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정의 사랑 7
7. 방황
얼마나 잤는지 모르겠다..
눈을 뜨니 썰렁하다. 이불도 덮지 않고 그대로 잠이 들어서인지
바닥도 차고 으실으실하다.
꼼짝도 하기 싫어 그냥 누워있는다. 눈에서 또 눈물이 흐른다...
감기몸살인가보다..
또 눈물이 나는게 밥이 넘어가지 않는다..
현미에게 전화를 해서 몸이 안좋다고 얘기를 하고 월차를 내달라고 부탁한다.
약을 타먹고 또 누워 있었다.
다음날까지 자다 깨다 자다 깨다를 반복했다.
하루종일 전화만 쳐다본다. 그가 당장이라도 전화해서
퇴근시간이 다가오자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학원을 간다.
아무일 없는 것처럼 아저씨 하고 불러야 하나...
맞은편 골목에 숨어서 나오는 사람들을 살핀다. 사람들이 우르르 밀려 나오지만
그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한참이 지나고 사람들 나오는 속도가 줄어 들었다.
이제 한 두 사람씩 드문 드문 나온다. 시계를 보니 수업끝난지 30분이 넘었다.
학원에서도 그를 볼 수가 없었다. 그와 같이 수업을 듣는 사람에게 물어봤더니
그가 월요일부터 수업에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주말이 되었다.
현미가 묻는다.
화들짝 놀라서 받고..밥도 잘 안 먹고... 무슨 일이 있는 지 이 언니한테 얘기해.."
게다가 책임지라고 할 거면 일난 다음에 해야지 일도 치루기 전에 책임지라고
하니까 남자가 꼬리를 말지...물 건너 갔네...물 건너 갔어.."
애써 울음을 참고
주말내내 텅 빈 집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렇게 보냈다.
습관적으로 회사에 갔다가 학원을 가고 집으로 돌아와 잠자고 또 회사에 가고...
또 일주일이 흘렀는데도 전혀 나아지지 않는다. 눈을 감아도 그의 모습이 떠오르고
그를 보고픈 마음은 점점 더 커지기만 한다.
자신이 그를 사랑하고 있다는 걸...
남들은 사춘기에 겪어본 첫사랑의 열병을 이제 앓고 있다는 걸...
그를 보지 않고는 살 수가 없을 것 같았다.
책임지라고 하지 않을 테니 날 가져 달라고...
애원이라도 하고 싶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울음이 왈칵 쏟아진다.
시키는 대로 다 할테니까 다시 만나줘...응...."
쓸고 닦고 치우고 난 뒤 세수를 하고 그가 좋아하는 짧은 체크 스커트에
흰색 블라우스를 입고 그를 기다린다.
한참이나 날 쳐다보던 그가 이윽고 입를 뗀다.
다시 널 완전히 믿을 수 있다는 맘이 들 때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아.
그동안 네가 하는 걸 봐서 결정할 거야..."
앞으로 벌어질 일은 상상도 못한 채 은정이 웃으며 대답한다.
****************************************************************************
이것도 실화를 바탕으로 한 겁니다.
그때 사귀던 여친한테 여관가자고 그랬다가 대판 싸우고
한 2주 넘게 연락도 안했지요.
사실 그때는 너무 어려서 여관가서 뭘 어떻게 해보겠다는 생각보다는
좀 편하게 나신 구경도 하고 느긋하게 애무도 하고 그려러고
여관 가자고 한 거였는데 여친은 자자고 그러는 줄 알고
화가 좀 났었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끝났나 보다 생각했는데 일요일날 여친이 집근처까지 와서
전화를 하더군요. 보니까 등산복 차림인데 회사에서 주말에
무박2일짜리 등산을 갔다 오는 길이라고.
등산가서도 생각많이 했다고
자기는 여관같은데 가본 적이 없는데 여관을 가자고 그래서
자기를 쉽게 생각하는 것 같아 화가나서 그랬다고...
여관은 천천히 생각하고 다시 만나자고
그래서 알았으니까 며칠 더 생각해 보고 연락하겠노라고 하고
한 사흘 뜸을 들이다 연락했지요...
그랬더니 말 잘듣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