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인자매-치욕의 이력서 제1장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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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綺羅光 (Kira Hikaru), 美姉妹-恥辱の履歷書 (미인자매-치욕의 이력
서), フランス書院]
제 1 장 악마의 속삭임
김지철이 양동수와 다시 만난 것은 고등학교 동창회가 있었던 작년
가을의 일이었다.
지철은 이게 얼마만의 재회인지 언뜻 떠올릴 수가 없었다. 오년, 아니
육칠년쯤 되는건가. 한쪽이 학교에 나오면 다른 쪽이 결석을 한다든
지 하는 일이 몇차례 있어서 고등학생 시절에도 친했다곤 할 수 없는
관계이니 졸업 후 몇차례 만난 적이 있더라도 기억에 남아 있지 않은
건지도 몰랐다.
어쨌든 오래간만에 지철의 앞에 나타난 동수는 독특한 분위기를 풍기
며 지철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지철이 다닌 고등학교는 남녀 공학이 아니었다. 모두 이미 스물 아홉
의 나이가 되어 중견 사원으로서 회사에서 각자 자리를 잡을 무렵이
었다. 자연스럽게 각자 하는 일들이 화제에 올라 저질렀던 어처구니
없는 실수라든지 자기 자랑등이 한바탕 꽃을 피우고 직장 상사들의
험담이 여기저기서 튀어나오면서 분위기가 달아오르고 있었다.
그러나 양동수만은 그런 이야기들에 전혀 흥미를 표하지 않았다. 그
리고 주위의 옛 급우들을 노골적으로 무시하는듯했다. 미술품 중개상
을 한다고 하더니 제법 놀아본 사람다운 분위기가 몸에 붙어 월급쟁
이들뿐인 그 자리에서 이채를 띄고 있었다.
[ 쳇, 가련한 친구들 같으니라고. 직장 상사들 비위 맞추느라 빌빌하니
제대로 노는 법도 몰라.]
우연히 옆자리에 않은 지철의 옆에서 그렇게 중얼거리더니 동수는 술
을 들이켰다.
지철로서는 그들과 같은 월급쟁이 처지였지만, 웬지 동수의 말에 반
발심보다는 공감을 느꼈다.
[ 지철아, 너는 얘네들하고는 좀 달라 보여.]
[ 뭔 말이야, 나도 똑같지 뭐, 별 수 없는 월급장인데.]
[ 그래? 아무래도 너는 일이 인생의 전부라고 생각하지는 않아 보이는
데.]
동수는 지철이의 마음을 꿰뚫어보는듯한 그런 말을 했다.
일에 대한 잡담으로 시끌벅적한 친구들 사이에서 둘은 어느새 죽이
잘 맞게 되었다. 동수는 자기의 풍부한 여자 체험을 흥미진진하게 풀
어 놓기 시작했다. 직장 일에 그다지 흥미를 가지지 못하고 단조로운
하루 하루에 질려 있던 지철은 그 이야기에 점점 끌려들어 가고 있었
다. 의기투합한 두 사람은 2차의 단란 주점 자리를 중간에 빠져나와
근처에서 새볔까지 술을 마셨다.
그 날 이후 두사람은 같이 어울려 술을 마시는 사이가 되었다.
그리고 오늘 토요일도 강남의 호텔의 바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동수가
단골로 있는 카페에서 서로의 전과를 이야기하고 있었다.
[ 그 여자, 완전히 내 물건에 반한 것 같아. 200만원 정도 하는 그림이
라면 당장이라도 두 세장 사줄 모양이거든.]
[ 너란 놈은 정말… 돈 내고 여자랑 자면서 어떻게 네 그림 팔 생각을
다했냐.]
[ 후후.. 단지 그거 할 생각이면 프로들하고 할 필요가 있나. 비싼 돈 내
고 섹스하는건데 본전은 뽑아야지.]
동수의 그말에 지철은 질렸다는듯이 제멋대로인 이 친구의 얼굴을 바
라보았다.
(… 정말 사람은 변하는 거구나.)
지철의 기억에 남아있는 동수는 말이 적고 눈에 띄지 않는 아이였었
다. 항상 어두운 눈을 하고 있었다는 인상이 남아 있다. 방과후에는 종
종 혼자서 멍하니 창 너머 교정을 바라 보았었다. 성적은 그저 그랬었
다. 중하정도. 우등생이었던 지철에게 동수가 눈에 들어 오지 않았던
것도 당연했다.
그 시절부터 10년이 지났다. 사람이 변해도 이상하지 않을 시간이지
만 그래도 동수의 변모는 놀랄만했다.
대단한 미남도 아니었지만 어쨌든 밀어부치는게 대단했다. 언변도 좋
았다. 어느 가게에서도 가벼운 농담과 외설스런 말투로 술집 아가씨
들을 휘어 잡았다. 게다가 예술가다운 분위기도 풍겨서 결코 경박하
게는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교묘한 솜씨로 꼬셔서 그에게 반하게 된
여자들에게 제법 값이 나가는 그림,판화들을 팔아 치워 제법 장사도
잘되는 모양이었다.
그 자유분방한 생활방식을 보고 있으면 도대체 나의 삶이란 뭐였나
싶은 생각이 드는 지철이었다. 어차피 짧은 인생이라면 동수처럼 주
위의 시선 같은건 무시하고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재미를 보는 쪽이 보
다 사람다운 삶이 아니겠는가.
( 뭐, 어차피 나에겐 무리겠지.)
지철은 절반 정도는 자조하면서 마음 속으로 중얼거리는 것이었다.
일류 대학을 나와 대기업에서 근무하고, 양가집에서 곱게 자란 아가
씨를 처로 맞아 들였다. 이때까지 계획대로 엘리트 코스를 착착 밟아
온 지철이었다. 이미 깔려 있는 레일 위를 달려 가는 것은 잘 하는 것
이다. 하지만 엘리트들이 항상 그렇듯이 일단 레일을 벗어나면 어떻
게 해야 좋을지를 모르게 된다. 동수처럼 한마리 승냥이처럼 세상을
살아가기엔 배짱도 요령도 없는 것을 스스로도 잘 았고 있었다.
그러므로 지철에겐 주에 한두차례 이렇게 동수와 같이 술 마시고 노
는게 그 나름대로의 카타르시스를 얻는 방법이었다.
[ 그런데 지철아. 전에 이야기했던 우리 부부끼리 친목 파티건, 어떻게
되었냐.]
카페 주인과 잡담을 나누고 있던 동수가 웃으며 지철 쪽을 돌아 보았
다. 동수는 박영규씨 같은 빈틈없는 올백 머리를 하고 있었다. 그러고
보면, 눈은 결코 웃음끼를 띠지 않는 비웃는듯한 그의 웃음도 그 탤런
트에 얼마간 닮아 있는 것이다.
[ 그게… 우리 와이프가 좀… 아무래도 곱게 자란 사람이라서.]
말이 부부 친목 파티지 동수가 말하고 있는 것은 스와핑에 가까운 것
이었다. 우선 와이프들의 스트립쇼를 지긋이 감상한 후에 모두 옷을
벗고 누드로 질펀하게 술자리를 가진다. 그리고 부부끼리의 끈적끈적
한 관계를 서로에게 보여 주면서 최대한 흥분을 고조시킨 후 분위기
가 되면 파트너를 서로 바꿔 보고 여자쪽이 정 싫다면 뭐 그 정도로 그
치는 걸로 한다. 정말이지 회사 동료 사이에서는 나올래야 나올 수 없
는 음란한 발상이었다.
[ 여자야 남자 하기에 따라 얼마든지 바뀌는데 뭐.]
동수는 이런 바보를 봤나 싶은 어투로 내뱉었다.
[ 우리 집 보연이가 좋은 예라니까. 걔도 얼마나 순진했던지 처음엔 스
와핑을 정말 싫어했었는데, 우리 집은 뭐 내 말이 법이나 마찬가지니
까. 아무튼 한번 하고 나더니 확 얘가 바뀌더라고. 지금은 지쪽에서 은
근히 더 밝힌다니까.]
[ 뭐, 그 보연씨가! ]
지철은 깜짝 놀랐다. 보연은 놀기 좋아하는 동수의 처답지 않게 청초
한 느낌의 미인이었다. 지철이가 스와핑 제안을 바로 거절하지 못했
던 것도 보연씨 같은 타입이면 한번 한번 안아보고 싶다는 엉큼한 마
음이 있었던 것이었다.
그 보연씨가 이미 스와핑의 체험을 하고 있다니….
[ 세뇌하는거지. 말하자면 의식혁명. 지철아. 구닥다리 모럴에서 여자
들을 해방시켜 주는거야. 남자 새로운 구멍을 찾아 다니는 것처럼 여
자라고 사실은 다양한 좇을 맛보고 싶은거라니까. 네 처도 이걸로 루
비콘강을 건너는 셈이지.]
[ 음…]
지철은 어설픈 웃음을 지었다. 또 예의 그 설교가 시작된 것이다. 하지
만 동수의 그 설교를 몇번이고 듣는 사이에 언젠지 모르게 지철 자신
도 세뇌가 되어서 일부일처제를 근간으로하는 지금의 제도는 불합리
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러고 나서 동수는 항상 그렇듯이 스와핑이 얼마나 근사한지 열변을
토했다. 단지 부부간에 파트너를 바꾸는 것만으로도 배덕의 새로운
세계가 활짝 열린다. 또 스와핑은 상상력을 자극해서 다양한 SM 요소
가 가미된 이루말할 수 없이 관능적인 섹스를 즐길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아무리 그런 소리를 들어도 지철에겐 처를 설득할 자신이
없었다.
[ 조금 더 시간이 있어야 될 것 같아.]
쓴 웃음을 지으면서 잔뜩 들떠있는 동수를 제지했다.
[ 지금 스와핑 이야길 꺼내면 마누라가 놀라 자빠질거야. 갑자기 우리
부부에게 너네 같이 화끈한 커플이 되라는 것도 무리고.]
[ 어허 그런가. 그렇게 그 예쁜 마누라를 독차지하고 싶다면야 별 수
없지. 그렇지만 친구란게 뭐냐.]
[ 쳇, 뭔 소리냐, 그게.]
자기 와이프를 조르는 놈을 친구라 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정말 대책
없는 녀석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상대가 동수이니 그다지 화는 나지 않
는다.
둘이서 계속 술을 마셨다. 술을 그다지 세지 않은 지철이지만 동수와
시간을 보내게 되면서 주량이 제법 늘었다. 직장 동료들끼리 술자리
에선 느낄 수 없었는 술의 맛을 알게된 느낌이었다.
[ 그래도 말야. 너는 참 행복한 녀석인 것 같아.]
동수와 제법 취한 듯 탁탁 지철의 어깨를 두들겼다.
[ 결혼한 와이프가 그렇게 미인인데다가, 예쁜 처제들도 둘이나 생겼
잖아.]
그런 말을 하면서 벌컥 위스키를 들이키고 부럽다는듯이 지철의 얼굴
을 바라본다.
지철의 와이프인 지수는 세자매의 장녀였다.
언젠가 지철의 집에서 술자리를 가졌을 때 지수 자매의 사진을 보고
동수는 깜짝 놀랐던 것이다. 아무튼 세자매 모두 개성이 뚜렷한 대단
한 미인들이었다.
차녀인 지애는 대기업에서 근무하고 있고, 막내인 지현은 고등학교
삼학년이었다.
[ 너는 처제들하고도 종종 데이트까지 하지.]
[ 아냐. 단지 쇼핑하는거 거들어주는 것뿐이야. 그렇게 재미볼 수 있는
게 아니라고.]
그렇게 말은 했지만 남녀관계에 있어선 선수급의 동수가 그렇게 부러
운듯이 말하는걸 듣는 것은 그다지 나쁜 기분은 아니었다.
[ 얼마나 좋을까. 부러워서 원. 세자매에 스물여섯, 스물셋에 열일곱인
가. 생각만 해도 거기에 힘이 들어가네. 지철아, 너 아직 손은 안댔냐.
챤스야 잔뜩 있었을 것 아냐.]
[ 뭐, 나 화낸다.]
[ 쳇, 그러니까 지철이 넌 영감같다니까. 처제하고 그렇고 그런 관계가
되는거야 얼마든지 있는 이야기라고.]
[ 난 생각하기도 싫네. 그런 짓까지 해서 뭐하나.]
딱 잘라 말하고 동수를 화난 눈매로 쳐다 보았다. 스와핑의 이야기라
면 좋지만 아무리 취했다한들 처제들을 술안주로 삼을 수는 없었다.
[ 뭐 그렇다면 섹스까진 아니더라도 가벼운 스킨쉽 정도 가질 수는 있
지 않겠나. 장난치듯이 키스해 보던가 가슴을 살짝 만져 보던가 엉덩
이를 쓰다듬던지 해서… 젊은 아가씨랑 여고생하고 안해봐서 그런가
본데 다시 젊어지는 기분이라니까. 회춘이란 말이 왜 나왔겠냐. 너는
월급쟁이 생활을 오래해서 그런지 나이에 비해 생각하는게 너무 고리
타분해.]
[ 됐네 이 사람아. 그 이야긴 그만 하자고.]
이렇게 화제를 피하는건 드문 일이었다. 정곡을 찔린 탓도 있었다. 요
즘 자신이 생각해도 아저씨처럼 나이 먹어 가는걸 느끼고 있었던 것
이다. 한편으론 동수의 말에 한껏 자극을 받고 있었다.
처제인 지애와 지현과 페팅을 하는 자신을 떠올려 보았다. 술기운이
돌대로 돌은 지금 그것은 말할 수 없이 자극적인 망상이었다.
둘째인 이지애는 대기업 사원으로 탤런트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
도로 세련된 미모의 소유자였다. 각종 스포츠로 잘 다듬어진 몸매도
발군이었다. 자매 중에선 제일 기가 세었다. 주위 남자들한테 떠받들
여져 온게 지나친 기미가 있었다.
막내 처제인 지현은 미션 스클에 다니는 전형적인 양가집 아가씨였
다. 책 읽기를 좋아하는 조용한 성격의 미소녀로 요즘의 나쁜 유행에
물든 구석이 전혀 없었다. 형부인 지철을 특별히 잘 따르는 편이었다.
( 지애 처제는 이미 남자 경험이 꽤 있을 것 같구나. 엉덩이가 참 예쁘
던데….. 지현이는 물론 아직 처녀겠지. 키스도 아마 해본적이 없을거
고.)
지애는 어쨌든 청순한 지현이를 떠올리며 음란한 상상을 하니 지철은
웬지 찜찜했다.
[ 녀석 말은 잘하네. 바지 거기 언저리가 발딱 섰구만.]
동수가 과장스러운 목소리를 내면서 지철의 머리를 가볍게 찔렀다.
찔린 지철이 쪽도 웃을 수 밖에 없었다. 잠시 났던 화도 어느새 사랴졌
다.
( 어쩔 수 없네. 이녀석 쪽이 그쪽 방면으론 훨씬 재주가 좋으니.)
그렇게 체념을 하고, 예쁜 처제들을 술안주 삼는걸 묵인하기로 했다.
[ 綺羅光 (Kira Hikaru), 美姉妹-恥辱の履歷書 (미인자매-치욕의 이력
서), フランス書院]
제 1 장 악마의 속삭임
김지철이 양동수와 다시 만난 것은 고등학교 동창회가 있었던 작년
가을의 일이었다.
지철은 이게 얼마만의 재회인지 언뜻 떠올릴 수가 없었다. 오년, 아니
육칠년쯤 되는건가. 한쪽이 학교에 나오면 다른 쪽이 결석을 한다든
지 하는 일이 몇차례 있어서 고등학생 시절에도 친했다곤 할 수 없는
관계이니 졸업 후 몇차례 만난 적이 있더라도 기억에 남아 있지 않은
건지도 몰랐다.
어쨌든 오래간만에 지철의 앞에 나타난 동수는 독특한 분위기를 풍기
며 지철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지철이 다닌 고등학교는 남녀 공학이 아니었다. 모두 이미 스물 아홉
의 나이가 되어 중견 사원으로서 회사에서 각자 자리를 잡을 무렵이
었다. 자연스럽게 각자 하는 일들이 화제에 올라 저질렀던 어처구니
없는 실수라든지 자기 자랑등이 한바탕 꽃을 피우고 직장 상사들의
험담이 여기저기서 튀어나오면서 분위기가 달아오르고 있었다.
그러나 양동수만은 그런 이야기들에 전혀 흥미를 표하지 않았다. 그
리고 주위의 옛 급우들을 노골적으로 무시하는듯했다. 미술품 중개상
을 한다고 하더니 제법 놀아본 사람다운 분위기가 몸에 붙어 월급쟁
이들뿐인 그 자리에서 이채를 띄고 있었다.
[ 쳇, 가련한 친구들 같으니라고. 직장 상사들 비위 맞추느라 빌빌하니
제대로 노는 법도 몰라.]
우연히 옆자리에 않은 지철의 옆에서 그렇게 중얼거리더니 동수는 술
을 들이켰다.
지철로서는 그들과 같은 월급쟁이 처지였지만, 웬지 동수의 말에 반
발심보다는 공감을 느꼈다.
[ 지철아, 너는 얘네들하고는 좀 달라 보여.]
[ 뭔 말이야, 나도 똑같지 뭐, 별 수 없는 월급장인데.]
[ 그래? 아무래도 너는 일이 인생의 전부라고 생각하지는 않아 보이는
데.]
동수는 지철이의 마음을 꿰뚫어보는듯한 그런 말을 했다.
일에 대한 잡담으로 시끌벅적한 친구들 사이에서 둘은 어느새 죽이
잘 맞게 되었다. 동수는 자기의 풍부한 여자 체험을 흥미진진하게 풀
어 놓기 시작했다. 직장 일에 그다지 흥미를 가지지 못하고 단조로운
하루 하루에 질려 있던 지철은 그 이야기에 점점 끌려들어 가고 있었
다. 의기투합한 두 사람은 2차의 단란 주점 자리를 중간에 빠져나와
근처에서 새볔까지 술을 마셨다.
그 날 이후 두사람은 같이 어울려 술을 마시는 사이가 되었다.
그리고 오늘 토요일도 강남의 호텔의 바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동수가
단골로 있는 카페에서 서로의 전과를 이야기하고 있었다.
[ 그 여자, 완전히 내 물건에 반한 것 같아. 200만원 정도 하는 그림이
라면 당장이라도 두 세장 사줄 모양이거든.]
[ 너란 놈은 정말… 돈 내고 여자랑 자면서 어떻게 네 그림 팔 생각을
다했냐.]
[ 후후.. 단지 그거 할 생각이면 프로들하고 할 필요가 있나. 비싼 돈 내
고 섹스하는건데 본전은 뽑아야지.]
동수의 그말에 지철은 질렸다는듯이 제멋대로인 이 친구의 얼굴을 바
라보았다.
(… 정말 사람은 변하는 거구나.)
지철의 기억에 남아있는 동수는 말이 적고 눈에 띄지 않는 아이였었
다. 항상 어두운 눈을 하고 있었다는 인상이 남아 있다. 방과후에는 종
종 혼자서 멍하니 창 너머 교정을 바라 보았었다. 성적은 그저 그랬었
다. 중하정도. 우등생이었던 지철에게 동수가 눈에 들어 오지 않았던
것도 당연했다.
그 시절부터 10년이 지났다. 사람이 변해도 이상하지 않을 시간이지
만 그래도 동수의 변모는 놀랄만했다.
대단한 미남도 아니었지만 어쨌든 밀어부치는게 대단했다. 언변도 좋
았다. 어느 가게에서도 가벼운 농담과 외설스런 말투로 술집 아가씨
들을 휘어 잡았다. 게다가 예술가다운 분위기도 풍겨서 결코 경박하
게는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교묘한 솜씨로 꼬셔서 그에게 반하게 된
여자들에게 제법 값이 나가는 그림,판화들을 팔아 치워 제법 장사도
잘되는 모양이었다.
그 자유분방한 생활방식을 보고 있으면 도대체 나의 삶이란 뭐였나
싶은 생각이 드는 지철이었다. 어차피 짧은 인생이라면 동수처럼 주
위의 시선 같은건 무시하고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재미를 보는 쪽이 보
다 사람다운 삶이 아니겠는가.
( 뭐, 어차피 나에겐 무리겠지.)
지철은 절반 정도는 자조하면서 마음 속으로 중얼거리는 것이었다.
일류 대학을 나와 대기업에서 근무하고, 양가집에서 곱게 자란 아가
씨를 처로 맞아 들였다. 이때까지 계획대로 엘리트 코스를 착착 밟아
온 지철이었다. 이미 깔려 있는 레일 위를 달려 가는 것은 잘 하는 것
이다. 하지만 엘리트들이 항상 그렇듯이 일단 레일을 벗어나면 어떻
게 해야 좋을지를 모르게 된다. 동수처럼 한마리 승냥이처럼 세상을
살아가기엔 배짱도 요령도 없는 것을 스스로도 잘 았고 있었다.
그러므로 지철에겐 주에 한두차례 이렇게 동수와 같이 술 마시고 노
는게 그 나름대로의 카타르시스를 얻는 방법이었다.
[ 그런데 지철아. 전에 이야기했던 우리 부부끼리 친목 파티건, 어떻게
되었냐.]
카페 주인과 잡담을 나누고 있던 동수가 웃으며 지철 쪽을 돌아 보았
다. 동수는 박영규씨 같은 빈틈없는 올백 머리를 하고 있었다. 그러고
보면, 눈은 결코 웃음끼를 띠지 않는 비웃는듯한 그의 웃음도 그 탤런
트에 얼마간 닮아 있는 것이다.
[ 그게… 우리 와이프가 좀… 아무래도 곱게 자란 사람이라서.]
말이 부부 친목 파티지 동수가 말하고 있는 것은 스와핑에 가까운 것
이었다. 우선 와이프들의 스트립쇼를 지긋이 감상한 후에 모두 옷을
벗고 누드로 질펀하게 술자리를 가진다. 그리고 부부끼리의 끈적끈적
한 관계를 서로에게 보여 주면서 최대한 흥분을 고조시킨 후 분위기
가 되면 파트너를 서로 바꿔 보고 여자쪽이 정 싫다면 뭐 그 정도로 그
치는 걸로 한다. 정말이지 회사 동료 사이에서는 나올래야 나올 수 없
는 음란한 발상이었다.
[ 여자야 남자 하기에 따라 얼마든지 바뀌는데 뭐.]
동수는 이런 바보를 봤나 싶은 어투로 내뱉었다.
[ 우리 집 보연이가 좋은 예라니까. 걔도 얼마나 순진했던지 처음엔 스
와핑을 정말 싫어했었는데, 우리 집은 뭐 내 말이 법이나 마찬가지니
까. 아무튼 한번 하고 나더니 확 얘가 바뀌더라고. 지금은 지쪽에서 은
근히 더 밝힌다니까.]
[ 뭐, 그 보연씨가! ]
지철은 깜짝 놀랐다. 보연은 놀기 좋아하는 동수의 처답지 않게 청초
한 느낌의 미인이었다. 지철이가 스와핑 제안을 바로 거절하지 못했
던 것도 보연씨 같은 타입이면 한번 한번 안아보고 싶다는 엉큼한 마
음이 있었던 것이었다.
그 보연씨가 이미 스와핑의 체험을 하고 있다니….
[ 세뇌하는거지. 말하자면 의식혁명. 지철아. 구닥다리 모럴에서 여자
들을 해방시켜 주는거야. 남자 새로운 구멍을 찾아 다니는 것처럼 여
자라고 사실은 다양한 좇을 맛보고 싶은거라니까. 네 처도 이걸로 루
비콘강을 건너는 셈이지.]
[ 음…]
지철은 어설픈 웃음을 지었다. 또 예의 그 설교가 시작된 것이다. 하지
만 동수의 그 설교를 몇번이고 듣는 사이에 언젠지 모르게 지철 자신
도 세뇌가 되어서 일부일처제를 근간으로하는 지금의 제도는 불합리
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러고 나서 동수는 항상 그렇듯이 스와핑이 얼마나 근사한지 열변을
토했다. 단지 부부간에 파트너를 바꾸는 것만으로도 배덕의 새로운
세계가 활짝 열린다. 또 스와핑은 상상력을 자극해서 다양한 SM 요소
가 가미된 이루말할 수 없이 관능적인 섹스를 즐길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아무리 그런 소리를 들어도 지철에겐 처를 설득할 자신이
없었다.
[ 조금 더 시간이 있어야 될 것 같아.]
쓴 웃음을 지으면서 잔뜩 들떠있는 동수를 제지했다.
[ 지금 스와핑 이야길 꺼내면 마누라가 놀라 자빠질거야. 갑자기 우리
부부에게 너네 같이 화끈한 커플이 되라는 것도 무리고.]
[ 어허 그런가. 그렇게 그 예쁜 마누라를 독차지하고 싶다면야 별 수
없지. 그렇지만 친구란게 뭐냐.]
[ 쳇, 뭔 소리냐, 그게.]
자기 와이프를 조르는 놈을 친구라 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정말 대책
없는 녀석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상대가 동수이니 그다지 화는 나지 않
는다.
둘이서 계속 술을 마셨다. 술을 그다지 세지 않은 지철이지만 동수와
시간을 보내게 되면서 주량이 제법 늘었다. 직장 동료들끼리 술자리
에선 느낄 수 없었는 술의 맛을 알게된 느낌이었다.
[ 그래도 말야. 너는 참 행복한 녀석인 것 같아.]
동수와 제법 취한 듯 탁탁 지철의 어깨를 두들겼다.
[ 결혼한 와이프가 그렇게 미인인데다가, 예쁜 처제들도 둘이나 생겼
잖아.]
그런 말을 하면서 벌컥 위스키를 들이키고 부럽다는듯이 지철의 얼굴
을 바라본다.
지철의 와이프인 지수는 세자매의 장녀였다.
언젠가 지철의 집에서 술자리를 가졌을 때 지수 자매의 사진을 보고
동수는 깜짝 놀랐던 것이다. 아무튼 세자매 모두 개성이 뚜렷한 대단
한 미인들이었다.
차녀인 지애는 대기업에서 근무하고 있고, 막내인 지현은 고등학교
삼학년이었다.
[ 너는 처제들하고도 종종 데이트까지 하지.]
[ 아냐. 단지 쇼핑하는거 거들어주는 것뿐이야. 그렇게 재미볼 수 있는
게 아니라고.]
그렇게 말은 했지만 남녀관계에 있어선 선수급의 동수가 그렇게 부러
운듯이 말하는걸 듣는 것은 그다지 나쁜 기분은 아니었다.
[ 얼마나 좋을까. 부러워서 원. 세자매에 스물여섯, 스물셋에 열일곱인
가. 생각만 해도 거기에 힘이 들어가네. 지철아, 너 아직 손은 안댔냐.
챤스야 잔뜩 있었을 것 아냐.]
[ 뭐, 나 화낸다.]
[ 쳇, 그러니까 지철이 넌 영감같다니까. 처제하고 그렇고 그런 관계가
되는거야 얼마든지 있는 이야기라고.]
[ 난 생각하기도 싫네. 그런 짓까지 해서 뭐하나.]
딱 잘라 말하고 동수를 화난 눈매로 쳐다 보았다. 스와핑의 이야기라
면 좋지만 아무리 취했다한들 처제들을 술안주로 삼을 수는 없었다.
[ 뭐 그렇다면 섹스까진 아니더라도 가벼운 스킨쉽 정도 가질 수는 있
지 않겠나. 장난치듯이 키스해 보던가 가슴을 살짝 만져 보던가 엉덩
이를 쓰다듬던지 해서… 젊은 아가씨랑 여고생하고 안해봐서 그런가
본데 다시 젊어지는 기분이라니까. 회춘이란 말이 왜 나왔겠냐. 너는
월급쟁이 생활을 오래해서 그런지 나이에 비해 생각하는게 너무 고리
타분해.]
[ 됐네 이 사람아. 그 이야긴 그만 하자고.]
이렇게 화제를 피하는건 드문 일이었다. 정곡을 찔린 탓도 있었다. 요
즘 자신이 생각해도 아저씨처럼 나이 먹어 가는걸 느끼고 있었던 것
이다. 한편으론 동수의 말에 한껏 자극을 받고 있었다.
처제인 지애와 지현과 페팅을 하는 자신을 떠올려 보았다. 술기운이
돌대로 돌은 지금 그것은 말할 수 없이 자극적인 망상이었다.
둘째인 이지애는 대기업 사원으로 탤런트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
도로 세련된 미모의 소유자였다. 각종 스포츠로 잘 다듬어진 몸매도
발군이었다. 자매 중에선 제일 기가 세었다. 주위 남자들한테 떠받들
여져 온게 지나친 기미가 있었다.
막내 처제인 지현은 미션 스클에 다니는 전형적인 양가집 아가씨였
다. 책 읽기를 좋아하는 조용한 성격의 미소녀로 요즘의 나쁜 유행에
물든 구석이 전혀 없었다. 형부인 지철을 특별히 잘 따르는 편이었다.
( 지애 처제는 이미 남자 경험이 꽤 있을 것 같구나. 엉덩이가 참 예쁘
던데….. 지현이는 물론 아직 처녀겠지. 키스도 아마 해본적이 없을거
고.)
지애는 어쨌든 청순한 지현이를 떠올리며 음란한 상상을 하니 지철은
웬지 찜찜했다.
[ 녀석 말은 잘하네. 바지 거기 언저리가 발딱 섰구만.]
동수가 과장스러운 목소리를 내면서 지철의 머리를 가볍게 찔렀다.
찔린 지철이 쪽도 웃을 수 밖에 없었다. 잠시 났던 화도 어느새 사랴졌
다.
( 어쩔 수 없네. 이녀석 쪽이 그쪽 방면으론 훨씬 재주가 좋으니.)
그렇게 체념을 하고, 예쁜 처제들을 술안주 삼는걸 묵인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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