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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르네의 연인

1.엘리베이터 안에서

점심시간이 끝나 갈 무렵, 로쟌느는 파리 시내의 캐피탈 빌딩에 도착했다.
창문 유리며 벽타일이 온통 흑색인 40층짜리 건물이었다.
로쟌느의 옷차림은 보통 때와 다름이 없었다.
그녀는 가슴 근처가 V자로 깊이 파인, 마직으로 된 하얀 블라우스를 받쳐
입은 위에 회색 실크 자켓을 걸친 데다가 무릎쯤 오는 주름 스커트를
입고 있었다.
그밖에 몸에 걸친 것이라고는 약손가락에 끼고 있는 구리반지와 송아지
가죽으로 만든 숄더백 정도였다.
그녀의 겉옷 안에는 가터벨트로 맨 스타킹과 브래지어만 있었다.
벨트 밑에는 아무것도 없이 그냥 맨살이었다.
속옷은 도무지 갑갑해서 걸칠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녀는 시계를 보았다.
아직 오후 1시가 되려면 30분 정도가 남아 있었다.
카렐 사장이라는 남자는 어딘가에서 이른 점심을 먹고 부지런히 돌아오고
있을 것이다.
로쟌느는 회전유리문을 거침없이 열고 빌딩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로비의 한 구석에 마련된 의자에 다리를 포개고 앉아 빌딩 안으로
들어오는 사람들을 하나씩 살피기 시작했다.
하나같이 신사복에 넥타이를 맨 정장 차림의 남자들은 모두들 그녀를
힐끔 뒤돌아 보고 갔다.
이런 빌딩 속에서 금무하는 비지니스맨들은 세계적인 재벌이 되겠다는
확고한 목표를 가지고 꿈을 키우며 야심을 불태울 것이었다.
그러나 미처 깨닫고 있지 못했지만, 그들은 이미 한 여자 앞에서 와르르
무너지고 있었다.
그런 것들을 모두 내던지고 싶어질 만큼 그녀의 날씬한 몸매와 엷은
초록빛 눈동자, 그리고 약간 어두운 색깔의 빨간색 루즈가 그들을
강력하게 유혹하고 있었던 것이다.
사실 로쟌느는 지금 기다리고 있는 카렐 사장을 유혹해야 하는 임무를
가지고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그녀가 지나가는 낯선 남자들과 눈거래를 하는 것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다.
로쟌느는 엘리베이터 쪽을 바라보면서 눈살을 찌푸렸다.
그것은 카렐 사장이라는 남자가 자신의 유혹에 넘어오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걱정 때문이 아니었다.
그녀는 임무 수행 장소로 정한 엘리베이터 안에 카렐과 그녀 외에
딴 사람이 동승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을 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이내 얼굴을 펴고 활짝 웃어 보였다.
뭇사내들의 가슴을 울렁거리게 만들었던 고혹적인 미소였다.
<잘 될 거야. 걱정한다고 탈 사람이 안 타고, 안 탈 사람이 타겠냐?
운명이야, 운명. 모든 걸 운명에 맡기는 것이다.>
로쟌느는 마음을 편히 가지기로 했다.
그때 회전 유리문을 열고 한 남자가 들어왔다.
로쟌느는 숄더백에서 사진을 꺼내 그 남자와 비교해 보았다.
그가 바로 카렐 사장이었다.
그는 문을 열고 들어오자마자 엘리베이터 쪽으로 향했다.
현재까지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사람은 그밖에 없었다.
그녀는 백 안에 사진을 넣고 일어나서 엘리베이터 쪽으로 갔다.
약간 골슬인 검은 머리칼의 그 남자는 검은 안경테 밑에 젊음을 숨기고
있었다.
그는 베이지색 프란넬의 더블 양복에 경제 신문지를 옆구리에 끼고 있었다.
여느 남자들과 다름없는 복장이었다.
그가 로쟌느를 옆눈으로 힐끗 보았다.
로쟌느는 그걸 알면서도 앞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아마도 벌써부터 가슴이 울렁거리고 있을 것이었다.
이윽고 엘리베이터가 도착했다.
다행히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사람은 그때까지 그 남자와 로쟌느뿐이었다.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자 남자는 여자에게 먼저 들어가라는 몸짓을
해 보였다.
"고맙습니다."
"천만에요."
그녀는 그의 목소리가 잔잔하게 떨리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먼저 안으로 들어가며 그녀는 일이 잘 될 것 같다는 예감을 받았다.
그는 <닫힘> 단추를 눌렀다.
엘리베이터 안에는 오직 두 사람뿐이었다.
로쟌느는 그 남자를 보지 않고 한쪽 구석에 서 있었지만 그가 마음을
걷잡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남자는 자기 넥타이의 매듭을 몇 번씩 고치곤 하였다.
눈을 내리깔고 있는 로쟌느의 얼굴에서 아무것도 읽을 수가 없어서
몹시 초조해 하고 있는 것 같았다.
"몇 층까지 가십니까?"
그의 숨이 가빠지고 있었다.
"맨 꼭대기 층이예요."
로쟌느는 대답했다.
남자는 엘리베이터를 출발시키고는 벽에 기대섰다.
로쟌느는 그의 앞에 등을 꼿꼿이 세우고 있었다.
그는 그녀가 메마르고 험준한 산맥을 가로질러 나타난 산양 같다고 느꼈다.
어딘지 모르게 야성적이고 자극적인 향기가 그녀에게서 풍겨오는 것 같았다.
엘리베이터는 막 5층을 통과하고 있었다.
"나도 맨 윗층입니다."
남자가 숨가쁜 어조로 말했다.
그러나 로쟌느는 암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맨 윗층까지 52초밖에 걸리지 않는에 ...... 너무 짧아!"
그는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그녀를 흘깃 보았다.
그러나 그녀가 잠자코 있었기 때문에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너무 짧아! 그렇지 않소?"
그는 그녀를 잡아먹기라고 하려는 듯 눈에 힘을 주고 그녀의 아래위를
훑고 있었다.
그녀는 층수를 나타내는 엘리베이터 전광판을 힐끗 보고 나서 이렇게 말했다.
"앞으로 40초나 남아 있어요."
"40초 같은 것은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 버립니다.
나한테 조금만 더 여유를 주시겠소?
오늘 밤 저녁식사는 어때요?"
"그럴 필요가 없어요."
로쟌느가 대답했다.
"시간이 필요하시다면 드릴게요."
그녀는 팔을 뻗어서 빨간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엘리베이터는 덜컹하더니 제자리에 멈춰 서서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그때서야 로쟌느는 남자 쪽으로 눈길을 돌렸는데, 그 눈은 푸른빛을 띤
촉촉한 초록색이었다.
"이렇게 하면 되잖아요?"
그녀가 말했다.
그러자 남자는 불안한 눈길로 전광판을 바라보았다.
전광판에는 <13>이라는 숫자가 나타나 있었다.
"뭘 원하시오?"
남자가 물었다.
"당신! 당신 외에는 아무것도 필요없어요."
그녀는 대답했다.
로쟌느가 남자 쪽으로 다가가 어깨에 손을 얹고 남자의 입술에 그녀의 입술을
가볍게 포갰다.
그러자 남자는 다급하게 그녀를 껴안더니 그녀의 입술 사이로 자신의 혀를
밀어 넣었다.
하지만 그녀는 이빨로 빗장을 걸고 남자의 혀가 침입하는 것을 허용치 않았다.
로쟌느의 손은 아래쪽으로 뻗어 내려가 남자의 사타구니쯤에서 멈췄다.
어느새 남자의 물건은 딱딱해져 있었다.
남자가 그녀의 손을 뿌리치려고 했다.
그러나 로쟌느가 손바닥으로 그의 물건을 한번 쓰다듬자 그의 저항은
눈녹듯이 사라졌다.
그녀는 아주 능숙한 솜씨로 남자의 혁대를 풀고, 이어서 바지의 단추까지
리드미컬하게 풀었다.
그리고 그 안으로 손을 집어 넣어 열을 받기 시작한 남자의 물건을
부드럽게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
갑자기 벨이 울리기 시작했다.
엘리베이터는 층과 층 사이에서 정지할 경우, 긴급벨이 자동족으로
울리도록 조작되어 있었던 것이다.
로쟌느는 남자의 귓가에 대고 이렇게 속삭였다.
"엘리베이터를 작동시키겠어요.
하지만 나는 당신이 맨 윗층에 도착하기 전에 틀림없이 절정에
이른다고 장담해요."
남자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엘리베이터가 움직이기 시작하자 요란스럽게 울리던 벨도 멎었다.
<아, 아버지!>
로쟌느는 딱딱해져 가는 남자의 물건을 손으로 잡으며 속으로 외쳤다.
모두가 아버지 때문이었다.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서 이렇게 원치 않는 일도 해야 하는 것이었다.
그녀는 남자의 물건을 손가락 사이에 꽉 끼고, 세게 잡았다가 늦웠다가
하는 운동을 멈추지 않았다.
먹이를 요리하는 듯한 그녀의 행동은 대담했으며 또한 날렵하고 민첩했다.
남자는 그녀의 블라우스 속에 감추어진 젖가슴으로 진주 같은 땀방울이
빛나고 있는 것을 훔쳐 보았다.
각 층의 숫자가 차례로 지나갔다.
32, 33, 34, 35 ...... 남자의 숨결이 차츰 거칠어져 왔다.
"아아!"
쾌감을 음미하려는 듯 눈을 감고 있던 남자는 터져 나오는 신음소리를
억제 하려고도 하지 않았다.
로쟌느는 부풀어서 터질 것 같은 남자의 물건을 한층 더 세게 움켜 잡았다.
그리고는 정성껏 주물러댔다.
"아아! 헉!"
남자는 여자가 부드럽운 손과 집요한 손놀림으로 자신의 물건을 공략할
때마다 숨넘어가는 비명을 질러댔다.
그러더니 마침내 홱 하고 머리를 뒤로 젖혔다.
38, 39 ...... 맨 꼭대기층이 위협하듯이 다가오고 있었다.
머리를 젖힌 남자는 드디어 폭발해 버리고 말았다.
여자는 자신의 손바닥에 남자의 폭발물을 고스란히 받아냈다.
그리고 백에서 손수건을 꺼내 그것을 닦은 다음, 다른 손소건으로 남자의
물건을 닦아 주었다.
그 순간 엘리베이터가 움직임을 멈추더니 문이 열렸다.
로쟌느는 숄더백을 어깨에 메고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밖으로
걸어나갔다.
그녀는 방금 엘리베이터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었는지, 아무도 예측할
수가 없을 정도로 당당한 모습이었다.
남자가 바지에 자신의 물건을 넣는 등 서두르며 옷매무새를 고치고 있는데
갑자기 눈 앞에서 카메라 플래시가 터졌다.
"사진 한장, 시례!"
순간 남자는 황급히 엘리베이터 벽 쩍으로 몸을 돌렸다.
자신의 추태를 사진에 담은 작자가 누구인지 보지 못했지만 그는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
<그녀와 사진 ...... 이건 함정이다.!>
그는 옷을 다 추스리고 복도로 뛰쳐나갔다.
그러나 그곳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카펫이 깔린 복도가 길게 이어진 가운데 모든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로쟌느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남자는 엉터리 같은 여자에게 쉽게 속아넘어간 자신에게 화를 내면서
고개를 흔들었다.
하지만 그로 하여금 더욱 화가 나게 만들 것은 그 짧은 시간에 입도 아닌
손놀림만으로 자신이 최고의 쾌락에 도달했다는 사실이었다.
그러나 마음 한쪽에는 미지의 그 여자를 놓쳐 버렸다는 아쉬움이 가득했다.
그는 로쟌느의 마술 같은 손움직임을 생각하자 자신의 물건이 다시
굳어지려는 것을 느꼈다.
지금까지 그는 테크닉이 아주 탁월한 창녀하고도 상대해 보았지만, 이처럼
격정적인 엑스터시를 그에게 느끼게 해 준 여자는 한 사람도 없었던 것이다.
더구나 그녀는 손놀림만 사용했었다.
그는 미지의 여자에게 정신을 온통 빼앗기고 이었다.
그녀의 애무가 절묘하다는 것뿐만이 아니라, 상대 남자에게 자신을 모조리
바치고 있는 듯한 그녀의 태도 때문이었다.
남자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면서 복잘을 가다듬고, 흐트러진 머리칼을
매만졌다.
그리고 천천히 걸어서 <캐피탈 사>라고 씌어 있는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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