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다시 태어난다고 해도 01
~불사신의 아버지∼
삶과 죽음을 주관하는 신성한 츠키요미노미코토에게 부탁드립니다.
이 세상은 스스로 생명을 끊는 사람이 너무나도 많아 땅에 혼란을 부르고 있습니다.
바라건대 그 힘으로 스스로 생명을 끊은 사람과 생을 전부 살지 못하고 본의 아니게 이 죽는 사람을 구하셔 땅의 혼란을 진정시켜주시옵소서.
그리고 사람의 생은 커다란 시간의 흐름의 한 순간에 지나지 않는 것을 알게 하소서.
*츠키요미노미코토 - 일본고대의 밤의 신
1. 갑작스럽게 엔딩
봄이라고 해도 옥상에 부는 바람은 의외로 차갑다.
미즈시마 마코토는 뺨에 닿는 바람의 차가움에 가벼운 놀라움을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살아 있다고 하는 실감을 진정으로 느끼게 해주었다.
비록 그것이 앞으로 얼마 남지 않은 생명이라고 해도.
마코토는 옥상펜스의 바깥쪽에 서 있었다.
마코토의 앞을 차단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생각해보면 너무 순조로운 인생이었다.
스트레이트로 동경대학에 합격해 그대로 대학원에 진학했다.
그 후 연구자로서의 길을 나아가 조교수까지 되었다.
연구도 많은 연구자에 주목받고 있어서 교수 그리고 세계적 권위자가 되는 날도 멀지 않았을 것이었다.
그런 순풍만만인 나날을 박살 내는 것이 한사람의 여학생이라고는 생각할 수도 없었다.
마코토에게는 수많은 여학생중의 한명이었을 뿐이다.
지금도 그렇다.
유일하게 다른것은 그 여학생이 유급 할 것 같게 되어 마코토가 가르치고 있는 철학 개론의 단위를 어떻게든해 주었으면 한다고 부탁하러 온 것 정도다.
그 아가씨는 아직 추운 계절인데 초미니의 스커트를 입고 스타킹도 입고 있지 않았다.
위쪽은 코트를 벗자 노 슬리브의 옷이었다.
우리의 대학에 다니는 거로는 -라고 하면 화를 내시겠지만- 머리 좋아보이지 않는 느낌의 남자를 밝히는 얼굴 생김새였다.
스타일도 나쁘지 않다.
그리고 계속 마코토에게 몸을 기대며 매달려 부탁을 했다.
당연히, 안된 것은 안된다고 마지막 선언을 해 주었다.
그 후 2-3일 지나서, 돌연 윤리 위원회로부터 호출을 받았다.
당연히, 항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위원들의 앞에서 통곡 하는 젊은 여자의 힘 앞에서는 대항하지 못하고 마코토는 강간마의 낙인이 찍혀 정직 1개월의 가처분을 받았다.
폐쇄적인 연구자의 세계에 있어 이 처분은 사형 판결과 같다.
마코토의 연구자로서의 앞길은 확실하게 사라져 버렸다.
비록 몸의 결백이 증명된다 하더라도 사람들의 마음 속에서 만들어진 이미지는 어떻게 할수가 없다.
마코토는 죽음으로서 결백을 증명할 생각으로 이 옥상에 왔던 것이다.
그리고 펜스를 넘어 남은것은 뛰어내리는것만 남아 있었다.
이 세상의 마지막으로 마코토는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흐린 하늘이 펼쳐져 있었다.
딱 지금의 마코토의 마음 속과 같았다.
조금의 사이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지만 한층 더 구름이 두꺼워진다.
비가 곧 올지도 모르겠다 .
하지만 언젠가는 이 두터운 구름도 사라질 때가 온다.
아침이 되지 않는 밤은 없고 개이지 않는 하늘도 없는 것이다.
마코토는 문득 맑게 개인 하늘을 생각해 내었다.
어렸을 때의 추억이 떠오른다.
더운 여름의 오후에 뭉게뭉게 핀 뭉게구름.
차갑고 투명한 겨울 하늘, 희미하게 보이는 줄기구름.
석양에 새빨갛게 타오른 구름.
이 두꺼운 구름의 위에는 역시 찬란히 빛나는 태양의 빛이 있는 것일까.
비록 지금은 잔뜩 찌푸린 구름에 덮여 있다고 하더라도.
그런가.
개이지 않는 구름은 없는 것이다.
봄이 오지 않는 겨울도 없다.
몇만년 전부터 반복해져 온 자연의 섭리안에 지금 자신은 서 있다.
그렇게 생각하자 지금 자신이 놓여져 있는 상황같은건 하찮게 생각되었다.
바보같은 짓은 하지말자.
그렇게 생각하게 되었다.
나에게는 나를 의지하고 있는 가족이 있다.
따뜻하게 맞이해 주는 집도 있다.
돌아가자. 그 집으로.
마코토는 그렇게 생각하며 떨어지지 않게 조심하면서 펜스 옆에서 몸의 방향을 바꾸려고 했다.
그 순간 돌풍이 마코토를 덮쳤다.
마코토의 몸은 그렇지 않아도 방향을 바꾸려고 한 불안정한 자세였기 때문에 잠시도 지탱하지 못하고 쓰러져 버렸다.
아무것도 없는 공간을 향해서.
이상하게 공포는 느끼지 않았다.
눈앞에는 잔뜩 찌푸린 흐린 하늘이 펼쳐져 있었다.
나는 죽는다.
그렇게 실감했다.
문득 딸 아이의 얼굴이 떠올랐다다.
가장 아이하는 딸, 아이.
그러자,
죽고 싶지 않다!
라고 강렬한 감정이 솟구쳐 왔다.
그리고,
도와 줘!
라고 외치려고 했지만 목소리가 나오기 전에 마코토의 몸은 지면에 떨어져 그 충격으로 마코토는 의식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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