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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의 포효 19

 



“건방이 하늘을 찌르네? 효준 씨하고 잔 게 큰 벼슬이라도 한 것 같니? 불장난이 얼마나 갈까?”


“그만해!”


효준이 근엄하게 말했다.


“당신도 이 여자하고 해서는 안 되는 짓을 했으니까 나하고 비긴 거 아니야? 그럼 나만 나쁘다고 할 수 없잖아.”


“그걸 말이라고 하는 거야?”


“한 번 아니에요. 당신과 결혼하기 전에도 우린 연인이었어요. 그리고 남편을 두고 그런 짓을 한 당신이 지금 효준 씨와 같은 입장이라고 우기는 이 상황도 억지죠.”


“그런 짓? 정말 알고 있다는 거야? 당신이 말했을 리 없어. 당신, 그렇게까지 양아치는 아니잖아.”


“창피한 줄 아셔야죠. 그렇게 큰 아픔을 줘놓고 다시 해보자고 하는 당신을 이해할 수 없어요.”


“당신 이해 따위 중요하지 않아. 효준 씨.”


진선이 효준에게 다가서려 하자 희수가 막아섰다.


“방해하지 말고 비켜.”


“전 비서예요. 대표님께서 허락하지 않은 사람을 사무실에 들일 수 없다고요.”


“웃기고 있네. 비서가 뭔데? 그게 무슨 벼슬이라도 돼?”


“이혼한 전 부인보다는 가까운 사람이죠. 대표님, 어떻게 할까요?”


그때 똑똑 노크 소리가 들렸다.


“들어와요.”


효준이 말했다. 홀에서 일하는 웨이트리스 전미진이었다. 그녀를 본 진선이 당황해하며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대표님, 부르셨어요?”


진선을 본 미진도 당황해했지만, 다른 내색은 하지 않았다.


“잘됐네. 이렇게 된 이상 한번 따져보자고. 강 비서는 비켜 서 있어.”


“네.”


희수가 옆으로 비켜서자 효준이 책상 앞으로 나와 걸터앉았다.


“전미진 씨?”


“네, 대표님.”


“전에 휴게실에서 강희수 씨에 대한 험담을 했었죠?”


“네? 아, 네에.”


“알아보니까 가장 먼저 강희수 씨에 대한 소문을 퍼뜨린 사람이 전미진 씨던데요. 맞습니까?”


“아니, 그건…….”


“똑바로 대답해요!”


효준이 단호하게 말했다. 움찔한 전미진이 진선을 슬쩍 쳐다봤다. 진선은 헛기침을 한번하고는 문가로 문을 돌렸다.


“기분 잡쳤어. 난 이만 가볼게.”


“거기 서. 주인공이 물러나면 어떡해?”


“무슨 말이야?”


“전미진 씨, 대답 안 할 겁니까?”


“사모님이 시키셨어요.”


“사모님?”


“소진선 사모님이요.”


“이 아가씨가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전미진의 말에 진선이 발뺌하며 화를 냈다. 그 자리에서 당황한 사람은 진선과 미진뿐이었다. 효준과 희수는 담담한 표정을 유지했다.


“사모님께서 돈을 주시면서 강 셰프, 아니 강 비서님 뒷담화를 하라고 하셨어요.”


“이봐요!”


“가만히 있어.”


진선이 나서려 하자 효준이 저지했다.


“저 말을 믿는 거야?”


“믿을 만한 근거가 있으니까 저런 말을 하는 거겠지. 증거 있어요?”


“주신 돈 그대로 있어요. 시키는 대로 하긴 했지만, 돈이 너무 많아서 어디에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얼마를 주던가요?”


“오, 오천만 원이요.”


미진의 말에 희수는 깜짝 놀랐다. 자기를 깎아내리려고 그 큰돈을 줬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하긴 자신을 효준에게서 떼어내기 위한 목적이었을 테니 그만한 돈을 썼을 거라는 생각은 들었다.


“내가 줬다는 증거 있어요?”


진선이 앙칼지게 묻자 머뭇거리던 미진이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더니 녹음파일을 틀었다.


[강희수만 청음에서 내쫓아준다면 더 줄 의향 있어요. 전미진 씨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액수가 정해지는 거예요. 

일단 오천만 원을 줄게요. 전미진 씨는 나하고 같은 배를 타는 거예요.]


[네, 알겠습니다.]


[잘할 수 있죠?]


[네. 반드시 강희수 씨를 내보낼게요. 저도 이상하게 생각하고 있었어요. 대표님을 알지도 못하던 강희수 씨가 갑자기 비서라니요. 뭔가 있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남자 배경을 보고 꼬리치는 것들은 쓴맛을 봐야 하죠. 그럼 잘 부탁할게요. 할 수 있는 한 강희수 체면과 이미지를 바닥으로 끌어 내려요.]


진선은 말을 잇지도 못하고 발뺌을 하지 못한 채 미진을 노려봤다. 그런 줄 알고 있었지만, 녹음파일을 들으니 희수는 착잡했다. 효준은 싸늘한 눈으로 진선을 응시했다.


“내, 내 잘못이 아니잖아. 강희수가 당신한테 꼬리치는 것이 옳아? 당신이 날 두고 다른 여자 보는 것이 말이 되냐고.”


“왜 말이 안 돼? 나하고 당신은 남남인데. 우린 이혼한 사이야. 난 재결합할 생각 없고. 언제까지 이 말을 되풀이해야 하는데?”


효준의 냉담한 말에 진선은 남의 탓으로 책임을 돌렸다. 화가 난 효준이지만, 화를 내지 않고 목소리를 착 깔고 말했다.

미진이 있는 자리에서 사실을 말하자 진선은 미진을 힐끗거렸다. 사실에 놀란 표정을 한 미진이 불편한 진선은 날카롭게 말했다.


“그만 나가봐요!”


“네? 아, 네에.”


“전미진 씨?”


미진이 나가려 하자 효준이 불러 세웠다.


“네, 대표님.”


“그 파일 지금 나한테 보내요. 그리고 돈도 가지고 와요.”


“알겠습니다.”


“그리고 지금 들은 사실을 직원들한테 퍼뜨리도록 하세요.”


“여보! 미쳤어?”


“사실을 알리는 건데 뭐가 어때서? 알아들었어요?”


“네! 알겠습니다.”


효준이 전화번호를 알려주자 미진은 급히 그에게 파일을 보내고는 대표실을 나갔다.


“저도 나가보겠습니다.”


자리를 피해 주는 것이 나을 것 같아 희수가 움직이려 했다. 그러자 효준이 희수 팔을 잡았다.


“왜요?”


“여기 있어.”


희수는 효준을 빤히 쳐다봤다. 이 상황에서 자신에게 할 말이 뭐가 있을까 싶었다. 진선을 슬쩍 쳐다보니 못마땅해서 어쩔 줄 모르겠다는 얼굴이었다. 

그런데 효준이 갑자기 희수를 향해 무릎을 꿇었다.


“효, 효준 씨……. 뭐 하는 거예요?”


당황한 희수가 놀라 그를 일으켜 세우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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