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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번역)타인에게 안기는 아내(제15부-5)


5.



눈앞에 고층의 빌딩이 우뚝 서 있다.


벌써 봄이라고 하는데,
눈으로 바뀌어도 이상하지 않을 듯한 차가운 비가,
하늘로부터 희미하게 떨어져 내린다.


그것이 누군가의 눈물이라고 한다면,
지금부터 수개월 후에 울고 있을 쪽은 과연 어느 쪽인 것일까.


나인가, 그렇지 않으면 이 빌딩의 주인인가····.


00 건설 본사 빌딩앞에서, 남주는 그런 감상적인 일을 생각하면서,
바로 거기에 있는 적의 존재를 확실히 느끼고 있었다.


이슬비에 젖은 머리카락이, 유부녀의 또 다른 매력을 전하고 있다.


「드디어, 남주씨····」


옆에 서 있던 성주가, 역시 긴장한 표정으로 그렇게 말했다.


「그렇구나····.그러고 보면, 공주 는?」

「그게.「역시 갈 수 없습니다」라고, 조금 전 메일이 왔어」

「그래····」


PTA 임원중에서도, 가장 귀여움을 독차지 하는 캐릭터로서
귀중한 존재였던 공주, 손예진이, 남주는 끝까지 신경이 쓰이고 있었다.


그녀는, 일단은 이 반대 운동에 찬성 하는 자세를 보이면서도,
결국은 참가를 거부했다.


거기에는, 무엇인가 이유가 있는 것 같았지만,
예진은 그것을 끝까지 가르쳐 주지 않았다.


「어쨌든 시나리오대로 합시다, 남주씨····」

「성주씨, 정말로 할 수 있는 것일까, 우리가····」


이 장소에 이르러 불안을 숨기지 못하는 모습의 남주를 눈치채,
태희가 살그머니 가까워진다.


그 표정은, 확실한 자신감과 오랫만에 맛보는 충실감으로
가득 차 흘러넘치고 있었다.


「괜찮아요. 남주씨라면, 반드시 할 수 있을테니까」

「그래요, 서울대 출신이 말하기 때문에, 틀림없어요」


평소의 밝음을 되찾은 성주가, 남주에게 그렇게 얘기한다.


「알았어요····, 알았어요····」


남주는 스스로에게 타이르듯이,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 마이크를 제대로 꽉 움켜쥔다.


예상 이상으로 많은 참여자가, 거기에 있었다.


대부분이, 일출 유치원에 아이가 다니고 있는 보호자,
그것도 주부들이었다.


남성도 여러명은 있었지만,
현수막을 역에 설치하는 작업중에 있었다.


유부녀를 전면에 내세운다.


그것도, 태희의 아이디어였다.


오전 8시반.빌딩안으로 들어가는 사람의 흐름이 단번에
늘어나는 것 같다.


남주는 숨을 크게 내쉰후, 어려운 싸움을 시작하기로 결심했다····.


**********


「저희들의 본심을 솔직하게 부딪쳐 나갑시다.
   아이를 가지는 엄마로서의 본심말입니다」


사전에 협의한대로, 태희는 열정적으로 그렇게 말했다.


「아이들이 슬퍼하는 일을, 한 기업의 영리 목적으로 끝내는 것이,
   과연 올바를까요. 태양이 빛나는 하늘아래에서 뛰어 놀아야 하는,
   아이들의 가장 중요한 권리를 빼앗을 자격은 누구에게도 없을 것입니다.
   이 부분을 가장 웨이트를 두어 공격합시다」


「알았어요」

「태희씨가 말하면, 왠지 지당한 것 같게 들려버리는군요∼」


성주는 완전히, 태희에게 의지하려고 했다.


「세상은 이제, 확실히 소 자녀화가 문제시되고 있습니다.
   그런 시대에, 아이를 괴롭히는 판단을 하는 기업, 그것을 우리는 허락해도
   좋은 것인가. 그런 식으로 이야기해 가면,
   여론도 조금씩 우리 편이 되어 주지 않을까요····」


태희의 마음 속에는, 연말에 변호사 사무소에서 일하고 있었을 때의 사건이,
제대로 새겨져 있다.


그 파렴치한 남자들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서라도,
그녀는 이 싸움에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임하고 있었다.


「 그렇지만, 그렇게 간단하게 되는 것일까∼」


현실적인 전개를 예상하면서, 성주가 그렇게 말했다.


「00 건설 측에서 정색을 하고 나오면 어떻게 해? 
   아이들에게의 영향은 최소한으로 합니다, 라든지 적당한 핑계를 만들어.
   게다가, 유치원측과도 합의하고 있다고 말할 것이고····」


이사장 대리, 이승철의 모습이 3명의 머리속에 떠오른다.


「확실히 이치따지기로 저항되면 승산은 없습니다.
   그들은 법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으니까. 그러니까, 감정론으로의
   싸움으로 어떻게든 가지고 가야해요」

「감정론, ·····」


「어딘가의 매스컴이 흥미를 나타내 준다면 좋은데요.
   그러면, 단번에 세상의 주목을 끌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매스컴 ····」

「맨션 건설 반대 운동은, 그만큼 드물지는 않기도 하고····」


태희의 생각에, 남주와 성주는 평소의 낙관적인 태도를 나타낼 수 없었다···.


**********


하지만, 실제로는 태희의 예측대로 되었다.


아니, 그 이상이라고 해도 괜찮을 정도였다.


남주가 첫 행동을 시작한 그 날 하루 동안에,
곧바로 대기업 주간지가 취재 신청을 해 온 것을 시작으로,
그 다음은 TV, 신문 등 모든 매체가, 단번에 그녀들의 주변으로
밀어닥쳐 왔던 것이다.


「리더에게는 상당한 미모도 필요해」.


태희의 이 전략이 보기 좋게 맞아 떨어졌다.


날카로운 후각의 소유자인 매스컴은,
거대기업에 맞서 아름다운 주부들이 무모한 싸움을 시작하는 구도로,
대중을 끌어 당기는 스토리성에 느끼기 시작했던 것이다.



★☆★☆★☆★☆


「뉴스 와이드 630입니다, 그럼 계속해서 오늘의 특집입니다」



카메라로 향해, 30대 후반의 여성 캐스터가 미소를 띄우면서
그렇게 말하자, 준비되어 있던 VTR이 화면에 흐르기 시작했다.


「시내의 오피스거리. 거기에 있는, 중견 종합 건설 업자의 본사 빌딩.
   최근 몇년동안, 수도권 교외의 대형 개발 건을 적극적으로 진행해
   단번에 성장해 온 기업이다.

   이번 달 초부터, 이 기업의 사원들은, 아침 출근시, 회사앞에,
   어떤 한 무리를 보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수십명 규모였던 그 집단은,
   최근에는 그 몇배로 부풀어 오르고 있다.


   그 활동에 찬동한 사람들이, 매일 아침 여기로 모이기 시작했던 것이다」



담담한 나레이션을 배경으로, 그 집단의 모습이 화면에 나타났다.


「아 , 지금, 나, 화면에 비쳤다!」


휴대폰으로 그 화면을 응시하면서, 성주는 참지 못하고 그렇게 외쳤다.


「성주씨, 다른 손님들이 보고 있어····」

「미안, 무심코····」


부모에게 야단을 맞은 아가씨와 같이,
성주는 태희에게 난처한 것 같은 얼굴을 하면서,
그러나, 곧바로 또 손안의 작은 화면을 응시했다.


태희도 역시, 자신의 휴대폰을 가만히 응시하고 있다.


생방송을 하고 있는 모 텔레비전 방송국의 바로 옆에 있는 카페였다.


시내 중심부에 있는 그 가게는,
저녁때의 활기를 보여 거의 만석이었다.


한쪽 구석의 테이블에 앉는 태희와 성주의 모습을,
몇명의 손님이 반짝이는 시선으로 응시하고 있다.


화면속에서는 VTR이 끝나가는 것 같았다.


「그러면 오늘의 게스트를 소개합니다. 00 현장 주변의 일출유치원
   부근에서의 맨션 개발 계획이, 지금 약간의 주목을 끌고 있는 것은,
   아시는 분도 계실거라 생각합니다.

   그 계획에 대한 반대 운동은, 유치원 보호자, 그것도 어머님들이 중심이
   되어서 진행하고 있습니다만,
   그 대표자인, 김남주씨가 오늘 찾아 오셨습니다」



청초한 슈트로 몸을 감싼 남주의 모습이, 화면에 떠 오르고 있었다.


「와우, 남주씨다!」

「성주씨, 조용히 해-!」


텔레비전 카메라를 통해 보니,
남주의 빛나는 아름다움은 더욱 늘어나는 것 같이 생각된다.


태희는 그것을 확인한 순간, 충분한 반응을 느꼈다.


「김남주씨는, 딸아이가 일출 유치원에 다니고 있는 것입니다만,
   왜 이 반대 운동을 일으켰는지, 그 경위를 들려주세요」


「저희들은 개발 계획을 일절 알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 사실을 안 것은 신문보도 때문입니다. 그 내용은, 너무 일방적으로,
   아이들을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고 느꼈습니다」


긴장이 가득한 얼굴로, 남주는 여성 캐스터를 응시해
분명히 이야기를 시작했다.


「아이들에게서 태양, 그리고 숲을 빼앗을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를 둔 엄마로서의, 순수한 그런 마음이, 어느새 이런 반대 운동으로
   연결되고 있었습니다」


「역시. 나도 개발 계획의 상세 내용을 조금 전에 보게 되었는데 ,
   확실히 유치원에 다니는 자녀분들에게 있어서는, 괴로운 내용이더군요」


「네. 도저히 아이들에게 설명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닙니다」


「그래서, 엄마들 몇명이 모이게 되었고, 반대운동을 시작했다고····」


「그렇습니다. 처음에는 30명 정도였다고 생각합니다만,
   여러분들 덕분에, 최근에는 찬동해 주는 분들도 여러가지 협력을 해 주어····」


「하지만 엄마들 몇명만으로 이런 반대 운동을 성공시키기에는
   실제로는 꽤 어려움이 많으시겠지요?」


여성 아나운서의 그 지적에는, 희미한 가시가 느껴졌다.


하지만, 남주는 솔직한 모습을 고백하는 것으로,
그 자리의 분위기를 자신에게 유리하게 이끌어 갔다.


「그렇습니다. 아이들의 사정으로 참가할 수 없는 분도 계시고····」

「김남주씨는 그런 어려움은 없는 것 같네요····」


「나는, 다행히 모친이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 살고있기 때문에,
   아이를 봐 주거나, 나머지는 물론, 남편도 도와 주고 있습니다」


「그렇습니까. 그렇게 평범하고 리얼한 사모님이, 무모하다 라고도 할 수 있는
   대기업과의 싸움에 도전하고 있는 것으로, 세상에 주목을 받고 있겠지요」

「그럴지도 모릅니다····」


「무엇인가, 이 사회자, 화가 나요····」


휴대폰을 응시하면서, 성주가 혼자 중얼거린다.


태희는 입을 다문 채 그대로였다.


「그래서 김남주씨, 종합 건설 업자측에게서는 무엇인가 반응은 있었습니까?」

「아니요, 그것이 아직 아무것도·····」


반대 운동을 시작한지, 이미 2주간 이상이 경과되었고,
매스컴에서도 몇 번인가 다루어졌지만,

여전히, 00 건설에서는 일절 컨택트는 없었다.


「향후는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어쨌든, 대화의 장소를 마련해 주셨으면 합니다.
   그래서, 저희들의 주장을 제대로 부딪쳐 보고 싶습니다」


몇 번이나 미소를 띄운 후, 여성 아나운서는 프로그램의 마무리에 들어갔다.


「그런데, 김남주씨, 정말로 아름다우시네요」

「어?」

「신문이나 잡지에서 아름다우시다는 소문이 나 있습니다만,
   실제로 만나보니, 그 이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마지막에 그런 대화를 주고 받는 두 명으로부터 카메라는 천천히 멀어지며,
프로그램이 끝이나고 광고로 넘어갔다.


「응.너 같은 것 보다, 백만배 아름다워, 남주씨 쪽이」


기분이 안좋을 것 같은 말을 말하면서, 성주는 태희의 쪽을 응시했다.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정말?」

「네. 적어도, 시청자들은, 저희들에게 마이너스의 이미지는 가지지 않을 것입니다」


태희의 말에, 성주는 안도의 기색을 얼굴에 띄운다.


주위의 시선을 조금 느끼면서,
두 사람은 방송을 끝낸 남주가 돌아오는 것을 기다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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