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정들의 오너 시즌 2 -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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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아침인가....."
준은 슬며시 눈을 떴다.노곤한 피로가 몰려왔다.옆에 누워있는 세라의 하얀 어깨가 보였다.남자의 아침로망을 자
극하는 광경이었지만,그는 최대한 그녀가 깨지 않게 조심했다.기사 특유의 신경때문에,조금만 미동을 해도 세라
가 눈을 떠버릴수 있기 때문이다.
"느껴지기 시작한다."
이제 확연히 알것만 같았다.예전에는 희미한 마나의 기운만을 감지해서 구별했지만,이제는 마치 각각의 개성있는
마나가 색종이를 보는 것처럼 구분이 되었다.
가령,세라의 마나는 기사의 순결함처럼,하늘색으로 보였고,리미의 마나는 녹색으로 느껴졌다.유나는 다루는 마법
이 빙계속성에 한해있어서 인지 백색으로 느껴지는 정도였다.
그런데 지금 느끼는 것은 상당히 꺼림직한 색깔이었다.검정색 같기는 한데,까맣다 라고 표현하기보다는 어둡다라
는 표현이 맞는거 같았다.유조선이 침몰해서 바다위에 떠있는 기름처럼,약간은 거부감마져 드는 기분이었다.
"아이들과 있느라 크게 신경을 안썼지만...어느틈에 이렇게 가까워진거지?"
마나를 인지하게 되면,모든것이 변한다.상대적으로 거대한 마나에 접하면,마나를 다루는 인물이라면 열에 아홉은
두려움을 느끼게 된다.준도 마찬가지였다.마나가 잡힐듯이 가깝게 느껴지자,생각했던 것보다 큰 일이라는 생각이
앞섰다.
"주인님..?"
어느새 눈을 떴는지 세라가 가슴부분을 하얀 이불로 가리고 준을 바라보았다.
"언제 일어났니?"
"주인님이 눈 뜨셨을때부터요."
준은 역시...라고 생각하며 피식 웃었다.침대에서는 여자이지만,그녀는 역시나 기사였다.잘때역시 완전히 경계를
늦추지 않는 그녀가 깨지않게 나오는 것은,그것도 한이불을 덮고 있다가 나올수 있을리 없었다.
"느끼셨나 보네요."
"어.이번엔 꽤나 가깝네."
어제만 해도,준은 여유가 있었다.앞에 있는 미녀들에게 정신이 팔렸다고 해도 할말 없지만,늘상 각오해왔던 그
들의 출현이기에 오히려 반갑기 까지 했다.그런데 막상 기분나쁜 마나가 감지되자 찜찜한 느낌은 지울수가 없
었다.
"주인님!!빨리 티비 틀어봐요!어서요!"
작은 쪽방에서 거실로 뛰어 들어온 유나의 목소리에 세라도,준도 놀라서 그녀를 바라보았다.준이 알몸으로 있었
지만,유나는 조금도 신경쓰지 않고 티비부터 틀었다.오랜 합숙생활에서 자연스럽게 묻어난 결과였다.
"무슨일이야?"
"인터넷으로 봤는데....이거 봐요!"
준은 고개를 돌려 티비쪽을 바라보았다.긴급속보라고 씌여진 문구와 함께,상기된 표정으로 보도하는 앵커의 모
습이 보였다.
-경찰은 테러집단의 소행으로 보고 있으며,이에대한 철저한 검증중이라는 말만 남기고 대답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지금 피해가 있는곳은 지금 집계가 된 곳만해도 모두 10군데이며,중국과 영국에서도 동일한 테러집
단의 소행으로 보이는 흔적이 속속들이 발견되고 있습니다....-
"테러..?"
이윽고 화면이 바뀌며,마치 폭격을 맞은 듯이 쑥대밭이 되어있는 시가지의 모습이 드러났다.뉴스속에서 비춰지
는 화면은 그야말로 아비규환이었다.영화의 한장면이 아니었다.자신이 살고있는 동시대에 실제로 일어나는 서울
시가지의 모습이었다.
"저거...."
"틀림없습니다.흑마법입니다."
세라는 신속하게 일어나 옷을 챙겨입었다.트레이닝 복과 비슷한 복장이지만,사실 리미가 연성해준 특별한 의상을
모두 착용하고 있었다.활동범위가 넓은 세라에게는 마나의 파동에도 헤지거나 찢어지지 않는 옷이었고,유나의
경우에는 마법의 영향으로 얼어붙을일이 없는 옷이 제공되었다.
"저거...때문이었구나."
준은 서둘러 담배를 비벼껐다.분명했다.모든 사람들이 테러라고 믿는 저것은 마법에 직격된 모습이었다.준역시
흑마법을 직접 본적은 없지만,어렴풋이 느낄수 있었다.티비화면으로도, 불안하게 요동치는 어두운 마나가 느껴
졌기 때문이었다.
"아니왜...도대체..."
준은 힘없이 중얼거렸다.맥이 빠져버린다.저런식으로 선전포고를 할줄은 몰랐기 때문이었다.그는 순진하게도 그
들이 알아서 오너와 페어리를 찾으러 올줄만 알고 있었다.
"저게...그들의 방식입니다."
"무슨소리야 그게?"
세라는 분한듯 주먹을 움켜쥐었다.자신의 고향을 유린했던 그들을 다시 보니 피가 끓어오르는게 틀림없었다.세
라는 격양된 어조를 억지로 짓누르며 준에게 말했다.
"자신들이외는 벌레 취급하는 마족이 바로 크룬입니다.일일이 찾아다닐 필요가 없이,저런 방식으로 이끌어 내는
겁니다.그들에게는 자신이외의 생명은 안중에 없으니까요.."
준이 분한 마음에 고개를 돌렸을때,비장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네명의 페어리들이 보였다.모두 지금이라도
뛰쳐 나갈준비가 되어있는 것만 같았다.세라,노아,유나는 물론,언제나처럼 큰 가방을 하나 메고 있는 리미역시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마나가 느껴지는 곳으로 가자.이동은 리미의 스크롤로."
-
"흐응..."
화려한 방안에,두개의 그림자가 격하게 흔들린다.갈색 머리칼을 가진 미녀가 알몸으로 허리를 능숙하게 흔들며
신음성을 뿌렸다.완벽한 미모,그리고 몸의 곡선이었다.하얀 알몸은 마치 한입깨물고 싶은 충동마져 들게 했다.
그런 고운그녀가 허리를 흔드는 곳은 다름아닌 중년남성의 배 위였다. 그는 강하게 자신의 위에 올라탄 미녀의
가슴을 강하게 움켜쥐었다.
"하응...주인님...으응.."
고운 다리사이에 펼쳐진 은밀한 곳으로,사내의 흉측스런 물건이 축축히 젖은채로 왕복을 반복했다.그녀는 능숙
했고,유연했다.마치 한마리 뱀처럼 남성의 하체를 즐겁게 해주고 있었다.
"좋아...더 흔들어봐 쥬앙."
쥬앙이라 불린 여성은 주인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서 이번에는 앞뒤로 움직이던 허리를 상하로 움직이기 시작했
다.그 바람에 더욱 자극을 받은 그녀의 주인은 환희에 찬 신음을 뿌려대기 시작했다.
"엎드려봐 어서."
그의 목소리는 탐욕이 잔뜩 깃들어 있었지만,쥬앙은 조금의 거부반응도 없이 엎드렸다.하얀 엉덩이 사이로,잔뜩
젖어있는 그녀의 조개살을 바라본 그는 가냘프게 뻗은 그녀의 허리를 움켜쥐고 거칠게 진입했다.
"흐윽..."
그녀의 뽀얀 가슴이 흔들거렸다.쥬앙은 정신이 혼미해지는게 느껴졌다.자신의 주인은 마법사.사정시간정도는 가
볍게 조절할수 있는 존재였다.그렇기 때문에 이렇게 한번 성관계를 갖게 되면 그녀는 지쳐 쓰러질때까지 침대에
서 몇번이고 절정에 겨운 신음을 뿌려야만 했다.
철썩..철썩...
그의 불기둥이 쉴새없이 촉촉한 꽃잎사이를 드나들며 그녀를 괴롭혔다.팔로 버티고 있던 쥬앙은 힘들어서가 아
닌,쾌감때문에 스르르 무너지듯 얼굴을 침대에 묻어 버렸다.
"흐응..흐응..."
그녀는 땀에 젖은 얼굴로,쾌감과 피로가 동시에 묻어나는 신음성을 뿌렸다.그의 허리가 부딪히는 속도가 격해지
고,쥬앙은 정신을 잃을것만 같은 착각이 밀려왔다.
"쥬앙...어서.."
그의 재촉에 쥬앙은 "살았다.."라고 속으로 탄성을 지르며 몸을 앞으로 빼었고,몸을 돌려 탄탄하게 허공을 향해
뻗어있는 그의 불기둥을 입술에 문질렀다.
"으으으...."
그의 정액이 쥬앙의 고운얼굴 곳곳으로 뿌려졌다.그가 거느린 많은 페어리들은 각각 그의 취향에 따라 절정을
즐기는 방식이 달랐다.쥬앙의 경우,그녀의 얼굴에 사정하는것을 그는 좋아하는듯했다.
"역시나 좋은 얼굴을 하고 있어..너는.."
쥬앙은 손을 뻗어 티슈로 자신의 얼굴을 닦아내었다.그의 주인...아니,윌리엄스는 그런 그녀를 보며 만족한듯
웃었다.
"이리와봐."
쥬앙이 그의 옆에 눕자마자,윌리엄스는 그녀의 적당히 부푼 탐스런 가슴을 움켜쥐며 후희를 즐겼다.쥬앙은 아름
다운 갈색 머리를 넘기며 윌리엄스에게 속삭였다.
"주인님...움직여야 할때가 아닐지요.그들이.."
"나도 알고 있다 쥬앙.그래서 널 부른거니까."
쥬앙은 살짝 눈을 흘겼다.중요한 사항이래서 왔는데,자신의 주인은 또 몸을 요구한 것이니까.하지만 윌리엄스
는 피식 웃었다.
"크게 걱정할일은 아니다.너희 페어리들에겐 미안하지만,나에겐 그리 큰 문제가 아니야."
쥬앙은 살짝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아내며 이불로 가슴을 가렸다.윌리엄스는 그런 쥬앙을 힐끗 바라보더니 말을
이었다.
"하지만...처리는 해야할 일이겠지.오너들이 움직이고 있다.예상외로 넘어온 숫자가 그닥 많은거 같지는 않군"
"아무리 그들이라지만, 저희처럼 카드라는 존재를 빌린것도 아니고,그냥 그 힘을 갖고 차원을 넘기에는 많은
무리가 있었기 때문일 겁니다.소수정예로 왔겠지요."
"이 세계의 오너들을 다분히 무시하는 처사같군."
"마족들은 거만합니다.그리고 자신들의 마력에 대해 무한한 자신감을 갖고 있지요.프로센의 성벽이 무너지는 데
얼마 걸리지 않았을 정도니까요."
"그럼,지금 그곳은 어떻게 되어있지?"
쥬앙은 그의 질문에 살짝 고개를 저었다.
"그것은 저희도 모릅니다.다시 돌아가려면,주인과의 연대를 끊고 차원을 이탈해야 하니까요."
"그렇군."
"그건 그렇고 어서...명령을..."
"타유와 함께 그들의 마나가 느껴지는 곳으로 가거라.나머지 아이들은 나를 포함해서 다른곳으로 움직인다."
"다른 곳이라면..?"
"전세계에 오너가 다 있는것은 아니다.나는 스크롤로 움직이면 될 테니까."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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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빌어먹을 일이.."
준은 오자마자 욕지꺼리가 튀어나오는게 느껴졌다.도시에 흑마법이 직격했으니,인명피해는 자명한 일이었다.
곳곳에 바리케이트가 설치된 채로 구조가 진행중인것이 보였다.하지만 그들을 구경할 여유따윈 없었다.이 아비
규환을 만든 장본인들을 잡아야 하기 때문이었다.
"저쪽입니다."
세라가 손짓을 하자,다섯은 약속이나 한듯 달려나가기 시작했다.준도 그쪽에서 굼실굼실 세어나오는 마력에 가
까운 마나의 기운을 느낄수가 있었다.조금 달려나가기 시작하자,도주하는 그들의 모습이 보였다.
"어..엄청빠르잖아 저 자식들."
"비행마법이니까요."
"아...그냐.."
유나의 말에 준은 눈에 마나를 집중하여 도망치는 인영들의 뒷모습을 응시하기 시작했다.뒷모습이라 잘은 보이지
않지만,대략 두명쯤 되어 보였다.그들은 뒤쪽에 있는 야산쪽으로 신속하게 도주하고 있었다.
"잠깐...근데 어째서 도망을 가는거지?"
따지고 보면 싸우기 위해 이런 도발을 한 자들이 아닌가.준은 뭔가 이상한 느낌에도,속도를 줄일수 없었다.그냥
겉보기에는 티가 나지 않는,일반인들과 똑같은 옷을 입은 녀석들은 거의 날아가듯 산위로 올라가 버렸다.
"주인님. 함정일수도 있습니다."
리미의 경고가 조용히 들려왔다.대열상 리미는 다른 사람들보다 약간 뒤쳐져 있었다.그녀는 전투형이 아닌,작전
과 군수쪽을 담당하는 병사나 다름없기 때문이었다.만일의 경우에 대비하여 노아가 그녀의 옆으로 붙어 추적하
고 있었다.
"주인님!"
세라의 음성이 다급하게 외쳐졌다.비행마법으로 능선을 타고 가던 녀석들 중 하나가 뒤를 돌아보더니만,흑색 구
체 덩어리를 날려대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준의 손안에서 은빛의 빛무리가 생겨났다.리미가 만들어준,전과는 비
교도 안되게 무서운 병기로 바뀐 뮤즈가 마나와 반응하며 길어진 것이었다.
콰콰콰....
분명히 일반인들중 누군가가 있었다면,거품을 물고 기절할 광경이었다.사람이 산등성이를 날아가는것 하며,달리
기로 그들을 비슷하게나마 쫒아가는 무리,게다가 흑색구체를 날리는 광경이라니..
콰쾅!!!
준 일행을 덮치던 구체가 기묘하게 방향이 꺾이며 그들이 아닌 애꿎은 나무나 바위들을 박살내었다.준이 뮤즈를
불어 공기의 파동을 일으켜서 궤도를 모두 돌려논 까닭이었다.
"프로즌 오드!"
유나의 시동어와 함께,앞에서 도주하던 그들의 땅밑으로 얼음기둥이 치솟아 오르기 시작했다.그러나 그들은 모두
여유롭게 비행방향을 바꾸며 모두 피해버렸다.
"칫!"
움직임을 봉쇄하려던 마법이 소용이 없자 유나는 이를 살짝 깨물며 분해했다.유나의 손짓에 의해 얼음기둥이 다
시금 사라지는것을 보며,준은 인상을 찌푸렸다.
"왜 도망가는거야...도대체..."
"제법이잖아?쓰레기들 치곤...그냥 지금 죽여도 될거 같은데 말이야."
"마스터의 말을 잊은거냐 제롬?지금은 유인해야 할때다.죽이는건 그 다음이야."
다스의 말에 제롬은 빈정상한듯 투덜거렸다.
"이 인간의 몸...정말 형편없어.급한김에 아무 그릇이나 찾았는데...영 체질에 안맞는군."
"지금은 별수 없는 거다.일단 저들을 마스터가 기다리고 있는 정상까지 유인해야 하니까."
제롬은 다시한번 날아오는 빙계마법의 공격을 흑빛구체로 무력화 시키며 다스를 뛰따랐다.
"맘에 안들어...이딴 세계쯤은 벌써 쑥대밭이 되야 정상이거늘.."
제롬은 크룬이라고 하는 자신의 종족에 대한 엄청난 자부심이 있는 마족이었다.상부의 명령이니 일단 그럴싸한
동네를 하나 까부쉬기는 했는데,문제는 마나를 지닌자가 오면 무조건 도주해서 유인하라는 조건이 붙었다는 점
이었다.호전적 성격의 제롬에게는 아무리 명령이지만 그닥 맘에 안들수 밖에 없었다.
"아까 들은말은 잊지 않았겠지?"
다스는 굵은 목소리로 제롬에게 말했다.다스가 빼앗은 인간의 몸은 평범한 청년의 몸이었지만,목소리는 크게 변
하지 않는지 여전히 음침했다.마찬가지로 조그마한 20대 남성의 몸을 빼앗은 제롬역시 얼굴에 맞지않게 굵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그래.정상에 올라가게 되면,내가 저기 있는 얼빠진 녀석을 맡으라는거 아니냐?"
"그래.나는 그옆에 검은 머리를 가진 여자고."
제롬은 슬쩍 뒤를 돌아 자신에게 정해진 배당을 바라보았다.무언지 알수없는 은빛 막대기를 들고 죽어라 쫒아오
는 모습이었다.그리고 다시금 다스의 목표를 확인한 제롬은 피식 웃었다.
"아무래도 내가 맡은 놈보다는 니쪽이 더 강해보이는군.기사의 냄새가 난다.저여자 말이야."
"그딴건 아무래도 좋아.5일안에 이 세계를 점령못하면 불호령이 떨어질테니까."
"여전히 즐기는걸 모르는 녀석이구만..."
"마스터가 보인다.속도를 줄여."
제롬의 눈에도 정상에서 긴 머리칼을 휘날리는 한 여인이 보였다.인간여성의 몸을 빼앗았지만,제롬은 그녀에게
뿜어져 나오는 마기로 그녀가 다름아닌 마스터라는 사실을 알수 있었다.
"잘 유인했군.수고했다."
제롬과 다스가 고개를 숙이자,고운 용모에 걸맞지 않은 굵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그의 옆으로는 역시 인간의 몸
을뺏은 두명의 크룬이 호위하듯 서있었다.
"프로즌 에로우!"
그들이 멈추자 마자,뒤쪽에서 빙계마법의 시동어가 울리며 수십가닥의 얼음화살이 폭격하듯 불어오기 시작했지만
마스터는 여유로운 표정으로 한손을 들며 외쳤다.
"카르타!"
거짓말 처럼,얼음의 화살들은 공중에서 분해되어 버렸다.그틈에 그들의 앞으로 준 일행이 신속하게 달려와 대치
했다.
"역시나...쪽수를 맞추려는거였......."
가까스로 따라잡은 준이 마스터를 노려보며 이야기하려던 그순간,그의 말이 거짓말 처럼 멈추며 표정이 경직되
기 시작했다.영문도 모르고 준을 살피다가 앞을 바라본 세라역시 굳었다.유나와 노아,리미 만이 알수 없다는 표
정으로 서로를 바라볼 뿐이었다.
"민...민아...."
준은 마스터를 보며 황망하게 중얼거렸다.검정색 망토를 뒤집어 쓰긴 했지만,분명히 민아였다.긴 생머리에 빛나
는 입술까지도.
"크크큭..네놈도 이 세계에서 얼빠진 주인행세를 하는 그 놈들중 하나로군."
아니였다.목소리가 민아의 것이 아니다.준은 급격하게 당황하기 시작했다.세라는 급히 허공을 향해 손을 올렸고
흑빛구체가 그녀의 손에 길게 생겨났다.그리고 그것은 곧 검정색 검신을 가진 소드의 형태로 바뀌었다.
"현혹되지 마세요.저들은 크룬입니다.........민아씨가 아니에요."
준은 다리가 풀려버릴것만 같은 황당한 기분이 들었다.그는 가까스로 정신을 추스리며 이를 악물었다.
"네놈!민아에게 무슨짓을 한거야!"
민아...아니,마스터는 입가를 씰룩 거리며 웃었다.제롬을 비롯한 나머지 마족들은 그의 뒤로 도열해서 페어리들
과 준을 차례로 바라보았다.
"기막힌 우연이로군...내가 찾은 그릇을....알고있는 지인이었다는 건가..."
"개소리 지껄이지 말고 대답해!"
준은 이성을 잃은듯 고함을 질렀지만,마스터는 피식 웃을 뿐이었다.
"별거 아니다.그냥 인간의 몸을 빌렸을 뿐이야.뭐...다른 그릇을 찾으면 이년은 죽겠지만."
"뭐...?"
준은 자신도 모르게 뮤즈의 몸통을 강하게 움켜쥐었다.분노가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스멀스멀 치솟아 오른다.
앞에있는게 민아가 아니라니....그리고....그녀가 죽는다니...
"뭐...좋아.나는 자리를 이동할테니 저것들을 처리해라.중요한점은 잘 알고 있겠지?완전히 숨통을 끊지 말고,마
나를 제거한후 저년들의 몸으로 그릇을 바꾸는 작업을 하도록."
"알겠습니다."
마스터는 준의 분노어린 눈빛에도 희미하게 웃었다.그들이 "그릇"으로써 다른몸을 뺏기 위해서는 한가지 조건이
붙었다.그것은 바로 대상자가 마나를 다룰줄 모르는 인간이어야 한다는 점이었다.허나 우수한 신체능력의 페어리
들은 마나를 수족처럼 다루기 때문에,그들의 몸에서 흑마법을 이용해 마나를 뽑아내는 작업이 필요했던 것이다.
"진정하세요 주인님.앞에 있는 사람은 민아씨가 아닙니다.크룬이 그녀의 몸에 기생한겁니다."
세라의 침착한 말에,준은 입술을 강하게 깨물었다.사랑이라곤 더이상 말할수 없지만,자신에게 있어서는 첫사랑이
었다.게다가 소중한 첫경험의 여자이기도 했다.그런 그녀가,예전처럼 착한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지 않는다.
크룬이라는 마족에 의해 의식을 지배당한,아니,그저 크룬무리들의 대장,그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아까 정해줬던 순번으로,신속하게 진행하도록."
"명을 받들겠습니다."
마지막 명령을 한 마스터의 몸이 천천히 사라졌다.급히 세라가 검기를 날렸지만,다스의 손에 의해 검기는 튕겨져
나가 버렸다.
"너의 상대는 나다.나이트여."
세라는 검의 손잡이를 강하게 움켜쥐고 다스를 노려보았다.어느덧 마스터의 몸은 완전히 사라져 버렸고,대신 그
뒤에 도열해 있던 네명의 수하만이 그들앞에 서있었다.
"일단...한명씩 맡기편하게 하는 편이 낫겠지."
살짝 중얼거린 제롬은 검은 구체덩어리 하나를 준 일행에게 쏘아보냈다.
콰콰콰쾅!
정말이지 무식하게도 강한 공격이었다.그들이 서있던 자리에는 엄청난 크기의 구덩이가 생겨나 버린것이다.그러
나 그 공격에 의해 뭉쳐있던 준 일행은 뿔뿔히 흩어져 버렸고,리미를 제외하고 한명씩의 크룬들이 자신의 목표를
향해 달려들었다.
채앵!
준은 분한 마음을 추스릴 겨를도 없이 자신에게 날아오는 기이한 모양의 단검을 뮤즈로 쳐내 버렸다.마나에 반
응하며 뮤즈의 몸통이 은빛광채를 내뿜으며 더욱더 길어졌다.준은 지면으로 착지하고 나서야,자신을 보며 이죽거
리는 제롬의 얼굴을 볼수 있었다.
"민아...민아는 어딨어..."
준은 고개를 숙인채 이를 악물며 중얼거렸고,제롬은 고개를 갸웃해보였다.뭔가 비아냥 거림이 가득 묻어 있는
듯한 그 모습에 준의 표정은 더욱더 일그러졌다.
"인간이란 참 불편한 존재로군.그런 사소한 것 하나하나에 일일이 분노를 느껴야 한다니 말이지."
"너...날 더이상 화나게 하지마라."
준은 일그러진 표정으로 뮤즈를 움켜쥐었고,그의 방대한 마나에 의해 뮤즈 주변에서도 파동이 휘몰아 쳤다.제롬
은 조금의 동요도 없이 준을 바라보았다.
"뭐...좋아.어차피 너를 비롯한 계집들은 크룬을 위한 훌륭한 그릇으로 쓰일테니까 말이야."
준은 부드득하고 이를 갈며 뮤즈에 숨결을 불어넣기 시작했다.제롬의 손도 앞으로 뻗어지며 검정기운이 맺히기
시작했다.
콰콰쾅!
이윽고 두 힘이 부딪히며 일어난 모래먼지에,제롬과 준의 모습은 사라져 버렸다.
"엄청난 마력이다..."
세라는 새삼 고개를 절레절레 저어보였다.본이 아니게 뿔뿔히 흩어져 버린탓에 준의 안위가 걱정이 되었다.아무
리 준이 6개월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의 성장을 거두었다 하지만,아직까지 세라는 그를 지켜야 하는 의무
감이 있었다.
하지만 세라라고 해서 당장 준에게 달려갈순 없었다.자신의 앞으로 드리워지는 살기가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오랜만이군...기사를 상대로 하는 것은."
다스는 조용히 세라를 바라보며 중얼거렸고,세라의 검신에서는 은은한 기운이 맺혀갔다.이미 상위 연금술사의 레
벨로 올라선 리미의 덕에,허리에 차고 다니지 않아도 마나를 공명시켜 검을 소환할수 있게 된 세라의 검은,그 위
력역시 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강력한 무기가 되어 있었다.
허나 다스는 특유의 무표정으로 묵묵히 세라를 바라볼 뿐이었다.빈손으로 검을 든 블랙나이트와 대면해 있음에
도 불구하고,그의 표정은 평화롭기 그지 없었다.
"최대한 속전속결로 처리하지 않으면..."
역시나 세라는 준이 있는쪽이 신경이 쓰였다.세라의 세포 하나하나가 앞에 있는 다스가 결코 호락한 상대가 아니
라는 경고를 보내주고 있었다.이윽고 다스의 손이 자신의 옆구리쪽으로 향했다.
"저..저건...!"
세라의 눈이 커졌다.다스는 무표정한 얼굴로 자신의(정확히 말하자면 기생한 몸의)옆구리 속으로 손을 쑤셔넣어
갈비뼈 하나를 빼내고 있었다.아담과 이브의 이야기처럼 결코 낭만적인것과는 거리가 먼 그로테스크한 광경이었
다.
"흑마법에 대해 알고있나?"
다스는 전혀 고통스러운 표정하나 없이 피투성이가 되어 있는 갈비뼈를 살짝 움켜쥐었다.그러자마자 기이한 마
나의 파동과 함께,다스의 손에는 갈비뼈가 아닌,흰색의 빛을 띄는 검하나가 들려 있었다.
"그래...흑마법은 이런것이다.무언가를 만들어 내기 위해 반드시 그만큼의 댓가나 재물을 희생해야 하지."
세라는 좀처럼 쉽지 않을것만 같은 생각이 들어와서 자세를 고쳐잡았다.뼈로 만들어낸 저 기이한 형태의 검에는
역시나 불길해 보이기 그지없는 검정색의 마나가 넘실거리고 있었다.언뜻보면 리미의 연금술과 비슷해 보였지만
그녀의 기술은 순수한 마나와 과학이 결합된것에 반해,다스의 검은 그저 기이한 주술로 보일뿐이었다.
"그쪽에서 오지 않는다면....내가 먼저 가도록 하지."
세라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순식간에 다스가 자신의 앞으로 나타나 검을 휘두른 것이었다.가까스로 검을 들어
올려 그것을 방어했지만,왠지 그 음침한 기운때문에 세라는 숨이 막히는것만 같은 착각을 느꼈다.
"청랑십이검(靑狼十二劍)"
다시금 뒤로 빠르게 이동한 세라의 검으로부터 수십가닥의 시퍼런 검기가 다스를 향해 날아들었다.
콰콰콰콰....
몇십개의 급소만 노린 세라는 회심의 미소를 지을수 없었다.놀랍게도 다스의 검에서 마치 식물이 자라나듯,또다
른 검신이 자라나며 세라의 검기를 완벽하게 방어해 버렸기 때문이었다.마치 검이 아니라 살아있는 소환수 같은
느낌이기도 했다.방어가 끝나자,본래의 검의 형태로 돌아와 있기 까지 했다.
"처음 보는 마나의 형태로군."
다스는 놀랍다는듯 중얼거렸다.세라가 입술을 살짝 깨물자 마자,다스의 검에서는 검붉은 빛무리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럼...내 차례인가."
"살라만더!"
노아의 가냘픈 외침에 수십마리의 불꽃 도마뱀들이 그의 앞에 있던 크룬에게 덮쳐가기 시작했다.하지만,검붉은
방어벽이 쳐지며,살라만더들은 허무하게 소멸되어 버렸다.
"이런이런....정령술사양...성격이 급하시군요.자기소개 할 시간은 주셔야 하지 않나요?"
노아는 여유롭기 까지 한 상대의 말에 살짝 볼을 부풀렸다.이미 요염한 정령의 여왕다운 모습이었지만,여전히
특유의 깜찍함이 표정에서 베어 나왔다.
노아의 앞에는 키가 큰 청년 하나가 서있었다.그는 연신 웃는 얼굴로 노아를 바라보고 있었다.
"저는 파렐이라고 합니다.정령술사양의 성함은?"
허나 대답대신,노아의 주변에서 수십가닥의 물줄기들이 마치 레이져 처럼 파렐을 향해 날아 들었다.
"엘 샤르엘."
흑마법특유의 시동어가 읊어지며,물의 정령에 의한 공격은 또다시 방어막에 부딪혀 허무하게 물보라로 화해져
버렸다. 노아의 눈이 살짝 휘둥그래 지며 파렐을 향했다.그는 여전히 싱글싱글 웃는 모습으로 노아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무래도....당신의 존함을 듣는것은 힘든 모양이군요.뭐...어차피 존재 자체가 없어질테니 큰 상관없겠지만."
파렐의 웃는 모습에도, 노아는 아무런 대꾸를 하지 않았다.그녀 나름대로 약간은 당황하고 있었다.
"어째서....정령자체가 소멸해 버리는거지?"
노아는 한번도 겪어본적이 없는 상황이라서 더욱 황당했다.소멸한 정령이야 다시한번 불러내면 그만이지만,보통
정령이 실드에 부딪혀 소멸하는 것은 듣도 보도 못한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음...정령술사시니...저도 설렁설렁 해서는 당신의 몸을 빼앗을수 없을거 같네요.마나를 다루지 않는 분이라서
편할거 같아서 당신을 골랐는데...아무래도 당신이 여기서 제일 강해보이는데요?"
파렐의 몸이 천천히 여러개로 분리되기 시작했다.노아는 깜짝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뜨고,수십명의 파렐이 생겨나
는 과정을 지켜보았다.
"그냥 분신같은 시시한 마법이 아니랍니다 정령술사양.약간은...각오하시는게 좋을겁니다."
노아는 분홍색 입술을 살짝 깨물며 주변을 둘러보았다.이미 자신의 주변을 여러명의 파렐이 둘러싸고 있었기 때
문이었다.게다가,그들은 하나같이 딱 보기에도 위험해 보이는 검은 구체를 손에 하나씩 맺고 있었다.
노아는 살짝 눈을 감았다.동서 남북,어디에도 피할 곳은 없었다.게다가 그녀가 공중으로 솟아오를 것을 대비해서
위쪽으로 겨누고 있는 분체도 있었다. 천천히 그들을 바라본 노아의 입술이 열리며,낭랑한 그녀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노에스!"
콰콰쾅!
유나가 서있던 자리로 엄청난 충격파가 직격했다.가까스로 그것을 피해낸 유나는 자세를 바로잡고 앞에 있는 자
신의 상대를 바라보았다.
"뭐 저런게 다있어?발동어 하나 없이 마법이 나간다니..."
정해진 주문의 영창과 단계적인 수인,그리고 마나의 흐름 조절. 이 세단계를 충실히 이행해야만 발동되는 마법
의 섭리를 너무나 잘아는 유나이기에 더욱더 황당했다.
"크큭....아무리봐도 맛있게 생긴 계집이야.."
유나의 상대는 중년남성의 몸을 빌린 크룬이었다.아저씨(?)의 몸 아니랄까봐,유나의 잘빠진 굴곡있는 몸매를 보
며 그는 연신 입맛을 다셨다.유나는 기가 질린다는듯 부르르 몸을 떨었다.
"마법사라....그것도...빙계만 쓸수 있다라....크크큭.."
"야 너!뭐가 그렇게 웃긴데!"
역시나 앙칼진 유나의 성격답게,그녀는 자신을 비웃는 듯한 상대의 웃음에 기분이 나빠져서 외쳤다.
"당연히 웃기지 않을수가 있겠나.온전한 마법사라도 이 지라스님을 상대하긴 힘이 들터인데...빙계속성에 한해
있는 반쪽짜리...아니.반쪽도 안되는 마법사가 상대라는게 허무할 뿐이지."
유나는 짓밟힌 자존심에 화가 난듯,빠른속도로 수인을 맺었다.하지만 지라스는 그것을 보며 조소어린 표정을 지
을 뿐이었다.
"뭐...네년은...그래도 몸뚱이가 맛있어 보이니 걱정마라.그리 거칠게 다루진 않...."
지라스는 말을 다 끝내지 못했다.수십개의 얼음송곳이 지면에서 부터 솟구쳐 올라왔기 때문이었다.
콰지지직!
그는 허공으로 몸을 띄우며 팔을 양옆으로 교차했다.그와 동시에 엄청난 풍압을 지닌 충격파가 폭사되며 유나의
공격은 모두 수포로 돌아가 버렸다.
"칫...저 말도 안되는 발동속도만 없다면..."
유나는 살짝 입술을 깨물었다.그녀의 머리위에,허공에서 뜬 채로 음흉한 눈으로 자신을 내려다 보는 지라스가
보였다.
준은 숨을 거칠게 헐떡 거렸다.음공을 이용한 파성공격은 검은 구체에 부딪혀 모두 형체도 없이 사라져 버린 것
이었다.
"벌써 지치셨나?그럼 재미없는데에?"
제롬의 이죽거림이 끝나자마자 엄청난 양의 검은 구체들이 또 한번 우박처럼 떨어졌고,준은 몸을 날려 피해야만
했다.
"뭐야...저렇게 펑펑 쏴대고도 마나에 지장이 없는건가?"
준은 피하면서도 생각에 생각을 거듭했다.아무리 흑마법이지만 마나를 다룰터인데,저 제롬이라는 녀석은 마나를
무슨 밥대신 삼시세끼 주식으로 먹는건지,미친듯이 써대도 전혀 동요가 없는것이 신기하기만 했다.
"어서...끝내지 않으면 리미가..."
준은 리미의 신변이 걱정이 되었다.물론 어딘가에 잘 피해있을 그녀겠지만,전투능력이 없다보니 걱정이 되지 않
을수 없었다.다행히 크룬들이 모두 네명인 덕에 리미가 누군가와 일대일로 붙을 위험은 적을 터였다.
"지금 뒤돌아볼 상황이 아닐텐데?"
리미가 있을법한 쪽을 돌아보던 준에게 또다시 무차별적인 공격이 날아들었다.준은 급히 뮤즈를 불어 공기의 저
항막을 만들었고,구체들은 모두 고무공처럼 튕겨 나갔다.
"걱정하고 있나보구만?저 계집들을..."
"당연한거지...내 소중한 아이들이니까...그리고...마스터란 녀석이 가져간 민아도 돌려받겠다."
"크하하하하!거 참 그런식으로 장담하면서 말하니까 뭔가 있어보이는구만?"
"너희처럼 저급한 것들이 순수한 감정을 알리가 없지.덤벼라."
제롬은 피식 웃으며 준을 바라보았다.그는 여전히 뮤즈를 꼬나들고 자신을 노려보고 있었다.
"소중하다라....페어리가 말이냐?"
"여기 다방아니다.너따위와 대화할 시간없거든?"
"큭...재밌구만...페어리란 존재가 왜 있는지 모르는 모양이군."
"뭐...?"
준은 제롬의 말에 경직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여전히 제롬은 이죽거리는 표정이었다.
"그게...무슨뜻이냐?"
"재미있어...페어리가 너희들을 지켜주는 소중한 존재로 생각하는게 말이다."
"개소리 그만 지껄이고 대답해!무슨뜻이냐?"
준은 마치 성난 야수처럼 으르렁 거렸다.불과 몇개월전의 그와는 판이하게 다른 모습이었지만,그것을 알리없는
제롬은 그저 비웃는 얼굴로 준을 바라볼 뿐이었다.자신을 잡아먹을 듯한 준의 눈빛을 바라보며,제롬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페어리.....그들은 너희의 동료가 아니다.그들의 이 세계에 온 목적은...이곳을 파괴하기 위해서였으니까."
"아침인가....."
준은 슬며시 눈을 떴다.노곤한 피로가 몰려왔다.옆에 누워있는 세라의 하얀 어깨가 보였다.남자의 아침로망을 자
극하는 광경이었지만,그는 최대한 그녀가 깨지 않게 조심했다.기사 특유의 신경때문에,조금만 미동을 해도 세라
가 눈을 떠버릴수 있기 때문이다.
"느껴지기 시작한다."
이제 확연히 알것만 같았다.예전에는 희미한 마나의 기운만을 감지해서 구별했지만,이제는 마치 각각의 개성있는
마나가 색종이를 보는 것처럼 구분이 되었다.
가령,세라의 마나는 기사의 순결함처럼,하늘색으로 보였고,리미의 마나는 녹색으로 느껴졌다.유나는 다루는 마법
이 빙계속성에 한해있어서 인지 백색으로 느껴지는 정도였다.
그런데 지금 느끼는 것은 상당히 꺼림직한 색깔이었다.검정색 같기는 한데,까맣다 라고 표현하기보다는 어둡다라
는 표현이 맞는거 같았다.유조선이 침몰해서 바다위에 떠있는 기름처럼,약간은 거부감마져 드는 기분이었다.
"아이들과 있느라 크게 신경을 안썼지만...어느틈에 이렇게 가까워진거지?"
마나를 인지하게 되면,모든것이 변한다.상대적으로 거대한 마나에 접하면,마나를 다루는 인물이라면 열에 아홉은
두려움을 느끼게 된다.준도 마찬가지였다.마나가 잡힐듯이 가깝게 느껴지자,생각했던 것보다 큰 일이라는 생각이
앞섰다.
"주인님..?"
어느새 눈을 떴는지 세라가 가슴부분을 하얀 이불로 가리고 준을 바라보았다.
"언제 일어났니?"
"주인님이 눈 뜨셨을때부터요."
준은 역시...라고 생각하며 피식 웃었다.침대에서는 여자이지만,그녀는 역시나 기사였다.잘때역시 완전히 경계를
늦추지 않는 그녀가 깨지않게 나오는 것은,그것도 한이불을 덮고 있다가 나올수 있을리 없었다.
"느끼셨나 보네요."
"어.이번엔 꽤나 가깝네."
어제만 해도,준은 여유가 있었다.앞에 있는 미녀들에게 정신이 팔렸다고 해도 할말 없지만,늘상 각오해왔던 그
들의 출현이기에 오히려 반갑기 까지 했다.그런데 막상 기분나쁜 마나가 감지되자 찜찜한 느낌은 지울수가 없
었다.
"주인님!!빨리 티비 틀어봐요!어서요!"
작은 쪽방에서 거실로 뛰어 들어온 유나의 목소리에 세라도,준도 놀라서 그녀를 바라보았다.준이 알몸으로 있었
지만,유나는 조금도 신경쓰지 않고 티비부터 틀었다.오랜 합숙생활에서 자연스럽게 묻어난 결과였다.
"무슨일이야?"
"인터넷으로 봤는데....이거 봐요!"
준은 고개를 돌려 티비쪽을 바라보았다.긴급속보라고 씌여진 문구와 함께,상기된 표정으로 보도하는 앵커의 모
습이 보였다.
-경찰은 테러집단의 소행으로 보고 있으며,이에대한 철저한 검증중이라는 말만 남기고 대답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지금 피해가 있는곳은 지금 집계가 된 곳만해도 모두 10군데이며,중국과 영국에서도 동일한 테러집
단의 소행으로 보이는 흔적이 속속들이 발견되고 있습니다....-
"테러..?"
이윽고 화면이 바뀌며,마치 폭격을 맞은 듯이 쑥대밭이 되어있는 시가지의 모습이 드러났다.뉴스속에서 비춰지
는 화면은 그야말로 아비규환이었다.영화의 한장면이 아니었다.자신이 살고있는 동시대에 실제로 일어나는 서울
시가지의 모습이었다.
"저거...."
"틀림없습니다.흑마법입니다."
세라는 신속하게 일어나 옷을 챙겨입었다.트레이닝 복과 비슷한 복장이지만,사실 리미가 연성해준 특별한 의상을
모두 착용하고 있었다.활동범위가 넓은 세라에게는 마나의 파동에도 헤지거나 찢어지지 않는 옷이었고,유나의
경우에는 마법의 영향으로 얼어붙을일이 없는 옷이 제공되었다.
"저거...때문이었구나."
준은 서둘러 담배를 비벼껐다.분명했다.모든 사람들이 테러라고 믿는 저것은 마법에 직격된 모습이었다.준역시
흑마법을 직접 본적은 없지만,어렴풋이 느낄수 있었다.티비화면으로도, 불안하게 요동치는 어두운 마나가 느껴
졌기 때문이었다.
"아니왜...도대체..."
준은 힘없이 중얼거렸다.맥이 빠져버린다.저런식으로 선전포고를 할줄은 몰랐기 때문이었다.그는 순진하게도 그
들이 알아서 오너와 페어리를 찾으러 올줄만 알고 있었다.
"저게...그들의 방식입니다."
"무슨소리야 그게?"
세라는 분한듯 주먹을 움켜쥐었다.자신의 고향을 유린했던 그들을 다시 보니 피가 끓어오르는게 틀림없었다.세
라는 격양된 어조를 억지로 짓누르며 준에게 말했다.
"자신들이외는 벌레 취급하는 마족이 바로 크룬입니다.일일이 찾아다닐 필요가 없이,저런 방식으로 이끌어 내는
겁니다.그들에게는 자신이외의 생명은 안중에 없으니까요.."
준이 분한 마음에 고개를 돌렸을때,비장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네명의 페어리들이 보였다.모두 지금이라도
뛰쳐 나갈준비가 되어있는 것만 같았다.세라,노아,유나는 물론,언제나처럼 큰 가방을 하나 메고 있는 리미역시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마나가 느껴지는 곳으로 가자.이동은 리미의 스크롤로."
-
"흐응..."
화려한 방안에,두개의 그림자가 격하게 흔들린다.갈색 머리칼을 가진 미녀가 알몸으로 허리를 능숙하게 흔들며
신음성을 뿌렸다.완벽한 미모,그리고 몸의 곡선이었다.하얀 알몸은 마치 한입깨물고 싶은 충동마져 들게 했다.
그런 고운그녀가 허리를 흔드는 곳은 다름아닌 중년남성의 배 위였다. 그는 강하게 자신의 위에 올라탄 미녀의
가슴을 강하게 움켜쥐었다.
"하응...주인님...으응.."
고운 다리사이에 펼쳐진 은밀한 곳으로,사내의 흉측스런 물건이 축축히 젖은채로 왕복을 반복했다.그녀는 능숙
했고,유연했다.마치 한마리 뱀처럼 남성의 하체를 즐겁게 해주고 있었다.
"좋아...더 흔들어봐 쥬앙."
쥬앙이라 불린 여성은 주인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서 이번에는 앞뒤로 움직이던 허리를 상하로 움직이기 시작했
다.그 바람에 더욱 자극을 받은 그녀의 주인은 환희에 찬 신음을 뿌려대기 시작했다.
"엎드려봐 어서."
그의 목소리는 탐욕이 잔뜩 깃들어 있었지만,쥬앙은 조금의 거부반응도 없이 엎드렸다.하얀 엉덩이 사이로,잔뜩
젖어있는 그녀의 조개살을 바라본 그는 가냘프게 뻗은 그녀의 허리를 움켜쥐고 거칠게 진입했다.
"흐윽..."
그녀의 뽀얀 가슴이 흔들거렸다.쥬앙은 정신이 혼미해지는게 느껴졌다.자신의 주인은 마법사.사정시간정도는 가
볍게 조절할수 있는 존재였다.그렇기 때문에 이렇게 한번 성관계를 갖게 되면 그녀는 지쳐 쓰러질때까지 침대에
서 몇번이고 절정에 겨운 신음을 뿌려야만 했다.
철썩..철썩...
그의 불기둥이 쉴새없이 촉촉한 꽃잎사이를 드나들며 그녀를 괴롭혔다.팔로 버티고 있던 쥬앙은 힘들어서가 아
닌,쾌감때문에 스르르 무너지듯 얼굴을 침대에 묻어 버렸다.
"흐응..흐응..."
그녀는 땀에 젖은 얼굴로,쾌감과 피로가 동시에 묻어나는 신음성을 뿌렸다.그의 허리가 부딪히는 속도가 격해지
고,쥬앙은 정신을 잃을것만 같은 착각이 밀려왔다.
"쥬앙...어서.."
그의 재촉에 쥬앙은 "살았다.."라고 속으로 탄성을 지르며 몸을 앞으로 빼었고,몸을 돌려 탄탄하게 허공을 향해
뻗어있는 그의 불기둥을 입술에 문질렀다.
"으으으...."
그의 정액이 쥬앙의 고운얼굴 곳곳으로 뿌려졌다.그가 거느린 많은 페어리들은 각각 그의 취향에 따라 절정을
즐기는 방식이 달랐다.쥬앙의 경우,그녀의 얼굴에 사정하는것을 그는 좋아하는듯했다.
"역시나 좋은 얼굴을 하고 있어..너는.."
쥬앙은 손을 뻗어 티슈로 자신의 얼굴을 닦아내었다.그의 주인...아니,윌리엄스는 그런 그녀를 보며 만족한듯
웃었다.
"이리와봐."
쥬앙이 그의 옆에 눕자마자,윌리엄스는 그녀의 적당히 부푼 탐스런 가슴을 움켜쥐며 후희를 즐겼다.쥬앙은 아름
다운 갈색 머리를 넘기며 윌리엄스에게 속삭였다.
"주인님...움직여야 할때가 아닐지요.그들이.."
"나도 알고 있다 쥬앙.그래서 널 부른거니까."
쥬앙은 살짝 눈을 흘겼다.중요한 사항이래서 왔는데,자신의 주인은 또 몸을 요구한 것이니까.하지만 윌리엄스
는 피식 웃었다.
"크게 걱정할일은 아니다.너희 페어리들에겐 미안하지만,나에겐 그리 큰 문제가 아니야."
쥬앙은 살짝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아내며 이불로 가슴을 가렸다.윌리엄스는 그런 쥬앙을 힐끗 바라보더니 말을
이었다.
"하지만...처리는 해야할 일이겠지.오너들이 움직이고 있다.예상외로 넘어온 숫자가 그닥 많은거 같지는 않군"
"아무리 그들이라지만, 저희처럼 카드라는 존재를 빌린것도 아니고,그냥 그 힘을 갖고 차원을 넘기에는 많은
무리가 있었기 때문일 겁니다.소수정예로 왔겠지요."
"이 세계의 오너들을 다분히 무시하는 처사같군."
"마족들은 거만합니다.그리고 자신들의 마력에 대해 무한한 자신감을 갖고 있지요.프로센의 성벽이 무너지는 데
얼마 걸리지 않았을 정도니까요."
"그럼,지금 그곳은 어떻게 되어있지?"
쥬앙은 그의 질문에 살짝 고개를 저었다.
"그것은 저희도 모릅니다.다시 돌아가려면,주인과의 연대를 끊고 차원을 이탈해야 하니까요."
"그렇군."
"그건 그렇고 어서...명령을..."
"타유와 함께 그들의 마나가 느껴지는 곳으로 가거라.나머지 아이들은 나를 포함해서 다른곳으로 움직인다."
"다른 곳이라면..?"
"전세계에 오너가 다 있는것은 아니다.나는 스크롤로 움직이면 될 테니까."
"알겠습니다."
-
"이런...빌어먹을 일이.."
준은 오자마자 욕지꺼리가 튀어나오는게 느껴졌다.도시에 흑마법이 직격했으니,인명피해는 자명한 일이었다.
곳곳에 바리케이트가 설치된 채로 구조가 진행중인것이 보였다.하지만 그들을 구경할 여유따윈 없었다.이 아비
규환을 만든 장본인들을 잡아야 하기 때문이었다.
"저쪽입니다."
세라가 손짓을 하자,다섯은 약속이나 한듯 달려나가기 시작했다.준도 그쪽에서 굼실굼실 세어나오는 마력에 가
까운 마나의 기운을 느낄수가 있었다.조금 달려나가기 시작하자,도주하는 그들의 모습이 보였다.
"어..엄청빠르잖아 저 자식들."
"비행마법이니까요."
"아...그냐.."
유나의 말에 준은 눈에 마나를 집중하여 도망치는 인영들의 뒷모습을 응시하기 시작했다.뒷모습이라 잘은 보이지
않지만,대략 두명쯤 되어 보였다.그들은 뒤쪽에 있는 야산쪽으로 신속하게 도주하고 있었다.
"잠깐...근데 어째서 도망을 가는거지?"
따지고 보면 싸우기 위해 이런 도발을 한 자들이 아닌가.준은 뭔가 이상한 느낌에도,속도를 줄일수 없었다.그냥
겉보기에는 티가 나지 않는,일반인들과 똑같은 옷을 입은 녀석들은 거의 날아가듯 산위로 올라가 버렸다.
"주인님. 함정일수도 있습니다."
리미의 경고가 조용히 들려왔다.대열상 리미는 다른 사람들보다 약간 뒤쳐져 있었다.그녀는 전투형이 아닌,작전
과 군수쪽을 담당하는 병사나 다름없기 때문이었다.만일의 경우에 대비하여 노아가 그녀의 옆으로 붙어 추적하
고 있었다.
"주인님!"
세라의 음성이 다급하게 외쳐졌다.비행마법으로 능선을 타고 가던 녀석들 중 하나가 뒤를 돌아보더니만,흑색 구
체 덩어리를 날려대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준의 손안에서 은빛의 빛무리가 생겨났다.리미가 만들어준,전과는 비
교도 안되게 무서운 병기로 바뀐 뮤즈가 마나와 반응하며 길어진 것이었다.
콰콰콰....
분명히 일반인들중 누군가가 있었다면,거품을 물고 기절할 광경이었다.사람이 산등성이를 날아가는것 하며,달리
기로 그들을 비슷하게나마 쫒아가는 무리,게다가 흑색구체를 날리는 광경이라니..
콰쾅!!!
준 일행을 덮치던 구체가 기묘하게 방향이 꺾이며 그들이 아닌 애꿎은 나무나 바위들을 박살내었다.준이 뮤즈를
불어 공기의 파동을 일으켜서 궤도를 모두 돌려논 까닭이었다.
"프로즌 오드!"
유나의 시동어와 함께,앞에서 도주하던 그들의 땅밑으로 얼음기둥이 치솟아 오르기 시작했다.그러나 그들은 모두
여유롭게 비행방향을 바꾸며 모두 피해버렸다.
"칫!"
움직임을 봉쇄하려던 마법이 소용이 없자 유나는 이를 살짝 깨물며 분해했다.유나의 손짓에 의해 얼음기둥이 다
시금 사라지는것을 보며,준은 인상을 찌푸렸다.
"왜 도망가는거야...도대체..."
"제법이잖아?쓰레기들 치곤...그냥 지금 죽여도 될거 같은데 말이야."
"마스터의 말을 잊은거냐 제롬?지금은 유인해야 할때다.죽이는건 그 다음이야."
다스의 말에 제롬은 빈정상한듯 투덜거렸다.
"이 인간의 몸...정말 형편없어.급한김에 아무 그릇이나 찾았는데...영 체질에 안맞는군."
"지금은 별수 없는 거다.일단 저들을 마스터가 기다리고 있는 정상까지 유인해야 하니까."
제롬은 다시한번 날아오는 빙계마법의 공격을 흑빛구체로 무력화 시키며 다스를 뛰따랐다.
"맘에 안들어...이딴 세계쯤은 벌써 쑥대밭이 되야 정상이거늘.."
제롬은 크룬이라고 하는 자신의 종족에 대한 엄청난 자부심이 있는 마족이었다.상부의 명령이니 일단 그럴싸한
동네를 하나 까부쉬기는 했는데,문제는 마나를 지닌자가 오면 무조건 도주해서 유인하라는 조건이 붙었다는 점
이었다.호전적 성격의 제롬에게는 아무리 명령이지만 그닥 맘에 안들수 밖에 없었다.
"아까 들은말은 잊지 않았겠지?"
다스는 굵은 목소리로 제롬에게 말했다.다스가 빼앗은 인간의 몸은 평범한 청년의 몸이었지만,목소리는 크게 변
하지 않는지 여전히 음침했다.마찬가지로 조그마한 20대 남성의 몸을 빼앗은 제롬역시 얼굴에 맞지않게 굵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그래.정상에 올라가게 되면,내가 저기 있는 얼빠진 녀석을 맡으라는거 아니냐?"
"그래.나는 그옆에 검은 머리를 가진 여자고."
제롬은 슬쩍 뒤를 돌아 자신에게 정해진 배당을 바라보았다.무언지 알수없는 은빛 막대기를 들고 죽어라 쫒아오
는 모습이었다.그리고 다시금 다스의 목표를 확인한 제롬은 피식 웃었다.
"아무래도 내가 맡은 놈보다는 니쪽이 더 강해보이는군.기사의 냄새가 난다.저여자 말이야."
"그딴건 아무래도 좋아.5일안에 이 세계를 점령못하면 불호령이 떨어질테니까."
"여전히 즐기는걸 모르는 녀석이구만..."
"마스터가 보인다.속도를 줄여."
제롬의 눈에도 정상에서 긴 머리칼을 휘날리는 한 여인이 보였다.인간여성의 몸을 빼앗았지만,제롬은 그녀에게
뿜어져 나오는 마기로 그녀가 다름아닌 마스터라는 사실을 알수 있었다.
"잘 유인했군.수고했다."
제롬과 다스가 고개를 숙이자,고운 용모에 걸맞지 않은 굵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그의 옆으로는 역시 인간의 몸
을뺏은 두명의 크룬이 호위하듯 서있었다.
"프로즌 에로우!"
그들이 멈추자 마자,뒤쪽에서 빙계마법의 시동어가 울리며 수십가닥의 얼음화살이 폭격하듯 불어오기 시작했지만
마스터는 여유로운 표정으로 한손을 들며 외쳤다.
"카르타!"
거짓말 처럼,얼음의 화살들은 공중에서 분해되어 버렸다.그틈에 그들의 앞으로 준 일행이 신속하게 달려와 대치
했다.
"역시나...쪽수를 맞추려는거였......."
가까스로 따라잡은 준이 마스터를 노려보며 이야기하려던 그순간,그의 말이 거짓말 처럼 멈추며 표정이 경직되
기 시작했다.영문도 모르고 준을 살피다가 앞을 바라본 세라역시 굳었다.유나와 노아,리미 만이 알수 없다는 표
정으로 서로를 바라볼 뿐이었다.
"민...민아...."
준은 마스터를 보며 황망하게 중얼거렸다.검정색 망토를 뒤집어 쓰긴 했지만,분명히 민아였다.긴 생머리에 빛나
는 입술까지도.
"크크큭..네놈도 이 세계에서 얼빠진 주인행세를 하는 그 놈들중 하나로군."
아니였다.목소리가 민아의 것이 아니다.준은 급격하게 당황하기 시작했다.세라는 급히 허공을 향해 손을 올렸고
흑빛구체가 그녀의 손에 길게 생겨났다.그리고 그것은 곧 검정색 검신을 가진 소드의 형태로 바뀌었다.
"현혹되지 마세요.저들은 크룬입니다.........민아씨가 아니에요."
준은 다리가 풀려버릴것만 같은 황당한 기분이 들었다.그는 가까스로 정신을 추스리며 이를 악물었다.
"네놈!민아에게 무슨짓을 한거야!"
민아...아니,마스터는 입가를 씰룩 거리며 웃었다.제롬을 비롯한 나머지 마족들은 그의 뒤로 도열해서 페어리들
과 준을 차례로 바라보았다.
"기막힌 우연이로군...내가 찾은 그릇을....알고있는 지인이었다는 건가..."
"개소리 지껄이지 말고 대답해!"
준은 이성을 잃은듯 고함을 질렀지만,마스터는 피식 웃을 뿐이었다.
"별거 아니다.그냥 인간의 몸을 빌렸을 뿐이야.뭐...다른 그릇을 찾으면 이년은 죽겠지만."
"뭐...?"
준은 자신도 모르게 뮤즈의 몸통을 강하게 움켜쥐었다.분노가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스멀스멀 치솟아 오른다.
앞에있는게 민아가 아니라니....그리고....그녀가 죽는다니...
"뭐...좋아.나는 자리를 이동할테니 저것들을 처리해라.중요한점은 잘 알고 있겠지?완전히 숨통을 끊지 말고,마
나를 제거한후 저년들의 몸으로 그릇을 바꾸는 작업을 하도록."
"알겠습니다."
마스터는 준의 분노어린 눈빛에도 희미하게 웃었다.그들이 "그릇"으로써 다른몸을 뺏기 위해서는 한가지 조건이
붙었다.그것은 바로 대상자가 마나를 다룰줄 모르는 인간이어야 한다는 점이었다.허나 우수한 신체능력의 페어리
들은 마나를 수족처럼 다루기 때문에,그들의 몸에서 흑마법을 이용해 마나를 뽑아내는 작업이 필요했던 것이다.
"진정하세요 주인님.앞에 있는 사람은 민아씨가 아닙니다.크룬이 그녀의 몸에 기생한겁니다."
세라의 침착한 말에,준은 입술을 강하게 깨물었다.사랑이라곤 더이상 말할수 없지만,자신에게 있어서는 첫사랑이
었다.게다가 소중한 첫경험의 여자이기도 했다.그런 그녀가,예전처럼 착한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지 않는다.
크룬이라는 마족에 의해 의식을 지배당한,아니,그저 크룬무리들의 대장,그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아까 정해줬던 순번으로,신속하게 진행하도록."
"명을 받들겠습니다."
마지막 명령을 한 마스터의 몸이 천천히 사라졌다.급히 세라가 검기를 날렸지만,다스의 손에 의해 검기는 튕겨져
나가 버렸다.
"너의 상대는 나다.나이트여."
세라는 검의 손잡이를 강하게 움켜쥐고 다스를 노려보았다.어느덧 마스터의 몸은 완전히 사라져 버렸고,대신 그
뒤에 도열해 있던 네명의 수하만이 그들앞에 서있었다.
"일단...한명씩 맡기편하게 하는 편이 낫겠지."
살짝 중얼거린 제롬은 검은 구체덩어리 하나를 준 일행에게 쏘아보냈다.
콰콰콰쾅!
정말이지 무식하게도 강한 공격이었다.그들이 서있던 자리에는 엄청난 크기의 구덩이가 생겨나 버린것이다.그러
나 그 공격에 의해 뭉쳐있던 준 일행은 뿔뿔히 흩어져 버렸고,리미를 제외하고 한명씩의 크룬들이 자신의 목표를
향해 달려들었다.
채앵!
준은 분한 마음을 추스릴 겨를도 없이 자신에게 날아오는 기이한 모양의 단검을 뮤즈로 쳐내 버렸다.마나에 반
응하며 뮤즈의 몸통이 은빛광채를 내뿜으며 더욱더 길어졌다.준은 지면으로 착지하고 나서야,자신을 보며 이죽거
리는 제롬의 얼굴을 볼수 있었다.
"민아...민아는 어딨어..."
준은 고개를 숙인채 이를 악물며 중얼거렸고,제롬은 고개를 갸웃해보였다.뭔가 비아냥 거림이 가득 묻어 있는
듯한 그 모습에 준의 표정은 더욱더 일그러졌다.
"인간이란 참 불편한 존재로군.그런 사소한 것 하나하나에 일일이 분노를 느껴야 한다니 말이지."
"너...날 더이상 화나게 하지마라."
준은 일그러진 표정으로 뮤즈를 움켜쥐었고,그의 방대한 마나에 의해 뮤즈 주변에서도 파동이 휘몰아 쳤다.제롬
은 조금의 동요도 없이 준을 바라보았다.
"뭐...좋아.어차피 너를 비롯한 계집들은 크룬을 위한 훌륭한 그릇으로 쓰일테니까 말이야."
준은 부드득하고 이를 갈며 뮤즈에 숨결을 불어넣기 시작했다.제롬의 손도 앞으로 뻗어지며 검정기운이 맺히기
시작했다.
콰콰쾅!
이윽고 두 힘이 부딪히며 일어난 모래먼지에,제롬과 준의 모습은 사라져 버렸다.
"엄청난 마력이다..."
세라는 새삼 고개를 절레절레 저어보였다.본이 아니게 뿔뿔히 흩어져 버린탓에 준의 안위가 걱정이 되었다.아무
리 준이 6개월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의 성장을 거두었다 하지만,아직까지 세라는 그를 지켜야 하는 의무
감이 있었다.
하지만 세라라고 해서 당장 준에게 달려갈순 없었다.자신의 앞으로 드리워지는 살기가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오랜만이군...기사를 상대로 하는 것은."
다스는 조용히 세라를 바라보며 중얼거렸고,세라의 검신에서는 은은한 기운이 맺혀갔다.이미 상위 연금술사의 레
벨로 올라선 리미의 덕에,허리에 차고 다니지 않아도 마나를 공명시켜 검을 소환할수 있게 된 세라의 검은,그 위
력역시 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강력한 무기가 되어 있었다.
허나 다스는 특유의 무표정으로 묵묵히 세라를 바라볼 뿐이었다.빈손으로 검을 든 블랙나이트와 대면해 있음에
도 불구하고,그의 표정은 평화롭기 그지 없었다.
"최대한 속전속결로 처리하지 않으면..."
역시나 세라는 준이 있는쪽이 신경이 쓰였다.세라의 세포 하나하나가 앞에 있는 다스가 결코 호락한 상대가 아니
라는 경고를 보내주고 있었다.이윽고 다스의 손이 자신의 옆구리쪽으로 향했다.
"저..저건...!"
세라의 눈이 커졌다.다스는 무표정한 얼굴로 자신의(정확히 말하자면 기생한 몸의)옆구리 속으로 손을 쑤셔넣어
갈비뼈 하나를 빼내고 있었다.아담과 이브의 이야기처럼 결코 낭만적인것과는 거리가 먼 그로테스크한 광경이었
다.
"흑마법에 대해 알고있나?"
다스는 전혀 고통스러운 표정하나 없이 피투성이가 되어 있는 갈비뼈를 살짝 움켜쥐었다.그러자마자 기이한 마
나의 파동과 함께,다스의 손에는 갈비뼈가 아닌,흰색의 빛을 띄는 검하나가 들려 있었다.
"그래...흑마법은 이런것이다.무언가를 만들어 내기 위해 반드시 그만큼의 댓가나 재물을 희생해야 하지."
세라는 좀처럼 쉽지 않을것만 같은 생각이 들어와서 자세를 고쳐잡았다.뼈로 만들어낸 저 기이한 형태의 검에는
역시나 불길해 보이기 그지없는 검정색의 마나가 넘실거리고 있었다.언뜻보면 리미의 연금술과 비슷해 보였지만
그녀의 기술은 순수한 마나와 과학이 결합된것에 반해,다스의 검은 그저 기이한 주술로 보일뿐이었다.
"그쪽에서 오지 않는다면....내가 먼저 가도록 하지."
세라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순식간에 다스가 자신의 앞으로 나타나 검을 휘두른 것이었다.가까스로 검을 들어
올려 그것을 방어했지만,왠지 그 음침한 기운때문에 세라는 숨이 막히는것만 같은 착각을 느꼈다.
"청랑십이검(靑狼十二劍)"
다시금 뒤로 빠르게 이동한 세라의 검으로부터 수십가닥의 시퍼런 검기가 다스를 향해 날아들었다.
콰콰콰콰....
몇십개의 급소만 노린 세라는 회심의 미소를 지을수 없었다.놀랍게도 다스의 검에서 마치 식물이 자라나듯,또다
른 검신이 자라나며 세라의 검기를 완벽하게 방어해 버렸기 때문이었다.마치 검이 아니라 살아있는 소환수 같은
느낌이기도 했다.방어가 끝나자,본래의 검의 형태로 돌아와 있기 까지 했다.
"처음 보는 마나의 형태로군."
다스는 놀랍다는듯 중얼거렸다.세라가 입술을 살짝 깨물자 마자,다스의 검에서는 검붉은 빛무리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럼...내 차례인가."
"살라만더!"
노아의 가냘픈 외침에 수십마리의 불꽃 도마뱀들이 그의 앞에 있던 크룬에게 덮쳐가기 시작했다.하지만,검붉은
방어벽이 쳐지며,살라만더들은 허무하게 소멸되어 버렸다.
"이런이런....정령술사양...성격이 급하시군요.자기소개 할 시간은 주셔야 하지 않나요?"
노아는 여유롭기 까지 한 상대의 말에 살짝 볼을 부풀렸다.이미 요염한 정령의 여왕다운 모습이었지만,여전히
특유의 깜찍함이 표정에서 베어 나왔다.
노아의 앞에는 키가 큰 청년 하나가 서있었다.그는 연신 웃는 얼굴로 노아를 바라보고 있었다.
"저는 파렐이라고 합니다.정령술사양의 성함은?"
허나 대답대신,노아의 주변에서 수십가닥의 물줄기들이 마치 레이져 처럼 파렐을 향해 날아 들었다.
"엘 샤르엘."
흑마법특유의 시동어가 읊어지며,물의 정령에 의한 공격은 또다시 방어막에 부딪혀 허무하게 물보라로 화해져
버렸다. 노아의 눈이 살짝 휘둥그래 지며 파렐을 향했다.그는 여전히 싱글싱글 웃는 모습으로 노아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무래도....당신의 존함을 듣는것은 힘든 모양이군요.뭐...어차피 존재 자체가 없어질테니 큰 상관없겠지만."
파렐의 웃는 모습에도, 노아는 아무런 대꾸를 하지 않았다.그녀 나름대로 약간은 당황하고 있었다.
"어째서....정령자체가 소멸해 버리는거지?"
노아는 한번도 겪어본적이 없는 상황이라서 더욱 황당했다.소멸한 정령이야 다시한번 불러내면 그만이지만,보통
정령이 실드에 부딪혀 소멸하는 것은 듣도 보도 못한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음...정령술사시니...저도 설렁설렁 해서는 당신의 몸을 빼앗을수 없을거 같네요.마나를 다루지 않는 분이라서
편할거 같아서 당신을 골랐는데...아무래도 당신이 여기서 제일 강해보이는데요?"
파렐의 몸이 천천히 여러개로 분리되기 시작했다.노아는 깜짝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뜨고,수십명의 파렐이 생겨나
는 과정을 지켜보았다.
"그냥 분신같은 시시한 마법이 아니랍니다 정령술사양.약간은...각오하시는게 좋을겁니다."
노아는 분홍색 입술을 살짝 깨물며 주변을 둘러보았다.이미 자신의 주변을 여러명의 파렐이 둘러싸고 있었기 때
문이었다.게다가,그들은 하나같이 딱 보기에도 위험해 보이는 검은 구체를 손에 하나씩 맺고 있었다.
노아는 살짝 눈을 감았다.동서 남북,어디에도 피할 곳은 없었다.게다가 그녀가 공중으로 솟아오를 것을 대비해서
위쪽으로 겨누고 있는 분체도 있었다. 천천히 그들을 바라본 노아의 입술이 열리며,낭랑한 그녀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노에스!"
콰콰쾅!
유나가 서있던 자리로 엄청난 충격파가 직격했다.가까스로 그것을 피해낸 유나는 자세를 바로잡고 앞에 있는 자
신의 상대를 바라보았다.
"뭐 저런게 다있어?발동어 하나 없이 마법이 나간다니..."
정해진 주문의 영창과 단계적인 수인,그리고 마나의 흐름 조절. 이 세단계를 충실히 이행해야만 발동되는 마법
의 섭리를 너무나 잘아는 유나이기에 더욱더 황당했다.
"크큭....아무리봐도 맛있게 생긴 계집이야.."
유나의 상대는 중년남성의 몸을 빌린 크룬이었다.아저씨(?)의 몸 아니랄까봐,유나의 잘빠진 굴곡있는 몸매를 보
며 그는 연신 입맛을 다셨다.유나는 기가 질린다는듯 부르르 몸을 떨었다.
"마법사라....그것도...빙계만 쓸수 있다라....크크큭.."
"야 너!뭐가 그렇게 웃긴데!"
역시나 앙칼진 유나의 성격답게,그녀는 자신을 비웃는 듯한 상대의 웃음에 기분이 나빠져서 외쳤다.
"당연히 웃기지 않을수가 있겠나.온전한 마법사라도 이 지라스님을 상대하긴 힘이 들터인데...빙계속성에 한해
있는 반쪽짜리...아니.반쪽도 안되는 마법사가 상대라는게 허무할 뿐이지."
유나는 짓밟힌 자존심에 화가 난듯,빠른속도로 수인을 맺었다.하지만 지라스는 그것을 보며 조소어린 표정을 지
을 뿐이었다.
"뭐...네년은...그래도 몸뚱이가 맛있어 보이니 걱정마라.그리 거칠게 다루진 않...."
지라스는 말을 다 끝내지 못했다.수십개의 얼음송곳이 지면에서 부터 솟구쳐 올라왔기 때문이었다.
콰지지직!
그는 허공으로 몸을 띄우며 팔을 양옆으로 교차했다.그와 동시에 엄청난 풍압을 지닌 충격파가 폭사되며 유나의
공격은 모두 수포로 돌아가 버렸다.
"칫...저 말도 안되는 발동속도만 없다면..."
유나는 살짝 입술을 깨물었다.그녀의 머리위에,허공에서 뜬 채로 음흉한 눈으로 자신을 내려다 보는 지라스가
보였다.
준은 숨을 거칠게 헐떡 거렸다.음공을 이용한 파성공격은 검은 구체에 부딪혀 모두 형체도 없이 사라져 버린 것
이었다.
"벌써 지치셨나?그럼 재미없는데에?"
제롬의 이죽거림이 끝나자마자 엄청난 양의 검은 구체들이 또 한번 우박처럼 떨어졌고,준은 몸을 날려 피해야만
했다.
"뭐야...저렇게 펑펑 쏴대고도 마나에 지장이 없는건가?"
준은 피하면서도 생각에 생각을 거듭했다.아무리 흑마법이지만 마나를 다룰터인데,저 제롬이라는 녀석은 마나를
무슨 밥대신 삼시세끼 주식으로 먹는건지,미친듯이 써대도 전혀 동요가 없는것이 신기하기만 했다.
"어서...끝내지 않으면 리미가..."
준은 리미의 신변이 걱정이 되었다.물론 어딘가에 잘 피해있을 그녀겠지만,전투능력이 없다보니 걱정이 되지 않
을수 없었다.다행히 크룬들이 모두 네명인 덕에 리미가 누군가와 일대일로 붙을 위험은 적을 터였다.
"지금 뒤돌아볼 상황이 아닐텐데?"
리미가 있을법한 쪽을 돌아보던 준에게 또다시 무차별적인 공격이 날아들었다.준은 급히 뮤즈를 불어 공기의 저
항막을 만들었고,구체들은 모두 고무공처럼 튕겨 나갔다.
"걱정하고 있나보구만?저 계집들을..."
"당연한거지...내 소중한 아이들이니까...그리고...마스터란 녀석이 가져간 민아도 돌려받겠다."
"크하하하하!거 참 그런식으로 장담하면서 말하니까 뭔가 있어보이는구만?"
"너희처럼 저급한 것들이 순수한 감정을 알리가 없지.덤벼라."
제롬은 피식 웃으며 준을 바라보았다.그는 여전히 뮤즈를 꼬나들고 자신을 노려보고 있었다.
"소중하다라....페어리가 말이냐?"
"여기 다방아니다.너따위와 대화할 시간없거든?"
"큭...재밌구만...페어리란 존재가 왜 있는지 모르는 모양이군."
"뭐...?"
준은 제롬의 말에 경직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여전히 제롬은 이죽거리는 표정이었다.
"그게...무슨뜻이냐?"
"재미있어...페어리가 너희들을 지켜주는 소중한 존재로 생각하는게 말이다."
"개소리 그만 지껄이고 대답해!무슨뜻이냐?"
준은 마치 성난 야수처럼 으르렁 거렸다.불과 몇개월전의 그와는 판이하게 다른 모습이었지만,그것을 알리없는
제롬은 그저 비웃는 얼굴로 준을 바라볼 뿐이었다.자신을 잡아먹을 듯한 준의 눈빛을 바라보며,제롬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페어리.....그들은 너희의 동료가 아니다.그들의 이 세계에 온 목적은...이곳을 파괴하기 위해서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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