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와룡강님의 기인천년 마지막(2권) 17장
第 十七 章 金剛大法輪心訣
문득,
(헉!)
고검추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 것을 느끼며 멈춰섰다.
이곳은 절진암과 십자단혈맹의 중간지점이었다.
깎아지른 듯한 절벽 위로 난 한 줄기 협로.
고검추는 그 험로를 따라 걷고 있었다.
한데,
그 혈로의 중간,
"........!"
휘류류.....!
한 명의 흑의 복면인이 유령같이 서 있지 않은가?
밤바람에 옷자락을 펄럭이며 우뚝 서 있는 자,
그 자의 모습은 음산하기 이를 데 없어 귀신이 아닌가 착각할 지경이었다.
그 흑의복면인을 본 순간,
(지옥....교주!)
고검추는 내심 부르짖으며 찬바람을 들이켰다.
지옥교주------!
그렇다.
흑의인은 바로 지옥교주였다.
그 자가 지금 고검추의 앞길을 가로막고 있는 것이었다.
아마도 그 자는 절진암 주위에 은신하고 있다가 고검추가 절진암으로 들어가는 것을 발견했을 것이다.
문득,
"흐흐흐......!"
지옥교주의 복면 속에서 늑대가 흐느끼는 듯한 괴소가 흘러나왔다.
"크큿! 놀랍군! 절진암의 그 암중이 너 어린놈을 살려 보내다니....!"
그 자는 음산한 눈빛으로 고검추를 노려보았다.
"네 설익은 물건으로 그 암컷의 사타구니를 쑤셔 주기라도 했느냐? 그 암중이 관례를 깨고 살려 보내다니 말이다!"
순간,
"닥.... 쳐라!"
고검추는 검미를 불끈 하며 소리쳤다.
그는 지옥교주의 입에 담지 못할 비열한 어조에 얼굴이 벌겋게 물들며 분노를 금치 못했다.
이어,
그는 싸늘한 눈으로 지옥교주를 노려보며 말했다.
"네 놈은...... 분명 십자단혈맹의 인물일 것이다. 나같은 어린아이까지 겁을 내어 얼굴을 싸매고 있는 것이냐?"
그는 조소하며 지옥교주를 비웃었다.
하나,
지옥교주는 냉막한 눈빛으로 고검추의 격장지계를 흘려 넘겼다.
"긴 말 하고 싶지 않다! 내.... 놔랏! 살고 싶다면.....!"
그 자는 음산하게 말하며 불쑥 오른 손을 내밀었다.
그런 그 자의 오른 손.
손가락이 네 개밖에 없었다.
지옥교주.
그 자는 꿈에도 모르고 있을 것이다.
눈 앞의 이 어린 소년이 바로 자신의 손가락을 자른 장본인이라는 것을.
고검추는 검미를 꿈틀했다.
"무.... 엇을 내놓으란 말이냐?"
그는 냉소하며 태연하게 대꾸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내심 가슴이 덜컥 내려앉은 느낌이었다.
지옥교주가 자신이 복마신검의 장보도를 지닌 것을 알아챘을까 봐서였다.
하나,
그런 그의 생각은 기우에 불과했다.
"시치미 떼지 마라! 절진암의 그 암컷은 분명 무엇인가를 주었을 테니까!"
".....!"
그 자의 말에 고검추는 내심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하나,
결코 안심할 수 없는 일이었다.
문제는 이 지옥교주라는 자의 수중을 어떻게 빠져나가는가 하는 것이었다.
고검추는 내심 재빨리 염두를 굴렸다.
(비륜(飛輪)을.... 다시 한 번 써보는 수밖에 없다!)
그는 내심 결심했다.
이어,
그는 왼손을 소매 속에 집어넣었다.
"네가 원하는 것은 여기 없으니 원한다면 네가 와서 가져가라!"
고검추의 그 말에 지옥교주는 싸늘한 냉소를 흘렀다.
"크큿! 하라면 못할 줄 아느냐?"
말과 함께,
쉬학------!
그 자는 히죽 웃으며 동시에 어깨를 꿈틀했다.
다음 순간,
지옥교주의 신형이 유령같이 고검추의 눈앞에 들이닥쳤다.
실로 기쾌하기 이를 데 없는 경신술이었다.
하나,
고검추는 이미 각오하고 있었다.
순간,
"받.... 아랏!"
그는 한소리 폭갈과 함께 덮쳐드는 지옥교주를 향해 맹렬히 오른 손을 뿌려 냈다.
그와 함께!
피---- 이잉!
쩌어------ 엉!
날카로운 금속성과 함께 그의 왼쪽 소매에 숨겨져 있던 비륜이 벼락치듯 지옥교주를 향해 날아갔다.
순간,
"헛! 그것은 .....!"
지옥교주의 입에서 단말마의 경악성이 터져나왔다.
그가 어찌 모르겠는가?
자신의 오른 손 식지를 잘라낸 그 비륜을.
비륜이 날아든 거리는 너무 가까웠고 그것이 날아가는 속도는 너무나 빨랐다.
지옥교주는 도저히 그 비륜을 피할수 없을 듯이 보였다.
하나,
휘릭----!
지옥교주의 몸이 믿어지지 않게도 뒤로 벌렁 드러누웠다.
두 발바닥은 땅바닥에 찰싹 달라붙은 채,
철판교(鐵板橋)------!
그것은 절정의 경신술의 하나인 철판교의 신법이었다.
직후,
찌-----익!
비이잉!
비륜은 간발의 차이로 지옥교주의 얼굴 위를 스치고 지나갔다.
비륜의 날카로운 칼날에 스쳐 지옥교주의 복면자락이 길게 찢겨나갔다.
그와 함께,
눈앞에 드러나는 지옥교주의 반쪽 얼굴.
그것은 얄팍한 입술에 수염은 하나도 없고 입술가에 콩알만한 점이 박혀 있는 얼굴이엇다.
그때,
"치------앗!"
파------ 앗!
일격에 실패한 고검추는 이를 갈며 맹렬히 뛰어올랐다.
이어,
고오오-----!
그는 크게 호선을 그리며 되날아오는 비륜을 받아 재차 지옥교주를 공격하려고했다.
한 순간,
팟!
칼날이 접히 비륜이 고검추의 수중에 잡혔다.
하나,
그의 일격은 시전되지 못했다.
"바.... 득! 네놈.... 이엇구나!"
꽈르릉-----!
철판교의 신법으로 위기를 모면한 지옥교주.
그 자가 분노의 폭갈과 함께 맹렬히 고검추를 후려쳤기 때문이었다.
순간,
(헉!)
재차 비륜을 나리려던 고검추는 숨이 콱 막혔다.
지옥교주의 장력이 닿기도 전에 엄청난 암경이 먼저 그의 전면을 후려친 것이었다.
(안.... 돼..!)
고검추는 암경의 회오리에 휘감겨 허공에서 허우적거렸다.
다음 순간,
콰아아앙------!
그의 가슴팍에 엄청난 충격이 가해졌다.
직후,
"악!"
단말마의 비명과 함께 고검추는 그대로 정신을 잃어 버렸다.
다음 순간,
화라라락-----!
까무라친 고검추의 신형은 그대로 절벽 아래로 추락해 갔다.
지옥교주는 대경했다.
(아.....차!)
그는 다급한 비명을 발했다.
하나,
그 자가 미처 어찌해 볼 틈도 없이 고검추의 신형은 까마득히 절벽 아래로 사라져 버렸다.
"빌어 먹을......!"
쿠-----웅!
지옥교주는 분을 참지 못하고 발을 굴렀다.
하나,
아무리 아쉬워 해도 소용없었다.
고검추를 삼킨 단애는 너무 깊어 바닥이 보이지도 않았으니....
과연.....
고검추------- 그는 철천지한을 품고 이대로 스러지는 것인지......
과연.....?
"크윽.....!"
고검추,
그는 전신이 으스러지는 듯한 고통을 느끼며 어렴풋이 정신을 차렸다.
하나,
겨우 돌아온 정신은 엄청난 고통으로 이내 다시 혼미해졌다.
한데,
그때였다.
"아미.... 타불....!"
다시 정신을 잃어가는 고검추의 귓전으로 한 줄기 창노한 불호성이 들려왔다.
고검추는 그 소리에 다시 정신이 들었다.
(내가.... 죽어 저승에 온 것일까?)
그는 혼미해지려는 정신을 붙잡으려 필사적으로 눈을 부릅떴다.
그런 그의 시야로 흐릿한 한 명의 노승의 얼굴이 보였다.
기이하게도 검붉은 얼굴에 새하얀 수염이 가슴까지 드리운 노승.
마치 불법의 수호자인 부동명왕처럼 보이는 노승이었다.
"아미.... 타불! 노납이 입적하기 직전에 조우한 것도 다 전생의 인연 덕분이리라!"
노승은 고검추를 바라보며 나직하게 탄식했다.
"금강(金剛)의 항마법력(降魔法力)을 시주에게 남기노니 부디 노납이 속세에 남기고 가는 인연의 잔재를 대신 마무리해 주기를....!"
혼미한 고검추의 귓전으로 노승의 창노한 음성이 들려왔다.
그와 함께,
알 수 없는 온유한 기운이 그의 정수리로 흘러 들어왔다.
꽈르르릉.....!
그 온유한 기운은 고검추의 내부로 흘러 들어오자 돌연 폭풍과 같이 막강해졌다.
우두둑....!
그 강대한 힘에 밀려 고검추의 관절이 일제히 뒤틀렸다.
그것은 실로 형언할 수 없는 엄청난 고통이엇다.
고검추는 이를 악물었다.
(정신을.... 잃으면.... 안되는데....!)
그는 비몽사몽간에 되뇌이며 기절하지 않으려 안간힘을 썼다.
하나,
그것은 역부족이었다.
그는 전신이 으스러져 나가는 듯한 고통에 이내 까마득히 정신을 잃고 말았다.
얼마나 지났을까?
문득,
고검추는 죽음의 나락 같은 깊고 깊은 혼미에서 깨어났다.
이어,
"웃!"
눈을 뜨려던 그는 이내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눈을 찡그렸다.
햇살,
강렬한 햇빛이 그의 얼굴을 직격으로 쏘아 내려오는 것이 아닌가?
고검추가 누워 있는 곳은 깎아지른 절벽 사이의 바닥이엇다.
양쪽의 절벽은 어림잡아 수백 장은 됨직 했다.
절벽의 틈으로 보이는 하늘이 마치 손가락 하나 정도의 넗이로 보였다.
그 정중아응로 태양이 걸려 있었다.
이로 미루어,
지금은 아마도 정오 무렵인 듯했다.
고검추는 검미를 찡그리며 몸을 일으켰다.
(그 분은 누구실까?)
그는 의아한 표정으로 혼미 속에서 얼핏 본 노승의 얼굴을 떠올렸다.
한데,
다음 순간,
"헉!"
몸을 일으키던 고검추는 자신도 모르게 신음성을 터뜨렸다.
그가 누워 있는 옆의 절벽,
그곳은 움푹 파여 비와 이슬이 닿지 않는 부분이었다.
한데,
그 얇은 동굴의 끝,
한 명의 노승이 단정히 눈을 감은채 앉아 있지 않은가?
마치 무쇠로 빚은 듯 검붉은 얼굴.
가슴까지 늘어진 새하얀 수염....
바로 고검추가 꿈결에서 본 그 노승이엇다.
고검추는 한 차례 크게 숨을 들이켯다.
(꾸....꿈이 아니었군!)
그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한데,
아.....!
실로 끔찍했다.
노승,
그의 두 다리는 허벅지 부근에서 싹둑 잘려나가고 없지 않은가?
고검추는 노승이 자신을 구해준 것을 깨닫고 급히 노승을 향해 절을 올렸다.
"구명지은에 감사드립니다!"
하나,
노승은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
고검추는 흠칫했다.
이어,
그는 조심스럽게 노승의 옆으로 다가섰다.
순간 그는 놀람을 금치 못햇다.
"입..... 적하셨구나, 이미......!"
그렇다.
노승-------- 그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단지 앉아 있는 자세가 너무 자연스러워 살아 있는 것처럼 보일 뿐이엇다.
놀라운 표정을 짓고 있던 고검추.
문득,
그는 번득 눈을 빛냈다.
동굴의 석벽에 금강지(金剛指)의 수법으로 글이 가득 적혀 있음을 발견한 것이었다.
고검추는 석벽으로 다가가 그 글을 읽어 내려갔다.
<세속에 남기고 가는 미련을 청산하도록 그대와의 인연을 준비해 주신 세존께 감사하노라!>
글의 서두는 그렇게 시작되고 있엇다.
그 글은 아주 힘찬 필체로 적혀 있었다.
그리고,
그 글의 아랫 부분에는 아주 심오한 내공심법이 하나 기록되어 있었다.
<금강대법륜심결(金剛大法輪心訣) 요해(了解)!>
심법(心法)의 이름은 그러했다.
고검추는 한눈에 그것이 불문의 상승내공심법임을 알아보았다.
하나,
그는 그것이 불문의 내공심법임만 알았지 진정한 내력이 무엇인지는 꿈에도 알지 못했다.
본래,
중원무림의 총본산이라는 소림사(少林寺)에는 칠십이종의 절정신공이 있었다.
소림칠십이절기라 불리는 그것들은 하나같이 극상승의 절기들이엇다.
그 중 하나라도 십이성 연마하면 능히 독행강호 할 수 있을 정도였다.
소림은 그같은 칠십이종의 상승 절기를 비장하고 있음에도 당금에 와서는 그저 한 지방의 패주로만 만족하고 있었다.
그것은 소림칠십이절기에 한 가지 치명적인 단점이 있기 때문이엇다.
즉,
소림칠십이절기는 속성이 불가능하다는 점이엇다.
최소한 이십 년 이상 끊임없이 수련해야 제 위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소림칠십이절기-----!
백년 내 소림칠십이절기 중 단 한 가지 만이라도 십이성 완성한 인물은 단 한 명에 불과했다.
철목신승의 스승이며 일갑자 이전의 중원제일인으로 불리던 무아성승(無我聖僧)!
바로 그였다.
이같이,
소림칠십이절기는 연마하기 어려운 탓에 당대에 이르러서는 소림칠십이절기를 연마하려는 무림인이 거의 없는 지경이었다.
금강대법륜심결(金剛大法輪心訣)-----!
그것은 바로 소림칠십이절기의 하나였다.
소림 방장에게만 구결(口訣)로 비밀히 전수되는 호법오대신공(護法五大神功)중 하나.
흔히 금강신공(金剛神功)으로 알려진 금강대법륜심결(金剛大法輪心訣).
그것은 가히 지상 최강의 심법이라 할 수 있었다.
금강신공이 일정한 수준에 이르면 도검이 불침하는 금강지체(金剛之體)를 이룰 수 있었다.
하나,
고검추는 그같은 내력을 알 리 만무했다.
그저 그는 심오한 내공 심법을 얻은 것을 기뻐할 뿐이었다.
그는 온 정신을 집중하여 금강대법륜심결(金剛大法輪心訣)의 구결을 암기했다.
금강대법륜심결의 구결 끝에는 노승이 남긴 글이 또 적혀 있었다.
<노납의 미력한 금강법륜(金剛法輪)이나마 그대의 육신에 심어 놓았으니 금강대법륜심결(金剛大法輪心訣)을 연마하는데 도움이 되리라. 금강신공의 오의에 이르자면 아무리 재능이 있는 자라도 일갑자 이상은 참수해야만 한다. 그러나 눈을 돌리면 그곳이 피안이듯 불타의 의지를 각성할 수만 있다면 금강대법륜심결의 오의에 이르는 것도 일수유에 불과하리라. 그대가 금강대법륜심결ㅇ르 하늘의 호생지덕(好生之德)을 지키는데 사용한다면 여한이 없겠으나 후일 소림(少林)의 방장지재를 만나면 그에게 금강법력(金剛法力)을 전해 준다면 저승에서나마 감루하리라.>
노승의 글은 그렇게 끝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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