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색무림(淫色武林) 29편
제 목 : ▲엎드린 자세로 엉덩이 사이에▼
"취..한다고...누님을...취한다고.."
아무리 첩첩산중에 살더라도 세상의 예법은 알
고 있다.
외간남자에게 몸을 빼앗길 여인이 택할 수 있는
길이란 자결하거나 창녀라는 지워질 수 없는 오
명을 쓰고 살아가는 것.
다른 어떤 길도 허락되지 허락되지 않는다.
더욱이 이런 이름높은 가문에서야...
"누님은 어디있지?!!!"
초명의 눈에 핏발이 섰다.
그는 반선랑의 목을 쥐고 흔들어댔다.
"이...이것..좀 놓고...."
초명은 그제서야 제정신이 좀 드는지, 반선랑의
목을 놓아줬다.
반선랑은 눈물을 찔끔찔금 흘리며 한동안 콜록
대더니 더듬거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저..누님이라뇨?"
전혀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다.
갑자기 누님이라니..
"나는 무적검가 가주 철무군의 처남이다.철부인
과 난 피가 섞인 남매란 말이다."
다소 감정이 격해져 있긴 해도 어느정도 감정이
추스려진 목소리다.
"그녀는 현재 영웅각 맨 꼭데기층에 있어요. 사
형이 무슨 이유인지 그곳에 데려다놓으라는 지
시를 내렸어요."
반선랑은 초명의 정체를 알았음에도 왠지 고분
고분하다.
말을 마친 반선랑은 눈을 내리깔았다.
초명은 침상에서 벌떡 일어나 바닥에 흩어져있
는 옷을 줏어입기 시작했다.
"잠시만...잠시만 기다려 주시겠어요?"
반선랑의 말에 초명은 막 허리띠를 매다가 말고
그녀를 멀거니 쳐다보았다.
반선랑은 구석에 있는 옷장으로 다가가 옷을 꺼
내 입기 시작했다.
초명은 씨익 웃고 허리띠를 고쳐매었다.
옷을 다 입은 반선랑은 기다리고 있던 초명의
발치에 다소곳이 무릎을 꿇었다.
?
"뭐지?"
"일수에 소녀의 목숨을 끊어주세요."
반선랑은 눈을 내려깐 채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
다.
"목숨을....끊어?"
사람을 죽이는 것 따위는 한번도 생각해보지 않
은 초명이었다.
경천동지할 내공을 가진 초명이었지만 살인을
쉽게 생각하는 무림인과는 거리가 멀었다.
초명은 픽 웃었다.
"죽을 생각인거냐?"
반선랑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살아서 죄갚음하겠다는 생각은 한번도 해보지
않은거냐?"
"살아서 개돼지만도 못한 생명인데 살아 무엇하
겠습니까?"
후...
초명은 쓰게 웃었다.
"난 네가 무슨 죄를 지었는지 몰라.
하지만 스스로 목숨을 끊을 결심을 하게 만들
정도로 큰 죄겠지.
죄의 결과로써 올 고달픈 삶을 두려워해 죽음으
로 도망치려 하다니, 그건 속죄가 아니라 도피
야.
난 네가 죄에서 도피하도록 도와줄 생각은 없
어.
네가 지은 죄의 양만큼 살아서 죄를 갚아.
언젠가 그 죄가 다 씻겨지는 날, 그때 죽음을
생각해. 그때의 죽음은 안식이 될 테니까."
반선랑의 교구가 바르르 떨렸다.
초명과의 관계.
그것에서 그녀는 예전에 잊혀진 것들을 느꼈다.
그리고 자기자신을 볼 수 있었다.
부서지고 타락에 찌들어 황폐해진 모습.
갑자기 피곤이 몰려왔다.....
"너무 엄하군요.."
손등에 물방울이 투둑 떨어졌다.
반선랑은 아이처럼 울고 있었다.
"그날이 되면 살아오길 잘했다고 느낄 거야."
초명은 벌써 문지방을 넘고 있었다.
보름달이 그 싸늘한 요광(妖光)을 아낌없이 뿌
리고 있었다.
육체가 움직일때마다 은가루를 뿌리듯 달빛이
이리저리 흩어진다.
푸른 바람이 어디선가 불어온다.
초영경은 이상한 구조물 위에 누워 있었다.
둥그런 탁자를 중심으로 여덟개의 금속막대가
사장으로 뻗혀 여덟명의 여인의 음부에 깊숙히
박혀 있다.
중앙의 원탁 위에 사지가 속박되어 누워 있는
그녀의 몸 위에서 태세가 한번 몸을 움직일때마
다 여덟명의 여인들의 입에서도 한꺼번에 교성
이 터져나온다.
팔방흡정마륜(八方吸精魔輪).
아홉여인의 원음지정을 증폭, 순화시켜 사내에
게 전하는 마기(魔器).
무림삼대금기(武林三代禁器)중 흡정지기(吸精之
器)라 불리는 금지된 물건이 지금 버젓히 무적
세가의 중심부에 놓여있는 것이었다.
아-악-!!
아홉의 교성이 하나가 되어 터져나오면서 마륜
에서 희미한 인광이 흘러나오가 시작했다.
달빛과 뚜렷히 구별되는 그 인광은 음울한 녹색
을 띄고 있었다.
엎드린 자세로 엉덩이 사이에 금속막대를 박고
있는 여인 여덟.
그들의 얼굴은 고통이 아닌 쾌락에 몸부림치고
있었다.
교구(嬌軀)가 튀어오를때마다 시린 월광이 땀
배인 등허리를 핥는다.
푸른 달빛아래 더더욱 흰 엉덩이 사이로 청록색
의 금속막대가 교묘히 뒤틀릴때마다 여인들의
손톱이 빈 바닥을 긁는다.
다음 순간, 그들의 몸이 급속히 말라붙기 시작
했다.
팔방흡정마륜은 더더욱 짙은 청록색 인광으로
빛나기 시작했다.
하으으윽---!!
초영경의 입이 열리며 청높은 비명이 터져나왔
다.
초명은 살그머니 발걸음을 떼었다.
내전 깊숙한 곳이라 경비무사가 보이지 않는 것
이 불행중 다행이랄까...
다행히 영웅각은 아주 잘 보이는 곳에 위치하고
있었다.
내원 중심부의 십층짜리 거대한 누각.
이것이 영웅각이 아니면 어떤 건물이 영웅각이
랴.
휴우...
영웅각의 바로 밑까지 접근해 달그림자에 몸을
숨긴 초명은 이마에 흐르는 식은담을 씻었다.
하으으으윽---!!
밤공기를 ?ʼn?어디선가 새된 비명소리가 들려
왔다.
-위다!-
하늘을 향해 치솟은 영웅각의 가장 꼭데기층을
흘깃 바라본 후, 초명은 진기를 있는데로 끌어
모아 몸을 위로 휙 날렸다.
초명은 단번에 십층 꼭데기까지 오를 수 있었
다.
십장이라는 만만치않은 높이였지만, 거의 몸속
에 융화된 색마제의 삼십년 노력의 환희색마공
은 그정도는 가능하게 한다.
초명은 사뿐히 지붕 위에 안착했다.
영웅각의 맨 윗 지붕은 가장자리만 빙 둘러 기
와를 입히고 가운데는 펑 뚫려 있는 구조였다.
하늘을 향하는 영웅의 호연지기를 뜻하는 곳.
초명은 일단 편복도괘( 到卦)의 신법으로 처
마밑에 매달려 안을 살폈다.
휘잉--
바람이 추녀끝을 지나가며 초명의 머리카락을
날렸다.
-쓰읍...좀 오싹 하군...-
십층짜리 탑의 꼭데기다.
아무런 안전장치 없이 매달려서 아무렇지 않은
편이 비정상일 것이다.
떨어져도 아무 탈 없는 무림인이라 할지라도.
초명은 일단 안력을 돋구워 방안을 샅샅히 살폈
다.
방은 꽤 넓었다.
거의 웬만한 연무장만한 크기였다.
촉수같은 쇠막대를 사방으로 뻗히고 있는 이상
한 탁자가 방 가운데에 떡 버티고 있는 것이 그
의 눈에 들어왔다.
초명은 인상을 확 긁었다.
지금 방 안에 있는 물건이 뭐하는 물건인지 누
구보다 상세히 알고 있는 그였다.
그의 스승은 그에게 무림의 정세나 각파의 절기
의 특징보다 마물이나 마공의 특징에 대해 더
자세히 가르쳤다.
어린날, 두려운 얼굴로 듣던 물건을 두 눈으로
직접 보게 된 것이었다.
-설마 저것이!!-
팔방흡정마륜.
바로 그것이었다.
석년 무림맹주였던 초무기가 삼대마제를 가두면
서 함께 봉인했다는 전설의 마도구(魔道具).
-결국에 세상에 나왔군..-
초명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사부와 아버지의 뜻.
그것이 무언지 요즘 약간 깨닫기 시작한 그였
다.
-저 여자인가..-
달빛이 방안을 환히 비추고 있었다.
탁자 위, 그리고 탁자의 사방으로 뻗힌 금속막
대의 끝에 앙상한 미이라 같은 것이 놓여 있었
다.
가슴부위의 말라비틀어져 접혀 늘어져 있는 가
죽을 보고서야 여인이라고 짐작케 하는 미이라.
초명은 중앙의 탁자로 다가갔다.
앙상한 미이라의 거죽에 묻어 있는 투명한 액체
가 달빛을 튀겨내고 있었다.
무슨 한이 남아 있는지 퀭하니 뚫린 눈을 부릅
뜨고 있는 시체를 초명은 슬픈 미소로 마주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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