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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시절의 회상 ( 색시촌 골목의 여자들 )

낙서를 하다보니 낙서같지도 않고.. 소설도 아니고.. 그래서 이곳에 적어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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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태어난곳은 두메산골 인천시 학익동입니다.
소위 끽동이라고 많이들 하시더군요. 특히 예전 분들은 더하시고요.
지금은 예전에 모습이 하나도 남아있지 않아서 여러분은 무슨 두메산골인가 하실 겁니다.
하지만 내가 태어났을 때는 분명 저희 집은 산 속에 하나고 주위에 집은 없었습니다.
시간이 좀 지나자 저희 집 주위로 집들이 몇 채 생기더군요.
소위 말하는 부랄 친구와 형들도 몇 명 생겼습니다. 동네가 형성이 된 것이죠.

그 즈음 저희동내 악동들은 주로 산을 놀이터 삼아 놀았습니다.
아침에 나가면 저녁에 길이 안보일 때까지요.
지금처럼 비싼 장난감은 없었지만 산에는 우리가 놀만한 모든 것이 있었습니다.
소나무를 엮어서 그 위로 다녀도 보고 집도 만들어서 하루정도 외박도 해보고요.
갓 자라나는 아카시아 나무는 저희에겐 휼룡한 검이 되었습니다.
동네에는 돌이 많아서 돌싸움으로 머리도 많이 터져보구요.

이렇게 재미있게 놀던 시절에 저희 동네에 회사가 하나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한국파이프, 지금은 신호스틸로 명칭이 바뀌었지요.
매일같이 산을 깍아내고 슾지를 매워가더군요.
그러면서 내가 국민학교를 들어가기 몇년전부터 주위에 동네도 생기기 시작하더군요.
회사 하나가 지역사회를 얼마나 바뀌어 놓을 수 있는지 바뀌어 가는 마을을 보며 실감했습니다.

아직도 순진한 우리의 악동들.
저희 악동들은 학교를 들어가기 전까지는 거의 눈만 뜨면 산에서 살았습니다.
그런 저희들의 놀이터인 산에 나이든 누나와 아저씨들이 자주 보이기 시작하더군요.
다른 아이들은 몰래 숨어서 뭔가를 본다고 하는데 전 뭔지도 모르고 관심도 없습니다.
그냥 여름이고 날씨도 좋으니까 산에 놀러왔겠죠.
마을에 한국합섭도 들어오고 산에는 누나와 아저씨들이 더 자주 찾았습니다.

저도 이제 국민학교에 입학을 했습니다.
학교를 가려면 언제나 지나야 하는 골목이 있습니다.
입학 전에도 병따개를 줏으러 많이 왔었던 색시촌 골목입니다.
이곳은 산과 저희동네 다음으로 놀 것이 많은곳이였죠.
담방구를 하다가 도망처서 이곳까지 많이 왔었거든요.
참 좋은 곳입니다.

이곳에는 누나들이 많이 살아요.
어디나 비슷하겠지만 제가 다니던 국민학교도 오전반, 오후반을 했습니다.
다른 곳보다 이곳은 양지가 더 많이 드는 동네 같습니다.
제가 학교를 가는 시간이 햇빛이 가장 많이 비추는 시간이라 그렇게 느껴졌을 겁니다.
그때면 누나들도 빨래도 널고, 목욕도 갔다오고, 참 좋은동내란 생각이 들죠.

그곳에 낮시간이면 카세트 테이프를 팔던 아저씨 한분이 있었습니다.
다리가 허벅지까지 잘려져 나가신 분이십니다.
허벅지에 타이어를 대고 끌고 다니면서 테이프를 팔았죠.
옷도 남루하고 얼굴도 대충인 아저씨입니다.
다만 한가지, 그 아저씨의 웃음은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 아저씨는 테이프만 팔던 게 아닙니다.
조그만 리어카 아래에는 화장지도 많이 가지고 다니면서 팔았습니다.
누나들이 아저씨에게 화장지도 사고 농담도 하곤 했습니다.
그럴 때면 아저씨는 천진난만하게 웃으셨죠.
어린 내가 보아도 저보다 더 맑게 느껴지는 웃음 이였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부럽게 느껴지는 그런 웃음입니다.

나는 그곳에 누나들이 싸우는 것을 한번도 못 봤습니다.
낮시간에 도란도란 정답게 얘기를 하고 목욕도 하고 화장도 하고...
그곳은 뭐랄까? 꼭 활기찬, 왠지 기분 좋은 그런 마을 이였습니다.
그렇게 육년동안 같은 시간에 그곳을 지나 학교를 다녔습니다.

그리고 중학교를 가게 되었습니다.
제게 배정된 중학교는 숭의동에 있는 광성중학교 입니다.
저는 버스를 타는 것이 싫었습니다. 멀미를 조금 했거든요.
중학교는 걸어서 50분에서 1시간 정도 걸립니다.
조금 멀죠. 그래서 아침에 일찍 나와야만 했습니다.
거기다 기왕 가는 거 제일먼저 나간다고 부지런을 떨었으니까요.

중학교 3년도 색시촌 골목을 지나서 학교를 가게 됐습니다.
중학교에 입학해서 다니는 색시촌 골목은 국민학교와는 다르더군요.

아침에는 골목 밖으로 택시들이 많이 주차해 있습니다.
누나들은 커튼만 내리고 방에서 잠을 자고 있고요.
커튼 사이로 누나들의 모습이 보이면 왠지 한번씩 쳐다보고 싶어지더군요.
아직 잠에서 깰 시간이 안되어서 그런지 자는 모습도 예쁘더군요.

중학교를 입학하고 나서는 해맑게 웃던 불구자 아저씨는 더이상 볼 수가 없었습니다.
아니, 내가 봤는지 못 봤는지 신경도 안썻다는것이 맞는 말이겠죠.

중3학년이 되고...
이제는 학교에서 공부를 하고 조금 늦게 집으로 오게 되었습니다.
그때의 색시촌 골목은 또다른 모습으로 내 눈에 비춰지더군요.

아침에 천사처럼 잠자고 있던 누나들이 활동을 시작합니다.
지나가는 아저씨만 보면 무조건 "아빠" 라고 합니다.
" 아빠.. 꽃밭에 물좀 주고 가.. "

이 말은 제가 국민학교때도 많이 듣던 말입니다.
그때는 물론 낮에 듣던 말 이였죠.
지나가는 나이 지긋한 아저씨가 있으면 그곳에 누나들이 농담으로 하던 말입니다.
" 아빠.. 아빠.. 꽃밭에 왔는데 물좀 주고가.. "
그러면 아저씨는 못본체 그냥 가고 그곳에 누나들은 서로 까르르.. 하며 웃었죠.
그때의 해맑은 웃음. 어릴 때는 그것이 보기가 좋았습니다.

이제 중학교 3학년이 되어서 똑같은 말을 저녁에 듣게 되는군요.
이제는 지나가는 아저씨가 있으면 누가 체갈까봐 빨리 달려나옵니다.
달려 나와서 팔짱을 끼고 " 아빠.. 아빠.. " 좀 이상하죠..
그때는 정말 분위기가 틀리더군요.
" 내가 화장만 좀더 잘하면 하나도 안 꿀리는데.. "
" 내가 가슴이 제보다 못한 거 하나 없잖아. 그지.. "

가끔 누나들끼리 헐뜯는 소리도 들리고요.
어두운 곳에서는 누나들이 나에게도 달려오죠.
그러면 전 누나들이 무서워서 도망을 갑니다.
어릴 때는 정말 활기찬 동네였는데.. 이제는 내가 쫓기는 신세가 된 건가요?

그 누나들이 가끔 싸움도 하고 그러거든요.
또 누나들과 흥정하는 아저씨들도 마음에 안 들고요.
뭐랄까.. 사람의 냄새가 많이 사라진 듯한 기분이 들죠.

제 나이 지금 서른 셋이 됐습니다.
낙서를 길게 하다 보니까 하고싶은 말이 옆길로 새는군요.

내가 봐왔던 "창문 안의 여자들"
어릴 때는 정말 좋은 누나들 이였습니다.
그들의 얼굴에서 그늘을 찾아볼 수가 없었습니다.
허벅지까지 잘린 불구의 아저씨와 얘기를 나누는 모습에서도 마냥 행복해 보였습니다.
불구의 아저씨 역시 그런 것에서 작은 기쁨들을 느끼시는 것 같았고요.

그런데 왜 나이가 들고 밤에 보는 그녀들의 모습은 가면을 쓴 것 같을까요?
혹시 우리는 너무 그들을 사람으로 안보고 상품으로 보는 것이 아닐까요?
물론 하룻밤을 즐기러 갔으니 상품을 고른다는 생각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하룻밤을 즐겨도 그것은 천년의 인연이 이어져야 만날 수 있는 소중한 것입니다.

저는 그들이 이 사회에서 없어지기를 바라지 않습니다.
필요악도 아니고 나름대로의 사정으로 인해서 걷는 각기 다른 인생 길로 생각합니다.

그러니 결론은.....
술먹고 너무 여자를 물건취급 한다던가 커다란 실수는 하지 말자는 얘기죠...^^
술마시면 즐겁게 노는 것이야 당연하지만 그것마저도 소중한 인연으로 생각하자는 말입니다.
이상... 주저리.. 주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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