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판타지] 에리시아 전기 제7장 사이아 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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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장 사이아 회의
『오규스토•오즈•딘을 내가 평한다면, ”백중 하나가 모자라서 이루지 못한다” 라고 하겠다. 그 불성실함으로 인해 발 밑이 무너지는 날이 그리 머지 않아 보인다』
∼ 베아톨릭스 저 『딘 보고서』중 ∼
3월18일, 카시 전투에서 카리하발군은 대패했다. 일단 성도 사이아까지 퇴각했지만 북쪽에서 알티갈도군이 다가오는 것을 알아차리고는 완전한 철퇴를 결정했다.
「오규스토•오즈•딘, 놈의 존재가 모든 원흉이다」
세림1세는 심복들에게 그렇게 이야기했다.
다섯 번에 달하는 카리하발 제국 동정의 역사 중에서 에리스 호수까지 도달한 것은 처음이며, 사리스 제국 황제 카를 5세의 생명도 전장에서 빼앗았다. 자타가 인정하는 절대적인 공훈임이 분명하다. 거기에 더해서 구 세레네 제국에서 유래한 보물의 대부분을 탈환해왔다. 이 정도의 실적이라면 당당하게 귀국하는데 한 점 부끄러워할 이유가 없었다. 그러나, 만약 오규스토가 출현하지 않았다면 카리하발의 에리시아 중원지배는 더욱 장기간이 되었을 확률이 높으며, 어쩌면 알티갈도까지 무너뜨리고 명실공히 에리시아 세계 역사상 초유의 패권을 차지하게 되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러나 그는 나타났다. 그리고 카리하발 제일의 명장 톨고도•레이스를 전투에서 죽이고, 지금 또 무적을 자랑하던 세림1세의 정예군도 격파했다.
「딘의 존재를 근거로 해서 새로운 전략의 구축을 서두르지 않으면 안됩니다」
핫셈•레이스가 그렇게 말을 이었다.
여기에 대해서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단지 고개를 숙였다. 오규스토와 아프로디스의 일대일 대결은 충격적이었으며, 전사들의 마음에 씻기 어려운 패배감을 안겼다.
오규스토와 전장에서 맞닥뜨린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전사들은 서로 물었지만 무용하게 죽던가, 무기를 버리고 도망치던가, 이런 불명예스런 결론 이외의 것을 말할 수 있는 자는 없었다. 카리하발군의 사기 저하는 심각했다.
이런 답답한 분위기 속에서도 바야짓토만은 그 눈동자 안에 투지를 잃어버리지 않고 있었다.
―― 딘은 나의 벽…… 이 위대한 적을 초월할 때까지는 나는 지위도 이름도 모두 버리겠다 ――
바야짓토는 그렇게 굳센 결의를 하고 있었다.
카리하발군이 철퇴하자 광대한 통치의 공백 지역이 생겼다. 그 지역의 귀속문제를 둘러싸고 사리스와 알티갈도간의 흥정이 시작되었다.
당장 새로운 싸움을 바라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이해가 일치한 양국은, 성도 사이아에 협의의 장소를 준비했다. 그리고 거기에서 최초로 합의에 이른 것이 부전협정이었다. 상대의 점령지역을 일시적으로 상호간 인정하고 그 이외의 지역에서의 전투 행위를 서로 금했다. 또한 성도 사이아에서 사리스 황제 로즈메리와 알티갈도 왕 빌헬름1세가 함께 공동 승리 선언을 행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난 후 의제는 구 사이아령의 본격적인 분할로 옮겨갔다.
4월2일부터 시작된 이 교섭을 이후 “사이아 회의” 라고 부르게 된다.
그 시기, 오규스토는 낭트로부터 귀로를 서두르는 배위에 있었다. 낭트에 있는 로즈메리를 마중 나갔던 것이다. 기함의 선내에는 중심 멤버가 모여서 미카 아기미로부터 사이아 회의의 교섭 경과와 이후의 전개 예상을 듣고 있었다. 미카 아기미가 가장 양보할 수 없는 항목으로서 든 것이 사리스, 사이아, 아카스의 3국 통합이다. 사이아, 아카스의 독립권을 사리스 황제에게 봉환(奉還)하는 형태로 구체화하려고 획책하고 있었다. 이것에 의해 영토의 보유권을 강하게 주장할 수 있다.
그 다음에 새 정부구상이 밝혀졌다. 지금까지의 사리스 정권은 오규스토의 사적 군벌정권으로서의 색조가 짙은데, 그 부분을 알티갈도에게 지적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거기에서 새로운 관제(官制)가 제정되었다.
우선은 황제 밑에 승상이라고 하는 지위를 두었다. 이것은 구 사리스 제국에서 최고위직이었던 태위(太尉), 사공(司空), 사마(司馬)의 삼공(三公)의 권한을 하나로 통일한 직위이며, 정치와 군사 양 쪽의 최고 권력자이다. 물론 오규스토가 취임한다.
그 아래로, 의주(議奏). 정원이 5명으로 정해졌으며 황제에의 주상, 칙지(勅旨)의 발행 등을 담당한다. 승상 다음가는 최고위직이지만 명예직적인 요소가 컸다. 사리스 황족인 틸로즈•라•사리스, 구 아카스 왕족인 크리스티•말시아•데•오르테가, 제국 마도교회 장로 무파•가스펠, 사리스 대귀족인 올레란 공작의 4명이 우선 결정되었다.
인원수가 한 명 부족한 것은, 당초 오규스토를 의주(議奏) 필두에 세운다는 안이었지만 본인이 명확한 지위의 구별을 요구했기 때문에 공석으로 결정되었다든가, 사이아의 왕족으로 충당할 작정이었으나 아직까지 접촉이 되지 않고 있다든가 하는 등의 설이 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미카 아기미가 이 건에 관해서 정식으로 언급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진실은 알려지지 않았다.
네 명째의 인물인 올레란 공작은 사리스 제3대 황제 샤를 1세의 아들을 시조로 하는 사리스의 유서 깊은 명문가의 수장이다. 올레란 가는 대대로 정쟁의 중심에 있었던 가계로, 오랜 기간 동안 사리스 정계에서 절대적인 발언력을 보유해 왔다. 세레네 반도에 광대한 영지를 가지고 이번의 카리하발 점령의 때에도 비협력을 관철했다.
올레란 공작이 선출된 것은 그가 사리스 기존 대가문 세력의 대표 격으로서 인망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며, 귀족 세력에 대한 접근을 의도하는 것이었다.
의주(議奏)밑에 참의(參議). 각 부서의 우두머리로써 실질적 정무를 총괄하는 직위이다.
인사원 국장에 쥬쿠•스레도. 군무원 국장에 카프카•가노브레드. 대운하 총감에 날세스•디 앤. 법감리원 국장에 팔렛•프로방스. 행정원 국장에 미카 아기미•데•스피노자. 경제 고문으로 시라이시 지로. 금위원 총감에 후리오•데•스피노자. 이상으로 결정되었다.
인사원은 중앙관청의 인사권과 지방지사의 임명•해임권 및 지도감독권을 가진다.
군무원은 그 아래로 군무부, 참모부, 외무부, 사열부, 첩보부를 관할하고 군사활동의 일절을 관리한다.
법감리원은 법무부, 재판부, 감찰부를 산하에 두고 법체제의 정비와 재판권을 소유하고 있다. 프로방스는 사이아 출신의 초로의 법학자로 문치주의의 사이아에서 법의 정비에 진력한 실적을 가졌다.
행정원은 내정부, 공창부등을 관할해서 제국의 행정을 짊어진다.
대운하부는 대운하의 운영, 관리, 경비를 일괄 관리한다. 그리고 후일 대운하 가운데에 건설되는 새 제도의 건설 총감도 겸임하게 된다.
경제 고문 시라이시 지로는 시라이시 아즈마의 장남으로 야요이의 오빠다.
최후로 황제의 경호와 황궁의 경비를 담당하는 것이 금위원이다.
참의(參議)밑에 군의(軍議). 중앙군단사령관을 충당한다.
친위대장 쟌느•후레이아 횡강(橫江) 장군.
제1군단장 막시밀리안•폰•오이겐 장군.
제2군단장 펠레스•드•카티스 위(衛) 장군.
제3군단장 레오나르도•세실 위동(威東) 장군.
제4군단장 아란•드•파스칼 위북(威北) 장군.
제5군단장 아렉스•펠리페•데•오르테가 소문(昭文) 장군.
제6군단장 레온•호세•데•가르시아 장군.
제7군단장 류후•쿠완토 소무(昭武) 장군.
제8군단장 후안•디아즈 위남(威南) 장군.
제9군단장 러 베일•데•루그랑제 편(翩) 장군.
제10군단장 고티에•데•피카도 위서(威西) 장군.
제1군단장이었던 틸로즈가 의주(議奏)가 되었기 때문에 후임으로 부군단장을 맡고 있던 오이겐이 취임했다.
제3군단장 세실은 예전에 아카스의 정예인 주홍불꽃기마군단장을 종사한 맹자로 제4군단장 파스칼, 제8군단장 디아즈와 함께 부군단장으로서의 실적을 인정 받아서 승진했다.
제9군단장 루그랑제는 사리스의 하급귀족 출신으로 군부대장을 종사하고 있다가 카리하발 점령 하에서 자기 부대를 이끌고 저항 운동을 지휘하며 유격전을 펼쳤다. 또한 제10군단장 피카도는 사이아의 성기사 출신이며, 루구랑제 등과 협조해서 카리하발과 싸웠다. 이 두 명은 그 공적에 의해 발탁되었다.
이 명부가 발표될 때 오규스토는 가라앉은 얼굴로 둥근 창문밖의 호수를 바라보고 있었다.
미카 아기미의 이야기를 귓전으로 흘려 들으며 마음속으로 생각하고 있었던 것은 캇시 전투에서 생포한 아프로디스였다.
안젤라에게서 받은 약을 탄 술을 먹고 잠들은 그녀는 저 침실로 옮겨졌다. 그 후 옷을 벗겨지고 수족이 구속되었다. 오규스토는 그녀가 눈을 뜨는 것을 기다려서 그 신체를 유린하려고 했다. 그러나 패배에 넋이 빠지고 있었던 그녀의 눈동자가 쓰러뜨려야 할 자신의 숙적을 보고 그 빛을 되찾았다.
「지금은 패배를 감수하자. 그러나, 반드시 여기를 탈출해서 너를 궁지에 몰아넣어 보이겠다」
이런 강렬한 의사를 담은 시선이 오규스토의 마음을 꿰뚫어, 오규스토는 엉겁 결에 한 걸음 물러서고 있었다.
―― 무한한 지식을 가진 내가, 단지 하나를 믿는 마음에 졌다 ――
오규스토는 햇살에 반짝반짝 흔들리는 수면을 응시하면서 마음 속으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미카 아기미의 헛기침이 오규스토를 현실로 귀환시켰다.
「이상이 새 정부안이다. 이것은 성도 사이아에서 행해질 로즈메리 폐하의 승리 선언 이후 그 효력을 발휘한다. 전원 준비해두도록」
그리고 오른손을 가볍게 올려서 회의의 끝을 알렸다. 그런 뒤 다시 얼굴을 창문 쪽으로 향했다.
―― 저 여자를 원한다…… ――
오규스토 일행이 토레노에 상륙하고 있을 때, 성도 사이아에서는 구 성 사이아 왕국의 왕태손(王太孫) 아벨•라•사이아가 슈나이더 장군의 거처를 방문하고 있었다.
「이야기가 다르지 않습니까!」
노기를 띤 강한 어조로 아벨은 슈나이더에게 말했다.
「이야기라니요?」
그 태연한 말투에 아벨의 얼굴에서 갑자기 핏기가 솟아 올랐다.
「바보 같군! 알티갈도군의 사이아 진공을 지원하면 성 사이아왕국의 부흥을 원조하겠다고 굳게 약속하지 않았던가!!」
「아아, 그 이야기 말이로군요」
슈나이더는 여전히 태연하게 말하며 테이블 위에 놓여 있던 글래스를 들어 입으로 가져갔다. 그것을 아벨의 손이 쳐냈다. 글래스는 밑바닥에 내동댕이쳐져 산산이 부서진다.
「저는 보잘것없는 일개 장관에 지나지 않습니다. 로즈메리 폐하께서 사이아의 병합을 선언하신 지금 어떻게 할 수도 없지요. 포기하시는 게 좋을 듯 하군요」
「나, 납득할 수 없다!」
아벨이 눈을 드러낸다. 그러자 돌연 슈나이더가 의자 등에 깊숙이 기대면서 태도를 바꾸었다.
「…… 너는 그 동안 스스로 뭘 했나?」
슈나이더의 어조가 고압적으로 바뀌고 경어가 사라졌다.
「뭐, 뭐라고?」
「타국으로 도망쳐 들어가서 비호를 받고 있었던 것뿐 아닌가? 거기에 비교해서 로즈메리는 너보다 더욱 가혹한 상황에 놓인 상태에서 잔존 병력을 전부 수습하고 결국은 카리하발을 격퇴했다. 그리고 조국을 부흥하고 개선하고 있다. 그 공적의 커다람은 에리시아 역사에서도 유래를 찾기 힘들 정도다」
슈나이더가 다리를 꼬았다.
「……」
아벨은 맞받아 칠 말을 잃어버렸다. 사실 자신이 초조함을 느끼고 있었던 것도 모두 그 때문이었다. 프로방스나 피카도 등 사이아의 뛰어난 인재들도 그녀의 곁으로 떠나고 있다. 그뿐만이 아니라 민중의 로즈메리에 대한 열광은 이후로도 많은 자가 같은 길을 택하게 될 것을 시사하고 있었다.
「이 성도 사이아에서도 어린 아이까지 로즈메리와 딘을 칭송하는 노래를 부르고 있다. 그런 그녀가 사이아 병합을 말한 것이야. 아무도 반론할 수 없겠지. 예전부터 사리스와 사이아간에 서로 국경의식이 불명확했던 것을 원망할 수 밖에」
너는 필요 없다. 그 말이 아벨의 귀에 와 닿았다. 그것은 눈앞의 슈나이더가 내뱉은 소리가 아니라, 자신의 마음 깊은 곳에서 샘솟아 올라 온 것이었다.
아벨은 그 자리에 양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벽 앞, 천장 아래, 바닥 위의 빈 공간을 차례대로 멍하니 응시했다.
슈나이더는 그런 아벨에게 벌써 관심조차 없다는 듯 그 자리를 떠났다. 두꺼운 나무문이 낮은 소리를 내면서 닫히고, 그 소리가 안색이 파랗게 질린 남자의 주변에서 메아리 쳤다.
복도로 나온 슈나이더에게 부관의 베아톨릭스가 달려 든다.
「아벨을 잘라 버린 것입니까」
「이젠 아무런 이용 가치가 없다」
「그러면 너무나……」
슈나이더는 베아톨릭스를 대동해서 걷는다. 그 수려한 얼굴에는 한 조각의 감정의 흔들림도 보이지 않았다.
「도의에 어긋난다는 것인가」
「…… 아니오, ……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은……」
베아톨릭스는 고개를 숙였다. 두 사람의 사이에 약간의 거리가 벌어졌다.
「나의 주의를 가르쳐주지. 『배반당하기 전에 배반하라』이다. 나는 그렇게 해서 여기까지 기어올라 왔다. 틀렸다고도 생각하지 않고, 앞으로도 바꿀 생각도 없다」
베아톨릭스는 일순 오한이 났다. 언젠가 자신도 쓸모가 없다고 생각되면 버려지는 것일까? 베아톨릭스는 엉겁결에 멈추어 섰다.
그런 베아톨릭스의 동요를 느낀 것일지, 돌연 슈나이더가 되돌아봤다.
「너에게 새로운 임무를 주겠다. 로즈메리에게 축하의 인사를 전하러 토레노에 가라. 거기서 딘을 관찰해라」
「딘 장군을」
「그렇다. 적의 정체를 모르는 상태에서 싸워서는 안 된다. 놈의 저 이상할 정도의 강함의 수수께끼를 풀어라. 그러면 알티갈도는 이길 수 있다」
베아톨릭스로부터 방황의 기색이 사라졌다.
―― 그렇다, 이 사람도 알티갈도의 군인이다. 그렇다면 우리들이 나아가는 길은 하나다 ――
긴장했던 볼의 근육이 자연히 느슨해졌다.
「그러고 보면, 아프로디스도 생포되어 있다고 들었다. 가능하면 접촉을 시도해 보아라. 그녀가 우리편이 될 수도 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의 나로서는 저 압도적인 힘을 능가할 방법이 없다. 가능한 한 유능한 부하를 모으지 않으면…… 그리고 녀석의 정체를 알 때까지는 결단코 놈과 싸워서는 안 된다 ――
슈나이더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것을 숨기려는 듯 다시 걷기 시작한다.
그러나 베아톨릭스는 아프로디스의 이름을 듣고 생각에 잠겨버려 그 표정을 눈치채지 못했다.
―― 저 아프로디스가 졌다…… ――
그녀는 아프로디스를 알고 있었다.
일찍이 검의 수행을 위해 방문한 로드 신국에서 아프로디스와 몇 번 대련의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그러나 몇 번 시합을 해도 그 그림자조차 스치지 못하고 압도적인 패배를 겪었다. 라이벌이라고 칭하기엔 너무나 커다란 실력의 차이가 있었다. 처음엔 그런 아프로디스에 대해서 동경의 감정조차 품었다.
검사로서의 강함은 완벽하며, 하나하나의 동작은 세련되어 일체의 낭비가 없고, 그 섬세한 스텝은 수면을 나는 백조를 생각나게 했다. 만약 그녀가 단지 강한 검사일 뿐이었다면 그녀를 검도의 선배로서 자신의 목표로 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프로디스는 무엇보다도 아름다웠다.
군살이라곤 손톱 끝만큼도 보이지 않는 복부가 신비로운 정도의 곡선을 만들어 내고, 중력을 거절하는 듯 전혀 늘어지지 않고 있는 거유방과 관능적으로 부풀어 오른 탄력적인 엉덩이와 함께 초글래머러스한 실루엣을 그리고 있었다.
베아톨릭스 본인도 날씬한 몸에 풍만한 유방이라는 기적과 같은 스타일을 하고 있어 상당한 자신감이 있었다. 그러나 아프로디스 앞에 설 때는 초라해지는 자신을 느꼈다.
동경은 금방 질투의 감정으로 바뀌어 갔다.
이 일을 계기로 베아톨릭스는 검사로서의 길을 포기하고 작전지휘관으로서의 길을 골랐다.
―― 패배한 아프로디스인가…… 어떤 얼굴을 하고 있을까 ――
그녀의 마음에 흐려진 감정이 솟아나 올랐다.
토레노에 되돌아온 오규스토는 울적한 기분을 풀기 위해 경매회장으로 향했다.
카리하발병이 귀족에게서 약탈한 여러 가지 물품이 대량으로 출품되어 있었다. 가지고 갈 수 없었던 물건을 근처의 상인에게 판 것이다. 상당히 희소인 물건이나 고가의 미술품 등이 갖추어져 있었다. 실크융단이나 인상파의 회화 등을 다투어서 사들였지만 오규스토의 우울한 기분은 걷히지 않았다. 결국 싫증이 나서 돌아가려고 자리를 일어섰을 때, 수수한 모양의 은제 티에러가 출품되었다. 그것을 본 순간 오규스토는 엉겁결에 숨을 죽였다.
―― 저것은…… 틀림 없다!! ――
오규스토는 흥분한 나머지 앞의 자리에 앉아 있었던 중년 부인의 머리털을 움켜쥐고 전후좌우로 격렬하게 뒤흔들었다.
오규스토가 티에러를 손에 넣었을 때, 틸로즈는 일단의 남자들과 만나고 있었다. 남자들의 이름은 바론 후작, 나발 남작, 불곤 공작이었다.
「딘은 사리스 남부, 사이아 남부, 그리고 아카스의 주요 도시를 자신의 사유지화 함으로써 자파의 힘을 늘리고 있습니다. 지금으로는 사리스 최대의 세력입니다. 그 자에게 제위찬탈의 야심이 있다는 것은 명백합니다」
「실례이오나, 로즈메리 폐하는 지금은 완전히 딘의 괴뢰가 되고 계셔서 저희들을 만나려고 하시지조차 않으십니다」
「이대로는 사리스는 멸망하고 딘 왕조가 탄생할 것입니다」
제각기 우국의 지사로 자칭하면서 오규스토의 전횡을 비난했다.
「경들이 말하고 싶은 것을 알고 있다. 나도 저 남자는 믿지 않고 있다. 그리고 언니도……」
틸로즈는 애매한 태도를 보였다.
「그렇다면 저희들과 함께 일어나 주십시오」
「지금 딘의 군세는 분산되어 있습니다」
「세리아에는 저희들 이외에 올레란 공작, 카롤린느 후작 등 사리스의 운명을 근심하는 문벌귀족들이 집결하고 있습니다」
이 5명의 귀족은 카를 5세의 시대에 제각기 커다란 권세를 자랑한 명문귀족이며, 재력과 사병의 수에 있어서 다른 귀족들을 압도하는 대귀족이었다.
요즘 딘 정권의 귀족에 대한 정책에 불만을 가진 문벌귀족들이 세리아로 모여서 반 딘파를 형성하고 있었다. 그 중심인물이 이 5명이며, 훗날 5경으로 불리게 된다.
「거기에 군사 전문가인 성기사 시드•드•쿠레자도 가담하고 있습니다」
「우리들의 승리는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남자들은 자랑스러운 느낌으로 말한다.
―― 지독히 자신이 있군 ――
틸로즈는 그렇게 생각했다. 이성이 그런 남자들의 과신을 웃어 넘기려고 하지만, 그 때마다 저 광경이 뇌리에 떠올랐다.
그 것은 토레노를 향하는 선내에서의 광경이었다.
그 밤 틸로즈는 잠이 오지 않았다. 익숙하지 않은 배 여행이라는 이유도 있었겠지만, 그보다 세 자매가 함께 사리스에 귀국할 수 있는 것이 기뻐서 흥분되는 마음이 가라앉지 않았다.
결국 어렸을 때 시녀의 눈을 피해서 셋이서 아침까지 밤새 이야기하고 놀았던 것처럼 지금 다시 자매끼리 밤을 보내자고 먼저 로즈메리의 방을 방문했다. 문 앞에 섰을 때, 안에서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심야에 선객이 있는데 대해 의아하게 생각하고, 도어를 살짝 조금만 열었다. 그리고 그녀는 소리내지 않고 절규했다.
침대 위에 잘 알고 있는 남자와 로즈메리가 있었다.
「아아앗, 아아―――!! 좋아요, 좋아!! 」
로즈메리의 목소리가 뇌를 직격한다. 무심결에 똑바로 보아버렸다.
로즈메리는 벌거벗은 채로 역시 벌거벗고 침대에 누워 있는 오규스토 위에 걸터앉아 격렬하게 허리를 흔들고 있었다. 허리가 아래위로 움직일 때마다 페니스를 삼켰다가 내뱉는 모습이 확실하게 보였다. 허리의 움직임에 맞춰서 유방도 아래위로 흔들리고, 머리칼은 마구 흩뜨려서 땀방울을 흩날리고 있었다.
믿을 수 없었다. 저 신앙심 깊은 언니가 스스로 엉덩이를 흔들며 쾌락을 탐내고 있다. 음란이라고 하는 단어가 뇌리를 덮치고, 태어나서 처음으로 언니를 경멸했다. 수치를 모른다고 생각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불쾌감이 밀려왔다.
떠나자, 라고 이성이 경종을 울린다. 그러나 발이 움직이지 않고 눈은 시선을 뗄 수 없었다.
생전 처음 들어보는 감회가 복받치는 여자의 헐떡이는 목소리가 남자를 모르는 틸로즈의 마음에 호기심의 싹을 틔웠다. 세리아 탈환 이래 전사로서의 자각이 엷어지고 여성으로서의 감성이 되살아나고 있었던 것이, 그녀의 강인한 정신력을 흐트러뜨린 요인이었을 것이다.
「아앙, 우우우……」
계속해서 들려오는 관능적인 음색, 처음 맡는 색향을 감돌게 하는 이제껏 본적이 없는 언니의 모습은 땀으로 붙은 머리털을 긁어 올리는 문란한 동작과, 단정한 옆 얼굴이 넋을 잃고 눈꺼풀을 닫은 채 입을 벌린 표정이 모두 놀랍도록 요염하고 아름다웠다. 틸로즈는 주변이 보이지 않았다. 여기가 어디인지도 잊고 혼자만의 세계로 빠져버렸다.
틸로즈의 손가락이 다리 사이로 유혹되었다. 엷은 파자마 위로부터 천천히 민감한 곳을 더듬었다. 손가락이 젖었다. 이미 바지의 가랑이 부분은 흠뻑 젖어 애액이 새어 나와있었다.
―― 이것 ……이…… 젖는다고 하는 건가? ――
꽃잎 위를 매만지는 희고 긴 손가락의 움직임은 아직 치졸했지만, 자위가 처음인 틸로즈에게는 충분한 자극이 되었다.
―― 몸이…… 뜨겁다…… ――
점점 신체가 화끈해지고 더욱 자신의 세계로 빠져 들어 간다. 이미 다른 손은 가슴을 주무르고 있다. 머리 속이 저리는 것 같은 쾌감이 등골을 몇 번이나 꿰뚫고 나갔다.
「이제 안돼요, 갈 꺼 같아, 같이, 같이 가요!!」
로즈메리의 날씬한 신체가 몇 번 경련하면서 새하얗고 가는 발가락을 구부러뜨렸다.
―― 흐윽, 으으음……몸이 날아갈 것 같아――
「가, 간다―아아아앗!!」
오열을 짜내고, 로즈메리는 오규스토 위에 무너졌다. 한편 틸로즈도 전신에 힘이 들어오고 몸을 젖힌다. 그리고, 머리 안이 새하얗게 되었다.
―― 아……앗, 아 ――아아!! ――
그리고 틸로즈도 처음으로 엑스터시에 도달했다.
―― 나……간……건가? 처음인데도…… ――
심한 허탈감이 틸로즈를 습격했다.
틸로즈는 이 밤 이후 언니와도 오규스토와도 한 걸음 거리를 두었다. 그것이 이 남자들에게 기회가 되었다.
틸로즈는 무서웠다, 자신이 다른 존재가 되는 것 같아서. 그리고 언니와 오규스토를 혐오했다. 두 사람을 불결하다고 마음 속으로 몇 번이나 욕을 퍼부었다. 두 사람을 증오하는 것으로 스스로의 죄로부터 달아날 수 있는 것 같은 착각을 느꼈다.
어느새 틸로즈는 반 딘파의 중심이 되어 갔다.
틸로즈가 처음으로 품는 감정에 농락되어 있을 때 오규스토는 티에러를 가지고 아프로디스가 연금되어있는 방을 방문했다. 이 당시 오규스토는 토레노의 영빈관 서쪽별관을 자기 전용으로 사용하고 있었고, 그 일실에 아프로디스를 가두어두었다.
이 방은 원래부터 높은 신분의 인간을 가둬 두는 방으로 특별히 만들어져 있었다. 가구류는 고대풍이며 바닥에는 실크 융단이 깔려 있는 고풍스런 분위기지만 한 가지 이질적인 것이 왼쪽 벽이다. 벽 한 면이 거울로서 마치 댄스 레슨장과 같은 느낌이었다. 실제로는 그 거울은 매직 미러여서 반대편에는 작은 감시용의 방이 있었다.
아프로디스는 검은 원피스의 신관복을 입고 가죽제의 소파에 앉아서 명상을 행하고 있었다. 손님이 들어와도 일체 정신을 흐트러뜨리지 않았다.
「오늘은 대장이 직접 행차하셨군. 그러나 나는 아무 것도 할 말이 없다」
눈을 감은 채 말한다.
「착각하지 않았으면 좋겠군. 나는 로드 신국의 정보 등엔 흥미가 없어. 네게 협력하게 해서 화해를 요구하고 있을 뿐이지. 거기에 오늘은 너에게 선물을 가지고 왔다」
오규스토는 미소를 띄우면서 가지고 온 티에러를 아프로디스의 머리에 씌웠다. 아프로디스는 갑자기 머리를 누르는 감촉에 눈을 떠서 티에러를 확인했지만 해는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그것은 잘못이었다. 순간 시야가 흐려지고 의식이 사라져 갔다.
「속였구나!?」
「이런, 속이다니. 이미 말했지 않은가, 너를 이용해서 화해를……, 아!, 단어가 조금 틀렸구나」
잠시 후 그녀는 의자 위에서 전신에 힘이 빠진 채 고개를 조금 숙인 자세로 조용히 숨쉬는 소리만 내뱉고 있었다. 눈은 뜬 채였지만 시선은 텅 빈 초점 없는 눈동자였다. 오규스토는 예상이상의 결과에 놀라움과 기쁨을 동시에 느끼며 흥분했다.
이 티에러는 착용한 사람을 최면상태에 빠뜨리는 마법 아이템이었다. 걸려 있는 마법이 교묘하게 감추어져 있어서, 언뜻 봐서는 마법에 상당한 조예가 있는 자도 단순히 티에러로밖에 보이지 않는 훌륭한 작품으로 그 제작자의 뛰어난 솜씨를 알 수 있었다.
오규스토는 흥분을 억제하고 티에러의 빨간 보석 장식 부분에 오른손 집게 손가락을 갖다 댔다. 그러자 오규스토의 몸을 전기가 관통하는 듯 돌연 전율이 습격하고, 곧 오규스토와 아프로디스의 의식이 연결되었다.
오규스토는 아프로디스의 기억 속을 헤엄쳐 건너면서 천천히 지나간다. 그녀의 약점을 찾아내서 그것을 기회로 삼으려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20세, 19세, 18세…… 이렇게 조금씩 기억을 거슬러 올라갔지만 어떤 때에서도, 어떤 상황하에서도 그녀는 정말로 성녀라 할만 했다. 부정의 부자도 발견되지 않았다.
오규스토의 심중에 점점 초조함이 강해졌다.
결국 12세까지 거슬러 올랐다. 그 때 그녀의 의붓아버지가 죽는 일이 있었다. 대단히 사이가 좋았던 것인지 큰 슬픔에 싸여져 있다.
거기에서 문득 작은 의문이 생겼다. 그리고 되돌아와서 확인했다. 역시 기억이 완전히 누락되고 있었다. 그것은 14세 때의 의붓아버지의 기일의 전후의 기억이었다. 그 얼마 안 되는 날에 무엇이 있었던 것일지, 오규스토는 그녀의 심층심리의 깊숙한 곳까지 들어갔다.
그리고, 결국 그녀의 트라우마를 찾았다.
그녀는 자기 고향에서 백 년에 한 명 날까말까한 천재라고 높이 평가 받으며 이웃들의 지원을 받아 수도에 위치한 전통 있는 신학교에 진학했다. 그러나 고장의 기대를 한 몸에 받은 그녀에게 압력이 무겁게 덮쳐 왔다. 성적은 아무리 열심히 해도 기껏 2등일 뿐, 수석은 한 번도 차지할 수 없었다. 고향의 사람들은 다음에는 괜찮다든가, 이번이야말로 제일이라든가 하면서 격려하지만 그것이 또 한층 더 그녀를 괴롭혔다. 그리고 그녀는 14세 때에 컨닝을 해버렸다.
수석이 될 수 있었다. 그러나 거기에 기쁨은 없었고 그저 죄악감뿐이었다. 그녀는 날마다 참회를 되풀이했다. 그리고 자신의 죄를 변상하기라도 하듯이 전심전력으로 학문에 몰두하고 검술의 수행에 힘썼다. 그 결과 탁월한 성적을 남기고 역대 최연소로 달빛신관전사단 단장에 취임했다.
오규스토는 입가를 살짝 비틀었다. 고개를 숙여 아프로디스의 귓전에서 속삭인다.
「너는 죄인이다. 신은 절대 너의 죄를 잊지 않고, 용서하지 않는다」
그 목소리가 그녀를 괴롭힌다. 땀이 폭포 같이 흐르기 시작하고 이마를 찡그리며 번민하기 시작했다.
「인간은 자신의 죄로부터 결코 달아날 수 없다. 너는 이미 더럽혀지고 있다」
「아아악!!」
그녀는 기성을 질렀다. 그녀의 마음의 일부가 완전히 붕괴되었다.
오규스토는 승리를 확신했다.
이후 일주일 동안 오규스토는 아프로디스의 마음의 상처를 기회로 삼아 기억의 개조를 행했다. 그것은 그녀가 상냥했던 의붓아버지에게 성적인 희롱을 되풀이해서 받고 있었다고 하는 가짜 기억을 이식하는 것이었다. 거기에 더해서 그 외설행위를 되풀이해 받는 동안에, 아프로디스 자신의 마음에 처녀를 빼앗기고 싶다고 하는 굴절된 원망이 눈을 뜨고, 매조히즘적인 기호가 생겨났다는 것도 주입시켰다.
성녀라고 불리는 그녀는 주위에서 온통 순수한 애정이 쏟아지고, 불결한 성체험 같은 것과는 아무 관계없이 살아 왔다. 그 너무 깨끗한 인생이 변태적인 가공의 기억으로 다시 덧칠해졌다.
더욱이 오규스토는 기억 개조작업 중에 안젤라와 크리스티로 하여금 아프로디스에게 애무를 행하게 했다. 실제로는 받은 적도 느낀 적도 없는 쾌락을 철저히 몸에 가르치기 위해서다. 결국 전신의세포 하나하나에 이르기까지 열락의 기쁨이 기억되었다.
오규스토의 테마 “음란한 원망에 번민하는 성녀” 가 완성되어가고 있었다.
어느 날 밤, 오규스토는 알티갈도의 베아톨릭스의 방문을 받았다. 그녀에게서는 그날 낮에 로즈메리와 함께 알현을 받은 적이 있었다. 사이아 회의의 축하 때문에 온 것이라고 했다.
그녀는 명검 “칠성보도(七星寶刀)” 를 내밀었다.
「이것은?」
「금후의 친분의 증표로 받아 주십시오」
「…… 이 검의 유래를 알고 계시는지? 」
「아니오」
「여기에는 한 영웅이 그 횡포가 극에 달한 권력자를 제거하기 위해서 사용한 검이라는 전설이 있습니다」
「그렇군요. 그럼 오규스토 각하께서 스스로가 그 이야기의 전자와 후자 중 어느 쪽에 가깝다고 생각하시는 지에 따라 선물의 의도가 결정되겠네요」
베아톨릭스는 딘을 이렇게 가까이서 보자 더욱 어리게 느껴졌다.
―― 정말로 이 소년이 딘일까 ――
속으로 킥킥 웃으면서, 오규스토의 첫 인상을 그 명성과는 잘 매치가 안 되는 귀여운 소년으로 느꼈다.
「아니, 이것은 호되군요」
한 편 오규스토는 상대가 제법 배짱 있는 여성이라고 생각했다. 담황색의 머리를 뒤에서 묶고 검은색을 기조로 한 정장의 군복을 입고 있다. 아무리 봐도 커리어 우먼이라고 하는 분위기다. 오규스토 기호인 재색겸비의 여성이었다. 그러나 밤에 보니 또 다른 일면이 눈에 뜨인다. 약간 두터운 입술이 성적 매력을, 깊은 눈동자가 정열을 느끼게 하고 깔끔한 턱이 요염함을 빚어 내고 있다.
자연히 흥미가 샘솟아 왔다.
그 후로 잠시 동안 대화에 열중했다. 현세계정세로부터 내용 없는 잡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화제가 뛰어 나왔다. 그녀의 화술은 교묘하고 재치가 있어서, 비유를 하거나 농담을 곁들이는 타이밍도 정확했다. 오규스토는 그녀와의 대화에 만족했다. 그러면서도 오규스토는 그녀가 때때로 몰래 살피는 것 같은 시선을 보내는 것을 날카롭게 감지하고 있었다.
―― 아마도 나의 비밀을 탐색하러 온 건가? 누구의 손일까. 빌헬름1세, 아니, 재상 베렌홀스토 근처인가……――
둘 다 겉으로는 웃으면서 안으로는 서로의 내막을 탐색하고 있다.
―― 의외로 책모가이군 ――
오규스토는 다시 한 번 감탄한다.
「그러고 보니, 여기에 아프로디스님이 붙잡혀 있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정보를 얻을 수 있으셨는지요?」
그 순간 무엇인가가 왔다. 그녀가 아프로디스의 이름을 입 밖에 냈을 때, 아주 짧은 순간이었지만 그 눈동자에 복잡한 빛깔이 감돈 것을 놓칠 오규스토가 아니었다.
―― 이 두 사람 사이에는 무엇인가가 있다 ――
오규스토의 직관이 그렇게 알린다.
「그렇게 훌륭한 장군을 그저 포로로 취급할 수는 없지요. 고래(古來)로부터의 예에 따라서 대우하고 있습니다」
「그렇습니까, 과연 장군, 무인으로서의 예절을 잘 알고 계시는 군요」
그 때, 찰나 그녀의 눈동자가 낙담을 내보였다.
―― 이것은 아마도 열등감이다. 재미있어졌어 ――
오규스토는 이대로 끝내기에는 아깝다. 둘을 만나게 해 볼까, 문득 그렇게 생각했다. 달리 특별한 무엇을 의도하고 있었던 건 아니다. 반쯤 흥미였다. 그러나 그것이 의외의 결과를 낳았다.
「마침 좋은 타이밍이군요. 모처럼이므로 만나 뵙고 돌아가는 게 좋겠습니다」
그렇게 말하고는 멋대로 자리를 일어섰다. 베아톨릭스로선 뜻밖의 일에 또 하나의 과제를 달성할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며 마음 속으로 미소 지었다.
오규스토는 그녀를 감시용의 작은 방으로 안내했다.
베아톨릭스는 생각지도 않은 광경에 발이 움츠러들었다.
3명의 여성이 서로 헝클어져 있다. 한 명의 여성은 쇠사슬로 천장으로부터 달아 매어져 있고, 그 다리 사이에는 다른 여성이 얼굴을 파묻고, 또 다른 한 여성이 등뒤로부터 유방을 만지작거리며 목덜미에 키스를 하고 있다. 달아 매어져 있는 여성은 잊을 수 없는 아프로디스였다. 다른 한 사람은 알 수 없었지만, 배후에서 달려들어 아프로디스를 애무하고 있는 여성은 전 아카스의 왕녀 크리스티•말시아•데•오르테가였다.
생각도 하지 않은 음란한 정경에 베아톨릭스는 그만 눈을 떼지 못했다.
사이를 두지 않고 귓전에서 속삭이는 오규스토.
「어떻습니까?」
「무, 무엇입니까 이것은?」
「이 세상에서 가장 청아한 물건에 반들반들한 광택을 첨가하고 있는 것이지요」
「지독하다, 너무 지나치다……」
너무나 어지러워진 감정에 베아톨릭스의 목소리가 도중에 사그러 든다.
그 때,
「아하, 앗. 아아, 아음……」
아프로디스가 참다 못한 오열을 내뱉었다. 그 관능적인 음색이 베아톨릭스의 두뇌 회로를 갈갈이 찢었다.
―― 저 아프로디스가 저런 소리를…… 저렇게 되버리다니…… ――
베아톨릭스는 열정의 눈길로 지나치게 그 광경에만 집중해서, 오규스토가 자신의 등뒤에서 달려들어 안고 블레이저의 사이에 손을 넣고 있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계절은 초여름을 맞이하려 하고 있었고, 블레이저의 사이에는 엷은 반소매 블라우스와 최저한의 속옷뿐이었다.
하얀 실크 블라우스에 오규스토의 열 손가락 모양으로 잔주름이 졌다.
오른손이 만지던 가슴에서 떨어져서 짧은 타이트 스커트 속에 잠입한다. 그리고 스타킹 위에서부터 다리 사이를 만지작거렸다. 베아톨릭스는 벌써 몸에 힘이 빠지고, 이성도 작용하지 않았다.
베아톨릭스는 어떤 저항도 하지 못하고 자기 뒤에 서있는 오규스토에 기대서 몸을 맡겼다.
머리 한 구석에서 이렇게 아름다운 물건을 상처 입히는 행위를 해선 안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다른 한쪽에서는 아름다운 물건을 밟아 부수는 배덕감에, 말할 수 없는 쾌감이 솟아 올랐다.
어느덧 알아 차리자 오규스토의 얼굴이 눈앞에 있었다. 순간 얼굴을 외면하려고 했지만, 저항은 약했다. 힘 없이 입술과 입술이 겹치고 오규스토의 혀가 힘차게 베아톨릭스의 도톰한 입술을 억지로 열어 입안을 범해 갔다.
―― 농담이 아냐, 이런 아이에게…… ――
「우으음, 아, 아아아」
생각과는 거꾸로 베아톨릭스의 입에선 달콤한 숨결이 넘치기 시작했다.
「아직 젖비린내 나는 아프로디스와 달리 성숙한 네가 더 매력적이야」
그 말이 베아톨릭스의 열등감을 자극하고 성감을 녹이기 시작했다. 아프로디스에 뒤지지 않는 풍부한 유방이 주물리자 팬티로는 전부 수습될 수 없게 된 애액이 넓적다리에 방울져서 흐르기 시작했다.
물기를 띤 눈동자로 흘끗 아프로디스를 보았다. 이제 자신도 이 남자와 같은 죄인이라는 생각을 마지막으로 베아톨릭스의 이성이 끊겼다.
새벽이 다 되어서, 베아톨릭스는 무거운 신체를 질질 끌고 동관에 위치한 자신의 방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임무에 충실하기 위해서 마법통신용 암호 타이프라이터가 감춰 있는 침대 아래로 향하려고 했다. 그러나 그 도중에 힘이 다 떨어지고 밑바닥에 쓰러져버렸다.
그 후, 두 사람은 숨겨진 감시용 옆방에서 아프로디스들이 있는 방으로 이동했다. 짐승과 같이 납죽 엎드려서 연결된 채 땀으로 번들거리는 나신을 구부러뜨리며 기어서 아프로디스의 옆으로 갔다.
그리고 침투성이가 된 아프로디스의 입술을 빨고 애액으로 흠뻑 젖은 꽃잎을 핥고 발딱 솟아오른 클리토리스를 마셨다. 그 도착적인 세계가 욕정을 점점 휘몰아 올려서, 베아톨릭스는 최고의 엑스터시에 몇 번이나 달했다.
저녁때 드디어 눈이 뜨이자 납처럼 무거운 몸을 일으켰다. 말할 수 없이 나른했다. 옷을 전부 벗어 던지고 샤워룸에 들어갔다. 지친 듯이 터벅터벅 걷는 움직임에 커다란 유방이 아래위로 흔들렸다. 음모는 치골에 찰싹 붙고, 넓적다리에는 마른 정액 자국이 피부를 장식하고 있었다.
5월3일, 로즈메리는 성도 사이아에 들어왔다.
이 때 사이아 회의는 거의 종결되는 단계에 있었다.
사리스는 알티갈도가 전쟁 중 점거한 사리스 북부 3주를 되찾는 조건으로 알티갈도의 사이아 북부 16주의 할양을 인정했다. 대운하를 포함하는 사이아 남부 18주는 사리스령이 되었다. 이 것으로서 구 사이아 왕국은 남북으로 분단되어 각각 타국으로 귀속되었다. 남은 것은 성도 사이아를 어느 쪽이 가지느냐의 문제였다. 그러나 이 남은 한 문제가 최대의 난관으로서, 양자 모두 한치도 양보하지 않고 있었다.
성도 사이아에 모인 것은 사리스와 알티갈도 두 나라 뿐만이 아니었다. 팔디어, 바람 공국, 로드 신국, 웨데리아도 이날에 맞춰 대표자를 보내고 있었다.
알티갈도 왕 빌헬름1세는 바람 공국의 베른하르트•폰•러웰장군과 밀회를 거듭했다. 로웰은 매년 조공을 바치는 것을 조건으로 토라부존의 통치를 청원했다.
재상 베렌홀스토는 바람 공국의 팔디어에 대한 방패로서의 역할을 인정하고 양국은 밀약을 맺었다.
그 움직임을 팔디어도 금방 알아차렸다.
로테베이크는 즉시 수하의 군사를 거느리고 토라부존 근교에 진을 쳤다. 그리고 왕태자 뷔렘•팬•루크렐은 오규스토에게 지원을 요청했다.
「여기가 아주 중요합니다」
오규스토는 말한다.
이 때 팔디어 왕 구스타프2세는 저번의 토라부존과의 전투에서 유시에 맞은 상처가 곪아 중태에 빠졌고, 의사들은 남은 날이 그리 많지 않다고 진단했다. 그렇게 되면 아직 공식적인 후계자 책봉이 안된 팔디어에서 왕 사후 형제가 서로 다투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더군다나 로테베이크는 그 드문 용맹으로 군부에서 높은 지지를 얻고 있었다.
「토라부존을 정치력으로 탈환하는데 성공한다면 당신의 평가는 오르고 로테베이크 지지파들도 입을 다물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달콤한 감언을 듣고 기분이 좋아지는걸 억제하기 힘들었다.
오규스토와 뷔렘은 손을 잡았다.
이렇게 해서, 성도 사이아 귀속 문제 이외에도 세계는 또 하나의 화약창고를 안게 되었다.
로드 신국에 대해서는 오규스토는 저자세로 접했다.
「오딘 대신전에서 반기가 일어난 것으로 인해 그러한 쓸데 없는 소문이 퍼진 것입니다. 소관의 부덕의 소치이니, 부디 용서를 바랍니다」
거기에,
「투신(鬪神) 오딘과 절대신 지•오, 두 신의 가호의 덕택으로 이길 수 있었음을 언제나 명심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두 신의 대신전 건설을 맹세합니다」
또한,
「포로는 무조건으로 반환하겠습니다」
끝으로,
「양국의 변함 없는 우정을 부탁합니다」
조금 지나친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공손하게 굴었다. 이것은 슈나이더가 이전에 한 말과 같이 알티갈도의 배후에 우리 편을 만들어 두고 싶다, 라고 하는 계산으로부터 나온 행동이었다.
체면에 신경쓰지 않는 오규스토의 연기가 열매를 맺어 사리스와 로드 신국은 국교를 부활시켰다.
그리고 사리스를 지원한 웨데리아공 에드워드 2세는 웨데리아 공국의 왕국에의 승격을 획책했지만, 알티갈도의 저항에 부딪혀 거부되자 분노하여 공동 선언이 행해지기 전에 돌아가버렸다.
공동 선언은 로드 신국과 바람 공국이 참가한 것으로 인해 국제적 평화선언이 되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그것이 임시적인 미봉책에 지나지 않음을 알아차리고 있었다. 하나 일순간의 평화라도 그 몇 배의 전란보다 훨씬 가치 있는 것이 분명하다. 사람들은 술에 취해 노래를 부르고, 평화의 시간이 영원하기를 빌었다.
성도 사이아에서는 3일간 밤낮없이 축제가 계속되었다.
공동 선언으로부터 3일째의 밤, 다급한 말발굽 소리가 오규스토를 잠에서 억지로 깨웠다.
「무엇인가?」
「세리아에서 반란이 일어났습니다」
오규스토의 눈가가 가늘어진다.
「올레란 공작, 불곤 공작, 봐론 후작, 카로린느 후작, 나발 남작 등을 중심으로 대문벌귀족세력이 세리아에 집결해 군세의 수는 1만이 조금 넘는 것으로 보여집니다. 그리고 그 맹주로 틸로즈 전하께서 서셨습니다」
「틸로즈가……」
오규스토는 사자에게 등을 돌려 얼굴을 숨긴다.
「지금 알티갈도에게 개입의 구실을 주어서는 안 된다. 즉시 친다. 우선 카프카, 너는 이 땅에 남아서 각국의 동요를 억제하라. 쟌느는 로즈메리의 경호를 맡도록. 나는 기마 50을 인솔해서 출진하겠다」
오규스토의 결단은 빨랐다.
이 때 오규스토군의 상황은 캇시의 전투에 참가했던 병사들 대부분이 휴가를 얻어 고향에 돌아가고 있어서 당장 움직일 수 있는 병사 수가 얼마 되지 않았다. 심야에 겨우 50기로 달리기 시작한 오규스토였지만 다음 날 낮까지 오이겐군 100, 루그랑제군 500, 피카도군 200이 급히 달려 와 총 병력 850이 되고 있었다. 오규스토는 이 850을 거느리고 반란군의 선행 부대 쿠레자군 6000이 주둔하는 카라의 땅을 향했다.
쿠레자는 5경과 전략을 논의하다가 의견이 맞지 않아, 뛰쳐나오듯이 이 땅에 오고 있었다.
「저 사람들은 오규스토님의 무서움을 모르고 있다」
같은 문벌귀족 출신이라고 하는 것도 있어 의리를 거절하지 못하고 참전했지만 아직까지도 전신에 떨림이 오고 있었다.
「어떻게든 절충을 시도해보지 않으면……」
쿠레자는 깊은 밤 군사들은 잠들어 조용해진 진중에서 홀로 생각에 잠겨 있었다.
그 시기, 오규스토는 이미 야음에 섞여서 쿠레자군에서 2킬로 앞의 위치까지 와있었다.
「병사들은 같은 사리스의 깃발아래 모인 자들이다」
오규스토는 그런 내용으로 술술 편지를 썼다. 그것을 사자에게 건네주고 쿠레자 진에 보냈다. 편지에는 지금부터 공격해 가니까 자웅을 결정하자, 등의 말이 씌어져 있었다.
옆에 있었던 오이겐이 기가 막혀 했다.
이 군에는 오규스토를 감시하고 있었던 베아톨릭스가 있었다. 그리고 아프로디스의 모습도 보였다. 그녀들은 객장으로서 참모역을 맡고 있었다.
편지를 가진 병사는 떨리는 손으로 적병의 문지기에게 그것을 건네줬다. 사태의 중요성에 긴장한 문지기는 그것을 쿠레자에게 보고했다. 쿠레자는 순간 오규스토가 이렇게 빨리 나타났다는 공포로 패닉 상태에 빠져 편지가 손으로부터 미끄러 떨어졌다. 쩔쩔 매면서 갑옷을 찾지만 눈에 뜨이지 않고, 검도 어디에 있는지 보이지 않았다. 실제론 바로 옆에 놓여 있었지만 공황상태의 그에게는 그야말로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리고 최악의 말을 내뱉었다.
「불을 켜라. 이래서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전투에 익숙하지 않은 귀족출신 지휘관들은 거기에 따라서 자신의 관할의 천막에 차례대로 밝은 빛의 등불을 밝혔다.
깊은 밤의 어둠 속에 두둥실 쿠레자진의 모습이 떠오른다.
그 밝은 빛을 노리고 오이겐군과 피카도군이 격렬하게 화살을 쏜다. 칠흑 같은 밤 하늘을 불화살이 곡선을 수놓으며 쿠레자군 천막에 차례로 불을 붙였다. 그리고 루그랑제군이 기마로 돌격했다.
「대단히 어리석군」
오규스토는 토하는 것 같이 말했다.
싸움은 맥 빠지게 끝났다. 일곱 배 이상의 숫자인 쿠레자군은 어둠 속에서 대혼란에 빠졌다. 설마 이런 소수로 공격하고 있다고는 생각지도 못하고 대다수의 병사가 무기를 버리고 도망쳤다.
오규스토는 추격을 금했다.
「결판은 이것으로 났다. 뒷일은 가르시아가 처리할 것이다」
그렇게 예언했다. 그리고 아프로디스를 보았다.
「아프로디스님은 기분이 안 좋으신 것 같군요, 안 쪽에서 쉬십시오」
그렇게 말하고는 그녀를 데려서 본진의 안 쪽으로 사라졌다.
「이, 이런 곳은, 아!! 」
천막 안에서, 오규스토가 아프로디스의 손을 움켜 쥔다. 그리고 저항하는 그녀를 거울에 꽉 눌렀다.
그 순간, 그녀의 저항이 그치고 볼이 화끈하게 달아올랐다. 그리고 머뭇거리면서 허리를 흔들기 시작했다.
―― 또, 또, 거울을 보는 것만으로 야한 기분이 돼버린다 ――
「엉덩이를 흔들면서 뭐 하는 거지?」
오규스토가 행한 거울의 방에서의 조교가 아프로디스에게 미처 예상치 않은 상황반사를 새겨 넣었다.
거부하려고 하는 의지가 녹아 없어지기 시작하면서 강렬한 원색을 띤 달콤한 도취감이 마음을 채워 간다. 그리고 마음속 깊은 곳에서 목소리가 들려온다.
『너의 본질은 마조다. 겉으로는 신앙심을 내세우면서 본심으로는 쾌락에 빠지는 음란한 여자. 너는 결코 이 숙명으로부터 달아날 수 없어』
꿀항아리로부터 애액이 넘치기 시작해 넓적다리에 선을 그리며 흘러 내린다.
「이미 흠뻑이군」
오규스토가 꽃잎을 한 번 스윽 어루만지자 애액이 손가락을 따라 길다란 선이 된다.
「신에게 몸을 바친다 따위는 다 거짓이고 사실은 이 녀석으로 가로질러 주기를 바라고 있겠지?」
오규스토가 페니스를 꺼내서 그녀의 풍만한 엉덩이를 한 대 친다. 오규스토가 이식시킨 가짜 기억이 아련히 되살아난다. 자신의 방에서, 어머니에게 알아차려지지 않도록 목소리를 억누르고 의붓 아버지에게 애무를 받으며 기뻐하는 자신의 모습이 있었다.
「아, 이제, 이제 안 되, 참을 수 없습니다. 아흑……, 으음, 원합니다, 넣, 넣어 주십시오……」
「원하면, 먼저 빨아라」
그 말를 따라 아프로디스는 급히 오규스토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길다란 쌍꺼풀을 닫고 윤기가 흐르는 장미빛 입술을 벌려서 페니스 전체를 입안에 넣었다. 그리고 필사적으로 목을 움직였다. 그렇게 하는 것으로 진정한 자신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긴 스트레이트 은발을 물결치며 핑크색 젖꼭지를 발딱 세우고 커다란 유방을 흔들면서 헌신적으로 펠라치오 봉사를 계속했다.
그리고 천천히 입을 페니스로부터 떨어뜨린 후 오규스토를 우러러 보면서,
「이제, 이제 주십시오……차, 참을 수 없습니다……」
라고 조른다.
「안 된다. 더 계속해라. 포상은 그 뒤다」
「예…… 예……」
다시 아프로디스는 페니스를 삼키고
「…… 우우움, 쩝쩝……」
그 부드러운 입술로 꽉 졸라댔다.
입구 앞에 망설이며 서있었던 베아톨릭스가 결국 들어왔다.
「이번 전투의 자초지종은 본부에 보고를 행할 것입니다. 일단 서류를 봐주십시오」
그러나 오규스토는 베아톨릭스를 거들떠 보지도 않았다.
「……」
어쩔 수 없이 베아톨릭스는 서류를 놔두고 자기 방으로 되돌아왔다.
그러나 가만이 있어도 기분이 가라앉지 않았다.
―― 무시되었다, 내가 저 여자에게 뒤진다고 하는 건가…… 분하다 ――
무의식 중에 눈에선 눈물이 넘치고 있었다. 새로운 질투의 불꽃이 그녀를 묶기 시작했다. 그러나 또한 그 이상으로 다른 감정이 떠오른다.
―― 나도 저 여자를 괴롭히고 싶다, 그걸 위해서라면…… ――
다시 자기 방을 뛰어 나왔다.
베아톨릭스가 다시 오규스토의 방에 들어섰을 때, 아프로디스는 거울에 자기 얼굴을 눌러 덮고는 엉덩이를 높이 들어올리고 있었다. 그 풍만한 엉덩이 사이에 오규스토가 페니스를 갖다 댔다.
「슬슬 해줄까?」
「제…… 제발…… 해주십…… 시오……」
「간다」
페니스가 섬세한 주름을 밀어 헤치면서 안 쪽에 꽂힌다. 일순 격통에 아프로디스의 얼굴이 삐뚤어졌지만, 금방 미간과 볼, 입가에 쾌락에 가득 찬 표정이 떠올랐다.
오규스토는 용서 없이 허리를 움직여 강렬하게 공격했다. 하얀 복숭아 모양의 유방이 격렬하게 흔들리고, 긴 은발이 램프의 빛에 비추여서 환상적으로 번쩍였다.
「아, 아―――아!! 아아아―――!! 아앙―――아아아아!! 아, 아, 으음! 아학―――좋아!! 」
아프로디스는, 오규스토에 조종되는 악기와도 같이 자신도 모르는 소리를 끊임없이 내뱉었다.
「제 처녀를…… 깨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규스토에 의해 심어진 거짓 기억에 따라서 그녀는 결국 소원을 이룩했다. 그리고 몇 번이나 되풀이해서 오규스토에게 감사의 말을 반복했다.
「…… 하반신이 녹아―요!! 」
오규스토의 허리의 움직임이 한층 더 빨라지면서 아프로디스의 엉덩이에 강하게 부딪치고 귀두 끝은 자궁 가장 안 쪽까지 가로질렀다. 그 직후 점액이 단속적인 리듬으로 아프로디스의 태내 깊숙하게 쏟아 부어졌다.
「----아아앗!! 」
아프로디스에게 있어서 최초로 받은 사정이었다. 그 낯선 감각에 공포를 느꼈지만 금방 그조차도 파멸적인 쾌락에 휘말려 사라져갔다.
아프로디스는 처음 겪는 절정에 달하고 그대로 밑바닥에 쓰러져서 편안한 잠 속으로 떨어졌다.
「와있었나?」
오규스토는 되돌아서서 베아톨릭스를 바라보았다.
「나도 안아줘요, 저런 여자보다 내가 ……」
베아톨릭스는 말을 잇지 못하고 재빠르게 무릎을 꿇은 뒤 아프로디스의 애액으로 흠뻑 젖은 페니스를 핥기 시작해서, 요도에 남아 있는 정액을 깨끗하게 빨아들였다. 펠라치오를 계속 하면서 조금씩 옷을 벗어 던져서 결국 몸에 걸친 것은 하나도 남지 않았다. 그 나신은 아프로디스에게도 뒤지지 않을 정도의 완벽한 스타일로, 날씬한 몸의 곡선에 커다란 가슴이 당당히 서있다.
「당신이 나를 문란한 세계로 빠뜨린 만큼, 책임져요」
손으로 페니스를 매만지면서 그렇게 말한다.
「그런가……」
베아톨릭스는 오규스토의 페니스가 충분히 경도를 되찾은 것을 확인하자마자 바닥에 누워서는 다리를 벌렸다.
「가로질러요, 내 보지를 찔러요! 더는 참을 수 없어요, 그 쾌락에 또 한번 나를 빠뜨려줘요!! 」
스스로 보지 따위의 단어를 입에 담았다는 것을 믿을 수 없었다. 자신은 전과는 달라졌다고 자각했다. 그 사실을 인정해버리자 또 한층 더한 욕정이 밀려 온다.
오규스토의 페니스가 꽃잎을 가르고 들어오자 입술이 절로 벌어지며 환희의 신음을 발했다.
「우으음, 아――아, 으흑!! 움직여요, 더 세게, 내가 깨질 때까지 찔러요!! 」
베아톨릭스는 색정에 미친 듯이 뜨겁게 타오르는 몸을 격렬하게 구부러뜨렸다. 그 위로 오규스토의 차가운 목소리가 냉수를 끼얻듯이 쏟아졌다.
「나에 대한 리포트는 완성되었겠지. 이제 귀국하는 건가?」
그것은 이 정사가 끝나는 것을 의미하고 있었다. 베아톨릭스의 얼굴에서 생기가 사라졌다.
오규스토는 그 반응이 이상했다. 좀더 교제해 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대운하 가장자리의 작은 농촌 란스에 신도시를 건설한다. 이번엔 부지의 예비 조사를 위해 가기로 했는데, 이것도 알티갈도에게는 귀중한 정보라 할 수 있지. 따라 오지 않겠나? 」
순간 베아톨릭스의 얼굴이 마치 소녀처럼 붉어지며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예……」
「그러면, 우리들의 계약 성립이다. 이름은? 」
「…… 나의 이름은 샤를로테, 샤를로테•폰•베아톨릭스」
「로테, 간다…」
「으으음! 나도, 나도 가요! 아아아―아!!! 」
오규스토의 사정을 받아내면서 베아톨릭스는 흘끗 아프로디스에게 곁눈질을 보냈다. 그 눈동자의 안 쪽에는 마성의 빛이 반짝이고 있었다.
제7장 사이아 회의
『오규스토•오즈•딘을 내가 평한다면, ”백중 하나가 모자라서 이루지 못한다” 라고 하겠다. 그 불성실함으로 인해 발 밑이 무너지는 날이 그리 머지 않아 보인다』
∼ 베아톨릭스 저 『딘 보고서』중 ∼
3월18일, 카시 전투에서 카리하발군은 대패했다. 일단 성도 사이아까지 퇴각했지만 북쪽에서 알티갈도군이 다가오는 것을 알아차리고는 완전한 철퇴를 결정했다.
「오규스토•오즈•딘, 놈의 존재가 모든 원흉이다」
세림1세는 심복들에게 그렇게 이야기했다.
다섯 번에 달하는 카리하발 제국 동정의 역사 중에서 에리스 호수까지 도달한 것은 처음이며, 사리스 제국 황제 카를 5세의 생명도 전장에서 빼앗았다. 자타가 인정하는 절대적인 공훈임이 분명하다. 거기에 더해서 구 세레네 제국에서 유래한 보물의 대부분을 탈환해왔다. 이 정도의 실적이라면 당당하게 귀국하는데 한 점 부끄러워할 이유가 없었다. 그러나, 만약 오규스토가 출현하지 않았다면 카리하발의 에리시아 중원지배는 더욱 장기간이 되었을 확률이 높으며, 어쩌면 알티갈도까지 무너뜨리고 명실공히 에리시아 세계 역사상 초유의 패권을 차지하게 되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러나 그는 나타났다. 그리고 카리하발 제일의 명장 톨고도•레이스를 전투에서 죽이고, 지금 또 무적을 자랑하던 세림1세의 정예군도 격파했다.
「딘의 존재를 근거로 해서 새로운 전략의 구축을 서두르지 않으면 안됩니다」
핫셈•레이스가 그렇게 말을 이었다.
여기에 대해서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단지 고개를 숙였다. 오규스토와 아프로디스의 일대일 대결은 충격적이었으며, 전사들의 마음에 씻기 어려운 패배감을 안겼다.
오규스토와 전장에서 맞닥뜨린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전사들은 서로 물었지만 무용하게 죽던가, 무기를 버리고 도망치던가, 이런 불명예스런 결론 이외의 것을 말할 수 있는 자는 없었다. 카리하발군의 사기 저하는 심각했다.
이런 답답한 분위기 속에서도 바야짓토만은 그 눈동자 안에 투지를 잃어버리지 않고 있었다.
―― 딘은 나의 벽…… 이 위대한 적을 초월할 때까지는 나는 지위도 이름도 모두 버리겠다 ――
바야짓토는 그렇게 굳센 결의를 하고 있었다.
카리하발군이 철퇴하자 광대한 통치의 공백 지역이 생겼다. 그 지역의 귀속문제를 둘러싸고 사리스와 알티갈도간의 흥정이 시작되었다.
당장 새로운 싸움을 바라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이해가 일치한 양국은, 성도 사이아에 협의의 장소를 준비했다. 그리고 거기에서 최초로 합의에 이른 것이 부전협정이었다. 상대의 점령지역을 일시적으로 상호간 인정하고 그 이외의 지역에서의 전투 행위를 서로 금했다. 또한 성도 사이아에서 사리스 황제 로즈메리와 알티갈도 왕 빌헬름1세가 함께 공동 승리 선언을 행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난 후 의제는 구 사이아령의 본격적인 분할로 옮겨갔다.
4월2일부터 시작된 이 교섭을 이후 “사이아 회의” 라고 부르게 된다.
그 시기, 오규스토는 낭트로부터 귀로를 서두르는 배위에 있었다. 낭트에 있는 로즈메리를 마중 나갔던 것이다. 기함의 선내에는 중심 멤버가 모여서 미카 아기미로부터 사이아 회의의 교섭 경과와 이후의 전개 예상을 듣고 있었다. 미카 아기미가 가장 양보할 수 없는 항목으로서 든 것이 사리스, 사이아, 아카스의 3국 통합이다. 사이아, 아카스의 독립권을 사리스 황제에게 봉환(奉還)하는 형태로 구체화하려고 획책하고 있었다. 이것에 의해 영토의 보유권을 강하게 주장할 수 있다.
그 다음에 새 정부구상이 밝혀졌다. 지금까지의 사리스 정권은 오규스토의 사적 군벌정권으로서의 색조가 짙은데, 그 부분을 알티갈도에게 지적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거기에서 새로운 관제(官制)가 제정되었다.
우선은 황제 밑에 승상이라고 하는 지위를 두었다. 이것은 구 사리스 제국에서 최고위직이었던 태위(太尉), 사공(司空), 사마(司馬)의 삼공(三公)의 권한을 하나로 통일한 직위이며, 정치와 군사 양 쪽의 최고 권력자이다. 물론 오규스토가 취임한다.
그 아래로, 의주(議奏). 정원이 5명으로 정해졌으며 황제에의 주상, 칙지(勅旨)의 발행 등을 담당한다. 승상 다음가는 최고위직이지만 명예직적인 요소가 컸다. 사리스 황족인 틸로즈•라•사리스, 구 아카스 왕족인 크리스티•말시아•데•오르테가, 제국 마도교회 장로 무파•가스펠, 사리스 대귀족인 올레란 공작의 4명이 우선 결정되었다.
인원수가 한 명 부족한 것은, 당초 오규스토를 의주(議奏) 필두에 세운다는 안이었지만 본인이 명확한 지위의 구별을 요구했기 때문에 공석으로 결정되었다든가, 사이아의 왕족으로 충당할 작정이었으나 아직까지 접촉이 되지 않고 있다든가 하는 등의 설이 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미카 아기미가 이 건에 관해서 정식으로 언급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진실은 알려지지 않았다.
네 명째의 인물인 올레란 공작은 사리스 제3대 황제 샤를 1세의 아들을 시조로 하는 사리스의 유서 깊은 명문가의 수장이다. 올레란 가는 대대로 정쟁의 중심에 있었던 가계로, 오랜 기간 동안 사리스 정계에서 절대적인 발언력을 보유해 왔다. 세레네 반도에 광대한 영지를 가지고 이번의 카리하발 점령의 때에도 비협력을 관철했다.
올레란 공작이 선출된 것은 그가 사리스 기존 대가문 세력의 대표 격으로서 인망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며, 귀족 세력에 대한 접근을 의도하는 것이었다.
의주(議奏)밑에 참의(參議). 각 부서의 우두머리로써 실질적 정무를 총괄하는 직위이다.
인사원 국장에 쥬쿠•스레도. 군무원 국장에 카프카•가노브레드. 대운하 총감에 날세스•디 앤. 법감리원 국장에 팔렛•프로방스. 행정원 국장에 미카 아기미•데•스피노자. 경제 고문으로 시라이시 지로. 금위원 총감에 후리오•데•스피노자. 이상으로 결정되었다.
인사원은 중앙관청의 인사권과 지방지사의 임명•해임권 및 지도감독권을 가진다.
군무원은 그 아래로 군무부, 참모부, 외무부, 사열부, 첩보부를 관할하고 군사활동의 일절을 관리한다.
법감리원은 법무부, 재판부, 감찰부를 산하에 두고 법체제의 정비와 재판권을 소유하고 있다. 프로방스는 사이아 출신의 초로의 법학자로 문치주의의 사이아에서 법의 정비에 진력한 실적을 가졌다.
행정원은 내정부, 공창부등을 관할해서 제국의 행정을 짊어진다.
대운하부는 대운하의 운영, 관리, 경비를 일괄 관리한다. 그리고 후일 대운하 가운데에 건설되는 새 제도의 건설 총감도 겸임하게 된다.
경제 고문 시라이시 지로는 시라이시 아즈마의 장남으로 야요이의 오빠다.
최후로 황제의 경호와 황궁의 경비를 담당하는 것이 금위원이다.
참의(參議)밑에 군의(軍議). 중앙군단사령관을 충당한다.
친위대장 쟌느•후레이아 횡강(橫江) 장군.
제1군단장 막시밀리안•폰•오이겐 장군.
제2군단장 펠레스•드•카티스 위(衛) 장군.
제3군단장 레오나르도•세실 위동(威東) 장군.
제4군단장 아란•드•파스칼 위북(威北) 장군.
제5군단장 아렉스•펠리페•데•오르테가 소문(昭文) 장군.
제6군단장 레온•호세•데•가르시아 장군.
제7군단장 류후•쿠완토 소무(昭武) 장군.
제8군단장 후안•디아즈 위남(威南) 장군.
제9군단장 러 베일•데•루그랑제 편(翩) 장군.
제10군단장 고티에•데•피카도 위서(威西) 장군.
제1군단장이었던 틸로즈가 의주(議奏)가 되었기 때문에 후임으로 부군단장을 맡고 있던 오이겐이 취임했다.
제3군단장 세실은 예전에 아카스의 정예인 주홍불꽃기마군단장을 종사한 맹자로 제4군단장 파스칼, 제8군단장 디아즈와 함께 부군단장으로서의 실적을 인정 받아서 승진했다.
제9군단장 루그랑제는 사리스의 하급귀족 출신으로 군부대장을 종사하고 있다가 카리하발 점령 하에서 자기 부대를 이끌고 저항 운동을 지휘하며 유격전을 펼쳤다. 또한 제10군단장 피카도는 사이아의 성기사 출신이며, 루구랑제 등과 협조해서 카리하발과 싸웠다. 이 두 명은 그 공적에 의해 발탁되었다.
이 명부가 발표될 때 오규스토는 가라앉은 얼굴로 둥근 창문밖의 호수를 바라보고 있었다.
미카 아기미의 이야기를 귓전으로 흘려 들으며 마음속으로 생각하고 있었던 것은 캇시 전투에서 생포한 아프로디스였다.
안젤라에게서 받은 약을 탄 술을 먹고 잠들은 그녀는 저 침실로 옮겨졌다. 그 후 옷을 벗겨지고 수족이 구속되었다. 오규스토는 그녀가 눈을 뜨는 것을 기다려서 그 신체를 유린하려고 했다. 그러나 패배에 넋이 빠지고 있었던 그녀의 눈동자가 쓰러뜨려야 할 자신의 숙적을 보고 그 빛을 되찾았다.
「지금은 패배를 감수하자. 그러나, 반드시 여기를 탈출해서 너를 궁지에 몰아넣어 보이겠다」
이런 강렬한 의사를 담은 시선이 오규스토의 마음을 꿰뚫어, 오규스토는 엉겁 결에 한 걸음 물러서고 있었다.
―― 무한한 지식을 가진 내가, 단지 하나를 믿는 마음에 졌다 ――
오규스토는 햇살에 반짝반짝 흔들리는 수면을 응시하면서 마음 속으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미카 아기미의 헛기침이 오규스토를 현실로 귀환시켰다.
「이상이 새 정부안이다. 이것은 성도 사이아에서 행해질 로즈메리 폐하의 승리 선언 이후 그 효력을 발휘한다. 전원 준비해두도록」
그리고 오른손을 가볍게 올려서 회의의 끝을 알렸다. 그런 뒤 다시 얼굴을 창문 쪽으로 향했다.
―― 저 여자를 원한다…… ――
오규스토 일행이 토레노에 상륙하고 있을 때, 성도 사이아에서는 구 성 사이아 왕국의 왕태손(王太孫) 아벨•라•사이아가 슈나이더 장군의 거처를 방문하고 있었다.
「이야기가 다르지 않습니까!」
노기를 띤 강한 어조로 아벨은 슈나이더에게 말했다.
「이야기라니요?」
그 태연한 말투에 아벨의 얼굴에서 갑자기 핏기가 솟아 올랐다.
「바보 같군! 알티갈도군의 사이아 진공을 지원하면 성 사이아왕국의 부흥을 원조하겠다고 굳게 약속하지 않았던가!!」
「아아, 그 이야기 말이로군요」
슈나이더는 여전히 태연하게 말하며 테이블 위에 놓여 있던 글래스를 들어 입으로 가져갔다. 그것을 아벨의 손이 쳐냈다. 글래스는 밑바닥에 내동댕이쳐져 산산이 부서진다.
「저는 보잘것없는 일개 장관에 지나지 않습니다. 로즈메리 폐하께서 사이아의 병합을 선언하신 지금 어떻게 할 수도 없지요. 포기하시는 게 좋을 듯 하군요」
「나, 납득할 수 없다!」
아벨이 눈을 드러낸다. 그러자 돌연 슈나이더가 의자 등에 깊숙이 기대면서 태도를 바꾸었다.
「…… 너는 그 동안 스스로 뭘 했나?」
슈나이더의 어조가 고압적으로 바뀌고 경어가 사라졌다.
「뭐, 뭐라고?」
「타국으로 도망쳐 들어가서 비호를 받고 있었던 것뿐 아닌가? 거기에 비교해서 로즈메리는 너보다 더욱 가혹한 상황에 놓인 상태에서 잔존 병력을 전부 수습하고 결국은 카리하발을 격퇴했다. 그리고 조국을 부흥하고 개선하고 있다. 그 공적의 커다람은 에리시아 역사에서도 유래를 찾기 힘들 정도다」
슈나이더가 다리를 꼬았다.
「……」
아벨은 맞받아 칠 말을 잃어버렸다. 사실 자신이 초조함을 느끼고 있었던 것도 모두 그 때문이었다. 프로방스나 피카도 등 사이아의 뛰어난 인재들도 그녀의 곁으로 떠나고 있다. 그뿐만이 아니라 민중의 로즈메리에 대한 열광은 이후로도 많은 자가 같은 길을 택하게 될 것을 시사하고 있었다.
「이 성도 사이아에서도 어린 아이까지 로즈메리와 딘을 칭송하는 노래를 부르고 있다. 그런 그녀가 사이아 병합을 말한 것이야. 아무도 반론할 수 없겠지. 예전부터 사리스와 사이아간에 서로 국경의식이 불명확했던 것을 원망할 수 밖에」
너는 필요 없다. 그 말이 아벨의 귀에 와 닿았다. 그것은 눈앞의 슈나이더가 내뱉은 소리가 아니라, 자신의 마음 깊은 곳에서 샘솟아 올라 온 것이었다.
아벨은 그 자리에 양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벽 앞, 천장 아래, 바닥 위의 빈 공간을 차례대로 멍하니 응시했다.
슈나이더는 그런 아벨에게 벌써 관심조차 없다는 듯 그 자리를 떠났다. 두꺼운 나무문이 낮은 소리를 내면서 닫히고, 그 소리가 안색이 파랗게 질린 남자의 주변에서 메아리 쳤다.
복도로 나온 슈나이더에게 부관의 베아톨릭스가 달려 든다.
「아벨을 잘라 버린 것입니까」
「이젠 아무런 이용 가치가 없다」
「그러면 너무나……」
슈나이더는 베아톨릭스를 대동해서 걷는다. 그 수려한 얼굴에는 한 조각의 감정의 흔들림도 보이지 않았다.
「도의에 어긋난다는 것인가」
「…… 아니오, ……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은……」
베아톨릭스는 고개를 숙였다. 두 사람의 사이에 약간의 거리가 벌어졌다.
「나의 주의를 가르쳐주지. 『배반당하기 전에 배반하라』이다. 나는 그렇게 해서 여기까지 기어올라 왔다. 틀렸다고도 생각하지 않고, 앞으로도 바꿀 생각도 없다」
베아톨릭스는 일순 오한이 났다. 언젠가 자신도 쓸모가 없다고 생각되면 버려지는 것일까? 베아톨릭스는 엉겁결에 멈추어 섰다.
그런 베아톨릭스의 동요를 느낀 것일지, 돌연 슈나이더가 되돌아봤다.
「너에게 새로운 임무를 주겠다. 로즈메리에게 축하의 인사를 전하러 토레노에 가라. 거기서 딘을 관찰해라」
「딘 장군을」
「그렇다. 적의 정체를 모르는 상태에서 싸워서는 안 된다. 놈의 저 이상할 정도의 강함의 수수께끼를 풀어라. 그러면 알티갈도는 이길 수 있다」
베아톨릭스로부터 방황의 기색이 사라졌다.
―― 그렇다, 이 사람도 알티갈도의 군인이다. 그렇다면 우리들이 나아가는 길은 하나다 ――
긴장했던 볼의 근육이 자연히 느슨해졌다.
「그러고 보면, 아프로디스도 생포되어 있다고 들었다. 가능하면 접촉을 시도해 보아라. 그녀가 우리편이 될 수도 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의 나로서는 저 압도적인 힘을 능가할 방법이 없다. 가능한 한 유능한 부하를 모으지 않으면…… 그리고 녀석의 정체를 알 때까지는 결단코 놈과 싸워서는 안 된다 ――
슈나이더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것을 숨기려는 듯 다시 걷기 시작한다.
그러나 베아톨릭스는 아프로디스의 이름을 듣고 생각에 잠겨버려 그 표정을 눈치채지 못했다.
―― 저 아프로디스가 졌다…… ――
그녀는 아프로디스를 알고 있었다.
일찍이 검의 수행을 위해 방문한 로드 신국에서 아프로디스와 몇 번 대련의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그러나 몇 번 시합을 해도 그 그림자조차 스치지 못하고 압도적인 패배를 겪었다. 라이벌이라고 칭하기엔 너무나 커다란 실력의 차이가 있었다. 처음엔 그런 아프로디스에 대해서 동경의 감정조차 품었다.
검사로서의 강함은 완벽하며, 하나하나의 동작은 세련되어 일체의 낭비가 없고, 그 섬세한 스텝은 수면을 나는 백조를 생각나게 했다. 만약 그녀가 단지 강한 검사일 뿐이었다면 그녀를 검도의 선배로서 자신의 목표로 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프로디스는 무엇보다도 아름다웠다.
군살이라곤 손톱 끝만큼도 보이지 않는 복부가 신비로운 정도의 곡선을 만들어 내고, 중력을 거절하는 듯 전혀 늘어지지 않고 있는 거유방과 관능적으로 부풀어 오른 탄력적인 엉덩이와 함께 초글래머러스한 실루엣을 그리고 있었다.
베아톨릭스 본인도 날씬한 몸에 풍만한 유방이라는 기적과 같은 스타일을 하고 있어 상당한 자신감이 있었다. 그러나 아프로디스 앞에 설 때는 초라해지는 자신을 느꼈다.
동경은 금방 질투의 감정으로 바뀌어 갔다.
이 일을 계기로 베아톨릭스는 검사로서의 길을 포기하고 작전지휘관으로서의 길을 골랐다.
―― 패배한 아프로디스인가…… 어떤 얼굴을 하고 있을까 ――
그녀의 마음에 흐려진 감정이 솟아나 올랐다.
토레노에 되돌아온 오규스토는 울적한 기분을 풀기 위해 경매회장으로 향했다.
카리하발병이 귀족에게서 약탈한 여러 가지 물품이 대량으로 출품되어 있었다. 가지고 갈 수 없었던 물건을 근처의 상인에게 판 것이다. 상당히 희소인 물건이나 고가의 미술품 등이 갖추어져 있었다. 실크융단이나 인상파의 회화 등을 다투어서 사들였지만 오규스토의 우울한 기분은 걷히지 않았다. 결국 싫증이 나서 돌아가려고 자리를 일어섰을 때, 수수한 모양의 은제 티에러가 출품되었다. 그것을 본 순간 오규스토는 엉겁결에 숨을 죽였다.
―― 저것은…… 틀림 없다!! ――
오규스토는 흥분한 나머지 앞의 자리에 앉아 있었던 중년 부인의 머리털을 움켜쥐고 전후좌우로 격렬하게 뒤흔들었다.
오규스토가 티에러를 손에 넣었을 때, 틸로즈는 일단의 남자들과 만나고 있었다. 남자들의 이름은 바론 후작, 나발 남작, 불곤 공작이었다.
「딘은 사리스 남부, 사이아 남부, 그리고 아카스의 주요 도시를 자신의 사유지화 함으로써 자파의 힘을 늘리고 있습니다. 지금으로는 사리스 최대의 세력입니다. 그 자에게 제위찬탈의 야심이 있다는 것은 명백합니다」
「실례이오나, 로즈메리 폐하는 지금은 완전히 딘의 괴뢰가 되고 계셔서 저희들을 만나려고 하시지조차 않으십니다」
「이대로는 사리스는 멸망하고 딘 왕조가 탄생할 것입니다」
제각기 우국의 지사로 자칭하면서 오규스토의 전횡을 비난했다.
「경들이 말하고 싶은 것을 알고 있다. 나도 저 남자는 믿지 않고 있다. 그리고 언니도……」
틸로즈는 애매한 태도를 보였다.
「그렇다면 저희들과 함께 일어나 주십시오」
「지금 딘의 군세는 분산되어 있습니다」
「세리아에는 저희들 이외에 올레란 공작, 카롤린느 후작 등 사리스의 운명을 근심하는 문벌귀족들이 집결하고 있습니다」
이 5명의 귀족은 카를 5세의 시대에 제각기 커다란 권세를 자랑한 명문귀족이며, 재력과 사병의 수에 있어서 다른 귀족들을 압도하는 대귀족이었다.
요즘 딘 정권의 귀족에 대한 정책에 불만을 가진 문벌귀족들이 세리아로 모여서 반 딘파를 형성하고 있었다. 그 중심인물이 이 5명이며, 훗날 5경으로 불리게 된다.
「거기에 군사 전문가인 성기사 시드•드•쿠레자도 가담하고 있습니다」
「우리들의 승리는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남자들은 자랑스러운 느낌으로 말한다.
―― 지독히 자신이 있군 ――
틸로즈는 그렇게 생각했다. 이성이 그런 남자들의 과신을 웃어 넘기려고 하지만, 그 때마다 저 광경이 뇌리에 떠올랐다.
그 것은 토레노를 향하는 선내에서의 광경이었다.
그 밤 틸로즈는 잠이 오지 않았다. 익숙하지 않은 배 여행이라는 이유도 있었겠지만, 그보다 세 자매가 함께 사리스에 귀국할 수 있는 것이 기뻐서 흥분되는 마음이 가라앉지 않았다.
결국 어렸을 때 시녀의 눈을 피해서 셋이서 아침까지 밤새 이야기하고 놀았던 것처럼 지금 다시 자매끼리 밤을 보내자고 먼저 로즈메리의 방을 방문했다. 문 앞에 섰을 때, 안에서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심야에 선객이 있는데 대해 의아하게 생각하고, 도어를 살짝 조금만 열었다. 그리고 그녀는 소리내지 않고 절규했다.
침대 위에 잘 알고 있는 남자와 로즈메리가 있었다.
「아아앗, 아아―――!! 좋아요, 좋아!! 」
로즈메리의 목소리가 뇌를 직격한다. 무심결에 똑바로 보아버렸다.
로즈메리는 벌거벗은 채로 역시 벌거벗고 침대에 누워 있는 오규스토 위에 걸터앉아 격렬하게 허리를 흔들고 있었다. 허리가 아래위로 움직일 때마다 페니스를 삼켰다가 내뱉는 모습이 확실하게 보였다. 허리의 움직임에 맞춰서 유방도 아래위로 흔들리고, 머리칼은 마구 흩뜨려서 땀방울을 흩날리고 있었다.
믿을 수 없었다. 저 신앙심 깊은 언니가 스스로 엉덩이를 흔들며 쾌락을 탐내고 있다. 음란이라고 하는 단어가 뇌리를 덮치고, 태어나서 처음으로 언니를 경멸했다. 수치를 모른다고 생각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불쾌감이 밀려왔다.
떠나자, 라고 이성이 경종을 울린다. 그러나 발이 움직이지 않고 눈은 시선을 뗄 수 없었다.
생전 처음 들어보는 감회가 복받치는 여자의 헐떡이는 목소리가 남자를 모르는 틸로즈의 마음에 호기심의 싹을 틔웠다. 세리아 탈환 이래 전사로서의 자각이 엷어지고 여성으로서의 감성이 되살아나고 있었던 것이, 그녀의 강인한 정신력을 흐트러뜨린 요인이었을 것이다.
「아앙, 우우우……」
계속해서 들려오는 관능적인 음색, 처음 맡는 색향을 감돌게 하는 이제껏 본적이 없는 언니의 모습은 땀으로 붙은 머리털을 긁어 올리는 문란한 동작과, 단정한 옆 얼굴이 넋을 잃고 눈꺼풀을 닫은 채 입을 벌린 표정이 모두 놀랍도록 요염하고 아름다웠다. 틸로즈는 주변이 보이지 않았다. 여기가 어디인지도 잊고 혼자만의 세계로 빠져버렸다.
틸로즈의 손가락이 다리 사이로 유혹되었다. 엷은 파자마 위로부터 천천히 민감한 곳을 더듬었다. 손가락이 젖었다. 이미 바지의 가랑이 부분은 흠뻑 젖어 애액이 새어 나와있었다.
―― 이것 ……이…… 젖는다고 하는 건가? ――
꽃잎 위를 매만지는 희고 긴 손가락의 움직임은 아직 치졸했지만, 자위가 처음인 틸로즈에게는 충분한 자극이 되었다.
―― 몸이…… 뜨겁다…… ――
점점 신체가 화끈해지고 더욱 자신의 세계로 빠져 들어 간다. 이미 다른 손은 가슴을 주무르고 있다. 머리 속이 저리는 것 같은 쾌감이 등골을 몇 번이나 꿰뚫고 나갔다.
「이제 안돼요, 갈 꺼 같아, 같이, 같이 가요!!」
로즈메리의 날씬한 신체가 몇 번 경련하면서 새하얗고 가는 발가락을 구부러뜨렸다.
―― 흐윽, 으으음……몸이 날아갈 것 같아――
「가, 간다―아아아앗!!」
오열을 짜내고, 로즈메리는 오규스토 위에 무너졌다. 한편 틸로즈도 전신에 힘이 들어오고 몸을 젖힌다. 그리고, 머리 안이 새하얗게 되었다.
―― 아……앗, 아 ――아아!! ――
그리고 틸로즈도 처음으로 엑스터시에 도달했다.
―― 나……간……건가? 처음인데도…… ――
심한 허탈감이 틸로즈를 습격했다.
틸로즈는 이 밤 이후 언니와도 오규스토와도 한 걸음 거리를 두었다. 그것이 이 남자들에게 기회가 되었다.
틸로즈는 무서웠다, 자신이 다른 존재가 되는 것 같아서. 그리고 언니와 오규스토를 혐오했다. 두 사람을 불결하다고 마음 속으로 몇 번이나 욕을 퍼부었다. 두 사람을 증오하는 것으로 스스로의 죄로부터 달아날 수 있는 것 같은 착각을 느꼈다.
어느새 틸로즈는 반 딘파의 중심이 되어 갔다.
틸로즈가 처음으로 품는 감정에 농락되어 있을 때 오규스토는 티에러를 가지고 아프로디스가 연금되어있는 방을 방문했다. 이 당시 오규스토는 토레노의 영빈관 서쪽별관을 자기 전용으로 사용하고 있었고, 그 일실에 아프로디스를 가두어두었다.
이 방은 원래부터 높은 신분의 인간을 가둬 두는 방으로 특별히 만들어져 있었다. 가구류는 고대풍이며 바닥에는 실크 융단이 깔려 있는 고풍스런 분위기지만 한 가지 이질적인 것이 왼쪽 벽이다. 벽 한 면이 거울로서 마치 댄스 레슨장과 같은 느낌이었다. 실제로는 그 거울은 매직 미러여서 반대편에는 작은 감시용의 방이 있었다.
아프로디스는 검은 원피스의 신관복을 입고 가죽제의 소파에 앉아서 명상을 행하고 있었다. 손님이 들어와도 일체 정신을 흐트러뜨리지 않았다.
「오늘은 대장이 직접 행차하셨군. 그러나 나는 아무 것도 할 말이 없다」
눈을 감은 채 말한다.
「착각하지 않았으면 좋겠군. 나는 로드 신국의 정보 등엔 흥미가 없어. 네게 협력하게 해서 화해를 요구하고 있을 뿐이지. 거기에 오늘은 너에게 선물을 가지고 왔다」
오규스토는 미소를 띄우면서 가지고 온 티에러를 아프로디스의 머리에 씌웠다. 아프로디스는 갑자기 머리를 누르는 감촉에 눈을 떠서 티에러를 확인했지만 해는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그것은 잘못이었다. 순간 시야가 흐려지고 의식이 사라져 갔다.
「속였구나!?」
「이런, 속이다니. 이미 말했지 않은가, 너를 이용해서 화해를……, 아!, 단어가 조금 틀렸구나」
잠시 후 그녀는 의자 위에서 전신에 힘이 빠진 채 고개를 조금 숙인 자세로 조용히 숨쉬는 소리만 내뱉고 있었다. 눈은 뜬 채였지만 시선은 텅 빈 초점 없는 눈동자였다. 오규스토는 예상이상의 결과에 놀라움과 기쁨을 동시에 느끼며 흥분했다.
이 티에러는 착용한 사람을 최면상태에 빠뜨리는 마법 아이템이었다. 걸려 있는 마법이 교묘하게 감추어져 있어서, 언뜻 봐서는 마법에 상당한 조예가 있는 자도 단순히 티에러로밖에 보이지 않는 훌륭한 작품으로 그 제작자의 뛰어난 솜씨를 알 수 있었다.
오규스토는 흥분을 억제하고 티에러의 빨간 보석 장식 부분에 오른손 집게 손가락을 갖다 댔다. 그러자 오규스토의 몸을 전기가 관통하는 듯 돌연 전율이 습격하고, 곧 오규스토와 아프로디스의 의식이 연결되었다.
오규스토는 아프로디스의 기억 속을 헤엄쳐 건너면서 천천히 지나간다. 그녀의 약점을 찾아내서 그것을 기회로 삼으려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20세, 19세, 18세…… 이렇게 조금씩 기억을 거슬러 올라갔지만 어떤 때에서도, 어떤 상황하에서도 그녀는 정말로 성녀라 할만 했다. 부정의 부자도 발견되지 않았다.
오규스토의 심중에 점점 초조함이 강해졌다.
결국 12세까지 거슬러 올랐다. 그 때 그녀의 의붓아버지가 죽는 일이 있었다. 대단히 사이가 좋았던 것인지 큰 슬픔에 싸여져 있다.
거기에서 문득 작은 의문이 생겼다. 그리고 되돌아와서 확인했다. 역시 기억이 완전히 누락되고 있었다. 그것은 14세 때의 의붓아버지의 기일의 전후의 기억이었다. 그 얼마 안 되는 날에 무엇이 있었던 것일지, 오규스토는 그녀의 심층심리의 깊숙한 곳까지 들어갔다.
그리고, 결국 그녀의 트라우마를 찾았다.
그녀는 자기 고향에서 백 년에 한 명 날까말까한 천재라고 높이 평가 받으며 이웃들의 지원을 받아 수도에 위치한 전통 있는 신학교에 진학했다. 그러나 고장의 기대를 한 몸에 받은 그녀에게 압력이 무겁게 덮쳐 왔다. 성적은 아무리 열심히 해도 기껏 2등일 뿐, 수석은 한 번도 차지할 수 없었다. 고향의 사람들은 다음에는 괜찮다든가, 이번이야말로 제일이라든가 하면서 격려하지만 그것이 또 한층 더 그녀를 괴롭혔다. 그리고 그녀는 14세 때에 컨닝을 해버렸다.
수석이 될 수 있었다. 그러나 거기에 기쁨은 없었고 그저 죄악감뿐이었다. 그녀는 날마다 참회를 되풀이했다. 그리고 자신의 죄를 변상하기라도 하듯이 전심전력으로 학문에 몰두하고 검술의 수행에 힘썼다. 그 결과 탁월한 성적을 남기고 역대 최연소로 달빛신관전사단 단장에 취임했다.
오규스토는 입가를 살짝 비틀었다. 고개를 숙여 아프로디스의 귓전에서 속삭인다.
「너는 죄인이다. 신은 절대 너의 죄를 잊지 않고, 용서하지 않는다」
그 목소리가 그녀를 괴롭힌다. 땀이 폭포 같이 흐르기 시작하고 이마를 찡그리며 번민하기 시작했다.
「인간은 자신의 죄로부터 결코 달아날 수 없다. 너는 이미 더럽혀지고 있다」
「아아악!!」
그녀는 기성을 질렀다. 그녀의 마음의 일부가 완전히 붕괴되었다.
오규스토는 승리를 확신했다.
이후 일주일 동안 오규스토는 아프로디스의 마음의 상처를 기회로 삼아 기억의 개조를 행했다. 그것은 그녀가 상냥했던 의붓아버지에게 성적인 희롱을 되풀이해서 받고 있었다고 하는 가짜 기억을 이식하는 것이었다. 거기에 더해서 그 외설행위를 되풀이해 받는 동안에, 아프로디스 자신의 마음에 처녀를 빼앗기고 싶다고 하는 굴절된 원망이 눈을 뜨고, 매조히즘적인 기호가 생겨났다는 것도 주입시켰다.
성녀라고 불리는 그녀는 주위에서 온통 순수한 애정이 쏟아지고, 불결한 성체험 같은 것과는 아무 관계없이 살아 왔다. 그 너무 깨끗한 인생이 변태적인 가공의 기억으로 다시 덧칠해졌다.
더욱이 오규스토는 기억 개조작업 중에 안젤라와 크리스티로 하여금 아프로디스에게 애무를 행하게 했다. 실제로는 받은 적도 느낀 적도 없는 쾌락을 철저히 몸에 가르치기 위해서다. 결국 전신의세포 하나하나에 이르기까지 열락의 기쁨이 기억되었다.
오규스토의 테마 “음란한 원망에 번민하는 성녀” 가 완성되어가고 있었다.
어느 날 밤, 오규스토는 알티갈도의 베아톨릭스의 방문을 받았다. 그녀에게서는 그날 낮에 로즈메리와 함께 알현을 받은 적이 있었다. 사이아 회의의 축하 때문에 온 것이라고 했다.
그녀는 명검 “칠성보도(七星寶刀)” 를 내밀었다.
「이것은?」
「금후의 친분의 증표로 받아 주십시오」
「…… 이 검의 유래를 알고 계시는지? 」
「아니오」
「여기에는 한 영웅이 그 횡포가 극에 달한 권력자를 제거하기 위해서 사용한 검이라는 전설이 있습니다」
「그렇군요. 그럼 오규스토 각하께서 스스로가 그 이야기의 전자와 후자 중 어느 쪽에 가깝다고 생각하시는 지에 따라 선물의 의도가 결정되겠네요」
베아톨릭스는 딘을 이렇게 가까이서 보자 더욱 어리게 느껴졌다.
―― 정말로 이 소년이 딘일까 ――
속으로 킥킥 웃으면서, 오규스토의 첫 인상을 그 명성과는 잘 매치가 안 되는 귀여운 소년으로 느꼈다.
「아니, 이것은 호되군요」
한 편 오규스토는 상대가 제법 배짱 있는 여성이라고 생각했다. 담황색의 머리를 뒤에서 묶고 검은색을 기조로 한 정장의 군복을 입고 있다. 아무리 봐도 커리어 우먼이라고 하는 분위기다. 오규스토 기호인 재색겸비의 여성이었다. 그러나 밤에 보니 또 다른 일면이 눈에 뜨인다. 약간 두터운 입술이 성적 매력을, 깊은 눈동자가 정열을 느끼게 하고 깔끔한 턱이 요염함을 빚어 내고 있다.
자연히 흥미가 샘솟아 왔다.
그 후로 잠시 동안 대화에 열중했다. 현세계정세로부터 내용 없는 잡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화제가 뛰어 나왔다. 그녀의 화술은 교묘하고 재치가 있어서, 비유를 하거나 농담을 곁들이는 타이밍도 정확했다. 오규스토는 그녀와의 대화에 만족했다. 그러면서도 오규스토는 그녀가 때때로 몰래 살피는 것 같은 시선을 보내는 것을 날카롭게 감지하고 있었다.
―― 아마도 나의 비밀을 탐색하러 온 건가? 누구의 손일까. 빌헬름1세, 아니, 재상 베렌홀스토 근처인가……――
둘 다 겉으로는 웃으면서 안으로는 서로의 내막을 탐색하고 있다.
―― 의외로 책모가이군 ――
오규스토는 다시 한 번 감탄한다.
「그러고 보니, 여기에 아프로디스님이 붙잡혀 있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정보를 얻을 수 있으셨는지요?」
그 순간 무엇인가가 왔다. 그녀가 아프로디스의 이름을 입 밖에 냈을 때, 아주 짧은 순간이었지만 그 눈동자에 복잡한 빛깔이 감돈 것을 놓칠 오규스토가 아니었다.
―― 이 두 사람 사이에는 무엇인가가 있다 ――
오규스토의 직관이 그렇게 알린다.
「그렇게 훌륭한 장군을 그저 포로로 취급할 수는 없지요. 고래(古來)로부터의 예에 따라서 대우하고 있습니다」
「그렇습니까, 과연 장군, 무인으로서의 예절을 잘 알고 계시는 군요」
그 때, 찰나 그녀의 눈동자가 낙담을 내보였다.
―― 이것은 아마도 열등감이다. 재미있어졌어 ――
오규스토는 이대로 끝내기에는 아깝다. 둘을 만나게 해 볼까, 문득 그렇게 생각했다. 달리 특별한 무엇을 의도하고 있었던 건 아니다. 반쯤 흥미였다. 그러나 그것이 의외의 결과를 낳았다.
「마침 좋은 타이밍이군요. 모처럼이므로 만나 뵙고 돌아가는 게 좋겠습니다」
그렇게 말하고는 멋대로 자리를 일어섰다. 베아톨릭스로선 뜻밖의 일에 또 하나의 과제를 달성할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며 마음 속으로 미소 지었다.
오규스토는 그녀를 감시용의 작은 방으로 안내했다.
베아톨릭스는 생각지도 않은 광경에 발이 움츠러들었다.
3명의 여성이 서로 헝클어져 있다. 한 명의 여성은 쇠사슬로 천장으로부터 달아 매어져 있고, 그 다리 사이에는 다른 여성이 얼굴을 파묻고, 또 다른 한 여성이 등뒤로부터 유방을 만지작거리며 목덜미에 키스를 하고 있다. 달아 매어져 있는 여성은 잊을 수 없는 아프로디스였다. 다른 한 사람은 알 수 없었지만, 배후에서 달려들어 아프로디스를 애무하고 있는 여성은 전 아카스의 왕녀 크리스티•말시아•데•오르테가였다.
생각도 하지 않은 음란한 정경에 베아톨릭스는 그만 눈을 떼지 못했다.
사이를 두지 않고 귓전에서 속삭이는 오규스토.
「어떻습니까?」
「무, 무엇입니까 이것은?」
「이 세상에서 가장 청아한 물건에 반들반들한 광택을 첨가하고 있는 것이지요」
「지독하다, 너무 지나치다……」
너무나 어지러워진 감정에 베아톨릭스의 목소리가 도중에 사그러 든다.
그 때,
「아하, 앗. 아아, 아음……」
아프로디스가 참다 못한 오열을 내뱉었다. 그 관능적인 음색이 베아톨릭스의 두뇌 회로를 갈갈이 찢었다.
―― 저 아프로디스가 저런 소리를…… 저렇게 되버리다니…… ――
베아톨릭스는 열정의 눈길로 지나치게 그 광경에만 집중해서, 오규스토가 자신의 등뒤에서 달려들어 안고 블레이저의 사이에 손을 넣고 있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계절은 초여름을 맞이하려 하고 있었고, 블레이저의 사이에는 엷은 반소매 블라우스와 최저한의 속옷뿐이었다.
하얀 실크 블라우스에 오규스토의 열 손가락 모양으로 잔주름이 졌다.
오른손이 만지던 가슴에서 떨어져서 짧은 타이트 스커트 속에 잠입한다. 그리고 스타킹 위에서부터 다리 사이를 만지작거렸다. 베아톨릭스는 벌써 몸에 힘이 빠지고, 이성도 작용하지 않았다.
베아톨릭스는 어떤 저항도 하지 못하고 자기 뒤에 서있는 오규스토에 기대서 몸을 맡겼다.
머리 한 구석에서 이렇게 아름다운 물건을 상처 입히는 행위를 해선 안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다른 한쪽에서는 아름다운 물건을 밟아 부수는 배덕감에, 말할 수 없는 쾌감이 솟아 올랐다.
어느덧 알아 차리자 오규스토의 얼굴이 눈앞에 있었다. 순간 얼굴을 외면하려고 했지만, 저항은 약했다. 힘 없이 입술과 입술이 겹치고 오규스토의 혀가 힘차게 베아톨릭스의 도톰한 입술을 억지로 열어 입안을 범해 갔다.
―― 농담이 아냐, 이런 아이에게…… ――
「우으음, 아, 아아아」
생각과는 거꾸로 베아톨릭스의 입에선 달콤한 숨결이 넘치기 시작했다.
「아직 젖비린내 나는 아프로디스와 달리 성숙한 네가 더 매력적이야」
그 말이 베아톨릭스의 열등감을 자극하고 성감을 녹이기 시작했다. 아프로디스에 뒤지지 않는 풍부한 유방이 주물리자 팬티로는 전부 수습될 수 없게 된 애액이 넓적다리에 방울져서 흐르기 시작했다.
물기를 띤 눈동자로 흘끗 아프로디스를 보았다. 이제 자신도 이 남자와 같은 죄인이라는 생각을 마지막으로 베아톨릭스의 이성이 끊겼다.
새벽이 다 되어서, 베아톨릭스는 무거운 신체를 질질 끌고 동관에 위치한 자신의 방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임무에 충실하기 위해서 마법통신용 암호 타이프라이터가 감춰 있는 침대 아래로 향하려고 했다. 그러나 그 도중에 힘이 다 떨어지고 밑바닥에 쓰러져버렸다.
그 후, 두 사람은 숨겨진 감시용 옆방에서 아프로디스들이 있는 방으로 이동했다. 짐승과 같이 납죽 엎드려서 연결된 채 땀으로 번들거리는 나신을 구부러뜨리며 기어서 아프로디스의 옆으로 갔다.
그리고 침투성이가 된 아프로디스의 입술을 빨고 애액으로 흠뻑 젖은 꽃잎을 핥고 발딱 솟아오른 클리토리스를 마셨다. 그 도착적인 세계가 욕정을 점점 휘몰아 올려서, 베아톨릭스는 최고의 엑스터시에 몇 번이나 달했다.
저녁때 드디어 눈이 뜨이자 납처럼 무거운 몸을 일으켰다. 말할 수 없이 나른했다. 옷을 전부 벗어 던지고 샤워룸에 들어갔다. 지친 듯이 터벅터벅 걷는 움직임에 커다란 유방이 아래위로 흔들렸다. 음모는 치골에 찰싹 붙고, 넓적다리에는 마른 정액 자국이 피부를 장식하고 있었다.
5월3일, 로즈메리는 성도 사이아에 들어왔다.
이 때 사이아 회의는 거의 종결되는 단계에 있었다.
사리스는 알티갈도가 전쟁 중 점거한 사리스 북부 3주를 되찾는 조건으로 알티갈도의 사이아 북부 16주의 할양을 인정했다. 대운하를 포함하는 사이아 남부 18주는 사리스령이 되었다. 이 것으로서 구 사이아 왕국은 남북으로 분단되어 각각 타국으로 귀속되었다. 남은 것은 성도 사이아를 어느 쪽이 가지느냐의 문제였다. 그러나 이 남은 한 문제가 최대의 난관으로서, 양자 모두 한치도 양보하지 않고 있었다.
성도 사이아에 모인 것은 사리스와 알티갈도 두 나라 뿐만이 아니었다. 팔디어, 바람 공국, 로드 신국, 웨데리아도 이날에 맞춰 대표자를 보내고 있었다.
알티갈도 왕 빌헬름1세는 바람 공국의 베른하르트•폰•러웰장군과 밀회를 거듭했다. 로웰은 매년 조공을 바치는 것을 조건으로 토라부존의 통치를 청원했다.
재상 베렌홀스토는 바람 공국의 팔디어에 대한 방패로서의 역할을 인정하고 양국은 밀약을 맺었다.
그 움직임을 팔디어도 금방 알아차렸다.
로테베이크는 즉시 수하의 군사를 거느리고 토라부존 근교에 진을 쳤다. 그리고 왕태자 뷔렘•팬•루크렐은 오규스토에게 지원을 요청했다.
「여기가 아주 중요합니다」
오규스토는 말한다.
이 때 팔디어 왕 구스타프2세는 저번의 토라부존과의 전투에서 유시에 맞은 상처가 곪아 중태에 빠졌고, 의사들은 남은 날이 그리 많지 않다고 진단했다. 그렇게 되면 아직 공식적인 후계자 책봉이 안된 팔디어에서 왕 사후 형제가 서로 다투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더군다나 로테베이크는 그 드문 용맹으로 군부에서 높은 지지를 얻고 있었다.
「토라부존을 정치력으로 탈환하는데 성공한다면 당신의 평가는 오르고 로테베이크 지지파들도 입을 다물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달콤한 감언을 듣고 기분이 좋아지는걸 억제하기 힘들었다.
오규스토와 뷔렘은 손을 잡았다.
이렇게 해서, 성도 사이아 귀속 문제 이외에도 세계는 또 하나의 화약창고를 안게 되었다.
로드 신국에 대해서는 오규스토는 저자세로 접했다.
「오딘 대신전에서 반기가 일어난 것으로 인해 그러한 쓸데 없는 소문이 퍼진 것입니다. 소관의 부덕의 소치이니, 부디 용서를 바랍니다」
거기에,
「투신(鬪神) 오딘과 절대신 지•오, 두 신의 가호의 덕택으로 이길 수 있었음을 언제나 명심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두 신의 대신전 건설을 맹세합니다」
또한,
「포로는 무조건으로 반환하겠습니다」
끝으로,
「양국의 변함 없는 우정을 부탁합니다」
조금 지나친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공손하게 굴었다. 이것은 슈나이더가 이전에 한 말과 같이 알티갈도의 배후에 우리 편을 만들어 두고 싶다, 라고 하는 계산으로부터 나온 행동이었다.
체면에 신경쓰지 않는 오규스토의 연기가 열매를 맺어 사리스와 로드 신국은 국교를 부활시켰다.
그리고 사리스를 지원한 웨데리아공 에드워드 2세는 웨데리아 공국의 왕국에의 승격을 획책했지만, 알티갈도의 저항에 부딪혀 거부되자 분노하여 공동 선언이 행해지기 전에 돌아가버렸다.
공동 선언은 로드 신국과 바람 공국이 참가한 것으로 인해 국제적 평화선언이 되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그것이 임시적인 미봉책에 지나지 않음을 알아차리고 있었다. 하나 일순간의 평화라도 그 몇 배의 전란보다 훨씬 가치 있는 것이 분명하다. 사람들은 술에 취해 노래를 부르고, 평화의 시간이 영원하기를 빌었다.
성도 사이아에서는 3일간 밤낮없이 축제가 계속되었다.
공동 선언으로부터 3일째의 밤, 다급한 말발굽 소리가 오규스토를 잠에서 억지로 깨웠다.
「무엇인가?」
「세리아에서 반란이 일어났습니다」
오규스토의 눈가가 가늘어진다.
「올레란 공작, 불곤 공작, 봐론 후작, 카로린느 후작, 나발 남작 등을 중심으로 대문벌귀족세력이 세리아에 집결해 군세의 수는 1만이 조금 넘는 것으로 보여집니다. 그리고 그 맹주로 틸로즈 전하께서 서셨습니다」
「틸로즈가……」
오규스토는 사자에게 등을 돌려 얼굴을 숨긴다.
「지금 알티갈도에게 개입의 구실을 주어서는 안 된다. 즉시 친다. 우선 카프카, 너는 이 땅에 남아서 각국의 동요를 억제하라. 쟌느는 로즈메리의 경호를 맡도록. 나는 기마 50을 인솔해서 출진하겠다」
오규스토의 결단은 빨랐다.
이 때 오규스토군의 상황은 캇시의 전투에 참가했던 병사들 대부분이 휴가를 얻어 고향에 돌아가고 있어서 당장 움직일 수 있는 병사 수가 얼마 되지 않았다. 심야에 겨우 50기로 달리기 시작한 오규스토였지만 다음 날 낮까지 오이겐군 100, 루그랑제군 500, 피카도군 200이 급히 달려 와 총 병력 850이 되고 있었다. 오규스토는 이 850을 거느리고 반란군의 선행 부대 쿠레자군 6000이 주둔하는 카라의 땅을 향했다.
쿠레자는 5경과 전략을 논의하다가 의견이 맞지 않아, 뛰쳐나오듯이 이 땅에 오고 있었다.
「저 사람들은 오규스토님의 무서움을 모르고 있다」
같은 문벌귀족 출신이라고 하는 것도 있어 의리를 거절하지 못하고 참전했지만 아직까지도 전신에 떨림이 오고 있었다.
「어떻게든 절충을 시도해보지 않으면……」
쿠레자는 깊은 밤 군사들은 잠들어 조용해진 진중에서 홀로 생각에 잠겨 있었다.
그 시기, 오규스토는 이미 야음에 섞여서 쿠레자군에서 2킬로 앞의 위치까지 와있었다.
「병사들은 같은 사리스의 깃발아래 모인 자들이다」
오규스토는 그런 내용으로 술술 편지를 썼다. 그것을 사자에게 건네주고 쿠레자 진에 보냈다. 편지에는 지금부터 공격해 가니까 자웅을 결정하자, 등의 말이 씌어져 있었다.
옆에 있었던 오이겐이 기가 막혀 했다.
이 군에는 오규스토를 감시하고 있었던 베아톨릭스가 있었다. 그리고 아프로디스의 모습도 보였다. 그녀들은 객장으로서 참모역을 맡고 있었다.
편지를 가진 병사는 떨리는 손으로 적병의 문지기에게 그것을 건네줬다. 사태의 중요성에 긴장한 문지기는 그것을 쿠레자에게 보고했다. 쿠레자는 순간 오규스토가 이렇게 빨리 나타났다는 공포로 패닉 상태에 빠져 편지가 손으로부터 미끄러 떨어졌다. 쩔쩔 매면서 갑옷을 찾지만 눈에 뜨이지 않고, 검도 어디에 있는지 보이지 않았다. 실제론 바로 옆에 놓여 있었지만 공황상태의 그에게는 그야말로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리고 최악의 말을 내뱉었다.
「불을 켜라. 이래서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전투에 익숙하지 않은 귀족출신 지휘관들은 거기에 따라서 자신의 관할의 천막에 차례대로 밝은 빛의 등불을 밝혔다.
깊은 밤의 어둠 속에 두둥실 쿠레자진의 모습이 떠오른다.
그 밝은 빛을 노리고 오이겐군과 피카도군이 격렬하게 화살을 쏜다. 칠흑 같은 밤 하늘을 불화살이 곡선을 수놓으며 쿠레자군 천막에 차례로 불을 붙였다. 그리고 루그랑제군이 기마로 돌격했다.
「대단히 어리석군」
오규스토는 토하는 것 같이 말했다.
싸움은 맥 빠지게 끝났다. 일곱 배 이상의 숫자인 쿠레자군은 어둠 속에서 대혼란에 빠졌다. 설마 이런 소수로 공격하고 있다고는 생각지도 못하고 대다수의 병사가 무기를 버리고 도망쳤다.
오규스토는 추격을 금했다.
「결판은 이것으로 났다. 뒷일은 가르시아가 처리할 것이다」
그렇게 예언했다. 그리고 아프로디스를 보았다.
「아프로디스님은 기분이 안 좋으신 것 같군요, 안 쪽에서 쉬십시오」
그렇게 말하고는 그녀를 데려서 본진의 안 쪽으로 사라졌다.
「이, 이런 곳은, 아!! 」
천막 안에서, 오규스토가 아프로디스의 손을 움켜 쥔다. 그리고 저항하는 그녀를 거울에 꽉 눌렀다.
그 순간, 그녀의 저항이 그치고 볼이 화끈하게 달아올랐다. 그리고 머뭇거리면서 허리를 흔들기 시작했다.
―― 또, 또, 거울을 보는 것만으로 야한 기분이 돼버린다 ――
「엉덩이를 흔들면서 뭐 하는 거지?」
오규스토가 행한 거울의 방에서의 조교가 아프로디스에게 미처 예상치 않은 상황반사를 새겨 넣었다.
거부하려고 하는 의지가 녹아 없어지기 시작하면서 강렬한 원색을 띤 달콤한 도취감이 마음을 채워 간다. 그리고 마음속 깊은 곳에서 목소리가 들려온다.
『너의 본질은 마조다. 겉으로는 신앙심을 내세우면서 본심으로는 쾌락에 빠지는 음란한 여자. 너는 결코 이 숙명으로부터 달아날 수 없어』
꿀항아리로부터 애액이 넘치기 시작해 넓적다리에 선을 그리며 흘러 내린다.
「이미 흠뻑이군」
오규스토가 꽃잎을 한 번 스윽 어루만지자 애액이 손가락을 따라 길다란 선이 된다.
「신에게 몸을 바친다 따위는 다 거짓이고 사실은 이 녀석으로 가로질러 주기를 바라고 있겠지?」
오규스토가 페니스를 꺼내서 그녀의 풍만한 엉덩이를 한 대 친다. 오규스토가 이식시킨 가짜 기억이 아련히 되살아난다. 자신의 방에서, 어머니에게 알아차려지지 않도록 목소리를 억누르고 의붓 아버지에게 애무를 받으며 기뻐하는 자신의 모습이 있었다.
「아, 이제, 이제 안 되, 참을 수 없습니다. 아흑……, 으음, 원합니다, 넣, 넣어 주십시오……」
「원하면, 먼저 빨아라」
그 말를 따라 아프로디스는 급히 오규스토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길다란 쌍꺼풀을 닫고 윤기가 흐르는 장미빛 입술을 벌려서 페니스 전체를 입안에 넣었다. 그리고 필사적으로 목을 움직였다. 그렇게 하는 것으로 진정한 자신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긴 스트레이트 은발을 물결치며 핑크색 젖꼭지를 발딱 세우고 커다란 유방을 흔들면서 헌신적으로 펠라치오 봉사를 계속했다.
그리고 천천히 입을 페니스로부터 떨어뜨린 후 오규스토를 우러러 보면서,
「이제, 이제 주십시오……차, 참을 수 없습니다……」
라고 조른다.
「안 된다. 더 계속해라. 포상은 그 뒤다」
「예…… 예……」
다시 아프로디스는 페니스를 삼키고
「…… 우우움, 쩝쩝……」
그 부드러운 입술로 꽉 졸라댔다.
입구 앞에 망설이며 서있었던 베아톨릭스가 결국 들어왔다.
「이번 전투의 자초지종은 본부에 보고를 행할 것입니다. 일단 서류를 봐주십시오」
그러나 오규스토는 베아톨릭스를 거들떠 보지도 않았다.
「……」
어쩔 수 없이 베아톨릭스는 서류를 놔두고 자기 방으로 되돌아왔다.
그러나 가만이 있어도 기분이 가라앉지 않았다.
―― 무시되었다, 내가 저 여자에게 뒤진다고 하는 건가…… 분하다 ――
무의식 중에 눈에선 눈물이 넘치고 있었다. 새로운 질투의 불꽃이 그녀를 묶기 시작했다. 그러나 또한 그 이상으로 다른 감정이 떠오른다.
―― 나도 저 여자를 괴롭히고 싶다, 그걸 위해서라면…… ――
다시 자기 방을 뛰어 나왔다.
베아톨릭스가 다시 오규스토의 방에 들어섰을 때, 아프로디스는 거울에 자기 얼굴을 눌러 덮고는 엉덩이를 높이 들어올리고 있었다. 그 풍만한 엉덩이 사이에 오규스토가 페니스를 갖다 댔다.
「슬슬 해줄까?」
「제…… 제발…… 해주십…… 시오……」
「간다」
페니스가 섬세한 주름을 밀어 헤치면서 안 쪽에 꽂힌다. 일순 격통에 아프로디스의 얼굴이 삐뚤어졌지만, 금방 미간과 볼, 입가에 쾌락에 가득 찬 표정이 떠올랐다.
오규스토는 용서 없이 허리를 움직여 강렬하게 공격했다. 하얀 복숭아 모양의 유방이 격렬하게 흔들리고, 긴 은발이 램프의 빛에 비추여서 환상적으로 번쩍였다.
「아, 아―――아!! 아아아―――!! 아앙―――아아아아!! 아, 아, 으음! 아학―――좋아!! 」
아프로디스는, 오규스토에 조종되는 악기와도 같이 자신도 모르는 소리를 끊임없이 내뱉었다.
「제 처녀를…… 깨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규스토에 의해 심어진 거짓 기억에 따라서 그녀는 결국 소원을 이룩했다. 그리고 몇 번이나 되풀이해서 오규스토에게 감사의 말을 반복했다.
「…… 하반신이 녹아―요!! 」
오규스토의 허리의 움직임이 한층 더 빨라지면서 아프로디스의 엉덩이에 강하게 부딪치고 귀두 끝은 자궁 가장 안 쪽까지 가로질렀다. 그 직후 점액이 단속적인 리듬으로 아프로디스의 태내 깊숙하게 쏟아 부어졌다.
「----아아앗!! 」
아프로디스에게 있어서 최초로 받은 사정이었다. 그 낯선 감각에 공포를 느꼈지만 금방 그조차도 파멸적인 쾌락에 휘말려 사라져갔다.
아프로디스는 처음 겪는 절정에 달하고 그대로 밑바닥에 쓰러져서 편안한 잠 속으로 떨어졌다.
「와있었나?」
오규스토는 되돌아서서 베아톨릭스를 바라보았다.
「나도 안아줘요, 저런 여자보다 내가 ……」
베아톨릭스는 말을 잇지 못하고 재빠르게 무릎을 꿇은 뒤 아프로디스의 애액으로 흠뻑 젖은 페니스를 핥기 시작해서, 요도에 남아 있는 정액을 깨끗하게 빨아들였다. 펠라치오를 계속 하면서 조금씩 옷을 벗어 던져서 결국 몸에 걸친 것은 하나도 남지 않았다. 그 나신은 아프로디스에게도 뒤지지 않을 정도의 완벽한 스타일로, 날씬한 몸의 곡선에 커다란 가슴이 당당히 서있다.
「당신이 나를 문란한 세계로 빠뜨린 만큼, 책임져요」
손으로 페니스를 매만지면서 그렇게 말한다.
「그런가……」
베아톨릭스는 오규스토의 페니스가 충분히 경도를 되찾은 것을 확인하자마자 바닥에 누워서는 다리를 벌렸다.
「가로질러요, 내 보지를 찔러요! 더는 참을 수 없어요, 그 쾌락에 또 한번 나를 빠뜨려줘요!! 」
스스로 보지 따위의 단어를 입에 담았다는 것을 믿을 수 없었다. 자신은 전과는 달라졌다고 자각했다. 그 사실을 인정해버리자 또 한층 더한 욕정이 밀려 온다.
오규스토의 페니스가 꽃잎을 가르고 들어오자 입술이 절로 벌어지며 환희의 신음을 발했다.
「우으음, 아――아, 으흑!! 움직여요, 더 세게, 내가 깨질 때까지 찔러요!! 」
베아톨릭스는 색정에 미친 듯이 뜨겁게 타오르는 몸을 격렬하게 구부러뜨렸다. 그 위로 오규스토의 차가운 목소리가 냉수를 끼얻듯이 쏟아졌다.
「나에 대한 리포트는 완성되었겠지. 이제 귀국하는 건가?」
그것은 이 정사가 끝나는 것을 의미하고 있었다. 베아톨릭스의 얼굴에서 생기가 사라졌다.
오규스토는 그 반응이 이상했다. 좀더 교제해 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대운하 가장자리의 작은 농촌 란스에 신도시를 건설한다. 이번엔 부지의 예비 조사를 위해 가기로 했는데, 이것도 알티갈도에게는 귀중한 정보라 할 수 있지. 따라 오지 않겠나? 」
순간 베아톨릭스의 얼굴이 마치 소녀처럼 붉어지며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예……」
「그러면, 우리들의 계약 성립이다. 이름은? 」
「…… 나의 이름은 샤를로테, 샤를로테•폰•베아톨릭스」
「로테, 간다…」
「으으음! 나도, 나도 가요! 아아아―아!!! 」
오규스토의 사정을 받아내면서 베아톨릭스는 흘끗 아프로디스에게 곁눈질을 보냈다. 그 눈동자의 안 쪽에는 마성의 빛이 반짝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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