 


연이은 두 번의 사정 동안 막내이모는 목이 쉴 정도로 비명을 질러댔다.


그리고는 씻지도 못하고 지쳐서 골아 떨어졌다.


새하얀 몸의 여기저기가 울긋불긋해서는 넓게 벌린 가랑이 사이로 허연 액이 잔뜩 묻은 음란한 모습.....


민은 그런 막내이모를 물끄러미 지켜보다가 몸을 일으켜 담배를 찾아 불을 붙이고서 의자에 앉았다.


 


공항에서 그 남자를 보는 순간에 확신했다.


이미 두 사람은 깊은 관계라고....


하지만 그걸 전적으로 두 사람만의 탓으로 돌릴 수가 없었다.


그리고 막내이모의 모든 이야기를 듣고 나서도 마찬가지였다.


가슴이 찢어지고 심장이 터지는 것 같은 질투를 느꼈지만 도저히 욕을 하고 화를 내지는 못했다.


그건 누구에게도 말을 못하는 자신만이 아는 이유 때문이었다.


 


김 상인....


그 이름은 자신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좋은 사람인 걸 알면서도 미워할 수 밖에 없는...


하지만 그렇다고 어떻게 할 수도 없는.....그건 바로 엄마와 재혼을 했던 새 아버지였던 것이다.


 


“ 후욱~~ 휴~~”


 


엄마와의 연관성을 끊어버리려고 막내이모 혼자서만 사업을 하게 일을 꾸몄었다.


그리고 그걸로 모든 게 끝난 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운명과 인연의 고리란 건 아주 오래 전부터 정해져 있었던 걸까?


내 욕심에 순리를 역행해서 억지로 뺏어오면 그 대가로 뭔가를 쥐어주어야만 한단 말인가?


고개를 들어 먼 하늘을 쳐다보았다.


그러자 양팔 저울을 손에 든 누군가가 내려다보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왼쪽 저울의 접시에서 하나를 빼서 오른쪽에다 올리고는 저울이 기울기 직전에,


다시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뭔가를 옮기느라 정신 없이 바쁜 모습이 보이는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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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시간 여유가 돼서 12시가 넘지 않았지만...한편을 또 올립니다...

뭐...내일 다시 한편이 올라갈지 아니면 모레 새벽에 올라갈지는 아직....

 

예고를 해드렸다시피...역행의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제가 전에 몇 번 언급을 했지만...역행...이란 제목이 단순히 주인공이 과거로 시간을 역행했다는 것만 아니란 게 이제 나오죠...

인과의 순리를 역행하고...그럼으로써 결과 또한 뒤집어지는....

엄마와 이모의 바람기나...네토라레...라고만 말하기는 조금 곤란하겠군요....

어쨌던 역행은 계속될 겁니다...

그리고 결말이 슬플지 행복할지는 아직 말씀을 못 드리겠군요...

그건 끝까지 지켜보셔야만 알 것 같다는 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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