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조영웅전,신조협려 빙의] 제자 윤지평이 인사드립니다. 22화
구음진경의 범어로된 부분의 번역을 가르쳐받으려면 원래 도원현에서 영고가 가르쳐준 길대로 가야한다. 그런데 나에게는 그럴 여유가 없다.
“으윽.”
선천공을 운기해 내상을 치료해보았다. 무림에서 알아주는 최상승지공인 선천공이지만 나의 내상이 상상외로 깊어 치료하
는데는 엄청난 시간이 걸릴 것 같다.
상상외로 일이 꼬여만 간다. 사조영웅전의 이야기는 언뜻보면 끼어들기 쉬워보이지만 일이 얽히면 얽힐수록 더더욱 이야기
가 이상해진다.
내가 황용대신 철장방주 구천인의 철장을 맞은게 잘 못된 일이였을까? 내 생각으로는 잘 못된 것이 아니지만 결과적으로는
큰 잘 못이 될지도 모른다.
곽정, 황용이 일등대사를 만나지 못할지도 모르고 구음진경에 적힌 범어를 번역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아, 지금 내가 있는 곳은 도화도다. 도화도에 도착하자마자 일단은 주백통이 살던 동굴로 숨었다. 황약사가 아직 있는지 없는
지는 모르겠지만 일단은 그에게도 눈치 채이지 않고 내상을 치료하는 것이 급선무다. 여자 하나만 있어도 선천공과 방중기법
의 효능으로 내상치료에 큰 도움이 될터인데.
진기를 도인하여 내상치료에 전념해보았지만 몇 개월은 꼬박 치료해야 할 듯 하다. 큰일이라면 큰일이다. 이 상태로 구양봉
을 상대한다면 많이 상대해봤자 삼사백초, 짦으면 이백초안에 깨진다.
한순간의 실수가 오히려 일을 그르친 셈이다.
긁적긁적
그렇다고 황용이 피토하고 생사해매는 모습을 미리 알면서 넘긴다? 그것또한 안될일이다.
이도저도 안되는 상황이 내 머리를 아프게한다. 잘될꺼라도 되네이고 있지만 상황은 뻔하다. 그냥 그때 개같은 양강을 죽여
놨어야 했나?
정기적으로 몰래몰래 선착장으로가 배가 오는지 않오는지 염탐했다. 그렇게 하루 이틀 날이 지날수록 나는 초조함을 느꼈
다. 이런 내 마음때문인지는 몰라도 내상 치유속도가 놀라울 정도로 더디다.
초조함을 느끼고는 그냥 아예 황약사의 처의 무덤속에서 기거하기로 했다. 구양봉과 양강보다 빠르게 그 안에서 숨어서는
그들의 뒤를 덮치는게 낫다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다시 하루, 이틀…… 날이 지나갔다. 무슨 내가 자객이 된 듯한 기분이다. 준비해둔 물과 벽곡단도 떨어져간다. 용
변의 처리또한 문제다.
쿠쿵
묘의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호흡을 최대한 느리게 하고 조용히 구석에 숨었다. 다행히 황약사의 지극한 부인사랑 때문
인지 묘는 한사람의 묘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할 만큼 거창했다.
“하아,하아.”
“구양선생, 좀 있으면 강남육괴들이 들어올급니다.”
“잘 해야하오 소왕야.”
“걱정마십시오.”
잠시 뒤 여러명이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강남육괴인가 보다. 묘수서생(妙手書生) 주총(朱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모두 어두우니 조심해!”
“어이쿠, 물건을 떨어뜨렸구만.”
마왕신(馬王神) 한보구(韓寶駒)의 목소리도 들맀다.
드디어 슬슬 나서야 할때가 온 것 같다. 온몸에 힘을 주고 진기를 가다듬었다.
“조심해!”
“으아악!”
싸우는 소리가 들린다!
나는 강남육괴를 습격하는 구양봉의 뒤를 기습했다. 현재 쓸수있는 모든 공력을 동원한 기습이었다.
“조심하시오!”
“이런 망할!”
양강의 경고에 구양봉은 뒤로 돌아 내 일격을 두 손으로 막아냈다. 망할, 검이라도 가져와서 찔렀다면 막지 못하고 그대로 죽
었을 텐데! 그동안 육장으로만 상대를 상대하다보니 무기를 소홀히 해버렸다.
내 심후한 내공을 믿고 한 행동인데 이런 결과를 가져오다니!
이미 주변을 둘러보니 이미 전금발은 죽어있었다. 한보구 또한 당황했고 자신의 절기에는 맞지않는 좁은 지역이라 양강에게
밀리고 있었다.
펑퍼퍼퍼펑!
“여섯 사부님들 어서 이 묘 밖으로 나가십시오! 그리고 배를 타고 떠십시오.”
“이목소리는 윤지평, 윤도장 아니오!”
“아, 일단 밖으로 나가라고!”
내가 소리지르며 양강을 발로 차버리고 나가려는 육괴를 쫒는 구양봉의 앞을 막아섰다.
“헤헤, 구양선생 안녕하시렵니까.”
나는 구양봉의 앞에 당당히 서서는 그에게 포권했다.
“……어떻게 알았지?”
“천기를 보더니 다 나오더군요. 빈도의 도가 하늘에 통한지라 미래도 예언할 수 있답니다.”
“웃기는 소리를 지껄이고 있군, 비켜라! 그렇지 않는다면 네놈도 죽을 것이다.”
구양봉은 나와 싸우는 것이 부담이 되는 듯하다. 일전에 나와 싸우다 나무 몇 그루를 부수며 튕겨나간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잘만하면 여기서 좋게 넘어갈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내 허세력이 잘 발동해야할텐데.
“남의 부인 묘에는 왜 들어와서 사람을 죽이시는지, 당신네들은 참으로 대단하군. 특히 양강이 개새끼야!”
나는 악에차 소리쳤다.
“윽!”
내공이 실린 내 윽박지름에 양강은 귀를 붙잡고 땅에 주저앉았다. 구양봉이야, 말할 것도 없이 정상이지만.
최대한 시간을 끌어야한다.
“하하, 윤도장의 공력이 그사이 더 진일보 한 것 같군.”
“구양선배 덕분에 저야 날로 쑥쑥 자라고 있습니다. 몇 년만 더지나면 당신보다 강해질 것 같거든요.”
구양봉의 이마에 핏대가 선 것이 보인다. 그래그래 내 광역도발에 걸려라 걸려.
이대로 적당히 시간을 끌고 싸우다가 밖에 나가서 내 조그만 기대대로 강남육괴가 탄 배가 떠났다면 그야말로 만사형통이
다. 잠깐 밖으로 나간 황약사가 돌아오면 더더욱 좋고.
강남육괴가 내 말대로 배타고 도망쳤다면 나는 그냥 구양봉 데리고 도화도 산책이나 좀 하면 된다. 아마 내 기억으로 황약사
는 강남육괴를 피하기 위해 잠깐 낚시하러간 것에 불과하다. 시간만 끌면 구양봉은 찔끔 놀라 알아서 도망칠 것이다.
이크, 구양봉이 내 수작을 알아챘는지 사장을 꺼내들었다. 맨손인 나를 빠르게 제압하고 밖의 육괴를 처리하려는 속셈인 듯
하다.
구양봉의 몸에서 김이 피어오른다.
“참, 구양선배. 댁네 조카께서는 어떻게 죽은지 아십니까?”
“!! 그래, 극이가 네손에 죽었지. 잠깐 잊고있었군.”
씨익
“그렇지요. 당신의 아들인 구양극말입니다.”
“뭐, 뭐라고하는 거냐!”
“이런, 벌써 귀가 안들리시는 겁니까, 당신이 형수를 덮쳐서 나은 아들 구양극말입니다.”
부들부들부들
구양봉의 몸이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떨리는 것이 보였다. 진짜 무섭구만. 이정도 했으면 나만 따라오겠지?
사장이 좁을 공간을 박차며 내 가슴을 때리려했다. 부드럽고 현묘한 현문정종장법을 이용해 침착하게 사장을 걷어냈다.
그렇게나 조심해서 걷어냈는데도 손등이 아리고 팔꿈치가 쓰라렸다. 다행이라면 뱀이 나한테는 맥을 못춘다는 것일까.
천천히 뒤로 몇 걸음씩 물러났다. 이보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다.
왼손에는 72로 공명권을 오른손은 현문정종장법을 사용하여 공격했다. 구양봉도 가짜지만 구음진경의 무예를 어느정도 알
고있으니 이걸 썼다간 바로 찍힌다.
한 30초를 그렇게 공방을 교환했다. 점점 손에 감각이 사라졌다. 내상이 도져서 공력이 예전의 4할도 미치지 않았다.
더 이상은 힘들다고 판단해 뒤로 돌아 묘를 빠져나왔다. 그뒤로 씩씩거리는 구양봉이 달려들었다.
“이쪽이네!”
주총이 밖에서 나를 기다렸는지 손짓했다. 멍청하게, 가라니까!
“이미 형님과 소영이를 보냈네. 만약 우리가 이곳에서 죽더라도 저 간악한자들이 한 짓을 천하에 퍼트려줄껄세!”
다행이다. 육괴중 무위가 가장 낮은 한소영과 눈이 먼 가진악을 내보낸 듯 싶다. 그 꼬장꼬장한 할아범이 용캐도 설득당해서
갔구만, 주총이 어떻게 설득했는지 모르겠다.
“노괴 죽어라!”
내 뒤로 구양봉이 나오자 주총은 바로 암기를 던졌다. 가진악의 독묻은 마름쇠다.
“흥!”
사장을 한번 휘젓자 마름쇠가 튕겨나갔다. 나와 주총은 얼른 뒤로 물러났다.
“이거이거, 구양선배님을 다시보게 되었습니다. 함정을 파 저희를 죽이시려 하시다니요.”
“……이미 엎질러진 것 뭐에 쓰겠나, 어차피 황형과 나는 이미 틀어질대로 틀어질 사이니 상관 없지.”
그래, 이 사실이 알려져봤자 서독이 그렇지 하는 말만 나오지 별달리 상황이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곽
정과 가진악이 오해하지 않아서 황약사를 공격하고 황용을 슬프게 하는 일이 없다는 것 정도, 아 내 한소영도 살아남았으니
다행이다.
“양강 이 망할 종자야, 네 선친은 협의지사였는데 네 놈은 함정을 파?!”
땅딸이 한보구가 분통을 터트린다.
“이렇게 된이상 당신네들을 다 죽이고 나머지 둘도 다 죽일 수 밖에.”
양강이 고개를 떨구고 이야기했다. 이미 이놈은 송나라땅에서 중원인 행세하기는 텄다. 의형제의 사부들을 죽이려고 함정을
파다니, 거기다 나라까지 팔아먹은 놈이다.
어디보자, 육괴 중 세명이 남았다. 여섯째 전금발은 아까 구양봉의 손에 죽었으니 남은 다섯명중에 가진악과 한소영이 빠졌
으니 주총, 한보구, 남희인이 남은 것이 된다.
불안하다. 이 정도의 전력으로는 구양봉 하나 잡기도 힘들다. 하물며 양강 저놈까지 같이있으니 어찌해야될지 모르겠다.
“구양선배! 넓은 장소로 나왔으니 다시한번 어울려 봅시다!”
“흥, 네 놈만은 반드시 죽이고 말겠다. 죽인 뒤에 조각조각 잘라낸 뒤 극이의 무덤에 뿌려주마!”
이런 살벌한 말을 한다. 진짜 집에가고싶다. 내가 왜 이렇게 까지 해야하지, 나는 무협소설에 나오는 협객이나 목숨을 초개같
이 여기는 놈이 아닌데, 뭐가 나를 이렇게 바꾸어 놓은 것일까.
사랑? 아니면 곽정이 그렇게 부르짖던 신의? 모르겠다. 다만, 내가 좀 바뀐 것 같다.
“세 분 사부님! 오늘 우리가 비록 죽더라도 하늘이 저 둘을 용서치 않을 것입니다.”
“……그래!”
이미 죽을 결심을 한 세 명이다. 그리고 나도.
후회스럽다.
후회스럽다.
그냥 한소영이 죽게 놔두었다면 나는 지금 여기서 죽음을 맞이 하지 않았을텐데.
아니면 황약사를 설득해서 강남육괴를 맞이했어야 했던 것일까?
아니다, 그냥 강남육괴를 수소문해서 만난 뒤에 도화도에 가지 앉게 했어야했다.
내가 그동안 미래지식만 믿고 안일하게 대처한 듯 싶다. 조금만 머리를 굴렸어도 이런 상황이 오지는 않았을텐데.
생사에 초연해지자 머릿속이 약간 트이는 느낌이 들었다. 무엇인가 내 안에서 변한 느낌이 들었다. 깨달음이라도 얻은 것일
까? 그렇다고 해도 늦었다. 깨달음을 갈무리할 시간도 없다.
“자, 어디 한번 해보자!”
“이 망할종자들아 죽엇!”
.
.
.
“헉, 헉, 헉.”
“남은 것은 너 뿐이군. 이상하게 약해졌군 윤도장.”
이 망할, 양강이라도 죽일려고 발버둥 쳤는데 결국 아무도 못 죽였다. 구양봉도 멀쩡하고 다른 강남육괴 중 세명도 이미 저세
상 사람이다. 나도 내상이 도져서 정상이 아닌 상태.
“뒤에는 바다다, 더 이상 도망칠 곳은 없어!”
“……에라 모르겠다!”
주변의 돌이란 돌은 죄다 던져 연막작전을 펼친 후 바다에 그대로 떨어졌다.. 절벽은 절벽이지만 그다지 높은 절벽은 아니다,
주변 물살도 그렇게 강하지 않다.
“흥. 그따위 얄팍한 수가 통할것 같나!”
위를 쳐다보니 구양봉이 나무하나를 통째로 부러뜨려서 던졌다. 놀라서 바닷속으로 깊이 잠수했다.
풍덩풍덩하는 소리와 함께 내가 올라오려고 하는 곳마다 돌과 나무를 던졌다. 아이고 치졸하다! 숨이 턱턱 막혀서 머릿속이
점점 새하얗게 변하는 것을 느끼고 죽음을 느낄때 문득 아래를 보니 무언가 보였다.
정말 깊이 들어오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곳에 동굴이 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사람이 들어갈수 없는 구멍이다. 10살짜리
꼬맹이나 겨우 들어 갈만한 구멍이다.
나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얼른 잠수하여 그 구멍앞에 섰다.
저안에는 무엇이 있을까, 어쨌든 이 안에 숨어야한다. 이 안이 물밖에 없다고 하더라도.
“꾸르르륵”
수근축골법을 이용해 안간힘을 써서 안으로 들어갔다.
“푸하아아!”
비록 내가 원하던 그런식의 동굴은 없었지만 조그마한 공간에 위로 뚫린 공깃 구멍이 존재하는 소혈이 존재했다. 내 몸이 겨
우 들어갈 정도의 그런 구멍이었다.
“후아아아아.”
심호흡을 몇 번하고는 최대한 느리고 조용하게 숨을 쉬었다. 구양봉이 잠수해서 찾아본다고 해도 이 작은 구멍에 내가 들어
갔다고는 생각하지도 못할 것이다. 시간을 더끌면 황약사가 돌아오기전에 도망칠 것이다. 내가 물에 빠져 죽었다고 생각해주
면 더더욱 좋다.
“개새끼, 씨발새끼, 내가 반드시 구양봉 너랑 양강 그 새끼는 죽이고 만다. 양과의 의부가 되든 말든 상관없다. 너희 둘은 진
짜 반드시 찢어죽일 거다.”
내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이 세상에 와서 거의 처음 흘리는 눈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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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 윤지평 흑화할기세.avi
사실 이장면 생각도 많이했습니다. 꼬이고 꼬이는 것들이 많기 때문이죠. 한소영만 살릴 수도 없고 그렇다고 앞으로의 전개에 강남육괴를 모두 생환시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습니다.
윤지평 이놈이 바보같이 미래지식에만 의존해서는 머리를 잘 못굴린 탓도 큽니다. 무지막지한 내공에 준오절급 무공. 그것들이 이놈을 멍청하게 만든 것이죠.
사람을 죽이기 싫어하던 이놈도 드디어 잔학한 심성이라고나 할까... 아마 앞으로의 윤지평은 다소 잔인해 질 듯합니다.
이 마음의 상처를 보듬어줄 히로인이 필요한데... 글쎄요. 과연 윤지평의 마음 속에 첫번째로 자리잡을 여성은 누가될까요.
황용? 목염자? 정요가? 아니면 나이가 좀 지긋한 한소영과 손불이? 꽤 많은 히로인을 먹었다고 생각했는데 세어보니 열손가락안에 들어오네요. 뭐, 그래봤자 사조영웅전에 나오는 여히로인은 거의 먹은 셈입니다만...
사실 군입대 전에 생각했던 이야기와는 많이 다르게 되었습니다. 군대에 들어가면서 나름 성숙해지는 면도 있었고 바뀐 것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어찌됬든... 앞으로의 전개를 구상하며 조심스럽게 한발짝한발짝 나가 보겠습니다.
그리고... 걱정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열심히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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