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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추억2부1권-17 사춘기

17 사춘기
하쥬다와 유끼꼬가 기다리고 있었다.
“유끼꼬의 에미는 몇 시에 떠났나?”
하쥬다가 묻는 말에 미리 말을 맞추어 놓은대로 대답했다.
“세 시경에 역으로 갔습니다. 백화점에 들른다고 하더군요. 아직 도착하지 않으셨나 보군요.”
“여자들의 쇼핑이란 으레 시간이 많이 걸리지.”
하쥬다 할머니가 웃으며 말했다. 조금도 의심하는 구석이 없어서 마사오는 안심이 되었다.
역으로 가는 마사오를 유끼꼬가 배웅했다.
“오늘밤에 편지 써서 내일 보낼 테니 읽어 봐요.”
“응, 재미있겠군.”
“그리고 꼭 놀러 갈께요.”
“언제든지 환영하겠어.”
이제 유끼꼬도 중학생이므로 손을 잡고 걷는다는 것은 어딘지 부자연스러운 느낌이 들었다. 때때로 어깨가 부딪쳐 왔다. 이제 부근에는 땅거미가 지기 시작했다.
문득 유끼꼬가 걸음을 멈췄다.
마사오도 그 자리에 멈춰 섰다.
“무슨 일이지?”
마사오는 정면으로 바라보며 유끼꼬가 말했다.
“곧장 역으로 갈 거예요?”
“그럼 뭐라도 마실까?”
“아니, 가게는 싫어요. 산책하고 싶어요.”
“그럼, 그렇게 하지.”
일요일 저녁이어서 신사의 경내는 아이들로 붐볐다. 두 사람은 역을 지나쳐 동쪽으로 향했다. 인적이 드물자 유끼꼬는 마사오의 팔짱을 꼈다.
“나.... 성적이 떨어지게 되면 오빠 탓이에요.”
“어째서?”
“오빠가 도망쳐 버리니까 낙담해서 공부할 마음이 안 나니까.”
“그럴수록 성적이 안 떨어지도록 노력해야지.”
“알았어요.”
길은 내리막길이었다. 왼편에 작은 숲이 있고, 숲가에 석재가 쌓여 있었다. 이곳에는 아이들이 없었다.
석재는 숲 안쪽에도 있었다.
“저쪽으로 가서 앉을까?”
“예.”
두 사람은 숲안으로 들어가서 커다랗고 납작한 돌 위에 나란히 걸터앉았다. 거기서 길 저쪽까지는 잘 보였지만, 이쪽은 잡목이 두 사람의 모습을 충분히 가려 주었다.
마사오가 유끼꼬의 어깨를 감싸자 유끼꼬는 마사오의 무릎 위에 손을 내려놓았다.
“이번 일요일에 가도 괜찮아요?”
“그래, 기다리고 있도록 하지.”
“아침 일찍, 오빠가 아직 잠에서 깨어나지 않았을 때 갈께요. 그래도 괜찮죠?”
“물론 언제든지 괜찮아.”
토요일은 찌에가 오기로 되어 있었다. 찌에는 가족에게 비밀로 하고 올 것이나 유끼꼬는 말하고 올 것이다. 공부하러 간다는 구실로 학교의 교과서라도 가지고 올 지도 모른다.
‘그러나 결정적인 것을 해서는 안 되지. 그렇게 된다면 이 애의 엄마는 낌새를 차리게 될 게 분명해.’
마사오는 스스로에게 그렇게 타일렀다.
유끼꼬가 마사오의 무릎을 쓰다듬었다.
“조금 피곤해 보이는 것 같아요.”
“응, 오랜만에 육체노동을 했으니까.”
“일찍 돌어가서 자고 싶을 텐데 붙잡고 있어서 미안해요.”
“아니, 이렇게 쉬고 있는 것도 좋아.”
마사오는 유끼꼬의 어깨를 어루만져 보았다. 꽤 살이 올라 있고 몹시 나긋나긋하다.
유끼꼬는 마사오가 그것을 말하자 기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나는 다른 애들과 달리 살이 찌고 싶어요.”
“그래. 조금 더 살이 붙는 게 좋아.”
“그러는 쪽이 여자답겠죠?”
“지금도 상당히 처녀티가 나는데 뭘. 남자애들이 눈에 불을 켜겠는데.”
“아니, 남자애들이야 어쨌든 상관없어요.”
유끼꼬는 손길이 조금씩 허벅지 안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마사오는 유끼꼬가 무엇을 의도하는지 살폈다. 그런데 손길에 반응을 일으키며 마사오의 몸의 중심이 뜨거워져 왔다.
낮부터 다섯 시까지 마사오는 찌에와 더불어 뜨겁게 달아올랐었다. 따라서 욕망은 이제 거의 남아 있지 않았다. 유끼꼬와 장난을 칠 기분도 아니었다.
그런데도 몸은 반응을 나타냈다. 마사오는 몸의 중심이 부풀어 오르는 것을 의식해야 했다.
‘이것은 내 자신의 내부에서 끓어오르는것이 아니다. 이 애가 의도하는대로 반응한 것뿐이다.’
유끼꼬는 상체를 비스듬히 마사오에게 기댔다.
“저어........”
마사오의 허벅지 깊숙이 유끼꼬가 손을 뻗치며 말했다.
“학교 수영장 옆에서 별로 품행이 좋지 않은 상급생들에게 붙들린 적이 있어요. 이쪽은 여학생 세 명이고, 저쪽도 여학생 두 명이었어요.”
“그래서?”
“이상한 사진을 꺼내서 보여 주는 거예요.”
“어떤 사진인데?”
“남자와 여자의 사진. 양쪽이 모두 알몸이고 여자는 위로 향해 누워있고.........”
“...........”
유끼꼬는 속삭이듯 계속 말했다.
“남자는 상체를 일으키고 있었는데 어깨에는 문신을 하고 있었어요.
“강제로 보게 한 건가?”
“예. 한 사람씩 보게 하고는 한 마디씩 감상을 말하도록 시키는 거였어요.”
“그래, 어떻게 대답했지?”
“잘 모르겠다고 대답하며 고개를 저었어요. 얼굴이 붉어지지 않아 다행이었어요.”
“..........”
“그리고 난 그 불량한 상급생의 눈을 태연히 쳐다봤어요. 내가 흥미 없어 한다는 생각이 들게 할 자신이 있었으니까요.”
이야기를 하면서도 유끼꼬는 마사오의 허벅지를 만지작거렸다.
마사오는 유끼꼬의 어깨를 어루만지면서 물었다.
“그렇게 대답하니까 어떻게 나오던?”
“자기네끼리 ‘이 애는 아직 어린애야’하고 말하더군요.”
“다행이라고 생각했지만 한편으로는 분한 생각이 들었어요. 반발하고 싶었거든요. 사실은 나도 알고 있다고 말해 주고 싶었어요.”
“알고 있다구?”
“남자가 여자에게 조금 넣는 거죠. 뭐.”
“.............”
“하지만 대꾸하지 않고 잠자코 있었어요. 무서웠으니까요.”
“그건 잘 했어.”
“그 다음엔 내 곁의 애가 똑같은 질문을 받았어요. 그 애는 알고 있었기 때문에 얼굴이 새빨개지며 당황했어요.”
“그래, 그 앤 어떤 대답을 했지?”
“당황해 하며 머리를 젓고는 ‘폭행 당하는 장면’이라고 대답했어요.”“음.”
“그러니까 상급생들이 그 애의 어깨를 잡아 흔들며. ‘틀렸어. 여기를 잘 봐. 이 여자는 반항하기는 커녕 오히려 기쁜 얼굴을 하고 있잖아’라고 말하며 ‘너도 남자와 이런 짓 하고 싶지 않니?’하며 그 애를 놀렸어요.”
“음.”
“그 애가 고개를 저으며 ‘그럴 생각 없어요’라고 대답하니까 그 애를 막 꼬집으며 ‘이 거짓말쟁이야!’하고 화를 내고 소리쳤어요.”
“놀라운 일이군.”
“그 애는 결국 울상이 되어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어요.”
“거짓말을 한 게 아닌데도 그랬단 말이지?”
“하지만 결국 그 애도 상급생들의 협박에 못이겨, ‘해보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있어요’라는 대답을 하게끔 됐어요. 그렇게 대답하지 않으면 상급생들이 용서할 기색이 아니었거든요.”
“그건 끔찍한 고문이군.”
“세번째 애는 ‘부근에 사는 아주머니가 보여 준 적이 있어요. 즐거운 일을 하고 있는 장면이에요’라고 말했어요. 그러자 상급생들은 그 애의 어깨를 다독이며 ‘너는 솔직해서 좋아’하며 추켜 세웠어요. 그런 뒤 ‘체험해 보고 싶으면 언제든지 말하러 와. 좋은 남자를 소개해 줄테니까’라는 말을 남기고 사라졌어요.”
“그 불량 학생들은 몇 학년이었지?”
“3학년이었어요.”
“3학년이라, 음...... 그런 애들도 있을 법하군. 하지만 넌 절대로 그런 애들과 어울리면 안 왜.”
“물론 어울릴 생각 없어요. 그런 애들은 딴 세상에 사는 애들이니까, 옷차림을 보기만 해도 그걸 알 수 있어요.”
“무서웠지?”
“그래요. 하지만 난 곧 괜찮을 줄 알았어요. 그런 때는 덩치가 작은 것이 덕을 보니까요.”
“그런데 그런 사진을 본 적이 있다고 대답한 애도 용기가 있군. 그런 식으로 저쪽의 트집을 용케 피하니 말이야.”
“나중에 ‘정말 본 적이 있니?’하고 물었더니 여러 장 보았다고 했어요.”
“부근에 사는 아주머니한테서?”
“그 애 집 부근에 그런 이상한 아줌마가 있는 것 같아요. 사진뿐만이 아니라 그림도 보았다고 했어요. 비단 두루마기에 그려진 옛날 그림이란던에요.”
“나쁜 아주머니군. 겨우 중학교 1학년인 소녀에게 그런 걸 보여 주다니.”
“하지만 옛날엔 그런 그림을 시집갈 때 가져 갔다던데, 그게 정말이에요?”
“그렇다고 하더군.”
“그럼 우리집에도 있겠네요.”
“아마 없을 거야.”
“어째서요?”
“너의 어머니는 고등교육을 받은 인텔리니까 그런 것은 가져오지 않았을 거야. 그리고 너의 어머니가 시집 올 때만 해도 그런 풍습이 없어졌을 때니까.”
“그렇겠군요.”
“보고 싶니?”
“아니, 보고 싶지는 않아요.”
“유끼꼬는 예쁘니까 이제부터 상급생들이 눈독을 들일 거야. 하지만 절대 그런 이상한 애들과 어울려서는 안 돼. 알겠지?”
“알고 있어요.”
유끼꼬는 상체를 더욱 기울여 머리를 마사오의 어깨에 기댔다.
“일요일날 꼭 집에 있어요.”
“그래, 있을게.”
“나는 이제 가야겠어요.”
“그래, 가자.”
“그 전에 키스하고 싶어요.”
앞쪽의 길에 아무도 지나다니는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두 사람은 재빨리 입맞춤을 한 뒤 곧 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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