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그 날 이후, 난 엄마를 무시(?)했다. 엄마의 시선을 외면하는 것은 물론이요, 질문에 대답도 안하고, 엄마가 있는 데서는 밥도 먹지 않았다. 또한 혼자 밥을 찾아 먹다가, 혹은 거실에서 TV를 보다가도 엄마가 나오면 그냥 내 방으로 들어가버렸으며, 초인종을 누른 사람이 엄마이면 문도 열어주지 않았다. 즉 아주 싸가지 없이 행동을 했다는 말이다. 그런데 엄마는 처음부터 그런 나의 행동을 다 받아주었다. 송추계곡에서 엄마를 본 날에는 말없이 외박했는데도 뭐라 한 마디 하지 않았고, 엄마 방에 있던 컴퓨터를 마당에다 집어 던져 박살을 냈을 때에도 가만히 있었다. 뿐만 아니라 엄마가 놈이 시키는 대로 진짜로 곁에 앉았던 남자의 집에 갔을 때에는 나 역시 여자친구를 집으로 불러 들여서는 거실에서 관계를 가지고서 다음날 일부러 들키기도 했는데도 엄마는 화내기는커녕 되려 내 여자친구에게 피임에 대하여 주의를 주었다. 아마도 그날 나만 엄마를 본 것이 아니라 엄마도 나를 본 것 같았다. 아님 종업원에게 뭐라고 한 소리를 듣고 알아 차렸던가.
어째건 엄마와의 소원한 관계는 그 해 12월까지 계속 되었다. 한가지 재미있는 것은 여자친구와 내가 거실에 누워있는 것을 본지 일주일 만에 집으로 돌아왔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후로 외출이 뜸해졌는데, 그렇게 엄마의 외출이 뜸 해지면서 놈에게서 전화가 오는 일이 종종 발생하더니 급기야 놈은 우리 집에 찾아 오기까지 했다. 그것도 엄마가 아니라 나를 만나기 위해서 말이다. [책을 읽고 있었군. 내가 방해 한 건가?] 노크소리에 대답도 하기 전에 내 방으로 들어온 놈은 능글맞게 웃으며 그렇게 말했다. [알면 나가세요.] 난 여전히 침대에 기댄 체 다시 책으로 시선을 주며 냉랭하게 대답했다. 그러자 놈은 당황한 듯 잠시 동안 말이 없었다. 하지만 뒤늦게 화가 난 듯 목소리가 더욱 굵어졌다. [이 녀석이…… 못 보던 사이에 버릇이 영 없어졌네.] [……] [똑바로 앉지 못해!] 급기야 놈은 소리를 쳤다. 그제야 난 놈을 힐끗 올려다 본 뒤 책을 덮고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여전히 놈이 나보다 3~4cm는 더 컸다. 또한 여전히 덩치도 우람한 것이 어른들이 말하는 “풍채”가 아주 더럽게 좋았다. 하지만 놈은 더 이상 내게 위협적이지 않았다. 외려 우람한 근육들로 인해 둔해 보이는 것이 당장 이곳에서 엉겨 붙는다고 해도 내 쪽이 승산이 더 있을 것만 같았다. 난 놈의 눈을 똑바로 한번 쳐다본 뒤 밖으로 나갔다. [이 자식이. 이리 당장 못 와!!!] 드디어 폭발한 듯 놈의 목소리가 집안을 쩌렁쩌렁 울렸다. 하지만 난 멈추지 않고 계속 걸어서 현관을 지나 마당까지 나왔는데, 아무래도 좁은 곳에서 놈에게 대드는 것은 내가 불리할 것 같아서였다. [너 이 자식!!! 당장 못 들어와!!!] 예상대로 밖에 까지 따라 나온 놈은 이웃은 아랑곳 하지 않고 소리를 쳤다. [목소리 낮춰!! 여기가 네 집인 줄 알아?] [뭐?] 내 말에 놀란 듯 놈은 눈을 둥그렇게 떴다. 그런 놈을 뒤로하며 난 샌드백 옆에 세워 두었던 죽도를 어깨 위로 얹으며 팔을 걸친 뒤 천천히 앞으로 걸어갔다. 등 뒤에서 놈의 표정이 일그러지는 것이 저절로 느껴졌으나, 상관없었다. 좁은 곳이라면 모를까 넓은 곳이라면 놈이 뒤에서 달려온다 해도 하나도 겁나지 않았다. 게다가 3학년 때부터 배우기 시작한 검도에도 제법 자신감이 붙어 있었다. [이 새끼가 정말……] 급기야 놈의 입에서 욕까지 튀어나왔고, 난 때를 같이하여 몸을 휙 하니 돌렸다. [왜 한판 붙고 싶나?] [점점……] [난 상관없으니까 덤벼. 아 그리고 한가지 알려 줄 게 있는데, 내 태권도 실력은 일반부에서도 통하는 실력이야. 그건 알고 덤벼. 그리고,] 난 죽도를 붕붕 돌렸다. [나 검도도 상당한 실력이야. 아직 정식으로 따지는 않았지만 관장은 이미 초단으로 인정해 주고 있어.] 내 말에 겁을 먹어서 일까? 아님 내 말이 너무 같잖아서 할 말을 잃은 것일까? 놈은 내 말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난 그런 녀석을 보면서 몸을 좌우로 움직이며 가볍게 몸을 푸는 시늉을 했다. [뭔 생각을 그렇게 하는 거지? 혹시 내가 왜 이러는지 궁금해? 궁금해 할 것 없어. 지금 내가 이러는 이유는 너를 죽이고 싶어서니까.] [……!] [뭐야. 아직도 더 궁금한 게 있어? 혹시 내가 너를 왜 죽이고 싶어하는지 그 이유가 궁금해? 그럼 덤벼. 말해 줄 테니까. 네 놈의 명줄을 끊어버리기 직전에 말이야.] 그 말을 하는 사이 난 정말로 살의를 느꼈는데, 이상하게도 그것을 느끼는 그 순간부터 난 그것에 지배를 당했다. [그러니까. 덤벼라! 만약 네 놈이 덤비지 않으면 네 아들 놈인 동우 새끼를 쥐도 새도 모르게 죽여버릴 테니까.] [……!!!] 동우란 말에 놀란 듯 멀리서도 놈이 미간을 좁히며 어금니를 무는 것이 보였다. 그 순간 비명 같은 고음이 들렸다. [그마안!!!] 엄마였다. [그만해. 제발 그만 해!!!] 그러면서 엄마는 놈에게로 다가가더니 놈을 대문 쪽으로 밀었다. [가세요. 그만. 오늘은 제발 그냥 돌아가세요.] 그런데 그 순간 내 살의는 오히려 최고조에 달했다. 지금이 아니면 놈을 죽일 수 없다는 절박함이 해일처럼 밀려들면서 놈을 죽여야만 한다는 생각만이 나를 지배했다. 어쩌다가 그 지경까지 갔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당시의 난 놈을 죽여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때 내 눈에 정원을 다듬는 가위가 보였다. 난 바람같이 달려가 그것을 집어 들고서 엄마에게 등을 떠밀리며 마지 못해 나가는 놈을 향해 최대한의 속도로 달려갔다. 달려가는 내 눈엔 놈의 목만이 아주 선명하게 보였다. 마치 잘 익은 과일처럼 자신을 따 달라, 아니 자신을 찔러달라고 외치는 것 같았다. “꺄악~!” - 퍽 - 날카로운 비명과 함께 난 녀석의 목을 채 찌르기도 전에 바닥에 나뒹굴었는데, 엄마가 자신의 몸으로 내 몸을 막은 것이었다. 그리고는 어느 새 기어와 내 몸을 꽉 움켜 잡으면서 거의 울부짖었다. “가세요. 제발!! 빨리 가세요!!!” 그제야 놈은 상황파악이 된 듯 잔뜩 질린 표정으로 주춤대기 시작했다. 난 더욱 다급해졌다. 이대로 놈을 놓치면 안 된다는 절박함에 엄마의 머리 채를 휘어 잡고서 따귀를 후려쳐 강제로 떼어 놓은 뒤 가위를 집어 들고 일어섰다. 그러자 놈은 벌에 쏘인 것처럼 돌아서더니 바람같이 대문 밖으로 빠져나갔다. 하지만 난 놈이 대문을 나간 뒤에도 움직이지 못했다. 엄마가 악착같이 내 다리를 잡고 늘어졌기 때문이었다. 급한 마음에 난 엄마를 발로 걷어 차 떼어 놓고서 대문 밖으로 뛰어나갔다. 대문 밖에는 놈의 차가 그대로 있었다. 그렇다면 뛰어 갔다는 것. 사방을 살피자 우측으로 멀리 미친 듯이 앞을 향해 달리는 놈이 보였다. 그 즉시 난 달렸다. 달리기라면 육상선수가 부럽지 않을 만큼 자신이 있었으므로 놈을 쫓는 나의 입가에는 나도 모르게 미소가 번졌다. - 이제 네 놈은 죽은 목숨이다. - 목은 반드시 잘라버리고, - 눈 알은 파내서 발로 짓이겨 버리리라. 그 생각들이 즐거웠다. 뿐만 아니라 공포에 질린 얼굴로 수시로 뒤를 돌아 보는 놈을 보는 것이 온 몸이 짜릿짜릿할 만큼 즐겁고 상쾌했다. 그래서 인지 달리는 것이 하나도 힘들지 않았으며, 또 평소보다 더 빨리 달리는 것 같았다. 놈과의 거리는 점점 좁혀 졌다. 조금 만 더, 조금만 더 가면 놈을 죽일 수 있다. 놈이 힘들어 하는 것이 온몸으로 느껴졌다. 이제 곧 쓰러지겠지? 그럼 난 놈의 배 위에 올라타서는 여유롭게 놈의 목에 이 가위를 쑤셔 넣기만 하면 된다. 그리고 놈이 죽기 전에 손가락으로 놈의 눈깔을 파내리라. 너무나 즐거워 절로 웃음이 새어 나왔다. [키키키--] 내가 제 정신이 아니어서 일까? 새어나 온 웃음소리는 기괴했고, 그런 나의 소리를 들었는지 놈은 어울리지 않는 비명을 지르며 팔을 휘저었다. 그러자 거짓말처럼 놈의 앞에 택시가 섰다. 놈과의 거리는 30여 미터 정도. [카아~~~] 다급해지자 내 입에서는 짐승이나 낼법한 소리가 흘러나왔고 놈을 놓치지 않으려 진짜 젖 먹던 힘까지 짜내며 달렸다. 하지만 놈이 더 빨랐다. 그리고 택시기사가 더 빨랐다. 놈이 오르자마자 택시는 붕 하고 가버렸으니 말이다. 그야말로 붕 하고…… 그러자 극도의 허탈감이 일시에 밀려오며 정신이 아찔하더니만 균형감각이 사라진 듯 발이 꼬였다. 하마터면 난 그대로 기절해 바닥에 나뒹굴 뻔 했었다.
간신히 정신 차리고 집에 돌아왔을 때, 엄마는 현관 계단에 귀신처럼 앉아 있다가 말고 나를 보더니 용수철처럼 튀어 올랐다. 머리는 헝클어져 있고, 터진 입술에는 피가 말라 붙어 있는 것이 완전 귀신이 다로 없었다. 말없이 엄마를 바라보던 난 가위를 화단에다 던졌다. [후우---] 그러자 한참이나 숨을 참았던 듯 엄마가 숨을 몰아 쉬는가 싶더니 다리 힘이 풀리기라도 한 것처럼 그대로 털썩 주저앉았다. 난 그런 엄마의 곁을 지나 집으로 들어가 거실 소파에 길게 드러누웠다. 그러자 기절하지 않으려고 애썼을 때부터 찾아온 두통이 더욱 기승을 부리며 지끈거렸다. 난 뒤통수 뒤로 깍지를 낀 체 양 팔로 머리를 감싼 뒤 몸을 웅크리며 잠을 청했다.
5.
얼마를 잤을까? 눈을 뜨자 맞은 편 벽에 걸린 시계는 막 10시를 넘기고 있었다. 난 소파에서 일어나 앉으며 정신을 차리려 머리를 흔들었다. 머리가 쪼개질 듯한 두통은 가시고 없었으나 2시간 전의 일이 뇌리를 스치면서 마음이 엄청나게 무거워졌다. - 도대체 왜 그랬지? 몇 개월 동안 한결같이 유지되어 온 분노는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고, 그 틈을 타고 밀려드는 죄책감에 나는 어디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 되었다. 게다가 나에게 맞아 머리가 헝클어지고, 입술이 터진 엄마의 모습마저 떠오르자 정말이지 딱 죽고 싶은 심정이었다. 난 무작정 일어나 현관을 나섰다. 그리고 범행현장을 다시 찾은 범죄자처럼 현관 앞에서부터 마당 저편까지 천천히 둘러보았다. 떠오르는 기억은 말할 수 없이 격렬하고 지저분했건만 현장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너무나 멀쩡해서 - 꿈을 꾸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난 화단으로 내려가 가위를 찾았다. 꿈이 아니라면 있어야 하리라. 근데 솔직히 없었으면 하고 바랬다. 내 머리 속에 떠오르는 기억이 그냥 꿈이었으면 하고 말이다. 하지만 가위는 그 곳에 있었다. - 제기랄! 일말의 희망이 거품처럼 사라졌다. 역시나 사실이었던가? 난 가위를 집어 들었다. 이것만 눈에 안 띄었어도 놈에게 달려갈 일은 없었을 테고, 그랬더라면 엄마를 폭행하는 일은 없었지 않았을까? 저절로 가위를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가며 부르르 떨렸다. 엄마의 목소리가 들려온 것은 그때였다. [혀..혁아!] 고개를 돌리자 엄마는 겁에 질린 얼굴로 현관에 서 있었는데, 목욕을 하고 나온 듯 머리가 젖어 있었다. 아무래도 뭔가 오해를 단단히 한 것 같았다. 가위 때문이리라. 난 가위를 다시 화단으로 획 하니 던지고는 여자친구 집에 갈 생각으로 대문 쪽으로 향했다. 그것은 엄마를 대하기 힘들어서 이기도 했지만, 가위를 발견한 순간부터 이상하리만치 여자 생각이 간절해졌기 때문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은 엄마에 의해 저지당했다. 대문 앞에서 필사적으로 못나가게 하는데 정말이지 여자의 힘도 무시 못하겠다는 것을 새삼 느낄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내가 진짜로 나가지 못한 이유는 엄마의 실력저지 때문이 아니라, 나를 무섭게 노려보던 엄마의 큰 눈에서 눈물이 후두둑 떨어져서였다. 그것은 진짜 충격이었다. 엄마도 울 수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알았으니 말이다. 아버지가 죽었을 때에도 엄마는 울지 않아 사람들로부터 독하다느니, 인정머리가 없다느니 하는 등의 뒷말을 들어야 했는데 말이다.
어째건 난 다시 집 안으로 들어와 내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자위라도 할 생각으로 컴퓨터에 저장 시켜놓은 음란물을 클릭해 보았는데 도통 눈에 들어오지를 않았다. 게다가 여자친구와 관계를 가진 이후로는 자위를 한 적이 없는 탓에 내 물건을 내가 만지는 것이 어찌나 어색하던지 좀처럼 성공(?)을 할 수가 없었다. 결국 난 자위를 포기하고 주방으로 내려갔다. 몇 일 전 이모가 마시다 남긴 맥주라도 마실까 해서였다. 그런데 12시가 훌쩍 넘었는데도 엄마는 거실에 있었다. 평소 엄마는 11시 이전에 잠자리에 들었었다. 나를 발견한 엄마는 또다시 용수철처럼 튀어 올랐다. [술 할래요?] 왜 그런 소리를 했는지는 나도 모르겠다. 그냥 뭐라도 말해야 할 것 같아서 한 말이 그 말이었다. [아……] 당황한 듯 잠시 머뭇거리던 엄마는 [그럴래?] 하고 오래 전에나 본 듯한 미소를 띄우며 대답했다. 그런 엄마의 입술에는 상처가 선명했다.
술은 엄마의 제안으로 진열장에 있던 양주를 마시기로 했다. 난 병이 가장 큰 양주를 꺼내었는데, 생전에 아버지가 외국에서 직접 사온 술로 무척이나 아끼던 술이었다. 문제는 너무 아끼는 바람에 맛도 보지 못하고 죽었지만 말이다. [독하지 않을까?] 다소 걱정되는 듯 엄마가 말했다. [못 먹는 거라면 팔지를 않겠죠.] [그렇긴 하지만.] [드세요.] 본 것은 있어서 난 얼음이 담긴 잔에 술을 채워 엄마에게 건넸다. 문득 그때까지 한번도 엄마가 술 마시는 것을 보지 못했다는 것을 알았다. 몇 일 전 이모가 왔을 때에도 엄마는 맥주 대신 주스를 마셨었다. 그렇나 엄마가 술을 못 마시는 것은 아니다. 나를 가질 때에도 술에 취해서 가졌었고, 백부님들 이랑 가진 술자리에서 보여준 쇼(?)는 두고두고 아버지의 입을 통해 회자되었으니 말이다. [크……] 얼음도 담기지 않은 잔에 술을 부어 소주처럼 마셨던 난 예상치도 못한 독함에 나도 모르게 소리를 내며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소주를 가장 독한 술로 알았던 나에게 양주는 진짜 완전 별천지였다. 이건 목으로 넘어가는 게 아니라 입에서부터 위장까지 그냥 양주로 코팅되는 기분이었다. [독하지?] [예. 이렇게 독한 것이 좋은 술이라니 황당하네요.] [뒤끝이 없다잖아.] [그런 거라면 맥주가 나을 듯 하네요. 난 맥주도 뒤끝이 없으니까. 게다가 시원한 맛도 있고.] 그 말에 엄마는 대답 없이 웃었다. [안 마셔요?] [얼음 좀 녹으면......] [나 때문이라면 걱정 말아요. 나가지 않을 거니까.] [……] [하지만 계속 그렇게 안마시고 나를 감시한다면 생각을 바꿀 수도 있어요. 마음만 먹으면 나갈 방법은 많으니까요. 거실을 거쳐 대문으로 나가는 것 외에도요.] 그 말에 엄마는 다시금 표정을 굳혔다. 아마도 내 말의 신빙성을 검증하는 것이리라. 그러더니 이내 자신의 손에 들린 잔을 단숨에 비웠다. 역시 술 경험은 나보다 많은 듯 엄마는 나처럼 소리를 내지는 않았다. 하지만 얼음이 덜 녹아 여전히 독한 듯 인상은 일그러뜨렸다. [먹을 만 해요?] [못 먹는 것을 팔지는 않겠지.] 그건 좀 전에 내가 한 말이었다. [당연하죠. 이번에는 건배해요.] 난 엄마의 잔에 술을 따랐다. [그만. 너무 많아.] [얼음 때문에 많아 보이는 것뿐이에요. 실제론 제 잔에 담긴 정도 밖에 안돼요. 자 그럼 건배해요.] 병을 내려 놓은 뒤 난 잔을 앞으로 내밀었다. 그러자 엄마도 잔을 들어 내 잔에 부딪혔다. 그런데 난 이런 행위를 왜 하는지 모르겠다. TV에서 본 대로 따라 하기는 하는데, 학교의 변태 놈 말대로 그냥 지가 알아서 처먹으면 돼지 뭣 때문에 이런 짓을 하는 건지 도무지 의미도 모르겠고, 그렇다고 재미있지도 않다. 하지만 모르는 건 그냥 따라 하는 게 무식한 자의 최선책이다.
그렇게 시작된 술자리는 1시 반쯤에 끝이 났다. 그 사이 우리는 양주 한 병을 다 비웠고, 계산대로라면 양주 반 병을 마신 엄마는 끝내 소파 위로 쓰러졌다. 아마도 소파에 기대 눈을 감고 있었을 뿐인 나를 잠이 든 것이라 생각했던 모양이었다. 그것이 시작이었다. 멍한 눈으로 엄마를 바라보던 난 별다른 고민 없이 쓰러진 엄마를 안아 올렸다. 그리고 엄마 방이 아닌 2층의 내 방으로 올라가 침대에 엄마를 내려 놓은 뒤 엄마의 옷을 벗겼다. 그것도 아주 당연한 듯이 벗겼다. 옷 벗기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여자친구의 옷을 벗길 때처럼 쉽게 기계적으로 손을 놀렸으면 되었으니까. 술에 취해 그런지 몰라도 떨림도 없었고, 특별한 흥분도 없었다. 너무나 익숙하게 겉옷을 벗겼고, 또 브래지어와 팬티까지 일사천리로 모두 벗겼다. 그러자 여자친구와는 비교도 안되게 늘씬한 엄마의 나신이 형광등 빛을 받아 반짝였다. 솔직히 서양포르노에 나오는 여자 같았다. 여자친구보다 큰 가슴에 아주 분명하게 드러나는 몸의 곡선은 성욕보다는 감탄을 자아내게 만들었다. - 우리나라에도 이런 여자가 있구나. 내 엄마라는 생각은 온데간데 없이 마치 생소한 여자를 보는 것처럼 감탄하며 옷을 벗은 난 엄마 몸에 내 몸을 포개며 안았다. 여자친구와는 또 다른 따뜻함과 부드러움이 온 전신에서 느껴지며 요상하게도 소름이 돋았다. 특히나 엄마의 몸에서 나는 향은 더욱 좋았다. 아마도 바디클렌져 향이 아닐까 싶지만 평소 그것을 유심히 보지 않아 그게 무슨 향인지는 알 수 없다.
포갰던 몸을 옆으로 뉘이며 나는 엄마의 가슴을 입에 머금는 것과 동시에 손을 내려 엄마의 음부로 향했다. 마치 여자친구에게 하는 것처럼 그렇게 말이다. 엄마가 깰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하지도 않았다. 물론 그런 생각이 있었다면 아예 옷을 벗길 생각도 못했겠지만 말이다. 아무튼 그렇게 꿈인 듯, 생시인 듯 엄마 몸을 탐하던 난 상체를 일으킨 뒤 엄마의 다리를 벌려 세우며 내 물건을 엄마의 몸 입구로 가져갔다. 그리고 힘차게 밀어 넣었다. 들어 갈 때의 느낌은 뿌듯하면서도 미끈한 느낌이었는데, 질척한 늪 같은 느낌의 여자친구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어찌나 좋던지 온 몸에 전기가 흐르는 것 같더니만 절로 허리가 움직여졌다. - 탁, 탁, 탁 - 방에선 살 부딪히는 소리가 났고, 이어 침대 삐걱대는 소리도 났다. 난 그 소리들이 너무 좋아 눈을 감고서 내 물건과 하체에서 전달되어 오는 느낌과 함께 음미를 했다. 좋았다. 너무 좋았다. 그것 외에는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다. 삽입을 하려 할 때 엄마의 얼굴을 또렷이 본 탓에 상대가 내 엄마라는 사실을 분명하게 인지한 상태였지만 그것은 조금도 장애가 되지 않았다. 뭔지 모르게 풀려버린 마음은 외려 누워있는 여자가 내 엄마여서 다행이라 느낄 정도였다. - 탁, 탁, 탁 - 술기운 탓인지 내 허리운동은 평소보다 배 이상 길어졌다. 게다가 술로 인해 무뎌진 감각을 되살리느라 운동의 강도도 평소보다 강해진 탓에 살이 부딪히는 소리는 사실 탁탁탁 하는 소리가 아니라 거의 - 촥악, 촤악, 촤악 - 하는 소리를 내고 있었다. 그리고 희미하게 엄마의 신음소리도 들은 것 같기도 하나 확실치는 않다. 당시의 난 혼자만의 세계에 너무나 깊이 빠져있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절정이 찾아왔다. 상체를 급히 내린 난 엄마의 몸을 꼬옥 안았는데, 아까와는 달리 엄마의 몸은 불덩이 같았다. 술 때문인가? 그런 생각이 떠올랐으나 오래 잡아 둘 수 상황이 아니었다. 거역할 수 없는 절정의 환희가 급행열차보다 빠르게 밀고 올라왔기 때문이었다. 난 엄마의 몸을 힘껏 안으면서 절정을 맞이하였고, 그대로 엄마의 몸 속에 정액을 쏟아 부었다. 그리고, 엄마를 안은 체 잠이 들었다.
6.
눈을 떴을 때 창 밖은 환했다. 하지만 아직 해뜨기 전인 듯 햇볕은 보이지 않았다. 물론 날씨가 흐려서 안 보일 수도 있었지만, 느낌상 그런 것 같지는 않았다. 엄마는 등을 돌린 체 내 품에 안겨 있었다. 체구가 무척이나 작게 느껴졌다. 허리도 가늘고 몸도 무척이나 얇았다. 뭐랄까 힘을 주면 부서질 것 같은 느낌이랄까? 그것은 전날 엄마의 몸을 범하면서는 전혀 느끼지 못한 것들이어서 절로 고개가 갸웃했다. 엄마의 몸을 쓰다듬던 난 엄마의 뜨거운 곳으로 손을 내렸다. 그러자 순간적으로 엄마의 몸이 움찔했다. [깬 거야?] 난 천연덕스럽게 그렇게 물었는데, 왜 반말을 했는지는 나도 모르겠다. 물론 이날 이후로도 계속 반말을 사용하긴 했지만 그건 다분히 의도적인 것으로 이날 아침의 반말과는 전혀 다른 성질의 것이다. 도대체 왜 엄마에게 반말을 했을까? 혹시 한번 잠을 잔 여자는 자신의 여자라 생각하는 남자들만의 지극히 동물적인 본성의 발로일까? 하는 생각도 해보긴 하지만 확신할 수는 없다. 어째건 난 손을 기어이 더 내려서 엄마의 뜨거운 곳을 손으로 감쌌다. 그러자 엄마는 더욱 몸을 움츠리며 내게서 떨어지려 했는데, 난 이를 용납하지 않고 엄마를 더욱 강하게 당겨 안았다. [또 하고 싶은데, 괜찮지?] 난 상당히 고압적으로 말했다. 그러면서 손을 보다 아래로 내리며 힘을 주어 음부 전체를 손으로 꽉 잡았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전날 엄마의 그 곳은 처음부터 흥건하게 젖어 있었는데, 지금은 전혀 그렇지가 않았던 것이다. [……!] 난 직감적으로 전날 밤 엄마가 깨어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물이 많은 여자는 밤낮없이 물이 많고, 그렇지 않고 정상적인 여자라면 평소에는 몸 안만 축축할 뿐 밖으로는 거의 새어 나오지 않다가 성적인 자극이 가해지면 그제야 음부가 젖을 정도로 흥건해진다고 하던 야설의 글귀가 생각났던 것이다. 물론, - 혹시 기절한 상태로 그렇게 흥분했던 것일까? 하는 추가적인 의문이 당연스레 따라 붙었으나 스쳤으나, 난 무시했다. 손과 온 몸에서 느껴지는 기분 좋은 느낌을 포기할 만큼 궁금하지 않았으니까. 물론 가능하면 전날 엄마가 깨어 있었다는 쪽으로 믿고 싶었다. 그게 훨씬 기분 좋은 일이었으니 말이다.
엄마의 몸은 오래지 않아 뜨거워졌다. 내가 한 거라곤 엄마의 등 쪽에 내 몸을 밀착시키면서 왼 손으로는 엄마의 음부를 만지고, 오른 팔로는 엄마의 목을 둘러 당기며 손으로는 엄마의 가슴을 만진 것이 전부였는데 말이다. 금새 엄마의 음부는 흥건하게 내 손까지 적시더니 자연스럽게 내 가운데 손가락을 빨아들였다. 마치 개미지옥이 개미를 빨아 들이 듯이 말이다. 짜릿했다. 단지 손가락을 넣었을 뿐인데도 내 물건을 넣었을 때 못지 않은 느낌이었다. 물론 줄곧 엄마의 엉덩이를 압박하고 있던 내 물건은 뭐 하는 짓이냐며 잔뜩 성을 내고 있었지만 말이다. 난 엄마의 몸을 바로 하며 그 위로 몸을 올렸다. 엄마는 전날 밤과 같은 표정으로 눈을 감고 있었다. 아무래도 전날 깨어있었던 것이 확실한 것 같지만 그 상황에 물을 수도 없고, 난 그런 생각들을 멀리 던져버리며 엄마의 다리를 옆으로 벌리며 들어가 자리를 잡은 뒤 상체를 세웠다. 술기운 사라진 탓인지 전날 보다는 엄마의 몸이 한결 선명하게 보였다. 정말이지 미끈하게 잘 빠진 몸이었다. 확실히 남자들이 엄마에게 몸 달아 할 만했다. 티없이 깨끗하고 뽀얀 피부에 탐스런 가슴, 뿐만 아니라 욕망을 충동질하는 잘록한 허리선에 잘 빠진 다리 그리고 마치 가꾸기라도 한 것처럼 둔덕에만 소복한 음모까지 어느 것 하나 모자란 것이 없었다. 물론 그들이 이런 것을 알고 목 매는 것 같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난 엄마의 다리를 상체 쪽으로 밀어 올리고는 자연스레 드러난 음부를 둔덕부터 시작해서 아래로 천천히 쓰다듬었다. 정말 신기했다. 가꾼 것 같지도 않은데 이렇게 이 둔덕에만 소복하게 난 털이 말이다. 여자친구의 경우, 둔덕 주변으로 넓게 털이 나 있는데다 대음순 주변에도 털이 굉장히 많은 탓에 입으로 그곳을 빨 때마다 까실까실한 것은 둘째치고 털이 입으로 들어가는 바람에 여간 찝찝한 것이 아니었었다. 그에 반해 엄마의 음부는 매우 깨끗했다. 피부변색도 거의 없는데다 대음순 쪽으로는 털이 거의 없어서 매우 깔끔한 느낌을 주었다. 게다가 털이 없어 밋밋할 수도 있는 상황을 잘 발달된 꽃잎이 효과적으로 커버하기까지 했다. - 이런 여자는 두 번 다시 못 만나리라. 너무나 만족스러운 나머지 난 그런 생각까지 하며 정말 미친 듯이 그곳을 빨았다. 얼굴에 엄마의 분비물을 잔뜩 묻혀가면서 클리토리스와 꽃잎은 물론이고 여자친구에게는 해 준 적도 없는 항문에도 진한 사랑을 퍼부었다. 하지만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내 애무에 대하여 그날 엄마가 보인 반응은 정말로 검소했다. 신음소리 한 번 없이 몸을 움찔거리는 것과 다소 거칠어진 호흡이 엄마가 보인 반응의 전부였었다. 샘솟듯 하는 물과 뜨거워진 몸을 보면 충분히 흥분을 한 것 같은데 말이다. 결국 난 엄마의 신음소리 듣기를 포기하고 일어나 자세를 잡았다. 그리고 손으로 나의 물건을 잡고서 귀두로 엄마의 세로로 갈라진 그 곳을 위 아래로 천천히 훑었다. 그건 일종의 승자의 여유 같은 행위로, - 넌 내 여자다. - 라는 그런 의미였다. 물론 그런 행위는 일차적으로는 시각적으로 내가 즐기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엄마에게 나의 존재를 확인시키기고 싶은 욕망과 책상 위 액자에서 여전히 웃고 있는 아버지에게 보여주고 싶은 변태적인 욕망에 기인된 측면도 있었다. - 아버지. 이젠 되돌릴 수 없습니다. - 엄마를 포기하고 저승에서 다른 여자를 찾아보세요. 아무튼 그날 아침의 성행위는 쾌락추구보다는 엄마가 빼도 박도 못하는 내 여자라는 것을 확인하기 위한 것에 치중이 되었었다. 그러다 보니 가위젓기라던가, 굴곡위, 후배위 같은 체위에 대한 시도가 상당히 많았고, 엄마는 한 번도 거부하지 않았다. 외려 내 의도대로 너무나 잘 움직여 주어서 되려 내가 당황스러웠을 정도였다. 그런 엄마가 거부한 것이 딱하나 있었는데, 바로 키스였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내가 키스를 하려고만 하면 고개를 돌리며 거부했고, 강제로 시도하려도 해도 도무지 입을 열지를 않아 겨우 입술을 훔치는 것에 그쳤는데, 지금도 그 이유는 모른다. 창녀들이 키스를 사랑의 상징으로 여기며 사랑하는 사람한테만 키스를 허용한다고 하던데 엄마도 혹시 그런 것이었을까? 하지만 스와핑까지 시도했던 엄마고 보면 그 추측이 그리 신뢰는 가지 않는다.
아무튼 그렇게 내 나이 16살 겨울에 나는 엄마를 가졌다. 그때 엄마의 나이 34살이었다. 참고로 말하자면, 앞에서 언급했듯이 내 엄마는 나를 고등학교 2학년 여름에 가져 이듬해 봄에 낳았는데, 말하자면 나는 바캉스 베이비였다. 따라서 잉태될 때부터 8~90%의 확률로 산부인과 수술실에서 사라질 수 있었던 운명이었으며 실제로 엄마조차도 그런 시도를 했었으며, 나중에는 외조부모님까지 나서서 나를 보내려고 했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세상의 빛을 보게 된 것은 순전히 아버지 덕이었다. 당시 대학생이던 아버지가 남자답게 양가 어른들로부터 결혼승낙을 얻어내어 그 해 겨울 엄마와 결혼을 했기 때문에 간신히 살아 남을 수 있었다. 만약 아버지가 비겁한 사람이었거나, 조금이라도 의지가 약했던 사람이었다면 아마 난 양가 집안 어른들에 의해 세상의 빛을 보기도 전에 산부인과 수술대에서 저 세상으로 갔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본다면 나는 그때 수술대에서 사라졌어야 했지만 말이다. 만약 그랬더라면 내가 엄마를 범하는 패륜적인 일이 벌어지지도 않았을 것이고, 엄마도 학업을 중단하는 일 없이 공부를 계속해서 희망대로 대학교수가 되었을 수도 있었을 테니 말이다. 물론 이런 가정(假定)이 소용없다는 것은 안다. 어째거나 현실의 난 엄마를 가졌고, 엄마는 그런 나를 받아들였으니까. 그리고 그렇게 되기까지 어려움은 당연히 많았다. 당장 섹스를 한 직후부터 시작된 엄마의 우울증만 해도 내가 아들을 포기하고 남자로서 중심을 잡음으로서 해결이 되었으니 말이다. 물론 금방 해결된 것은 아니다. 엄마가 우울증에 걸렸다는 것 자체를 3개월이 훨씬 지난 다음에야 알았으니까.
그때가 고등학교 1학년 초였다. 그때까지만 해도 말수가 적어지고 의욕이 없어진 엄마의 증세를 그냥 막연히 시간이 해결해줄 것이라 믿으며, 내 일방주의로 엄마와의 새로운 관계를 유지해나갔었다. 물론 새로운 관계라고 해봐야 기존의 관계에 “섹스” 하나만 추가한 것뿐으로, 그 외에는 사실상 달라 진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여전히 난 엄마를 무시했고, 엄마와는 밥도 같이 먹지 않았다. 그런데다 무식하게 근육만 키운 놈은 나에게 죽을 뻔 한 이후로 헬스장도 남에게 맡기고 잠적 해버린 탓에 엄마로서는 의지할 데라곤 아무것도 없는 그야말로 벼랑 끝으로 몰리게 된 것이었다. 엄마의 증세는 생각보다 심각했다. 말수가 없어진 것은 둘째치고, 멍하니 앉아 있는 시간이 점점 늘어나면서 집안일은 거의 손 놓다시피 하는 바람에 구석구석에 먼지가 싸여갔고, 쓰레기는 방치되어 냄새가 나는가 하면 손님은커녕 친척들의 방문에도 무성의하게 대했다. 뿐만 아니라 엄마가 그렇게 믿고 따르던 할아버지가 온 날에도 늦잠을 자는 바람에 할아버지가 아침도 먹지 못하고 시골로 내려가는 사태까지 일어났다. 그러면서 성관계에 대한 집착은 점점 강해졌다. 내가 관계를 요구하면 아주 기다렸다는 듯이 반응하는 것은 물론이고 때론 밤새도록 관계를 요구하기도 해서 진짜로 밤을 꼴딱 새어버린 일도 있어서 그 때문에 고등학교에 입한 한지 이틀 만에 결석까지 했었다. 뿐만 아니라 나에 대한 집착증세도 슬슬 보였는데, 학교에 있는 것을 뻔히 알면서 문자로 내가 뭐 하고 있는 지를 물어오기도 했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엄마에게서 수시로 오는 메시지에 친구 녀석들은 [솔직히 불어. 뭔 사고친 거야?] 라고 의심을 하면서도 내가 엄마와 잠자리를 같이 하는 사고를 쳤을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하는 듯 했다는 점이다. “한 눈 팔지마. 그럼 난 죽어버릴 거야” 라는 오해하기 딱 좋은 메시지까지 있었는데도 말이다. 아마도 입학한지 이틀 만에 무단결석을 한 것이 쓸데없는 오해를 방지하는 좋은 방패막이가 된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은 해보지만 녀석들에게 물어볼 수도 없고 확인할 길은 없다. 그러다 토요일에 그 변태 놈을 만나게 되었다. 놈은 우리 동네 놀이터에 앉아서는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듯 꼼짝도 않고 바닥만 내려다 보고 있었다. 난 당연히 놈에게 다가가 아는 체를 하며 우리 동네에는 왠 일이냐고 물었다. 그러자 놈은 [대장 좀 볼까 하고.] 하고 말하는 거였다. 참고로 말하자면 그 녀석은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줄곧 나를 대장이라 불렀다. 아무리 그렇게 부르지 말라고 해도 죽어라 말도 안 들어 처먹는 것이 하여간 변태 같은 놈이었다. 놈이 날 찾아 온 것은 명분은 상담이었으나 실질은 가슴에 쌓인 푸념을 하기 위해서였다. 참고로 놈은 변태 같은 성격으로 인해 나 외에는 친구도 없었다. 말하자면 난 줄곧 왕따만 당하던 놈에게 나타난 구세주 같은 사람이었다. [대장. 얼마 전에 우리 아버지가 죽으려고 했었다. 칼도 아니고 소주병 깨진 것으로 손목을 그어서 말이야. 다행히 이웃 아줌마가 발견하는 바람에 죽지는 않았는데, 병원에선 아버지가 우울증이라며 또 그럴 수 있으니까 우리보고 신경을 많이 쓰라는 거야. 하지만 대장도 알다시피 엄마나 나나 어디 그럴 수가 있어야 말이지. 아버지에게 신경 쓰려면 엄마가 장사를 그만 두던가, 아님 내가 학교를 그만 두야 하는데 말이야.] 그러면서 녀석은 손으로 머리를 감쌌다.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먹고는 살아야 하니까 당연히 내가 학교를 그만 두는 게 순리라는 건 알겠는데, 차마 용기가 안나. 내 주제에 학교마저 그만 두면 왠지 인생이 이대로 끝나버릴 것 같은 게……] [네 아버지처럼 될까 봐 겁나는 게 아니고?] 녀석의 아버지는 거듭된 사업실패로 5년 전쯤부터 아예 폐인처럼 살았는데, 그는 사업실패의 이유를 중졸이라는 자신의 학력 탓으로 돌리고 있었다. 내 말에 정곡이 찔렸는지 녀석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근데 네 아버지는 실패한 거 아냐. 현실에선 아무리 효성이 지극해도 아버지를 위해 자신의 인생을 포기하는 자식들은 없다시피 하니까 말이야. 따라서 너 같은 아들을 둔 네 아버지는 결코 실패한 사람이 아냐.] [아직 내 인생을 포기한 것은 아냐. 대장.] [그런 고민은 하고 있잖아. 보통사람들은 그런 고민도 안 해. 그 사람들에겐 부모보다는 자신의 인생이 당연히 더 중요하니까. 보통사람들에겐 그게 진리야. 그래서 너 같은 생각을 아예 처음부터 하지도 않아. 되려 이웃이나 사회가 자신의 불행을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하기나 하지.] [그런가?] [그래. 아무튼 잘 생각해서 결정 내려. 네가 어느 쪽으로 결정을 내리든 난 네 편이니까.] 그러자 녀석은 편안한 표정으로 풀썩 웃었다. [고마워. 그 소리가 듣고 싶었어. 역시 대장이야.] [싱겁긴. 그만 일어나자. 우리 집에 가서 밥이나 먹자.] [아냐. 고맙지만 사양할래. 아버지도 걱정되고, 또 생각할 것도 있고. 대장. 그럼 다음에 또 올게.] 그리고 녀석은 가버렸다. 하지만 난 녀석이 간 뒤에도 여전히 놀이터에 남아 있었다. 생각해보니 요즘 엄마가 보이는 증세가 몇 년 전 녀석의 아버지가 보였던 증세와 비슷한 면이 있다고 느낀 것이다. 무엇에든 관심이 없는 듯 무기력하다가도 아내의 외출에는 아주 민감하게 반응하던 모습은 요즘 엄마가 보이는 증세와 아예 똑 같았다. 띠띠 - 예정시간 보다 늦어지자 역시나 엄마에게서 문자가 날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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