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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번] 소환술의 잘못된 사용법 제5장 테피 -22화-


제5장 테피-

22화 도와야 하는 법인가 도울 수밖에 없는 법인가





테피의 신변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 사리스슨 에 뭔가 있었던 걸까. 불과 몇개월 전까지도 아무일도 없었잖아. 내가 마을을 나갈때까지 기아니 뭐니 하는 걱정은 없었을 터이다. 저번 가을의 수확도 평범했다. 설마 전쟁? 도적들에게 마을에 불탔다던가? 우와, 어머니와 아버지는 무사하려나. 형과 누나라던가.
아니아니 기다려. 그것보다 우선 테피에 대해서다.


사리스슨에 뭔가 일어났는지는 추측하는 수밖에 없지만, 지금, 그녀가 노예 마차에 타고 있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노예 마차안에 있는 그녀의 눈동자는 절망에 잠겨, 일찍이 내 앞에서 보여주고 있던 강한 의지를 잃고 있다. 그 아름다운 하얀 피부를 감싼 것은 노예상한테 받았을거라 생각되는 선정적인 얕은 비단. 그 얕은 비단옷이 아이러니하게도 그녀의 아름다움을 한층 더 빛내고 있다.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도 그녀의 모습을 보고 그 걸음을 멈추지 않을 수 없다.


아아, 분명 비싸게 팔리겠지, 테피....


 


"뷔로! 뷔로!! 구해줘!!!"


 


마차 안에서 테피가 소리친다. 나는 조금도 움직일 수 가 없다.


구해야하는데. 어떻게? 사? 안된다. 그럼 인신매매에 가담하는 것과 마찬가지잖아. 애당초, 나에게 테피를 구하지 않으면 안되는 의리도 없고. 의리? 의리가 없으면 구할 수 없는거야? 이대로라면 테피는 어디의 누구인지도 모르는 남자에게 팔리겠지. 나는 그래서 정말 괜찮은거야?


 


아아 정말, 모르겠다!


애당초, 왜 내가 테피를 위해 고민하지 않으면 안되는거야.


 


멍하니 서있는 내 옆을 노예마차가 지나간다.


마차의 복판에 있던 테피는, 지나치는 마차안에서 내 모습을 쫓듯이 최후미의 쇠창살을 붙잡고, 나를 향해 몇번이고 "구해줘, 구해줘"라고 계속 소리치고 있었다.


테피를 태운 노예마차가 성문을 빠져나가 스레시아 시안으로 들어간다.


 


"저기....., 저기. 나가미네군. 왜 그래?!"


 


니이제키의 부름으로 내가 정신을 차렸을 때, 테피가 탄 노예마차는 이미 내 시야에서 사라져 있었다.


 


 


 


 


"아, 아아, 그러니까.....미안, 잠깐 멍해졌어. 아무것도 아...."


 


어라? 아무것도 아닌걸까. 테피가 어떻게 되던 관계 없고, 아무것도 아닐터지만....우우, 가슴이 답답하다. 방금전부터 영문을 모르겠어.


잠깐 심호흡해본다. 후우- 하아. 이걸로 진정되었을, 려나?


 


"자, 갈까? 우선 신전을 안내할게."


 


우선 아무 것도 보지 않은걸로 하자. 그게 좋아. 사리스슨에 관한 것은 나중에 보러 가면 되. 지금은 일단, 세 사람을 에스코트하지 않으면.


 


 


"저기, 나가미네군....방금전 마차에 있던 여자아이, 나가미네군을 보고 『뷔로』라고 말....했었는데..."


"『뷔로』라는거 나가미네군 말하는거지. 아는 사이?"


 


잠깐 니이제키, 이치미야, 그 이야기를 다시 끄집어내는건 그만둬줬으면 하는데.


 


"그러고보니 방금전의 마차는 뭔가 뒤숭숭한 느낌이었어요. 마치 노예라도 옮기는 듯한...."


 


산나이도 왜 그런 쓸데없는 곳에 신경을 쓰는걸까.


 


".....다, 다른 사람들에겐 관계없다니까."


"관계없다니 뭐가?!"


 


우우, 이치미야 무서워....


 


"그, 그치만 관계 없잖아?"


 


"아아 그래, 그런 말을 하시겠다?"


 


이치미야의 어조는 가벼웠지만, 얼굴을 보니 변함없이 무서운 채로다. 내가 절로 뒷걸음질 친것도 있고 제대로 얼굴을 볼 수가 없다. 무심코 고개를 숙이고 만다.


 


"그럼 우선 그 얼굴좀 어떻게 해."


 


? 얼굴이라니?


 


"나가미네군. 방금 전의 마차를 보고 계속 괴로워보이는 얼굴을 하고 있어.....우리들한테는 관계없다고 말하지 말아줘...."


"정말이지, 이 세상이 끝난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는 주제에 우리들은 관계없는거구나. 흥-"


 


? 그런 얼굴 했어, 나?


 


"거울 볼래? 자, 방금전부터 안색이 말야."


 


 


그렇게 말하며 이치미야가 들이민 거울 안에는, 완벽하게 혈색이 빠져 새파래진 내 얼굴이 비치고 있었다.


아하, 하하하. 이건 정말로 심한데.


 


"웃어도 안넘어갈꺼니까 말야. 자 냉큼 실토해."


 


알았어. 그러니까 말야.....


 


 


 


 


"에, 즉 방금전의 여자아이는 나가미네군의 소꿉친구고....?"


"노예로 팔릴 지경이 된건가요?"


"큰일이잖아! 빨리 구하러 가야지."


 


구하러 가다니, 어떻게 하란 말야....


 


"그거야, 나가미네군의 마법으로 휙휙 척하고."


"납치해오라고."


"납치라니.....납치당하는 건 그 테피란 아이잖아?"


"리호코짱, 노예매매는 이 쪽에선 합법이야. 그러니까 마법으로 납치해버리면 이쪽이 도둑인걸. 술사는 가만히 있어도 백안시 당하는데."


 


게다가 말하긴 뭐하지만, 나는 이 쪽에서 "사리스슨의 고추잠자리"라던가 불리우고-아무래도 적갈색의 로브를 입고 지팡이에 타고 있는 모습이 그런식으로 보인다고 하던가-제법 유명인이니까 말야. 봐, 지금도 길을 오가는 사람은 모두 우리들쪽을 피해서 지나가고 있잖아. 아, 그러고보니 우리들 방해가 되는 모양이니 잠깐 길을 비키자.


아무튼, 이걸로 지금부터 소환술로 납치해버리면 내 짓이라는 게 훤히 드러난다구. 이렇게 보여도 나, 도둑질만은 가능한한 하지 않도록 하고 있으니까 말야?


 


"그럼, 그럼...."


"평범하게 내가 사면 되?"


"그, 그래. 나가미네군이 사버리면 되잖아!"


"가볍게 말하지만, 테피를 사려고 하면 상당한 돈이 들거 같아. 이런 건 말하고 싶지 않지만 돈을 내는 건 내쪽이니까 말야."


 


왠지 방금전부터 공연히 초조해진다. 입을 열어 나오는 말도 가시돋친 것들뿐이다.


 


"으.....그건..."


 


이치미야가 말문에 막혀, 표정이 순식간에 어두워진다.


 


"그렇네.....괜한 말 해서 미안해...."


 


그렇게 말하며 이치미야는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정말로 의기소침이라는 느낌. 니이제키와 산나이의 표정도 명백하게 어둡다.


조금 심술궃은 말을 해버린걸까. 그렇다고 할까 이치미야에게 화풀이해서 무슨 짓인거야. 뭘 하는걸까, 나.


 


"뭐, 돈은 여유가 있으니까 괜찮지만 말야. 크게 돈 쓸일은 없으니 쌓이기만 했고."


"그, 그럼."


 


이치미야가 고개를 든다. 그래도 안되. 돈은 이유가 아닌 것이다.


아아 나 바보. 이상하게 기대시켜서 실망시키면 위로가 안되잖아. 이래선 방금전보다 심술궃은데.


 


"들어봐, 이치미야, 모두들. 내가 테피의 옥션에 참가하면 그만큼 낙찰가격도 올라갈거야. 그걸로 경쟁한 돈을 가지고 노예상은 새로운 노예를 사들일거야. 그래선 의미가 없잖아? 공연히 불행해지는 사람이 늘어날뿐인걸."


게임센터의 열대어와 마찬가지다. 눈 앞의 한 두사람을 구해도 어쩔 수 없다. 한다면 인신매매제도 그 자체를 없애버릴 작정으로 하지 않으면.


그러니까 말야.


 


"보지 않은걸로 하자, 모두들.....응?"


 


 


물론 내 힘을 잘 쓴다면 이 세계에서 인신매매를 없애버리는 것도 가능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술사의 힘을 이런 짓에 사용하는 것은 금기다. 사회제도를 어떻게 할것인가는 사람들마다 의견이 다르니까 말야. 그건 술사도 마찬가지. 이런 의견의 차이로 술사끼리 다투게 되는 사태가 되면 큰일이 된다. 테피 한사람을 위해 다른 많은 사람들을 불행히 만들지도 모른다. 그거야말로 만 십만단위로 인명을 잃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니까 우리들은 세속에서 떨어져서, 어려운 것은 생각하지 않기로 하고, 매일 즐겁게 보내기로 하고 있는 거야. 우리들 술사는 이런것에 관계되선 안되되는 법이야.


무엇보다, 이 세계의 모습은 이 세계 사람들의 생각으로 결정해야할 일이야. 아무리 힘이 있다고 해도 일본인의 감성으로 개입해도 분명 잘 안될거라 생각해.


 


게다가, 내가 노예제에 불평을 말할 자격은 없는걸. 실제로, 내가 이치미야와 니이제키를 소환한것도 원래는 두 사람을 성노예로 삼기 위해서였고 말야. 이런 나에게 노예제가 어떻게 말할 자격은 없어.


자신이 하고 있는 짓을 남이 하는 것은 싫다, 그런 건 단순한 억지다.


그러니까 말야.


 


 


이제 됬잖아. 이 이야기는 여기서 끝내자. 즐거운 것만 생각하자구?


위에서 보는 바다정령의 신전은 아름다웠었지? 안에서 보면 좀더 아름다워. 수정 돔을 통과한 햇살이 산란해서, 신전안을 반짝반짝 비추어내. 이 시간이라면 바다의 정령과도 배알할수있어. 모처럼이니까 바다의 정령과 무녀들에게 부탁해서 모두 함께 기념사진을 찍자, 응?


 


"자 모두들, 빨리 가자?"


 


 


 


 


그래도, 내 의사에 반해 모두는 납득해주지 않았습니다.


 


 


"나가미네군....테피에 대해서, 정말로 괜찮은거야?"


 


 


나는 조용히 고개를 흔든다.


알고 있어, 카호짱. 나는 여기서 뭔가를 해선 안된다니까. 좋다던가 나쁘다던가 하는 문제가 아니라.


 


"하나만 대답해줘. 나가미네군은 그걸로 괜찮아?"


"딱히 도와줄 의리는 없는걸. 생각해보면 테피한테는 아이때부터 제법 괴롭힘만 받았고 말야."


"제대로 대답해줘. 나 그런 건 묻지 않았잖아."


"제, 제대로라니 뭘."


"나 알고 있는걸. 나가미네군이 이야기를 얼버무리려 할때의 버릇. 그러니까 다시 한번 물을게. 예스인가 노인가, 그것만 답해줘. 나가미네군은 이대로 테피를 내버려도 괜찮은거야?"


 


 


이치미야는 나에게 어떤 대답을 기대하는거야? 니이제키도 매달리는 듯한 눈으로 나를 본다.


두 사람다, 이정도로 내가 말한 것을 들었으면 알거아냐. 괜찮은게 당연하....어라? 괜찮은게 당연.....한거지.....?


 


여기서, 그때까지 조용히 함구하고 있던 산나이가 입을 열었다.


 


"나가미네씨. 눈 앞에서 도움을 바라는 사람 전원을 구할수 없다고 해서, 그렇다고 해도 그 전원을 외면하는 것이 올바르다고는 저는 생각하지 않아요."


 


산나이까지...


산나이라면 싸구려 휴머니즘을 부정해줄거라 생각했는데.


 


"눈 앞에 곤란해 하는 사람이 있고, 그 사람을 도울 힘을 가지고 있고, 무엇보다 구하고 싶다는 마음이 있잖아요? 그런데, 그래도 내버리기 위한 이유를 찾다니 분명 잘못된 겁니다. 그런 도리는 이상해요."


"나가미네군, 어떻게 생각해?"


"부탁이야...., 나가미네군...."


 


세 사람의 시선이 아프다. 여기서 무심코 시선을 돌리고 만 시점에서, 내 대답은 분명 정해져 있었던 거겠지.


아아 정말, 알았어. 알겠습니다요.


 


"내가 졌어. 응, 내가 졌다구."


 


세 사람의 표정이 확하고 밝아진다. 정말이지, 테피도 세사람한텐 천상 타인이잖아. 왜 그렇게까지 열심인걸까.


 


"아-, 정말. 그렇네. 생각해보니 매일매일 밥을 만들거나 탑 청소를 하거나, 여러가지 귀찮다고 생각하던 참이야. 마침 됬으니까 노예 한명쯤 사도록 할게. 시장에서 노예를 사다니 정말 본의는 아니지만 말야. 착각하면 안되! 딱히 테피를 자유롭게 해주고 싶다던가 그런게 아니니까 말야!"


"그걸로 상관없어요. 나가미네씨는 소꿉친구에게 심한 짓을 할 사람이 아니니까요."


 


내 투정같은 건 가볍게 넘어가버렸습니다. 모두 만면의 미소.


이치미야의 포니가 휙하고 날아올랐다 싶더니 다음 순간에는 내 눈 앞에 그녀의 얼굴이 있었다.


꾸욱.


 


잠깐 이치미야, 그렇게 있는 힘껏 끌어안으면 괴롭다고. 부드러워서 기분은 좋지만. 좋은 향기도 나지만. 그래도 자세가 조금 괴롭....거기에 또 한명분의 중량이 더해진다. 니이제키까지....아, 나 이제, 무리....


 


풀썩.


두사람에 밀려 풀 위에 쓰러져버렸습니다.


 


"다행이야....정말로 다행이야...."


 


니이제키는 완전히 울먹이는 목소리다. 정말, 사람 좋은 것도 정도껏이야.


어찌저찌 두 사람 사이에서 얼굴을 내밀자, 산나이가 흐뭇한 광경을 지켜보는 누나같은 눈으로 우리들을 보고 있었다. 부끄러워-


 


 


 


그리고 나서 우리들은 넷이서 스레시아 시를 걸었다. 노예시장이 열리는 것은 저녁부터니까 말야.


석조의 하얀 건물이 늘어선 거리, 그 마을을 오가는 토거차림의 시민. 그 시민을 따라다니는 관두의 차림의 노예. 운하를 왕래하는 작은 배를 뒤로하고 수정의 바다정령의 신전을 찾고, 그리고 나서 항구에서 배를 바라보면서 느긋히. 배가 고파지면 노점에서 군것질.


들른 노점에서 팔고 있던 것은, 차파티같은 얕은 무발효 빵에 여러가지 속을 채우 말은것. 모두는 잼과 벌꿀, 거기에 물기를 짠 요구르트를 넣은 간식같은 것을 골랐지만, 나는 양고기 로스트에 토마토 소스를 끼얹고, 야채와 콩, 감자, 허브와 함께 말은 것을 베어 물었습니다. 토마토 소스는 예의 "녹색의" 토마토 소스입니다. 약간 맵다. 전원분으로 설탕 2킬로그램과 교환.


예정중 일부는 생략했지만, 그래도 충분히 즐거운 한때를 보냈습니다.


 


 


그뒤는 세 사람을 일본으로 돌려보내고, 일단 탑에 돌아가 가진 성은화를 있는대로 긁어모아 옥션에 나섰다. 그렇게 열심이었던 모두를 봐서라도, 만일하나 경쟁에서 질수는 없으니까 말야.


헤어질때 니이제키 한테서 "다음에 테피를 소개해줘."라는 말을 들었다.


아니, 아직 낙찰 했다고 정하진 것도 아니지만.....그렇네, 응.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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