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 마지막..
제33장
파멸(破滅)의 날...
<지옥성(地獄城)...>
그 이름은 공포와 전율의 악마지명이었다.
-천세무적마종가(千世無敵魔宗家) 혈왕마가!
-불문대천종가(佛門大天宗家) 천불세가!
-혈혈불멸사혼가(血血不滅邪魂家) 사왕세가!
-천년혈상신비가(千年血商神秘家) 신비혈가!
저 천왕팔가 중 사가(四家)가 한 곳에 모인 것이었다. 지옥성이라는 악마의 성지로 말이다.
혈왕마신 냉유성!
그는 지옥성주로 등극하면서 스스로를 환우대천자로 일컬었다.
허나, 그 누구도 그의 말에 불복하는 사람은 없었다. 악마에 거역한다면 돌아오는 것은 죽음보다
더욱 잔인한 악마율법이 기다리고 있었기에 중원은 빛이 없는 암흑 속에 잠겨 있었다.
그러나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암흑 속에서도 한 줄기 빛이 피어올라 서서히 중원을 밝히고 있었
다.
<사왕세가(邪王世家)...>
암흑마련의 일원이 된 사(邪)의 대종가(大宗家)로 강소(江蘇)와 안휘(安徽), 산동(山東)의 삼대 성
을 관할하는 위치로 전락해 있었다.
한때는 천하군림의 야망을 지녔던 사왕세가가 말이다.
밤, 달도 떠 있지 않은 암흑지야,
스르르르!
흡사 아지랭이같이 너울거리는 수천 개의 환매가 사왕세가의 벽과 문 등을 거침없이 통과하고 있
었다.
그 뒤로 수천의 흑영이 파공음도 없이 죽음의 향기를 간직한 채 조용히 담장을 뛰어넘고 있었다.
사왕세가의 가주 천년사종제(千年邪宗帝)는 몹시 뒷골이 근지러움을 느꼈다.
스윽!
그의 손이 뒷머리로 향했다. 헌데 바로 그 순간이었다.
따악!
무언가 둔탁한 물체가 그의 뒷통수를 강타하는 것이 아닌가?
"크흑! 어떤 놈이냐!"
천년사종제는 눈 앞이 아찔할 정도로 아픔을 느끼며 신형을 팽이처럼 돌렸다.
허나 아무것도 없었다! 그의 뒤에는 그저 한밤의 적요만이 괴괴하게 흐르고 있을 뿐이었다.
헌데 그가 잠시 망연자실해 있을 때,
뜨악!
예의 격타음이 또 다시 그의 뒷머리를 강타했다. 그리고 스산히 흐르는 말이 있다.
"흐흐흐! 대갈통을 때리는 것이 이렇게 즐거운 장난인 줄은 미처 몰랐군!"
탁! 타타타탁!
격타음은 고저장단을 절묘하게 배합하여 울리고 있었다.
"으윽!"
천년사종제는 미친 듯 방 안을 휘저었으나 그의 눈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이 유령같은 놈... 크악!"
분노에 이성을 상실하고 날뛰던 천년사종제는 처절한 단말마를 토하며 복부를 움켜쥐었다.
도(刀)!
그의 복부에는 시커먼 묵빛의 장도(長刀) 한 자루가 깊숙이 박혀져 있었던 것이다.
"네놈은 운이 없다! 용왕천인과 적이 되다니!"
자신의 복부를 관통한 시커먼 칼을 불신의 눈빛으로 내려다 보는 천년사종제의 귓전으로 한 소리
차가운 냉음이 울렸다.
지옥의 학살자 부상도천(扶桑刀天) 전태랑(田太郞)!
바로 그가 칼의 주인이었다. 그는 무감각한 어조로 차갑게 말을 끓으며 도를 뽑아들었다.
쿠웅!
"이런 개같은 경우가.... 크흑!"
천년사종제!
한 목숨 부지하기 위해 사왕세가 가주의 존엄도 내팽개치고 혈왕마신 냉유성에게 무릎을 꿇었던
일세 사종의 죽음은 이렇듯 허무했다.
비록
그리고,
스르르르!
천년사종제의 골통을 두드리던 장본인은 아지랭이같이 일렁이는 그림자가 되어 벽 속으로 파고들
며 투덜거렸다.
"에이! 벌써 뒈지다니....! 암흑유령신께서 전수하신 유령타격파는 재미있었는데...!"
-유령환매(幽靈幻魅)!
그렇다! 그는 바로 천라오겁혈비국 중 암흑유혼계의 시조인 유령환매였다.
사실 천년사종제는 전태랑이 목숨을 걸고 상대해야 꺼꾸러뜨릴 수 있는 초고수였다.
전태랑이 그런 천년사종제를 어이없을 정도로 간단히 죽일 수 있었던 것은 전적으로 유령환매의
도움 덕분이었다.
유령환매는 가공할 환술로 천년사종제의 혼을 빼놓았고 그 틈에 부상도천은 손쉽게 그자의 목숨
을 끊을 수 있었던 것이다.
실로 절묘한 배합이고 합공이었다.
탁! 타타탁! 탁!
사왕세가의 곳곳에서는 시원스런 격타음이 여기저기서 터져나오고 있었다.
"케에엑!"
"크에에엑!"
그리고 절대사인들은 너무도 어이없이 목숨을 잃었다.
<신비혈가(神秘血家)...>
죽음을 흥정하는 장사꾼들!
그러나 그들은 자신들의 목숨이 한 여인의 손 위에서 흥정되고 있다는 것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
다.
"흥! 언니가 외성(外城)의 오백을 맡으세요! 설요미가 내성(內城)의 일천을 가질 거예요!"
황금취라성의 소성주인 천보공녀 금교교는 연신 쫑알거리고 있었고, 그녀의 앞에는 금교교보다
목 하나는 더 큰 여인이 질렸다는 듯 고개를 절래절래 젓고 있었다.
구리빛 강인한 피부에 유난히 큰 가슴이 튀어나올 듯 출렁거리는 야성적인 여인은 바로 철혈여제
로 불리는 도후(刀后) 하수란이었다. 도왕세가의 실질적 지배자인 그녀는 화우성의 전갈을 듣고는
일만무적천도군을 이끌고 중원으로 들어왔다. 그리고는 금교교를 도와 신비혈가를 궤멸시키러 온
것이다.
"동생! 신비혈가의 내성에 있는 고수들은 무서운 인물들이야! 그 놈들은 본영이 맡는 것이..."
하수란은 딸같은 이 어린 시앗을 조용조용 타일렀으나 끝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헹! 늙다리들이 무서워봤자 얼마나 무섭겠어요? 걱정일랑 비끄러매두시라고요!"
도무지 귀엽기만 한 이 맹랑한 소녀는 코방귀를 뀌며 신형을 날리는 것이 아닌가?
"쳐요! 신비혈가의 목줄은 본성이 잘라야 해요!"
금교교가 신비혈가의 성채로 날아가며 앙칼지게 외쳤다.
그러자 어둠 속에서 수많은 검은 그림자들이 유령같이 뛰쳐나와 금교교의 뒤를 따랐다.
(저걸 줘 팰 수도 없고....!)
황금취라성의 수하들과 함께 어둠 속으로 날아가는 금교교의 뒷모습을 노려보며 하수란의 거대한
젖가슴이 부르르 떨렸다.
딸 뻘밖에 안 되는 맹랑한 계집애! 평소의 하수란 성격대로라면 볼기짝이 터지도록 맞았을 것이
다.
하지만 어쩌랴? 금교교도 자신과 함께 화우성을 섬기는 대등한 지위임에야...! 성질대로 했다가는
어린 남편의 눈 밖에 날 수도 있는 일이다. 게다가 하수란은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이 여생을 맡길
남편에게 숱한 여자들이 있음을...!
한 달에 한 번이라도 제대로 남편을 잠자리로 맞아들이려면 다른 여자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것이다. 괜히 따돌림을 당하거나 미운 털이 박히면 여생이 고달퍼질지도 모른다.
(젊고 힘좋은 남편을 얻었다고 좋아했는데... 꼭 좋기만 한 일도 아니로구나!)
하수란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러면서도 화우성을 떠올리는 순간 그녀는 몸의 일부가 숯덩
이에 닿은 듯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남달리 깊고 넓은 자신을 뻐근하게 채워주던 정랑의 보물
을 회상하며 그녀는 바르르 몸을 떨었다.
하지만 그녀는 곧 자신의 임무를 떠올리며 크게 심호흡을 했다. 삽시에 막북을 질타하는 여걸의
모습으로 돌아온 하수란은 자신의 등 뒤 어둠 속을 향해 준엄하게 외쳤다.
"본영이 대천황성에 든 최초의 임무다! 제일공신의 자리를 어린 계집 따위에게 빼앗겨서는 안
된다. 쳐랏!"
"예잇!"
"와아!"
하수란의 일갈이 떨어지자 그녀의 명을 일각이 여삼추로 기다리던 일만의 무적도호(無敵刀豪)들
이 일제히 호영하며 허공으로 비산했다.
"신비혈가의 죽음의 장사꾼들을 모조리 척살하랏!"
"크하하! 도왕세가의 무서움을 보여주자!"
파팟! 쐐애애액!
섬전같이 비산하여 날아드는 수많은 인영들!
"크아악!"
"캐애액!"
콰콰콰쾅!
비명, 폭음, 치솟는 화염, 어둠의 적막은 삽시에 갈갈이 찢겨졌다. 사방에서 노도같이 밀려드는 거
대한 해일 속에서 천왕팔가의 일각을 차지해 온 신비혈가는 핏물로 사라지고 있었다.
<대천불궁(大天佛宮)...>
이곳도 예외는 아니었다.
"크악!"
"으아악!"
야망에 혼을 판 배덕자들인 그들은 칠백사라천불군과 십만의 대천황성의 분노한 정도지혼들에 의
해 철저히 궤멸당하고 있었다.
사라대선승은 분노하고 있었다.
"아미타불! 악마의 주구들이여, 염부로 돌아갈지어다! 대천불수강(大天佛手剛)!"
"크아악!"
천마대불종이 화우성에게 죽은 지금, 넓디넓은 대천불궁의 인물들은 대항조차 못하고 쓰러져갔다.
바다는 본래의 푸른 색을 잃은 채 악취 풍기는 혈해(血海)로 변해 있었다.
<사해수룡천(四海水龍天)...>
복건(福建)과 광동(廣東), 절강(浙江)의 삼대해를 장악하고 있는 지옥성의 전초기지다.
헌데,
"으으! 어디서 저런 괴물들이...!"
카카캉!
"흐흐흐! 모조리 물고기밥을 만들어 주어라!"
바다는 온통 은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흑해(黑海)의 은린부어족(銀鱗浮魚族)!
그들의 은린은 도검조차 퉁겨내었고 물고기보다 더 영활한 유영으로 바다를 헤집으며 사해수룡천
의 수공대가들을 철저히 찢어발기고 있었다.
뿐이랴?
콰콰쾅!
"크아악!"
"과...과연 사해무적세가... 으악!"
"크으... 해왕세가! 명불허전이로구나!"
화포(火砲)와 화시(火矢)를 날리며 대해를 새카맣게 뒤덮은 전선들은 해왕세가의 무적선단이었다.
물 위로는 천년해왕가를 지켜온 해왕세가의 용사들이 눈을 부릅뜨고, 물 속엔 은린부어족의 날카
로운 이빨이 기다리고 있었다.
"크아악!"
사해무적천의 인물들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비명을 지르며 죽어가는 것밖에 없었다.
천하는 미친 듯이 환호했다.
그것은 암흑 속에서 번져오른 광명에 대한 환호였고, 지옥이 다시금 전설의 신화로 되돌아가는
전조였다.
그리고, 천하인들도 한 인물에게 더할 수 없는 경배를 보내기에 주저하지 않았다.
-용왕천인 화우성!
황제(黃帝)의 천혜(天慧)와 치우의 천력(天力)을 함께 갖춘 완벽한 대천인(大天人)은 가히 폭풍과
도 같이 암흑마련을 휩쓸고 있었다.
지옥대전!
그 악마의 혈전이 영원히 종식될 것을 천하인들은 굳게 믿었다. 그것은 확신이었고 또한 그 전조
는 이미 환하게 비춰지고 있었다.
대별산(大別山)의 정상,
휘르르르!
산풍(山風)에 긴 장발을 수초처럼 휘날리며 서 있는 인영이 하나 있었다.
츠으으!
만상마저도 숨을 죽일 정도로 가공할 대자연기를 발산하는 있는 인영은 하늘! 그 자체였다.
용왕천인 화우성!
이런 류의 인간은 환우천하(還宇天下)에 오직 화우성밖에 없었다.
화우성은 지금 유현한 눈길로 산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의 눈 아래로 대별산 전체를 휘감고
뻗어 있는 수천 개의 고루거각들이 벌려 있었다. 그 전각군들 마다마다에는 악마의 음울한 숨결
이 흐르고 있었다.
"지옥성(地獄城)! 이제 마지막인가? 악마의 소굴만 없애 버리면 길고도 길었던 이 겁난의 역사도
끝이 나는 것인가?"
파츳!
화우성은 눈가로 가공할 뇌전광이 폭출되어 나왔다.
지옥성!
그렇다! 지금 화우성의 눈 아래로 벌려져 있는 거대한 성채가 바로 천하는 암흑으로 몰아넣었던
마의 성채 지옥성이었다.
"후훗! 난 할 일이 많은 몸이다! 도처에 만들어 놓은 애첩들을 돌아가며 만족시키는 데 쓸 시간도
빠듯한 몸이지! 이런 곳에서 허비할 시간 따위는 없다!"
화우성은 숱한 여인들을 떠올리며 미소를 지었다.
그는 자신의 여인들을 한곳에 모아둘 생각은 결코 없었다. 모아놔봤자 자기 흉이나 보지 않으면
서로 헐뜯고 투기를 해댈 게 뻔하므로...!
한때는 자신의 유모였고 지금은 금사궁의 안주인이 된 국화미인 추수월만이 그의 본가를 지킬 것
이고 다른 여인들은 각자의 거처에서 그를 기다릴 것이다.
천축에서 막북까지! 화우성의 앞날은 평생 구주팔황을 떠돌아야하는 신세가 될 것이고, 그것은 그
의 체질에 맞는 것이기도 했다.
"후훗! 수월부인의 품에 안겨 어리광 좀 부리려면 빨리 여기 일을 마무리해야겠지!"
화우성은 넉넉한 품으로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국화미인 추수월을 떠올리며 미소를 지었다.
다음 순간,
슈우욱!
화우성의 신형이 허공으로 질풍같이 솟구쳤다. 그리고,
"우우! 악마의 성전 지옥성을 쳐랏!"
우우우우웅!
대별산 전체가 뒤흔들릴 정도로 엄청난 대천룡후가 터져 울렸다.
"카캇! 대철인(大鐵人)의 명령이 떨어졌다! 모두 부숴랏!"
일천 개의 거종이 한꺼번에 울리는 듯한 굉음이 지옥성의 근처에서 울렸다.
쿠쿠쿵!
지축이 뒤흔들리는가? 숫자는 일천이나 저들을 십만 인이 막을 텐가?
-일천청동용골군단(一千靑銅龍骨軍團)!
천라오겁혈비국 중 청동용골족!
어린 나이에도 키가 일 장이요, 어른이 되면 최소한 이 장 오 척이나 되는 초거인군단이 처음으
로 주위에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이었다.
콰지직!
견고하기 이를 데 없다는 지옥성의 성곽과 성문이 종잇장처럼 부숴져 버린다. 가공할 천력이었다.
그 뒤로 한떼의 무리들이 따랐다.
"막북의 용사들이여, 전공을 놓치지 마라!"
츠츠츠!
도왕세가의 일만무적도호들이 섬전같이 폭사되어 나갔다.
"사라천황의 제일전대답게 싸워라!"
두두두두!
십방사라대철기군!
사라십가연맹의 십만철기군이 해일같이 밀려든다.
어디 그 뿐인가!
독왕세가의 일만독종천살병이 천년대독종 흑룡의 뒤를 따라 짓쳐들고 해왕세가의 오만 어린 철갑
군이 장창을 비껴들고 진군한다.
"이제 지옥대전을 종식시키리라..."
화우성은 폭풍처럼 지옥성을 강타하는 군웅들이 돌아보며 신형을 날렸다.
그가 가는 곳은 악마(惡魔)의 성역(聖域)이었다.
혈왕마신(血王魔神) 냉유성!
그의 전신은 부르르 떨리고 있었다.
"온다. 미증유의 거력을 담고 있는 절대천인 용왕천인이!"
그의 눈가로 처절한 대참상이 들어왔다.
지옥성과 천하의 대혈전! 그러나, 지옥성은 점차 수세로 몰리고 있었다.
"녠! 버러지 같은 놈들!"
냉유성의 입가로 비릿한 조소가 흘렀다.
"용왕천인! 그놈을 없애면 다시금 지옥천하를 이르킬 수 있다! 일 년 이내에..."
일순, 냉유성의 귓가로 잔잔한 전음이 들려왔다.
"오라! 악마여!"
"녠! 오냐! 용왕천인이여 가마!"
냉유성은 악마의 웃음을 터뜨리며 신형을 날렸다.
콰쾅!
악마혈종전은 가루로 부숴져 내렸고, 한 줄기 흑영이 빛살처럼 허공으로 삼백 장이나 치솟아 올
랐다.
츠파앗!
허공 일천 장을 격하고 마주선 두 인물에게 일천 장은 아무런 장애도 되지 못했다.
"네가 용왕천인인가?"
"그대가 혈왕마신인가?"
두 사람은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냉유성은 가공할 혈광을 폭출시키며 비릿한 미소를 터뜨렸다.
"흐흐흐! 혈왕마가! 최후 최강의 무공을 견식시켜 주마! 지옥혈전강(地獄血電剛)이란 것이다!"
번쩍!
핏빛 뇌전에 실로 엄청난 위력의 혈강이 화우성의 전신으로 쇄도해들었다.
"후후! 지옥의 무공인가?"
자신을 향해 짓쳐드는 핏빛의 벼각을 바라보며 화우성은 냉오하게 웃었다.
"그렇다면 나도 보여 주지! 검(劍)의 무적세가 제왕천가의 환우최강의 무적검결을...!"
피핑!
순간, 화우성의 우수에서 내공으로 만들어진 검형강이 튀어나왔다.
"무적제왕폭풍결(無敵帝王暴風訣)!"
쩌쩌쩡!
뇌전을 방불케 하는 엄청난 검강(劍강)이 일천 장을 넘어 폭출되어 나갔다.
"으음!"
"음!"
이어 그들 둘은 똑같이 십 장씩 밀려나 있었다.
"크크! 제법이군? 허나 조심하라! 악마의 저주가 실린 무공이 펼쳐질 것이다."
냉유성은 스산한 살강을 발하며 두 손을 천천히 모았다.
우우우우우웅!
냉유성의 전신에서 가공할 마기가 담긴 혈강이 은은히 뿜어나왔고 동시에 그의 머리 뒤로 핏빛
악마혈선이 어른거렸다.
쿠쿠쿠! 콰콰콰!
그와함께 사방의 모든 경물들이 어마어마한 무형의 압력에 그대로 물방울처럼 터져나가기 시작했
다. 모래처럼 부서지는 전각들, 만두처럼 터지는 집채만한 바위들...!
쿠오오오!
냉유성의 몸을 중심으로 거대한 피빛의 소용돌이가 일어나 거치는 모든 것을 산산이 박살내고 부
숴 버렸다. 흡사 한 마리 핏빛의 용이 요동치며 승천하는 듯한 장관이었다.
"카카카카! 인간된 자, 이 힘을 막을 수 없다!"
핏빛의 용권풍 속에서 냉유성의 광소가 터져나왔다. 그와함께 그는 핏물을 묻힌 듯한 쌍수를 벼
락같이 앞으로 내뻗었다.
"대악마파천무(大惡魔破天舞)!"
고오오오! 콰콰콰콰콰!
지옥에서 뛰쳐나온 뱀같은 형상을 지닌 두 가닥의 거대한 핏빛 송곳이 대기를 갈갈이 뒤틀고 찢
어발기며 화우성의 정면으로 폭사되어왔다.
대악마파천부!
전설과 저주로 얽힌 악마혈옥부의 천년마공이 마침내 펼쳐진 것이다. 그 파천황적인 악마의 거력
은 사위를 암흑으로 뒤덮어 버렸다.
헌데 바로 그 때였다.
"하하핫! 뇌(雷)는 만상(萬象)의 근원이며 환우최극강의 힘일지니 모든 것을 부수리라! 뇌정인(雷
霆印)!"
번쩍!
한 줄기 시퍼런 뇌전이 악마의 암흑을 두 조각으로 갈가리 찢어발겼다.
"끼아악!"
한 소리 인간의 육성이라곤 믿기지 않을 악마의 절규가 터져나왔다.
쐐애액!
그와함께 냉유성은 그대로 유성이 되어 지면으로 떨어졌다.
"오오! 용왕천인이 이겼다!"
"와아! 이제 지옥대전(地獄大戰)은 종식됐다!"
손에 땀을 쥐고 화우성과 냉유성의 결전을 지켜보던 군웅들의 환호하고, 광란하고, 눈물 흘리며
기뻐했다.
눈물에 젖은 수많은 얼굴들....! 모두가 각기 다른 얼굴이었으나 그들의 동공에 어린 빛은 모두 똑
같았다. 존경과 경모의 염을 간직한 채, 허공을 밟고 천천히 하강하는 절대신인의 모습을 투영하
고 있었다.
-용왕천인 화우성(花雨星)!
영원불멸(永遠不滅)의 대초인(大超人)이 탄생한 것이다.
파멸(破滅)의 날...
<지옥성(地獄城)...>
그 이름은 공포와 전율의 악마지명이었다.
-천세무적마종가(千世無敵魔宗家) 혈왕마가!
-불문대천종가(佛門大天宗家) 천불세가!
-혈혈불멸사혼가(血血不滅邪魂家) 사왕세가!
-천년혈상신비가(千年血商神秘家) 신비혈가!
저 천왕팔가 중 사가(四家)가 한 곳에 모인 것이었다. 지옥성이라는 악마의 성지로 말이다.
혈왕마신 냉유성!
그는 지옥성주로 등극하면서 스스로를 환우대천자로 일컬었다.
허나, 그 누구도 그의 말에 불복하는 사람은 없었다. 악마에 거역한다면 돌아오는 것은 죽음보다
더욱 잔인한 악마율법이 기다리고 있었기에 중원은 빛이 없는 암흑 속에 잠겨 있었다.
그러나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암흑 속에서도 한 줄기 빛이 피어올라 서서히 중원을 밝히고 있었
다.
<사왕세가(邪王世家)...>
암흑마련의 일원이 된 사(邪)의 대종가(大宗家)로 강소(江蘇)와 안휘(安徽), 산동(山東)의 삼대 성
을 관할하는 위치로 전락해 있었다.
한때는 천하군림의 야망을 지녔던 사왕세가가 말이다.
밤, 달도 떠 있지 않은 암흑지야,
스르르르!
흡사 아지랭이같이 너울거리는 수천 개의 환매가 사왕세가의 벽과 문 등을 거침없이 통과하고 있
었다.
그 뒤로 수천의 흑영이 파공음도 없이 죽음의 향기를 간직한 채 조용히 담장을 뛰어넘고 있었다.
사왕세가의 가주 천년사종제(千年邪宗帝)는 몹시 뒷골이 근지러움을 느꼈다.
스윽!
그의 손이 뒷머리로 향했다. 헌데 바로 그 순간이었다.
따악!
무언가 둔탁한 물체가 그의 뒷통수를 강타하는 것이 아닌가?
"크흑! 어떤 놈이냐!"
천년사종제는 눈 앞이 아찔할 정도로 아픔을 느끼며 신형을 팽이처럼 돌렸다.
허나 아무것도 없었다! 그의 뒤에는 그저 한밤의 적요만이 괴괴하게 흐르고 있을 뿐이었다.
헌데 그가 잠시 망연자실해 있을 때,
뜨악!
예의 격타음이 또 다시 그의 뒷머리를 강타했다. 그리고 스산히 흐르는 말이 있다.
"흐흐흐! 대갈통을 때리는 것이 이렇게 즐거운 장난인 줄은 미처 몰랐군!"
탁! 타타타탁!
격타음은 고저장단을 절묘하게 배합하여 울리고 있었다.
"으윽!"
천년사종제는 미친 듯 방 안을 휘저었으나 그의 눈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이 유령같은 놈... 크악!"
분노에 이성을 상실하고 날뛰던 천년사종제는 처절한 단말마를 토하며 복부를 움켜쥐었다.
도(刀)!
그의 복부에는 시커먼 묵빛의 장도(長刀) 한 자루가 깊숙이 박혀져 있었던 것이다.
"네놈은 운이 없다! 용왕천인과 적이 되다니!"
자신의 복부를 관통한 시커먼 칼을 불신의 눈빛으로 내려다 보는 천년사종제의 귓전으로 한 소리
차가운 냉음이 울렸다.
지옥의 학살자 부상도천(扶桑刀天) 전태랑(田太郞)!
바로 그가 칼의 주인이었다. 그는 무감각한 어조로 차갑게 말을 끓으며 도를 뽑아들었다.
쿠웅!
"이런 개같은 경우가.... 크흑!"
천년사종제!
한 목숨 부지하기 위해 사왕세가 가주의 존엄도 내팽개치고 혈왕마신 냉유성에게 무릎을 꿇었던
일세 사종의 죽음은 이렇듯 허무했다.
비록
그리고,
스르르르!
천년사종제의 골통을 두드리던 장본인은 아지랭이같이 일렁이는 그림자가 되어 벽 속으로 파고들
며 투덜거렸다.
"에이! 벌써 뒈지다니....! 암흑유령신께서 전수하신 유령타격파는 재미있었는데...!"
-유령환매(幽靈幻魅)!
그렇다! 그는 바로 천라오겁혈비국 중 암흑유혼계의 시조인 유령환매였다.
사실 천년사종제는 전태랑이 목숨을 걸고 상대해야 꺼꾸러뜨릴 수 있는 초고수였다.
전태랑이 그런 천년사종제를 어이없을 정도로 간단히 죽일 수 있었던 것은 전적으로 유령환매의
도움 덕분이었다.
유령환매는 가공할 환술로 천년사종제의 혼을 빼놓았고 그 틈에 부상도천은 손쉽게 그자의 목숨
을 끊을 수 있었던 것이다.
실로 절묘한 배합이고 합공이었다.
탁! 타타탁! 탁!
사왕세가의 곳곳에서는 시원스런 격타음이 여기저기서 터져나오고 있었다.
"케에엑!"
"크에에엑!"
그리고 절대사인들은 너무도 어이없이 목숨을 잃었다.
<신비혈가(神秘血家)...>
죽음을 흥정하는 장사꾼들!
그러나 그들은 자신들의 목숨이 한 여인의 손 위에서 흥정되고 있다는 것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
다.
"흥! 언니가 외성(外城)의 오백을 맡으세요! 설요미가 내성(內城)의 일천을 가질 거예요!"
황금취라성의 소성주인 천보공녀 금교교는 연신 쫑알거리고 있었고, 그녀의 앞에는 금교교보다
목 하나는 더 큰 여인이 질렸다는 듯 고개를 절래절래 젓고 있었다.
구리빛 강인한 피부에 유난히 큰 가슴이 튀어나올 듯 출렁거리는 야성적인 여인은 바로 철혈여제
로 불리는 도후(刀后) 하수란이었다. 도왕세가의 실질적 지배자인 그녀는 화우성의 전갈을 듣고는
일만무적천도군을 이끌고 중원으로 들어왔다. 그리고는 금교교를 도와 신비혈가를 궤멸시키러 온
것이다.
"동생! 신비혈가의 내성에 있는 고수들은 무서운 인물들이야! 그 놈들은 본영이 맡는 것이..."
하수란은 딸같은 이 어린 시앗을 조용조용 타일렀으나 끝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헹! 늙다리들이 무서워봤자 얼마나 무섭겠어요? 걱정일랑 비끄러매두시라고요!"
도무지 귀엽기만 한 이 맹랑한 소녀는 코방귀를 뀌며 신형을 날리는 것이 아닌가?
"쳐요! 신비혈가의 목줄은 본성이 잘라야 해요!"
금교교가 신비혈가의 성채로 날아가며 앙칼지게 외쳤다.
그러자 어둠 속에서 수많은 검은 그림자들이 유령같이 뛰쳐나와 금교교의 뒤를 따랐다.
(저걸 줘 팰 수도 없고....!)
황금취라성의 수하들과 함께 어둠 속으로 날아가는 금교교의 뒷모습을 노려보며 하수란의 거대한
젖가슴이 부르르 떨렸다.
딸 뻘밖에 안 되는 맹랑한 계집애! 평소의 하수란 성격대로라면 볼기짝이 터지도록 맞았을 것이
다.
하지만 어쩌랴? 금교교도 자신과 함께 화우성을 섬기는 대등한 지위임에야...! 성질대로 했다가는
어린 남편의 눈 밖에 날 수도 있는 일이다. 게다가 하수란은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이 여생을 맡길
남편에게 숱한 여자들이 있음을...!
한 달에 한 번이라도 제대로 남편을 잠자리로 맞아들이려면 다른 여자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것이다. 괜히 따돌림을 당하거나 미운 털이 박히면 여생이 고달퍼질지도 모른다.
(젊고 힘좋은 남편을 얻었다고 좋아했는데... 꼭 좋기만 한 일도 아니로구나!)
하수란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러면서도 화우성을 떠올리는 순간 그녀는 몸의 일부가 숯덩
이에 닿은 듯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남달리 깊고 넓은 자신을 뻐근하게 채워주던 정랑의 보물
을 회상하며 그녀는 바르르 몸을 떨었다.
하지만 그녀는 곧 자신의 임무를 떠올리며 크게 심호흡을 했다. 삽시에 막북을 질타하는 여걸의
모습으로 돌아온 하수란은 자신의 등 뒤 어둠 속을 향해 준엄하게 외쳤다.
"본영이 대천황성에 든 최초의 임무다! 제일공신의 자리를 어린 계집 따위에게 빼앗겨서는 안
된다. 쳐랏!"
"예잇!"
"와아!"
하수란의 일갈이 떨어지자 그녀의 명을 일각이 여삼추로 기다리던 일만의 무적도호(無敵刀豪)들
이 일제히 호영하며 허공으로 비산했다.
"신비혈가의 죽음의 장사꾼들을 모조리 척살하랏!"
"크하하! 도왕세가의 무서움을 보여주자!"
파팟! 쐐애애액!
섬전같이 비산하여 날아드는 수많은 인영들!
"크아악!"
"캐애액!"
콰콰콰쾅!
비명, 폭음, 치솟는 화염, 어둠의 적막은 삽시에 갈갈이 찢겨졌다. 사방에서 노도같이 밀려드는 거
대한 해일 속에서 천왕팔가의 일각을 차지해 온 신비혈가는 핏물로 사라지고 있었다.
<대천불궁(大天佛宮)...>
이곳도 예외는 아니었다.
"크악!"
"으아악!"
야망에 혼을 판 배덕자들인 그들은 칠백사라천불군과 십만의 대천황성의 분노한 정도지혼들에 의
해 철저히 궤멸당하고 있었다.
사라대선승은 분노하고 있었다.
"아미타불! 악마의 주구들이여, 염부로 돌아갈지어다! 대천불수강(大天佛手剛)!"
"크아악!"
천마대불종이 화우성에게 죽은 지금, 넓디넓은 대천불궁의 인물들은 대항조차 못하고 쓰러져갔다.
바다는 본래의 푸른 색을 잃은 채 악취 풍기는 혈해(血海)로 변해 있었다.
<사해수룡천(四海水龍天)...>
복건(福建)과 광동(廣東), 절강(浙江)의 삼대해를 장악하고 있는 지옥성의 전초기지다.
헌데,
"으으! 어디서 저런 괴물들이...!"
카카캉!
"흐흐흐! 모조리 물고기밥을 만들어 주어라!"
바다는 온통 은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흑해(黑海)의 은린부어족(銀鱗浮魚族)!
그들의 은린은 도검조차 퉁겨내었고 물고기보다 더 영활한 유영으로 바다를 헤집으며 사해수룡천
의 수공대가들을 철저히 찢어발기고 있었다.
뿐이랴?
콰콰쾅!
"크아악!"
"과...과연 사해무적세가... 으악!"
"크으... 해왕세가! 명불허전이로구나!"
화포(火砲)와 화시(火矢)를 날리며 대해를 새카맣게 뒤덮은 전선들은 해왕세가의 무적선단이었다.
물 위로는 천년해왕가를 지켜온 해왕세가의 용사들이 눈을 부릅뜨고, 물 속엔 은린부어족의 날카
로운 이빨이 기다리고 있었다.
"크아악!"
사해무적천의 인물들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비명을 지르며 죽어가는 것밖에 없었다.
천하는 미친 듯이 환호했다.
그것은 암흑 속에서 번져오른 광명에 대한 환호였고, 지옥이 다시금 전설의 신화로 되돌아가는
전조였다.
그리고, 천하인들도 한 인물에게 더할 수 없는 경배를 보내기에 주저하지 않았다.
-용왕천인 화우성!
황제(黃帝)의 천혜(天慧)와 치우의 천력(天力)을 함께 갖춘 완벽한 대천인(大天人)은 가히 폭풍과
도 같이 암흑마련을 휩쓸고 있었다.
지옥대전!
그 악마의 혈전이 영원히 종식될 것을 천하인들은 굳게 믿었다. 그것은 확신이었고 또한 그 전조
는 이미 환하게 비춰지고 있었다.
대별산(大別山)의 정상,
휘르르르!
산풍(山風)에 긴 장발을 수초처럼 휘날리며 서 있는 인영이 하나 있었다.
츠으으!
만상마저도 숨을 죽일 정도로 가공할 대자연기를 발산하는 있는 인영은 하늘! 그 자체였다.
용왕천인 화우성!
이런 류의 인간은 환우천하(還宇天下)에 오직 화우성밖에 없었다.
화우성은 지금 유현한 눈길로 산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의 눈 아래로 대별산 전체를 휘감고
뻗어 있는 수천 개의 고루거각들이 벌려 있었다. 그 전각군들 마다마다에는 악마의 음울한 숨결
이 흐르고 있었다.
"지옥성(地獄城)! 이제 마지막인가? 악마의 소굴만 없애 버리면 길고도 길었던 이 겁난의 역사도
끝이 나는 것인가?"
파츳!
화우성은 눈가로 가공할 뇌전광이 폭출되어 나왔다.
지옥성!
그렇다! 지금 화우성의 눈 아래로 벌려져 있는 거대한 성채가 바로 천하는 암흑으로 몰아넣었던
마의 성채 지옥성이었다.
"후훗! 난 할 일이 많은 몸이다! 도처에 만들어 놓은 애첩들을 돌아가며 만족시키는 데 쓸 시간도
빠듯한 몸이지! 이런 곳에서 허비할 시간 따위는 없다!"
화우성은 숱한 여인들을 떠올리며 미소를 지었다.
그는 자신의 여인들을 한곳에 모아둘 생각은 결코 없었다. 모아놔봤자 자기 흉이나 보지 않으면
서로 헐뜯고 투기를 해댈 게 뻔하므로...!
한때는 자신의 유모였고 지금은 금사궁의 안주인이 된 국화미인 추수월만이 그의 본가를 지킬 것
이고 다른 여인들은 각자의 거처에서 그를 기다릴 것이다.
천축에서 막북까지! 화우성의 앞날은 평생 구주팔황을 떠돌아야하는 신세가 될 것이고, 그것은 그
의 체질에 맞는 것이기도 했다.
"후훗! 수월부인의 품에 안겨 어리광 좀 부리려면 빨리 여기 일을 마무리해야겠지!"
화우성은 넉넉한 품으로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국화미인 추수월을 떠올리며 미소를 지었다.
다음 순간,
슈우욱!
화우성의 신형이 허공으로 질풍같이 솟구쳤다. 그리고,
"우우! 악마의 성전 지옥성을 쳐랏!"
우우우우웅!
대별산 전체가 뒤흔들릴 정도로 엄청난 대천룡후가 터져 울렸다.
"카캇! 대철인(大鐵人)의 명령이 떨어졌다! 모두 부숴랏!"
일천 개의 거종이 한꺼번에 울리는 듯한 굉음이 지옥성의 근처에서 울렸다.
쿠쿠쿵!
지축이 뒤흔들리는가? 숫자는 일천이나 저들을 십만 인이 막을 텐가?
-일천청동용골군단(一千靑銅龍骨軍團)!
천라오겁혈비국 중 청동용골족!
어린 나이에도 키가 일 장이요, 어른이 되면 최소한 이 장 오 척이나 되는 초거인군단이 처음으
로 주위에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이었다.
콰지직!
견고하기 이를 데 없다는 지옥성의 성곽과 성문이 종잇장처럼 부숴져 버린다. 가공할 천력이었다.
그 뒤로 한떼의 무리들이 따랐다.
"막북의 용사들이여, 전공을 놓치지 마라!"
츠츠츠!
도왕세가의 일만무적도호들이 섬전같이 폭사되어 나갔다.
"사라천황의 제일전대답게 싸워라!"
두두두두!
십방사라대철기군!
사라십가연맹의 십만철기군이 해일같이 밀려든다.
어디 그 뿐인가!
독왕세가의 일만독종천살병이 천년대독종 흑룡의 뒤를 따라 짓쳐들고 해왕세가의 오만 어린 철갑
군이 장창을 비껴들고 진군한다.
"이제 지옥대전을 종식시키리라..."
화우성은 폭풍처럼 지옥성을 강타하는 군웅들이 돌아보며 신형을 날렸다.
그가 가는 곳은 악마(惡魔)의 성역(聖域)이었다.
혈왕마신(血王魔神) 냉유성!
그의 전신은 부르르 떨리고 있었다.
"온다. 미증유의 거력을 담고 있는 절대천인 용왕천인이!"
그의 눈가로 처절한 대참상이 들어왔다.
지옥성과 천하의 대혈전! 그러나, 지옥성은 점차 수세로 몰리고 있었다.
"녠! 버러지 같은 놈들!"
냉유성의 입가로 비릿한 조소가 흘렀다.
"용왕천인! 그놈을 없애면 다시금 지옥천하를 이르킬 수 있다! 일 년 이내에..."
일순, 냉유성의 귓가로 잔잔한 전음이 들려왔다.
"오라! 악마여!"
"녠! 오냐! 용왕천인이여 가마!"
냉유성은 악마의 웃음을 터뜨리며 신형을 날렸다.
콰쾅!
악마혈종전은 가루로 부숴져 내렸고, 한 줄기 흑영이 빛살처럼 허공으로 삼백 장이나 치솟아 올
랐다.
츠파앗!
허공 일천 장을 격하고 마주선 두 인물에게 일천 장은 아무런 장애도 되지 못했다.
"네가 용왕천인인가?"
"그대가 혈왕마신인가?"
두 사람은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냉유성은 가공할 혈광을 폭출시키며 비릿한 미소를 터뜨렸다.
"흐흐흐! 혈왕마가! 최후 최강의 무공을 견식시켜 주마! 지옥혈전강(地獄血電剛)이란 것이다!"
번쩍!
핏빛 뇌전에 실로 엄청난 위력의 혈강이 화우성의 전신으로 쇄도해들었다.
"후후! 지옥의 무공인가?"
자신을 향해 짓쳐드는 핏빛의 벼각을 바라보며 화우성은 냉오하게 웃었다.
"그렇다면 나도 보여 주지! 검(劍)의 무적세가 제왕천가의 환우최강의 무적검결을...!"
피핑!
순간, 화우성의 우수에서 내공으로 만들어진 검형강이 튀어나왔다.
"무적제왕폭풍결(無敵帝王暴風訣)!"
쩌쩌쩡!
뇌전을 방불케 하는 엄청난 검강(劍강)이 일천 장을 넘어 폭출되어 나갔다.
"으음!"
"음!"
이어 그들 둘은 똑같이 십 장씩 밀려나 있었다.
"크크! 제법이군? 허나 조심하라! 악마의 저주가 실린 무공이 펼쳐질 것이다."
냉유성은 스산한 살강을 발하며 두 손을 천천히 모았다.
우우우우우웅!
냉유성의 전신에서 가공할 마기가 담긴 혈강이 은은히 뿜어나왔고 동시에 그의 머리 뒤로 핏빛
악마혈선이 어른거렸다.
쿠쿠쿠! 콰콰콰!
그와함께 사방의 모든 경물들이 어마어마한 무형의 압력에 그대로 물방울처럼 터져나가기 시작했
다. 모래처럼 부서지는 전각들, 만두처럼 터지는 집채만한 바위들...!
쿠오오오!
냉유성의 몸을 중심으로 거대한 피빛의 소용돌이가 일어나 거치는 모든 것을 산산이 박살내고 부
숴 버렸다. 흡사 한 마리 핏빛의 용이 요동치며 승천하는 듯한 장관이었다.
"카카카카! 인간된 자, 이 힘을 막을 수 없다!"
핏빛의 용권풍 속에서 냉유성의 광소가 터져나왔다. 그와함께 그는 핏물을 묻힌 듯한 쌍수를 벼
락같이 앞으로 내뻗었다.
"대악마파천무(大惡魔破天舞)!"
고오오오! 콰콰콰콰콰!
지옥에서 뛰쳐나온 뱀같은 형상을 지닌 두 가닥의 거대한 핏빛 송곳이 대기를 갈갈이 뒤틀고 찢
어발기며 화우성의 정면으로 폭사되어왔다.
대악마파천부!
전설과 저주로 얽힌 악마혈옥부의 천년마공이 마침내 펼쳐진 것이다. 그 파천황적인 악마의 거력
은 사위를 암흑으로 뒤덮어 버렸다.
헌데 바로 그 때였다.
"하하핫! 뇌(雷)는 만상(萬象)의 근원이며 환우최극강의 힘일지니 모든 것을 부수리라! 뇌정인(雷
霆印)!"
번쩍!
한 줄기 시퍼런 뇌전이 악마의 암흑을 두 조각으로 갈가리 찢어발겼다.
"끼아악!"
한 소리 인간의 육성이라곤 믿기지 않을 악마의 절규가 터져나왔다.
쐐애액!
그와함께 냉유성은 그대로 유성이 되어 지면으로 떨어졌다.
"오오! 용왕천인이 이겼다!"
"와아! 이제 지옥대전(地獄大戰)은 종식됐다!"
손에 땀을 쥐고 화우성과 냉유성의 결전을 지켜보던 군웅들의 환호하고, 광란하고, 눈물 흘리며
기뻐했다.
눈물에 젖은 수많은 얼굴들....! 모두가 각기 다른 얼굴이었으나 그들의 동공에 어린 빛은 모두 똑
같았다. 존경과 경모의 염을 간직한 채, 허공을 밟고 천천히 하강하는 절대신인의 모습을 투영하
고 있었다.
-용왕천인 화우성(花雨星)!
영원불멸(永遠不滅)의 대초인(大超人)이 탄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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