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황(恐皇) 4부 <신들의 황혼> Part 2_4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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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와와... "
유령 준마의 잔등에 몸을 꼭 붙인 발레리아는 벌린 입을 다물 수 없었다. 그녀의 좌우로 언덕과 숲과 강과 호수가 휙휙 바람소리와 함께 지나쳐 사라지고 있었다.
마차라면 보름은 넘게 걸리는 여정이다. 하지만 확실히 유니콘과 유령 준마는 달랐다. 그들은 밤낮을 가지리 않고 달리며, 장애물들은 날아서 넘거나 순간이동으로 뛰어넘는 놀라운 재주까지 발휘하면서 테티르 영내를 놀라울 정도의 속도로 가로질렀다. 아돈과 샘슨은 혼자서, 혹은 둘이서 함께 달리면서 자신들의 능력을 마음껏 증명해 보였다.
닷새 만에 개선의 산악 기슭에 있는 작은 성채에 도착한 일행은 슈발츠와 두르나, 플로라와 발레리아였다. 슈발츠는 노예들과 발레리아가 여독을 풀도록 작은 야영지를 꾸민 다음, 성이 내려다보이는 언덕으로 올라가 마을 내부를 정찰했다. 이때 처음으로 젤로나가 수정을 깎아 만든 렌즈를 사용한 [망원경]이라는 마법물품을 사용했는데, 그 성능이 실로 훌륭해서 슈발츠는 적잖이 만족하며 텔레파시로 젤로나를 칭찬했다.
마을의 경계는 제법 엄중했다.
마을 주변을 정기적으로 순찰하는 세 무리의 경비들(1마리의 트롤과 세마리의 오크 병사로 이뤄진) 이 있었고, 민간인들로 보이는 자들이 부서진 마을 성벽을 보수하는 중이었다. 그리고 발레리아로부터의 용모파기를 전해받아 구분할 수 있었던 행정관 게힌샤가 마을 광장의 분수대 근처에서 다른 인간 병사들에게 지시를 내리는 광경도 보였다. 마을 뒤편 언덕 위에 세워진 성채는 상당히 견실해 보였다. 요새 안에 얼마나 많은 병력이 있을지 알수는 없었다.
슈발츠가 정찰하는 동안, 발레리아의 신호를 받은 저항군들(그래봐야 몆명 안되었다)이 슈발츠의 캠프를 방문하고 있었다. 그들은 드로우인 두르나를 보고 놀랐지만 발레리아는 그녀가 지원군임을 그들에게 확신시킬 수 있었다.
슈발츠가 돌아왔을 때, 발레리아를 포함한 12명의 전사들이 슈발츠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현재로써는 그들이 그라나다의 [자유]를 위해 싸우는 투사의 전부였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정보도 슈발츠가 새로 입수한 정보에 비해 그리 다를 것은 없었다. 추가된 사항은 행정관의 가족 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반돌과 그의 샤먼 조언자가 거주하고 있는 요새 안에 끌려가 인질이 되어 있다는 점 뿐이었다. 경보가 울리면, 그들이 제일 먼저 살해될 가능성이 높았다.
슈발츠는 일단 행정관과 이야기를 해보기로 했다. 행정관의 관사의 위치와 내부 구조는 저항군들의 협조와 망원경의 효험도 있고 해서 쉽게 알 수 있었다. 야음을 틈타 성벽을 뛰어넘은 슈발츠는 곧바로 행전관의 관사로 침입했다. 관사엔 따로 경비가 없었고 침실은 2층이었다. 슈발츠는 어렵지 않게 잠든 행정관을 찾아낼 수 있었다.
" 헉!... 당신은 누구시오? "
안그래도 별로 편히 자고 있는 것 같지 않았지만, 목에 닿은 차가운 칼날의 감각에 놀라 깨어난 행정관은 검은 야행복을 걸친 슈발츠를 보고 질겁을 했다.
" 쉬잇. 내 이름은 알 것 없고. 누군가에게서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어서 말이지. 실제로 확인해보니 그 이야기가 맞는 것 같아서 다시 한번 확실히 하려고. 당신이 이 성을 반돌이라는 교양있는 트롤에게 팔아넘긴 자인가? "
적당히 떠보려는 질문이었지만, 크리티컬이었다. 침대에서 한달음에 펄쩍 뛰어 일어난 그 노인은 급히 변명을 시작했다.
" 무, 무슨 모함을... 나...나나나난 그런일 한적이 없소. 확실히 지금 성은 트롤의 지배를 받고 있고 많은 이들이 가족을 인질로 잡혀 할 수 없이 협조하긴 하지만... 잠깐, 당신은 반돌을 쫒아내려고 왔소? "/게힌샤
" 상황에 따라서. 하지만 당신네가 협조하지 않으면 재미 적겠지. "/슈발츠
노인은 한동안 고민했지만, 이내 마음을 정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 ... 발레리아 벤도른을 아시오? 아직 만나보지 않았다면 그녀부터 만나보길 권하겠소. "/게힌샤
" 발레리아? "/슈발츠
슈발츠가 전혀 모른다는 듯이 허세를 부리자, 게힌샤는 발레리아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했다. 반란을 이끌었고 트롤을 고용했던 그녀의 아머지인 하거스의 이야기까지. 그녀는 자신의 부친이 저지른 끔찍한 실수를 되돌리고자 마을 밖에서 저항군을 모집해 성벽을 습격하고 있지만, 상황 개선엔 전혀 도움이 안되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그제사 슈발츠는 발레리아가 숨겼던 사실의 전말을 알 수 있었다. 트롤을 고용한 것은 레이디 에바가 아니라 발레리아의 부친이었던 것이었다.
" 발레리아는... 부친을 닮아서 올곧고 성실한 아가씨요. 하지만 반란이 모든걸 바꿔놨어요. 적어도 오를로 경에 대한 증오만 어떻게 할 수 있어도 마을의 다른 사람들이 더 많이 그녀를 따를 것인데... "/게힌샤
" 오를로 경이라니? "/슈발츠
게힌샤는 긴 한숨을 내쉬며 침대에 다시 걸터앉았다.
" 아아, 불행하고 젊은 오를로 경. 그는 그라나다 가문의 마지막 생존자요. 그는 영지의 정당한 통치자이고, 올해 말에 성년식을 치를 예정이었소. 그의 모친이자 섭정이던 레이디 에바가 세금 징수에 과욕을 부리지만 않았다면 일은 훨씬 더 잘 풀렸겠지(한숨). 반란도 없었을거고... 반돌도 없었겠지요. 그는 지금 인질인 다른 사람들과 격리되어 성 지하에 갇혀 있소. 적당한 때가 되면 반돌이 그를 스튜 냄비 속으로 던져넣을거라는 위협 속에서요. 만약 당신이 발레리아를 잘 다루고 반돌을 상대할 수만 있다면, 내 시내의 징집병들에게 이야기 해보리다. 그들은 반돌을 쫒아 내고 오를로 경과 자신들의 가족이 안전할 수 있다면 기꺼이 당신과 함께 싸울 거요. "/게힌샤
" 왜 그렇게 오를로 경의 안전에 연연하는 거지? 당신이나 당신 가족이 좀 더 중요하지 않은가? "/슈발츠
게힌샤는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 물론 나와 내 가족들, 아들과 며느리, 귀여운 손자의 얼굴이 나에겐 기쁨이오. 하지만 보시오. 여긴 변경이고, 반돌 같은 트롤들이 용병입네 하고 돌아다닐 수 있을 만큼 척박한 땅이에요. 이런 곳에서 정착하기 위해선 그만한 각오와 사람들이 따를 만한 상징이 필요하죠. 60년 전의 그라나다 경은 그걸 이루었어요. 그리고 그의 증손자인 오를로 경은 그렇게 남겨진 상징이오. 비록 반란이 있긴 했지만, 지금의 발레리아처럼 누구나 다 그라나다 가문을 뒤엎길 바라는 것은 아니었어요. 그가 살해당한다면 그야말로 이 마을은 뿔뿔이 흩어져 사라질 겁니다. "/게힌샤
" ... "/슈발츠
" 나는 그라나다가 개척지로 출발할때 태어났고, 부친의 뒤를 이어 여기의 행정관 직을 물려받았소. 지금처럼 나쁜 시절 만큼이나 좋았던 시절도 많이 보았지. 여긴 내 고향이오. 여길 버리고 갈 마음도 없고, 사라지도록 할 마음은 더더군다나 없소. "/게힌샤
노인의 말은 슈발츠의 마음을 움직이는 바가 있었다. 그는 게힌샤에게 오를로의 안전을 우선시 하겠다고 약속했고, 노인은 슈발츠에게 성의 뒤편으로 들어가는 비밀 갱도에 대해 이야기 해 주었다. 그리고 낮이 되면 광장에 모이는 징집병들에게 슈발츠와 함께 할것을 설득할 것이었다.
슈발츠 자신은 다시 성벽을 넘어 야영지로 돌아갔다. 플로라가 마법으로 치료해 준 덕에, 저항군들의 사기는 높았다. 슈발츠는 갱도와 계획을 설명하고, 두르나에겐 텔레파시로 오를로의 존재와 발레리아가 그를 살해하지 못하도록 막으라는 지령을 전했다. 플로라는 슈발츠와 한 조를 이루어 성 내부에서 징집병들과 함께 봉기하는 역을 맏았다.
트롤들은 낮에 자고 밤에 활동하는 것에 익숙한 족속들이라, 야습은 할 필요가 없었다. 그날 저녁은 사냥해 온 멧돼지에 약초를 넣어 바베큐를 하고 마을의 여관에서 빌려온(훔쳐온) 에일을 곁들여 배불리 먹고 마시게 한 후, 불침번을 정하고 쉬었다.
해가 뜨고 트롤들의 활동이 둔해지면서, 슈발츠의 일행은 행동을 개시했다. 이미 이야기가 되어 있는 행정관 게힌샤와 그의 병사들은 슈발츠와 플로라 일행이 마을 주민인 것 처럼 대하며 감시하고 있던 홉고블린들의 시야를 따돌리고 그를 성벽 안으로 안내했고, 병사들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모두들 무기를 완비한 상태였다. 그들은 성에 갇힌 친지들을 구하기 위해서 무슨 짓이든 할 각오가 역력했다.
일단 슈발츠는 병사들을 12명, 24명, 14명의 세 팀으로 나누었다. 12명의 첫 조는 행정관과 함께 마을 주민들을 피신시키는 역할을 담당하고 24명은 플로라와 함게 마을 광장에서 성의 변고를 알고 돌아올 트롤과 홉고블린 구원군을 저지하기로 했다. 그리고 슈발츠는 가장 젊고 날렵한 병사 14명을 추려 뽑아 요새에 침투한 발레리아의 반란군들과 합류해 반돌을 잡기로 했던 것이다.
병사들을 짝수로 나눈 것은 편의를 위해서이기도 했지만, 슈발츠는 아직도 당면한 상대(오크나 트롤, 홉고블린 등)에게 정신적으로 주눅이 들어 있을 병사들의 전투력을 믿을 수 없었기 때문에, 병사들을 2인 1조로 편성해 싸우게 만들기위해서였다. 훈련을 할 시간은 없는데 전투력을 보완시키기 위해서 짜낸 궁여지책이었다.
게힌샤 일행이 마을 안을 바쁘게 오가는 동안, 플로라의 팀은 중앙 광장에 자리를 잡았다. 오크와 홉고블린 병사들이 변고를 알아챘을 때는 이미 늦어 있어서 성 안에서 트롤의 비명과 연기가 치솟아 오르고 있었다. 지하로 들어간 발레리아 팀이 성공적으로 파괴공작을 시작한 것이었다.
성벽 아래 숨어있던 슈발츠 팀은 발레리아 팀이 열어주는 성문을 통해 신속하게 급습을 개시했다. 병사들은 모자란 실력을 과감함과 열정과 조직력으로 메꾸었다. 슈발츠 팀의 앞을 가로막아선 트롤 한 무리 중에는 희한한 뼈 장신구로 치장한 샤만이 있었다. 슈발츠는 불문곡직하고 트롤들 틈에 뛰어들어 그 샤만을 향해 칼을 휘둘렀다.
" 크에엑!... "
주문을 영창하려다 팔목이 잘려버린 트롤 샤만은 끈적한 검은 피를 흩뿌리며 몆걸음이나 뒤로 물러섰다. 다른 트롤들도 슈발츠의 난입에 당황해 주의가 산만해 있는 동안 병사들이 그들의 틈을 찌른건 당연한 것이었다.
" 케엑!... "
" 크에엑!.. ."
몸통을 창에 찔려 비틀거리는 트롤의 목을 검으로 치면, 아무리 괴물이라 해도 속절없이 피보라를 뿜으며 뒤러 넘어지는 것이었다. 그걸 그대로 두면 살아날 것이다. 쓰러진 트롤들은 횃불로 지졌다. 물론 그걸 본 다른 트롤들의 반격도 격렬했다. 피와 살이 튀면서 분위기가 고조되어 가는 동안, 오우거 영주를 자처하는 반돌이 경호원으로 삼은 홉고블린과 트롤들과 함께 나타났다.
" 이 벌레같은 것들이, 감히 반항을 해? 발레리아, 오늘 네년의 고기를 맛보게 되겠구나. "
반돌은 일반적인 트롤보다도 거대한 덩치를 자랑했다. 그리고 슈발츠가 본 어떤 트롤들보다 뛰어난 양손검 솜씨도 함께 자랑했다. 하지만 그가 한가지 잘못 판단했던 점은, 슈발츠가 작은 엘프이고, 따라서 자신의 양손검을 맞받아칠 만한 힘이 없을 걸이라고 짐작한 점이었다.
카앙!!... 카가가각!...
돌진해온 슈발츠에 대해 양손검을 휘둘러 내리쳐 온 반돌. 연약해 보이는 두자루의 환도가 그의 거대한 돌 양손검에 부딛치면서 성대한 불꽂을 피워 올렸다. 그리고 슈발츠는 그 거대한 돌 양손검을 손쉽게 밀쳐 냈다.
" 헛?... "
슈발츠의 엄청난 힘에 압도당한 반돌이 걸음이 꼬여 휘청거리는 동안, 슈발츠는 그 트롤의 옆구리 아래를 스쳐 지나가며 길게 베어 올리고, 그대로 그를 지나치면서 뒤에서 주문을 영창하려던 샤만의 나머지 손목을 진천을 던져 휘둘러 날려버렸다.
" 끄아아악!... 끄륵!... "
주문이 허공으로 흩어지며 샤만이 비명을 질렀지만, 그나마도 슈발츠가 뛰어올라 그 목에 용수의 날을 쑤셔박았기 때문에 막혀 버렸다. 반돌이 옆구리의 상처를 움켜쥐고 비틀거리며 슈발츠가 샤만을 처리하는 것을 경이와 공포가 가득한 눈으로 지켜보는 동안, 두르나가 그의 허벅지를 찔러 땅바닥에 무릎을 꿇게 만들었으며, 멀리서부터 발레리아가 던진 워해머가 그의 두개골을 부숴버렸다.
퍼석!
굉장한 소리와 함께, 끈적한 검은 피와 뇌수가 벽과 바닥으로 튀어 흩날렸다. 비명을 지르지도 못하고 그 거대한 트롤의 거구가 땅바닥으로 엎어졌다. 그리고 두목이 쓰러지는 것을 본 홉고블린과 나머지 트롤들은 비명을 지르며 달아나기 시작했지만, 그리 멀리 가지는 못했다. 성문 앞에는 플로라가 이끄는 팀이 대기 중이었기 때문이다.
플로라는 섣불리 달려든 트롤들과 오크들을 저세상에서 후회하도록 만들어 준 후에 성 쪽으로 시선을 돌린 상태였다.
애시당초 오크 잡병 정도는 플로라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그녀가 주문을 영창하자 발 아래의 초목이 오크와 홉고블린 용병들의 발목을 휘감았고, 마른 하늘에서는 날벼락이 떨어졌다. 게다가 살아남은 자들에게 우박을 동반한 사나운 돌풍이 휘몰아쳤고, 몆몆 불운한 자들은 그 와중에 얼어죽거나, 심지어 익사하기도 했다. 그 굉장한 광경을 본 병사들은 적인 오크보다 가녀린 엘프에 지나지 않는 플로라를 더 두려워할 정도였다. 폭풍우까지 뚫고 접근해 오던 홉고블린 몆몆은 병사들이 막아섰고, 거기에 뿔의 끝이 약간 아래로 휘어진, 거대한 덩치의 유니콘 하나가 홀연히 나타나 홉고블린 떼 한가운데를 휩쓸고 지나갔다.
마을 사람들에 대한 소개 작업을 끝낸 행정관 팀 까지 합류해 전력을 보강한 플로라의 일행은 말 그대로 [자연의 도움] 속에서 광장을 사수했을 뿐 아니라, 반돌이 모았던 군세들 대부분을 비료 상태로 돌려보내는 위업을 달성했다. 플로라가 소지한 입상에서 소환된 [임포]샘슨이 상당한 기여를 했음은 물론이었다. 유니콘의 등장은 다른 마을 주민과 병사들로 하여금 승리의 확신을 굳히게 만들었다.
쓰러진 트롤들은 예외없이 불로 태워졌다. 몆마리 안되는 항복한 오크와 홉고블린들은 무장을 해제당한 채 추방되었다(슈발츠는 그들이 죽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마을 주민들은 추방하는데서 그쳤다). 피신했던 마을 주민들이 돌아와 전투가 벌어진 난장판의 뒷정리를 하는 동안, 슈발츠는 성에 감금된 인질들을 해방하고 지하 감옥에 유폐된 오를로 그라나다를 구해 오도록 병사들에게 명령했다. 그들은 기꺼이 그의 지시를 따랐다.
" 오를로 경을 모셔왔습니다. "
병사들에게 부축을 받아 나타난 젊은 귀공자의 얼굴은 조금 수척해 보였지만, 눈빛은 맑았다. 슈발츠가 귀공자 쪽으로 다가서는 동안, 허리춤의 해머를 뽑아 들려던 발레리아는 바로 옆에 서 있던 두르나에게 제압되었다.
" 으으... 이럴수가!... 어떻게?... "/발레리아
제압당한 발레리아를 향해 시선을 한번 준 슈발츠는 오를로에게 상석을 양보했다.
" 당신이 저의 구원자시군요. 엘프여, 감사합니다. "/오를로
" 별일은 아닙니다. 감사는 게힌샤 절 게힌샤 씨에게 하시지요. 그가 아니었다면 당신의 존재조차 몰랐을 겁니다. "/슈발츠
인사를 나눈 후, 지하감옥에서 풀려나온 젊은 계승자는 아직 세상 물정에는 밝지 않았지만 훌륭한 인품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 보였다. 슈발츠에게 발레리아를 풀어 달라고 부탁한 것이다.
" 모든것은 섭정이셨던 모친께서 영민들에게 과중한 징세를 하도록 방치한 제 탓입니다. "/오를로
" 그 말씀은 들어주기 어렵소이다. 발레리아는 나에게 개인적인 빚이 있소. "/슈발츠
어쨌든 무기를 들고 주도권을 쥐고 있는 것은 오를로가 아니라 슈발츠이다. 병사들 역시 방금 전 까지 그의 지휘를 받아 싸웠었다. 오를로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거기사 사실 그녀가 죽든 살든 사라져 주는 것이 새로이 영주가 되려는 오를로에게 있어서는 편리한 일이기도 했다.
" 그보다 주민들이 새 영주님을 기다리고 있소이다. "/슈발츠
슈발츠는 씨익 웃으며 오를로를 성의 발코니로 안내했다. 오를로가 발코니 밖으로 나와서 손을 들자. 주민들은 환호로 답했다. 그라나다의 새로운 영주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급히 달려온 행정관 게힌샤는 오를로의 앞에 무릎을 꿇고 충성을 맹세 했다. 성의 병사들도 그를 따라 충성의 맹세를 했음은 물론이다.
" 게힌샤 씨. 오랜만이군요. "
감격에 눈물을 뚝뚝 흘리는 나이든 행정관의 손을 잡고 일으킨 젊은 영주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자리에서 나머지 일행 쪽으로 시선을 돌린 오를로는 슈발츠 옆에 뻘쭘하게 서 있는 [전직 반란군]들을 보았다. 그들은 그들의 지도자격인 발레리아가 딴마음을 품고 있다 붙잡힌 탓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눈치를 보고 있는 상태였다.
" 내가 말했소. 반란이 일어난 것이나 트롤이 이 성의 주인이 되었던 것은 섭정의 권력을 제어하지 못한 내 탓이라고. 따라서 반란은 없었던 거요. "
그 말에는 영주다운 확신과 힘이 있었다. 반란군들도 곧 무릎을 꿇고 충성을 맹세 했다. 여전히 발레리아는 불타는 듯한 시선으로 오를로를 노려 보았지만, 두르나는 이미 그녀를 꽁꽁 묶어 둔 채로였다.
저녁이 되자, 성의 수복을 축하하는 잔치가 영민들이 주도가 되어 벌어졌다. 에일 잔이 돌려지며 다들 술기운에 취해 제멋대로 떠들고, 흥겨운 노래와 연주가 이어졌다. 오를로는 영주면서도 영민들의 잔치에 스스럼없이 참가해 그들과 어울렸다. 슈발츠 일행도 몆잔 얻어 마셨지만, 그들은 아직 끝내지 못한 일들이 남아 있었다. 연회가 절정에 이를 동안, 슈발츠 일행은 오를로와 게힌샤에게만 작별의 인사를 하고 성을 빠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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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힝~ 사실 파트 2는 인터넷에 올라온 TR 시나리오를 각색한 것이라, -_- 혹시라도 원작자 분의 검열에 걸릴 경우엔 과감하게 오프하겠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