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오정... 햇볕 들 날 있다(1)
마흔 다섯인 종두는 눈치 없이 복숭아를 입에 넣곤 우적우적 씹어 먹자
함께 앉아 있던 마누라가 한심하다는 듯이 쳐다 보다가 기어코 한 마디 한다.
[ 당신은 회사에서 잘리고도 복숭아가 목에 넘어가? ]
[ 그럼… 회사 잘렸다고 복숭아도 못 먹어? ]
종두가 갑자기 왜 그러냐는 듯 오히려 눈을 둥그렇게 뜨고 쳐다보자
마누라는 할 말이 없다는 듯 한숨만 내 쉬는데 장모님이 옆에서 한마디 하신다.
[ 살다 보면 이런 일 저런 일 있는데 장서방이 잠시 쉰다고 말을 그렇게 하면 못써! ]
[ 그렇죠? 장모님? 이제 한 달 밖에 안되었는데…. ]
옆에서 역성을 들던 장모님도 능청스런 사위를 보곤 가볍게 한숨을 내 쉰다.
뭔 배짱으로 저러는지…
두 사람의 한숨에 종두가 넉살 좋게 한 마디 더 한다.
[ 그렇지 않아도 따분한 직장 그만 두려고 했습니다. 오히려 잘 된 거죠… ]
[ 잘 되긴 뭐가 잘 되었다고….! 뭔 배짱으로 저러는지 몰라! ]
마누라의 말에 장모님은 다시 마누라 영순에게 눈치를 주더니 뻔뻔한 사위 말에 웃음을 지으신다.
[ 훗… 그래야 장서방이지! 그래! 잘 되겠지 뭐. 복숭아 많이 들게나. ]
[ 네… 장모님도 드세요. ]
종두가 장모님에게 하나 드리고 자신도 복숭아를 집어 들었다.
처가에 더 있다가 온다고 하는 마누라를 남겨 두고 나온 종두는 큰 소리를 치긴 했지만 내심 걱정되는 것은
사실이었다. 잘 나가던 건설사에 있다가 경기가 좋지 않아 어떻게든 회사에서 정리를 해야 하는데 자신이
맡은 사업장도 별로 실적이 좋지 않아 눈치도 보이고 하여 덜컥 사표를 제출한 것이다.
어차피 잘릴 바에야 내 스스로 나가야겠다는 생각에…
그러고 보면 자신이 지금껏 뭐 하고 살았나 하는 생각이 들어 자신이 한심해 보였다.
벌써 16년 이상 있었던 직장에 큰 애착이 없는 것을 보면 처자식 먹여 살리느라 할 수 없이 직장을 다니고
있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참 바보스럽게 살았다는 후회가 되기도 한다.
퇴직금이 있긴 하지만 한 달 놀다 보니 이렇게 가다간 곶감 빼 먹듯이 빼 먹을 게 뻔하고
나중에는 아무 것도 남지 않을 것 같은 두려움이 생기기도 한다.
또한 직장 다닐 때는 술집이며 하청업체며 귀찮을 정도로 전화가 뻔질나게 오더니 그만 두고 나니 며칠간
반짝, 위로 전화가 오다가 이젠 하루 종일 있어도 잘 울리지 않는다.
외로우면서도 앞으로의 걱정에 한숨이 흘러 나오는데 바지 안에 있던 핸드폰이 진동하여 보니 그녀였다.
‘ 저에요. 통화 가능해요? ‘
‘ 응… ‘
‘ 오늘… 좀 만나요… ‘
같은 회사에 근무하던 김민영이었다.
사내에서 애인관계였던 그녀였지만 그가 회사를 그만 두고 나선 연락도 뜸하더니 전화가 온 것이다.
탐스럽고 육감적인 허벅지를 뒤틀면서 그를 받아 주고 있는 민영의 얼굴에 땀방울이 맺혀 들면서
팔로 그의 등을 꽉 껴 안는다.
[ 아~~! 부…부장님~~~! ]
더운 날씨에 에어컨이 돌아 가는데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엉켜서인지 두 사람의 몸에서는 땀이 흘러 내렸고
민영이 달뜬 신음성을 내고 꿈들 대며 하체에서는 끊임없이 애액을 흘려 내었다.
마침내 민영이 절정에 다다르자 종두도 천천히 멈추었다.
절정에 다다른 뜨거운 여운이 방안을 감싸 돌았다.
[ 부장님…. 안 쌌죠? ]
[ 응…. ]
[ 부장님은 섹스 머신 같애~~! ]
그를 흘깃 보던 민영이 그의 품에 육체를 꿈틀거리며 애교스럽게 안겨 들었는데
아마 이런 그녀의 애교 때문에 지금껏 이 여자를 만나 왔던 것 같았다.
잠시 그렇게 있던 민영이 조금 뒤 고민하는 듯 하다 망설이며 이야기를 한다.
[ 부장님… ]
[ 응? ]
[ 나…. 시집갈 것 같아요…. ]
[ 시집? ]
[ 응…. 사귀던 남자가… 자꾸 결혼 하재요….]
민영을 바라 봤다. 서른인 그녀도 이제 결혼할 나이가 되었겠지….
그러고 보면 한 달 사이에 참 많이 알고 지내던 사람들이 멀어져 가는 것 같다.
[ 미안해요… 이제 더 못 만날 것 같아요… ]
정말 시집을 가는지 어떤지는 몰라도 아무튼 민영도 자신을 떠나고자 하는데 무슨 말이 필요할까…
[ 그래…. ]
종두의 긴 늘어진 대답에 민영이 그를 쳐다 보곤 말한다.
[ 부장님 싫어서가 아니에요… 사실… 부장님만큼 저를 만족시켜 준 남자는 없었어요… ]
[ 그런가….. ]
샤워를 하고 나서기 전 민영이 다시 그의 품에 안긴다.
[ 부장님. 미안해요… ]
[ 아냐! 민영이도 이제 행복을 찾아야지… 그 동안 고맙고 즐거웠어… ]
[ 저도요. ]
마침내 남아 있던 그녀마저 자신의 곁을 떠난다.
회사를 그만두고 나니 모든 것이 뒤틀린 듯 했다.
하지만 살아야 하고 처자식도 먹여 살려야 하니 뭐든 하긴 해야겠는데…
종두는 오마조마한 마음으로 앞에 앉은 그녀를 바라 봤다.
용하기로 소문난 계룡산 할미인데…
[ 쯧쯧… 그 동안 발을 잘못 담그고 있었어! ]
[ 발을 잘못 담그다니요? ]
[ 팔자에 아닌 일을 하고 있었단 말야! ]
[ 팔자가 아닌 일이라뇨? 그럼 제 팔자는 어떤 팔자인지………? ]
종두가 궁금한 듯이 묻자 계룡산 할미는 뭔가 종이에 적어가며 설명을 하긴 하는데 무슨 말인지 잘
모르지만 아무튼 그리 좋지 않은 팔자는 아닌 모양이다.
[ 그럼 무슨 일을 하면 좋…을까요…? ]
눈치를 보며 묻자 계룡산 할미가 한 마디 툭 던진다.
[ 사람들을 많이 상대하면 성공할 팔자야! ]
[ 사람들을 많이 상대하면…? 그런 것이 뭐가 있을까요? ]
[ 아… 그걸 왜 나한테 물어? 본인이 찾아 봐야지… ]
딱히 뚜렷한 대답을 듣지 못하고 일어서면서 종두는 내심 비싼 복채가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거라면 애들 피자라도 여러 판 사 줄 건데….
인사를 하고 돌아서는데 계룡산 할미가 한 마디 더 던진다.
[ 사람들 많이 상대하란다고 계집 많이 상대하라는 건 아니야. 쯧쯧... 난봉끼는 있어서…. ]
그 말에 종두는 얼굴을 붉히면서 민영이 문득 생각났다.
[ 나… 며칠 여행 좀 다녀 올게! ]
[ 여행? ]
[ 응… 뭘 할까 생각도 좀 해 보고…. ]
눈치를 보자 마누라는 회사 잘린 판에 무슨 여행이냐는 듯 쳐다 보다가 하고 싶은 대로 하란다.
그래도 심성이 착하고 심지가 굳은 마누라가 이럴 때 보면 고맙기도 하다.
[ 나…. 당분간 언니 가게에서 일 좀 도와 주기로 했어… ]
[ 뭐? 또 한단 말야? ]
[ 그냥 심심도 하고… ]
말꼬리를 늘이는 마누라이지만 자신이 백수이기 때문에 영순이 다시 처형 의류 매장에서 일하려고
하는 것을 안다.
종두의 얼굴이 시뻘개졌다.
자신의 무능 때문에 마누라가 다시 일을 나가야 한다는 것에 자존심이 상해서였다.
비로소 자신 역시 신문에 오르내리는 사오정이 된 것을 뼈저리게 실감하게 된다.
무작정 버스를 올라타고 강원도며 경상도며 며칠간 낯 설은 여행이랍시고 떠 돌아 다녀도 딱히 마땅한
것이 떠 오르지 않는다.
자신의 심사를 아는지 모르는지 푸른 바다는 어제도 그랬듯이 오늘도 파도를 넘실거리며 그 수평선을
그에게 마저 다 보여 줄 수 없다는 듯 그의 접근을 차단하는 듯 하다.
버스를 타다, 걷다가, 때로는 경운기를 얻어 타기도 하면서 다니다 보니 대구에 다다랐고
곧 번잡한 도심의 분위기에 질색하며 열차표를 끊었는데 비싼 특실밖에 남지 않았단다.
열차 시간이 다 되어 부리나케 뛰어 올라 가 마침내 자신의 자리를 찾았는데…
창 쪽으로는 한 여자가 앉아 있었다.
서른 후반이나 되었을까? 아님 마흔 초반이나 되었을까?
귀티 나는 차림에 단정하게 입은 치마 아래 흰 다리가 그 나이에도 매끈해 보인다.
그녀도 힐끗 그를 쳐다 보자 종두는 가볍게 목례를 하곤 가방을 얹어 놓고 앉았다.
가벼운 화장품 내음이 기분 좋게 와 닿는다.
잠을 청해도 오지 않는다. 이미 텁수룩하게 자란 수염이 몸에 닿으면 까칠함이 느껴진다.
전화가 울린다.
회사 동료로 있던 친구였다. 열차 내부이기 때문에 자그마한 소리로 통화를 했지만 이야기를 하다 보니
옆에 앉은 그녀에게 자신의 모든 것이 드러나는 것 같아 좀 부끄러운 생각이 들어 일어나 나갔다.
한참만에 돌아 와 그녀를 다시 힐끗 보고는 지나가는 열차 내 커피 아가씨에게 두 잔을 달래서
옆에 앉은 그녀에게 건네니 고맙다며 목례를 하고 컵을 받는데 손가락이 가늘다.
한 모금 마시던 그녀… 커피에 대한 답례랄까?
[ 어디… 여행 다녀 오세요? ]
이미 전화 통화를 다 들어 자신이 백수임도 알고 있는 그녀다.
[ 네… 백수가 되어 며칠 떠돌아 다녔어요… ]
[ 그러셨구나… ]
종두 역시 인사치레라도 한 마디 안 할 수가 없었다.
[ 어쩐 일로…? ]
[ 네. 강의가 있어서 다녀가는 길이에요. 분교가 있거든요… ]
[ 네~! 그럼 대학 교수 분? ]
[ 호호… 교수는 아니고… 전임 강사 정도에요. ]
[ 대단한 분이시네요. ]
이야기를 조금씩 하다 보니 처음의 어색함은 조금 사라지고 열차는 추풍령을 지나고 있었다.
종두는 하다 보니 자신의 처지나 계룡산 할미가 이야기했던 것까지 늘어 놓았다.
[ 호호… 점도 보세요? ]
[ 답답하니까 그런 거죠… ]
[ 네… 하긴… 이해 되요. 실은 제 남편도 전에 백수가 된 적이 있었어요… ]
[ 그러셨어요? ]
[ 네에… 옆에 지켜 보는 사람도 힘든데 본인이야 오죽하겠어요?]
다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 그녀가 슬며시 물어 본다.
[ 사람을 많이 상대하는 업종이라면… 음식점이나 슈퍼마켓 같은 것인데…. ]
[ 슈퍼마켓이요? 하하… 요즘 할인점이 많은 세상에 구멍가게 해서 뭘 하게요? ]
[ 어머! 아니에요. 슈퍼마켓이 큰 것도 많아요. 그리고 영업도 잘 되고… ]
알고보니 소비자학을 전공한 그녀가 슈퍼마켓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해 주니 종두는 생각이 바뀌었다.
‘ 어? 이거… 그러고 보니 장난 아니네?! ‘
귀를 쫑긋 세우고 열심히 듣던 종두의 머리에는 관련된 사람들이 하나 둘씩 떠 오른다.
어느덧 서울에 가까이 오자 종두는 그녀와 이렇게 헤어지는 것이 내심 아쉬워서 명함을 달라고 하니까
그녀가 망설임 없이 명함을 꺼내어 건네 주자 종두도 지나간 명함을 건네 준다.
‘ 이 혜란’
내릴 때 그녀가 웃으며 한 마디 한다.
[ 처음엔 무뚝뚝해 보이시더니 성격도 밝고 좋으신 것 같은데 잘 되실 것 같아요… ]
그런 그녀가 고마웠다.
여행 뒤에 종두가 다시 활기차게 돌아 다니자 아내 영순은 뭘 하는 지는 몰라도
아무튼 남편이 힘내어 그렇게 다니니 안심이 되는 듯한 표정이다.
[ 뭐….. 정했어? ]
[ 아니… 벌써 뭘… ]
[ 부담 갖지 말고… 천천히 알아 봐요… ]
처음 직장 그만 둘 때와는 달리 이제 말 조심 하는 마누라다.
괜히 종두에게 재촉하는 것으로 비쳐질까 봐 영순이 말을 얼버무리자 종두는 그런 아내를 슬며시 안으니
샤워를 해서인지 은은한 내음이 나는 것이 좋았다.
그의 손이 젖가슴과 엉덩이를 만지자 몸을 비틀던 영순은 그가 엎드리게 하자 얼굴을 약간 상기시키면서도
시키는 대로 엎드렸고 종두가 치마를 걷어 팬티를 걷어 내니 유난히 풍만한 둔부와 도톰한 둔덕이 드러난다.
다른 여자보다 더 풍만한 둔부를 가진 영순이었기에 처음 볼 때부터 종두의 눈이 그녀 엉덩이에 갔었다.
입을 대어 핥다가 커다란 물건을 집어 넣자 영순이 신음을 내며 그를 받아 들였고
종두는 오랜만에 마누라의 질에 물건을 넣으며 쾌감을 맛본다.
직장을 그만두고 그 많이 마시던 술을 별로 마시지 않고 담배까지 끊으니 예전 팔팔하던 그의 물건으로
돌아가 질 속을 강하게 파고 들자 마누라는 입을 크게 벌리고 신음을 내뱉는다.
[ 도…돈 못 벌어다 줘서 밉지? ]
[ 아…아니~! 하아~~! 도…돈 못 벌어도 되니…이…이렇게 매일 박아 주기나 했음 좋겠어~~! 아~~! ]
직장 다닐 때는 술 마시랴, 출장 다니랴, 그리고 민영을 안느라 자주 안아 주지 못했던 것 같다.
오랜만에 부부가… 뜨거운 사랑을 불태웠다.
이곳 저곳 알아 보니 식당은 어려울 것 같았다. 투자비도 적지 않은 데다가 요즘 불황이라 매출도 대부분
감소해 쉽지 않을 것 같아 일찍 포기하고 슈퍼마켓을 알아 보러 다녔다.
자신이 가졌던 생각보다는 장사가 잘 되는 것 같아 문득 이혜란, 그녀가 떠 오른다.
그렇게 움직이니 기대감 때문인지 다시 예전의 종두로 되돌아 왔다.
[ 야! 적당한 물건 하나 내 놔 봐! 아파트 많고 지하층 평수도 넓은 걸로! ]
[ 이런 억지가 어디 있어? 갑자기 200평짜리 매장을 내 놓으라니? ]
[ 이봐. 송부장. 나도 슈퍼마켓이라도 하며 먹고 살아야 될 거 아냐? 그러니 빨리 내가 이야기 한 조건에
맞는 거 하나 알아 봐 줘. ]
[ 허…참! 그럼 1층은 안돼? ]
[ 안 되긴… 비싸서 그렇지. 그런 물건 있어? ]
[ 누가 있대? 알아 봐야지… ]
암튼 송부장에게 윽박지르듯 부탁을 하고 나니 다음은 실제로 어떻게 장사를 할 것인가 하는 것이 문제였다.
‘ 제일 빠른 것은 경험 있는 사람을 채용하는 건데… ‘
그렇지만 평생 건설회사에 있었던 사람이 어떻게 슈퍼마켓 경험자를 찾느냐 하는 것이 문제라 광고라도
내 볼까 하다가 지금 매장도 열지 않았고 또 믿을 수 있는 사람인지 아닌지 모르기 때문에 그것도 좋은
방법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접었다.
마누라와 처형에게 부탁을 해 봐도 의류 쪽이라 슈퍼마켓을 경험한 사람이 없는데 송부장한테서 연락이
왔다.
[ 우리 00 사업장 알지? ]
[ 응… ]
[ 거기 상가 분양이 잘 안되어서… 지하가 안 나갔는데 회사에서 우선 임대 주기로 했어. ]
[ 그…그래? ]
[ 응… 생각 있어? ]
[ 당장 가 봐야지… ]
송부장과 함께 가 보니 지하라 해도 반지하 형태이고 또 계단을 타지 않아도 1층에서 진입할 수 있어
좋아 종두는 단박에 마음에 들었다.
주변도 아파트가 많은 지역이라 딱 안성맞춤이었다.
행여 다른 사람이 채 갈까 싶어 얼른 송부장에게 하겠다고 하니 본사에 바로 통보를 하였고
종두는 이제 두 번 다시 가 볼 일이 없을 것 같은 회사를 찾아 갔다.
알고 있던 직원들이 반가이 맞아 주었고 그의 처지가 남의 일 같지 않았는지 조금이라도 그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이끌어 주니 처음 예상했던 것보다는 좀 더 좋은 조건으로 계약했다.
이제 일을 저질러 놨으니 어떻든 해결해야 했다.
집에 돌아가 슬며시 계약서를 마누라에게 내미니 무엇이냐는 듯 의아해 하며 계약서를 펼쳐 봤다.
이미 그가 슈퍼마켓을 하겠다는 것을 알고 있는 마누라인지라 그것을 가만히 보더니 묻는다.
[ 돈은…? ]
[ 퇴직금하고 융자 좀 내고…. 그래도 좀 모자라는데….. ]
[ 어떻게 할 거야? ]
종두는 맘 속에 있던 말을 꺼냈다.
[ 이 아파트… 팔까? ]
마누라의 안색이 바뀌고 종두는 찔끔한다.
[ 아…안되면 어쩔 수 없고….. ]
다시 눈치를 봐도 마누라 영순이 아무 말도 없으니 더 불안해지는데…
[ 성공할 자신… 있어? ]
[ 그..그럼! ]
[ 정말이지? ]
[ 그…그래….! ]
[ 그럼 한 번 생각해 봐… ]
마누라가 이처럼 쉽게 나올지 몰랐다.
그런데 의외로 마누라가 그렇게 나오는 이유를 알 수 있었는데 티브이를 볼 동안 처형과 통화하는
마누라의 이야기에 그 이유가 있었다.
몇 년간 가격이 많이 오른 아파트인데 떨어질 조짐을 보이고 있단다.
그래서 팔까 말까 망설이고 있는 중이었단다.
[ 당신 망하면… 나하고 애들은 길거리에 나가 앉아야 하는 거 알지? ]
마누라 영순이 입술을 벌리고 그의 귀두를 핥으면서 다시 한 번 다짐을 받으려 하자 종두는 다리를
벌리고 내려다 보면서 당연하다는 듯이 대답한다.
[ 그러엄~~! 내 꼭 성공할게! 고마워~~! ]
아파트를 팔아도 된다는 마누라가 더 없이 고맙게 느껴져 머리를 만져주자 영순이 힐끗 그를 올려다 본다.
[ 고마운 줄은 알아? 어느 마누라가 살고 있는 아파트를 팔아 슈퍼마켓 한다는 데 쓰라고 하겠어?
더구나 이렇게 백수인 남편 좆까지 빨아 주고~~! 알아~? ]
[ 아…알아~~! 아~~~! ]
종두가 대답을 하고 그녀의 애무에 입을 벌리며 신음을 내자 마누라 영순의 혀가 더욱 부지런히 움직여
그의 커다란 기둥을 샅샅이 핥아 준다.
일을 저질러 놓았다.
아파트를 내어 놓았고 또 중소기업청에서 하는 매장오픈 강좌를 듣고 한편으론 사람을 구했는데
하는 일과 관련된 사람 빼곤 별로 아는 사람도 없는 지라 고민이 이만 저만이 아니었다.
그러다가 문득… 그 여자가 생각났다.
‘ 여보세요? 이혜란 선생님 되시죠? ‘
‘ 네… 그렇습니다만… ‘
‘ 명함보고 전화 드렸습니다. 장종두라고 합니다. ‘
‘ 장종두씨…? 죄송해요… 잘 생각이 나지 않는데… ‘
아마 당연한 일일 것이라 생각이 나 저번에 열차를 타며 만났던 일을 이야기 하자 비로소 기억이 나는 것
같았다.
‘ 네….네! 이제 기억나요… 그런데 어쩐 일로…? ‘
종두는 슈퍼마켓을 하기로 결정했고 또 매장 계약까지 했다는 것을 이야기 하자 잘 되었다며 맞장구를
쳐 주는데 사실 사람을 구하는데 어려움이 있다며 이야기를 하고 또 어떻게 시작해야 할 지 모른다는 것을
솔직하게 털어 놓았다.
그녀를 학교 근처에 찾아가 카페에서 만났는데 열차에서 보았던 그녀가 기다리고 있었다.
서로 인사를 하고 종두는 거두절미하고 다시 자신이 어려움에 봉착한 현실을 이야기 했다.
[ 음…. 사실 제가 강의를 하고 있어도 가끔 할인점 일을 좀 봐 줬어요… ]
[ 그…그러세요? ]
[ 네. 그러니까 사람 구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거에요… ]
[ 휴… 다행이다! 얼마나 마음 졸였던지!! ]
종두가 긴장의 끈을 늦추고 긴 숨을 내쉬며 커피를 마시자 그녀가 살짝 웃는다.
[ 훗! 덩치를 보면 대범하신 것 같은데… 안 그러신가 봐요…? ]
[ 휴… 말도 마세요. 지금껏 직장생활만 해서 아무것도 몰라 얼마나 긴장이 되던지… 이거 해서 망하면
집에서 쫓겨 나는데 대범할 수가 있어야죠! ]
[ 호호… 망하면 쫓겨 나세요? ]
[ 그럼요! ]
대답을 하던 종두는 맞은 편에 앉은 그녀를 보고 문득 한 가지 생각이 떠 올랐다.
[ 참! 선생님은 할인점 일도 봐 주셨다고 했죠? ]
[ 네…근데 왜요? ]
[ 그럼… 제 슈퍼마켓 일도 봐 주실 수 있으시겠네요?........ 너…무….작…으려나….? ]
종두가 눈치를 보며 말을 늘어뜨리자 그녀가 입을 가리고 웃는다.
[ 작고 큰 게 어디 있어요? 봐 드릴 수는 있지만… 비용이 좀 드실 건데요? ]
[ 아 그거야 당연한 거죠! ]
그녀도 수입이 들어 오는 일이라 승낙을 했고 그녀가 추천해 준 두 사람을 만나 보았다.
두 사람 다 인상도 괜찮고 믿을 수 있을 것 같아 채용하기로 했는데 한 사람은 매장 담당 부장으로,
나이가 적고 경험도 적은 사람은 일반 직원으로 했다.
아파트가 팔렸고 들어 오겠다는 사람이 좀 빨리 들어 왔으면 해서 마누라 영순도 여기 저기 전세를 알아
보러 다니다가 비교적 마음에 드는 곳에 전세를 구했다.
마음을 먹고 나니 일은 아주 빠르게 진행되었고 회사에 보증금을 다 건네 주기 전에 인테리어에 들어 갔다.
거기에서부터 이혜란씨는 상품 진열이며 인테리어 등에 의견을 개진했고 김부장의 의견도 적극 받아 들였다.
[ 여기 이걸로 하면 비용이 많이 들어 가는데… ]
두 사람이 서로 의견을 나누며 고민을 하는 듯 하자 옆에 있던 종두는 두 사람이 하고 싶어 하는
인테리어를 보곤 입을 열었다.
[ 그럼 그걸로 해요… ]
[ 비용을 좀 따져 보고… ]
[ 따져보고 말고 할 것도 없어요. 어차피 마음 먹은 건데… 그리고 비용은 상관 마세요.
그건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까짓 것 뭐… 하고 싶은 거 해야죠! ]
인테리어 업체야 건설회사에 있을 때 잘 아는 업체라 가격 후려치기는 쉬울 것이다.
[ 그럼 인테리어는 되었고…. 사장님. 배달할 오토바이하고 트럭도 사야 하는데요? ]
[ 오토바이? 트럭? 사야지! 사지 뭐! ]
그의 무관심한 듯이 내뱉는 말에 두 사람이 그를 쳐다 본다.
[ 사장님! 비용도 좀 따져 보고… ]
[ 어차피 일 시작하기로 하고 김부장이 들어 왔으니 알아서 하겠지! 맘대로 해! 대신…. ]
[ 대신…? ]
[ 나도 배달할 테니 배달할 사람은 생각보다 한 사람 덜 채용해도 돼! ]
[ 하하… 사장님도! ]
[ 웃기는! 어차피 일 시작한 거… 처음부터 해야지… ]
[ 그럼 인테리어 비용하고 트럭 문제도…. ]
[ 쓸 때는 쓰고 아낄 때는 아끼자고… 응? ]
[ 네… ]
[ 훗! 그러다 잘 안되시면 어떡해요? ]
[ 잘 안되긴 왜 잘 안돼요? 여기 두 분이 계시는데… ]
종두가 무슨 걱정이냐는 듯 태평이자 두 사람은 서로를 쳐다 보며 어처구니가 없는 듯 입을 벌린다.
김부장이 일보러 나가자 이혜란씨가 그를 보며 묻는다.
[ 원래 그렇게 일 처리 하세요? 저 번에 열차에서나, 저 만나러 오실 때는 안 그러셨는데? ]
[ 그 때야 앞이 캄캄해 안 보이니까 그랬죠… 이미 결정했고 이제 시작했으니 망설일 거 뭐 있어요? ]
[ 호호… 어떻게 보면 장사장님은 직장보다 사업 체질이 더 맞으실지 모르겠네요… ]
웃으며 말을 하는 그녀를 보고 종두가 정색하며 한 마디 한다.
[ 그런 건 잘 모르겠고…이거 해 보니까 모 아니면 도라 겉으로는 태평해도 속은 시커멓게 타는 거 있죠? ]
[ 너무 솔직하시다?! 다 그렇죠 뭐…. ]
[ 빚더미에 올라 앉아 시작하는 거니까 선생님이 꼭 성공하게 만들어 주셔야 해요? ]
[ 어머~! 이거 너무 겁나네요! 저한테 너무 부담 주시는 거 아녜요? ]
[ 하하…부담 가지시라고 드리는 말씀이에요! ]
[ 어머나! 훗… 이거 이렇게 앉아 있을 수가 없네… ]
그녀가 일어서자 종두 역시 일어나 계산을 치렀는데 옆에 있던 그녀에게서 은은한 화장품 내음이 다가 온다.
열차에서 맡았던 내음과 비슷할까…
카드를 내맡기고 그녀를 슬쩍 봤다.
그 동안 그녀를 몇 번 만났어도 인생의 갈피를 잡지 못할 때라 인식하지 못했는데 여유를 찾고 지금 보니
새삼 자신이 처음으로 그녀를 자세히 본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른 후반에 비록 뛰어난 미인은 아니래도 인상 좋은 얼굴에 몸매 역시 그 나이에 어울릴만한 몸매였다.
비록 적잖은 비용이 들어가지만 이혜란 선생에게 일을 맡긴 건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혜란 선생이 할인점 일할 때 알았다고 하는 김부장인지라 두 사람 손발이 척척 맞았고
덤으로 거래업체 등도 쉽게 뚫을 수 있었다.
낮에는 영순이 어찌 진행되는지 보려고 처형 매장에 있다가 잠시 다녀갔는데 마침 일을 돌봐 주고 있던
이혜란선생과 김부장 등도 함께 인사를 했다.
종두가 보기에 영순이 은근히 이혜란 선생을 탐색하듯이, 경계하듯이 살펴 보는 듯 하는데
이야기를 나누는 그녀의 얼굴에는 내색하나 없이 웃음이 가득하다.
[ 사모님이 참 미인이시네요… ]
이혜란 선생의 말에 영순이 뭐 그러냐는 듯 말을 하면서도 기분은 좋은 듯 어깨를 으쓱인다.
‘ 하여튼 여자들이란… ‘
종두는 내심 혀를 끌끌 찬다.
그 날 저녁…
일을 시작한 지 제법 되어 그냥 넘어 갈 수 없고 해서 이혜란씨, 김부장 그리고 최과장과 함께
술을 마실 기회를 가졌다.
[ 이거 고생이 많으신데 술 한 번 대접 못해 드렸네… 자 마십시다! ]
술잔을 비우고 나서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근데 예전부터 느낀 거지만 이선생과 김부장이 참 허물없이 지낸다는 궁금증이 있었는데 술 마시는 데서도
그런 터라 종두가 참지 못하고 물었다.
[ 호호… 그게 궁금하셨어요? 여기 김부장…. 제 이종 동생이에요 ]
[ 네? 그럼 이종사촌이란 말이에요? ]
[ 네. 큰 업체에 있는 것을 강제로 제가 끌고 온 거니까 제 은공 잊지 마세요! ]
[ 제 뭘 믿고? 김부장도 단단한 직장 버리고 날 뭐 믿고 우리 슈퍼로 온 거야? ]
[ 누나가 시키는데요 뭐. 보기에는 누나가 좀 여자 같아 보여도 어찌나 고집이 세고 자기 마음대로… ]
[ 얘! 내가 언제? ]
이혜란 선생이 눈을 치켜 뜨며 말하자 김부장이 슬며시 그녀 눈을 피하며 입을 얼버무린다.
하여튼 두 사람이 인척간이라니 더 믿고 일을 맡길 수 있었으며 새삼 김부장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술을 한 두잔 하다 보니 개인적인 이야기도 도마 위에 오르고…
[ 사장님. 최과장 가을에 장가가야 하니 슈퍼 잘 운영하셔야 해요? ]
[ 최과장 장가 가? 하하… 이거 미리 축하해 줘야겠네! ]
[ 좀 늦었습니다. 벌써 서른 넷인데 이제야 장가를 가게 되다니… ]
머리를 긁적이는 최과장에게 다시 축하한다는 이야기를 하며 꼭 슈퍼를 잘 운영하겠다고 다짐한다.
술이 얼큰하게 되자 이번에는 김부장이 이혜란 선생을 걸고 넘어진다.
[ 누님! 누님은 적적하겠수? 매형도 그 나이에 무슨 유학이라고… ]
[ 얘는…. ]
괜히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며 술잔을 입에 살짝 댄다.
[ 유학 중이시라뇨? ]
[ 전에 말씀 드린 적 있잖아요? 남편도 백수가 된 적이 있다고… 그 뒤에 마저 박사 학위까지 딴다고
공부하러 갔어요 ]
[ 네… 대단하시네요… 이 나이에 백수 되어 슈퍼 하려는 것도 힘든데 유학까지 가서 공부 하시려니… ]
그러고 보니 온전히 살고 있는 사람은 김부장 뿐이었다.
술을 마시고 있는 도중 김부장한테 전화가 울려 받는데 아마 안사람인 것 같았다.
고분고분 전화를 받던 김부장이 일어선다.
[ 저…죄송하지만 좀 일찍 일어나야 하겠는데요? ]
[ 하여튼 재는 지 마누라한테 꽉 잡혀 산다니까! 덩치가 아깝다! 덩치가 아까워! ]
[ 참 누나는…! ]
김부장이 눈치를 보고 일어나자 얼마 있지 않아 최과장도 가 봐야 한단다. 모두 일어섰다.
[ 하아악~~! 학학~~~! ]
종두의 방아질이 세지면서 영순의 입에서 나는 신음도 거칠어졌다.
[ 여…여보~! 자…자기… 마누라 보지 맛있지~~~? ]
[ 응! 응~! 마…맛있어! 퍽퍽…퍽퍽퍽~~~! ]
[ 아웅~~! 조…좋아~~~! 여..여보~! 다른 여자 보지보다 맛있어~~? ]
[ 퍽퍽… 내…내가 다른 여자 보지 맛을 어떻게 알아? ]
한 번 말려 들면 끝장이다! 몇 번이나 돌려 말하던 마누라의 탐색에 잘 넘어 갔다.
[ 하아 하아~~! 조…좋아~~! 그…근데 여보~~! 아..아까 낮에 본…하악~~! 그 여자… ]
[ 누…누구? ]
[ 이…일 봐 준다는 대학 강사인가 하는…. ]
[ 그…그런데? ]
[ 하아 하아~~ 그…그 여자 어때~? ]
[ 뭐…가? 퍽퍽퍽…퍽퍽…! ]
[ 아흐윽~~~! 아~으~~~! 이..인물도, 몸매도 좋은 데다가… 젖가슴도, 엉덩이도 커 보이던데…? ]
그러자 종두는 손으로 영순의 젖가슴을 주무르면서 속삭였다.
[ 당신이 백배 나아! ]
[ 하아 하아~~! 다…당신…. ]
[ 응? ]
[ 당신… 밖에 나가 바람 피면… 나한테 죽~어~~! 알았어? ]
[ 아…알았어! 내가 그런 사람으로 보여?… 퍽퍽…퍽퍽퍽…… ]
[ 아~우~~! 자기 좆은… 내 거니까 밖에 나가 함부로 휘두르지 마! 알았어~~? ]
[ 알았다니까! ]
종두가 엉덩이를 움직이며 더 세차게 박자 밑에서 영순을 엉덩이를 들썩이는 받아 준다.
술이 좀 된 것 같다.
혜란은 집에 돌아 오자 썰렁한 거실이 더 넓어 보였다.
남편이 유학을 가면서 애들도 데려 갔기 때문에 그가 떠나고 나선 늘 한적한 집안이다.
둘러 보던 혜란은 옷을 벗고 샤워를 하고 나서 침대에 눕고는 곰곰이 생각을 더듬어 보았다.
‘ 왜 내가 그 사람을 적극적으로 도우지? ‘
자신도 몰랐다.
처음 열차에서 그를 만날 때 남편보다 좀 더 덩치가 큰 그가, 수염도 깎지 않은 그를 보고 괜히 말을
붙이고 싶었던 마음… 그가 커피를 건넸을 때 내심 반가워했던 자신….
대학 강의를 하면서 만났던 사람들에 비하면 그는 아주 평범하기 짝이 없는 사람이었다.
그냥 기업체에서 근무하였고 그마저도 그만 둔 백수….
어쩌다 보니 이종사촌도 소개시켜 주고 자신도 그의 일을 도와 주게 되었다.
‘ 왜지? ‘
끊임없이 자신에게 물음을 던지던 혜란은 그러다가 잠이 들었다.
더운 여름이고 또 휴가 시절이었지만 하루가 급한 종두로서는 다 된 슈퍼 오픈을 연기할 수 없었다.
마침내 슈퍼 문을 열자 전단의 힘인지 그래도 제법 많은 사람들이 몰려 와 성황을 이루어
종두로서는 안도의 한숨이 절로 나왔다.
그리고…
생각보다 많은 화환이 왔고 더구나 제법 큰 건설회사였던 본인이 다니던 회사에서 떡~~! 하니 큰 화환을
보내 오니 괜히 남들 보기에도 민망하지 않았다.
인사차 온 옛 동료들…
[ 나도 장부장같이 이런 슈퍼나 하며 맘 편히 살까?! ]
[ 객적은 소리 말어! 그래도 회사 다닐 때가 맘 편해…]
송부장의 말에 종두는 한 마디 툭 던진다.
영순과 처형도 하루 와서는 일을 거들고 인사치레 하기 바빴다.
[ 당신도 처형 매장보다 여기가 낫지 않아? ]
[ 그러다 이거 말아 먹으면? ]
[ 이 여자가 재수 없는 말은…. ]
[ 그래.. 제부 말이 맞아. 너 말 조심 해 ]
[ 그렇잖아~? 위험은 분산 시켜라…! 맞지 않아? ]
딴은 맞는 말이다.
이야기를 하고 있는 중에 한 여자가 가까이 오는데 이혜란 선생이다.
여름이라 그런지 얇은 옷을 입어 육체의 굴곡이 드러나고 화장까지 해서 화사해 보이는 얼굴이다.
[ 사모님. 안녕하세요? ]
[ 어머! 안녕하세요? ]
영순이 경계하는 듯 그녀 차림새를 힐끗 쳐다 보고는 마주 인사를 했다.
[ 선생님이 이이 슈퍼 차리는데 많은 도움을 주셨죠? 감사해요~! ]
[ 별 말씀을…! 전 비용을 다 받고 한 일인걸요… ]
[ 그래도요. 아무리 비용을 받더래도 실력있는 분이 도와 주셨으니 이나마 된 거죠 ]
‘비용’이라는 단어를 힘주어 말하는 영순이다.
종두는 평소와 다른 이혜란선생의 모습에 눈을 흘낏거리다가 영순의 눈치를 보고는 얼른 고개를 돌렸다.
김부장이 중심이 되어 장사를 하였지만 종두도 이젠 제법 일을 많이 파악하여 이것 저것 도우면서
바쁜 하루를 보냈다.
두려움과 기대감으로 시작한 일…
첫 날이 만족스럽다 보니 종두는 이렇게 하면 되는구나 하는 자신감을 얻었다.
한 달이 지나 9월에 접어 들자 날씨도 아침 저녁으로 쌀쌀해지면서 장사도 물이 오른다.
특히 싱싱한 과일은 평이 좋아 금방 나가 물건을 대기에 바빴다.
그러다 보니 전국을 돌아 다니며 좋은 물건을 수배하느라 바쁘게 보내고 매장은 거의 김부장에게 맡겨
놓다시피 하였으며 도매나 유통 등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어제 밤에 지방에서 올라 와 마누라와 너무 진하게 한 판 했는지 자꾸만 하품이 나며 졸린다.
[ 입에 파리 들어 가요! ]
[ 어…어디? ]
졸다가 눈을 뜬 종두가 두리번거리다가 앞에 비로소 앞에 서 있는 그녀를 보았다.
조금 다른 옷차림으로 서 있는 그녀가 입을 가리고 웃자 종두는 투덜거렸다.
[ 놀리시긴…. ]
[ 호호… 낮에 다 조시고…. 수상한대요? ]
그녀와도 이제 친숙해져 간간이 농담도 한다.
[ 어제 지방에서 늦게 올라 와서…. ]
[ 김부장한테 이야기 들으니 일찍 오셨다던데…? ]
그러면서 대답도 기다리지 않고 앞서 가는 그녀를 따라 매장으로 들어가 김부장과 만났다.
밖으로 나가 커피숍에 들어 가자 그녀가 입을 뗀다.
[ 한 가지 저한테 제안이 들어 왔어요… ]
[ 제안? 무슨 제안이요? ]
[ 누가 투자를 좀 하고 싶다는데… 수익은 보통 정도 되면 되고 대신 안정적이어야 한대요 ]
[ 요즘 어디 그런 게 있나요? ]
[ 그렇죠… 그래서 말인데… ]
그녀가 아끼듯 말을 꺼내자 종두는 내심 관심이 가 그녀에게 집중했다.
[ 네… ]
[ 아~이~! 그렇다고 사람 얼굴을 빤히 쳐다 보시면 어떻게 이야기 해요? ]
[ 그럼 딴 데 쳐다 볼까요? 이야기 하세요… ]
그의 말에 그녀는 약간 얼굴을 상기시키더니 입을 연다.
[ 제가 보기에, 또 김부장 이야기를 들으니 사장님은 슈퍼마켓 운영에 관해 세세한 것에는 별로
능력이 안 되시는 것 같아요. ]
[ 조…좀 그렇죠? ]
[ 네. 대신… 김부장 이야기를 들으니 다른 유통업체나 생산지를 뚫고 하는 데는 탁월한 능력을
가지고 계시다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