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애정비사 47-50화
<제47화> 거대한 다미의 유방
옷 벗기 게임? 이제 겨우 맥주 두어잔도 채 안마신 셈이니 보영이가 술 취한 것
은 아니다. 하지만 자기 입으로 소개팅 운운해 놓고서 갑자기 술내기라니 -
나는
놀라 어이가 없었다.
"야아, 너 미쳤니?"
보영이의 제안이 황당하기는 다미란 여자애도 마찬가지인 모양이었다.
"뭐 어때? 재밌잖아!"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건 말도 안된다. 여기가 무슨 룸싸롱도 아니고...
어처
구니 없어 실소를 금할 길 없는 다미와 나인데, 그 분위기에 거들고 나서는 것
은, 다름아닌 희창이였다.
"하핫, 그거 진짜 재미있을 거 같은데, 할래?"
"야, 임마, 이짱!"
보다 못한 내가 제지하려 나서는데, 보영이와 희창이 녀석은 죽이 맞는
모양이었
다.
"그냥 양말이나, 윗도리나, 그런 것 벗으면 되잖아? 왜, 짱이 너 자신 없냐?"
어쭈, 짜식이 이젠 내 자존심을 걸고 넘어가려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데에
말려서는 안된다. 둘만 있다면 저 녀석 한대 쥐어박는 건데. 어휴.
"짜샤, 그래도 어떻게 여기서..."
성질을 부릴 수도 없는 일이니, 나는 차마 화를 내지 못하고 다미 쪽을
흘끔거리
며 점잖게 타이르는 척이라도 해야했다.
"어머, 창희 너 빼기야? 내가 여기 다미 소개시켜준 앞에서?"
"보영아, 너 왜 그래...!"
보영이마저 마치 내가 다미 앞에서 스타일을 구기도록 만들 심산이었다. 그런
그
녀를 다미가 쏘아 부쳤지만, 이 여자애도 내 앞에서 퍽 난처한 모양이었다.
"아, 아니 그게 아니구 아직 술도 많이 안마셨는데..."
난처하게 된 나였다. 날을 잡아 한턱 쓴다는 보영이 기분을 안맞춰줄 수도
없고.
..
"좋아, 그럼 하는 거다! 자, 희창아!"
"오케이!"
둘은 우리가 채 동의한 것도 아닌데 - 쨍, 하고 잔을 맞추며 서로 팔을 걸어 얼
굴을 마주 들여다보며 그럴싸하게 맥주를 들이키고 있었다.
"야, 보영아! 이짱!"
그러나 소리치는 내가 모르는 것이 한가지 있었다. 보영이와 희창이는 서로
눈동
자를 맞추고 찡긋거리며 마시고 있었다는 것을... 그리고 다미 역시 걱정하는
눈
길로 둘의 러브샷 장면을 지켜보고 있었다.
"캬아...!"
동시에 탁 잔을 내려놓는 두 사람이었는데, 그들 둘은 테이블 위에 놓자마자 서
로의 잔을 대보고 있었다.
"얼레, 야, 뭐야...!"
"어머나, 너 왜 이렇게 많이 마셨어...!"
가만히 보니 보영이는 들이킨 것이 삼분의 일 정도에 불과했는데, 희창이는
남은
것이 삼분의 일이었다.
"어유, 바보... 술이라면 그저 좋아해요"
"뭐가? 너야말로 옷 벗으려고 작정했냐?"
둘이는 제법 키득대며 잔높이를 못 맞춘 것에 서로를 타박하고 있었다.
"자, 이제 너희 차례야"
"어떡해, 우리 지면, 다 희창이 너 때문이야..."
호들갑을 떨며, 두 사람은 어느새 당연하다는 듯 우리를 건너다 보았다.
"우, 우리도 하라구...?"
엉겁결에 다미의 눈치를 보는데, 다미도 마찬가지인 모양이었다. 우리는 서로
당
혹한 눈초리로 쳐다 보기만 했다.
"야, 그럼 딱 여기 남은 여섯병만 하자. 그럼 되잖아?"
희창이의 타협안에, 나는 결국 어쩔 수 없이 잔을 들었다. 매번 잔을 채워도 한
병 이상이 돌아가니까, 댓번의 대충 반타작만 해도 윗도리나 양말 선에서
한두번
으로 끝날 것이라는 계산에서였다.
"어유, 기집애...!"
그러자 다미도 미워 죽겠다는 표정으로 보영이를 째려보더니 나를 따라
엉거주춤
마시기 시작했다. 하지만 저들 둘처럼 팔까지 걸고 마실 수는 없는 일, 우리는
마치 어른 앞에서 술을 마시듯 서로 고개를 돌리고 맥주를 들이켰다. 그리고 잔
을 놓자 잽싸게 보영이는 허리를 뻗어 두 잔을 확인했다.
"봐봐, 얼른!"
고개를 돌리고 마셨으니, 원래는 우리 쪽이 더 잘 맞을 리가 없었다. 그러나 이
게 왠 일, 다미와 내 잔은 예상 외로 근접하여 채 5밀리 정도 밖에 차이가 나지
않고 있었다.
"어머머, 얘들 둘 천생연분이네?"
보영이는 놀랐다는 듯이 우리 잔을 들여다 보고 있었다. 희창이도 맞장구를
쳐댔
다.
"야아, 너... 다미씨랑 안보고 마셔도 이 정도야? 우리가 졌잖아!"
그런 둘을 보니, 난 첫판을 이겼다는 생각보다도 왠지 모르게 두 사람의 꼬임에
넘어가는 기분이었다. 벌떡, 일어나 윗도리 셔츠단추를 막 풀려는 희창이인데,
갑자기 보영이가 녀석의 팔을 잡아 앉혔다.
"됐어, 내가 하자는 내기니까. 내가 먼저 벗을께...!"
으잉? 보영이가 먼저? 나와 다미가 미처 놀랄 틈도 없이, 그녀는 팔을 올리더니
스스럼 없이 걸치고 있던 스웨터를 고개 위로 끌어올리는 것이었다.
"자, 다미야, 됐지?"
아마 주저하고 있는 다미를 술판에 끌어들이려는 심산인 모양이었다. 그러나 나
는 그보다도 먼저 침을 꿀꺽 삼키고 있었다. 보영이의 스웨터 안에는 브래지어
하나만이 달랑 있었던 것이다. 적당히 그을린 - 아마 일부러 썬탠이라도 한
모양
- 팽팽한 젖가슴이 까만 색 브래지어에 실린 채 드러나고 있었다. 보영이의 그
앞가슴은 사뭇 달랐다. 그 크기에서가 아니라, 생긴 모양이 완벽하게 위쪽으로
당겨진, 말 그대로 탱탱한 살결이었기 때문이다.
"어머, 야...!"
민망한 듯, 다미는 보영이의 겁없는 행동을 책망했지만, 그런 그녀가 자기 옆에
서 훌렁 웃통을 벗는데도 희창이는 키득거리며 즐거운 표정이었다.
"얌마, 너 그럼 몇개 안남잖아"
"뭐, 어때, 이번에 이기면 되지"
아무런 상관 없다는 듯, 보영이는 다시 잔을 채우고 있었다. 이제 다섯병이
남았
다.
잠깐, 아까 저 기집애 스타킹도 안신었는데... 그렇다면 이런, 보영이는 반바지
와 팬티, 그리고 저 브래지어 밖에 없는 셈 아닌가! 마른 침이 다시 목구멍으로
넘어갔다. 그녀의 유방이 맥주잔을 기울이느라 터질듯한 브래지어와 함께
출렁거
리고 있었다. 난 문득 엊그제 선영이 누나의 풍만한 앞가슴을 떠올렸다. 두
사람
의 크기는 거의 비슷했다 - 다만 보영이 쪽이 탄탄한 빛깔이라면 누나의 것은
뽀
얀 우유빛이라고나 할까.
꿀꺽꿀꺽, 어느새 그들은 둘째 잔을 내려놓고 있었다. 우리 차례였다. 이제
다미
와 나는 꼼짝없이 이 옷벗기 내기에 말려든 셈이었고, 그녀와 나는 이제 은근히
불안한 눈초리로 서로를 살피며 재차 맥주를 기울였다.
"어디 봐, 야아! 우리가 이겼다!"
뭐라고? 하지만 도리 없는 일이다. 당연하지, 저들 두 사람은 코앞에서 얼굴을
마주 보며 마시는 것이니, 최소한 우리 쪽에서는 서로 눈대중이라도 멀찌감치
맞
춰야 하는 건데... 솔직히 그보다 나는 유리컵을 통해 보영이의 유방과
브래지어
를 훔쳐보기에 열중했던 것이다.
쳇, 어쩔 수 없이 윗도리 자켓 - 희창이는 셔츠바람이지만, 난 상의 하나를 더
걸친 차림이었으므로 유리하다 - 을 벗기 위해 어깨를 빼내는 나인데, 갑자기
보
영이가 제지하고 나섰다.
"야, 잠깐! 내가 먼저 벗었잖아!"
으응? 아뿔싸, 지금 그녀는 자기가 먼저 벗었으니 우리 쪽도 다미가 벗어야한다
는 것이다. 다미는 내가 먼저 벗을 거라구 짐작하고 있었는지, 갑자기 그
얘기를
듣고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야, 안돼, 난...!"
그러나 그 항의가 통할 리 있겠는가?
"푸하핫! 그래 맞어, 우린 보영이부터 시작했잖아"
어찌 됐건 혼자 즐거운 것은 희창이였다.
"아, 아냐, 나, 나부터 할께"
다미의 봉변을 막아주기 위해 내가 나서려 했지만, 보영이는 의외로 단호했다.
"아니야, 다미 니가 벗어. 그럼 불공평하잖아. 창희는 하나 더 입었는데"
"그렇지만 언니 오면 어쩌려고 그래, 혼난단 말이야...!"
난처해진 다미였다.
"뭐 어떠니? 우리끼리 술값내고 노는 건데. 다음엔 창희가 벗으면 되잖아"
도리가 없었다. 마지막 도움이라도 바라는 듯 다미는 내 쪽을 돌아보았지만, 나
는 진퇴양난이었다.
"알았어, 벗으면 되잖아...!"
그녀는 아랫입술을 깨물며 부끄러운지 잠자코 등을 돌린 채 블라우스를 벗었다.
희창이는 그런 그녀를 흘끔거리며 야릇한 미소를 떠올리고 있었다. 난 그
녀석의
얼굴을 쳐다보며 얄밉다는 생각이 들고 있었다. 하기야 그렇게 따지면 나도
보영
이의 저 탄탄한 유방을 마주하고 있기는 마찬가지니까... 그런데...
녀석의 눈동자가 점점 휘둥그레지고 있었다. 뭐지, 저 녀석, 다미 브래지어에
다
이아몬드라도 달렸나? 다미가 블라우스에서 팔을 빼내고, 머리카락을
쓸어올리며
돌아앉았을 때에야, 난 희창이의 이유를 알았다.
슬쩍, 곁눈질에 들어온 다미의 유방은 - 거대, 그 자체였던 것이다.
보영이도 작은 가슴이 아니고, 얼핏 보기에도 다미 쪽이 마른 몸매로 보였는데,
하얀 색 레이스가 수놓아진 브래지어에 담긴 그녀의 젖가슴은 실로 34, 아니 35
는, 센티로 90은 족히 될 한아름이었다.
뽀얀 살색의 그녀 유방은 그 무게로 인해 거의 테이블 위로 얹혀지는 정도로...
<제48화> 다미 젖가슴을 만지다
나중에 안 것이지만, 나는 사실 처음에 상당히 의외였다. 아무리 술 마시며
즐겁
게 노는 자리라도 그렇지, 자기 남자친구의 친구가 있는 자리에서 옷벗기
게임을
하자고 설치는 보영이나, 처음보는 남자 앞에서 마침내는 웃통을 벗는 다미나,
모두 이해하기 힘들었다. 내가 보기에는 다미가 그렇게 적극적으로 옷벗기를 반
대한 것처럼 느껴지지도 않았다. 그저 슬쩍 마지못하는 척 하는 정도로만
보였던
것이다.
내가 나중에 알았다는 것이 바로 그것이었다. 후일 보영이가 자기 방에서 나와
한 이불 안에 있을 때 - 어쩌다 그렇게 된 것인지는 나중에 설명할 것이다 - 얘
기해준 것도 있지만, 나 스스로도 상당히 쑥맥이었던 것이다. 즉 말로만 들었을
뿐인 이런 게임이, 그녀들 보영이와 다미에게는 상당히 익숙한 일이었다.
하지만 희창이 정도라면 몰라도, 그리고 물론 이 자리가 그녀들 스스로 만든 자
리기는 하지만, 나로서는 처음 겪어보는 경험이었다. 나는 그 때까지도 여자가
나오는 술집에서 무슨 일들이 벌어지는지, 또 그런 여자들이 어떤 식으로
노는지
전혀 생소했던 셈이다.
어쨌든 눈이 휘둥그래진 나는 안보는 척 하면서도 열심히 곁눈질을 더듬고 있었
다. 보영이가 완벽 쪽에 가까운 만든 듯한 가슴이라면, 다미는 정말 폭
안겨보고
싶을 풍만함이었다.
여자가슴 구경이라고는 기실 손가락으로 세도 넘지 않을 나라 하여도 - 사진 상
으로나 영화 상으로는 질리도록 해보았지만 - 이 정도는 알 수 있었다. 즉 얼굴
만큼 유방의 모양도 가지가지여서, 어떤 여자는 작아도 늘어진 모습이 있지만
어
떤 여자는 커도 올라붙은 가슴이 있을 수 있다... 그리고 다미는 그 빅사이즈에
도 처진 모습이 아닌, 후자였다.
그녀의 젖가슴은 낮은 테이블 위인데도 거의 닿을락 말락할 정도였다. 마치
브래
지어만 없다면 당장이라도 쏟아져 내릴 것 같았다. 아니 뭘로 슬쩍 찔러만 보아
도 금새 터질 것만 같았다.
수박 - 수박이 떠오르고 있었다. 보영이의 그것이 탱탱한 멜론을 연상시킨다면,
약간의 거짓말을 보태어 다미는 수박 크기만큼이나 되었던 것이다.
"어유, 뭐야 이게...!"
"핏, 억울하면 이기렴...! 호홋"
얼떨떨했다. 내가 다미라면, 아니 여자라면 도저히 목숨 걸고도 못보일
모습들을
보이고도 다미는 그저 짜증이 나는 듯한 말투일 뿐이었다. 그리고 보영이는
그런
그녀를 보고 손뼉을 치며 즐거워하고 있었다.
"기집애, 맥주나 줘...!"
다미는 자기가 블라우스를 벗게 된 것이 억울한 듯, 남은 자기 잔의 맥주를
마저
마시더니 컵을 보영이에게 내밀고 있었다. 그러나 보영이는 희창이의 팔을 끌어
안으며 들러붙었다.
"어머, 니 파트너한테 달라 그래, 큭큭, 우리 편 말고"
보영이는 자신의 가슴을 그렇게 희창이 녀석의 어깨 뒤로 숨기고 있었다.
그제서
야 민망한 듯 다미도 엉거주춤 한쪽 팔로 자기의 앞가슴을 가리며 그녀를 쏘아
보았다.
"너 정말 그럴꺼야? 두고봐, 너"
계속 난처함을 거듭하는 나였다. 이 상황을 저들 둘처럼 즐거워할 수도 없었고
그렇다고 멍청하게 이 여자들의 어른거리는 젖통만 흘끗거릴 수도 없었다.
"제, 제가 드릴께요...!"
얼결에, 맥주병을 든 나는 그녀가 내민 잔을 쫓아 따라주려 했다. 그러나 그
때,
다미도 엉겁결에 잔을 돌린다는 것이 따르고 있던 술줄기를 놓치고 병과 잔이
부
딪히고 말았다.
"어멋, 앗 차거!"
엇, 하는 새에, 내가 기울이고 있던 맥주가 그녀 쪽으로 튀었다. 그리고 - 나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맥주 신세를 부러워하게 되었다 - 그 맥주방울들은 그녀의
가
슴 사이, 브래지어, 그리고 무릎 위에 놓인 블라우스로 튀고 있었다.
"어머... 아이 참, 어떡해...!"
"어, 미, 미안해요...!"
현란한 유방들의 파티 - 지금 나는 이 자리를 술파티 아닌 그런 이름으로
부르고
싶다 - 탓일까, 나는 훔쳐보느라 넋이 나가 어처구니 없는 실수를 저지른
것이었
다. 그 맥주들은 다미의 젖가슴 계곡사이로 정확히 날아가 방울방울 지으며
흘러
내려 그녀의 브래지어를 적시고 있었다.
허둥지둥 손수건을 꺼낸 나는 당황한 탓에 직접 그녀의 앞가슴을 닦아주려 들이
대고 있었다. 그러나 다미의 손이 재빨리 접근을 차단하며 내 팔을 밀어냈다.
"어머나, 왜, 왜 이래요!"
아차차, 나는 응큼한 실수를 연발하고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옷을 입고
있는 것도 아니고 맨가슴에 손을 대다니 -
"아, 아니 그, 그게 아니라 닦아 드리려고...!"
"됐어요!"
다미는 내가 당황한 것을 알면서도 쌀쌀맞게 대꾸하고는 팩 돌아앉아 탁자 위의
냅킨으로 가슴을 훔쳤다. 아이고, 창희야... 너란 녀석 참! 난 얼굴이 벌겋게
달
아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그럼에도 희창이와 보영이는 빨개진 나와 허둥대는 다미를 보면서 즐거워
죽겠다
는 듯 깔깔거리고 있었다. 몸둘 바를 모르는 나는 쥐구멍에라도 숨고픈 마음이
굴뚝 같았다.
"이게 뭐야... 브래지어 다 젖었잖아..."
따지고 보면 나만의 실수도 아니었다. 하지만 둘이 부딪힌 것이어도 내 쪽이 더
미안할 수 밖에 없었다. 왜냐면 사실 그 와중에도 흐른 맥주를 닦고 있는
그녀의
젖가슴, 그 깊은 계곡 사이에 넋이 나간 나였으므로... 나는 저 맥주와 냅킨이
나였으면, 하는 얼토당토 않은 상상을 하고 있었다.
"어머나, 어떡해, 블라우스... 갈아입을 옷도 없는데...!"
낭패인 모양의 다미였다. 블라우스도 많이 젖었나 보다.
그녀는 방법이 없으니 밖으로 나가 가릴 것이라도 찾아야 했지만 - 그런데 이렇
게 브래지어 차림으로 룸의 문을 열 수도 없고...
"여, 여기 이, 이거라도..."
하는 수 없이 병주고 약주고의 나는 자켓을 벗어 그녀에게 건네 주었다. 잠시
나
를 흘겨보며 망설이던 다미는 못이기는 척 받아들고는 어깨에 걸치고 룸을 나갔
다.
"호호홋, 진짜 재밌다! 창희 얼굴 빨개졌어!"
"크히힉, 야 짱아, 넌 좋겠다? 다미 갈아입을 옷도 없다는데...!"
어유, 저것들을...! 놀리는 보영이와 희창이 두 년놈에게 욕이라도 해주려는데,
갑자기 보영이가 웃음을 멈추고 맞은 편 내게로 몸을 기울였다.
"창희야, 어때? 다미 마음에 들어?"
어이구, 내가 언제 너한테 소개시켜 달라고 부탁한 적 있어? 지들끼리 새끼
쳐준
다며 끌고와 놓구는 - 이렇게 대꾸하려는 나인데, 보영이는 목소리를 낮추며 전
혀 엉뚱한 말을 하고 있었다.
"다미 진짜 가슴 크지? 내가 다 재보고 소개시켜 주는 거다, 너"
"무, 무슨 얘기야, 재보고 고르다니...?"
그러나 보영이는 답답하다는 듯 오히려 나를 구박하고 있었다.
"어유, 니가 가슴 큰 여자만 좋아 한다며? 희창이가 다 얘기해줬어...!"
뭐라고? 이짱 저 놈이 - 어처구니 없어 보영이의 등뒤에서 딴청을 피우는
녀석을
쳐다보니, 녀석은 쉿, 하는 포즈로 손가락을 입에 대고는 눈을 찡끗거리고 있었
다. 아뿔싸, 사전에 희창이가 장난을 친 모양이었다. 도대체 뭐라고 한 거야,
저
자식...
"쟤 그래도 머리 나쁜 애 아냐... 남들은 가슴 크면 머리 나쁘고 미련하다지만,
쟨 학교도 다닌대...!"
학교? 학생? 잠깐, 다미가 학생이라고? 그럼 대학생? 난 놀라 눈이 휘둥그레졌
다.
"진짜? 어디 다니는데?"
그러나 그녀가 학생이란 말에 당장 호기심을 보이는 것은 먼저 희창이였다.
녀석
은 테이블 쪽으로 허리를 굽히며 은근해지고 있었다.
"몰라, 죽어도 그 얘기는 안하니까... 하지만 언젠가 술 취해서 그랬어, 돈
없어
서 못 다닐뻔 하다가 다니는 거라구..."
그래서였나? 그래서 아까 우리가 학생이라는 말을 듣고 자리를 피하려고 했던
건
가?
"난 그냥 언니랑 친해서 가끔 여기 아무 때나 나오는 거지만, 다미 저 기집애는
진짜 아르바이트야. 요일 정해놓고 꼬박꼬박 나오는 걸"
아아 - 난 입이 딱 벌어졌다. 낮 생활과 밤 생활이 다른 여자애들이 있다지만,
그렇게 말로만 듣던 몰래바이트 여대생이 저 다미라니.
"미세스 최 언니하고 나만 아는 얘기야. 그러니까 너희들도 말하면 안돼,
알았지
?"
그 때였다. 벌컥, 문이 열리며 다미가 들어서고 있었다.
"뭐야, 뭘 말하면 안돼?"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더니, 양반은 아닌 듯 다미는 내가 준 자켓만을 걸친
채
들어와 다시 자리에 앉고 있었다. 그러나 마지막 보영이가 소근댄 말을 얼핏 눈
치챈 모양이었다.
"김보영, 너 내 얘기했지? 뭘 말하지 말란 거야?"
아차차, 엿들었나?
<제49화> 다미는 치마 보영이는 핫팬티 벗고
"아, 아냐, 그냥..."
갑자기 느닷 없이 들어온 그녀 때문에 보영이는 허겁지겁 말을 돌리고 있었다.
"그, 그냥... 니 브래지어 얘기했어, 니 꺼 맞춘 거라구..."
맞춤 속옷? 난 그런 건 몸매 망가진 아줌마들이나 입는 줄 알고 있었는데? 하기
사, 그럴 만도 했다. 저 다미 정도의 유방이라면 특별 사이즈가 필요할지도
모르
는 일이었다. 어쩐지 아까 입고 있던 것이 레이스가 화려한 게 고급스러워 보이
더니.
"어머머, 내가 언제? 아냐, 맞춘 게 아니라 선물 받은 거라 그랬잖아, 기집애야
!"
자기 가슴 얘기가 나오자 당혹하는 그녀였다. 나도 언젠가 들은 적이 있다.
남자
들은 대부분 유방이 큰 여자를 섹시하다며 좋아하지만, 여자들은 그 정반대라고
했다. 즉 가슴이 크면 미련하거나 공부 못하고 머리 나빠 보인다고 싫어한다.
그
러나 어쩌랴. 아는 여자가 가슴이 커보이면 미련스럽고 둔해보일지 몰라도,
어쩌
다 혹시라도 지나가다가 착 달라붙는 상의에 터질 듯한 젖가슴의 여자를 발견하
면, 남자건 여자건 다 한번씩은 뒤돌아 보지 않는가.
"어머, 너 그것만 입은 거야?"
"그럼 어떡해? 브래지어랑 블라우스랑 둘 다 젖었는데"
그제서야 나는 흘낏 다미 쪽을 돌아봤다. 그녀는 내 자켓을 어깨 위로 걸친 채
두 손으로 앞자락을 부여잡고 있었다. 그렇다면... 으와, 저 안에는 그냥
적나라
한 전라라는 이야기 아냐 -
그런 나와 희창이의 시선을 느꼈는지, 다미는 단단히 자켓을 여미며 행여
앞쪽이
벌어질까봐 단단히 움켜쥐었다.
"진짜 그 얘기 한 거야? 내 속옷 얘기...?"
그녀는 의심쩍은 듯 나와 희창이의 얼굴을 확인했다. 어쨌든 우리는 시치미를
떼
야했다.
"맞아요, 다미씨. 근데 아까 그 브래지어 어디 꺼에요? 나도 우리 보영이
사줘야
지..."
피식, 그제서야 웃음을 흘리는 다미였다.
"외제에요. 나도 잘 몰라요. 선물 받은 거니까...!"
외제 속옷 선물? 그런 걸 누가 사주지? 백화점 가니까 기십만원 정도로 엄청 비
싸던데 - 그리고 아깐 돈 없어서 학교도 못다닐뻔 했다면서... 왠지 모르게
의문
점이 많은 여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유, 보영이 저 가시내 별 얘길 다해... 두고봐, 기집애! 아까 그거나 다시해
!"
아까부터 시작된 이 게임에서 당한 것은 자기라는 생각이 드는지, 다미는 이제
자기가 먼저 나서고 있었다. 결국 그녀는 이겨서 앙갚음을 하겠다는 투였다. 하
지만 왠지 걱정이 드는 것은 나였다. 우리 쪽은 내가 자켓을 벗은 데다가, 다미
는 브래지어도 없지 않은가.
"우리가 먼저 마셔요!"
보영이에게 약이 오른 다미인 모양이다. 시키지도 않았는데 그녀는 자기 잔에
이
젠 네병여 -여섯병으로 시작했으니 이제 이것으로 세병이 남는다 - 남은 맥주를
가득 붓더니 나에게 재촉까지 해댔다. 하는 수 없이 잔을 드는데, 그녀는
열심히
내 쪽을 보며 러브샷의 눈대중을 맞추고 있었다. 꼭 이기겠다는 투였다.
그러나 우리는 이번에도 지고 있었다. 당연한 결과였다. 어차피 갈 데까지 가서
볼 것 안볼 것, 다 아는 보영이와 희창이는 단지 마시는 맥주 양에만 신경을 쓰
면 되었지만, 나는 이 얼떨떨한 상황에 다미 쪽을 쳐다보려해도 자꾸만 눈길은
아래쪽 - 한손은 맥주잔을 들고, 게다가 고개를 젖히며 마셔야 하니, 다미의 자
켓 앞자락이 자꾸만 벌어질 수 밖에 없다.
아무리 몸집 작은 남자라도 여자보다는 어깨가 넓고, 아무리 몸매 없는
여자라도
남자보다는 궁둥이가 크기 마련이다... 아시는 분은 아실 것이다. 여자친구에게
자기 옷을 입혀본 적이 있다면. 아무리 늘씬한 다미라 할지라도, 헐렁한 내
자켓
을 입고 있는 상태에서 워낙 터질 듯한 유방의 소유자이기에, 자칫 잘못하면 한
쪽이라도 자켓 밖으로 삐져나올 정도의 아슬아슬한 모습이었다. 오히려 그녀의
깊은 계곡은 내 옷자락으로 절반쯤 가리워진 것이, 정말로 눈 돌아갈 정도의 황
홀경인 것이었다.
"아이 뭐야, 또 졌잖아...!"
둘이 마시는 것인데도, 나는 질 때마다 모두 내 탓인 것만 같아 계속
미안스러웠
다. 그나마 다행인 것이 내가 벗을 차례라는 건데... 난 윗도리에 셔츠
이외에는
아무 것도 입고 있지 않았다. 어째야 하나? 아무리 남자라도 벌거숭이 몸을
드러
내는 것은 쑥스러웠다.
"잠깐, 창희씨 벗지 말아요...!"
나를 봉변에서 구해준 것은 의외로 다미였다.
"내가 브래지어 대신 창희씨 윗도리 입고 있으니까, 창희씨 안벗어도 되지?"
얼레? 이 아가씨는 이제 나와 한편이라는 동지의식을 느끼는 모양이었다.
"좋아. 대신에 다음은 다미씨 차례야. 알죠?"
희창이는 재미 없을 내 맨살을 보기보다 그 쪽이 낫겠다는 듯 결정한 모양이었
다.
"흥, 걱정 마요! 자...!"
맥주를 따르고, 다시 마시고... 이제 얼추 두병 남은 상황에서야 이번엔 우리가
이기게 되었다. 다미가 질 수 없다는 듯이 악착같이 내 쪽과 맞춘 결과였다. 희
창이 녀석은 결과에 승복한다는 듯 씨익 웃으며 윗도리를 벗었다. 그러면 그렇
지, 겉옷을 안입은 대신 녀석은 셔츠 안에 반팔 라운드티를 덧입고 있었다.
드디어 이겨서 시원한 듯, 다미는 그것을 보고 킥킥 소리내며 웃기까지 하고 있
었다. 어쨌든 이제 두병 남은 셈이니... 일대일이라 하여도 어느 한 쪽이
하나씩
더벗어야 되는데, 그녀는 옷을 벗어야 한다는 사실보다 이겼다는 생각이 앞서는
모양이었다. 승부욕이 강한 성격인 것 같았다.
"자, 마셔!"
이번엔 보영이가 진 것이 억울하다는 듯 열을 내고 있었다. 그런 둘을 희창이는
재미 있다는 듯이 지켜보며 나에게 눈을 찡끗거렸다.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자,
녀석은 그런 심정인 모양이었다.
꿀꺽꿀꺽, 탁 -
"얍, 아자!"
다미는 갑자기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우리 쪽이 연달아 이번에도 이긴 것이었
다. 메롱, 이제야 즐거워진 그녀는 맞은 편의 보영이에게 혀까지 내밀고
있었다.
"우리가 또 이겼지롱, 약오르지, 기집애야!"
허허, 나는 하마터면 실소가 나올 정도였다. 아무리 게임이라 하여도, 지금
걸친
옷을 하나하나 벗으며 남자 앞에서 나체를 드러내는 중인데, 그녀들은 그런
상황
이 안중에도 없는 모양이었다. 다미는 신이 나는지 주먹을 불끈 쥐는 시늉을 하
고는 곧이어 내게 손바닥을 내밀었다.
"어유, 창희씨 뭐하는 거야, 우리가 이겼잖아요! 자, 하이 파이브!"
"어, 으응..."
뭐가 그리 신나는 것일까. 하기야 나도 희창이 놈과 내기 당구 따위를 칠
때에는
거의 목숨이라도 건 것처럼 굴지만... 찰싹, 다미는 엉겁결에 따라 올린 내
손바
닥을 마주 소리가 나도록 쳤다.
"어유... 그러니까 희창이 너 왜 그렇게 많이 마셔, 바보같이"
"야 김보영, 그게 니가 쪼금 마신 거지 어떻게 내가 많이 마신 거냐?"
보영이는 이제 잔뜩 약올라 희창이에게 신경질까지 부리고 있었다. 다미는 아랑
곳 없이 그런 그녀에게 연거푸 재촉했다.
"푸훗, 얼른 벗어! 보영이 니 차례야!"
"알았어, 기집애야!"
앙칼진 목소리로 대꾸를 한 그녀는, 허리를 굽히고 테이블 아래에서 뭔가를
꾸물
럭거리고 있었다. 가만 - 보영이 저 기집애 아까 스웨터하고... 반바지
차림이었
잖아! 스타킹이 없었다. 그럼 지금 이 테이블 아래로 벗는 것은...!
"자, 봐, 됐지?"
으핫, 보영이는 보라는 듯 테이블 아래에서 다리를 빼내고 벗겨낸 자신의
핫팬츠
를 들어올리고 있었다. 희창이는 뭐가 좋은지 그런 그녀의 모습을 테이블
아래로
흘끔거리며 키득거리고 있었다.
그렇다면 테이블 아래는 - 사실이었다. 두꺼운 유리테이블을 통해 보이는 것은,
그녀의 까만색 팬티차림의 남김없이 드러난 하체였다. 아찔한 그 광경이 적나라
하게 보이고 있었다. 그리고 보영이의 하체를 가려주기 위함인지, 슬그머니
희창
이는 그녀의 허벅지에 손을 올리고 있었다.
탄탄한 각선미의 보영이 다리는 이미 핫팬츠를 통하여 본 적이 있었다. 하지만
하이레그 스타일의 검은색 팬티로, 거의 엉치께까지 드러난 그녀의 하반신은 나
로서는 처음 관찰할 수 있는 광경이었다. 군살 없는 그녀의 쫙 빠진 몸매 -
하복
부, 허벅지, 종아리, 무릎 - 가 남김 없이 한눈에 들어오고 있었다.
"자, 라스트!"
"좋았어, 이번엔 다미 너, 두고 봐...!"
이제 남은 것은 단 한 병의 맥주였다. 중간쯤까지 찬 각자의 맥주잔을 채우고
나
니, 드디어 마지막 판이었다. 숨이 막히는 접전이었다. 다미와 보영이의 옷벗기
기 경쟁은 불꽃을 튀기고 있었다. 우리 서로는 최대한 상대방의 잔을 살피며 술
을 들이켜야 했다.
아뿔싸, 그러나 잔들을 내려놓고 보니 확률의 법칙이 맞는 듯, 이번에는 채
몇밀
리 차이도 안나게 우리가 지고 있었다. 보영이의 표정이 금새 고소하게 바뀌었
다.
"흥, 이번엔 우리가 이겼지? 짜잔...!"
"아유, 쫌만 더했으면 되는 건데...!"
안타까운 표정의 다미였다. 간발의 차로 졌다는 것이 무척 아쉬운 모양이었다.
하지만 생각해보니 나로서는 잘된 게 아닌가 싶었다. 이번에도 우리가 이겼다면
저 희창이의 벌거벗은 꼴 밖에 더 보았을 것인가. 아마 그런 생각은 녀석도
마찬
가지일 것이다. 그 때였다.
"야, 너 지금 뭐하는 거야?"
보영이가 갑자기 날카로운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보면 몰라? 옷 벗잖아?"
"야, 안다미, 그게 옷이니?"
무슨 얘기지? 돌아본 내 시야엔 자기 미니스커트 속으로 두 손을 집어넣은 다미
가 보였다. 그런데 -
"그건 스타킹이잖아, 기집애야!"
"왜? 스타킹이 어때서? 아깐 양말도 된다고 했잖아...?"
"웃기지마. 난 스타킹 없어서 반바지 벗었는데, 넌 겨우 그것만 벗고
끝내려구?"
뭐야, 그럼 치마를? 지금 보영이는 자기와 불공평하다고 다미에게 트집을 잡는
것이었다.
"야, 그럼 누군 껴입고, 누군 없으니까 다 벗니? 치사하게..."
보영이는 마지막 판이라고 막무가내의 고집을 부렸다.
"야, 아, 안돼, 나 밴드스타킹이란 말야...!"
"그래도 안돼, 봐, 나도 팬티 밖에 안입었잖아...! 억울하면 브래지어 대신 그
창희 자켓을 벗
으시지"
이럴 수가, 그럼 다미도 팬티 차림이 된다는 건가? 맙소사, 그것도 그녀 혼자만
아니라 보영이까지 - 한 자리에서 팬티만 입은 여자를 두 명씩이나 앉혀놓는다?
아니면 지금 최소한 이 엄청난 젖가슴의 다미를 적나라하게 젖꼭지까지
구경한다고...!
내 입안이 바싹, 마르며 꿀꺽... 침이 넘어가는 순간이었다.
<제50화> 망사팬티 속으로 새카만 수풀이
"야아, 나, 나... 안된단 말이야...!"
"안돼, 기집애야. 봐, 나두 먼저 벗었잖아! 치사하게 나만 이러구 있으라구?"
원래 보영이의 인상은 다소 기가 세게 생긴 편이었다. 오똑한 콧날, 선 굵은 입
술, 또렷한 눈매... 이런 것들은 전형적인 미인대회의 미인상이었지만 - 내겐
너
무 완벽한 쪽이라 오히려 그것이 뭔가가 빠진 듯한 느낌이었다 - 깎아 만든
듯한
얼굴 탓에 지나치게 날카로운 인상이었다. 그리고 과연 그런 얼굴 그대로인지
다
미에게 그녀는 집요하게 고집을 부리고 있었다.
"보영아... 난 그냥 스타킹 벗을께... 응?"
"안된다니까. 그럼 윗도리 벗어, 치마 대신에"
하지만 그쪽이 도리어 불가능한 일이었다. 지금 다미 그녀가 입고 있는
윗도리란
다름아닌 나의 헐렁한 자켓이 전부 아닌가. 원래는 브래지어 차림이었을 그녀지
만, 아무리 그래도 부끄러운 부분인 젖가슴과 유두를 처음보는 남자들 앞에서
훌
렁 드러낼 수는 없는 일인데...
아무래도 내가 뭐라 말려야하나. 지금 여기가 무슨 돈내고 쑈보는 술집도 아니
고, 순수하게 친구들 사이에 노는 분위기에서 너무 심하게 굴 필요는 없는
일...
"보영아... 아까 나 땜에 다미씨 옷도 없는데... 봐줘라, 응...?"
그러나 내 말에도 여전히 생글거리며 단호한 그녀였다. 나는 둘 사이에
싸움이라
도 날까 조마조마한데... 보영이는 마치 장난치듯 하고 있었다.
"어유, 걱정 마, 창희야. 저 기집애 순 내숭이야, 내숭"
내숭이라니, 지금 다미는 진짜로 난처해 보이는데... 맞은 편의 희창이를 보니
떨떠름하게 웃고 있을 따름이었다. 하기사 보영이 편을 안들 수도 없고, 그렇다
고 우리에게 벗으라고 할 입장도 아닌 모양이다.
"후훗, 야, 안다미, 얼른 벗어. 뭐야? 우리끼리 놀 때는 알아서 팬티까지도
벗구
그러면서... 너 소개팅 했다구 이러기야?"
얼레 - 자기들끼리도 그럼 술 마시면서 이런 야한 게임을 한다는 말인가?
듣고보
니 퍽 익숙한 그녀들인 것 같다.
"아이 참, 안된단 말이야...!"
궁지에 몰린 다미는 칭얼대며 거의 매달리는 듯한 목소리였다.
"뭐가 안돼...? 다미 너, 팬티 안입었니?"
"아, 아니 그런게 아니라... 보영아 좀..."
다미는 난감한 표정으로 나와 희창이의 얼굴을 번갈아 쳐다보고 있었다. 아마
우
리가 있어서 말 못할 사정이라도...? 그럼 설마 진짜 노팬티?
"그럼 뭐야? 말해 봐, 나는 벗었잖아, 근데 넌 뭐...?"
집요한 보영이었다. 하기사 그녀로서는 그럴 만도 했다. 자기가 먼저 내기의 약
속을 지키기 위해 팬티 바람이 되지 않았나. 그런데 똑같이 해놓고 누구만 넘길
수는 없는 문제였다.
흘끗, 걱정되는 눈길로 다미 쪽을 보니, 그녀로서도 어쩔 수 없는지 체념한
모양
이다. 아랫입술을 깨물며, 승복하는 모양이었다.
"알았어, 벗을께. 벗는다구"
으와 - 드디어 둘다 팬티만... 하지만 나는 왠지 다미에게 미안한 느낌이었다.
다미는 후, 하고 한숨을 쉬더니 등을 살짝 돌리고 미니스커트 옆구리의 지퍼를
내렸다. 그리고는 허리를 굽히고 치마를 조심스레 벗어 내렸다.
"자, 됐지?"
다리를 스커트에서 빼내자, 그녀는 자켓자락을 단단히 여미며 벗은 스커트를 옆
자리 소파로 던졌다.
하지만 벗고보니, 그다지 보기 흉한 - 아니 나나 희창이에게는 볼만한 - 광경도
아니었다. 원체 헐렁한 내 옷인지라, 옷자락은 그녀의 엉치께와 하복부를
덮고도
허벅지 위쪽 삼분의 일께까지 닿고 있었다. 단지 다미로서는 단단히 옷깃을
여미
기만 하면 거의 미니스커트에 가까운 효과를 내고 있었다.
희창이를 돌아 보았다. 녀석은 기대에 못미치는지 조금은 아쉬운 표정으로 그녀
쪽을 훔쳐보고 있었다. 나도 어느 정도는 못내 그런 기분이었다. 저 정도면, 거
의 팬티가 보이지도 않는데... 뭣 때문에 그렇게 안벗겠다고 버틴 거지? - 하지
만 보영이는 이제 속이 후련한 모양이었다. 결국 우리 눈요기를 위해서가 아니
라, 지기 싫어하는 성격에 자기가 이겼다는 기분만이었던 셈이니까.
"기집애 결국 그럴 꺼면서... 좋아 좋아, 자, 이제 더..."
"얌마, 김보영, 술 다 마셨다. 술 없어"
희창이가 이제 술이나 마셔야겠단 요량으로 보영이에게 빈 술병을 흔들어 보였
다.
"어머, 진짜네, 야! 우리 게임 계속할까?"
신이 나는지, 그녀는 우리를 돌아보며 의기양양하게 물었다. 그러나, 이젠 누구
도 그에 응할 생각이 없는 모양이었다. 보영이도 그런 우리가 멍청히 서로의 얼
굴만 돌아보자, 재밌다는 듯 깔깔거리며 웃었다.
"알았어, 그만 해. 이젠 술이나 더 마시자. 후훗"
"그럼 내가 시킬까...?"
옷을 벗고 있는 아가씨들 둘을 대신해, 희창이가 엉거주춤 몸을 일으키며 막 나
서려는데 - 똑똑, 누가 룸의 문을 두드렸다.
"나 언니야, 들어가도 되니?"
미세스 최, 마담 언니인 모양이었다. 순간 화들짝, 다미가 튀어오를 정도로
놀라
보영이를 쳐다보았다.
"뭐 어때, 우리 오늘 노는 거잖아... 들어와요, 언니"
역시 보영이는 미세스 최와 스스럼 없는 사이인 모양이었다. 그리고 더군다나
비
록 자기네 가게이긴 해도, 버젓이 자기가 계산하며 마시는 중이니 거리끼지
않나
보다. 사실 따지고 보면 나와 희창이도 그녀가 술값을 치루는 것 뿐이지,
손님은
손님이니까 다미같은 아가씨도 나와야하는 것은 맞는 얘기다.
"어머, 뭐하고들 있었어? 놀러 왔으면서 왜 이렇게 조용해? 노래들도
안부르구..
. 나 앉아도 되지?""
다소 간의 실랑이가 있는 동안, 마담은 우리들이 퍽 이상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
었다. 그런데 그녀가 양손에는 잔들과 양주 한병이 들려 있었다.
"어머, 언니 그거 뭐야?"
"응, 써비스"
"정말? 언니, 언니가 주는 거야?"
써비스? 저 비싼 양주 한 병을?
"그래, 사실은 계산 된 건데, 어차피 팔아서 뭐하니? 그리고 우리 보영이랑 다
미, 잘생긴 도련님들도 놀러왔는데...!"
"우와, 언니 멋있어...!"
보영이는 곁에 앉은 미세스 최의 팔에 안기며 호들갑을 떨고 있었다.
"어머... 근데 니들 뭐야? 옷들은 왜 다 벗었어?"
"으응... 우리 옷벗기 게임 했거든... 그래서 술내기 하려고 그랬는데"
망설임 없이 보영이는 우리가 벌인 게임을 자랑하듯 떠벌리고 있었다.
"그래? 어머머, 그럼 니들만 졌나 보구나? 도련님들은 웃통 밖에 안벗었네? 어
유, 가시내들, 언니 부르지 그랬어! 그럼 우리 희창씨랑 여기 친구분 홀라당 벗
게 만들어 줬을텐데...!"
자기도 옷벗기 게임을 하겠다구? 하기야, 척 보아도 몸매는 빠지지 않겠지만...
저런 물익은 몸매가 팬티만 입고서...?
"핏, 언니는 안 붙여줘. 우린 파트너끼리 편먹고 했거든. 언니는 짝도 없잖아?
짝 데리고 오면 끼워주지...!"
"어머나, 이 기집애좀 봐... 언니 올드 미스라고 놀리니? 짝 없는 년 서러워서
못살겠네"
얼레, 그럼 아직도 이 미세스 최는 미혼이란 말인가?
"에헤, 언니가 뭐가 짝이 없어? 그 아저씬 뭐야? 언니 발가 벗겨놓고 나 아저씨
한테 이른다...!"
"어머, 야...!"
보다 못한 다미가 보영이에게 핀잔을 주고 있었다. 아무래도 그녀 쪽이 마담이
합석한 것에 껄끄러운 모양이었다.
"일러라, 일러. 미세스라고 불리는 것도 서러운데..."
아저씨라... 그럼 결혼도 안했는데 미세스고, 아저씨란 남자는... 뭐
기둥서방쯤
되나? 그러나 이번에도 선수를 치고 호기심을 보이는 것은 희창이 쪽이었다.
"그럼... 누님 정말로 결혼 안하셨어요...?"
"그럼요... 내 주제에 무슨... 얼굴마담이라고 미세스라 부르는 거에요... 근데
왜, 나 짝없으면 희창이 도련님이 데려가주려고?"
그 말에 좌중은 크하핫, 분위기가 풀려졌다. 희창이는 그녀의 말이 마음에 들었
는지 스스로 양주병을 들어 미세스 최에게 권하고 있었다.
"그럴 수도 있죠... 당장 오늘 밤에라도... 자, 한잔 드세요"
"좋아요, 그럼 사양않을께... 근데 오늘 밤에? 빠르기도 하셔라... 그럼 보영이
는 어쩌려구?"
역시, 이런 자리에 죽이 맞는 건 희창이와 보영이, 마담정도인 것 같다. 보영이
는 그 말을 듣고도 어울려 히히덕거리고 있었다.
"근데 내 정신좀 봐... 이쪽 학생은 술도 안드렸네, 공부 잘하게 생기신
도련님"
나? 나 말인가? 미세스 최는 엉겁결에 든 내 잔에 색스러운 눈웃음을 치며 양주
를 따라주고 있었다. 그녀의 눈꼬리는 정말 기막히게 눈썹을 감추는데, 정말로
색기로 따지면 보영이보다 더하면 더했지, 못한 것이 아니었다. 차라리 이 정도
면 다미의 얼굴은 순진한 편으로 보였다.
"이름이 뭐랬죠? 희창씨 친구면 그 쪽도 학생?"
"예, 예... 희, 희창이랑 초등학교 중학교 동창이구요... 창흽니다. 지금은 저
친구랑 같은 과 다니구요..."
"그래요? 응, 어쩐지..."
그러자 마담은 은근히 내 쪽으로 몸을 기울이고 있었다.
"근데 난 이쪽 창희씨가 더 마음에 든다... 공부 잘하실 것 같애... 그죠?"
"어, 어, 아니 그냥 별로..."
바싹, 코 앞에 얼굴을 들이대고 쳐다보는 마담 언니의 시선에 괜스레
멎쩍어지는
나였다. 그녀는 내 얼굴의 당황함을 눈치챘는지 손으로 입을 가리고는 웃었다.
"호호, 걱정 말아요. 농담이니까... 참, 왜 이렇게 술들 안마셔요? 써비스도 했
는데... 응, 그러고 보니까 안주가 없구나... 가만 있어봐. 내가 과일이라도 깎
아올까?"
"오늘 되게 손님 없나 보다, 언니"
"그래, 글쎄말이야. 기다려요, 주방 갔다 올테니까...!"
보영이는 그러면서도 직업의식이 발동했는지 이 술집의 매상에 걱정인 모양이었
다. 미세스 최가 나가자, 그녀는 희창이와 다미를 보며 술잔을 권했다.
"에이, 몰라. 우린 오늘 노는 날인데, 뭐"
"그래, 술이나 마시자, 자 창희야, 원샷!"
나와 다미는 얼떨결에 술잔을 들고는 목구멍으로 들이켰다. 그 때였다. 방금 나
간 최 마담이 다시 룸의 문을 벌컥, 열고 있었다.
"다미야, 잠깐만"
막 인상을 쓰며 잔을 내려 놓으려던 그녀는, 갑작스런 언니의 호출에 놀란 눈으
로 돌아봤다.
"왜, 왜요, 언니?"
"얼른 이리 와봐, 잠깐!"
긴요한 일인 모양이었다. 미세스 최의 표정이 심각해 보였다. 그런 다미에게 나
를 포함하여 보영이와 희창이, 모두의 시선이 쏠렸다. 얼떨결에 내 무릎과 테이
블 사이를 지나 막 룸의 문께로 다가서려는 그녀인데, 문득 미세스 최는 복도쪽
을 돌아보더니 자기가 들어서며 다미의 어깨를 세웠다.
"이리 와봐...!"
미세스 최는 다미의 어깨를 붙들고는 그녀의 귓가에 입을 대고 있었다. 무슨 은
밀한 얘기인 모양이었다. 귀엣말을 하면서도 마담이 흘끗, 내 눈치를 보는 것이
느껴졌다.
쳇, 내가 들어서는 안되는 모양이군... 짐짓 고개를 돌려주려는 나였다. 그런데
-
고개를 돌리려는 내 시야가 문득 무릎께에서 멈춰지고 있었다. 방금 설명했다시
피, 지금 막 일어섰던 다미는 테이블을 빠져나오려다 말고 나와 테이블 사이에
엉거주춤 끼인 채 선 모양이었다. 그랬기에, 나는 차마 안보였을 모습을 보게
된
것이었다.
그것은 바로... 다리를 약간 벌리고 몸을 기울이느라 벌어진, 다미가 입고 있던
내 자켓의 옷자락 사이였다. 즉 좀전에 그렇게 감추느라 그녀가 부여잡고
여몄던
옷깃, 그 사이가 노출되고 있었다.
그곳, 그녀의 하복부 아래, 다미의 가랑이 사이 - 거기에는 그녀가 그토록 드러
내지 않으려했던 비밀이 있었던 것이다. 안입고 있었느냐? 천만의 말씀이다. 오
히려 벗은 것보다 더 짜릿한 광경이 내비치고 있었다.
그녀의 팬티는 하얀 색, 아마 브래지어와 세트인, 전부가 망사스타일의 다 들여
다 보이는 레이스팬티였던 것이다. 그리고, 그 얇고 흰 망사 속으로 그녀의
음부
- 새까만 터럭들이 몽땅 내비치고 있었다!
옷 벗기 게임? 이제 겨우 맥주 두어잔도 채 안마신 셈이니 보영이가 술 취한 것
은 아니다. 하지만 자기 입으로 소개팅 운운해 놓고서 갑자기 술내기라니 -
나는
놀라 어이가 없었다.
"야아, 너 미쳤니?"
보영이의 제안이 황당하기는 다미란 여자애도 마찬가지인 모양이었다.
"뭐 어때? 재밌잖아!"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건 말도 안된다. 여기가 무슨 룸싸롱도 아니고...
어처
구니 없어 실소를 금할 길 없는 다미와 나인데, 그 분위기에 거들고 나서는 것
은, 다름아닌 희창이였다.
"하핫, 그거 진짜 재미있을 거 같은데, 할래?"
"야, 임마, 이짱!"
보다 못한 내가 제지하려 나서는데, 보영이와 희창이 녀석은 죽이 맞는
모양이었
다.
"그냥 양말이나, 윗도리나, 그런 것 벗으면 되잖아? 왜, 짱이 너 자신 없냐?"
어쭈, 짜식이 이젠 내 자존심을 걸고 넘어가려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데에
말려서는 안된다. 둘만 있다면 저 녀석 한대 쥐어박는 건데. 어휴.
"짜샤, 그래도 어떻게 여기서..."
성질을 부릴 수도 없는 일이니, 나는 차마 화를 내지 못하고 다미 쪽을
흘끔거리
며 점잖게 타이르는 척이라도 해야했다.
"어머, 창희 너 빼기야? 내가 여기 다미 소개시켜준 앞에서?"
"보영아, 너 왜 그래...!"
보영이마저 마치 내가 다미 앞에서 스타일을 구기도록 만들 심산이었다. 그런
그
녀를 다미가 쏘아 부쳤지만, 이 여자애도 내 앞에서 퍽 난처한 모양이었다.
"아, 아니 그게 아니구 아직 술도 많이 안마셨는데..."
난처하게 된 나였다. 날을 잡아 한턱 쓴다는 보영이 기분을 안맞춰줄 수도
없고.
..
"좋아, 그럼 하는 거다! 자, 희창아!"
"오케이!"
둘은 우리가 채 동의한 것도 아닌데 - 쨍, 하고 잔을 맞추며 서로 팔을 걸어 얼
굴을 마주 들여다보며 그럴싸하게 맥주를 들이키고 있었다.
"야, 보영아! 이짱!"
그러나 소리치는 내가 모르는 것이 한가지 있었다. 보영이와 희창이는 서로
눈동
자를 맞추고 찡긋거리며 마시고 있었다는 것을... 그리고 다미 역시 걱정하는
눈
길로 둘의 러브샷 장면을 지켜보고 있었다.
"캬아...!"
동시에 탁 잔을 내려놓는 두 사람이었는데, 그들 둘은 테이블 위에 놓자마자 서
로의 잔을 대보고 있었다.
"얼레, 야, 뭐야...!"
"어머나, 너 왜 이렇게 많이 마셨어...!"
가만히 보니 보영이는 들이킨 것이 삼분의 일 정도에 불과했는데, 희창이는
남은
것이 삼분의 일이었다.
"어유, 바보... 술이라면 그저 좋아해요"
"뭐가? 너야말로 옷 벗으려고 작정했냐?"
둘이는 제법 키득대며 잔높이를 못 맞춘 것에 서로를 타박하고 있었다.
"자, 이제 너희 차례야"
"어떡해, 우리 지면, 다 희창이 너 때문이야..."
호들갑을 떨며, 두 사람은 어느새 당연하다는 듯 우리를 건너다 보았다.
"우, 우리도 하라구...?"
엉겁결에 다미의 눈치를 보는데, 다미도 마찬가지인 모양이었다. 우리는 서로
당
혹한 눈초리로 쳐다 보기만 했다.
"야, 그럼 딱 여기 남은 여섯병만 하자. 그럼 되잖아?"
희창이의 타협안에, 나는 결국 어쩔 수 없이 잔을 들었다. 매번 잔을 채워도 한
병 이상이 돌아가니까, 댓번의 대충 반타작만 해도 윗도리나 양말 선에서
한두번
으로 끝날 것이라는 계산에서였다.
"어유, 기집애...!"
그러자 다미도 미워 죽겠다는 표정으로 보영이를 째려보더니 나를 따라
엉거주춤
마시기 시작했다. 하지만 저들 둘처럼 팔까지 걸고 마실 수는 없는 일, 우리는
마치 어른 앞에서 술을 마시듯 서로 고개를 돌리고 맥주를 들이켰다. 그리고 잔
을 놓자 잽싸게 보영이는 허리를 뻗어 두 잔을 확인했다.
"봐봐, 얼른!"
고개를 돌리고 마셨으니, 원래는 우리 쪽이 더 잘 맞을 리가 없었다. 그러나 이
게 왠 일, 다미와 내 잔은 예상 외로 근접하여 채 5밀리 정도 밖에 차이가 나지
않고 있었다.
"어머머, 얘들 둘 천생연분이네?"
보영이는 놀랐다는 듯이 우리 잔을 들여다 보고 있었다. 희창이도 맞장구를
쳐댔
다.
"야아, 너... 다미씨랑 안보고 마셔도 이 정도야? 우리가 졌잖아!"
그런 둘을 보니, 난 첫판을 이겼다는 생각보다도 왠지 모르게 두 사람의 꼬임에
넘어가는 기분이었다. 벌떡, 일어나 윗도리 셔츠단추를 막 풀려는 희창이인데,
갑자기 보영이가 녀석의 팔을 잡아 앉혔다.
"됐어, 내가 하자는 내기니까. 내가 먼저 벗을께...!"
으잉? 보영이가 먼저? 나와 다미가 미처 놀랄 틈도 없이, 그녀는 팔을 올리더니
스스럼 없이 걸치고 있던 스웨터를 고개 위로 끌어올리는 것이었다.
"자, 다미야, 됐지?"
아마 주저하고 있는 다미를 술판에 끌어들이려는 심산인 모양이었다. 그러나 나
는 그보다도 먼저 침을 꿀꺽 삼키고 있었다. 보영이의 스웨터 안에는 브래지어
하나만이 달랑 있었던 것이다. 적당히 그을린 - 아마 일부러 썬탠이라도 한
모양
- 팽팽한 젖가슴이 까만 색 브래지어에 실린 채 드러나고 있었다. 보영이의 그
앞가슴은 사뭇 달랐다. 그 크기에서가 아니라, 생긴 모양이 완벽하게 위쪽으로
당겨진, 말 그대로 탱탱한 살결이었기 때문이다.
"어머, 야...!"
민망한 듯, 다미는 보영이의 겁없는 행동을 책망했지만, 그런 그녀가 자기 옆에
서 훌렁 웃통을 벗는데도 희창이는 키득거리며 즐거운 표정이었다.
"얌마, 너 그럼 몇개 안남잖아"
"뭐, 어때, 이번에 이기면 되지"
아무런 상관 없다는 듯, 보영이는 다시 잔을 채우고 있었다. 이제 다섯병이
남았
다.
잠깐, 아까 저 기집애 스타킹도 안신었는데... 그렇다면 이런, 보영이는 반바지
와 팬티, 그리고 저 브래지어 밖에 없는 셈 아닌가! 마른 침이 다시 목구멍으로
넘어갔다. 그녀의 유방이 맥주잔을 기울이느라 터질듯한 브래지어와 함께
출렁거
리고 있었다. 난 문득 엊그제 선영이 누나의 풍만한 앞가슴을 떠올렸다. 두
사람
의 크기는 거의 비슷했다 - 다만 보영이 쪽이 탄탄한 빛깔이라면 누나의 것은
뽀
얀 우유빛이라고나 할까.
꿀꺽꿀꺽, 어느새 그들은 둘째 잔을 내려놓고 있었다. 우리 차례였다. 이제
다미
와 나는 꼼짝없이 이 옷벗기 내기에 말려든 셈이었고, 그녀와 나는 이제 은근히
불안한 눈초리로 서로를 살피며 재차 맥주를 기울였다.
"어디 봐, 야아! 우리가 이겼다!"
뭐라고? 하지만 도리 없는 일이다. 당연하지, 저들 두 사람은 코앞에서 얼굴을
마주 보며 마시는 것이니, 최소한 우리 쪽에서는 서로 눈대중이라도 멀찌감치
맞
춰야 하는 건데... 솔직히 그보다 나는 유리컵을 통해 보영이의 유방과
브래지어
를 훔쳐보기에 열중했던 것이다.
쳇, 어쩔 수 없이 윗도리 자켓 - 희창이는 셔츠바람이지만, 난 상의 하나를 더
걸친 차림이었으므로 유리하다 - 을 벗기 위해 어깨를 빼내는 나인데, 갑자기
보
영이가 제지하고 나섰다.
"야, 잠깐! 내가 먼저 벗었잖아!"
으응? 아뿔싸, 지금 그녀는 자기가 먼저 벗었으니 우리 쪽도 다미가 벗어야한다
는 것이다. 다미는 내가 먼저 벗을 거라구 짐작하고 있었는지, 갑자기 그
얘기를
듣고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야, 안돼, 난...!"
그러나 그 항의가 통할 리 있겠는가?
"푸하핫! 그래 맞어, 우린 보영이부터 시작했잖아"
어찌 됐건 혼자 즐거운 것은 희창이였다.
"아, 아냐, 나, 나부터 할께"
다미의 봉변을 막아주기 위해 내가 나서려 했지만, 보영이는 의외로 단호했다.
"아니야, 다미 니가 벗어. 그럼 불공평하잖아. 창희는 하나 더 입었는데"
"그렇지만 언니 오면 어쩌려고 그래, 혼난단 말이야...!"
난처해진 다미였다.
"뭐 어떠니? 우리끼리 술값내고 노는 건데. 다음엔 창희가 벗으면 되잖아"
도리가 없었다. 마지막 도움이라도 바라는 듯 다미는 내 쪽을 돌아보았지만, 나
는 진퇴양난이었다.
"알았어, 벗으면 되잖아...!"
그녀는 아랫입술을 깨물며 부끄러운지 잠자코 등을 돌린 채 블라우스를 벗었다.
희창이는 그런 그녀를 흘끔거리며 야릇한 미소를 떠올리고 있었다. 난 그
녀석의
얼굴을 쳐다보며 얄밉다는 생각이 들고 있었다. 하기야 그렇게 따지면 나도
보영
이의 저 탄탄한 유방을 마주하고 있기는 마찬가지니까... 그런데...
녀석의 눈동자가 점점 휘둥그레지고 있었다. 뭐지, 저 녀석, 다미 브래지어에
다
이아몬드라도 달렸나? 다미가 블라우스에서 팔을 빼내고, 머리카락을
쓸어올리며
돌아앉았을 때에야, 난 희창이의 이유를 알았다.
슬쩍, 곁눈질에 들어온 다미의 유방은 - 거대, 그 자체였던 것이다.
보영이도 작은 가슴이 아니고, 얼핏 보기에도 다미 쪽이 마른 몸매로 보였는데,
하얀 색 레이스가 수놓아진 브래지어에 담긴 그녀의 젖가슴은 실로 34, 아니 35
는, 센티로 90은 족히 될 한아름이었다.
뽀얀 살색의 그녀 유방은 그 무게로 인해 거의 테이블 위로 얹혀지는 정도로...
<제48화> 다미 젖가슴을 만지다
나중에 안 것이지만, 나는 사실 처음에 상당히 의외였다. 아무리 술 마시며
즐겁
게 노는 자리라도 그렇지, 자기 남자친구의 친구가 있는 자리에서 옷벗기
게임을
하자고 설치는 보영이나, 처음보는 남자 앞에서 마침내는 웃통을 벗는 다미나,
모두 이해하기 힘들었다. 내가 보기에는 다미가 그렇게 적극적으로 옷벗기를 반
대한 것처럼 느껴지지도 않았다. 그저 슬쩍 마지못하는 척 하는 정도로만
보였던
것이다.
내가 나중에 알았다는 것이 바로 그것이었다. 후일 보영이가 자기 방에서 나와
한 이불 안에 있을 때 - 어쩌다 그렇게 된 것인지는 나중에 설명할 것이다 - 얘
기해준 것도 있지만, 나 스스로도 상당히 쑥맥이었던 것이다. 즉 말로만 들었을
뿐인 이런 게임이, 그녀들 보영이와 다미에게는 상당히 익숙한 일이었다.
하지만 희창이 정도라면 몰라도, 그리고 물론 이 자리가 그녀들 스스로 만든 자
리기는 하지만, 나로서는 처음 겪어보는 경험이었다. 나는 그 때까지도 여자가
나오는 술집에서 무슨 일들이 벌어지는지, 또 그런 여자들이 어떤 식으로
노는지
전혀 생소했던 셈이다.
어쨌든 눈이 휘둥그래진 나는 안보는 척 하면서도 열심히 곁눈질을 더듬고 있었
다. 보영이가 완벽 쪽에 가까운 만든 듯한 가슴이라면, 다미는 정말 폭
안겨보고
싶을 풍만함이었다.
여자가슴 구경이라고는 기실 손가락으로 세도 넘지 않을 나라 하여도 - 사진 상
으로나 영화 상으로는 질리도록 해보았지만 - 이 정도는 알 수 있었다. 즉 얼굴
만큼 유방의 모양도 가지가지여서, 어떤 여자는 작아도 늘어진 모습이 있지만
어
떤 여자는 커도 올라붙은 가슴이 있을 수 있다... 그리고 다미는 그 빅사이즈에
도 처진 모습이 아닌, 후자였다.
그녀의 젖가슴은 낮은 테이블 위인데도 거의 닿을락 말락할 정도였다. 마치
브래
지어만 없다면 당장이라도 쏟아져 내릴 것 같았다. 아니 뭘로 슬쩍 찔러만 보아
도 금새 터질 것만 같았다.
수박 - 수박이 떠오르고 있었다. 보영이의 그것이 탱탱한 멜론을 연상시킨다면,
약간의 거짓말을 보태어 다미는 수박 크기만큼이나 되었던 것이다.
"어유, 뭐야 이게...!"
"핏, 억울하면 이기렴...! 호홋"
얼떨떨했다. 내가 다미라면, 아니 여자라면 도저히 목숨 걸고도 못보일
모습들을
보이고도 다미는 그저 짜증이 나는 듯한 말투일 뿐이었다. 그리고 보영이는
그런
그녀를 보고 손뼉을 치며 즐거워하고 있었다.
"기집애, 맥주나 줘...!"
다미는 자기가 블라우스를 벗게 된 것이 억울한 듯, 남은 자기 잔의 맥주를
마저
마시더니 컵을 보영이에게 내밀고 있었다. 그러나 보영이는 희창이의 팔을 끌어
안으며 들러붙었다.
"어머, 니 파트너한테 달라 그래, 큭큭, 우리 편 말고"
보영이는 자신의 가슴을 그렇게 희창이 녀석의 어깨 뒤로 숨기고 있었다.
그제서
야 민망한 듯 다미도 엉거주춤 한쪽 팔로 자기의 앞가슴을 가리며 그녀를 쏘아
보았다.
"너 정말 그럴꺼야? 두고봐, 너"
계속 난처함을 거듭하는 나였다. 이 상황을 저들 둘처럼 즐거워할 수도 없었고
그렇다고 멍청하게 이 여자들의 어른거리는 젖통만 흘끗거릴 수도 없었다.
"제, 제가 드릴께요...!"
얼결에, 맥주병을 든 나는 그녀가 내민 잔을 쫓아 따라주려 했다. 그러나 그
때,
다미도 엉겁결에 잔을 돌린다는 것이 따르고 있던 술줄기를 놓치고 병과 잔이
부
딪히고 말았다.
"어멋, 앗 차거!"
엇, 하는 새에, 내가 기울이고 있던 맥주가 그녀 쪽으로 튀었다. 그리고 - 나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맥주 신세를 부러워하게 되었다 - 그 맥주방울들은 그녀의
가
슴 사이, 브래지어, 그리고 무릎 위에 놓인 블라우스로 튀고 있었다.
"어머... 아이 참, 어떡해...!"
"어, 미, 미안해요...!"
현란한 유방들의 파티 - 지금 나는 이 자리를 술파티 아닌 그런 이름으로
부르고
싶다 - 탓일까, 나는 훔쳐보느라 넋이 나가 어처구니 없는 실수를 저지른
것이었
다. 그 맥주들은 다미의 젖가슴 계곡사이로 정확히 날아가 방울방울 지으며
흘러
내려 그녀의 브래지어를 적시고 있었다.
허둥지둥 손수건을 꺼낸 나는 당황한 탓에 직접 그녀의 앞가슴을 닦아주려 들이
대고 있었다. 그러나 다미의 손이 재빨리 접근을 차단하며 내 팔을 밀어냈다.
"어머나, 왜, 왜 이래요!"
아차차, 나는 응큼한 실수를 연발하고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옷을 입고
있는 것도 아니고 맨가슴에 손을 대다니 -
"아, 아니 그, 그게 아니라 닦아 드리려고...!"
"됐어요!"
다미는 내가 당황한 것을 알면서도 쌀쌀맞게 대꾸하고는 팩 돌아앉아 탁자 위의
냅킨으로 가슴을 훔쳤다. 아이고, 창희야... 너란 녀석 참! 난 얼굴이 벌겋게
달
아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그럼에도 희창이와 보영이는 빨개진 나와 허둥대는 다미를 보면서 즐거워
죽겠다
는 듯 깔깔거리고 있었다. 몸둘 바를 모르는 나는 쥐구멍에라도 숨고픈 마음이
굴뚝 같았다.
"이게 뭐야... 브래지어 다 젖었잖아..."
따지고 보면 나만의 실수도 아니었다. 하지만 둘이 부딪힌 것이어도 내 쪽이 더
미안할 수 밖에 없었다. 왜냐면 사실 그 와중에도 흐른 맥주를 닦고 있는
그녀의
젖가슴, 그 깊은 계곡 사이에 넋이 나간 나였으므로... 나는 저 맥주와 냅킨이
나였으면, 하는 얼토당토 않은 상상을 하고 있었다.
"어머나, 어떡해, 블라우스... 갈아입을 옷도 없는데...!"
낭패인 모양의 다미였다. 블라우스도 많이 젖었나 보다.
그녀는 방법이 없으니 밖으로 나가 가릴 것이라도 찾아야 했지만 - 그런데 이렇
게 브래지어 차림으로 룸의 문을 열 수도 없고...
"여, 여기 이, 이거라도..."
하는 수 없이 병주고 약주고의 나는 자켓을 벗어 그녀에게 건네 주었다. 잠시
나
를 흘겨보며 망설이던 다미는 못이기는 척 받아들고는 어깨에 걸치고 룸을 나갔
다.
"호호홋, 진짜 재밌다! 창희 얼굴 빨개졌어!"
"크히힉, 야 짱아, 넌 좋겠다? 다미 갈아입을 옷도 없다는데...!"
어유, 저것들을...! 놀리는 보영이와 희창이 두 년놈에게 욕이라도 해주려는데,
갑자기 보영이가 웃음을 멈추고 맞은 편 내게로 몸을 기울였다.
"창희야, 어때? 다미 마음에 들어?"
어이구, 내가 언제 너한테 소개시켜 달라고 부탁한 적 있어? 지들끼리 새끼
쳐준
다며 끌고와 놓구는 - 이렇게 대꾸하려는 나인데, 보영이는 목소리를 낮추며 전
혀 엉뚱한 말을 하고 있었다.
"다미 진짜 가슴 크지? 내가 다 재보고 소개시켜 주는 거다, 너"
"무, 무슨 얘기야, 재보고 고르다니...?"
그러나 보영이는 답답하다는 듯 오히려 나를 구박하고 있었다.
"어유, 니가 가슴 큰 여자만 좋아 한다며? 희창이가 다 얘기해줬어...!"
뭐라고? 이짱 저 놈이 - 어처구니 없어 보영이의 등뒤에서 딴청을 피우는
녀석을
쳐다보니, 녀석은 쉿, 하는 포즈로 손가락을 입에 대고는 눈을 찡끗거리고 있었
다. 아뿔싸, 사전에 희창이가 장난을 친 모양이었다. 도대체 뭐라고 한 거야,
저
자식...
"쟤 그래도 머리 나쁜 애 아냐... 남들은 가슴 크면 머리 나쁘고 미련하다지만,
쟨 학교도 다닌대...!"
학교? 학생? 잠깐, 다미가 학생이라고? 그럼 대학생? 난 놀라 눈이 휘둥그레졌
다.
"진짜? 어디 다니는데?"
그러나 그녀가 학생이란 말에 당장 호기심을 보이는 것은 먼저 희창이였다.
녀석
은 테이블 쪽으로 허리를 굽히며 은근해지고 있었다.
"몰라, 죽어도 그 얘기는 안하니까... 하지만 언젠가 술 취해서 그랬어, 돈
없어
서 못 다닐뻔 하다가 다니는 거라구..."
그래서였나? 그래서 아까 우리가 학생이라는 말을 듣고 자리를 피하려고 했던
건
가?
"난 그냥 언니랑 친해서 가끔 여기 아무 때나 나오는 거지만, 다미 저 기집애는
진짜 아르바이트야. 요일 정해놓고 꼬박꼬박 나오는 걸"
아아 - 난 입이 딱 벌어졌다. 낮 생활과 밤 생활이 다른 여자애들이 있다지만,
그렇게 말로만 듣던 몰래바이트 여대생이 저 다미라니.
"미세스 최 언니하고 나만 아는 얘기야. 그러니까 너희들도 말하면 안돼,
알았지
?"
그 때였다. 벌컥, 문이 열리며 다미가 들어서고 있었다.
"뭐야, 뭘 말하면 안돼?"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더니, 양반은 아닌 듯 다미는 내가 준 자켓만을 걸친
채
들어와 다시 자리에 앉고 있었다. 그러나 마지막 보영이가 소근댄 말을 얼핏 눈
치챈 모양이었다.
"김보영, 너 내 얘기했지? 뭘 말하지 말란 거야?"
아차차, 엿들었나?
<제49화> 다미는 치마 보영이는 핫팬티 벗고
"아, 아냐, 그냥..."
갑자기 느닷 없이 들어온 그녀 때문에 보영이는 허겁지겁 말을 돌리고 있었다.
"그, 그냥... 니 브래지어 얘기했어, 니 꺼 맞춘 거라구..."
맞춤 속옷? 난 그런 건 몸매 망가진 아줌마들이나 입는 줄 알고 있었는데? 하기
사, 그럴 만도 했다. 저 다미 정도의 유방이라면 특별 사이즈가 필요할지도
모르
는 일이었다. 어쩐지 아까 입고 있던 것이 레이스가 화려한 게 고급스러워 보이
더니.
"어머머, 내가 언제? 아냐, 맞춘 게 아니라 선물 받은 거라 그랬잖아, 기집애야
!"
자기 가슴 얘기가 나오자 당혹하는 그녀였다. 나도 언젠가 들은 적이 있다.
남자
들은 대부분 유방이 큰 여자를 섹시하다며 좋아하지만, 여자들은 그 정반대라고
했다. 즉 가슴이 크면 미련하거나 공부 못하고 머리 나빠 보인다고 싫어한다.
그
러나 어쩌랴. 아는 여자가 가슴이 커보이면 미련스럽고 둔해보일지 몰라도,
어쩌
다 혹시라도 지나가다가 착 달라붙는 상의에 터질 듯한 젖가슴의 여자를 발견하
면, 남자건 여자건 다 한번씩은 뒤돌아 보지 않는가.
"어머, 너 그것만 입은 거야?"
"그럼 어떡해? 브래지어랑 블라우스랑 둘 다 젖었는데"
그제서야 나는 흘낏 다미 쪽을 돌아봤다. 그녀는 내 자켓을 어깨 위로 걸친 채
두 손으로 앞자락을 부여잡고 있었다. 그렇다면... 으와, 저 안에는 그냥
적나라
한 전라라는 이야기 아냐 -
그런 나와 희창이의 시선을 느꼈는지, 다미는 단단히 자켓을 여미며 행여
앞쪽이
벌어질까봐 단단히 움켜쥐었다.
"진짜 그 얘기 한 거야? 내 속옷 얘기...?"
그녀는 의심쩍은 듯 나와 희창이의 얼굴을 확인했다. 어쨌든 우리는 시치미를
떼
야했다.
"맞아요, 다미씨. 근데 아까 그 브래지어 어디 꺼에요? 나도 우리 보영이
사줘야
지..."
피식, 그제서야 웃음을 흘리는 다미였다.
"외제에요. 나도 잘 몰라요. 선물 받은 거니까...!"
외제 속옷 선물? 그런 걸 누가 사주지? 백화점 가니까 기십만원 정도로 엄청 비
싸던데 - 그리고 아깐 돈 없어서 학교도 못다닐뻔 했다면서... 왠지 모르게
의문
점이 많은 여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유, 보영이 저 가시내 별 얘길 다해... 두고봐, 기집애! 아까 그거나 다시해
!"
아까부터 시작된 이 게임에서 당한 것은 자기라는 생각이 드는지, 다미는 이제
자기가 먼저 나서고 있었다. 결국 그녀는 이겨서 앙갚음을 하겠다는 투였다. 하
지만 왠지 걱정이 드는 것은 나였다. 우리 쪽은 내가 자켓을 벗은 데다가, 다미
는 브래지어도 없지 않은가.
"우리가 먼저 마셔요!"
보영이에게 약이 오른 다미인 모양이다. 시키지도 않았는데 그녀는 자기 잔에
이
젠 네병여 -여섯병으로 시작했으니 이제 이것으로 세병이 남는다 - 남은 맥주를
가득 붓더니 나에게 재촉까지 해댔다. 하는 수 없이 잔을 드는데, 그녀는
열심히
내 쪽을 보며 러브샷의 눈대중을 맞추고 있었다. 꼭 이기겠다는 투였다.
그러나 우리는 이번에도 지고 있었다. 당연한 결과였다. 어차피 갈 데까지 가서
볼 것 안볼 것, 다 아는 보영이와 희창이는 단지 마시는 맥주 양에만 신경을 쓰
면 되었지만, 나는 이 얼떨떨한 상황에 다미 쪽을 쳐다보려해도 자꾸만 눈길은
아래쪽 - 한손은 맥주잔을 들고, 게다가 고개를 젖히며 마셔야 하니, 다미의 자
켓 앞자락이 자꾸만 벌어질 수 밖에 없다.
아무리 몸집 작은 남자라도 여자보다는 어깨가 넓고, 아무리 몸매 없는
여자라도
남자보다는 궁둥이가 크기 마련이다... 아시는 분은 아실 것이다. 여자친구에게
자기 옷을 입혀본 적이 있다면. 아무리 늘씬한 다미라 할지라도, 헐렁한 내
자켓
을 입고 있는 상태에서 워낙 터질 듯한 유방의 소유자이기에, 자칫 잘못하면 한
쪽이라도 자켓 밖으로 삐져나올 정도의 아슬아슬한 모습이었다. 오히려 그녀의
깊은 계곡은 내 옷자락으로 절반쯤 가리워진 것이, 정말로 눈 돌아갈 정도의 황
홀경인 것이었다.
"아이 뭐야, 또 졌잖아...!"
둘이 마시는 것인데도, 나는 질 때마다 모두 내 탓인 것만 같아 계속
미안스러웠
다. 그나마 다행인 것이 내가 벗을 차례라는 건데... 난 윗도리에 셔츠
이외에는
아무 것도 입고 있지 않았다. 어째야 하나? 아무리 남자라도 벌거숭이 몸을
드러
내는 것은 쑥스러웠다.
"잠깐, 창희씨 벗지 말아요...!"
나를 봉변에서 구해준 것은 의외로 다미였다.
"내가 브래지어 대신 창희씨 윗도리 입고 있으니까, 창희씨 안벗어도 되지?"
얼레? 이 아가씨는 이제 나와 한편이라는 동지의식을 느끼는 모양이었다.
"좋아. 대신에 다음은 다미씨 차례야. 알죠?"
희창이는 재미 없을 내 맨살을 보기보다 그 쪽이 낫겠다는 듯 결정한 모양이었
다.
"흥, 걱정 마요! 자...!"
맥주를 따르고, 다시 마시고... 이제 얼추 두병 남은 상황에서야 이번엔 우리가
이기게 되었다. 다미가 질 수 없다는 듯이 악착같이 내 쪽과 맞춘 결과였다. 희
창이 녀석은 결과에 승복한다는 듯 씨익 웃으며 윗도리를 벗었다. 그러면 그렇
지, 겉옷을 안입은 대신 녀석은 셔츠 안에 반팔 라운드티를 덧입고 있었다.
드디어 이겨서 시원한 듯, 다미는 그것을 보고 킥킥 소리내며 웃기까지 하고 있
었다. 어쨌든 이제 두병 남은 셈이니... 일대일이라 하여도 어느 한 쪽이
하나씩
더벗어야 되는데, 그녀는 옷을 벗어야 한다는 사실보다 이겼다는 생각이 앞서는
모양이었다. 승부욕이 강한 성격인 것 같았다.
"자, 마셔!"
이번엔 보영이가 진 것이 억울하다는 듯 열을 내고 있었다. 그런 둘을 희창이는
재미 있다는 듯이 지켜보며 나에게 눈을 찡끗거렸다.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자,
녀석은 그런 심정인 모양이었다.
꿀꺽꿀꺽, 탁 -
"얍, 아자!"
다미는 갑자기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우리 쪽이 연달아 이번에도 이긴 것이었
다. 메롱, 이제야 즐거워진 그녀는 맞은 편의 보영이에게 혀까지 내밀고
있었다.
"우리가 또 이겼지롱, 약오르지, 기집애야!"
허허, 나는 하마터면 실소가 나올 정도였다. 아무리 게임이라 하여도, 지금
걸친
옷을 하나하나 벗으며 남자 앞에서 나체를 드러내는 중인데, 그녀들은 그런
상황
이 안중에도 없는 모양이었다. 다미는 신이 나는지 주먹을 불끈 쥐는 시늉을 하
고는 곧이어 내게 손바닥을 내밀었다.
"어유, 창희씨 뭐하는 거야, 우리가 이겼잖아요! 자, 하이 파이브!"
"어, 으응..."
뭐가 그리 신나는 것일까. 하기야 나도 희창이 놈과 내기 당구 따위를 칠
때에는
거의 목숨이라도 건 것처럼 굴지만... 찰싹, 다미는 엉겁결에 따라 올린 내
손바
닥을 마주 소리가 나도록 쳤다.
"어유... 그러니까 희창이 너 왜 그렇게 많이 마셔, 바보같이"
"야 김보영, 그게 니가 쪼금 마신 거지 어떻게 내가 많이 마신 거냐?"
보영이는 이제 잔뜩 약올라 희창이에게 신경질까지 부리고 있었다. 다미는 아랑
곳 없이 그런 그녀에게 연거푸 재촉했다.
"푸훗, 얼른 벗어! 보영이 니 차례야!"
"알았어, 기집애야!"
앙칼진 목소리로 대꾸를 한 그녀는, 허리를 굽히고 테이블 아래에서 뭔가를
꾸물
럭거리고 있었다. 가만 - 보영이 저 기집애 아까 스웨터하고... 반바지
차림이었
잖아! 스타킹이 없었다. 그럼 지금 이 테이블 아래로 벗는 것은...!
"자, 봐, 됐지?"
으핫, 보영이는 보라는 듯 테이블 아래에서 다리를 빼내고 벗겨낸 자신의
핫팬츠
를 들어올리고 있었다. 희창이는 뭐가 좋은지 그런 그녀의 모습을 테이블
아래로
흘끔거리며 키득거리고 있었다.
그렇다면 테이블 아래는 - 사실이었다. 두꺼운 유리테이블을 통해 보이는 것은,
그녀의 까만색 팬티차림의 남김없이 드러난 하체였다. 아찔한 그 광경이 적나라
하게 보이고 있었다. 그리고 보영이의 하체를 가려주기 위함인지, 슬그머니
희창
이는 그녀의 허벅지에 손을 올리고 있었다.
탄탄한 각선미의 보영이 다리는 이미 핫팬츠를 통하여 본 적이 있었다. 하지만
하이레그 스타일의 검은색 팬티로, 거의 엉치께까지 드러난 그녀의 하반신은 나
로서는 처음 관찰할 수 있는 광경이었다. 군살 없는 그녀의 쫙 빠진 몸매 -
하복
부, 허벅지, 종아리, 무릎 - 가 남김 없이 한눈에 들어오고 있었다.
"자, 라스트!"
"좋았어, 이번엔 다미 너, 두고 봐...!"
이제 남은 것은 단 한 병의 맥주였다. 중간쯤까지 찬 각자의 맥주잔을 채우고
나
니, 드디어 마지막 판이었다. 숨이 막히는 접전이었다. 다미와 보영이의 옷벗기
기 경쟁은 불꽃을 튀기고 있었다. 우리 서로는 최대한 상대방의 잔을 살피며 술
을 들이켜야 했다.
아뿔싸, 그러나 잔들을 내려놓고 보니 확률의 법칙이 맞는 듯, 이번에는 채
몇밀
리 차이도 안나게 우리가 지고 있었다. 보영이의 표정이 금새 고소하게 바뀌었
다.
"흥, 이번엔 우리가 이겼지? 짜잔...!"
"아유, 쫌만 더했으면 되는 건데...!"
안타까운 표정의 다미였다. 간발의 차로 졌다는 것이 무척 아쉬운 모양이었다.
하지만 생각해보니 나로서는 잘된 게 아닌가 싶었다. 이번에도 우리가 이겼다면
저 희창이의 벌거벗은 꼴 밖에 더 보았을 것인가. 아마 그런 생각은 녀석도
마찬
가지일 것이다. 그 때였다.
"야, 너 지금 뭐하는 거야?"
보영이가 갑자기 날카로운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보면 몰라? 옷 벗잖아?"
"야, 안다미, 그게 옷이니?"
무슨 얘기지? 돌아본 내 시야엔 자기 미니스커트 속으로 두 손을 집어넣은 다미
가 보였다. 그런데 -
"그건 스타킹이잖아, 기집애야!"
"왜? 스타킹이 어때서? 아깐 양말도 된다고 했잖아...?"
"웃기지마. 난 스타킹 없어서 반바지 벗었는데, 넌 겨우 그것만 벗고
끝내려구?"
뭐야, 그럼 치마를? 지금 보영이는 자기와 불공평하다고 다미에게 트집을 잡는
것이었다.
"야, 그럼 누군 껴입고, 누군 없으니까 다 벗니? 치사하게..."
보영이는 마지막 판이라고 막무가내의 고집을 부렸다.
"야, 아, 안돼, 나 밴드스타킹이란 말야...!"
"그래도 안돼, 봐, 나도 팬티 밖에 안입었잖아...! 억울하면 브래지어 대신 그
창희 자켓을 벗
으시지"
이럴 수가, 그럼 다미도 팬티 차림이 된다는 건가? 맙소사, 그것도 그녀 혼자만
아니라 보영이까지 - 한 자리에서 팬티만 입은 여자를 두 명씩이나 앉혀놓는다?
아니면 지금 최소한 이 엄청난 젖가슴의 다미를 적나라하게 젖꼭지까지
구경한다고...!
내 입안이 바싹, 마르며 꿀꺽... 침이 넘어가는 순간이었다.
<제50화> 망사팬티 속으로 새카만 수풀이
"야아, 나, 나... 안된단 말이야...!"
"안돼, 기집애야. 봐, 나두 먼저 벗었잖아! 치사하게 나만 이러구 있으라구?"
원래 보영이의 인상은 다소 기가 세게 생긴 편이었다. 오똑한 콧날, 선 굵은 입
술, 또렷한 눈매... 이런 것들은 전형적인 미인대회의 미인상이었지만 - 내겐
너
무 완벽한 쪽이라 오히려 그것이 뭔가가 빠진 듯한 느낌이었다 - 깎아 만든
듯한
얼굴 탓에 지나치게 날카로운 인상이었다. 그리고 과연 그런 얼굴 그대로인지
다
미에게 그녀는 집요하게 고집을 부리고 있었다.
"보영아... 난 그냥 스타킹 벗을께... 응?"
"안된다니까. 그럼 윗도리 벗어, 치마 대신에"
하지만 그쪽이 도리어 불가능한 일이었다. 지금 다미 그녀가 입고 있는
윗도리란
다름아닌 나의 헐렁한 자켓이 전부 아닌가. 원래는 브래지어 차림이었을 그녀지
만, 아무리 그래도 부끄러운 부분인 젖가슴과 유두를 처음보는 남자들 앞에서
훌
렁 드러낼 수는 없는 일인데...
아무래도 내가 뭐라 말려야하나. 지금 여기가 무슨 돈내고 쑈보는 술집도 아니
고, 순수하게 친구들 사이에 노는 분위기에서 너무 심하게 굴 필요는 없는
일...
"보영아... 아까 나 땜에 다미씨 옷도 없는데... 봐줘라, 응...?"
그러나 내 말에도 여전히 생글거리며 단호한 그녀였다. 나는 둘 사이에
싸움이라
도 날까 조마조마한데... 보영이는 마치 장난치듯 하고 있었다.
"어유, 걱정 마, 창희야. 저 기집애 순 내숭이야, 내숭"
내숭이라니, 지금 다미는 진짜로 난처해 보이는데... 맞은 편의 희창이를 보니
떨떠름하게 웃고 있을 따름이었다. 하기사 보영이 편을 안들 수도 없고, 그렇다
고 우리에게 벗으라고 할 입장도 아닌 모양이다.
"후훗, 야, 안다미, 얼른 벗어. 뭐야? 우리끼리 놀 때는 알아서 팬티까지도
벗구
그러면서... 너 소개팅 했다구 이러기야?"
얼레 - 자기들끼리도 그럼 술 마시면서 이런 야한 게임을 한다는 말인가?
듣고보
니 퍽 익숙한 그녀들인 것 같다.
"아이 참, 안된단 말이야...!"
궁지에 몰린 다미는 칭얼대며 거의 매달리는 듯한 목소리였다.
"뭐가 안돼...? 다미 너, 팬티 안입었니?"
"아, 아니 그런게 아니라... 보영아 좀..."
다미는 난감한 표정으로 나와 희창이의 얼굴을 번갈아 쳐다보고 있었다. 아마
우
리가 있어서 말 못할 사정이라도...? 그럼 설마 진짜 노팬티?
"그럼 뭐야? 말해 봐, 나는 벗었잖아, 근데 넌 뭐...?"
집요한 보영이었다. 하기사 그녀로서는 그럴 만도 했다. 자기가 먼저 내기의 약
속을 지키기 위해 팬티 바람이 되지 않았나. 그런데 똑같이 해놓고 누구만 넘길
수는 없는 문제였다.
흘끗, 걱정되는 눈길로 다미 쪽을 보니, 그녀로서도 어쩔 수 없는지 체념한
모양
이다. 아랫입술을 깨물며, 승복하는 모양이었다.
"알았어, 벗을께. 벗는다구"
으와 - 드디어 둘다 팬티만... 하지만 나는 왠지 다미에게 미안한 느낌이었다.
다미는 후, 하고 한숨을 쉬더니 등을 살짝 돌리고 미니스커트 옆구리의 지퍼를
내렸다. 그리고는 허리를 굽히고 치마를 조심스레 벗어 내렸다.
"자, 됐지?"
다리를 스커트에서 빼내자, 그녀는 자켓자락을 단단히 여미며 벗은 스커트를 옆
자리 소파로 던졌다.
하지만 벗고보니, 그다지 보기 흉한 - 아니 나나 희창이에게는 볼만한 - 광경도
아니었다. 원체 헐렁한 내 옷인지라, 옷자락은 그녀의 엉치께와 하복부를
덮고도
허벅지 위쪽 삼분의 일께까지 닿고 있었다. 단지 다미로서는 단단히 옷깃을
여미
기만 하면 거의 미니스커트에 가까운 효과를 내고 있었다.
희창이를 돌아 보았다. 녀석은 기대에 못미치는지 조금은 아쉬운 표정으로 그녀
쪽을 훔쳐보고 있었다. 나도 어느 정도는 못내 그런 기분이었다. 저 정도면, 거
의 팬티가 보이지도 않는데... 뭣 때문에 그렇게 안벗겠다고 버틴 거지? - 하지
만 보영이는 이제 속이 후련한 모양이었다. 결국 우리 눈요기를 위해서가 아니
라, 지기 싫어하는 성격에 자기가 이겼다는 기분만이었던 셈이니까.
"기집애 결국 그럴 꺼면서... 좋아 좋아, 자, 이제 더..."
"얌마, 김보영, 술 다 마셨다. 술 없어"
희창이가 이제 술이나 마셔야겠단 요량으로 보영이에게 빈 술병을 흔들어 보였
다.
"어머, 진짜네, 야! 우리 게임 계속할까?"
신이 나는지, 그녀는 우리를 돌아보며 의기양양하게 물었다. 그러나, 이젠 누구
도 그에 응할 생각이 없는 모양이었다. 보영이도 그런 우리가 멍청히 서로의 얼
굴만 돌아보자, 재밌다는 듯 깔깔거리며 웃었다.
"알았어, 그만 해. 이젠 술이나 더 마시자. 후훗"
"그럼 내가 시킬까...?"
옷을 벗고 있는 아가씨들 둘을 대신해, 희창이가 엉거주춤 몸을 일으키며 막 나
서려는데 - 똑똑, 누가 룸의 문을 두드렸다.
"나 언니야, 들어가도 되니?"
미세스 최, 마담 언니인 모양이었다. 순간 화들짝, 다미가 튀어오를 정도로
놀라
보영이를 쳐다보았다.
"뭐 어때, 우리 오늘 노는 거잖아... 들어와요, 언니"
역시 보영이는 미세스 최와 스스럼 없는 사이인 모양이었다. 그리고 더군다나
비
록 자기네 가게이긴 해도, 버젓이 자기가 계산하며 마시는 중이니 거리끼지
않나
보다. 사실 따지고 보면 나와 희창이도 그녀가 술값을 치루는 것 뿐이지,
손님은
손님이니까 다미같은 아가씨도 나와야하는 것은 맞는 얘기다.
"어머, 뭐하고들 있었어? 놀러 왔으면서 왜 이렇게 조용해? 노래들도
안부르구..
. 나 앉아도 되지?""
다소 간의 실랑이가 있는 동안, 마담은 우리들이 퍽 이상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
었다. 그런데 그녀가 양손에는 잔들과 양주 한병이 들려 있었다.
"어머, 언니 그거 뭐야?"
"응, 써비스"
"정말? 언니, 언니가 주는 거야?"
써비스? 저 비싼 양주 한 병을?
"그래, 사실은 계산 된 건데, 어차피 팔아서 뭐하니? 그리고 우리 보영이랑 다
미, 잘생긴 도련님들도 놀러왔는데...!"
"우와, 언니 멋있어...!"
보영이는 곁에 앉은 미세스 최의 팔에 안기며 호들갑을 떨고 있었다.
"어머... 근데 니들 뭐야? 옷들은 왜 다 벗었어?"
"으응... 우리 옷벗기 게임 했거든... 그래서 술내기 하려고 그랬는데"
망설임 없이 보영이는 우리가 벌인 게임을 자랑하듯 떠벌리고 있었다.
"그래? 어머머, 그럼 니들만 졌나 보구나? 도련님들은 웃통 밖에 안벗었네? 어
유, 가시내들, 언니 부르지 그랬어! 그럼 우리 희창씨랑 여기 친구분 홀라당 벗
게 만들어 줬을텐데...!"
자기도 옷벗기 게임을 하겠다구? 하기야, 척 보아도 몸매는 빠지지 않겠지만...
저런 물익은 몸매가 팬티만 입고서...?
"핏, 언니는 안 붙여줘. 우린 파트너끼리 편먹고 했거든. 언니는 짝도 없잖아?
짝 데리고 오면 끼워주지...!"
"어머나, 이 기집애좀 봐... 언니 올드 미스라고 놀리니? 짝 없는 년 서러워서
못살겠네"
얼레, 그럼 아직도 이 미세스 최는 미혼이란 말인가?
"에헤, 언니가 뭐가 짝이 없어? 그 아저씬 뭐야? 언니 발가 벗겨놓고 나 아저씨
한테 이른다...!"
"어머, 야...!"
보다 못한 다미가 보영이에게 핀잔을 주고 있었다. 아무래도 그녀 쪽이 마담이
합석한 것에 껄끄러운 모양이었다.
"일러라, 일러. 미세스라고 불리는 것도 서러운데..."
아저씨라... 그럼 결혼도 안했는데 미세스고, 아저씨란 남자는... 뭐
기둥서방쯤
되나? 그러나 이번에도 선수를 치고 호기심을 보이는 것은 희창이 쪽이었다.
"그럼... 누님 정말로 결혼 안하셨어요...?"
"그럼요... 내 주제에 무슨... 얼굴마담이라고 미세스라 부르는 거에요... 근데
왜, 나 짝없으면 희창이 도련님이 데려가주려고?"
그 말에 좌중은 크하핫, 분위기가 풀려졌다. 희창이는 그녀의 말이 마음에 들었
는지 스스로 양주병을 들어 미세스 최에게 권하고 있었다.
"그럴 수도 있죠... 당장 오늘 밤에라도... 자, 한잔 드세요"
"좋아요, 그럼 사양않을께... 근데 오늘 밤에? 빠르기도 하셔라... 그럼 보영이
는 어쩌려구?"
역시, 이런 자리에 죽이 맞는 건 희창이와 보영이, 마담정도인 것 같다. 보영이
는 그 말을 듣고도 어울려 히히덕거리고 있었다.
"근데 내 정신좀 봐... 이쪽 학생은 술도 안드렸네, 공부 잘하게 생기신
도련님"
나? 나 말인가? 미세스 최는 엉겁결에 든 내 잔에 색스러운 눈웃음을 치며 양주
를 따라주고 있었다. 그녀의 눈꼬리는 정말 기막히게 눈썹을 감추는데, 정말로
색기로 따지면 보영이보다 더하면 더했지, 못한 것이 아니었다. 차라리 이 정도
면 다미의 얼굴은 순진한 편으로 보였다.
"이름이 뭐랬죠? 희창씨 친구면 그 쪽도 학생?"
"예, 예... 희, 희창이랑 초등학교 중학교 동창이구요... 창흽니다. 지금은 저
친구랑 같은 과 다니구요..."
"그래요? 응, 어쩐지..."
그러자 마담은 은근히 내 쪽으로 몸을 기울이고 있었다.
"근데 난 이쪽 창희씨가 더 마음에 든다... 공부 잘하실 것 같애... 그죠?"
"어, 어, 아니 그냥 별로..."
바싹, 코 앞에 얼굴을 들이대고 쳐다보는 마담 언니의 시선에 괜스레
멎쩍어지는
나였다. 그녀는 내 얼굴의 당황함을 눈치챘는지 손으로 입을 가리고는 웃었다.
"호호, 걱정 말아요. 농담이니까... 참, 왜 이렇게 술들 안마셔요? 써비스도 했
는데... 응, 그러고 보니까 안주가 없구나... 가만 있어봐. 내가 과일이라도 깎
아올까?"
"오늘 되게 손님 없나 보다, 언니"
"그래, 글쎄말이야. 기다려요, 주방 갔다 올테니까...!"
보영이는 그러면서도 직업의식이 발동했는지 이 술집의 매상에 걱정인 모양이었
다. 미세스 최가 나가자, 그녀는 희창이와 다미를 보며 술잔을 권했다.
"에이, 몰라. 우린 오늘 노는 날인데, 뭐"
"그래, 술이나 마시자, 자 창희야, 원샷!"
나와 다미는 얼떨결에 술잔을 들고는 목구멍으로 들이켰다. 그 때였다. 방금 나
간 최 마담이 다시 룸의 문을 벌컥, 열고 있었다.
"다미야, 잠깐만"
막 인상을 쓰며 잔을 내려 놓으려던 그녀는, 갑작스런 언니의 호출에 놀란 눈으
로 돌아봤다.
"왜, 왜요, 언니?"
"얼른 이리 와봐, 잠깐!"
긴요한 일인 모양이었다. 미세스 최의 표정이 심각해 보였다. 그런 다미에게 나
를 포함하여 보영이와 희창이, 모두의 시선이 쏠렸다. 얼떨결에 내 무릎과 테이
블 사이를 지나 막 룸의 문께로 다가서려는 그녀인데, 문득 미세스 최는 복도쪽
을 돌아보더니 자기가 들어서며 다미의 어깨를 세웠다.
"이리 와봐...!"
미세스 최는 다미의 어깨를 붙들고는 그녀의 귓가에 입을 대고 있었다. 무슨 은
밀한 얘기인 모양이었다. 귀엣말을 하면서도 마담이 흘끗, 내 눈치를 보는 것이
느껴졌다.
쳇, 내가 들어서는 안되는 모양이군... 짐짓 고개를 돌려주려는 나였다. 그런데
-
고개를 돌리려는 내 시야가 문득 무릎께에서 멈춰지고 있었다. 방금 설명했다시
피, 지금 막 일어섰던 다미는 테이블을 빠져나오려다 말고 나와 테이블 사이에
엉거주춤 끼인 채 선 모양이었다. 그랬기에, 나는 차마 안보였을 모습을 보게
된
것이었다.
그것은 바로... 다리를 약간 벌리고 몸을 기울이느라 벌어진, 다미가 입고 있던
내 자켓의 옷자락 사이였다. 즉 좀전에 그렇게 감추느라 그녀가 부여잡고
여몄던
옷깃, 그 사이가 노출되고 있었다.
그곳, 그녀의 하복부 아래, 다미의 가랑이 사이 - 거기에는 그녀가 그토록 드러
내지 않으려했던 비밀이 있었던 것이다. 안입고 있었느냐? 천만의 말씀이다. 오
히려 벗은 것보다 더 짜릿한 광경이 내비치고 있었다.
그녀의 팬티는 하얀 색, 아마 브래지어와 세트인, 전부가 망사스타일의 다 들여
다 보이는 레이스팬티였던 것이다. 그리고, 그 얇고 흰 망사 속으로 그녀의
음부
- 새까만 터럭들이 몽땅 내비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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