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탈-00
엘로사 핀 니드미어 여공작은 겉으로는 무척이나 강해 보이는 여자였지만 성격은 변태스럽기 그지 없었다. 함께 지내 오면서 샤샤는 니드미어 공작의 사저에 한해 비교적 자유로운 생활을 즐길 수 있었지만 매일 매일이 고통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니드미어 공작이 가장 좋아하는 것은 인형 놀이였다. 그것도 남자를 여장시켜서 데리고 노는 것이 취미인데, 간혹 그녀의 페이스에 맞춰주지 않으면 여지 없이 칼이 날아들어 두개골을 휘저어 대었기 때문에 지금까지 죽어 나간 남자들이 기백이 넘는다고 한다. 그야말로 미친 년이라는 말 한마디로 요약 되는 년이었다.
샤샤는 드레스 아래의 코르셋이 심하게 조이는 것 같아 허리를 살짝 비틀며 숨을 내쉬었다. 물론 들켰다가는 또 다시 레이피어로 두개골 휘젖기 행이었기에 설탕 덩어리 케이크가 너무너무 맛있어서 감탄하는 척 하면서 말이다.
"하아, 주인님!! 너무너무 맛있어요!!"
"지금 뭐라고 했어, 샤샤?"
[아차!!]
미세한 칼날이 왼쪽 눈알을 관통해 들어와 두개골을 휘저어 대는 것은 생각보다 고통스럽지는 않았다. 눈알이 터져 나가는 것은 분명히 미칠듯이 아팠지만, 뇌가 카레 범벅처럼 뭉개지고 나면 고통을 느끼는 신경까지 범벅이 되기 때문이었다. 물론 다른 신경도 모조리 박살이 나는 바람에 자율 신경계가 통제가 안되어 똥오줌을 질질 싸며 자빠져 허우적 거려야 했지만 말이다.
"샤샤, 샤샤. 내가 언니라고 부르라고 했지?"
감각이 모두 엉망이 되었지만 살쾡이같은 년이 빙긋 웃으며 무서운 눈빛으로 노려보고 있다는 사실을 샤샤가 모를 리가 없었다. 언제나 그랬으니까.
"아흐흐흐... 어버버..."
혀가 꼬여 제대로 말이 나오지 않자 엘로사는 침을 질질 흘리며 눈알이 멋대로 돌아간 머리통을 꼬옥 껴안고 다정하게 귓가에 속삭였다. 이렇게.
"귀여운 내 샤샤. 부서지지 않아서 정말 매력적인 아이. 날 감당할 수 있는 남자는 너 뿐이고, 널 감당할 수 있는 여자도 나 뿐이야. 넌 영원히 내 꺼야."
"씨발발발...."
그 순간 샤샤의 입에서 통제 되지 않는 욕이 오토매틱으로 튀어 나왔지만 그녀는 크게 개의치 않았다. 그저 방긋 웃으며 오른 쪽 눈알에 칼을 쑤셔넣고 두 세 번 정도 더 빙글빙글 돌려 주었을 뿐이었다. 샤샤의 뇌가 회복된 것은 엘로사가 테라스에서 나가고 정확히 2분이 지난 후였다.
"에이, 퉤퉤! 또 흘러 나왔네."
뇌가 범벅이 되고 나면 항상 코로 회색 뇌수가 흘러 내렸는데 비린내는 없었지만 못내 찜찜하긴 마찬가지였다. 마침 누군가 쓰러진 사샤을 일으켜 세워 주었다.
"샤샤, 또 당했구나? 주인님 성격은 건드리지 말라니깐."
"..."
헤지나. 그녀 역시 멸망 당한 왕국의 공주였다. 지금은 그저 공작 가문의 노예에 불과했지만, 탐스러운 붉은 머리가 매력적인 그녀는 분명 몸만 귀족인 자신과는 전혀 다른 기품을 가슴 속에 안고 있었다.
밝고 쾌활한 성격으로 사람을 끌어는 매력을 지닌 헤지나는 엘로사가 드물게 신뢰하는 사람이었는데, 그렇기에 항상 놀이의 뒷정리는 그녀가 도맡아 하는 편이었다.
"시끄러. 자꾸 지껄이면 덮쳐 버린다."
"그랬다간 엘로사님에게 죽도록 얻어 맞고 한대 더 얻어 맞을 걸?"
그녀가 코르셋의 줄을 약간 당겨 주자 그제야 샤샤도 자유롭게 호흡할 수 있었다.
엘로사 핀 니드미어 공작가의 식솔들은 전부 여자였다. 그것도 죄다 처녀였고. 품격 높은 그녀는 마치 전설 속의 아르테미스 같은 면이 있어 남녀 간의 붕가를 절대 허용하지 않았다. 덕분에 힘들어도 마음 껏 여자를 안을 수 있었던 과거와 달리 샤샤의 똘똘이는 이제 완전히 말라 비틀어질 지경이었다.
물론 이전에 자콥과 생활할 당시 파견 나갔던 곳의 귀족 년들도 "언젠간 차 보고 싶었어" 따위를 지껄이며 묶어 놓고 걷어차는 바람에 연달아 수십차례 깨져 본 적이 있긴 하지만, 이 악랄한 엘로사 년은 똘똘이도 자르는 데에다 덤으로 걷어 찰 때 발 끝을 세워 회음혈인가 뭔가 하는 부위도 같이 걷어 차기 때문에 고품격의 극한 고통을 맛볼 수 밖에 없었다.
이전에 한번 하녀를 꼬시는 데 성공했을 때 붕가 직전에 잡혀 버린 적이 있어서 그 때 당했던 고통이 지금도 머릿 속에 잘 각인되어 있는 상태였다. 더불어 시뻘건 고깃덩어리로 변해버린 그 하녀의 최후도 똑똑히.
"일어서. 옷 갈아 입고 목욕하자. 빨리 안가면 누나가 맴매한다?"
"...너 왕족 맞냐?"
"아닐 거 같아? 후후후."
헤지나는 비운의 왕녀였음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밝았다. 그녀의 빠른 상황 적응력과 쾌활함이 없었다면 비운의 노예들로 가득 찬 엘로사 저택이 얼마나 음침해 졌을 까.
하지만 밝고 자유로운 그녀의 얼굴을 바주보고 있으면 샤샤는 음심이 동해 욕봉도 그의 마음을 알아 주는 듯 아플 정도로 기립했다.
저 환한 얼굴을 마음 껏 고통과 수치로 물들여 주고 싶었다.
부드럽고 따뜻한 피부를 희뿌옇고 끈끈한 자신의 아들들로 잔뜩 더렵혀 주고 싶었다.
그녀가 아름다운 목소리로 고통에 찬 비명을 지르는 것이 듣고 싶었다.
오랫동안 크툴 식으로 조교를 받아서인지 이제 샤샤는 미칠 듯이 끓어 오르는 파괴 욕구와 정복욕을 억제하기가 힘들었다. 오죽하면 자콥과의 생활을 그리워 하게 될 정도였겠는가.
물론 겉으로는 아름다운 미소년의 얼굴을 가진 17살 남짓의 소년에 불과했기에 헤지나는 샤샤를 동생 정도만 취급하고 있었다.
그로서는 기회가 닿는다면 이번에는 절대 들키지 않게 붕가 붕가를 하리라 맹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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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라를 일으키기 위해서는 우선 자연의 기를 흡수하는 과정이 필요했다. 책에 적힌 대로라면 자연과 접한 곳에 나가서 수련해야 하지만 안 그래도 여자만 있는 저택에서 드레스를 입은 채 정좌하고 기 모으는게 왠지 남사스러워서 방 안에서 하기로 했다. 어차피 자신은 이계인이니 별 상관은 없을 터였다. 이계인이라는게 무슨 빽이라도 되는 지 아직도 그거 하나만 굳게 믿고 있는 샤샤였다.
"움직여라, 움직여! 움직여!"
기를 느끼기 위해 신경을 쓰자마자 배 속에 뭔가 코딱지만한 것이 뭉쳐 있는 것이 느껴졌다. 속으로 환호성을 지른 샤샤는 그 기운을 필사적으로 움직이기 위해 노력했지만 한참 시간이 지난 후에도 여전히 요지부동이었다.
"그래,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지."
언제부터인가 혼자 대화하는 버릇이 생긴 샤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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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쿠, 추워라!! 이제 겨울이 되려나. 검둥이 1호야, 난로 좀 꺼내 와라."
거구의 검둥이 1호는 흐리 멍텅한 얼굴로 난로를 들고 와 자콥의 옆에 내려 놓았다. 마법사의 물건이라고는 생각도 못할 만큼 오래된 난로는 재래식으로 땔감을 넣고 때우는 방식이었다.
검둥이 몇명이 뭉쳐 환기통을 천정에 연결한 것을 확인한 자콥은 책상 위에 있던 책을 여지 없이 쓸어 넣었다. 불 붙은 책은 아주 좋은 땔감이었다. 자콥은 검둥이들과 도란도란 둘러 앉아 난로 불을 쬐며 왕국 텃밭에서 몰래 캐온 고구마 몇 알을 던져 넣었다. 불길이 죽기 시작하자 자콥은 또 책상 위에 있던 책을 하나 집어 들었다.
"엥? 이거 그 놈이 보던 거 잖아."
표지가 조낸 비범한 소드 마스터 뭐시기 하던 바로 그 책이었다. 책을 집어든 자콥은 한 참을 심각한 얼굴로 노려보더니, 곧 주저 없이 난로 구덩이 속으로 잡아 넣었다.
"어허, 잘탄다."
넣자마자 책은 미칠듯이 불이 붙기 시작해 순식간에 새하얀 재만 남기고 홀랑 타 버렸다. 자콥은 익은 고구마를 꺼내어 검둥이들과 나누어 먹으며 먼치킨이라고 지껄이다 뒤통수가 터져 나간 샤샤를 떠올렸다.
"이유를 모르겠단 말이야. 제법 심심했나 보지?"
설마 그딴 책을 진짜로 믿겠냐 싶은 자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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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마법 수련이었다. 명상을 해야 했지만 샤샤는 아까의 지루한 축기 과정이 명상을 대신했을 거라는 근거 없는 믿음을 가지고 대충 뛰어 넘었다. 그리고 마법의 개념에 대해 떠올리자 입가에 미소가 절로 그려졌다.
"이래뵈도 미분적분까지 배운 몸이시다."
하지만 흐뭇하게 미소 짓던 샤샤의 여유도 잠시 후에 온데간데 없이 사라진 후였다.
"아뿔싸!! 군대에서 다 까먹었다!!"
제대 후 1년 동안 복학도 안하고 백수 짓만 거듭한 결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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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난로 옆에서 자콥은 책상 위에 턱을 괴고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검둥이들도 하루일과가 끝나자 피곤했는지 서로 등을 맞대고 곤한 잠에 빠졌다.
사삭
샤사삭
조용한 실내에 펜 소리가 가득했다. 자콥의 오른 손이 펜을 붙잡고 빈 여백으로 가득 찬 종이 위를 질주하자 금새 하얀 종이 위로 빽빽한 글씨와 마법 수식이 수놓여졌다. 그렇게 완성된 책을 옆으로 밀어 놓은 자콥의 오른 손이 아직 기록되지 않은 책 하나를 또 다시 자신의 앞에 당겨 놓았다. 또다시 펜이 화려하게 움직이며 책 표지의 여백 위에 범상치 않은 제목을 써 가기 시작했다.
"마법, 드래곤을 넘어 11서클의 벽을 깨뜨려라"
분명히 자콥은 졸고 있던 중이었다.
샤샤는 달렸다. 똥줄이 빠지게 달렸건만 여전히 괄약근의 근육이 쫄깃해 지는 느낌이 가시질 않았다. 뒤를 돌아보니 성난 황소처럼 칼을 휘두르며 달려오는 엘로사가 보였다. 주위의 나무가 썽둥썽둥 잘려 나가는 것이 틀림 없는 오라 소드였다. 샤샤는 살고 싶다는 일념을 부둥켜 안고 바람이 되었다.
"거기 안 서!! 이 버러지 새끼!!"
"너 같으면 서겠냐 이 미친 년아!!"
과연 전장의 여걸이라 그런지 입담이 호박죽마냥 걸쭉했다. 자존심이 있지 대한 민국 남자로서 욕까지 질 수는 없다는 일념 하에 샤샤는 달리는 와중에도 미친 듯이 씨부렸지만 이제는 힘도 다 떨어졌고 소재도 다 떨어졌다. 숲은 정말 오라지게 컸다.
"커컥!!!"
등줄기과 화끈한 것이 직통으로 베인 것 같았다. 하지만 달리기를 멈추지는 않았다. 엘로사도 검기를 줄기줄기 뽑아 내느라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저 년이 발정난 멧돼지처럼 달려드는 것도 이해는 가지만... 그냥 이해만 하기로 했다. 지금 이것 저것 다 따질 입장이 아니었다.
털썩!!
한참 달리는 와중에 누군가 쓰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마침내 극한의 초인 엘로사도 체력이 다한 모양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전쟁터에서 막 복귀해 쉬지도 못하고 미친 듯이 샤샤를 쫓았으니 당연한 노릇이었다. 제법 멀리 떨어진 와중에서도 거친 숨소리가 들려 왔다.
"하아, 하아...!!"
여전히 샤샤는 달렸다. 그런데 달리는 방향이 반대였다.
"야 이 씨발 년아!! 뒈지는 줄 알았잖아!!!"
퍽퍽!!!
돌아온 샤샤는 쓰러진 엘로사의 머리통을 걷어 찬 뒤 잘근잘근 밟아 대기 시작했다. 혹시라도 밟던 도중에 벌떡 일어날세라 안 밟고 지나간 곳이 있나 꼼꼼하게 체크해 가며 밟아대니 장인의 숨결이 깃든 발길질에 지친 엘로사는 맥없이 나가 떨어질 수 밖에 없었다.
"아윽!! 윽..!!"
흑단 같던 머릿결과 탄력 넘치는 갈색 피부는 땀과 먼지에 절어 누구도 크툴 제국의 지고한 존재라고는 상상도 못할 꼬라지가 되었다. 샤샤는 피떡이 된 자신의 작품을 내려다 보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헉, 헉... 진짜 죽는 줄 알았네..."
엘로사는 얼굴이 퉁퉁 부은 채 바닥에 쓰러진 채로 샤샤를 째려 보았지만 이미 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도 없었다. 그래도 불안한 샤샤는 급기야 엘로사의 은빛 갑옷을 벗기기 시작했다. 갑옷은 대충 벗기고 옷은 귀찮은 지 그냥 찢어 버렸다.
범하기로 마음 먹은 순간부터 몸 속에서 미증유의 괴력이 솟아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불끈불끈한 육봉은 24시간 언제나 대기 중. 준비 오케이였다.
"이, 이 짐승같은 놈!! 놔라!! 나에게 무슨 짓을 할 셈이냐!!"
"뭐긴 뭐야!! 그 동안 실컷 날 가지고 놀았으니 너도 당해 봐야지!! 남자가 그렇게 우습게 보이냐!!"
엘로사는 난데 없이 돌변한 샤샤를 보며 공포에 떨었다. 평소에 벌레만도 못하다고 생각하던 존재에게 졸지에 추악한 꼴을 당하게 생겼으니 어찌 억울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그동안 싸질러 놓은 것이 있으니 순간 말문이 탁 막혔다.
"아악!!! 떨어져!!! 아파!!"
평소의 냉혹한 그녀 답지 않은 날카로운 비명 소리가 한 밤 중의 숲에 울려 퍼졌다. 샤샤가 이빨을 세워 그녀의 유방을 난폭하게 꽉 깨문 것이었다. 어느새 건틀렛과 장갑이 붙은 나이트 부츠만 빼고 전신의 옷이 벗겨진 무방비 상태였고, 엘로사 공작의 사저로부터 시작된 기나긴 일 대 일 추격전 끝에 쫓아올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 짐승..!! 저택의 노예들을 모조리 윤간한 것도 모자라 나까지...!!"
"땀에 젖어서 그런지 짭짤한 맛인데, 헤헤..."
나신이 된 채 땅바닥을 뒹구는 신세였지만 엘로사는 여전히 아름다웠다. 땀에 젖어 김이 모락모락 나는 육체는 남자를 자극하는 야릇한 냄새를 풍기고 있었고, 탄력 넘치는 몸에 달라붙은 검은 머릿결이 섹시하게 느껴져 더렵혀진 밤의 여신을 보는 것만 같았다.
더구나 겨울이 다가오는 밤 중에 맨 몸이 노출되어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다 보니 그녀는 필사적으로 샤샤의 몸을 밀어내려 하면서도 한 편으로는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애초에 그런 되먹지 않은 반항 따위를 받아 줄 만큼 마음이 넉넉한 샤샤도 아니었다.
"춥지? 이리 앵겨봐, 미쓰 엘."
"이, 이...!!"
엘로사는 진심으로 분노한 것 같았다. 하지만 무력했다.
...................
"하아, 하윽...!!"
"으읍...!! 읍..!!"
퍽, 퍽, 퍽, 퍽, 퍽!!!
찰싹거림이 철썩거림으로 변하는 시간은 아주 잠시 후였다. 샤샤는 열심히 엉덩이를 밀어 붙이는 한편 갖가지 수치스러운 자세를 취해가며 반항할 힘을 잃어버린 엘로사의 명기를 음미했다. 그런데 나름대로 복수의 향연을 즐기며 리드미컬하게 허리를 놀려야 할 샤샤 본인은 정작 딴 생각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사실은 헤지나를 제일 먹고 싶었는데..."
타이밍이 안 좋았다. 엘로사가 황제를 따라 전쟁터로 나간 이후 주어진 두달 동안의 시간은 넉넉해 보일 수도 있었겠지만 사실은 이방인인 샤샤에게는 두 달도 촉박했다. 돈을 챙기고, 지도를 손에 넣고, 그리고 저택의 계집들을 윤간해 가며 자신의 수족으로 만들기까지는. 헤지나가 엘로사의 시중으로 따라가지 않았더라면...
하지만 지금 이렇게 탈출 할 수 있었던 것도 그동안의 고분고분한 태도에 엘로사가 너무 방심한 탓이 컸다. 그 이상을 바라는 것은 도둑놈 심보였다.
"야 이 년아 허리 아프다!! 이젠 니가 움직여!!"
철썩!!
"꺄악!!"
말만한 궁뎅이를 한번 후려 갈기자 엘로사가 비명을 지르더니 멍한 눈으로 어색하게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후배위로 남자의 물건을 만족시키려니 여간 힘든 것이 아니었다. 결국 샤샤의 육봉이 빠져 버렸다. 엘로사의 등이 흠칫, 했다.
"요, 용서 해...주세요... 주인님..."
입장이 완전히 역전되어 있었다. 공포에 질린 엘로사는 더 이상 크툴 제국이 자랑하는 일기토 머신 엘로사가 아니었다. 미녀 군인으로부터 덕후스러운 칭호로 불리는 것을 즐기던 샤샤는 크게 인심이라도 쓰듯 엘로사의 가느다란 허리를 껴안고 그대로 뒤로 드러 누웠다. 여성 상위 체위였다.
"자, 또 빼먹으면 아주 그냥 잘근잘근 씹어 버린다."
"네, 네... 주인님..."
수치심과 모멸감으로 찌들어버린 엘로사는 더 이상 자기 스스로 생각하지 못하고 바들바들 떨며 오로지 샤샤가 시키는 행동만 충실하게 수행했다. 너무나도 큰 충격에 반쯤 혼이 나가 버린 것 같았다.
곧 그녀의 몸이 위 아래로 움직이며 탄력 만점의 가슴이 출렁거리기 시작했다. 따뜻하고 살집 좋은 질벽이 육봉을 꽉 조이며 슬슬 고조되어 오자 샤샤는 잡생각을 집어 치우고 엘로사의 몸에 집중했다.
............................
"휴우... 날이 밝았네."
생각지도 못한 명기에 밤 새 이어진 정사는 엘로사의 체력을 한계까지 밀어 붙였다. 그에 반해 끊임없이 원상태로 돌아가려는 샤샤의 몸은 심장과 근육의 과부하 조차 회복시켜 경이적인 지구력을 그에게 부여했다. 생각지도 못한 능력 발견이었다.
"역시 나는 특별하다니 켁!!"
순간 뒤통수가 따끔하는 가 싶더니 눈 앞이 번쩍 했다. 샤샤가 눈을 떴을 때는 엘리사의 모습이 어디론가 사라진 후였다. 순간 눈 앞이 캄캄해 졌다.
"몸이 회복되면 또 쫓아 오는 거 아냐? 역시 죽여야 했어!!"
새벽녘의 어슴프레한 어둠 속에서 샤샤는 필사적으로 주위를 둘러 보았다. 그리고 오래지 않아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엘리사를 발견할 수 있었다. 도망치기에는 샤샤의 재생 속도가 너무 빨랐고, 또 엘로사 자신이 당한 일이 너무 컸다. 처녀가 밤새 붕가를 하고 나면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법이었다.
"거기 서라 이 년아!!"
후들거리는 다리로 힘겹게 걸음을 옮기던 엘로사가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니 샤샤가 반 쯤 날아오고 있었다. 엘로사는 새벽녁의 추위 탓에 끌어 안고 있던 자신의 찢어진 옷가지를 과감하게 내팽개치고 검을 꺼내어 들었다. 그녀의 표독스러운 표정이 무섭기 짝이 없었지만 마음을 단단히 먹는 수 밖에 없었다.
"영원히 죽여주마, 이 짐승 새끼!!"
"내가 할 소리다!! 아주 그냥 걸레로 만들어 주마!!"
샤샤는 근처의 나무 몽둥이 하나를 적당히 꺾어 들고 달려 들었다. 무기라고 부르기에 다소 안쓰러웠지만 여자 하나 패 죽이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그런데 후들거리던 엘로사의 손에서 새하얀 검이 빗살같이 날아들었다.
"아아악!!"
눈 깜짝할 사이에 샤샤의 팔이 허공에 높이 떴다. 극한의 탈진 상태에 추위로 몸이 얼어버려 저항 능력을 상실했을 것이라고 너무 방심한 탓이었다. 곧 죽어도 일단은 제국에서 손꼽히는 여걸인 것이다.
"이 씨발... 이럴 줄 알았으면 칼이라도 한 자루 챙겨 올 걸..."
무겁다고 안 챙겨 온 게 화근이었다. 뜨끔뜨끔 거리는 팔이 미칠 듯이 아파 왔지만 엘로사도 천천히 샤샤를 향해 걸어 왔다. 어차피 불사신이긴 하지만 무서운 것은 무서운 것이었다. 떨어진 팔을 쳐다 보던 샤샤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샤샤는 자신의 팔을 집어 들고 다시 마주 달려 나갔다.
"오늘 아주 죽어 보자!!!"
발가벗은 엘로사와 싸운 지 장장 한시간, 흙을 뿌리고 침을 뱉어가며 추잡하다면 추잡한 온갖 방법을 동원해 간신히 실신 직전의 엘로사를 이긴 샤샤는 눈꼽만큼도 부끄럽다는 생각을 가지지 않았다. 자신은 무력하고, 무력한 놈에게는 무력한 놈만의 방식이 있는 법이니까. 여기저기 찔린 상처에서 피가 송송 배어 나오는데 정말 오라지게 아팠다. 체력이 딸려 베기가 아닌 찌르기를 주로 사용한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즈-윽!!
샤샤는 엘로사의 눈두덩이에 냅다 꽂아버린 팔을 절단면에 철떡 붙였다.몇번인가 베인 탓에 끝이 뾰족하게 다듬어진 팔뚝뼈는 엘로사의 눈알을 터뜨리고 뇌를 헤집어 놓았을 것이다. 늘 써먹던 방법으로 복수를 해 주니 기분이 그렇게 상쾌할 수가 없었다.
"이제 어디로 갈까나..."
팔이 다 붙고 움직이는 걸 확인한 뒤 샤샤는 몰래 훔쳐둔 군사용 지도를 펼쳤다. 참 몇 번을 봐도 암담하기 그지 없었다. 황성을 둘러싸고 있는 숲은 그 반경이 어림잡아 50Km는 넘어 보였다. 귀족들의 사냥터로 종종 쓰이기에 난폭한 맹수는 없겠지만 길이라도 잃는다면 그것으로 끝이었다. 이제부터는 또 다른 의미에서 목숨을 건 여행이 시작되는 것이다.
아니 원래는 이렇게 되었어야 했다.
"일단 어디 한군데 짱박히자. 먼치킨이 되는게 먼저다. 두번 다시 그런 치욕을 당하지는 않겠어!!"
출처도 모르는 책의 내용만 굳게 믿으며 샤샤는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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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 크툴은 바다 건너에서 유로파 대륙으로 건너온 무적의 이민족들이 세운 나라로, 그들은 검은 머리에 갈색 피부와 탄력이 넘치는 몸을 가지고 무를 숭배하는 습성이 있었다.
대륙의 30%를 지배하는 크툴은 언제부터인가 제국을 자청하며 빠른 속도로 북진하며 주변의 아르만계 왕국들을 멸망시켜 나갔는데, 이에 위기감을 느낀 대륙의 국가들은 북방 최대의 왕국인 - 그랏사 왕국을 제국으로 추대하며 연합군을 이루어 크툴의 맹공에 대비하기 시작했다.
때는 대륙력 3456년. 태환이 이 세계에 떨어진 지 정확히 2년 6개월이 흐른 시점이었다,
프롤로그 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