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번역] La Hache - 하편
La Hache (하편)
"무슨…… 말이지?"
갈라드리엘의 눈썹이 실룩이며 위로 올라갔으나 프란츠는 고개를 숙인 채로 움직이지 않는다.
이른 아침의 쌀쌀한 공기 속에, 침묵이 방을 덮었다.
그 와중에, 느릿하게 몸을 일으킨 이가 있었다. 에파리스였다.
이른 아침의 쌀쌀한 공기 속에, 침묵이 방을 덮었다.
그 와중에, 느릿하게 몸을 일으킨 이가 있었다. 에파리스였다.
"에파, 일어났느냐."
"쉽게 풀릴 사태가 아닌 듯하여서요. 무슨 파퓨메가 어떻다든가……."
"그래, 파퓨메다. 프란츠 공자, 설명해주실까."
갈라드리엘은 여전히 고개를 숙이고만 있는 프란츠에게 시선을 보냈다.
그에 호응하듯이, 그제서야 겨우 그는 얼굴을 들었다. 그가 본 건 분노가 아니라 표정을 지우고 진지하게 그의 말을 들으려 하고 있는 두 사람이었다.
프란츠는 무거운 입을 열었다.
그에 호응하듯이, 그제서야 겨우 그는 얼굴을 들었다. 그가 본 건 분노가 아니라 표정을 지우고 진지하게 그의 말을 들으려 하고 있는 두 사람이었다.
프란츠는 무거운 입을 열었다.
"그럼, 설명드리겠습니다……."
"부탁해."
"5년 전, 저는 남쪽의 나뮈에 유학을 떠났습니다. 그 곳에서 아카데미에 입학한 저는 여러 가지 학문을 배웠습니다. 그 중에, 약학과 연금학이 있었습니다. 거기서 저는 이 두 개의 학문으로 몸에 익힌 지식을 사용해 문제의 파퓨메 『라 아슈』를 만들어냈던 거지요."
여기서 프란츠는 말을 끊었다. 갈라드리엘은 팔짱을 끼고 그 말을 듣고 에파리스도 그가 하는 이야기의 뒤를 마른침을 삼키며 기다리고 있었다.
프란츠의 고백은 계속되었다.
프란츠의 고백은 계속되었다.
"파퓨메란 남쪽의 말로 향수란 뜻이오나, 『라 아슈』는 미향(媚香)이라고도 불러야 할 물건입니다."
"……흠."
"변변찮지만 저 또한 사내놈. 아카데미에 있었을 무렵에는 젊은 탓도 있어서 이성이 추어올려줬으면 좋겠다 싶었지요. 이 파퓨메는 천 배로 희석해서 몸에 뿌리면, 하룻밤 정도는 여성의 관심을 끌어들일 수 있는 물건이었습니다. 반대로 남성에겐 아무 효력도 없……지만도 않습니다만, 어쨌든 이 사람 저 사람 가리지 않고 사랑받는 것이 아닙니다. 더욱이, 향기를 맡은 여성은……."
"우리들처럼 된다, 이건가."
팔짱 낀 채로 갈라드리엘이 한 마디 끼어들었다.
"……그 말씀대로입니다. 그 라 아슈를, 희석하지 않고 사용했습니다."
"왜지?"
"외교 교섭에 임할 때, 제게 호의를 가져주시면 우위에 서서 이야기가 진행되겠다고 생각했었지요. 단지 보통은 사자가 공주에게 가까이 갈 법하게 둘 리야 없겠다 싶어 멀리 떨어져있어도 라 아슈의 향기가 닿도록 희석하지 않고 미리 몸에 발라둔 겁니다. 그런데……"
시간은 어젯밤으로 거슬러올라간다.
프란츠 일행이 말을 전력으로 몰아 빌란에 들어갔을 때에는 퍽 깊은 밤이 되어있었다. 거기서 그는 위병에게 외교 사절이란 사실을 전달하고 걸맞는 처치를 기다렸다. 프란츠는 호위인 오르몬가의 형제와는 별개의 방으로 안내받고, 나무 의자에 앉아 다음 대응을 기다리게 되었다.
그 곳을 찾았던 건 중년의 기사였다. 검이야 차고 있었긴 하나 갑옷은 몸에 걸치지 않았으며, 조금 술을 마신 뒤 같아 얼굴은 붉어져있었지만 하는 말은 뚜렷해서 과하게 취해있는 것처럼은 보이지 않았다. 그가 직무태만이 아니라 휴식 때에 들이닥치고 만 이쪽이 잘못했나. 그 때 프란츠는 그렇게 태평스레 생각하고 있었다.
심문은 사무적으로 진행되었지만 얼마 안가 상황이 급변했다. 돌연 중년 기사가 일어서 탁자 건너편에서 그의 멱살을 휘어잡고 힘으로 위로 끌어올렸던 것이다. 목이 졸려 괴로워하던 프란츠는, 잠긴 것 같은 목소리로 어떻게든 말을 뱉었다.
프란츠 일행이 말을 전력으로 몰아 빌란에 들어갔을 때에는 퍽 깊은 밤이 되어있었다. 거기서 그는 위병에게 외교 사절이란 사실을 전달하고 걸맞는 처치를 기다렸다. 프란츠는 호위인 오르몬가의 형제와는 별개의 방으로 안내받고, 나무 의자에 앉아 다음 대응을 기다리게 되었다.
그 곳을 찾았던 건 중년의 기사였다. 검이야 차고 있었긴 하나 갑옷은 몸에 걸치지 않았으며, 조금 술을 마신 뒤 같아 얼굴은 붉어져있었지만 하는 말은 뚜렷해서 과하게 취해있는 것처럼은 보이지 않았다. 그가 직무태만이 아니라 휴식 때에 들이닥치고 만 이쪽이 잘못했나. 그 때 프란츠는 그렇게 태평스레 생각하고 있었다.
심문은 사무적으로 진행되었지만 얼마 안가 상황이 급변했다. 돌연 중년 기사가 일어서 탁자 건너편에서 그의 멱살을 휘어잡고 힘으로 위로 끌어올렸던 것이다. 목이 졸려 괴로워하던 프란츠는, 잠긴 것 같은 목소리로 어떻게든 말을 뱉었다.
"이, 이게 무슨 짓……!"
"네 이 놈……, 단도를 숨기고 공주님의 암살을 꾀하고 있으렷다!?"
중년 기사는 방금 전까지의 무기질적인 응대와는 딴판으로 분노의 감정을 대놓고, 그리고 제 정신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눈빛으로 프란츠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 그런 짓은……!"
"시끄러워! 지금부터 내가 조사해주마! 알몸으로 만들어서라도 모조리 조사해주겠어!"
그렇게 말하자마자 기사는 위에서 아래로 프란츠의 옷을 난폭하게 찢었다. 그리고 그를 바닥에 내동댕이치고는 신음하며 움직이지 못하는 그의 옷을 벗기고, 잡아당기며, 찢어버렸다.
이 이변에 대해, 프란츠는 한 가지 짐작 가는 구석이 있었다. 나뮈에서 한 번, 라 아슈를 뿌린 상태로 만취한 여성과 하룻밤을 보낸 적이 있었는데 그 때의 여성은 어지간히…… 난폭했다. 그 때는 취해있었기 때문이겠거니 하고 신경도 쓰지 않았지만 라 아슈는 술이 들어간 상태에서 냄새를 맡으면 사람의 공격적 · 기학적 사고를 불러일으키는 게 아닌가, 지금 눈치챈 것이었다. 애초에 라 아슈는 남성에게 효과를 발휘하지 않는 물건이지만, 희석하지 않은 원액의 향기가 술 기운과 합쳐져 이 같은 사태를 부르고 만 모양이었다. 중년 기사도 그를 범하려는 게 아니라, 방식이야 어떻든 단순한 소지품 검사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음에 틀림없다.
프란츠는 어떻게든 몸을 일으키고는 손을 앞에 들이밀고 기사를 막으려 소리질렀다. 이미 그의 몸에 천은 거의 걸쳐져있지 않은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이 이변에 대해, 프란츠는 한 가지 짐작 가는 구석이 있었다. 나뮈에서 한 번, 라 아슈를 뿌린 상태로 만취한 여성과 하룻밤을 보낸 적이 있었는데 그 때의 여성은 어지간히…… 난폭했다. 그 때는 취해있었기 때문이겠거니 하고 신경도 쓰지 않았지만 라 아슈는 술이 들어간 상태에서 냄새를 맡으면 사람의 공격적 · 기학적 사고를 불러일으키는 게 아닌가, 지금 눈치챈 것이었다. 애초에 라 아슈는 남성에게 효과를 발휘하지 않는 물건이지만, 희석하지 않은 원액의 향기가 술 기운과 합쳐져 이 같은 사태를 부르고 만 모양이었다. 중년 기사도 그를 범하려는 게 아니라, 방식이야 어떻든 단순한 소지품 검사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음에 틀림없다.
프란츠는 어떻게든 몸을 일으키고는 손을 앞에 들이밀고 기사를 막으려 소리질렀다. 이미 그의 몸에 천은 거의 걸쳐져있지 않은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잠, 잠깐 기다리시오! 무기 같은 건 없어! 그러니까, 진정해줘!"
"진정하라고오? 수상한데. 역시 무기를 숨기고 있는 거겠지! 이 공주의 암살을 노리는 발칙한 놈!"
파퓨메의 부작용으로 무기를 숨기고 있다며 단락적으로 오해하고 만 기사는 핏발 선 눈으로 프란츠를 노려보고는 차고 있던 검을 스릉 뽑아냈다. 맞서는 프란츠는 문자 그대로 맨몸이다.
"암살자노오옴, 공주님을 위하여 이 자리에서 네 놈을 베겠다! 각오하거라!"
중년 기사를 크게 검을 치켜들고 선언한 대로 프란츠를 베어버리려 들었다.
프란츠는 있는 힘껏 고함쳤다.
프란츠는 있는 힘껏 고함쳤다.
"기다려다오! 말했잖아, 나는 풀하이크의 왕자다! 그러니까……"
그 때, 문이 큰 소리를 내고서 열리더니 뛰어들어온 인물이 칼집채 검을 옆으로 뿌리쳐 중년 기사의 옆구리에 세게 두들겼다. 그 기세에 중년 기사는 옆으로 크게 날아가 바닥에 구르며 고통에 떨었다.
"이 소란은 뭐냐! 경비병, 로문드 경을 구속, 감금하라! 문초는 뒤에 하겠다!"
우르르 달려든 경비병들이 로문드 경이란 이름을 알게 된 중년 기사의 양팔을 들고 방 밖으로 끌어내기 시작한다. 방에 남겨진 건 알몸이나 마찬가지인 상태의 프란츠와……,
"사자이신 분께 대단히 실례했습니다, 경. 나는 갈라드리엘 공주의 부관을 맡고 있는 에파리스 서가임이라 합니다."
그에게 머리를 숙이고 잘못을 사과하고 있는 에파리스였다. 검이야 들고 있었지만, 보기에도 아름다운…… 여성이었다.
"앗……"
그 사실을 깨달은 프란츠는 당장 그녀를 멀리하려 들었지만 이미 늦었다. 그리고 효과를 억누르려고 옷 아래에 바르고 있던 라 아슈의 향기는 알몸이 되고 만 지금에야 가로막는 것도 없고, 게다가 원액이나 된다면……,
"저, 저기…… 성함을…… 가르쳐주실 수 있을까요……?"
방금 전까지의 엄해보이는 여기사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고, 마치 첫사랑의 상대와 만난 소녀처럼 머뭇머뭇 선 채로 뻣뻣해진 에파리스가 있을 뿐이었다.
프란츠는 이렇게 될 일이 아니었다고 내심 머리를 움켜쥐었지만 어찌되었든 간에 갈라드리엘 공주에게 가까이 가려면 그녀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 라 아슈의 효과가 듣고 있는 동안이라면 프란츠가 말하는 거라면 뭐든지 해줄 것이 분명하다.
일단, 그는 사랑하는 소녀의 질문에 대답하기로 했다.
프란츠는 이렇게 될 일이 아니었다고 내심 머리를 움켜쥐었지만 어찌되었든 간에 갈라드리엘 공주에게 가까이 가려면 그녀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 라 아슈의 효과가 듣고 있는 동안이라면 프란츠가 말하는 거라면 뭐든지 해줄 것이 분명하다.
일단, 그는 사랑하는 소녀의 질문에 대답하기로 했다.
"나는 프란츠 윌름 풀하이크. 풀하이크 공국의 제3왕자입니다."
"어머, 프란츠 전하셨었군요. 이름도 멋지셔라……."
넋 빠진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는 에파리스. 볼은 붉게 물들고 눈은 촉촉했다. 완전히 그의 포로가 되어있는 모양이다.
그리고,
그리고,
"저, 저기, 전하……, 좀 더 옆에 다가가도 될는지요……?"
"아니, 지, 지금은 그런 일을 하고 있을 때가."
"아아 전하……, 부디 못난 제게 자비를……. 이제 제 보지는 뜨겁디 뜨거워서, 전하를 원해 참지 못하겠어요. 하오니, 제발……."
몸을 꼬며 뜨거운 한숨을 프란츠의 귓가에 뱉으며 에파리스가 알몸의 프란츠에게 엉겨붙었다. 군의 고관이 아니라 한 명의 여자로서의 에파리스가.
프란츠는 당황해서 에파리스를 억눌러 막으려 했지만 파퓨메에 의한 정욕에 지배 당한 에파리스는 눈치 빠르게 그녀가 가장 원하는 물건을 찾아내버려 그것을 다정하게 손으로 자극했다.
프란츠는 당황해서 에파리스를 억눌러 막으려 했지만 파퓨메에 의한 정욕에 지배 당한 에파리스는 눈치 빠르게 그녀가 가장 원하는 물건을 찾아내버려 그것을 다정하게 손으로 자극했다.
"후훗, 전하의 자지도 이렇게 단단해지셨어요……. 아아, 어서, 어서 이 자지를 주시어요……."
프란츠의 페니스가 우뚝 서고 있던 건 에파리스에게 열정적으로 구애 받았기 때문이 아니다. 실은 빌란 입성 뒤 쭉 이렇게 되어있었던 것이다. 생각할 수 있는 건 라 아슈의 원액을 몸에 발랐기에 파퓨메의 미약 작용이 프란츠의 체내에 돌고 있는 게 아닐까. 그는 그렇게 추측했다. 실제로 에파리스의 의복 너머에서부터도 알 수 있는 풍만한 신체를 탐하고 싶어서 못 참게 되어있다. 자기가 하는 말대로 따르는 여자의 의복을 벗기고 욕망에 따라 범한다면 얼마나 기분 좋을까.
그러나 지금이야 아무도 없지만 범하는 도중은커녕 지금 이 광경조차 누가 봤다간 정전 교섭 이전에 개전의 구실이 되고 만다. 프란츠는 이성을 총동원해서 욕망을 억눌러넣고 에파리스에게 갈라드리엘 공주와의 회담 수배와, 뭔가 입을만한 물건을 갖고 오도록 부탁했다. 그 대신 잘 풀리면 좋아하는 만큼 범해드리겠다고. 그 때는 말로만 약속할 작정이었지만, 결과적으로 그는 끝까지 참지 못하고 말한대로 되어버렸다.
프란츠의, 그것도 프란츠의 페니스를 위해서라면 나라라고 한들 팔지도 모를 만큼 프란츠에게 푹 빠져있던 에파리스는, 즉각 그 지시를 실행했다. 단, 한 순간이라도 빨리 『상』을 받고 싶었던 그녀는 어쩌다 그 자리에 있던 망토를 프란츠에게 넘기고, 그에 더해 공주와의 면담도 정규 수속을 밟지 않고 최단 경로인 사실(私室)로 직접 데리고 간다는 꼴이었지만…….
그러나 지금이야 아무도 없지만 범하는 도중은커녕 지금 이 광경조차 누가 봤다간 정전 교섭 이전에 개전의 구실이 되고 만다. 프란츠는 이성을 총동원해서 욕망을 억눌러넣고 에파리스에게 갈라드리엘 공주와의 회담 수배와, 뭔가 입을만한 물건을 갖고 오도록 부탁했다. 그 대신 잘 풀리면 좋아하는 만큼 범해드리겠다고. 그 때는 말로만 약속할 작정이었지만, 결과적으로 그는 끝까지 참지 못하고 말한대로 되어버렸다.
프란츠의, 그것도 프란츠의 페니스를 위해서라면 나라라고 한들 팔지도 모를 만큼 프란츠에게 푹 빠져있던 에파리스는, 즉각 그 지시를 실행했다. 단, 한 순간이라도 빨리 『상』을 받고 싶었던 그녀는 어쩌다 그 자리에 있던 망토를 프란츠에게 넘기고, 그에 더해 공주와의 면담도 정규 수속을 밟지 않고 최단 경로인 사실(私室)로 직접 데리고 간다는 꼴이었지만…….
"즉 두 분께서 나한테 호의를, 호의 이상의 마음을 품고 있는 건 전부 내가 만든 파퓨메 탓입니다……. 나를 심문한 로문드 경도 오히려 피해자입니다. 처벌치 마시도록 부탁드리겠습니다. 어찌되었든 간에, 귀부인의 마음 뿐만이 아니라 몸까지 유린한 것은 목숨과 바꿔서라도 사과드리겠습니다. 그러니 풀하이크의 영민만은……"
"그랬군."
엎드리며 머리를 숙인 채 사과를 계속하는 프란츠를 두고, 갈라드리엘은 무뚝뚝한 어조로 대답했다.
"……네?"
너무 뜻밖의 반응에, 프란츠는 기세가 흐트러져 무심코 얼굴을 들고 멍청한 소리를 냈다. 그는 적대한 자는 용서치 않는 가열찬 성격이라 들은 갈라드리엘이, 이만한 짓을 당하고 예사롭게 있을만한 이유를 알지 못했다.
갈라드리엘은 팔짱 낀 자세를 풀지 않고 프란츠를 응시하며 말했다.
갈라드리엘은 팔짱 낀 자세를 풀지 않고 프란츠를 응시하며 말했다.
"하나 더 묻겠는데, 그 파퓨메인지 뭔지는 그대가 만든 물건이지?"
"예, 예에. 말씀대로입니다만……."
"하면 되었다. 나는 그대의 매력에 진 것에 불과해. 프란츠 공자가 사과할 것이 아니야. 하물며 보복으로 공국을 유린한다니? 나는 그렇게까지 야비하지 않아."
갈라드리엘은 그리 말하며 히죽 웃고 한쪽 눈을 감아보였다.
지나치게 있을 수 없는 상황에 프란츠는 무심코 반론을 시도하고 말았다.
지나치게 있을 수 없는 상황에 프란츠는 무심코 반론을 시도하고 말았다.
"그, 그렇지만 사람의 마음을 조종하는 향수 따위로 홀리는 짓을 용납해서는……"
"검 실력이 뛰어난 자, 말을 빨리 모는 자, 학문에 능통한 자, 용모가 빼어난 자, 아름다운 시를 쓸 수 있는 자……. 사람 각자마다 장점이 있으며 여자가 남자에게 호의를 품는 이유도 각양각색이야. 하면 여자의 마음을 끌어당기는 향수를 만들 수 있는 자에게 반했다고 하여도 아무 문제 없지 않은가?"
대수롭잖게 말해버리는 갈라드리엘을 보고 프란츠는 놀라 어안이 벙벙해지고 말았다. 그는 이 공주님이 지닌 비상식적인 그릇의 크기보다도, 다른 가능성을 그 자리에서 떠올렸다.
"그, 그래……. 라 아슈는 원액이었으니 아직 효과가……"
"그럴지도 모르겠군. 나는 아직껏 그대가 만든 파퓨메의 포로일지도 몰라. 허나 프란츠 공자로부터 떨어져 효과가 사라진다 쳐도 그대가 『내가 상처를 입힌 자』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아. 나는 이미 그대의 것이야, 프란츠 공자."
갈라드리엘은 침대 위에서 몸을 움직이고는, 양손을 바닥에 대고 움직이는 것마저 하지 못하는 프란츠의 턱을 살그머니 잡아 스스로 가볍게 입맞추었다.
그리고 지근거리에서 그의 눈을 응시하며 말했다. 마치 마음 속을 들여다보는 것 같이.
그리고 지근거리에서 그의 눈을 응시하며 말했다. 마치 마음 속을 들여다보는 것 같이.
"프란츠 공자. 그대는 나를 아름답다 했었지. 그것도 파퓨메가 말하게 만든 허튼소리였나?"
그 올곧은 눈동자에 프란츠는 압도당한 것 같았지만, 곧 이어 천천히 고개를 젓고 답했다.
"……아니요. 그건 내 본심입니다."
"그래……. 그 말을 듣고 안심했어. 그것만이 불안했었다."
갈라드리엘은 안도의 숨을 쉬고는 이번엔 옆에서 조용히 일이 굴러가는 형편을 듣고 있던 에파리스에게 얼굴을 향하고 물었다.
"그럼, 에파는 어쩌겠어? 네가 프란츠 공자를 베겠다고 하면 나는 언제라도 상대가 되겠다만? 필시 좋은 승부가 되겠지."
"공주님도 농담을. 제가 어째서 공주님과 싸우겠어요. 그리고 저도 프란츠 님께 순결을 바친 몸이에요. 프란츠 님께는 숱한 여성이 있겠지만 제게 있어서 프란츠 님은 유일한 남성이십니다."
가슴에 손을 대고 진지한 얼굴로 갈라드리엘과, 그리고 프란츠에게 얘기하는 에파리스. 그 표정에는 한 조각의 망설임도 없다.
"일이 이렇게 되었다, 프란츠 공자. 그대가 마음 쓸 필요는 없어."
그리 말하고 미소짓는 갈라드리엘. 그 표정은 마치 연인을 사랑스럽게 여기는 것 같았다.
그런 두 사람에 맞서, 프란츠는 비로소 결심했다. 파퓨메의 힘으로 운명을 뒤틀어 자기 것으로 삼아버린 두 사람에게 책임을 질 방법을.
처음으로 만난 그 때에 눈을 빼앗긴, 아름다운 전쟁의 여신에 대한 자기 나름대로의 성의를.
그런 두 사람에 맞서, 프란츠는 비로소 결심했다. 파퓨메의 힘으로 운명을 뒤틀어 자기 것으로 삼아버린 두 사람에게 책임을 질 방법을.
처음으로 만난 그 때에 눈을 빼앗긴, 아름다운 전쟁의 여신에 대한 자기 나름대로의 성의를.
"공주, 에파리스 경……"
"그러니까 갈라드리엘이라 부르라고 얼마나 말했어."
"저도 에파라 불러주세요, 프란츠 님."
"그럼 갈라드리엘, 에파……. 감사 드립니다."
다시 머리를 떨어뜨린 프란츠를 보고 갈라드리엘이 어이없는 듯이 말했다.
"감사할 것도 아니잖아. 사랑하는 이에게 뭐든지 해주고 싶은 건 당연하지 않나? 그렇군. 지금이라면 프란츠 공자가 바란다면 반란이든 뭐든 할 수 있을 듯한데……. 그건 어쨌든 프란츠 공자가 바라는 건 우리 군의 철수였지. 아침의 군사 회의에서 명령을 내릴까. 뭐 제후들이 소란 피우기 시작하겠지만 말이지……"
"그 부분은 제가 막아내보겠습니다. 맡겨주세요."
익살을 군데군데 끼우면서도 차근차근 레디우스군 철수에 대한 계획을 가다듬기 시작한 갈라드리엘에게 에파리스가 탐스러운 가슴을 피고 답했다.
거기서, 프란츠의 목소리가 끼어들어갔다.
거기서, 프란츠의 목소리가 끼어들어갔다.
"기다려주십시오."
"왜 그러지? 뭔가 문제라도 있나?"
"아니요. 레디우스군은 이대로 슈바이크 성까지 가주셨으면 합니다."
"뭐라고!? 그대의 목적은 정전이잖아? 그리고 약체화했다고 해도, 그 아르노 요새를 어떻게 빠져나가라는 거지?"
무슨 바보 같은 소리를 하는 거냐, 그렇게라도 말하고 싶어보이는 갈라드리엘에게 프란츠는 결의를 감춘 표정으로 잘라 말했다.
"갈라드리엘, 당신은 방금 『사랑하는 이에게 뭐든지 해주고 싶은 건 당연』하다고 말씀하셨지요."
"그래, 확실히 말했다만……"
"그건 나도 마찬가지예요. 갈라드리엘, 에파……. 아르노 요새는 내게 맡겨주십시오. 피 하나 흘리지 않고 내어드려보이지요."
프란츠가 아르노 요새로 돌아온 건, 정오가 넘은 때였다.
그는 즉각 보고하러 가스파르에게 향했다. 가스파르의 신하에게 안내 받아 도착한 곳은 어제 가스파르와 면회한 그 넓은 홀이었다. 그리고 어제랑 같이 가스파르는 식사 중이었다. 단 오늘은 부하의 기사가 낀 오찬회였지만.
탁자에는 말단 병사가 입에 대는 건 도저히 불가능할, 야성적이긴 하지만 전장에선 있을 수 없는 호화로운 식사가 늘어섰으며 와인도 한 사람에게 한 잔씩 늘어서있었다. 그리고 가스파르는 모든 요리의 절반을 자기 혼자서 다 먹어치우려는 것 같이, 변함없이 난잡하게 집어먹고 있었다.
때가 좋지 않다. 프란츠는 내심 그렇게 혀를 찼지만 이제 와서 물러설 수도 없다. 프란츠는 표정을 죽이고 가스파르에게 걸어가 의자에 묵직하게 걸터앉은 형의 옆에 무릎 꿇었다.
그는 즉각 보고하러 가스파르에게 향했다. 가스파르의 신하에게 안내 받아 도착한 곳은 어제 가스파르와 면회한 그 넓은 홀이었다. 그리고 어제랑 같이 가스파르는 식사 중이었다. 단 오늘은 부하의 기사가 낀 오찬회였지만.
탁자에는 말단 병사가 입에 대는 건 도저히 불가능할, 야성적이긴 하지만 전장에선 있을 수 없는 호화로운 식사가 늘어섰으며 와인도 한 사람에게 한 잔씩 늘어서있었다. 그리고 가스파르는 모든 요리의 절반을 자기 혼자서 다 먹어치우려는 것 같이, 변함없이 난잡하게 집어먹고 있었다.
때가 좋지 않다. 프란츠는 내심 그렇게 혀를 찼지만 이제 와서 물러설 수도 없다. 프란츠는 표정을 죽이고 가스파르에게 걸어가 의자에 묵직하게 걸터앉은 형의 옆에 무릎 꿇었다.
"흥, 프란츠냐. 살아있었을 줄은 몰랐는데."
중요한 식사를 방해 받은 가스파르는, 보기만 해도 기분이 상해보였다.
그리고 손에 든 닭다리를 프란츠에게 들이밀며 구박하듯이 말했다.
그리고 손에 든 닭다리를 프란츠에게 들이밀며 구박하듯이 말했다.
"해서, 교섭인지 뭔지의 성과는? 그만큼 큰소리쳤었으니 아무것도 못 건지지야 않았겠지?"
"레디우스군은, 정전에 합의했습니다."
"뭐라고!?"
본래라면 기뻐해야 마땅한 보고였지만 왠지 가스파르의 기분은 점점 악화되기 시작했다. 프란츠가 공훈을 세운 게 불만인지, 아니면 다른 문제인지, 가스파르는 그 자신이 알지 못할 만큼 울컥울컥 부조리한 분노에 사로잡혀있었다. 이제 그는 프란츠가 눈 앞에 있다는 사실 자체에 분노를 느끼기 시작하고 있었다.
"거짓말 마라! 너 같은 애송이가 그런 교섭을 할 수 있을 리 없어!"
"아니요, 사실입니다. 그러나 거기엔 조건이 있습니다. 간단한 선물을 지참해야 합니다."
"그 선물이란 뭐냐! 말해!"
가스파르의 얼굴은 분노로 새빨갛게 물들어있었다. 자기가 하는 말대로 교섭에 실패했다고 인정하지 않는 멍청한 동생에 대해, 자기를 새치기해 성과를 세우려 든 밉살스런 까닭도 알지 못하고 분노를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프란츠는 가스파르에게만 들리는 작은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그리고 프란츠는 가스파르에게만 들리는 작은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형님의, 목입니다."
다음 순간, 가스파르는 튕기듯이 일어섰다. 그 기세에 의자가 뒤편으로 쓰러져 커다란 소리를 냈다. 탁자 주위에 앉아있던 기사들이 놀라 가스파르가 있는 쪽에 눈길을 향했다.
가스파르는 옆에 두고 있던 검을 쥐고는 프란츠에게 달려들었다.
가스파르는 옆에 두고 있던 검을 쥐고는 프란츠에게 달려들었다.
"네 이 노오오오오오옴!"
마치 지옥의 생물 같은 분노의 표정으로 온힘을 다해 도망쳐다니는 프란츠를 막무가내로 베려드는 가스파르의 광태를 보고 역시나 기사들도 보다 못해 말리러 들어갔다.
"가스파르 전하, 고정하소서! 상대는 아우분이십니다!"
"프라아아안츠으으!"
광기 같은 외침을 지르며 프란츠에게 덤벼드는 가스파르의 앞을, 젊은 기사가 막아섰다.
"가스파르 전하, 정신 차리시…… 끄아아아아아!"
그러나 가스파르가 휘두르는 검이 그 기사를 사선으로 베어 쓰러뜨렸다. 가슴에서 허리에 걸쳐 어마어마한 피가 흘러나오며 그 기사는 홰까닥 뒤집혀 쓰러졌다.
"전하가 실성하셨다!"
"경비병, 전하를 막아라!"
"의사다! 의사를 불러!"
마침 그 자리에 있던 기사들이 가지가지로 외쳐대어 홀은 대혼란이 되었다. 그런 와중에 가스파르는 집요하게 프란츠를 계속 노리고 검을 휘둘러선 갖가지 가구와 요리를 파괴하고 있었다. 프란츠는 등에 식은 땀의 폭포를 만들면서 온힘을 다해 도망쳐다닐 수밖에 없었다.
"프라아안츠으! 도망갈 곳은 없다! 오늘이야말로 죽여주마, 네 놈의 어미랑 마찬가지로 말이야!"
가스파르는 방 구석에 몰린 프란츠를 향해 머리 위로 검을 들고 슬금슬금 다가갔다. 광기에 지배 당한 형의 뒤에는 기사와 병사들이 형을 막으려 모이고야 있었지만 방금 전의 참극을 생각하면 과감하게 달려드는 것도 할 수 없었다. 프란츠 자신은 떠올리고 싶지도 않은 광경을 떠올리게 되었지만, 지금은 그럴 경황이 아니다. 역전의 기회가 오지 않으면 기다리고 있는 건 죽음이다.
애초의 계획에선 라 아슈의 향기와 가스파르의 만취를 이용해서 형을 격발시켜 광태를 불어일으키고 기사들에 의한 연금을 노렸었지만, 믿었던 기사들은 가스파르를 두려워 해 주위에서 허둥대기만 할 뿐이었다.
이렇게 된 이상, 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어쩔 수 없다. 프란츠는 결단했다. 그는 서서히 다가드는 가스파르의 다음 움직임을 바지 주머니에 손을 넣고 기다렸다. 호기는 단 한 번밖에 없다. 그렇기에, 확실하게,
애초의 계획에선 라 아슈의 향기와 가스파르의 만취를 이용해서 형을 격발시켜 광태를 불어일으키고 기사들에 의한 연금을 노렸었지만, 믿었던 기사들은 가스파르를 두려워 해 주위에서 허둥대기만 할 뿐이었다.
이렇게 된 이상, 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어쩔 수 없다. 프란츠는 결단했다. 그는 서서히 다가드는 가스파르의 다음 움직임을 바지 주머니에 손을 넣고 기다렸다. 호기는 단 한 번밖에 없다. 그렇기에, 확실하게,
"죽어라아아아아!!"
이 라 아슈를 가스파르에게 뿌려야만 한다!
프란츠는 내리친 검을 간발의 차로 옆으로 굴러 피하고는 주머니에서 꺼낸 작은 병의 코르크 마개를 엄지로 튕겨내고 안에 든 액체를 가스파르의 얼굴을 겨냥해 뿌렸다.
프란츠는 내리친 검을 간발의 차로 옆으로 굴러 피하고는 주머니에서 꺼낸 작은 병의 코르크 마개를 엄지로 튕겨내고 안에 든 액체를 가스파르의 얼굴을 겨냥해 뿌렸다.
"끄아아아악, 눈이!"
거기까지 노린 건 아니지만 눈에 직격해 안면 전체를 적신 라 아슈는 보기 좋게 가스파르의 시야를 빼앗아, 가스파르는 눈을 덮치는 아픔에 참다 못해 엉뚱한 방향으로 힘껏 검을 휘둘렀다.
프란츠는 그것을 확인하고는 홀 바깥으로 온힘을 다해 달리기 시작했다. 뒤를 돌아보지 않고, 여하간 온힘을 다해서. 그는 이 뒤에 일어날 상황을 알고 말았기 때문이다.
한편, 밉살스런 동생이 눈 앞에서 없어졌다는 것도 깨닫지 못하고 무작정 그 자리에서 검을 휘두르고 있던 가스파르였지만, 얼마 안 있어 흘러간 눈물과 함께 시야가 트여졌다.
거기서 그가 본 건……, 검을 손에 들고 침침한 눈동자로, 그러나 눈썹에는 분노를 그린 기사들이었다.
프란츠는 그것을 확인하고는 홀 바깥으로 온힘을 다해 달리기 시작했다. 뒤를 돌아보지 않고, 여하간 온힘을 다해서. 그는 이 뒤에 일어날 상황을 알고 말았기 때문이다.
한편, 밉살스런 동생이 눈 앞에서 없어졌다는 것도 깨닫지 못하고 무작정 그 자리에서 검을 휘두르고 있던 가스파르였지만, 얼마 안 있어 흘러간 눈물과 함께 시야가 트여졌다.
거기서 그가 본 건……, 검을 손에 들고 침침한 눈동자로, 그러나 눈썹에는 분노를 그린 기사들이었다.
"뭐냐, 네 놈들……. 비켜라, 프란츠를 죽여야하건만……"
가스파르는 여느 때처럼 기사들을 노려봐 물러서게 하려 들었지만, 어찌 된 영문인지 기사들은 주군의 의향에 따르지 않았다.
그 대신에게 그가 뒤집어쓴 건, 기사들의 원한에 찬 말이었다.
그 대신에게 그가 뒤집어쓴 건, 기사들의 원한에 찬 말이었다.
"자기는 죽을 생각도 없는 주제에, 병사들을 간단하게 버려대고선……"
"백성은 무거운 세금에 괴로워하고 있는데, 네 놈은 사치에 빠져서……"
"너 같은, 너 같은 왕족이 있으니까……"
"네가 있으니까 우리들은 죽어야만 해……."
"네가 있으니까……"
"너만 죽으면, 우리들은……"
"그래. 너를 죽이면……"
"죽여…… 죽여라……"
"죽여라, 왕자를 죽여라……!"
검을 들고 포위를 좁혀가는 기사들의 심상찮은 모습에 가스파르는 처음으로 공포를 느꼈다. 평소엔 설설 기며 그의 사리에 안 맞는 명령을 기꺼이 수용하고 있던 자들의 반역에 마음 속 깊이 공포를 느꼈다.
가스파르는 떨리는 손으로 검을 고쳐잡고 기사들에게 말했다. 그러나 그건 명령도 으름장도 아니라, 그냥 애원이었다.
가스파르는 떨리는 손으로 검을 고쳐잡고 기사들에게 말했다. 그러나 그건 명령도 으름장도 아니라, 그냥 애원이었다.
"서, 서라 너희들……. 나는 가스파르다. 왕자란 말이다. 너희들과는 신분이 다르다고. 알고 있는 거냐. 이봐, 멈춰. 오지 마, 오지 마. 서라, 서라고…………"
……이리하여, 『아르노의 반역』 사건은 일어났다. 제2왕자 가스파르의 유체는 그였었다고 판별이 가지 않을 만큼 토막나있었다고 한다. 분명 가스파르는 부하 기사에게 미움을 살 법한 언동이 많던 인물이었지만 가스파르 시해에 참가한 기사 중에는, 그 때 왜 주군을 죽일 만큼 분노가 퍼졌는지 모르겠다고 일기에서 술회하는 이가 있는 등, 수수께끼가 많은 사건으로서 후세에 전해지게 되었다.
가스파르 사후, 아르노 요새의 지휘권을 이어받은 건 마침 그 자리에 있던 제3왕자 프란츠였다. 프란츠는 즉시 레디우스군에 대한 항복을 결정하고 빠르게 사자를 보냈다. 역사가 중에는 프란츠가 직전에 빌란에 주둔한 레디우스군을 향해 교섭하러 간 직후에 사건이 일어난 점을 보아 프란츠가 레디우스에게 내응하여 가스파르를 살해했다고 보는 이도 있으나, 풀하이크의 역사서에는 『프란츠 왕자는 도망치기 위해서 손에 든 액체를 가스파르 왕자에게 퍼부었다』 밖에 없어 프란츠가 가스파르를 살해하는 건 무리였던 게 아니냐는 것이 대부분의 견해다.
다음날, 빌란을 나선 갈라드리엘이 거느린 레디우스군은 백기를 내건 아르노 요새를 피아 한 명도 희생하지 않고 점령했다. 그 3일 뒤에는 대군에게 포위 당한 슈바이크 성이 전투를 치를 것도 없이 항복하였다.
풀하이크에는 새로운 행정관이 부임하여 대담하면서, 또 대공의 사치가 없어진 만큼 당연하다고도 할 수 있는 감세를 실시해 동서 교역이 보다 한층 확대되었다. 그 부(富)는 새로운 통일 제국을 더할 나위없이 윤택하게 만들었다고 한다. 옛 통치자였던 대공 윌름 2세와 아내 아만다에겐, 서쪽의 살리데스만(灣)에 떠있는 기후 좋은 페익스 섬의 영주라는 관대하다고도 할 수 있는 지위가 주어져 부부 모두 그 곳에서 적막하게 사치와는 연 없이 생애를 마치게 되었다.
한편, 이 전쟁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풀하이크가의 왕자인 프란츠는 포로로서 레디우스 본국에 데려가졌다…….
가스파르 사후, 아르노 요새의 지휘권을 이어받은 건 마침 그 자리에 있던 제3왕자 프란츠였다. 프란츠는 즉시 레디우스군에 대한 항복을 결정하고 빠르게 사자를 보냈다. 역사가 중에는 프란츠가 직전에 빌란에 주둔한 레디우스군을 향해 교섭하러 간 직후에 사건이 일어난 점을 보아 프란츠가 레디우스에게 내응하여 가스파르를 살해했다고 보는 이도 있으나, 풀하이크의 역사서에는 『프란츠 왕자는 도망치기 위해서 손에 든 액체를 가스파르 왕자에게 퍼부었다』 밖에 없어 프란츠가 가스파르를 살해하는 건 무리였던 게 아니냐는 것이 대부분의 견해다.
다음날, 빌란을 나선 갈라드리엘이 거느린 레디우스군은 백기를 내건 아르노 요새를 피아 한 명도 희생하지 않고 점령했다. 그 3일 뒤에는 대군에게 포위 당한 슈바이크 성이 전투를 치를 것도 없이 항복하였다.
풀하이크에는 새로운 행정관이 부임하여 대담하면서, 또 대공의 사치가 없어진 만큼 당연하다고도 할 수 있는 감세를 실시해 동서 교역이 보다 한층 확대되었다. 그 부(富)는 새로운 통일 제국을 더할 나위없이 윤택하게 만들었다고 한다. 옛 통치자였던 대공 윌름 2세와 아내 아만다에겐, 서쪽의 살리데스만(灣)에 떠있는 기후 좋은 페익스 섬의 영주라는 관대하다고도 할 수 있는 지위가 주어져 부부 모두 그 곳에서 적막하게 사치와는 연 없이 생애를 마치게 되었다.
한편, 이 전쟁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풀하이크가의 왕자인 프란츠는 포로로서 레디우스 본국에 데려가졌다…….
이렇게 100년에 이른 《7대공 시대》는 레디우스 황제 레이다스와 그 딸 갈라드리엘에 의해 막이 내렸다. 레이다스 황제에겐 『통일제』라는 이름이 붙고, 빛나는 신제국의 초대 황제의 지위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랬을 것이었다.
신황제의 대관식을 앞에 두고 레이다스 황제는 급사했던 것이다. 슈바이크 성의 함락으로부터 1개월 뒤의 일이었다. 사인은 심장 발작으로 되어있다. 이에 의해 대관식도, 동시에 행해질 것이었던 황녀 갈라드리엘의 혼인식도, 전부 중지가 되었다.
또, 레이다스 황제의 후계자를 노리고 준동하기 시작한 그의 자식과 대귀족들에게는 통렬한 일격이 쏟아졌다. 전군을 장악하고 있던 황녀 갈라드리엘이 군을 움직여 대신 신황제가 되려던 자들을 잇달아 포박 · 처형 · 추방했던 것이다. 이 궁정 혁명의 무섭게 빠른 속도는, 갈라드리엘이 지닌 탁월한 능력의 증명이 되어있다. 그녀는 막 탄생한 신제국의 와해를 막고, 외국에서 개입할 틈을 주지 않으며, 민중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서 불과 한 달만에 반란 분자를 일소해보였던 것이다.
민중은 수군거렸다. 황녀님이 구제국이나 레디우스의 전통에 없는 『여제』가 되기 위해서 군을 움직였다며. 갈라드리엘은 통치 정책의 확실함과 그 아름다운 용모로 특히 레디우스 이외의 『점령지』에서 인기가 있어, 더 이상 그녀에게 적대하는 자가 없는 지금 신제국의 상징으로서 가장 걸맞는 인물이라고. 누구나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대관식 당일. 성에 몰려든 민중도, 초대 받은 귀족도 입을 딱 벌렸다.
『신제국 프란츠 1세』의 대관과, 그 프란츠 1세와 갈라드리엘의 혼인식이 동시에 행해졌던 것이다. 민중은 처음에야 확실히 혼란스러워했지만, 얼마 안가 한 가지 결론에 이르렀다. 그 황녀님이어도 전통을 존중했었나. 하지만 대신에 표면상 남자 황제를 내세웠다며. 실제로 황비 갈라드리엘이 정무 · 군무 전반을 주관하고 남편 프란츠 1세는 후궁인 슈와이젠 장원에서 나오는 경우가 거의 없었던 것이다.
『황비 갈라드리엘에 의한』 통일 제국은 주변국에 커다란 위협을 주었다. 전쟁의 여신이라고까지 일컬어진 갈라드리엘이 통솔하는 군은 5배의 적을 손쉽게 무찌른다고 소문이 날 정도였기에 신제국의 창끝이 자국에 향할 것을 두려워 한 제국(諸國)은 프란츠 1세한테 잇달아서 미녀를 보냈다. 실권이 갈라드리엘에게 있을지라도 인척 관계에 있는 자를 칠 리가 없다는, 타산에 의해서였다. 얄궂게도 북쪽의 스타러프가도 프란츠 1세한테 제4왕녀 시엔시아를 보내었다. 그리고 외교 전략상 갈라드리엘도 이들을 전부 받아들였다.
이렇게 통일 신제국은 갈라드리엘 밑에서 통일 전쟁의 상흔을 다스리는 절호의 시간을 손에 넣어, 새로이 발전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저녁 때. 아름답게 손질된 광대한 정원을 빠져나가 슈와이젠 장원의 저택 입구에 한 대의 마차가 멈춰섰다. 즉시 달려온 메이드에 의해 문이 열리자, 안에서 내려온 건 순백의 드레스로 몸을 감싸고 화려한 티아라를 아름다운 금발에 장식한 황비 갈라드리엘이었다. 그리고 그 뒤에서는 무수한 훈장으로 가슴을 장식한 군복 차림의 에파리스도 뒤따랐다. 그녀는 제2황비의 몸이지만 군무대신도 겸무해서 갈라드리엘을 보좌하고 있다.
갈라드리엘과 에파리스가 말없이 걸어가는 길의 양옆에는 저택에서 근무하는 메이드들이 일렬로 줄서 두 사람에게 머리를 숙이고 있다. 그녀들의 복장은 한결 같이 검남색 의복과 하얀 에이프런으로 이루어져있었지만 스커트 밑자락은 무릎 위에 있었고 팔꿈치도 드러나있었다. 이 사실은 이 후궁에 저택 바깥과는 완전히 다른 상식이 있음을 가리키고 있다.
사람 키의 3배는 되리라던 크기의 현관 문이 갈라드리엘과 에파리스의 걸음이 멎지 않도록 메이드에 의해 열리자, 갈라드리엘과 에파리스는 저택 안에 들어갔다.
붉은 융단이 빈틈없이 깔린 홀에 발을 내딛자 즉시 몇 명의 메이드가 다가왔다.
갈라드리엘과 에파리스가 말없이 걸어가는 길의 양옆에는 저택에서 근무하는 메이드들이 일렬로 줄서 두 사람에게 머리를 숙이고 있다. 그녀들의 복장은 한결 같이 검남색 의복과 하얀 에이프런으로 이루어져있었지만 스커트 밑자락은 무릎 위에 있었고 팔꿈치도 드러나있었다. 이 사실은 이 후궁에 저택 바깥과는 완전히 다른 상식이 있음을 가리키고 있다.
사람 키의 3배는 되리라던 크기의 현관 문이 갈라드리엘과 에파리스의 걸음이 멎지 않도록 메이드에 의해 열리자, 갈라드리엘과 에파리스는 저택 안에 들어갔다.
붉은 융단이 빈틈없이 깔린 홀에 발을 내딛자 즉시 몇 명의 메이드가 다가왔다.
"어서오십시오, 갈라드리엘 님, 에파리스 님. 그럼 입으신 것을……."
"아아, 부탁하겠다."
"잘 부탁해."
황비 두 사람은 메이드들에게 재촉받자 드레스랑 군복을 벗기 시작했다. 시원스레 척척 황비의 옷을 벗기고 있는 젊은 메이드들이 밖에 있는 메이드와 같은 건 하얀 에이프런과 머리를 장식하는 헤드 드레스뿐이었다. 그 밖에 의복은 전혀 몸에 걸치지 않았고, 에이프런 옆으로 삐져나올 듯한 가슴도, 애초에 감추려고도 하지 않는 엉덩이도, 전부가 노출되어있었다.
후궁에서는 신분이 낮은 자일수록 옷을 입는다. 이것이 이 곳의 새로운 관습이 되어있었다. 황제의 눈을 즐겁게 하기 위해, 라는 게 첫번째 이유지만 무기를 숨길 수 있는 여지를 줄인다는 이유도 있다. 따라서 정원에서 일하는 것밖에 허락받지 못한 자는 일반적인 메이드보다도 노출이 많다고는 해도 옷을 껴입고, 저택 내에서 일하는 영예가 주어진 자는 에이프런 뿐이 되며,
후궁에서는 신분이 낮은 자일수록 옷을 입는다. 이것이 이 곳의 새로운 관습이 되어있었다. 황제의 눈을 즐겁게 하기 위해, 라는 게 첫번째 이유지만 무기를 숨길 수 있는 여지를 줄인다는 이유도 있다. 따라서 정원에서 일하는 것밖에 허락받지 못한 자는 일반적인 메이드보다도 노출이 많다고는 해도 옷을 껴입고, 저택 내에서 일하는 영예가 주어진 자는 에이프런 뿐이 되며,
"황비님, 오래 기다렸습니다."
"아아, 언제나 미안한 걸."
황제의 총애를 받는 황비들은 머리카락이나 목을 장식하는 장신구를 제외하고 모든 의복을 몸에 걸치지 않은, 즉 전라가 되는 것이었다. 애초에 후궁에서 행해지는 일의 목적을 생각하면 착의 자체가 무의미하다지만.
황비가 되고 난 이후 에파리스의 아름다움은 보다 갈고 닦였지만, 갈라드리엘에겐 별개의 아름다움이 갖춰졌다. 통일 전쟁 무렵 이후로 아주 조금 부푼 가슴과, 마찬가지로 아주 조금 부푼 배였다. 그녀는 회임하고 있었다.
역산하면 빌란 성에서의 하룻밤에서 밴 아이지만, 그 사실은 역사에 쓰여지지 않는다. 황비 갈라드리엘의 첫째 아이는 『조산』으로서 세상에 나오게 된다.
황비가 되고 난 이후 에파리스의 아름다움은 보다 갈고 닦였지만, 갈라드리엘에겐 별개의 아름다움이 갖춰졌다. 통일 전쟁 무렵 이후로 아주 조금 부푼 가슴과, 마찬가지로 아주 조금 부푼 배였다. 그녀는 회임하고 있었다.
역산하면 빌란 성에서의 하룻밤에서 밴 아이지만, 그 사실은 역사에 쓰여지지 않는다. 황비 갈라드리엘의 첫째 아이는 『조산』으로서 세상에 나오게 된다.
"황비님, 황제 폐하께서 기다리십니다. 이쪽으로 오소서."
저택의 메이드장을 맡고 있는 세나스가 두 사람의 앞에서 가볍게 인사 올렸다. 메이드장의 증거로서 그녀만은 허리에서 아래까지밖에 에이프런을 두르고 있지 않아 에파리스보다 크고 부드러운 가슴이 드러나있었다. 황비들보다도 다섯 살 연상으로, 감돌고 있는 색향이란 면에서는 황비 두 사람을 맞대어도 승산이 없어보이는 분위기를 지닌 여성이었다.
세나스는 레디우스 으뜸의 명문인 하디움 가문 당주의 부인이었지만, 반(反) 갈라드리엘파의 필두였던 당주가 궁정 혁명으로 처형 당하고 끌려와 신황제랑 대면하여 『왠지』 프란츠 1세에게 순순히 따르기로 맹세해 지금의 지위를 손에 넣었다. 당주가 죽고 곧 부인이 굴복함으로써, 하디움가에 가담하고 있던 귀족들은 잇달아 저항을 포기하고 갈라드리엘에게 항복했던 것이다. 하디움가의 굴복은 궁정 혁명에 있어 다대한 영향을 준 사건이며, 그녀 또한 갈라드리엘 같이 역사를 크게 움직인 여성이라 할 수 있다.
그 세나스에게 선도받아 갈라드리엘과 에파리스는 붉은 융단 위를 나아갔다. 이윽고 크고 격조 높은 문 앞까지 오자, 세나스가 문을 열어 황비들에게 입실을 촉구했다. 두 사람은 세나스에게 가볍게 목례하고 들어갔다.
그 방은 침실이었다. 광대한 공간에는 호화로운 가구와 미술품이 늘어놓아져있었지만, 특필할만한 것은 침대였다. 덮개가 딸린 침대는 열 명이 나란히 옆으로 누워도 가볍게 자는 게 가능해보일 만큼 폭이 넓으며, 베개까지 다다르는 게 귀찮을 만큼 안쪽으로 길었다.
그리고 지금 그 침대에는 각국에서 모인 7명의 아름다운 황비들과 후궁에 들어오는 것이 허락된 유일한 남성, 프란츠 1세가 있었다.
프란츠는 침대에 대(大) 자가 되어 누워있었다. 그의 양손과 양허벅지에는 그의 황비가 한 사람씩, 총 4명이 무릎으로 서서 황제의 몸을 사용해 쾌감을 맛보고 있었다.
세나스는 레디우스 으뜸의 명문인 하디움 가문 당주의 부인이었지만, 반(反) 갈라드리엘파의 필두였던 당주가 궁정 혁명으로 처형 당하고 끌려와 신황제랑 대면하여 『왠지』 프란츠 1세에게 순순히 따르기로 맹세해 지금의 지위를 손에 넣었다. 당주가 죽고 곧 부인이 굴복함으로써, 하디움가에 가담하고 있던 귀족들은 잇달아 저항을 포기하고 갈라드리엘에게 항복했던 것이다. 하디움가의 굴복은 궁정 혁명에 있어 다대한 영향을 준 사건이며, 그녀 또한 갈라드리엘 같이 역사를 크게 움직인 여성이라 할 수 있다.
그 세나스에게 선도받아 갈라드리엘과 에파리스는 붉은 융단 위를 나아갔다. 이윽고 크고 격조 높은 문 앞까지 오자, 세나스가 문을 열어 황비들에게 입실을 촉구했다. 두 사람은 세나스에게 가볍게 목례하고 들어갔다.
그 방은 침실이었다. 광대한 공간에는 호화로운 가구와 미술품이 늘어놓아져있었지만, 특필할만한 것은 침대였다. 덮개가 딸린 침대는 열 명이 나란히 옆으로 누워도 가볍게 자는 게 가능해보일 만큼 폭이 넓으며, 베개까지 다다르는 게 귀찮을 만큼 안쪽으로 길었다.
그리고 지금 그 침대에는 각국에서 모인 7명의 아름다운 황비들과 후궁에 들어오는 것이 허락된 유일한 남성, 프란츠 1세가 있었다.
프란츠는 침대에 대(大) 자가 되어 누워있었다. 그의 양손과 양허벅지에는 그의 황비가 한 사람씩, 총 4명이 무릎으로 서서 황제의 몸을 사용해 쾌감을 맛보고 있었다.
"앙! 폐하의, 손가락, 좋아!"
"폐하아아……. 더 손가락으로, 저를……, 흥분시켜주세요오……!"
"아아 폐하의 발……, 보지에 스쳐서, 아흥, 기분 좋사옵니다아……."
"핥도록 하겠나이다……. 아아 폐하, 폐하의 모든 게 맛있어서……"
그리고, 그의 허리 위에선 제5황비 시엔시아가 상하로 몸을 흔들고 있었다. 시엔시아는 겉보기도 실제 연령도 갈라드리엘보다 어렸지만 그 움직임은 거리의 창녀도 이러랴 싶을만했다.
"아앙, 폐하아, 시아의 가랑이, 기분 좋아요! 앙, 아학, 아앙!"
그리고 폐하의 직접적인 총애에서 빠진 두 명의 황비가, 서로의 성기를 비벼대며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앙, 아아…… 좋아요…! 응응, 더, 비벼대……!"
"보지, 좋아요……! 아아, 좀 더, 보지잇!"
종교가에겐 도저히 보일 수 없는 광경이지만 황제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업무 한 중간이며, 그 자신에겐 황비들의, 그리고 자기 자신의 행동을 막을 수 없는 이유가 있었다.
프란츠가 바른 라 아슈의 효과는 감소야 하긴 했으나 결국 사라지지 않았던 것이다. 빌란 성의 하룻밤 이후, 프란츠로부터 세 걸음 떨어진 거리에 여성이 가까워지는 것만으로도 그 여성은 프란츠의 포로가 되어 영문도 알지 못하고 몸이 달아오르고 말았던 것이다. 그리고 라 아슈의 미약 효과는 프란츠 자신의 남성 기능을 항상 자극해서 자고 있을 때 말고는 여인과 교접하고 싶어 어쩌지 못할 만큼 그의 욕망을 부채질해대고 있었다. 이 같은 상태였기 때문에, 프란츠 1세가 후궁에 틀어박힌 건 스스로의 결단이었던 것이다. 섣불리 원유회에 출석했다가 입장한 귀부인이 기혼 미혼 노소 불문하고 그에게 빠져버리는 사태가 생겨선 안되는 것이다.
프란츠가 바른 라 아슈의 효과는 감소야 하긴 했으나 결국 사라지지 않았던 것이다. 빌란 성의 하룻밤 이후, 프란츠로부터 세 걸음 떨어진 거리에 여성이 가까워지는 것만으로도 그 여성은 프란츠의 포로가 되어 영문도 알지 못하고 몸이 달아오르고 말았던 것이다. 그리고 라 아슈의 미약 효과는 프란츠 자신의 남성 기능을 항상 자극해서 자고 있을 때 말고는 여인과 교접하고 싶어 어쩌지 못할 만큼 그의 욕망을 부채질해대고 있었다. 이 같은 상태였기 때문에, 프란츠 1세가 후궁에 틀어박힌 건 스스로의 결단이었던 것이다. 섣불리 원유회에 출석했다가 입장한 귀부인이 기혼 미혼 노소 불문하고 그에게 빠져버리는 사태가 생겨선 안되는 것이다.
"앗, 폐하! 시아의 젖꼭지, 안돼애, 그치만, 더, 아앙!"
시엔시아가 어린 티 남는 새된 목소리로 울었다. 프란츠가 양손을 뻗어 끄트머리만이 핑하고 뾰족선 그녀의 가슴을 부드럽게 자극한 것이었다. 조물조물 손가락을 움직일 때마다 시엔시아는 눈을 부릎 뜨고 상스럽게도 침을 흘리면서 환희의 소리를 질렀다.
"왕성하기도 한 걸."
그 목소리에 프란츠가 옆으로 시선을 향하자 그 곳에는 갈라드리엘이 앉아있었다. 사랑스러운 듯이 살짝 부푼 스스로의 배를 어루만지면서.
"갈라드리엘……."
"나무라는 게 아니야. 후사 없이 나라는 안정되지 않아. 국사는 나와 에파가 도맡아 처리하겠으니 그대는 안심하고 아이를 만들어. 한 명으로는 걱정되니 몇 명이고 말이지. 나도 이 아이의 출산이 끝나는대로 즉시 그대의 아이를 임신 받을테니 말야, 각오해둬."
갈라드리엘은 그리 말하고 깔깔 웃었다.
궁정 악단 대신에 고귀한 창녀들의 음란한 연주를 들으면서 그들은 이야기를 계속했다.
프란츠는 황비들을 위에 실은 채로 조금 표정을 흐리며 갈라드리엘에게 말했다.
궁정 악단 대신에 고귀한 창녀들의 음란한 연주를 들으면서 그들은 이야기를 계속했다.
프란츠는 황비들을 위에 실은 채로 조금 표정을 흐리며 갈라드리엘에게 말했다.
"허나, 너무 만들었다가는 내 형처럼……"
"그건 부모의 교육이 잘못된 거겠지. 하지만 그대는 달라. 그대의 아이라면 부모를 닮아서 권력 다툼에 미칠만한 놈으로는 자랄 리 없고 말고. 믿고 있노라, 나의 황제 폐하여……."
그리고, 여기서 갈라드리엘은 말을 끊었다. 끊지 않고서는 견디지 못했다.
"……뭘 하고 있어, 에파."
싸늘한 시선과 함께 갈라드리엘은 에파리스를 보았다.
그 에파리스는 엎드려서 대자로 누운 프란츠의 얼굴을 잡고 입술을 쪼아먹으려던 참이었다. 원 주군의 냉기를 띤 목소리를 느끼고 사태의 중대성을 눈치채 에파리스는 입술을 떼고서 어색한 듯이 얼굴을 들었다.
그 에파리스는 엎드려서 대자로 누운 프란츠의 얼굴을 잡고 입술을 쪼아먹으려던 참이었다. 원 주군의 냉기를 띤 목소리를 느끼고 사태의 중대성을 눈치채 에파리스는 입술을 떼고서 어색한 듯이 얼굴을 들었다.
"저, 저어……, 에, 저기. 그게, 폐하의 입술이 적적해보이셨기에, 그만……"
"호오……, 그건 홀몸이 아니라 폐하께 보살핌 받지 못하는 나를 비꼬는 게구나……?"
"아, 아니요. 안 그래요……."
뺨을 실룩이면서, 팔짱 끼면서도 노기를 억누르고 억누르려 애쓰는 갈라드리엘. 그러나 주위의 황비들이 지르는 요염한 목소리가, 마침내 그녀의 가진 인내심의 한계를 터트렸다.
황비의 위엄이건 뭐건 다 집어던지고 빽빽 소리질렀다.
황비의 위엄이건 뭐건 다 집어던지고 빽빽 소리질렀다.
"거기서 비켜, 시엔시아! 그 자지는 원래 따지면 내 거다!"
"싫어요오! 앙, 시아는 아직, 아흥! 폐하가 푸슉푸슉, 싸주시지 않았어요오……. 아하악!"
"갈라드리엘 님, 지금은 중요한 시기입니다! 부디 자중하소서!"
"에~이 시끄럽다 시끄러워! 입이든 엉덩이 구멍이든 어디라도 좋으니까 프란츠의 정액을 내놓지 못할까! 나 또한 국사만 아니라면 밤낮없이 종일 프란츠랑 있고 싶어! 이리 된 이상, 내 이 녀석을 옥좌에 앉혀놓고 뒤에서 뒷구멍을 찔리면서 국사를……. 후후후…… 그것도 좋은데……."
"정신 차리셔요, 갈라드리엘 님! 그런 짓했다간 큰일나옵니다! 시엔시아 님이 끝나면 저랑 함께 입으로 자지를 깨끗이 해드리죠. 아셨죠, 그러는 거에요?"
"에파리스 님, 다음은 바로 제 차례라고요. 그렇죠, 폐하?"
"폐하아, 다음엔 여기 제게 은총을~"
"폐하……" "폐하!" "폐하아." "폐하……!"
프란츠는 정욕을 숨기려고 들지도 않고, 눈사태처럼 몸을 기대어 잇달아서 보채오는 사랑하는 아내들의 향연에 쓴웃음지으면서도, 생기 넘치는 갈라드리엘을 보며 기쁨을 느끼고 있었다.
그녀가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도록, 그 또한 뭐든지 했던 것이다.
단 한 눈에 자신의 마음을 포로로 만든, 금색으로 빛나는 전쟁의 여신을 위해서.
그녀가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도록, 그 또한 뭐든지 했던 것이다.
단 한 눈에 자신의 마음을 포로로 만든, 금색으로 빛나는 전쟁의 여신을 위해서.
통일 제국의 초대 황제 프란츠 1세는, 최종적으로 12명의 아내와 50명 이상의 애첩(누구나 다 후궁에서 근무하던 메이드였다)와의 사이에 100명이 넘는 아이를 얻었다. 이 사실이 그를 『괴뢰제』뿐만이 아니라 『엽색제』의 별명을 갖게 만들어, 무능한 인물이었다고 오해 받는 근거가 되지만, 그의 발안으로 황비 갈라드리엘이 실행한 경제 정책이나 학문 진흥책은 제국의 발전에 크게 기여하고 있으며, 또 그의 자식 중에는 후에 인류사에 있어서 위대한 발견을 행한 천문학자 및 물리학자, 명작을 남긴 예술가가 많아 그 면만으로도 역사에 크게 이바지한 인물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근년에 이르러 레이다스 황제가 남긴 유발(遺髮)의 화학 감정에서 독물이 검출되어, 역사의 재수정에 대한 논의가 막 시작된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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