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전그네 <23부> > 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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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회전그네 <23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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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부 꿈꾸는 아이.


“으하아아암.미안하다 준후야.나도 먼저 들어갈게.”

마지막으로 남아있던 한명마저도 하품을 하며 자리에서 일어나자,민지는 속으로 제발!이라는 단어를 수없이 외쳐야 했다.

“들어가세요.”

그에 비하면 준후는 아무렇지 않게 인사를 해버린다.민지는 괜시리 초조해 짐이 느껴졌다.

“야 최민지.그래도 빨리 우리걸로 만들어야 하니까 좀만 더 연습하고 와.”

아무리 그녀라지만 동아리 회장이 그렇게 까지 말을 하니 나도 가고 싶다고 칭얼댈수 없었다.그녀는 그녀답지 않게 입을 꾹 다물고는 고개를 끄덕끄덕 할 뿐이었다.

동아리 내부가 준후의 자작곡으로 한창 술렁이고 나서,늘 자작곡없이 카피곡만 해왔던 그들은 그날부터 연습에 착수한 것이었다.곡을 쓴 사람이 준후니 당연히 보컬지도는 준후가 해야했다.민지는 거기까지는 참을수 있었다.그래도 다른 동기들이나 선배들이 있었기 때문이었다.하지만 연주파트를 하던 이들도 각각 아르바이트 혹은 용무가 있다는 이유로 다들 가버렸고,구경하던 다른 인원들 역시 하나 둘 자리를 뜨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마지막으로 계속 둘을 지켜보던 회장까지도 가겠다고 하니,준후와 단둘이 남게 되어버린 것이었다.

딸칵.

민지는 동아리 회장이 문을 닫고 나가는 그 모습을 아주아주 애절하게 바라볼 뿐이었다.살짝 올라간 눈꼬리와 스모키 화장덕에 늘 섹시한 이미지였던 민지도 오늘은 표정만큼은 청순가련형이었다.

“뭐해?다시 불러봐.”

이윽고 준후의 퉁명스런 목소리가 들려왔고,민지는 괜시리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연주가 없어서 부르기 싫다는 핑계도 댈수 없는것이,준후가 아까 연주자들의 연주를 모두 녹음해놓았기 때문에 불가능했다.

준후가 재생기의 플레이 버튼을 누르자 반주가 흘렀고,민지는 일부러 준후의 눈을 마주치지 않고는 마이크 앞에 섰다.그의 시선이 자신의 몸을 훑고 지나가는 것이 느껴졌다. 본래의 그녀라면 어딜 보냐며 빽 소리를 질렀어야 하지만 그럴수가 없었다.지난번 일이 생각이 나버리면서 오히려 더 부끄러울 뿐이었다.

“그만그만.”

민지가 몇소절 부르기도 전에 음악이 딱 하고 멈춰버렸다.준후는 마음에 안든다는듯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가사를 좀 보고불러.감정을 실어야 할거 아냐.”

“알았으니까 잔소리좀 그만해.”

“안하게 생겼어?보컬이 개판인데.”

“뭐어?너..”

민지는 뭐라고 하려다가 그만두었다.도저히 말싸움으로 이길수 있는 상대도 아니거니와 일단 자신이 흠집하나를 갖고 있으니 더욱더 뭐라고 반박하기 힘들었다.늘 섹시한 보이스를 갖고 있다고 칭찬만 들었던 그녀로써는 자존심이 몹시 상했지만 어쩔수 없는 일이었다.

“가사에 감정을 싣고 다시해봐.이거 사랑노래야.”

준후는 실컷 핀잔을 주고는 다시 음악을 재생시켰다.음악장비를 통해 나오는 선율.민지는 침을 꿀꺽 삼키고는 집중했다.노래 부르면서 이렇게 긴장하는것은 그녀로써는 거의 처음있는 일이었다.

동아리방안에는 민지의 독특하면서도 매력있는 음색이 울려퍼졌다.실컷 핀잔을 주었지만,준후는 진심으로 감탄하고 있었다.대학에 붙고 나서 쓴곡이지만 키가 높고 어려워 누구도 부르지 못했던 곡이었는데,민지는 별 무리없이 잘 소화해 내었다.호흡도 좋고 발성도 좋았다.

‘실력은 좋네.이상한 성격만 고치면 참 괜찮을 텐데.’

준후는 저도 모르게 피식 웃으며 그렇게 생각해 버렸다.마치 민지의 성격은 은하를 처음 보았을때의 성격과 비슷한거 같았다.섹시하고 시원시원한 이목구비하며,모델같은 몸매까지..다만 민지쪽이 키가 좀더 큰 편이라는 것이 다른점이었다.

민지는 1절을 계속 부르고 있음에도 준후의 지적이 없자 가슴속 깊이 안심하고 있었다.

‘가만..내가 왜 안심을 하지?’

민지는 노래를 부르면서도 그게 우습게 느껴졌다.솔직히 술먹고 실수는 누구나 하는 것이거늘,왠지 준후가 알고 있으니 그게 엄청난 치부처럼 느껴진다.특유의 까칠해 보이는 말투와 표정때문일거야...라며 민지는 쉽게 얼버무려 버렸다.

‘어라?’

준후는 살짝 놀란 눈으로 민지를 바라보았다.살짝 음색이 불안해져서 지적을 하려던 찰나,그녀의 목소리가 다시 안정적으로 바뀌며 곡의 분위기를 잘 살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그녀는 마치 노래와 하나가 된것처럼,반주뿐이었던 곡을 완벽하게 보컬로 맥구고 있었다.

‘노래할때는 다른여자같군.간만에 맘에 드는 보컬인데.’

준후가 쓴 곡의 내용은 사랑하는 사람을 바라만 봐야하는 한 사람의 이야기를 다룬 가사였다.늘 가까이 있지만 붙잡을수는 없는, 하지만 마음속에서 버릴수도 없는 어떤 이에 대한 동경과 그리움.그것은 그런 내용이었다.

“.......뭐해?”

민지는 노래가 끝나고도 준후가 아무말이 없자 새침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준후는 그제서야 민지쪽을 바라보았다.

“아..응.잘했네.”

“뭐야..그게 다야?”

“욕안먹은걸 다행으로 알아.좀 쉬자.”

준후는 동아리방 한쪽에 있는 쇼파에 몸을 묻어 버렸다.왠지 모르게 할일이 딱 끝나자 곧바로 무심해지는 준후가,민지는 너무나 얄밉게 느껴졌다.

“맥주 마실래?”

말을 꺼낸 민지도 자기가 왜 그런말을 했는지 몰랐다.정적이 흐르도록 아무런 말이 없는 준후를 보며,왠지 조건반사적으로 그렇게 나와버린 말이었다.

“맥주?”

“아...저기 몇개 있거든.워낙 술을 좋아하는 동아리라..싫음 말어.”

민지는 괜시리 고개를 휙 돌리고는 한쪽 창틀에 놓인 맥주를 꺼내들었다.준후는 그 모습을 보고는 손짓하며 말했다.

“괜찮겠네.하나줘.”

“하나하나 시켜먹을려고 할래?”

“니가 마실거냐고 제의했잖아.어차피 오는길인데 내것도 갖다 줘.”

민지는 속이 괜시리 부글부글 끓었지만,뭐라 반박할 말도 없었다.그 날의 일때문이 전부가 아니었다.그녀 나름대로,이번에 준후가 썼다는 자작곡은 꽤나 맘에 들었다.그것을 통해 준후를 다시 본것도 있지만,강준후라는 아이가 단지 건방지기만 한 아이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계기가 되기도 한것이었다.

‘나중에 이 아이가 필요할지도 몰라.’

민지 나름대로의 생각이었다.원래 부터 그녀는 가수가 꿈이었다.메이져 기획사의 오디션도 많이 봤지만,늘 노출 복장에 춤을 춰야 한다는 조건이 붙었고 춤을 못추는 그녀는 번번히 낙방했다.하지만 좋은 곡을 갖고 가요제에 출전하면 길이 보일것도 같았다.좋은 곡을 갖고 있으려면,좋은곡을 쓰는 작곡가가 필요한 것이었다.

“있잖아..”

민지는 벌컥벌컥 맥주를 들이키는 준후를 보며 조용히 입을 열었지만,돌아오는 것은 꺼억!하는 시원한 트름소리였다.민지의 눈꼬리가 살짝 움찔했지만,그녀는 꾹꾹 눌러 참고는 한번더 입을 열었다.

“저기...”

“왜?”

“저..음..저 곡 너무 좋더라.”

“알면됐어.”

“........”

민지는 상상속에서 몇번이고 준후를 쥐어박고 있었지만,그럴수 없었다.작곡스킬이 없는 그녀로써는 준후같은 사람이 꼭 필요하기 때문이었다.

“가사도 니가 쓴거야?”

“뭐..그렇지.”

“꽤나 감성적이던데?저 가사.”

“별거 아냐.왠일로 칭찬이야?술마실때는 나 잡아먹을듯 으르렁 대더니.”

“내,내가 언제 그랬냐?”

“으르렁 거린거 뿐만이 아니지.괜시리 위층으로 불러내더니만 거기다 나 앉혀놓고 청바지까지 훌러엉...”

민지는 화들짝 놀라며 준후의 입을 틀어막았다.준후는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자신의 입을 가린 민지의 고운 손을 떼어내었다.

“아 뭐야.무슨짓이야.사실을 말하는건데.”

“야.누가 들으면 어쩌려고 그래?”

“누가 듣냐?다 갔는데.”

민지는 부득부득 이가 갈렸다.정말 사람 약 실실 올리는 거에는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난거 같았다.

“근데 나쁘진 않았어.”

“뭐?”

민지는 갑작스런 준후의 중얼거림에 살짝 눈꼬리를 치켜 올렸다.준후는 아무렇지도 않는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뭐 술에 취한것이겠지만,나쁘지 않았다고.”

민지는 괜시리 얼굴이 후끈 달아오는것이 느껴졌다.반사적으로 치마를 입고 있는 다리가 민망해 옆에 놓인 쿠션을 끌어 안았다.치마 밑으로 하얗게 뻗은 다리는 완벽에 가까웠지만,왠지 한없이 부끄러워져서 민지는 얼른 화제를 돌렸다.

“그나저나,저 가사는 언제쓴건데?”

“가사?”

“응.내가 부른 노래.”

민지의 질문에 준후의 표정이 급격히 씁쓸해졌다.민지는 자신이 무슨 실수라도 한게 아닐까 잠시 고민에 빠져야만 했지만,준후는 이윽고 혼잣말하듯 대답했다.

“어제.”

“아..”

왜인지는 모르지만,민지는 그의 표정이 조금은 슬퍼 보인다는 생각이 들었다.하지만 막 슬픈것 보다는,씁쓸해 하는 느낌도 들었다.민지는 준후가 왜 그런 표정을 지었는지 마구 호기심이 밀려오는게 느껴졌다.

“경험에 의한 가사야?”

민지의 질문은 준후의 입을 더욱더 다물게 만들어 버렸다.민지는 한동안 적막이 흐르자 맥주캔에 살짝 입을 댄채로 멀뚱히 준후를 바라보았다.그는 아무말도 없이 맥주만 들이키고는,이내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약간은.”

민지는 괜히 심술이 난 표정을 지어버렸다.뭔가 말해줄듯 하면서도 철저히 감추는 것이 못내 기분이 상했다.여태까지 만난 남자들은 다 자신이 궁금해 하면 뭐든 말해주곤 했었는데,그는 마치 너따위는 알 자격이 없다는 뉘앙스로 고개를 돌렸을 뿐이었다.

“꽤 좋은 목소리 갖고 있더라.”

“뭐?”

“너 말이야.”

아무렇지 않게 내뱉은 말이지만,민지는 괜히 피식 하고 웃어버렸다.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던 칭찬이지만,왠지 모르게 신선하다.

“여자친구 있니?”

“뜬금없게 그게 무슨소리야?”

“그냥 물어볼수도 있는거지 뭐그러냐?”

민지는 두살어린 건방진 이 동기에 대해 알고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감정을 잘 표현하지 않는 듯한 얼굴, 무엇보다 자신에게는 전혀 관심이 없다는 태도도 괜히 흥미가 동했다. 민지는 꽤나 예쁜 얼굴이었고,시원시원한 키와 몸매를 가진 탓에 늘 많은 남자들에게 관심을 받았지만,자신을 저런 식으로 개무시하는 케릭터는 준후가 처음이었기 때문이었다.

“없어 그런거.”

“흥.그렇게 쌀쌀 맞으니 여친이 없지.”

“그러는 넌 있고?”

“어..없어.”

“그렇게 몸매자랑하고 다니는데도 남친이 없냐?그게 더 쪽팔린거지.”

“뭐..뭐?야! 나는 없는게 아니라 안만드는거야!”

민지는 저도 모르게 빽 하고 소리를 질러 버렸다.준후는 어디서 개가 짖나라는 표정으로 남은 맥주를 들이킬 뿐이었다.또 준후의 도발에 흥분해 버린 민지는 괜시리 씩씩대며 준후를 째려보았다.

“그래그래.알았다.안만드는거라고 믿을게.됐냐?”

“쳇!”

민지는 상대하기 싫다는 듯이 고개를 휙 하고 돌렸지만,왠지 모르게 아까보다 준후와 더 많은 대화를 한것 같아서 은근히 기분이 좋았다.그렇지만 그것도 잠시,왠지 태연하게 악보를 살피는 준후의 모습이 얄밉다.

‘아무리 지가 까칠해도 그렇지..이 최민지 한테 저렇게 무심할수 있는거야?’

자존심이 상했다.적어도 자신이 맘먹어서 유혹에 실패한 경우는 단 한번도 없었다.하물며 준후는 자신이 그렇게 술에 취해서 바지까지 벗어버렸는데도 전혀 넘어오지 않았다.물론,그를 유혹하려는 의도는 없었지만,그 광경을 단지 술먹고 부린 추태로 치부해 버리는 그의 행동에 묘하게 자존심이 상했다.

“이제 그만 들어가자.너무 늦었고..더 해봐야 피곤만 쌓이니까.”

준후가 벌떡 일어나며 가방을 챙겨들자,그에게 눈을 흘기고 있던 민지도 깜짝 놀라 얼떨결에 같이 일어났다.그녀가 채 뭐라고 말하기도 전에,준후는 성큼성큼 동방을 나서고 있었다.

“자..잠깐만!”

“왜?”

민지는 휙 하고 고개를 돌린 준후의 표정에 당황했다.자기도 모르게 잠깐!이라며 붙잡긴 했지만 뭐라 할말이 떠오르지 않았다.우물쭈물 하고있던 민지의 눈에 테이블 위에 놓인 악보가 들어왔다.

“이..이 곡 제목이 뭐야?”

민지는 자기가 말해놓고 참 바보같은 질문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예상외로 준후는 뚱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거나 하지는 않았다.오히려 아주 찰나의 순간에 우울한 기색마져 느껴졌었다.잠시간의 정적끝에,준후는 조용히 몸을 돌려 문쪽으로 향하며 중얼거렸다.

“꿈꾸는....아이.”








대학생활이란건 정말 빠르게 시간이 간다고 준후는 생각했다.학교의 행사내지는 친목을 위한 과 모임에는 절대 가지 않은 그지만,주말은 너무나도 빨리 찾아왔다.

간만에 집에 들른 강회장 덕에,저녁식사 자리는 묘한 어색함이 흘렀다.은수와 은하는 왠지 모르게 불만 가득한 표정이었다.간만에 집에 온 강회장은 언제나 처럼 피곤에 찌든 얼굴이었지만,그녀들은 아버지의 그런 표정은 안중에도 없는지 이내 딱딱한 표정을 짓고 있을 뿐이었다.

눈치빠른 준후는 은하와 은수의 시선에서 그녀들이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알수 있었다.분명 강회장이 있기 때문에 나누지 못하는 밀회에 대한 아쉬움 혹은 불만일 것이었다.어쩌다 그녀들이 이렇게 변했을까.준후는 옆에 앉은 은채를 의식하면서도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준후는 살짝 장난을 쳐보기로 마음먹었다.식탁의 상석에는 언제나처럼 강회장이 앉아 있었고,자신의 옆으로는 은채가 앉아있었고 건너편에는 은하와 은수가 나란히 앉아 식사를 하고 있었다.미진은 아까 식사를 했다며 한쪽에 빠져서 가만히 서있을 뿐이었다.

준후는 살짝 다리를 뻗어 자신의 정면에 앉은 은하의 종아리를 툭하고 건드렸다.순간 은하가 깜짝 놀라는 듯했지만 그녀는 이내 주변을 의식하며 태연한척 식사를 계속했다.맨발에 느껴지는 은하의 종아리 감촉.준후역시 최대한의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며 천천히 발을 위로 올렸다.

은하가 잡고 있던 젓가락이 파르르 떨리는게 느껴졌다.아마도 그 미세한 변화는 준후이외엔 아무도 캐치하지 못하는 듯했다.준후의 발은 그녀를 은근하게 쓰다듬으며 허벅지 안쪽으로 향했다.

준후는 속으로 살짝 웃었다.은하는 당황하면서도 다리를 벌려 자신의 발이 더욱 그녀를 희롱하기 좋게 만들어 주고 있었다.20대 후반이지만 왠지 모를 노련함.그게 은하의 매력이었다.준후의 발가락은 허벅지를 꾹꾹 누르다가,그녀의 부드러운 팬티위에 안착해 꼼지락 거렸다.은하의 얼굴에 조금씩 홍조가 생기기 시작했다.그녀는 아까부터 계속,반찬없이 밥만 깨작거리고 있을 뿐이었다.

준후는 물을 마시는 척하며 살짝 앞을 바라보았다.얼굴이 붉어진 은하.그리고 그 옆에는 귀여운 외모의 은수가 자신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왜일까.은수의 옷차림이 전에비해 조금 더 야해졌다는 느낌이 들었다.나시티에 짧은 반바지.원피스를 입고 있는 은하보다도 왠지 더 상큼한 섹시미가 느껴진다.

준후는 쥐가 날것 같은 느낌을 애써 참으며 은하의 치마 속에서 들락날락하던 다리를 원상복구 시켰다.식탁쪽으로 더욱 의자를 끌어 가까이 앉은 준후는 이번에는 왼발을 살짝 들어 은수의 다리가 있을 법한 곳을 더듬었다.착각해서 은하의 다리를 또 더듬을 수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상관없었다.둘다 그런 장난을 치기에는 더없이 좋았으니까.

“흠..”

괜시리 은수가 헛기침을 하는거보니,지금 더듬고 있는 얇고 부드러운 허벅지는 은수것이 맞는 모양이었다.그는 살짝 아무도 모르게 준후에게 눈을 흘겼지만,준후는 태연한 표정으로 식사를 계속했다.종아리와 허벅지를 왕복해서 누비는 준후의 발.은수는 간지러운지 몸을 꼼지락 거렸다.

‘둘다 치마를 입고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준후는 실없는 생각을 하며 아쉬운대로 은수의 허벅지 근처를 맴돌며 그녀를 간지럽혔다.한창 아슬아슬한 식탁밑 애무가 무르익어 갈때쯤,조용히 식사를 하던 강회장이 입을 열었다.

“준후하고 은채.”

준후는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자 얼른 은수의 허벅지에서 발을 떼며 자세를 바로 잡아 앉았고,은채역시 네 하고 나즈막히 대답하며 자신의 아버지를 바라본다.

“내일 둘다 시간있어?”

“내일요?”

“그래.너희 둘이 심부름좀 해야겠다.”

준후는 강회장의 말에 저도 모르게 살짝 긴장해버렸다.무슨 심부름이길래 은채와 같이 묶여서 호명된 것일까?

“심부름요?”

“그래.너희 둘이 잠시 부산에 다녀와야 할거 같다.”

“부사안?”

우습게도 큰소리로 되물은 것은 은채도 준후도 아닌 은수였다.좌중이 자신을 바라보자 은수는 괜시리 고개를 살짝 돌리며 딴 청을 피웠다.

“부산에는..왜요?”

조심스런 은채의 질문에 강회장은 헛기침을 몇번하고는 젓가락을 놓았다.

“아버지 친구..은숙이 아줌마 알고 있지?부산사는..”

강회장의 말에 준후를 제외한 모두는 살며시 고개를 끄덕였다.준후로써는 처음 듣는 이름이었기 때문이었다.

“생활이 좀 어려운듯 하니까 좀 도와줘야 겠는데,그냥 돈을 부치는 것도 예의는 아니고.그리고 부산에 있는 아버지 분사가 있으니까 거기도 들려서 내가 주는 서류전달하고 오너라. 준후도 거기가면 꽤 공부가 될 테니까.”

순간 은수의 표정이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바뀌며,대화에 끼어들었다.

“아빠 내가 가면 안되요?”

“니가 어딜가.고등학생이. 너 토요일에도 학교갔다가 학원가야 하지 않아?은하야 일이 많을테니 안될테고.우리집에서 대학생은 은채랑 준후뿐이니까 다녀오면 좋잖아.분사에 잠시 들르면 준후는 현장실습도 꽤 될테고.”

준후는 그저 어안이 벙벙해서 강회장을 바라보다가 황급히 은채쪽으로 고개를 돌렸다.위로 정갈하게 묶어 올린 머리.너무나 새하얀 피부위에 있는 흑진주 같은 까만 눈망울을 빛내며,그녀는 군말없이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그..그치만 그거 전해주러 둘 다 갈 필요가 있어요?금방일텐데.”

은수의 말에 강회장은 고개를 저었다.

“쉽게 말할 일이 아니야.그래뵈도 꽤 시간이 걸릴거다.준후를 혼자 보내자니 준후가 분사 위치랑 은숙이 아줌마 집을 알리도 없고,은채 혼자 보내자니 준후도 아버지 회사 분사에 가서 이것저것 보며 공부할 기회도 없어지니까. 둘이 내일 아침일찍 가서 일요일쯤 올라와.아빠가 차비는 충분히 챙겨줄테니까.”

강회장의 말에 은수는 입술이 삐죽 나오며 불만스런 표정으로 바뀌어 버렸다.준후는 자신을 전혀 믿지 못할거 같다는 은수의 시선을 묵묵히 넘겨 버렸다.그런 은수의 시선을 받기에는 그의 가슴이 약간은 두근거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은채와 단둘이..부산을 1박2일로?’

준후는 왠지 모르게 기뻤다.그렇게 기뻐하는 자신이 정말로 싫을 정도로. 하지만 그는 애써 태연한 표정을 지으려 노력했다.은채를 그냥 누나로만 봐야 한다고 늘상 다짐하면서도, 이런 일로 기뻐하는 자신을 끊임없이 원망하면서.






똑똑.

방안에서 상념에 잠겨있던 준후는 노크소리에 살짝 놀라 시계를 바라보았다.밤 11시가 훌쩍 넘어간 시간.다른 집보다 취침시간이 월등히 빠른 강회장의 집에서,11시에 방문을 두드리는 일은 보통 잘 일어나지 않는 일이었다.

준후는 괜시리 긴장하며 살짝 몸을 일으켰다.문이 빼꼼히 열리고,누군가가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것이 느껴졌다.준후는 그게 누군지 한번에 알아챌수 있었다.짧은 머리칼을 위로 앙증맞게 묶은,볼살이 통통한 작은 소녀.하지만 몸매 만큼은 소녀같지 않은 한 아이.자신의 집에서 유일하게 자신에게 오빠라 부르는 아이.

“무슨일이야?”

준후는 괜시리 소리를 낮춰 물었지만,은수는 이미 준후의 방안으로 발을 들인 후였다.그가 뭐라고 하기도 전에,은수가 달려들듯이 침대위로 돌진해 그대로 준후의 품에 안겼다.

“야야..사람들 깨겠다.”

“치..누가 깬다고 그래?11시면 다들 한밤중일걸.큰 언니도 자던데 뭐.”

은수는 괜시리 은하도 잔다는 말에 힘을주어 강조했다.준후는 자신의 품안으로 파고드는 은수의 어깨를 살짝 붙잡으며 물었다.

“갑자기 왜그래?”

“치.몰라서 물어?오빠랑 주말에 밖에서 놀고 싶었는데 은채언니랑 부산가잖아.”

“그게 왜?”

“몰라!오빠 바보!”

준후는 못말린다는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그가 시키지도 않았는데도 은수는 살짝 몸을 일으키더니,스탠드만 켜놓고는 방의 불을 껐다.그리고는 살금살금 방문에 귀를 대어 아무도 오지 않는것을 확인한 은수는 다시금 침대쪽으로 스윽 들어왔다.

“주말에 오빠랑 하려고 했는데..그렇게 못하잖아.”

준후는 정말 은수의 무서운 변화에 속으로 혀를 내두르고 있었다.은하와 잤다는 사실에 엄청난 충격을 받았던 은수가,첫경험을 하고 나서부터는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변해 있는 듯했다.이제는 오히려 준후보다 먼저 옷을 벗고 달려들 정도였다.그저 철부지 말괄량이로만 알았던 은수의 다른 모습이었지만,준후는 그것이 곧 은하를 이기고 싶어하는 그녀의 심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음..”

달콤한 은수의 입술이 준후의 입술과 맞닿았다.은채와 내일 단둘이 부산에 간다는 생각에 복잡한 심경이었던 준후도 은수같이 귀여운 아이가 그렇게 달려드니 마다할리가 없었다.은수와 한참동안 진한 키스를 나누던 준후는 문득 입을 떼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야.오늘은 위험하잖아.다들 집에 있다고.”

“치.오빠가 언제 그런거 따졌다고 그래?다들 자는데 뭐.”

“야..아무리 그래도..”

“빨리..아까 오빠가 식탁에서 장난쳐서 나 또 하고 싶어졌단 말이야.”

준후는 거침없는 은수의 말에 할말을 잃어버렸다.처음 꿀단지를 열기가 힘들지,그 이후부터는 계속 열어서 달콤한 꿀을 맛보게 되는 것이었다.은수는 이미 꿀단지를 열었고,틈만 나면 그 달콤함에 취하려 했다.또래의 여자 고교생이 어떤지 준후는 잘은 몰랐지만,분명 은수의 안에는 색기 넘치는 다른 자아가 내재되어 있는것이 분명하다고 그는 생각했다.

“빨리..”

은수는 준후의 손길을 재촉했고,준후는 마지못해 자신의 위에 올라탄 은수의 나시티를 위로 끄집어 올렸다.살짝 손을 들어 준후를 도운 은수의 뽀얀 상채가 스탠드 불빛에 흔들거린다.또래의 아이답게 귀여운 란제리를 입고 있었지만,사과같이 적당한 크기로 무르익은 가슴과 늘씬한 허리라인은 이 집의 딸임을 증명이라도 하는것 같았다. 준후가 브라위로 불룩 솟은 가슴을 양손으로 움켜쥐자,은수는 살짝 몸을 비틀며 준후의 손길을 느끼기 시작했다.

쪼옥..쪽..쪽..

한집에 사는,그것도 한창때의 청춘인 두 남녀가 둘다 알몸이 되는것은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게다가 둘다 얼마전에 이성과의 결합에서 느끼는 쾌감을 느낀 남녀가 아니던가. 우람하게 솟아 오른 준후의 자지는 금새 은수의 앙증맞은 입술속으로 빨려 들어갔고,반대로 은수의 촉촉하게 젖은 조개살역시 준후의 두 입안 가득히 물렸다.

“흑..흡..읍..읍..”

은수는 입안가득 준후의 보물을 문 채로 지릿하게 느껴지는 쾌감에 헛 숨을 집어 삼켰다.준후의 혀와 손가락은 젖어있는 은수의 은밀한 부분을 더욱더 자극하고 있었다.그렇게 한참이나,둘은 서로의 가장 예민한 부분을 만지고 빨며 서로를 느껴가고 있었다.

‘응...?’

오랜 시간의 오럴이 끝나고,그녀를 침대위에 엎드리게 한 준후는 살짝 놀라고 말았다.작고 앙증맞은 신비의 샘으로 흥분할대로 흥분한 자신의 자지를 비비며 밀어 넣으려던 그 찰나,자신의 방 문이 빼꼼히 열려 있는것을 눈치챘기 때문이었다.

‘분명 닫았을텐데..’

은수는 침대쪽으로 고개를 박고 흥분에 몸부림치고 있었기에,자신의 바로 앞에 있는 방문이 보이지 않는 모양이었다.하지만 준후는 알수 있었다.문 밖에는..누군가가 서 있었다.

“흐응!”

하지만 몸은 준후의 의식과는 상관없이 앞으로 숙여졌고,잔뜩 발기된 준후의 자지는 은수의 몸안으로 침투했다.고교생 답지 않게 아찔하게 뻗은 은수의 하얀 허리. 준후의 손은 그것을 움켜쥐었지만,그의 의식은 밖에 있는 누군가를 향해 있었다.

‘강은하?’

살짝 보이는 파마머리.조명이 스탠드 뿐이라 준후도 보이지 않았지만,그것은 은하가 틀림없었다.집안에서 저런 헤어스타일은 은하밖에 없을 뿐더러, 무엇보다 바로 앞방이 그녀의 방이 아니던가.은수와 서로의 몸을 혀로 탐닉하느라 정신이 없던 그 사이,은하가 준후의 방문앞에 다다른 모양이었다.

‘아무렴 어때.’

오히려 준후는 마음이 편했다.그것이 은채이거나 미진이라면 매우 귀찮을 지도 몰랐지만,은하라면 상관없을것만 같았다.그녀가 자신의 동생과 섹스를 나눈다고 해서 엄청난 충격을 받을까?준후의 대답은 NO였다.혹여나 그 대답이 YES라 할지라도 준후는 크게 상관없을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찰싹..찰싹..

“흑!흐응!하앙!”

은수는 대놓고 신음을 뿌리기 시작했고,그녀의 작은 보지를 꽉 채우며 준후의 물건을 쉴새없이 앞뒤로 움직이며 요분질을 했다.은수의 아담한 가슴이 연신 앞뒤로 리드미컬하게 흔들렸고,팔로 버티고 있던 그녀의 상체는 침대쪽으로 스르르 무너져 내린다.

준후는 그녀의 하체역시 무너지지 않도록 그녀의 허벅지 사이에 팔을 넣어 잡아 올렸다.그렇게 되니 자세는 더욱더 야해졌다.은수의 얼굴과 가슴은 침대에 맞닿아 있지만,엉덩이는 높이 쳐든 자세가 되었기 때문이었다. 얼마나 흥분을 했는지,칠척 거리는 소리가 날정도로 그녀의 몸에서는 계속해서 애액이 분출되고 있었다.

‘그래.잘 봐 강은하.이게 니가 사랑한다고 고백했던 녀석의 모습이니까.’

“흑!흐응!흐아앙..”

은수의 흐느끼는 듯한 신음소리가 연신 방안을 채웠다.밖에서 몰래 지켜보는 은하의 실루엣은 확실히 보이지 않았지만,그녀라면 분명 적잖이 흥분을 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적어도 준후가 느끼기에는,그녀가 이런 준후의 모습에 가슴을 아파하며 흐느낄 성격의 여자는 아닌것만 같았다.

“오빠..나 미치겠어.흐응..흐응..”

준후는 보란 듯이 그녀의 몸을 돌리게 하여 정상위로 바꾸었고,은수의 다리 사이는 벌어질때로 벌어졌다.준후의 양손으로 적당한 크기의 은수의 가슴이 가득 쥐어졌다.땀으로 범벅이 된 준후의 몸이 스탠드의 불빛을 받아 더욱 번뜩였고,준후는 절정을 향해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흑..흐응..하앙..아아..”

이제 침대보가 흥건히 젖을 정도로 은수의 옹달샘에서는 끊임없이 묽은 샘물이 쏟아졌다.준후의 움직임이 격렬해지는가 싶더니,이내 은수의 촉촉히 젖은 조갯살사이에서 그의 우람한 자지가 뽑혀져 나왔다.그리고 그와 동시에 하얀 궤적을 그리며 준후의 분신들은 은수의 작은 몸위로 가차없이 뿌려졌다.

“하앙..하앙..하아..”

배위는 물론,가슴과 목에까지 준후의 정액을 뒤집어쓴 은수는 숨을 거칠게 내쉬며 여운을 즐겼고,준후는 그제서야 자신들을 바라보던 은하의 모습이 사라졌음을 알 수있었다.

‘그때와는 반대로군.’

정말 그랬다.은하와 섹스를 할때에 은수가 훔쳐보던 때가 있었으니까.동기는 너무나 다르지만 상황 자체는 꽤나 닮은꼴이었다.

‘그래.차라리 이게 나아.’

준후는 속으로 그렇게 생각했다.자신과 몸을 섞었던,그것도 자신에게 고백을 했던 은하 앞에서 그녀의 여동생,그것도 고교생인 은수를 범하는 것을 보여줬다는 것.준후는 더욱더 나쁜놈이 되고 싶었다.아니,그래야만 할것 같았다.

“오빠..너무 좋았어 히히.오늘따라 더 격렬하네?”

아무것도 모르는 은수는 티슈로 자신의 몸을 닦아내고는 준후의 품위로 달려들며 안겼다.준후는 왠지 모르게 후련했다.이렇게 계속 나쁜놈이 되어버리면,자연스레 은채에게 접근할 명목이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렇게 되면 자연스레,자신의 가슴을 옥죄는 은채로부터 벗어날수 있을것만 같았다.

‘맞아.차라리 그게 나을수도 있지.’

준후는 씁쓸하지만 괜시리 홀가분한 기분이 되려 애썼다.자신의 품에 안긴 은수가 자신에게 더욱 밀착하며 부드러운 살결의 감촉을 전달해주고 있었다.

‘나 이렇게 나쁜놈이야.그러니까 나 좋아하지마 강은하,그리고.... 강은채.’

준후는 그렇게 쉴새없이 되뇌이고 있었다.가슴한구석에서 자꾸만 뭔가가 쓰린 그 느낌을 그는 애써 털어버렸다.시간은 자정을 넘어서려 하고 있었고,은수는 준후의 방에 있는 욕실에서 샤워까지 하고나서야 몰래 자신의 방으로 내려갔다.

‘이게 정답이겠지.어차피 안될거면 잊어야 하고.잊으려면 이렇게라도 해야..’

마음속에 드는 수없이 많은 합리화.준후는 답답한 마음에 고개를 저었다.그래봐야 그런 생각도 잠시뿐.얼마전에 만난 은영이 했던말을 떠올렸다.

-나로인해 그 언니에 대한걸 충족할수 있다면요-

그녀의 말이 맞는지도 몰랐다.은수와 은채,그리고 은영까지도 어쩌면 은채와 이뤄질수 없는 마음이 빗겨가 생겨난 연장선에 불과할지도 모르는 것이었다.

‘젠장.’

기분이 씁쓸했다.후련했던 마음은 순식간에 씁쓸해졌다.지금 이 와중에도,내일이면 은채와 단둘이 1박2일로 부산을 향한다는 기대감이 곰실곰실 피어올라오는거 자체가,준후에겐 참을수 없는 괴로움이었다.

“흑...”

답답한 마음에 방문을 살짝 연 준후의 표정은 더욱 굳어졌다.그는 듣고야 말았다.건너편에 위치한 은하의 방문으로 부터,나즈막히 흐느끼는 소리가 들려오고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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