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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왕경 第二十四章 무서운 魔人들

第二十四章 무서운 魔人들

마운룡을 윽박지른 거구의 노인,
그는 바로 열화태세(熱火太世)였다.
마운룡은 자신을 포위한 오행태상을 둘러보며 내심 감탄을 금치 못했다.

(개개인이 전대 십왕전주(十王殿主)이신 철사대제(鐵獅大帝) 못지않은 고수들이다.
이런 초절고수들을 호법으로 거느린 것을 보면 역시 쾌활지존은 천외구중천 중 일파의 여주인일 것이다!)

그는 내심 염두를 굴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어서 결정해라. 여기서 뒈지겠느냐? 아니면 노부들을 따라 가겠느냐?”

다시 마운룡의 귓전에 한가닥 음침한 노인의 음성이 들려왔다.
땅딸막한 체구에 양손에 흙을 팔 수 있는 날카로운 도구를 든 노인,
흡사 그는 두더지와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바로 토행인마(土行人魔)였다.
마운룡은 쓴웃음을 지으며 내심 염두를 굴렸다.

(여기서 소란을 피워 좋을 것이 없겠지!)

이어,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알겠습니다. 노인장들의 분부에 따르겠습니다!”

그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잘 생각했다!”

“가자!”

스윽.....!
스윽.......!
오행태상은 일제히 마운룡을 포위한 채 날아올랐다.
마운룡도 그들의 중앙에서 몸을 띄웠다.
그는 오행태상에 에워싸인 상태로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직후,

“크... 큰일이야!”

슥!
한소리 다급한 신음과 함께 죽림 안에서 한 명의 여인이 날아나왔다.
풍만한 몸매에 후덕한 인상을 지닌 중년미부,
바로 쾌활림의 총관인 동십삼랑이었다.

(오행태상께서는 살인멸구할 작정이시다. 그냥 두면 저 아이는 오행태상의 손에 죽고 만다!)

그녀는 초조함을 금치 못하며 근심스런 표정을 지었다.

(그래, 오행태상의 손에서 저 아이를 구할 수 있는 것은 마모님 뿐이다!)

생각을 굴린 동십삼랑,
그녀는 망설임 없이 급히 전각 앞으로 날아들었다.
슥!
이윽고,
전각 앞에 이른 그녀는 머리를 조아리며 다급한 음성으로 외쳤다.

“마........ 마모님! 속하 동당주이옵니다!”

그러자,

‘휴.. 알고 있다!“

전각의 이층에서 한숨 섞인 나직한 여인의 음성이 흘러나왔다.
이어,
열린 창문으로 멸신마모의 모습이 나타났다.

물기 젖은 머리와 풍만한 몸을 한 벌의 욕의로 감싼 모습,
그 모습에서는 뇌쇄적인 아름다움과 근엄한 기도가 동시에 느껴졌다.
그녀는 초절한 내공의 고수였다.
지척에서 벌어진 일을 어찌 모르겠는가?
동십삼랑은 그같은 사실에 생각이 미치자 일순 부르르 전율했다.
멸신마모,
그녀가 오행태상이 마운룡을 데려간 것을 알면서도 저지하지 않은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멸신마모는 일파의 여종주였다.
비록 음약 때문이었다고는 하나 그런 그녀가 어린 소년과 살을 섞어 정절을 깨뜨렸다는 사실이 외부에 새어 나가면 어찌되겠는가?
쾌활지존의 권위는 일거에 실추되어 그녀는 더 이상 문중의 제자들을 통솔할 수 없을 것이다.
그 사실을 누구보다 멸신마모 자신이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녀는 오행태상이 살인멸구하려 마운룡을 데려간 것을 방치한 것이었다.
그때,

“마모님!”

동십삼랑은 바닥에 털썩 무릎을 꿇으며 간절한 음성으로 외쳤다.

“제.. 제발 오행태상을 막아주십시오! 부디 자비를 베푸소서!”

“.......!”

그녀의 돌연한 태도에 멸신마모는 흠칫했다.
그러나,
그녀의 눈꼬리가 파르르 떨렸다.
비로소 그녀는 깨달은 것이다.
동십삼랑,
그녀가 왜 마운룡을 위해 이렇듯 간절한 표정으로 근심하는지를,

“십삼랑..... 너..... 너 혹시........!”

멸신마모는 앓는 듯한 신음을 발하며 무섭게 동십삼랑을 노려보았다.
그런 그녀의 두 눈은 강한 질투의 불길로 이글거리고 있었다.
동십삼랑은 그런 그녀의 모습에 사색이 되었다.
하나,
그녀는 고개를 조아리며 사실대로 말했다.

“생각하고 계시는 대로 입니다. 이 천한 것이 마모님의 고귀한 옥체에 누를 끼쳤습니다!”

“으음.......!”

멸신마모는 부르르 몸을 떨며 신음했다.
그녀가 동십삼랑의 말의 의미를 모를 리 없었다.
동십삼랑,
그녀는 멸신마모 자신의 육체를 소유한 마운룡과 이미 살을 섞은 상태라는 것을,
그것은 마치 여주인의 정인을 하녀가 먼저 유혹한 꼴이 아닌가?
멸신마모는 일순 불타는 질투심에 사로잡혔다.

“네..... 네가.... 감히!”

그녀는 전신을 부들부들 떨며 노여움을 금치 못했다.
그녀의 기고한 자존심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입은 것이었다.
동십삼랑은 오체복지하여 고개를 조아렸다.

“죽여... 주세요. 천녀 역시 마모님의 비밀을 알게 되었으니 그 아이를 죽이시려면 저 역시 죽이셔야 비밀이 유지될 것이옵니다!”

비록 떨리지만 그녀는 결연한 어조로 말했다.

“으음........!”

그런 그녀를 내려다보던 멸신미모의 안색이 여러 차례 변했다.
치욕과 질투, 그리고 갈등의 빛이 복잡하게 교차되는 눈빛이었다.
그녀가 손가락 하나만 까딱하면 동십삼랑은 그대로 즉사하고 만다.
하나,
끝내 멸신마모는 동십삼랑에게 살수를 쓰지 못했다.
이윽고,

“흣.......! "

그녀는 깊은 탄식을 발하며 입을 열었다.
“그만 두어라. 지난 삼십 년의 세월 동안 나를 위해 온갖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은 너를 내 어찌 해칠 수 있겠느냐?”

순간,

“마...... 마모님!”

동십삼랑은 감격의 음성으로 외치며 머리를 조아렸다.

“그 아이의 행장을 꾸려서 따라와라!”

슥!
말과 함께,
멸신마모는 먼저 여명 속으로 날아올랐다.
그녀의 모습은 삽시에 죽림 밖으로 사라졌다.
동십삼랑의 옥용에는 희열의 빛이 번졌다.

(아아...... 다행이다!)

그녀는 내심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그녀는 멸신마모가 사라진 곳을 주시했다.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다!)

슥!
그녀는 급급히 몸을 날려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

죽림 속,
한 쌍의 눈이 동십삼랑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휴.........!”

나직한 한숨을 내쉬며 탄식하는 여인 바로 사갈마녀였다.

(나보다 차라리 저 멸신도(滅神島)의 천한 계집이 더 운룡을 생각해 주는 구나!)

그녀는 처연한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내심 중얼거렸다.

(다행이다. 저 독한 마녀도 그 아이의 순진한 매력에는 차마 독해지지를 못하는 듯하니.....!)

그녀는 쓸쓸하게 미소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너는 네 길을 가거라. 나는 내 앞에 예정되어진 피의 길(血路)을 가겠다. 그것이 나의 운명이니......!)

중얼거리는 그녀의 눈가로 문득 물기가 번졌다.
눈물일까?
하나,
물기는 곧 차가운 새벽 바람에 말라버렸다.
다음 순간,
스........ 사갈마녀의 모습은 한 줄기 연기처럼 그곳에서 사라졌다.



스스스........
동정호변의 갈대밭,
차가운 새벽바람에 메마른 갈대들이 몸을 서걱이며 흔들리고 있었다.
그 가운데,
육인(六人)이 우뚝 서 있었다.
마운룡,
그리고 그를 포위하고 있는 오행태상이었다.
오행태상은 뇌전같이 형형한 눈으로 마운룡을 노려보고 있었다.

“네놈이 순순히 따라온 대가로 죽이지는 않겠다!”

열화태세가 성급한 음성으로 먼저 입을 열었다.

“대신 네놈의 두 눈알과 혀를 이곳에 묻고 가야만 한다!”

“.......!”

“행여나 네놈이 마모님의 명예에 누를 끼칠까봐 이렇게 하지 않을 수 없다!”

토행인마가 음침한 음성으로 열화태세의 말을 거들었다.
마운룡은 나직하게 탄식하며 입을 열었다.

“소생이 귀주인께 죄를 지은 것은 인정합니다!”

“인정한다면 순순히 눈알과 혀를 내놓아라!”

열화태세가 불같은 음성으로 다그쳐 말했다.
하나,
그 말에 마운룡은 고개를 저었다.

“그럴 수는 없습니다!”

그는 강경한 어조로 잘라 말했다.
순간,

“무어라고?”

“.........!”

오행태상은 두 눈을 부릅뜨며 분노의 표정으로 마운룡을 노려보았다.
하나,
마운룡은 조금도 흔들림 없는 결연한 음성으로 말했다.

“신체발부(身體髮膚)는 수지부모라 했습니다. 비록 소생이 대죄를 지었다 해도 내 어찌 마음대로 손상할 수 있단 말입니까?”

순간,

“닥.......쳐랏!”

“이 육시를 할 놈! 노부들을 우롱할 작정이냐?”

열화태세와 토행인마가 잡아먹을 듯 마운룡을 노려보며 분갈을 내질렀다.
하나,
마운룡은 침착한 음성으로 말을 이었다.

“천지신명께 맹세합니다. 절대 귀주인의 명예에 누를 끼치지 않겠습니다!”

그 말에 온유한 인상의 노부인이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네 맹세를 믿고 싶지만 워낙 사안이 중요하여 맹세만으로는 안심할 수 없음을 용서해라!”

바로 을목신모(乙木神母)였다.
마운룡은 그녀를 주시하며 쓴웃음을 지었다.

(그래도 인정이 있는 분도 있군!)

이어,
그는 중인들을 둘러보며 재차 자신의 확고한 뜻을 밝혔다.

“용서하십시오! 어쨋든 소생은 여러분의 분부를 따를 수 없습니다.!”

그 말에 열화태세는 무섭게 안면근육을 실룩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오냐! 좋다. 그럼 노부가 직접 네놈의 눈알을 파내고 혀를 뽑아주마!”

말을 마침과 함께,
콰릉-----------!
그는 맹렬히 일권을 내질렀다.
순간,
슥! 화락!
그의 일권이 떨쳐지자 나머지 사인은 급급히 신형을 날려 피했다.
그만큼 열화태세의 열화강살은 무서운 것이었다.
다음 순간,
후두둑......
화르르-----------!
사방 사십 여장이 순간적으로 불길에 확 휩싸이더니 이내 잿더미로 화해버렸다.
그 광경에 을목신모는 아미를 찡그렸다.

“심하군요, 저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는지.......!”
그녀는 탄식하며 나직이 중얼거렸다.
한명의 귀여운 소년이 열화태세의 열화마공에 재로 화한 듯 싶어서였다.
한데,
그 직후,

“저... 저럴 수가.....!”

을목신모 옆의 토행인마가 두 눈을 부릅뜨며 경악성을 토했다.

“........!”
“........!”

을목신모, 흑수마파들의 봉목도 한껏 부릅떠졌다.
보라.
스스스......
흩날리는 갈대의 잿가루 속,
하나의 인영이 우뚝 서 있지 않은가?
양팔을 십지로 엇갈려 가린 자세로 서 있는 소년,
바로 마운룡이었다.
그런 그의 주위,
츠으.... 츠으.......
은은한 주황색의 노을이 넘실거리고 있었다.
토행인마는 경악을 금치 못하며 신음하듯 중얼거렸다.

“열화........ 대형의 화극장풍(火極掌風) 속에서 살아남다니......!”

그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때,

“저것은 열하천패신강의 흔적이에요. 수호십왕 중 거화신마의.......!”

지켜보고 있던 철관음(鐵觀音)이 냉정한 어조로 말했다.
그녀는 차가운 인상에 일신에 검은 철릭을 걸친 미부였다.
일견하여 삼십에서 사십 정도의 나이로 보이는 절색미부,
하나,
사실 그녀의 나이는 오십대 후반이었다.
철관음의 그 말에,

“거화..... 신마!”

‘이럴 수가.... 저놈이 십왕전(十王殿)의 후예란 말인가?“

열화태세와 토행인마도 두 눈을 부릅뜨며 경악의 신음성을 발했다.
마운룡은 그런 오행태상을 둘러보며 내심 염두를 굴렸다.

(좋지 않게 되었군! 이들이 내 정체를 알아차리고 말았으니..!)

이윽고,
그는 천천히 두 팔을 내렸다.
그런 그의 눈썹과 머릿결, 그리고 눈동자까지 온통 타는 듯 붉은 주황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열하천패강살의 흔적이었다.
그는 화룡정뇌를 복용하며 무궁무진한 화기를 지닌 몸이었다.
덕분에,
마운룡이 연마한 무공 중 거화신마의 열화천패신강이 가장 강력한 위력을 나타냈다.
비록 지금 그의 열화천패신강의 화후는 삼성에 불과한 상태였으나 그 옛날 거화신마가 연마한 열화천패신강의 육성에 필적할 정도였다.
하나,
열화태세의 공격을 모면하기 위해 열화천패신강을 시전한 마운룡,
그것이 오히려 그에게 더 큰 위기를 안겨주었다.
그때,

“십왕전(十王殿)의 놈이라면 살려보낼 수 없다!”

“바득! 십왕전(十王殿)의 졸개라면 합공을 하는 것도 부끄러운 일이 아니지!”

스슥.......
오행태상은 형형한 눈으로 마운룡을 노려보며 그의 주위로 포위망을 좁혀들었다.
마운룡은 그런 그들을 주시하며 심각한 안색을 지었다.

“역시...... 당신들은 천외구중천(天外九重天)의 무리였구려!”

그 말에 철관음은 서늘한 안광을 토하며 쌍장을 쳐들었다.

“그 사실을 알았으니 정말 살려보낼 수가 없구나!”

그녀의 섬섬옥수는 이 순간 검푸른 색으로 물들었다.
마치 무쇠로 만들어진 듯,

(안좋군!)

마운룡은 그것을 주시하며 마음이 무거웠다.
전력을 다하면 오행태상 중 한둘 정도는 쓰러뜨릴 수도 있었다.
하나,
그렇게 되면 그 자신 또한 회복할 수 없는 타격을 입게 될 것이다.
마운룡은 침중한 안색으로 다가드는 오행태상을 주시했다.

(그러나 선택의 여지가 없다!)

이어,
그는 탄식하며 천천히 열화천패신강을 끌어올렸다.
그러자,
츠으.......
고........ 오오.........!
가공할 열기가 사위를 태워버릴 듯 휩쓸었다.
순간,

“우웃!”

“무...... 무서운 놈이로군! 호신강기를 녹이다니.....!”

철관음과 열화태세 외의 삼인은 신형을 비칠거리며 장내에서 물러섰다.
일촉즉발(一觸卽發)의 순간,
바로 그때였다.

“그만 두어요. 오행태상!”

문득 허공에서 한줄기 나직한 탄식이 들려왔다.
순간,

“마.... 마모님!”

“...........!”

중인들은 깜짝 놀라며 시선을 돌렸다.
찬연한 아침해가 막 떠오르는 동천(東天).
하나의 인영이 햇살 속을 서서히 날아내려왔다.
한 벌의 욕의만을 걸친 미부,
바로 쾌활지존----------- 멸신마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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