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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번역] La Hache - 중편

La Hache (중편)
 

 

 

  갈라드리엘은 이런 모습의 에파리스를 여태껏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다른데 눈길도 주지 않고 프란츠의 입술을 갈구하며 검은 머리카락도 커다란 가슴도 흐트러뜨리며 사내의 몸에 나신을 비벼대는, 아양 떠는 『여자』로서의 에파리스를. 유능한 부관으로서의 그녀도, 갈라드리엘을 이끄는 다정한 언니로서의 그녀도 이 곳에는 없었다.
 

  "에파……"
 

  믿을 수 없다. 믿고 싶지 않다. 그런 심정을 싣고 갈라드리엘이 아연실색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의연하게 검을 쥐고 자세를 잡고 있어도, 그 칼끝은 바르르 떨려 한 순간이라도 신경을 놓으면 떨어뜨려버릴 것 같을 정도였다. 한 걸음 발을 내디뎌 이 발칙한 작자를 베는 것도 가능한데도, 그렇게 하는 것도 할 수 없었다. 무릎은 움직이지 않고 머리는 어질어질했다.
 

  "왜 이러지. 왜 이러는 거냐……, 나는!"
 

  그런 상황의 갈라드리엘이 시야에 들어와있을 텐데도 에파리스는 그녀를 무시하는 것 같이 프란츠의 입술을 집어삼킬 듯이 입맞춤을 하고 있었다.
 

  "응, 하앙, 하앗, 하아아아……"
 

  "……서가임 경, 저기……"
 

  "아아, 에파리스, 아뇨. 에파라고 불러주세요, 프란츠 전하……. 앙, 음음……"
 

  입맞춤하는 사이를 틈타 프란츠가 말을 걸었지만 그것을 가로막듯이 에파리스는 프란츠의 뺨을 양손으로 다정하게 감싸안고 다시 프란츠의 구강내에 혀를 미끄러뜨렸다.
 

  "그럼, 에파……. 공주 전하께서 보고 계십니다."
 

  "고, 공주님……."
 

  에파리스의 입술로부터 어떻게든 도망친 프란츠가 지적하자 그제서야 에파리스는 등 뒤에 있는 갈라드리엘 쪽을 돌아보았다. 충격으로 눈도 깜빡이지 못하는 갈라드리엘의 시선과, 서서히 이성의 불빛이 켜지기 시작한 에파리스의 시선이 교차했다.
  갈라드리엘은 안도했다. 평소의 에파리스가 돌아왔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더욱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보았다. 에파리스의 눈동자에 맺힌 빛은 다시 침침하게 흐려지고 표정은 황홀에 빠져들었다.
  그리고 듣고 싶지 않았던 말이 에파리스의 입에서 튀어나왔다.
 

  "공주님은……, 관계 없어요. 전하, 부탁드리겠어요. 더 이상, 더 이상 저의, 이 곳은……"
 

  "공주 전하께는 죄송하오나 분명히 이제 한계 같군요. 이 이상은 버티지 못할테고, 게다가 한심스럽지만 나 자신도……"
 

  에파리스는 주군에게 등을 돌리고 다시 프란츠의 나신에 매달리듯이 달라붙어 간원했다. 프란츠는 그런 그녀의 등에 손을 두르고 달래듯이 다정하게 말을 걸고 있었다.
  일국의 공주 앞에서의 난행, 충신의 반의, 어느 것이나 갈라드리엘의 분노를 사기에는 충분했다. 그러나 갈라드리엘은 그 이외의 사실에 속이 타고 있었다. 자기 자신인데도 알지 못하는 만큼, 쓸데없이 화가 났다.
  마침내 인내의 한계에 달한 갈라드리엘은 방 밖을 향해 외쳤다.
 

  "경호대, 이리로 오너라! 불한당이다. 당장 잡아들여라!"
 

  "공주님, 죄송합니다. 이미 경호대원들은 물러나게 했습니다……."
 

  "뭣이!?"
 

  완전히 넋나간 표정으로 살짝 뒤를 향하고 대답하는 에파리스의 놀랄만한 말에, 갈라드리엘은 되묻는 것이 고작이었다.
 

  "왜냐면, 저랑 전하가 추잡한 일을 잔뜩 하는 걸 방해받으면 곤란한 걸요……."
 

  "네, 네 이놈……. 너, 에파리스에게 무슨 짓을 했어! 말해라!"
 

  갈라드리엘은 노기를 품은 목소와 함께 검의 칼끝을 프란츠에게 향했다. 하지만 애시당초 평상시의 그녀였다면 경호대를 부른다는, 빙 돌아가는 행동은 하지 않는다. 망설임없이 프란츠를 베어버리고 에파리스를 떼어놓았을 상황이다.
  하지만, 고작 그만큼의 행동인데 왠지 하지 못한다는 사실에 갈라드리엘은 당혹을 느끼고 있었다. 자기 자신을 이해할 수 없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도 에파처럼 안아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

 

  갈라드리엘은 마음 속에서 느닷없이 끓어오른 미지의 감정을 필사적으로 부정했다.
 

  "그, 그럴 수가 말도 안돼……. 내가, 내가 그런 생각을 할 리가……"
 

  마음 속에서 필사적으로 부정해도, 부정하면 부정하는 만큼 그 심정은 강해지고 만다. 에파리스처럼 안아주었으면 좋겠다. 저 사내의 다부진 몸에 안기고 싶다. 저 사내와 입맞춤을, 그것도 혀를 서로 뒤얽는 깊고 격렬한 입맞춤을 해보고 싶다. 몸을 비비며 저 사내의, 프란츠의 체취를 맡고 싶다. 에파 만큼은 아니지만, 그 나름대로 봉긋한 가슴을, 열띠기 시작한 몸의 모든 것을 드러내고 싶다. 습기를 띠기 시작한 드로워즈를 벗어내리고 에파랑 시녀에게밖에 보인 적 없는 비부를 보이고 싶다. 프란츠에게, 프란츠 공자에게, 사랑스러운, 사랑스러운 프란츠 공자에게…….
 

  "아아……."
 

  한숨과 함께 힘없이 칼끝이 내려갔다. 못한다. 이 분을 벤다니 못한다. 누구보다도 소중하고, 사랑스러우며,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몸의 뿌리부터 녹아버릴 것 같은 감각을 불러일으키는 이 분을.
 

  "갈라드리엘 공주."
 

  프란츠가 갈라드리엘에게 시선을 향하고 불렀다. 갈라드리엘은 그것만으로도 가슴이 크게 뛰는 것을 느끼며, 비부가 보다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프란츠는 홱 시선을 떨구고 뺨을 비비고 있는 에파리스를 그대로 두고 미안하다는 듯이 말을 이었다.
 

  "일이 이처럼 되어 죄송하옵니다. 결코 처음부터 이럴 작정은 아니었는데……"
 

  "이제 됐어……."
 

  프란츠의 말을 가로막고 갈라드리엘이 버티지 못한 것처럼 말했다. 아니, 눈물을 흘리며 외쳤다.
 

  "이제 됐다! 이상해져버릴 것 같아! 에파처럼 네가 안아줬으면 좋겠다! 입맞춤을 하고 싶느니라! 그리고……"
 

  갈라드리엘은 손에 들고 있던 검을 떨구고는 허리 아래까지 있는 슬립의 옷자락 속에 손을 넣고 드로워즈를 내렸다. 그녀는 거기에 더해 슬립의 옷자락을 천천히 들어올리고, 수치와 황홀과 애원이 뒤섞인 표정으로 프란츠에게 간원했다.
 

  "뜨겁고, 뜨거워서 못 견딜 이 곳을 어떻게든 해줬으면 좋겠다!"
 

  프란츠는 이성의 눈 앞에 축축히 젖은 털없는 비부를 드러낸 공주를 앞에 두고 말문을 열지 못했다. 아니, 에파리스가 그에게 푹 빠지게 된 시점에서 이렇게 될 것임은 상상이 가고 있었다. 프란츠는 자신의 얕은 행동이 두 사람의 마음을 미치게 만들어버린 것을 후회했다.
  이리 되고 만 이상, 취해야 할 수단은 하나밖에 없다. 그리고 자기 자신도 몹시나 그 수단을 원해버리고 있었다. 도저히 용서될 일은 아니지만.
  프란츠는 뜻을 정하고 두 사람을 불렀다.
 

  "공주……"
 

  "……갈라드리엘이라 부르라."
 

  "그럼 갈라드리엘. 그리고 서가임 경, 아니 에파……."
 

  "아아, 프란츠 님……."
 

  "귀부인의 살결에 상처를 입힐 수야 없습니다. 침대를 빌려도 될까요."

 

 

  

  "아앗! 깊어, 좋아, 요! 프란츠 니임!"
 

  얼굴을 붉히고 침대에 주저앉아있는 갈라드리엘의 정면에서 에파리스는 치태를 숨기려고도 하지 않았다. 평소의 성실하고 엄격한 구석은 완전히 잃고 환희에 가득 차 완전히 해롱대는 표정을 지으며 침을 흘리면서, 네 발로 엎드린다는 종교적으로 부도덕한 자세로 배후로부터 프란츠에게 찔리고 있었다. 두 사람의 결합부로부터는 찌걱, 찌걱 음란한 소리가 울리고, 맞닿은 피부와 피부가 찰싹찰싹 소리를 내었다. 아래로 떨어져 처진 유방이 앞뒤로 격하게 흔들린다.
  지식으로서가 아니라 실제로 처음 보는 성교의 그 너무나 자극적인 모습에, 갈라드리엘은 그저 오로지 눈을 휘둥그레 뜨고 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아하앗! 좋아, 거기이, 좋아요, 멋져어!"
 

  "그나저나 처음이라 쳐도 이렇게나 흐트러지다니……, 아니, 어쩔 수 없겠지만 말이지요."
 

  "아아, 그런 말씀 마세요, 하지 마세요……, 아니요. 아앙! 더, 더 말씀해주세요, 아아, 아학! 귀족인데도 음란한 저를, 좀 더……!"
 

  지나치게 쾌락이 몸을 맴돌아 지리멸렬한 소리를 떠들기 시작한 에파리스. 그런 그녀가, 갑자기 눈 앞에 주저앉아있는 갈라드리엘에게 시선을 맞추었다.
 

  "공주님……."
 

  "뭐, 뭐냐."
 

  "좀 전엔 죄송, 했사옵니다……."
 

  "아, 아니. 그 일은 됐다."
 

  갈라드리엘은 얼굴을 붉힌 채로 대답했다. 하지만 시선은 두 사람에게 못박친 채다.
  그런 갈라드리엘에게 에파리스는 음탕한 미소를 띄며 말했다.
 

  "공주님은, 물론, 소중하오나, 아앙! 지금은 프란츠 전하가……, 더어……!"
 

  "……그 마음은 나도 모르는 바도 아니야. 이런 기분은 처음이다. 사랑하는 소녀, 라는 건 이런 걸 말하는 거겠지. 내겐 연이 없는 것이라고 여겼거늘……."
 

  호오, 하며 한숨 돌리고 갈라드리엘은 사랑스러운 듯이 슬립 위로 가슴에 손을 얹으면서 대답했다. 남은 한쪽의 손은 무의식 중에 벗어내린 드로워즈 뒤에 숨겨져있던 털없는 사타구니에 얹혀져있었다. 그리고 바로 얼마 전까지의 적의에 가측 찬 시선이 아니라 자기 입으로 말한대로 사랑하는 소녀 같은 시선으로 두 사람을, 프란츠를 쳐다보았다.
  그 프란츠는 갈라드리엘의 시선을 눈치채자 몸을 앞으로 꺾어 에파리스의 등 쪽에서부터 뭔가를 귓속말했다. 말하는 김에 풍성한 가슴을 주물러 짓이겨, 핑 곤두선 유두를 조물락거려서 에파리스를 기쁘게 했다.
  귓속말을 들은 에파리스는,
 

  "아학! 그럼, 좀 전의, 사죄로오오오……"
 

  이렇게 말하자마자 황홀한 표정으로 동물의 교미 같은 꼴인 채로 갈라드리엘에게 기어가기 시작했다. 프란츠도 결합을 유지한 채 착 달라붙어 따라간다.
  그리고 팔꿈치를 침대에 떨구고 머리를 숙이고는,
 

  "지루해보이는 공주님에게, 아앙! 봉사해, 드리겠습니다……."
 

  "에, 에파!?"
 

  곤혹해하는 갈라드리엘의 두 다리 사이에 얼굴을 기어넣고 이미 꿀물을 글썽한 균열에 혀를 뻗기 시작했다.
 

  "아아앗!?"
 

  다음 순간, 갈라드리엘은 몸을 위로 젖히며 몸부림쳤다. 미지의 쾌감이, 그녀의 온몸에 내달렸던 것이다.
  갈라드리엘은 다 자란 처녀였지만 갖고 태어난 신분과 천성도 있어 성적인 부분에 관한 실제 경험은 전무였다. 그랬는데 한 다리 건너뛰어 부도덕한 행위에 몸을 맡기고 말았다는 사실이, 그녀를 보다 한층 흥분시켰다.
  할짝, 할짝 에파리스가 혀를 움직일 때마다 갈라드리엘은 쾌감에 몸부림쳤다.
  이 쾌감에 몸을 맡기고 싶다는 욕구보다도 먼저, 배설기관에 입이 갖다대어졌다는 저항감이나 종교적인 금기감이 그녀 속에 있었지만,
 

  "에, 에파, 거기는, 더러……!"
 

  "쮸웁, 하앗, 응, 음음……. 아아, 프란츠 님의, 명령이시니까요……! 게다가, 공주님에게 더러운 곳 따위, 앙! 없사옵니다, 아음음!"
 

  "아앗, 프란츠 공자가, 한 말이라면, 어쩔 수 없지……. 아학, 혀가, 거기! 기분, 좋아아!"
 

  지금 두 사람은 『프란츠가 하는 말이라면』 뭐든지 할 수 있다. 오히려 프란츠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하겠다. 해주고 싶다는 심정이 되어있었다. 두 사람 속에서 끓어오른 프란츠에 대한 과도한 『애정』이 그렇게 만들고 있었다.
  프란츠의 애정에 얽매인 두 명은 프란츠가 주는 쾌락에 몸도 마음도 녹아갔다.
 

  "좋앗, 좋아, 좋아! 프란츠 님의, 으, 자지, 좋아요오!"
 

  "아아, 에파, 좋구나, 좀 더, 혀로 나를, 황홀하게 만들어다오……!"
 

  "후읍, 더, 좀 더, 자지, 세게, 프란츠 님, 찔러주세요오오!"
 

  "에파, 에파, 기분 좋다, 기분이 좋아, 더, 더 빨아서, 나를, 이상하게 만들어줘……!"
 

  자꾸자꾸 흐트러져가는 두 영애에 맞추는 것 같이 프란츠도 움직임을 거세게 하기 시작했다.
  아무리 그라도, 체내에서 전하는 요구를 계속 거절하지는 못하게 되어있었다. 온몸이 사정을 원하고 있다. 프란츠는 그 사실을 에파리스에게 전했다.
 

  "서…… 아니, 에파……. 이제 슬슬, 쌀 것 같아요……!"
 

  그 말을 듣자마자 에파는 환희의 표정에 가득 찼다.
 

  "아앗, 전하의, 프란츠 님의 씨앗을, 아앙! 받을 수 있는 거군요!"
 

  "아니, 그건 무슨 문제가 있을지도……"
 

  "아니요, 주시어요! 프란츠 님의, 씨앗을, 제 안에, 제발, 제바알!"
 

  네 발로 엎드린 채 억지로 뒤를 돌아보며 간원하며 프란츠를 떼어놓지 않으려 필사적으로 다리를 걸고 질을 조이는 에파리스. 그 자극에, 프란츠는 참지 못하게 되고 말았다.
 

  "으윽, 이제 한계다……! 에파리스 경, 용서하시오!"
 

  버티고 있던 하반신의 힘을 빼자 둑이 터진 것처럼 정액의 탁류가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에파리스의 질내를 두드렸다.
 

  "아핫, 왔어, 왔어요! 프란츠 님, 가요, 나 가! 프란츠 니이이임~……!"
 

  그 때에 에파리스는 움찔움찔 경련했나 싶게 몸을 떨며 눈을 하얗게 뒤집고 힘 빠져 침대에 엎어졌다.
  프란츠의 것을 받아들이고 있던 성기에서 그의 물건이 주르륵 빠져, 넘쳐나온 정액이 그녀의 허벅지와 침대 시트를 더럽혔다.
 

  "이, 이봐라, 에파! 괜찮느냐!?"
 

  성기에의 자극을 잃어 조금 제 정신을 되찾은 갈라드리엘이 에파리스의 몸을 안아들어 걱정스러운 듯이 그녀의 어깨를 흔들자, 에파리스는 갈라드리엘에게 야무지지 못한, 하지만 이 이상 없이 행복해보이는 웃음을 보였다.
 

  "……아아, 공주니임~ ……. 프란츠 님의 총은을 받아, 저느은, 행복해요오~ ……."
 

  "내 이런, 주군을 걱정시켜놓고 그 낯짝은 뭐냐. 그나저나……"
 

  힘이 빠진 채 그대로인 에파리스에게 무릎베개의 영예를 주고 쓴웃음지고 있던 갈라드리엘이 한숨 돌리고 있던 프란츠에게 느닷없이 날카로운 시선을 향해, 그를 가볍게 움츠러들게 만들어놓고 나서, 말했다.
 

  "프란츠 공자, 이걸로 끝이라고는 말하지 않겠지?"
 

  "공주……."
 

  "실컷 애태워지다보니 내 몸도 마음도 못 견디게 너를 원한다. 애가 타서 어쩔 도리가 없어. 부탁하겠다, 나도……."
 

  갈라드리엘은 유일하게 몸에 걸치고 있던 슬립을 기세 좋게 벗어던진 뒤 에파리스를 침대에서 내리고, 상스럽게도 천천히 가랑이를 열고 양손으로 비부를 벌려보였다. 에파리스와는 같은 나이지만 아직 소녀 같이 조신한 유방과, 반대로 남의 물건을 찾아 실룩실룩 숨쉬며 꿀물을 똑똑 떨어뜨리는 터없는 성기가 프란츠의 시선에 드러나게 되었다. 창피하다고는 여기지 않았다. 오히려 기뻤다. 프란츠가 본다면.
 

  "나도, 에파리스처럼 해줬으면 해. 너에게, 모든 것을 바치고 싶어."
 

  그렇게 잘라 말한 갈라드리엘의 웃는 얼굴은, 호의와 기대와 정욕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이것이……, 자지라는 것인가. 남성기를 두고 페니스라 부른다고 들었는데."
 

  "확실히 학문적으로는 페니스라고도 합니다만, 신사분들은 여자에게 자지라는 상스런 표현을 시키는 걸 좋아하옵기에. 고귀한 신분의 여자라면 더욱 더 말이지요."
 

  "그런가. 그럼 지금부터는 자지라고 부르마. 흠, 딱딱하고…… 그리고 뜨거운 걸. 허나 늘상 이러한 꼴이어서야 거북살스럽지 않던가?"
 

  침대 위에서 직립해있는 프란츠 앞에서, 무릎으로 선 갈라드리엘이 여전히 단단하게 곡선을 그리며 서있는 그의 물건을 흥미로운 듯이 말랑말랑 손으로 만지작거리고 있다. 옆에는 마치 교사처럼 제 정신을 되찾은 전라의 에파리스가 시립해있었다. 하기사 하는 말 자체는 귀족가 영애의 정신머리라고는 여겨지지 않는 소리였지만.
 

  "신사분들은 자지가 한 번 사정해 만족하면 줄어들어버리옵니다만……, 프란츠 님은 아직도 부족한 모양이세요. 역시 프란츠 님, 훌륭하기도 하셔라."
 

  프란츠는 농을 하듯이 담론을 풀어놓는 에파리스에게 뭔가 말하고 싶어보였지만, 그는 망설이다 그 말을 삼켰다.
  그런 그의 모습보다도, 에파리스의 애액으로 번들번들 빛나는 페니스를 변함없이 흥미진진하게 각도를 바꿔가며 계속 바라보던 갈라드리엘이 말했다.
 

  "호오, 재미있는 걸. 그건 그렇고 에파는 잘 알고 있군. 왜지?"
 

  "그, 그건……, 그게……, 저 또한 과년한 처녀고, 부하 병사들이 하는 음담이 귀에 들어오는 경우도 있는지라……"
 

  "옳아. 이론만 빠삭하다 이거렸다."
 

  "아, 안 그래요! 정말…… 공주님, 너무 괴롭히지 말아주세요."
 

  재잘재잘 즐거운 듯이 실시되는 그런 성교육 현장 수업을 프란츠 본인은 창피하달지 뭐랄지, 그런 복잡한 표정으로 그저 당하는 채 교재로서의 의무를 이행하고 있었다.
  얼마 안되어 그의 고환을 만지고 있던 갈라드리엘이 손은 그대로 두며 불안쩍은 표정을 보였다. 그 변화한 모습에 민감하게 반응한 에파리스 물었다.
 

  "왜 그러시는지요, 공주님."
 

  "이 같은 물건이, 내 체내에 들어가는 건가……. 무섭지 않다 하면 거짓말이 되겠는데."
 

  "공주님. 시험 삼아 먼저 입댄 제가 말씀 드리자면, 프란츠 님의 이 자지는 확실히 처음엔 아픔이 뒤따르나 그 아픔조차 곧 있어 행복감으로 바뀌어요. 프란츠 님의 자지가 체내를 문질러댈 때마다 여자로서 태어났음을 감사하고 싶어집니다. 그리고 총은을 받게 되었을 때의 흥분 말인즉…… 그건 정말……, 아아……"
 

  "……내 너의 그 모양새를 보니 납득도 가는구나."
 

  갈라드리엘은 넋 빠진 표정으로 어딘가 먼 곳을 쳐다보면서 얘기를 잇는 에파리스를 보고 약간 기가 막힌 것처럼 말했다.
  그리고 불안쩍은 표정으로 돌아와 밑에서 눈을 홉떠 프란츠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한데, 프란츠 공자는 어떻지? 나는 에파 만큼 성숙치 못해. 털도…… 그, 뭐라 말했더라. 보, 보……"
 

  "보지, 에요. 공주님."
 

  "그래. 보지의 털도 나지 않았고 가슴도 작아. 평소엔 말에 올라타 검을 휘두르고 순백의 드레스가 아니라 먼지와 피로 더러워진 철의 갑옷을 입는데다가……. 이런 미숙하고 조야한 계집, 프란츠 공자가 안아줄 자격이 있기야 한 건지……"
 

  "공주."
 

  프란츠는 자조 같은 말을 늘어놓기 시작하는 갈라드리엘은 부드럽게, 하지만 분명하게 막았다. 그리고 침대에 무릎을 대어 갈라드리엘에게 시선의 높이를 맞추며 양손으로 그녀의 뺨을 살짜기 감싸안고는 코가 맞닿을 듯이 가깝게 말을 걸었다.
 

  "공주. 당신은 아름답습니다."
 

  "빈말은 되었어……."
 

  "공주가 나를 두고 생각하고 계시는 부분에 대해선, 있다가 설명드리겠습니다. 그러나 당신이 아름답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아요."
 

  "프란츠 공자……."
 

  프란츠에게 홀린 것처럼 갈라드리엘은 작은 소리를 흘렸다.
 

  "나 또한 무수한 여인과 만났지만 외면의 아름다움 뿐이 아니라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광채를 지닌 부인은 그대가…… 에파리스 경도 포함하지만, 처음입니다. 검을 부여잡은 그 모습은……"
 

  "그 일은 미안했다고 생각한다. 그대에게 검을 향하다니……."
 

  "아니요, 그 모습은 정말로 아름다웠습니다. 마치 싸움과 미(美)의 여신이 이 곳에 내려오셨던가 싶도록. 그렇기 때문에 내 몸만이 아니라 마음도 당신을 원하고 있는 겁니다."
 

  말을 나누고 있는 사이에, 자연스럽게 두 명의 거리가 점점 줄어들어간다. 코가 닿을 듯해지자 무의식 중에 목을 기울여 피한다. 신호한 것도 아닌데 동시에 눈동자가 천천히 닫히며, 그리고…… 입술이 서로 닿았다.
  갈라드리엘의 마음 속에서 지금까지 느낀 적 없는 행복감이 퍼졌다. 이것이 입맞춤이라는 것인가. 그렇게 생각할 틈도 없이 입술을 빨고 상대의 혀를 원해 스스로의 혀를 감기 시작했다.
 

  "음, 핫, 으응……"
 

  "앗, 음, 핫……, 공주……"
 

  무릎으로 선 자세인 채 양손으로 상대를 꼭 껴안아 보다 몸을 밀착시키자 서로의 체온도 고동도 전부 느껴지는 것 같았다. 이대로 하나로 녹아들어버릴 듯한 감각. 언제까지고 언제까지고 이러고 있고 싶다, 프란츠와 떨어지고 싶지 않다는 감각. 그것은 갈라드리엘에게 있어서 시리도록 상쾌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녀에게 있어서 영원과도 같은 그 감각은 도중에 느닷없이 끊겼다. 프란츠가 입술을 떼었기 때문이다.
 

  "엑……"
 

  갈라드리엘의 눈이 가볍게 휘둥그레졌다. 그 표정에는, 왜 그만뒀는지 믿지 못하겠다. 그런 문자라도 쓰여져있는 것 같았다.
  프란츠는 그에 대한 대답을 냈다.
 

  "공주. 에파리스 경처럼 해주길 원했던 것이 아니셨는지요?"
 

  "앗……"
 

  아까 전까지 있었던 에파리스의 정사를 떠올리고 보다 얼굴을 붉히는 갈라드리엘. 그와 동시에 꿀물을 똑똑 떨어뜨리는 성기가 찌릿 저렸다.
 

  "자 공주님, 침대에 누워주세요."
 

  상황을 파악한 에파리스가 베개를 준비해서 갈라드리엘을 이끌었다.
  갈라드리엘은 말을 곧이 들어 폭신폭신한 베개에 머리를 싣고 몸을 침대에 뉘였지만, 옆에 대기하고 있는 에파리스에게 시선을 향하고 부끄러운 듯이 물었다.
 

  "그 뭐냐……, 개, 개처럼, 네 발로 엎드리지 않아도 되겠어?"
 

  "그, 그건 저도 그 때는 어찌할 도리도 없이 흥분했사옵기에……. 당장에라도 보지에 자지가 들어왔으면 싶었고……. 아앙, 그래도 왕자님의 개가 되었다 생각하니 그건 그거대로……"
 

  느닷없는 질문에 수줍어하며 오물오물 대답하는 에파리스. 마지막 부분은 목소리가 작아서 알아듣지야 못했지만 아까 전의 행위를 되새기고 있다는 건 행복한 듯이 몸을 꼬는 그 모양새를 보기만 해도 알았다.
  두 사람이 차갑다기보다 뜨뜻미지근한 시선을 보내고 있음을 간신히 눈치챈 에파리스는, "어흠"하고 짐짓 티 나게 헛기침하고는 불안스러워 하는 공주님에게 다시 대답했다.
 

  "여, 여하튼 공주님은 통상의 체위로 전하와 맺어지시길 바라요."
 

  "그러냐. 에파가 그리 말한다면 그리 하자꾸나. 어쨌든 에파와 달리 나는 경험이 없으니 말이지. 그처럼 대담한 행위는 무리야."
 

  갈라드리엘은 히죽 웃어보이며, 에파리스는 민망한 듯이 밑을 향하고 입을 우물거리고 말았다.
 

  "그럼 공주, 아니 갈라드리엘. 슬슬 괜찮을는지요."
 

  "아, 아아 그래. 모자란 몸이지만 잘 부탁하겠다."
 

  불시에 프란츠가 얘기에 끼어들자 갈라드리엘은 당황해서 떠들었다. 자기 자신이 봐도 이상한 소리를 한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그녀는 어쩐지 부끄러워지는 것을 느꼈다.
  그것을 덮어씌우는 것 같이 갈라드리엘은 드센 태도를 가장해 활짝 가랑이를 벌리며 눈썹을 치켜뜨고 프란츠에게 말했다.
 

  "자, 자아! 얼마든지 덤비도록 해라!"
 

  "공주님, 결투도 아니고 진정하세요……."
 

  "그, 그렇지……. 역시 이 같이 귀염성 없는 여자여서야 프란츠 공자와 어울리지 않구나……."
 

  에파리스의 지적을 받고 갑자기 약해지는 갈라드리엘을, 프란츠는 이런 일면도 있는가 하고 절로 미소지으며 보고 있었다. 하지만 너무 불안스럽게 만드는 것도 좋지 않다고 생각하며 그는 스스로 한 걸음 내딛기로 했다.
 

  "갈라드리엘, 시작하겠습니다……."
 

  프란츠는 무릎으로 걸어가서, 허리를 갈라드리엘의 벌려진 가랑이 사이에 갖고 갔다. 그리고 그녀의 하얗고 가느다란 몸을 짓눌러버리지 않도록 양손을 그녀의 머리 양옆 바닥에 얹어 몸을 지탱하면서, 갈라드리엘을 포개어 덮는 것 같은 자세로 이행했다.
  우뚝 선 페니스가, 그녀의 균열 속에 들어가고 싶은 듯이 꿈틀꿈틀 움직이고 있다. 각오야 하긴 했으나 꼼짝 못하고 상대가 하는대로 당하고 마는 체위에 대한 생리적인 공포심이 갈라드리엘의 마음을 덮쳤다.
  갈라드리엘은 평소의 그녀에게선 상상도 할 수 없는 가는 목소리로 프란츠에게 부탁했다.
 

  "자, 잠깐만 있어……. 여, 역시, 마음의 준비가……"
 

  하지만 프란츠 입장에서도 여기까지 오고서 물러날 수야 없었다. 이제는 그도 벌써 스스로의 성욕에 몸을 맡기고 말았던 것이다.
 

  "죄송하지만 나도 더 이상 참지 못하겠으므로……, 무례를 범하겠습니다!"
 

  "으아……… 으윽!!"
 

  그의 육창이 공주의 몸에 침입해가자 갈라드리엘은 꼬챙이로 꿰인 것 같은 감각을 느꼈다. 등을 꼿꼿히 젖히고, 빠끔빠끔 입을 벌리며, 소리가 되지 않는 소리를 질렀다. 황녀의 몸을 지키기 위해 분비된 애액과 함께, 황녀가 순결했다는 붉은 증거가 결합부의 틈새에서 흘러나왔다.
  필사적으로 아픔을 참는 갈라드리엘의 모습에, 보다 못해 프란츠와 에파리스가 말을 걸었다.
 

  "갈라드리엘, 괜찮나요. 무리인 것 같다면……"
 

  "공주님, 무사하세요!?"
 

  "큭…… 이, 이게 파과의 아픔인가……. 허나, 그대하고라면 참을 수 있을 것 같아. 계속하여라. 그리고……"
 

  "……그리고?"
 

  "내게 피를 흘리게 만든 건 그대가 처음이야, 프란츠 공자. 영광으로 여기도록……."
 

  아픔과 싸우면서 웃음을 만들어보이는 갈라드리엘을 보고 프란츠도 웃음으로 답했다.
 

  "그럼, 가능한 한 부드럽게 움직일테니……"
 

  "부탁하겠어……."
 

  그 합의를 받아 프란츠는 서서히 허리를 앞뒤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럴 때마다 갈라드리엘은 맹렬한 아픔을 느꼈지만,
 

  "앗……"
 

  느닷없이 어느 순간부터 그녀는 그 아픔이 기쁨과 마찬가지임을 깨달았다. 프란츠가 주는 건 그 무엇이더라도, 설령 아픔이더라도 더 없이 행복한 것이라고. 이것이 에파가 말한 그것인가. 그렇게 갈라드리엘은 몸으로 배웠다.
  그 사실을 깨달아버리면, 프란츠의 허리 움직임이 그녀에게 주는 건 전부 쾌락과 직결했다. 애액과 파과의 피로 찌걱찌걱 미끄러지는 성기의 감촉도, 찰싹 다가든 하복부의 감각도, 그녀에게 속삭이는 달콤한 한숨도, 모든 것이 그녀의 쾌감에 박차를 가하는 요소가 되었다.
 

  "앗, 앗, 아앗……"
 

  쾌락의 소리를 지를 때마다 갈라드리엘은 점점 알몸이 되어갔다. 의복은 벌써 벗어던졌지만, 마음이 벗겨져 알몸이 되어갔다.
 

  "아앗, 조, 좋아……. 좋구나……."
 

  전장의 최고 지휘관으로서의 위엄도,
 

  "좋아, 그거, 자지, 앙! 좋아……"
 

  레디우스 제1황녀로서의 긍지도,
 

  "더, 더 해줬으면, 좋겠다! 자지로, 보지를 긁었으면, 좋겠다! 아픈 것도 기분 좋은 것도, 전부 기분 좋아! 그러니까, 좀 더, 아흐응! 더, 더!"
 

  이거고 저거고 전부 내던진, 프란츠를 사랑하는 단순한 여자로서의 그녀 자신이 밖으로 드러나기 시작한다.
  갈라드리엘은 무의식 중에 프란츠의 몸에 다리를 걸어서 보다 깊은 결합을 보챘다. 그의 등에 양팔을 두르며 단단하게 꽉 껴안았다. 결코 크다고는 할 수 없는 유방을, 프란츠의 몸에 밀착시켰다. 입술을 또 빨아달라고 눈으로 호소했다.
 

  "응응, 하악, 프란츠 공자, 좋아아……, 사랑한다, 아앙! 아아앗……"
 

  성기도, 몸도, 입술도, 그리고 마음도 프란츠와 하나가 되었다. 그가 주는 쾌감이 모든 것을 남김없이 덧칠했다.
  곧 이어 쾌락으로 새하얗게 된 의식이 둥실둥실 떠돌기 시작했다. 몸이 침대 위에 있는 건 알고 있거늘, 마음만이 어딘가로 날아갈 것 같다.
  지금까지 살아오며 전혀 느낀 적 없는 감각에, 까닭도 모르고 쾌감 속에서도 공포를 느낀 갈라드리엘은 금발을 흐트러뜨리며 허덕이는 소리를 지르면서도 두 사람에게 호소했다.
 

  "아흑, 아앗, 프란츠, 공자아, 에파, 무섭다, 나 무서워……."
 

  "왜 그러시는지요, 공주님."
 

  "앙! 무서워, 어딘가, 날아가버릴 것 같아서, 무서우니라……! 아앙, 떨어지지 마, 떨어지지 마아, 에파, 프란츠 공자……!"
 

  "괜찮아요. 프란츠 님이 멋진 곳으로 이끌어주실 것이니 안심하시길. 저도 함께 있습니다."
 

  에파리스는 그리 말하고 공주의 하얗고 가는 손을 살그머니 양손으로 쥐었다. 또 다른 한손은, 프란츠가 꽉 맞잡고 있다.
 

  "아앗! 이제, 안돼, 가, 날아가, 간다 가버려……!"
 

  갈라드리엘이 경련하는 것 같이 몸을 떨었다. 그에 이끌리는 것 같이 프란츠도 허리의 움직임에 점점 박차를 가했다. 그 자신도 한계가 가까웠다.
 

  "공주님, 이제 조금만 더 참으세요!"
 

  "갈라드리엘, 이제 쌀 것, 같아……!"
 

  "아앗, 좋아앗! 간다, 가. 가. 가. 앗, 앗………"
 

  새하얗게보다도 더 순백이 된 갈라드리엘의 의식은 프란츠에게 품긴 채로 하늘에 올라갔다.
 

  "아아아아아아앗──────!!"
 

  그리고, 그 절규와 함께 질이 수축해 그의 물건을 조여 사정을 재촉했다.
  그 자극을 신호로, 프란츠는 공주의 고귀한 질내에, 꿀턱, 꿀턱하고 생명의 분수를 흘려넣어갔다…….
 

 

  

  프란츠는 느닷없이 의식이 들었다. 활짝 열린 창에서 들어오는 냉기에 자극 당했기 때문인 모양이었다. 의복은 아무것도 몸에 걸치지 않았으니 무리도 아니다. 밖에서 새어들어오는 빛의 양으로 보아 그는 새벽 직전의 아직 빠른 시간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왼팔에 감촉이 있기에 그 쪽으로 목을 돌려보니, 팔에는 역시 전라인 에파리스가 그를 떼어놓지 않으려 양팔과 풍만한 가슴으로 꼬옥 껴안고 있었다.
 

  "…………사모합니다아……, 나의 왕자니임…………."
 

  어쩐지 행복해보이는 잠꼬대를 하면서.
 

  "푸훗……, 『나의 왕자님』이라……."
 

  그 잠꼬대에 대해 프란츠의 등 뒤, 아니 우측에서 키득 웃는 소리가 났다. 프란츠가 그 쪽을 향하자, 미성숙하지만 아름다운 나신을 숨기려고도 하지 않고 갈라드리엘이 한쪽 무릎을 일으킨 자세로 앉아있었다. 금색의 긴 머리카락이 어깨랑 등을 꾸미고 있었다.
  그녀는 충신에게 다정한 시선을 보내고는 옛날을 그리워하는 것 같이 말했다.
 

  "이리 보여도 에파는 어릴 적엔 어지간히 로맨티스트여서 말이야. 언젠가 백마에 탄 왕자가 만나러 오는 걸 진심으로 믿고 있었어. 필시 그대 같은 이를 떠올리고 있었을 것이야."
 

  "설마. 너무 사주셨습니다."
 

  프란츠는 행복한 꿈 속에 있는 에파리스를 깨우지 않도록 작은 소리로 대답하면서 쓴웃음지었다.
 

  "뭐 그건 어쨌든, 그대의 본래 용무를 잊고 있었군. 어젯밤은…… 그 뭐냐……."
 

  갈라드리엘은 민망한 듯이 금색의 머리카락을 가볍게 쓸고 나서 말을 이었다.
 

  "필경 그대의 요구는 우리 군과의 정전, 혹은 철퇴쯤되겠지."
 

  "혜안이십니다, 공주님."
 

  프란츠는 몸을 일으키려 들었지만 갈라드리엘은 말없이 그것을 제지했다. 그녀도 에파리스를 일으키지 않도록 신경을 쓴 것이다.
  그리고 약간 불만스러운 듯이 프란츠에게 말했다.
 

  "갈라드리엘이라 부르라 말했건만……. 뭐 됐다. 다른 누구도 아니라 그대의 바람이야. 들어주고 싶은 바지만……"
 

  "역시 무리라 하시는 건지요."
 

  "아니, 철퇴 자체는 간단해. 풀하이크를 독립식으로 자치권을 갖게 둔 형태로 통치시키는 것도 그대의 말대로 하지. 그대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하고 싶다. 하지만 이 싸움은 애초에 이기든 지든……"
 

  여기서 갈라드리엘은 잠깐 쉬었다. 그리고 체념과 비슷한 표정으로 눈 밑의 프란츠에게 말했다.
 

  "나는 자유를 잃어."
 

  프란츠가 놀람과 함께 진의를 재기 어려운 표정으로 그녀를 올려보자, 갈라드리엘은 가볍게 금발을 쓸어넘기고 먼 곳을 쳐다보면서 지난 날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레디우스의 제1황녀씩이나 되면 나 자신이 아니라 그 『지위』를 목적으로 사내놈들이 모여드는 법이지. 하지만 나는 원래 궁정 속 안방에서 얌전히 앉아있지 못하는 성질이라서 말이야. 성의 검술지도역도 맡은 서가임 후작에게 배운 검술로 구혼자들을 쫓아내고 있었던 거지. 난폭한 계집애라면 상대도 정이 떨어지리라 싶어서."
 

  갈라드리엘의 이야기는 계속되었다.
 

  "그런데 어느새 그리됐는지 『공주를 검으로 이긴 자는 결혼을 할 수 있다』는 얘기가 되어버려서 말이야. 나 자신도 대귀족의 바보 자식놈 정도한테 질 생각은 없었으니 우쭐대서 『내게 찰과상 하나라도 입힌다면 결혼이든 뭐든 해주겠다』고 선언하고, 거꾸로 하나하나 결투로 아픈 꼴 보게 만들어줬던 거지. 자, 프란츠 공자."
 

  "……예."
 

  "그대는 내게 처음으로 찰과상은커녕 피를 흘리게 한 자인데, 이 몸을 어찌할 작정이신지?"
 

  갈라드리엘은 그리 말하고 웃어보였지만 프란츠는 대답할 말이 난처했다. 그것이 또 그녀의 웃음을 불렀다.
 

  "하하하, 농담이야. 설령 그대에게 버려진다한들 그것은 그대의 자유. 원망은 하지 않으마…… 이런, 얘기가 빗나가버렸는 걸."
 

  갈라드리엘은 다시 몸을 침대에 누이고는 몸을 프란츠의 우측에 바싹 대었다. 그리고 그의 귓가에 이어지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어느 날, 통일전쟁이 시작되었을 무렵인데, 내 아버지 레이다스 황제가 나의 지나친 행패짓에 속을 썪이다보니 말이야. 북방의 방비를 굳힌다는 의미로 북쪽의 스타러프가(家)와의 혼담을 억지로 결정해버리더군. 물론 나는 반발했어. 그 무렵 우리 나라는 이웃의 아라피스 공격에서, 장군이 무능한 덕분에 고전 중이서 말이지. 나한테는 승산이 있었기에, 내게 지휘권을 넘겨라. 1주일 내로 평정해보이겠다. 그 대신……이라고 아바마마께 진언한 것이야."
 

  "………."
 

  "아바마마는 그 내기를 받아들였어. 단지, 조건은 구제국이 통일될 때까지 내가 계속 승리하면 그 동안 나는 자유, 일단 지면, 혹은 제국의 재통일이 이루어지면 나는 스타러프가에 시집간다. 이런 식이 되어버렸지. 이것이 애시당초 양보할 이유가 없는 아바마마가 내건 그나마 최대의 양보였던 거다."
 

  그리고 갈라드리엘은 눈을 숙이고 불쑥 불쑥 회한하는 양 중얼거렸다.
 

  "그래. 나는 자기의 자유를 위해 병사를 사지로 내몰고 있던 최악의 여자야. 그대처럼 훌륭한 자의 사랑을 받을 자격 같은 건 없어."
 

  "갈라드리엘, 그건 아닙니다."
 

  프란츠는 갈라드리엘에게 팔베개하도록 팔을 목 아래로 집어넣고는 그 팔로 그녀의 머리를 꼬옥 껴안아 당기며 달래듯이 말했다.
 

  "제국의 재통일은 시대가 바란 것이에요. 7대공국은 어느 곳이고 피폐하여 이대로 계속 반목하고 있으면 얼마 안가 타국의 침입을 불렀겠지요. 확실히 전쟁은 바르지 못한 것이지만 당신은 싸워 마땅한 상대, 싸워선 안되는 상대를 알고 있습니다. 단순한 사리사욕으로 전쟁을 일으킨 게 아니며, 본디 레이다스 황제의 사리사욕이었다 쳐도 당신 덕분에 구원받은 민중은 여럿 있어요. 그 사실만으로도 저는 역사에 남을 위업이라 봅니다."
 

  "그런가……. 그대는 다정한 걸."
 

  갈라드리엘은 응석부리듯이 프란츠의 몸에 팔을 두르고 더욱 밀착했다.
 

  "프란츠 공자, 그대는 내가 사랑하기에 충분한 남자야. 좀 더 빨리 만나두고 싶었어. 그대와 함께라면 궁정의 장식물이 되는 것도 즐거울 것 같아. 맞아, 그대가 옛날 결투에 도전해주기만 했다면, 나는 일부러 져서라도……"
 

  "……공주."
 

  프란츠의 한 마디는, 마치 갈라드리엘의 말을 절단시키는 것 같았다. 그 단 한 마디에는 방금 전까지의 따뜻함은 없었고, 고뇌에 가득 차있는 한 마디였다.
  갈라드리엘은 그의 태도가 표변한 것을 의아히 여겨, 그에게 물었다.
 

  "그러니까 갈라드리엘이라 부르라고……, 아니 그게 아니지. 프란츠 공자, 갑자기 왜 그러지?"
 

  "나야말로 공주에게 사랑받을 자격이 없는 남자입니다."
 

  "무슨 소리냐. 나도, 에파리스도 그대에게 완전히 반해서……"
 

  "어째서 만나기만 했는데 그러한 마음이 되었다고 생각하시는지요, 공주."
 

  "그건……"
 

  듣고 보니 확실히 그렇다. 초면의 상대에게 왜 상스럽게도 그렇게나 흐트러지고 말았는가. 그것도 연애 운운에 전혀 흥미가 없는 자신만이 아니라 평소엔 착실한 에파리스까지.
 

  "소위 말하는 첫눈에 반했다는 경우가 아닐까. 연애 이야기처럼."
 

  "……아닙니다. 첫눈에 반했다고 이렇게는 안되겠죠. 하물며 한 나라의 황녀씩이나 되시는 분이."
 

  "그럼 뭐라는 말인가."
 

  갈라드리엘은 좀처럼 진상을 말하지 않는 프란츠에게 조금 조바심났는지 말을 내던졌다.
  프란츠는 안겨드는 힘이 느슨해져있던 에파리스로부터 팔을 슥 빼내고 갈라드리엘에게서도 팔을 뺐다. 그리고 다시 몸을 일으킨 갈라드리엘의 발 밑에 꿇어앉듯이 고개를 숙이고는, 시선을 맞추지 않고 말했다.
 

  "공주의, 그리고 에파리스 경의 내게 품은 마음은, 파퓨메……, 내가 만든 미향(媚香) 『라 아슈』 탓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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