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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스는 기회를 눈치 채야만 생긴다

부산에 사는 저는 회사일로 어저께(25일) KTX열차편으로 서울 출장을 갔다왔습니다.
아직 해결을 하지 못한채 교체된 여승무원들이 조금씩 채워진듯 하구요...
 
암튼 그게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서울역에서 KTX를 타고 출발을 대기하고 있는데(통로쪽 좌석)...
 
왠 아주 아리따운 아가씨가, "실례합니다."라고 하면서 창쪽 좌석에 앉기 위해 말을 건네더군요...
저도 일어서면서 살짝 얼굴을 봤는데, 딱 이 생각밖에 안 나데요...
"햐~ 진짜 곱게 생겼다~! 어릴때부터 아주 곱게 자랐을꺼야~" 라구요...
옷은 여학교 기숙사 사관들이나 입을듯한 전형적인 하얀블라우스 상의에 무릎을 덮는 어두운색상의 치마를 입었더군요...
너무 곱게 생겨서, 보는것만으로도 정말 남자로서 보호본능이 마구 꿈틀거리더라구요...
 
하지만... 대략 20대 중반의 아가씬데, 이미 30대 중반인 배불뚝이 아저씨가 된 제가 뭘 어쩌겠습니까?
슬쩍 얼굴을 두어번 훔쳐본것만으로 만족하고 이내 차내 TV 시청을 하였지요...
 
그런데 그 아가씨와 저는 똑 같이 부산의 "구포역"에 하차를 하였구, 아래와 같이 약간의 커뮤니케이션이 있었습니다.
 
1. 첫번째
서울에서 출발 후, 좀 가다가 어떤 터널을 막 지날때쯤... 안절부절한 표정으로 걱정스러운 눈빛을 머금고 저에게 시간을 물어보더군요...
"제 핸드폰 이 시간이 이상한것 같은데 죄송하지만 시간좀..." 이라고 하길래...
아, 어디 지방에서 중요한 약속을 했는데 많이 늦었겠구나... 라는 생각에 눈빛을 서로 맞추었다는 느낌좋은 기분 하나만을 다시 간직한채 제 핸펀 액정을 보여주며 정확한 시간을 가르쳐주었습니다.
 
2. 두번째
앞 좌석에 돌 쯤 되었을법한 아주 이쁜 여자애기가 있더군요...
저를 보면서 방긋방긋 웃길래... 저도 같이 까꿍 해주었습니다.
사실 솔직히 말해서 저는 애기들을 끔찍히 싫어하거든요...
하지만 옆좌석에 앉은 아리땁고 고운 아가씨가 앉아 있었기 때문에... 이미지 관리상 같이 애기를 무지 좋아하는 듯한 연기를 좀 했었죠...
근데, 그러니깐 이 아가씨가 또 "애기를 무지 좋아하시나봐요? 저도 정말 좋아해요~"라고 하면서 애기보다 더 이쁜 미소를 띄우며 저에게 말을 건너더군요.
애기를 무지 싫어하지만 이미지 관리상 한 것 뿐인지라 속이 뜨끔해서 "아~ 넵!"이라는 짧은 답변과 함께 고개를 돌리고 말을 닫았습니다. 웬지 하나님, 부처님께 거짓말 하는 듯한 기분이 들더라구요... ㅠ.ㅠ
 
3. 세번째
동대구를 지나 저속구간에서였습니다.
갑자기 다시 저에게 기차시간에 대해서 물어보더군요.
"아침 KTX 첫기차는 몇시에 있어요?"라구요...
그래서 저는 이번 대화가 끝나면 내가 죽을때까지 이렇게 고운 아가씨랑 언제 대화해보랴~ 란 생각에...
되도록이면 눈을 계속 마주치며 상세히 기차시간에 대해서 알려줬습니다...
(근데 사실 KTX를 타면 좌석마다 구비되어 있는 KTX잡지에 시간표가 다 있잖아요... 그걸 왜 그 땐 생각해내지 못했는지 모르겠더군요...)
 
 
암튼 이러한 아주 극히 일상적인 생활에서 오가는 짧은 대화를 뒤로한채...
저는, 무지 서운한 표정을 가슴속 깊이 숨기며, 짧은 눈인사를 끝으로... 구포역에서 내리며 헤어져야만 했습니다.
제가 나이를 먹은게 한스러웠고, 결혼을 한게 또한 한스러웠습니다.
나이먹고 배나온 유부남이 아리땁고 지극히 고운 20대 중반의 아가씨를 어떻게 하겠습니까?
무슨 텐푸로나 하드코어 업소 아가씨도 아닌데 말이죠...
 
집에 들어가서도 그냥 한숨만 쉬며, 그 아가씨의 얼굴을 잊지 않기 위해 노력을 할 뿐 뭘 어떻게 하겠습니까? ㅠ.ㅠ
 
그렇게 슬픔을 안은채 오늘을 맞았구요...
회사에서도 시름시름 앓다가 점심시간에 그 아가씨와 비슷한 연배의 회사 남자 부하직원들에게 사연을 얘기 했더랬습니다. 그냥 지나가는 소리로, "야~ 띠바방, 어저께 KTX타고 오면서 조낸 참한 아가씨가 내 옆에 탓더라~"로 시작하면서 위 세가지 이벤트를 말해줬더니...
 
아 글쎄... 이 놈들이 저보다 더 마음아파하는겁니다... ㅠ.ㅠ
 
"아휴~ 팀장님도... 그건 어서 날 낼롬하세요~란 말을 돌려서 표현한거잖아요..."
"아휴~ 미친다 미치... 팀장님 알고보면 억수로 거시기 하네요~~~$^$%@#%^%$#%"
"바로 ㅁㅌ로 꺼실고 가가 누팠뿌라는 개시 인데 그걸 와 몰랐능교? 아이구... ㅠ.ㅠ"
 
등등...
 
저 말을 듣고 나니깐...
제 생각이 또 아니더라구요... ㅠ.ㅠ
정말 요즘 세상에 지극히 정말 지극히 순진한 여자가 아니라면, 누가 처음보는 남자에게 말을 걸겠습니까? ㅠ.ㅠ
설령 그러한 여자가 있다고 하더라도, 저에게 뭐 볼게 있다고 그러겠어요?
 
..
..
..
정말 찬스는 눈치못채면 날라가는게 맞나 봅니다.
아... 미련곰탱이...
돌박, 말미잘, 똥꿍뎅이... ㅠ.ㅠ
 
어쩜 제가 여름을 맞이하여 귀신한테 홀린건 또 아닌지...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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