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인예속 134
베르치카의 심기는 몇일간 무척이나 좋지 못하였다. 이미 서큐버스퀸 파후파후,파라파라,엘레나 3명을 들들 볶으면서 잠도 재우지 않고 작업한지 98시간만에 술식 복구를 완료하고 추가로 그녀만의 술식을 집어 넣는 작업까지 할 수 있었다.
물론 풀어져 있는 목걸이의 표면에 새겨진 복잡한 룬문양을 전부 기억한 베르치카 이사카 비리안의 살인적인 기억력과 독촉에 의한 과도한 작업이였기에 서큐버스퀸들은 이미 전부 뻗어서 몇일 요양해야할 지경이였다. 어차피 추가 술식작업은 고난이도의 마법력과 실력을 요구 했기에 혼자 할 수밖에 없었다.
희번뜩....
베르치카의 두 눈동자는 본래 사파이어처럼 새파란색이였지만 흥분하거나 살인욕구가 일어나면 마물특유의 붉은색으로 바뀌는 체질이였다. 그리고 지금 베르치카의 두 눈동자는 새빨갛다 못해 흰자위마져 실핏줄이 마구 돋아나 피가 뚝뚝 떨어질 것 처럼 보였다.
태욱이 과도한 마력폭풍의 후폭발에서 잠든지 벌써 6일이 지났다. 드워프 연금술사 드라가가 약속한 날짜까지 하루나 남았지만 이미 베르치카는 거의 한계에 달하고 있었다. 지금이라도 태욱의 온기어린 목소리를 듣고 싶었고 그의 품에 안긴채 조용히 있고 싶었다. 하지만 태욱은 아직도 쓰러진채 눈을 뜨지 못했기에 베르치카의 불편한 심기가 그대로 들어나 살기를 전혀 죽이지 않고 마구 발산되었다. 그녀의 기운에서 연약한 화연모녀를 보호하기 위해 에크류아는 자리를 모녀들 근처에서 자리잡고 벗어나지 못할 정도였다.
흡혈귀군주 중에서도 특출나게 강력한 베르치카의 살기라면 보통 인간은 그자리에서 피를 토하고 죽어도 이상할게 없었다.
하지만 실낱같은 이성은 유지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녀는 자신의 기업을 이용해서 죽어버린 김상극의 재산들을 모조리 병합하고 흡수하고 있었다. 그리고 재빨리 손을 써서 휴가차 내려온 세연,혜연 자매들의 학교 역시 부산에 있는 여중과 초등학교로 재빠르게 전학 시켜버렸다.
서큐버스 파후파후와 파라파라는 데모닉의 정보담당들 답게 짧은 시간에 베르치카가 만족할 만한 양과 질의 정보를 물어왔기에 그 작업들은 아주 수월하게 진행되었다. 김상극의 재산과 기업들은 생각보다 많고 방대했지만 미국이라는 거대한 초월적인 국가의 가장 큰 수출품인 군대와 식품중에서 식품을 완벽하게 장악하고 있는 베르치카의 자금력과 인력에는 코끼리 앞의 개미였다. 정보를 파악한지 5일만에 마법적인 수단까지 동원한 베르치카의 합병공격에 맥없이 무너지며 전부 통합 흡수 되었다.
베르치카는 로베르트 카론이 건내주는 차트를 한번 슥 훑어보고는 주변으로 아무렇게나 던져버리고 곰곰히 생각에 잠겼다. 로베르토 카론은 그 서류를 집어들고 조용히 그녀 앞에서 다음 명령을 기다렸다. 물론 호드정션에 세츠코 말고도 엘프들이 있었지만 그들의 뒷걱정은 전혀 없었다. 오히려 이대로 놓아두고 계속해서 추가로 찾아올 엘프 사냥꾼들과 추적자들을 모조리 잡아버릴 계획까지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사로잡은 존재가 흡혈귀 군주 베르치카 이사카 비리안여서야...
베르치카에게서 태욱이란 그녀가 형용할 수 없는 보물이였다. 처음에 태욱의 힘에 취해 그에게 몸을 내준 것은 단지 계기였을 뿐이였다. 피를 탐하고, 마시는 피에 의해 광기가 늘어나는 흡혈귀의 생에 있어 또다른 감각. 이미 죽어버린 시체와 같은 육신이 태욱이 내뿜는 순수한 생명에너지에 다시금 활성화되는 감각, 그리고 자신의 깊은 곳에서 느껴지는 정액의 온기... 그 모든게 베르치카를 일깨웠다! 이미 인간의 기억을 모조리 잃어버린 오래된 흡혈귀 베르치카에게 있어서 그것은 천지창조에 맞먹는 놀라운 사건이였다.
오로지 흡혈에서만 즐거움을 얻을 수 있는 흡혈귀가 태욱과의 섹스에서 흡혈보다 더 좋은 기분을 느낀다는 것은 설사 전지하다고 알려진 사울 화이트팽 듀나엘도 미쳐 모르는 일이 분명했다. 그리고 그것은 죽어가고 있던 베르치카에게 있어서 구원과도 같은 것이였다. 피를 너무 많이 탐한 나머지 조금만 더 진척되면 이성을 잃은 한낱 괴물이 되는 것이 바로 흡혈귀의 진정한 죽음이였다. 그리고 베르치카는 그 초기상태였었다.
베르치카는 새빨갛게 물든 눈을 감은채 태욱과 만난 첫날 그의 품에 안긴채 과도한 섹스에대한 여파로 의식불명 상태에서 일어났을 때를 떠올렸다. 사실 베르치카에게 있어서 그런 것은 중요하진 않았다. 단지 태욱의 품안에 안겨 교성을 지르며 쾌감을 온몸에 새긴 것을 느꼇다. 베르치카의 망가져버린 정신은 다시 한번 흡혈을 능가하는 마약과도 같은 쾌감에 져버려 자신의 젖가슴을 껴안은채로 잠드는 자그만한 인간 소년에게 완전히 기대게 되었다. 그리고 그 욕망의 다른 이름을 떠오르는 아침태양에서 태욱의 얼굴을 보며 깨달았다.
그리고 그것이 시발점이였다. 잔인하고 사악한 흡혈귀군주 베르치카의 내부는 비록 시작은 욕망으로 시작되었지만 사랑으로 변한 순간 그를 잃는게 너무나도 두려워졌고 그렇기에 그의 허락도 없이 고대의 결혼식 영속의 비법을 실행해버린 것이였다. 전투와 살육의 프로인 그녀지만 사랑에는 순진한 처녀와 다를바가 없었다.
베르치카는 시체와 영혼을 다루는 흡혈귀군주 답게 자신의 쪼개어진 영혼이 태욱의 영혼과 결합되어 같이 살아가면서 용해되어가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태욱이 들이마쉬는 공기하나 내쉬는 숨결하나를 전부 알 수 있었다. 그렇기에 6일째 잠들어 있는 모습은 그녀의 정신과 이성에 심각한 타격을 주었다.
[알았다. 작업은 그대로하고. 다른 보고 할 건 없느냐?]
[예 없습니다.]
로베르토 카론은 다시 한번 정중하게 인사하고 물러났다. 베르치카가 내린 명령은 이것 말고도 많았지만 모조리 그의 선에서 처리 할 수 있는 문제였기에 보고할 가치도 없었다. 베르치카는 눈을 감은채 다시 한번 목걸이게 걸 술식들을 점검하였다.
목걸이를 누가 만들었는지 모르지만 조사하고 복원한 베르치카는 알 수 있었다. 이것은 아티팩트였다. 마법과 각종 이능력의 총아가 부여된 하나의 예술품이였다. 그 목적은 아주 간단한 하나를 지키기 위해 구성되고 만들어진 것이였다.
그렇기에 지금 태욱이 일어나지 못하는 이유 역시 이 목걸이에 있었다. 목걸이의 많은 기능중에 하나인 태욱의 힘을 조절 및 봉인하는 능력이 있었고 그것이 바로 태욱이 일어나지 못하는 이유중 하나였다.
태욱의 힘은 매우 이타적인 힘이였다. 세계에 가득차있는 마력을 흡수해서 높은 고효율로 순수한 무속성의 생명에너지를 만들어내는 힘. 그리고 순수한데다가 무속성이기에 그누구에게도 그 어떤 상황에서도 좋게 쓰일 수 있었다.
하지만 그 힘이 반드시 소유자에게 좋게 작용하는 것은 아니였다. 물론 생명에너지가 태욱의 육신에도 흐르는 만큼 자잘한 부상은 순식간에 치유되고 상처가 바로바로 치료가 되기 때문에 근육이 본래 가진 리미트가 풀려 힘이 증가하기까지했다. 그러나 태욱은 아주 평범한 인간소년이라는게 문제였다. 마력을 흡수하고 생명에너지를 가공하는 작업이 바로 영혼을 마모시키는 일이였다. 그 뒤에 나오는 생명에너지로는 이미 마모되어버린 영혼을 복구 할 수는 없었다.
영혼이 완전히 마모된다는 것은 바로 죽음.... 그렇기에 태욱은 베르치카를 만나지 않았다면 30을 결코 넘길 수가 없었을 것이였다. 게다가 이번 사고로 목걸이가 완전하게 파괴되어버렸기에 태욱을 보호하기 위해 깊은 잠에 빠지게 만들었다.
태욱의 힘이 가진 문제점 해결은 이보다 더 좋은 방법이 없을 정도의 것을 이미 실행하고 있었다. 영속의 비법에 의해 영혼조각 융합으로 자연스럽게 수명을 늘리는 것이였다. 이제 오히려 마력을 흡수 할수록 태욱의 수명은 줄어드는게 아니라 아무런 부작용 없이 대폭으로 늘어나게 되었다.
베르치카는 이러한 사실들을 몰랐지만 목걸이의 술식을 복구하면서 이러한 사실들을 알 수가 있었다. 그리고 태욱이 다시 일어나기 위해서는 몇달간에 걸친 육체 적응기간이 지나거나 목걸이를 다시 만드는 두가지의 상황이였다. 물론 태욱하고 한시라도 떨어지고 싶지 않은 베르치카에게 있어서 다른 선택은 없었다.
그런 그녀는 지금 초조하게 목걸이의 복원품을 기다리고 있었다. 부여할 술법은 완성되어있지만 그 주문을 받을 목걸이는 지금 한참 드라가가 만들고 있었다. 사실 사울의 인장까지 손에 넣은 베르치카의 마력으로도 복원하지 못한 목걸이였기에 시간이 걸리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였다. 하지만 본래 인내하고는 거리가 먼 베르치카였기에 참기가 힘든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