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마구출대 시아 #11 女상인 판도라와의 만남
->이대로 테스들과 함께 브린힐트로 향한다.
"그래. 여지껏 온 시간도 아까운데다 브린힐트는 군사도시. 그곳이라면 유능한 연금술사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몰라."
시아는 곧 마음을 고쳐먹고는 테스들과 함께 행동하기로 했다.
그녀 역시 빨리 쉬고 싶은 마음이 있었기 때문에 오토보우건은 늦게 고치더라도 푹신한 침대가 더 그리워졌다.
"알았어. 그럼 우리 다같이 브린힐트로 가도록 하자."
시아의 그런 말에 누구보다 기뻐한 것은 테스였다.
그녀는 시아의 그 말을 듣자마자 그녀의 가슴에게 안겨들어 마구 얼굴을 비벼댔다.
"으윽."
테스가 유방을 강하게 압박하자 시아는 난감해했지만 순수하게(?) 기뻐하는 동료를 밀쳐낼 수는 없었다.
"하지만 조금 엉덩이를 만지는 손은 그만두었으면 좋겠는데..."
어쨌든 시아들은 그렇게 이그리드 빌리지를 벗어나 브린힐트로 이동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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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린힐트까지의 여정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관도만 따라가면 되었을 뿐이고, 몬스터들도 극히 적게 출몰하는 길을 골라 이동했기 때문이다.
물론 중간에 리저드맨들의 습격을 받고 있던 "판도라"라는 여상인과 그녀의 상단을 만나긴 했지만, 시아들은 손쉽게 놈들을 무찌를 수 있었다.
(그녀들이 처음 상단을 목격했을 땐, 상단의 호위검사들은 리저드맨들에게 능욕을 당하고 있었다)
"테스! 로렌! 리저드맨들의 목을 노려!"
이미 뱀들의 왕이라는 바실리스크를 상대해본 경험이 있는 시아들은 손쉽게 리저드맨들의 약점을 알아차릴 수 있었고 집요하게 말랑 말랑한 목부위를 노려 찔러넣음으로써 승리를 쟁취할 수 있었다.
"도와주셔서 감사해요. 저는 이 상단의 주인인 판도라라고 합니다."
판도라라고 자신을 밝힌 상인은 매우 아름다운 여인이었다.
그녀는 시아에게 감사를 표한 다음, 호위를 부탁하였다.
"혹시 브린힐트로 가시는 길이라면 우리들을 그곳까지 호위해주세요. 그럼 그에 걸맞는 사례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
그녀의 말에 시아는 잠시 이해득실을 따져보다가 고작 하루 정도 같은 길을 가며 호위하는 것 뿐이라서 승낙을 햇다.
그리고 판도라 상회와 함께 길을 다시 나선 시아들은 다음날 무사히 인류 최대 군사도시이자 요새도시인 브린힐트에 도착을 했다.
"비록 짧은 여정이었지만 무사히 상행을 끝마칠 수 있게 도와주셔서 감사해요."
판도라는 무사히 브린힐트로 도착하게 되자, 자신들을 호위해준 시아들에게 사례를 했다.
그녀는 약속했던 보수보다 더 높은 금액을 주면서 제의를 했다.
"혹시 저희들과 같이 일해볼 생각은 없으신지요?"
리저드맨들을 상대하는 시아들을 보며 그녀들이 뛰어난 전사들인 것을 확인했던 판도라는 그녀들을 탐내었다.
특히 철저하게 상인들을 챙기고 길을 안내하던 시아의 모습은 호감이 갔다,
"어떻게 할까?"
그녀의 말에 시아는 잠시 고민했다.
시아는 고심을 하면서 자신의 동료들을 바라보았다.
테스와 로렌은 내심 판도라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싶어하는 눈치였다.
"하긴..."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판도라 상회라고 하면, 가르덴하르크에서 알아주는 대상이었기 때문이다.
정기적으로 가르덴하르크와 브린힐트를 오고가며 현물을 거래하는 판도라는 수완가로서 유명했고, 그녀가 개척하는 판매로와 호위들은 상단들 중에서도 가장 안전하기로도 유명했다.
물론 이번처럼 뜻하지 않게 리저드맨 대군을 만났을 때는 어쩔 수 없었겠지만 그렇다해도 높은 보수에 안정성까지 겸비한 그녀의 제안은 시아로서도 구미가 댕기는 일이었다.
"하지만..."
한곳에 오래 억매이는 것을 싫어하는 시아로서는 그런 장기고용이 탑탁치만은 않았다.
무엇보다 가르덴하르크와 브린힐트만 지겹도록 오고갈 것이 뻔한 그런 일을 누가 할까보냐.
그래서 그녀는 거부의사를 밝혔다.
"미안하군. 난 그런 일에 관심이 없어."
그러면서 시아는 자신의 동료들을 가르키며 말을 했다.
"대신 이 애들만이라도 고용을 해주지 그래. 아직 미숙하긴 하지만 뛰어난 전사들이니 제 역할을 확실히 할거야. 내가 보장하지."
시아의 말에 판도라는 테스들을 바라보았다.
로렌과 테스는 시아의 그 말에 놀라면서도 또한 기대를 하는 눈빛이었다.
요마대원이긴 하지만, 용병이기도 한 그녀들로서는 그런 좋은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으니까 말이다.
"후우~, 꿩보다 닭이란 말인가."
생각은 그렇게 했지만 판도라도 테스와 로렌의 실력을 눈여겨 보던 중이었다.
리저드맨들과의 결착에서 그녀들이 보여준 실력은 상급이었기 때문이다.
"좋아요. 대신 언제든 생각이 바뀌면 알려주세요. 시아님에 한해서는 언제든지 문을 열어둘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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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아는 아쉬워하는 테스들과 판도라와 헤어져 브린힐트의 대로로 나섰다.
"왠지 시원섭섭하군."
그동안 혼자 다니는 걸 고집했었는데 일주일 정도였지만 같이 다니며 부대끼니 미운 정이라도 든 것 같았다.
"뭐, 이젠 다시 만날 일도 없겠지."
시아는 귀찮게 치근덕거리던 테스를 떨어뜨린 것으로 만족하기로 하였다.
조금 가슴이 허전했지만 그런 것쯤은 이미 익숙한 일.
대신 판도라에게 보수를 넉넉히 받아두었기에 한동안은 편히 쉴 수 있을 것 같았다.
"...저기요."
그렇게 판도라 상단을 떠나가던 시아에게 한 사람의 여성이 다가와 말을 건네왔다.
"?"
잠시 그녀를 못 알아보았던 시아는, 그녀가 판도라들이 리저드맨들에게 습격당할 때 패배당해 능욕을 당하던 여전사라는 것을 깨닫곤 차갑게 대꾸해줬다.
"뭐지?"
"저기....시아님이라고 하셨죠? 같이 다녀도 될까요?"
이미 시아가 싸우는 모습을 보고 반해버린 여검사는 판도라 상회와의 계약이 바로 브린힐트 성문 앞까지였기 때문에, 계약이 끝나자마자 돈을 받고는 바로 시아에게 온 것이었다.
"미안하지만 난 혼자 다녀."
겨우 불편하기 그지 없는 동료들과 헤어졌는데, 또다른 떨거지라니 한숨이 새어나왔다.
그렇기에 시아의 목소리는 조금 차가웠다.
"정말이지 왜 이렇게 사람이 꼬이는거지?"
그동안 그녀의 아웃사이더 기질 때문에 사람들이 기피를 했는데, 이상하게 최근에 사람이 꼬이는 것 같았다.
귀찮은 게 질색인 시아로서는 혼자서 다니는 것이 더 편했다.
또한 일전에 보았던 여검사의 실력은 나이에 비해 상단한 수준이긴 했지만 로렌보다 어설펐기 때문에 일행으로 받아들일 생각도 없었다.
"헤헷~."
하지만 상대도 만만찮은 두꺼운 낮짝을 가지고 있는 듯 그런 시아의 차가운 말을 가볍게 귓가로 흘리는 센스를 발휘하며 계속 따라다니고 싶다고 하였다.
-졸 졸 졸~
"귀찮네 정말."
시아는 강아지처럼 졸졸 따라오는 여검사가 짜증스러웠지만 그렇다고 손찌검을 하거나 언성을 높이지는 않았다.
그냥 쫒아다니다가 아무런 대꾸도 안해주면 제 풀에 지쳐 떨어지겠거니 생각을 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런 어린 여검사의 끈기가 귀찮기도 했지만, 조금은 감탄이 되기도 했다.
"뭐...동료가 있던 경험도 나쁘진 않았지만..."
로렌과 테스 그리고 유니페르와 함께 했던 시간이 나쁘진 않았던 그녀로서는 조금 외로움에 지치긴 했다.
그동안 너무 사람들과 사귀는 걸 기피하다보니 외로움이 주체못할 정도로 커진 모양이었다.
그런 시아의 속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여검사 "로제타"는 콧노래를 부르며 그녀를 따라붙었다.
"흥! 날 따돌릴 생각이겠지만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이지."
시아에겐 안된 일이지만 로제타는 강적이었다.
이제 16살이 된 로제타는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 알아주는 검술광이었다.
그녀는 같은 여성인 시아의 그 물흐르듯 부드러운 검술을 배우고 싶었기에 시아의 냉대에도 끊임없이 입을 나불거리며 시아의 관심을 끌기위해 노력을 하였다.
"으으으...뭔 놈의 수다를 숨도 안 쉬어가며 할 수 있는거지?"
약 2시간 동안 도시를 걸어다니는 내내 자신의 고향에서부터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 동물을 비롯 여태까지 자신이 검사가 계기와 그 엄청난 고생담(자기 딴에는)까지, 정말 걸어가는 동안 파리가 왱왱거리듯이 나불대는 로제타의 수다는 시아는 미치게 만들었다.
"하아~ 그냥 귀찮은데 일행으로 받아들일까?"
시아는 그 엄청난 수다에 끝내 항복을 하기 일보 직전까지 몰리고 말았다.
-쿵!
로제타의 수다때문에 골이 울려서 정신이 분산된 시아는 잘못해서 마주 걸어오던 소년을 못 보고 부딪치는 실수를 하고 말았다.
"아, 죄송합니다."
꾸벅 먼저 사과를 하는 소년.
꽤나 귀여운 외모를 가진 소년의 모습에서 오로치를 생각해버린 시아는 그냥 괜찮다는 제스처를 취해 보이고는 쓰러진 소년을 일으켜주었다.
"헤헤, 고맙습니다. 그럼."
소녀는은 씨익 해맑은 웃음을 보인 후, 사람들 붐비는 시장골목 사이로 사라져버렸다.
그런 소년을 잠시 바라본 로제타는 피식 웃으며 다시 조잘거리기 시작했다.
"괜찮으세요? 시아님?"
로제타는 이런 상황을 보며 말을 이었다.
"흔히 이런 경우 3류 모험소설에선 저런 소년에게 소매치기를 당하게 되던데 시아님은 그런 바보같은 일은 안 당하셨죠?"
마치 시아같이 뛰어난 이들는 그런 일을 절대 안 당할 거라는 믿음이 섞인 목소리.
"소매치기라... 잠깐, 소매치기?!"
로제타의 말을 농담으로 받아들이려던 시아는 재빨리 자신의 품을 뒤져보았다.
왠지 모를 불안감.
역시 말이 씨앗이 된다고 시아는 자신이 당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이런!"
갑자기 놀란 표정이 된 시아를 본 로제타는, 잠시 벙찐 표정이 되어버렸다.
"서,설마 당하신거예요?"
"..."
시아는 판도라에게서 받은 거금을 홀라당 잃어버렸다는 생각에 잠시 골이 아팠다.
로제타의 수다에 정신을 놓고 있다가 당한 거라 더 속이 쓰렸다.
그런 그녀의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로제타는 회심의 미소를 띄우며 말했다.
"기다리세요, 시아님! 제가 꼭 그 소매치기 녀석을 잡아 올께요. 대신 소매치기 잡아오면 절 동료로 받아주시는 거예요! 알았죠?"
-후다닥!
로제타는 그말을 남긴 후 이것이 자신의 기회라고 생각했는지 기세좋게 예의 소년이 사라진 방향으로 뛰어갔다.
"잠깐만, 이봐!"
시아는 로제타의 돌발행동에 깜짝 놀라 그녀를 말리려고 하였다.
하지만 그녀는 이미 사람들 틈바구니에 섞여버린 뒤라 시아의 다음 말을 듣지 못하였다.
"휴우....흔히 그런 "3류 소설"에선 소매치기의 동료들이 잔뜩 기다리고 있다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