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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무너지고 타락한다..창녀만큼이나..[8부]

몇시일까...
얼마쯤 시간이 흐른걸까...

.......
.......

아침이 오려면..아침이 오려면
얼마쯤 남은 걸까..

.......
.......


눈앞에
어둠의 경계가 모호해질때쯤..
난 새로운 날이 오고 있음을 안다..
흐릿하게 보이던 주위의 것들이 조금씩 형체를 들어내면서..밝아져 온다..

.......

조금더 기다려야 한다..조금더..


.......
.......


여름이라는 날씨에 걸맞지 않게 차가워진 몸뚱이가..등쪽부터 따스해짐을 느낀다..
아직 고개를 들고 싶진 않다..조금만 더..몸을 덥히고 싶다..
그리고, 따스함이 등을 완전히 녹일때쯤..
난 조용히 머리를 들어본다..

거실의 아주 깊은곳까지 아침 햇살이 비춰들고..마치 안개가 피어오르듯
아니..얼어있던 집이 숨을 쉬듯 그렇게 살며시 세상이 살아난다..

6시 20분..
이제..일어서야 한다..
남편이 깨기전에..

난 조용히 욕실을 향한다..
오랜시간 같은 자세로 있었서 그런건지..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무거운 몸뚱이를 끄는게 얼마나 힘든일인지..따스한 물을 온 몸에 받을때쯤 난 생각해본다..
남편은 물어올것이다..
안하던 샤워를 새벽부터 해대는 마누라가 그의 눈에는 정상으론 보이지 않을테니까..
샤워 물줄기가 이젠 아파온다라는 느낌을 가질때까지..난..몇개정도의 대답을 생각해본다..

아직도 냄새가 나는거 같다..
이렇게 씻고 또 씻었는데도..
몸뚱아리 에서 나는 냄새가 아니다..내 타락한 마음에서 나는 냄새라는걸 나는 안다..
남편은 맡지 못할것이다..그는 내 마음까지 맡아본 적이 없기에..

손으로 조용히 안방 문을 밀어본다..
심장이 빨라진다거나..걱정이 되진 않는다..
난..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고..남편이 어떻게 나오든지 간에..난 그를 이해시킬 자신이 있다..

햇살이 남편이 덮고 있는 이불 언저리까지 비추고 있다..
난 한참 동안이나 남편을 바라본다.
각이 진 얼굴과 그 위에 꽉 다물여진 입술..강해보인다..남편은 나보다도 훨씬 강해보인다..

움직이지 않는다..따가운 햇살이 그를 깨우는데도 그는 움직이지 않는다.
기다려야 한다..남편이 눈을 뜨고 나를 바라볼때까지..

.......

계획은 틀어져 버렸다..
언제나 처럼 일어나야 함에도 남편은 그 시각을 넘겨버린거다..
난 어쩔수 없이 남편을 깨우기로 한다..
조용히 발걸음을 남편쪽으로 옮겨간다..그리고, 살며시 남편의 상체를 흔들어본다..

"여.....여...보.........여보......"
"........."

조금씩 의식이 돌아오는 건지..남편이 약간 뒤척여댄다..
다시한번 남편을 깨우기 위해 막 입을 열려는 순간, 남편의 눈이 살며시 떠오른다..

"으..으음.......아....으음...."

묵직하고 살짝 허스키가 들어간듯한 남편의 목소리가 열리고..
남편의 동공이 움직이며 촛점을 서서히 나에게 맞춰 갈때쯤..난..살며시 뒤돌아 선다..

"느...늦었어요...이제..그만...일어나요..."
"으..음....아...아..."

"웬...늦잠이예요..당신..."
"아...음....피곤했었나봐...으음..."

어색한 느낌이 드는순간..조용히 옷장을 향해 걸음을 옮겨본다..
밤이 아니다.
남편에게 속이 훤이 비치는 잠옷에 팬티까지 보인체 말을 하기가 어색하다..
조용히 옷장 문을 열고 몇가지의 옷을 찾는 순간..
예상했던 그의 질문이 시작된다..

"웬일이야...이 시간에...?"
"그..그냥요..눈이 일찍 떠졌어요..더워서 그런건지...그래서..그냥 샤워하구 오는 길이예요.."

"으음...샤워했군...몸에 물기가 있어 보인다 했더니.."
"네..땀이...."

머리는 아직도 옷장안을 뒤지고 있다..
대답하기가 편함을 느낀다..남편얼굴을 보지 않고 말할수 있다는게 얼마나 다행인지..
씻어야겠군 이라는 말이 남편의 입에서 울리고 안방문이 완전히 닫힐때까지
나는 옷장에서 고개를 빼내지 않는다..나는 옷을 찾고 있을 뿐이다..


몇일 만인가..
앞치마를 두르고 아침을 차리는 내 모습이...

탁탁탁탁....탁탁탁탁.....

도마위의 양파가 빠르게 잘려져 나아간다..칼의 속도 만큼이나..
끓고 있는 국에서 더운 열기가 퍼져 나오고 이내 얼굴은 땀으로 범벅이 된다..

딸깍

"아...안녕히 주무셨어요..."
"그래 잘 잤니..."

진영이다..
떠오르는 순간 애써 머릿속에서 빠르게 지워버린다..

아침을 먹는 동안에도 나는 애써 진영이를 보지 않는다..
진영이가 나를 보고 있는지 아니면 어떻게 하고 있는지 알수 없다는게 다행인지...아닌건지..
식탁에는 세 사람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먹는 소리조차 들리지 않는듯 하다..
참을수 없는 침묵이라고 생각하는건 나 뿐인가..
식사를 다 끝마치고 남편과 진영이가 일어날때까지도 난 그생각에서 헤어나지 못한다..

인사를 하고 집을 나서는 진영이에게 물어볼 말이 있었지만, 난 그 시간에 남편의 넥타이를
매주고 있다..
초조한 맘을 아는지 모르는지 남편은 세번째 넥타이를 고르려한다..
아무거나 걸쳤으면 하는 마음 뿐이다..제발 아무거나..

"어때..? 괜찮은거 같아?"
"네....네..괜찮아요...오늘 햇살두 좋은데...잘 어울려요.."

세번째 넥타이에 세번째 질문이다..
순간, 섬뜩한 살의가 몸 안에서 피어오른다..죽이고싶어..내 앞에서 입을 벌리고 웃으면서 묻고 있는 이 남자를..
창자가 꼬이듯 그렇게 살의를 창자안에 쑤셔넣는다..

"그..그만해요..이제..시간 없어요..이게 젤 잘 어울려요.."
"음.....몇시지?"

"일곱시 반쯤..넘은것 같기두 하구요..."
"음.....이걸로 하지.."

진영이는 이미 가고 있을거다..빠르게 아파트를 벗어나서 지하철역을 향해..
뭔가 빠트린걸 가져다 주겠다던 나의 변명은 이젠 필요없다..
남편의 양복을 한 손에 걸친채 나는 지금 이 순간까지도 거울앞에서 넥타이를 고치려 하고 있는 남편에게서
절망감을 느껴본다..

거칠지 않게 나의 손에서 양복을 뺏어간다..
따라가기 싫어..
잘 다녀오라는 말과 함께 웃어야 한다는게 내 거북함을 더욱 부채질한다..
현관문이 닫히는 소리가 조용히 들려오고 난, 잠시후 침대에 내 몸을 맡겨본다..

덥다..햇살이 창문을 통해 내 얼굴 정면으로 비쳐온다..
몸을 반대쪽으로 해본다..마치 앞면과 뒷면이 서로 다르듯 그렇게 머리의 반쪽도 갈라진듯하다..
눈을 감고 한참동안을 갈라진체로 있어본다..
그리고, 내 몸이 완전히 갈라져서 두동강이가 날때쯤 어떻게든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온다..어떻게든..

상혁이라고 했다..
같은 반 아이일 거고..진영이와 같은 나이다..
어린 나이에 진영이에게 협박이라는걸 할 수 있다는걸 생각해 본다..
날 일주일간 빌려달라고 한건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
몸...몸을 원하는 걸까..내 몸을...그런걸까....
테입 안에서의 음란한 내가 떠오르고 웃음지며 바라보는 한 얼굴이 있다..등을 돌린채 테입을 보며 웃고있는 얼굴이..
몸에서 경련이 일고..약간의 섬뜩함이 몸의 떨림을 따라 머리까지 이어진다..
만나 봐야 한다..그 아이가 뭘 원하든..테입이 그아이에게 있는한..만나야 한다..

전화번호부를 뒤져 학교 전화번호를 확인한다.
그리고, 조용히 수화기를 들어본다..
버튼을 누르는 손이 떨려오고..진영이가 학교들어가고 나서 처음일거라는 생각이 든다..

뚜.....뚜.....뚜....

딸깍..

"여보세요..대동 중학교입니다.."

예상했던거와 달리 귀여운 아가씨의 목소리가 전화기를 통해 들려온다..

"여보세요...."
"............"

"여보세요....여보.."
"네...여...여보세요..."

"네..말씀하세요.."
"네..저..저기......"

뭐라고 해야 하나..뭐라고..뭐라고 해야 돼지..아아..

"저..저기..2학년 7반 진영이 어..엄마..돼는데요..."

입에서 생각도 없는 말들이 튀어 나온다..

"아..네..그러시군요....그런데..무슨 일이신가요..?"
"네...다..다름이 아니라..혹시..담임..선생님..하구..통화좀..할수 있을까 해서요.."

"네..잠시만요..바꿔 드릴께요.."
"네....감사합니다.."

식은땀이 얼굴에서 흘러 내린다..
전화기에서 이 미선 선생님..이라는 소리가 멀리서 들려오고..난 한손으로 얼굴에 흐르는 땀을 훔쳐낸다..

"네..전화 바꿨습니다.."

아까보다는 나이가 좀 더 든듯한 여자의 음성이 들린다..

"여보세요.."

수화기에서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오고..난 땀을 훔친 자리에서 다시 땀이 차오르는걸 느낀다..

"네...여..여보세요..."
"네..2학년 7반 담임 이미선이라고 합니다.."

또렷또렷하게 끊어지는 목소리에 당당함이 묻어오는듯 하다..
나랑 틀리다..비슷한 나이일거라는 생각과 함께 나랑은 틀린 이 여인의 당당함이..날 압박해온다..

"네..저...진영이 엄마..되는 사람인데요.."
"아...네...그러시군요..반갑습니다.."

이 여자는 떨지 않는다..자기 학생의 학부모가 전화를 했는데도 이 여자는 떨지 않는다..
기분나쁨이.. 나 한테서 긴장하지 않는다는게 날 기분나쁘게 몰아간다..

"그런데..어쩐일로..?"
"네..호...혹시 같은반...상혁이네...전화..번호를...좀...알수..있을까..해서요.."

"임..상혁..말인가요?"

임..상..혁..
그 아이의 이름이다..

"네......맞아요.."
"아..네...그런데,..무슨일로?"

"네..뭐좀...무..물어볼게..있어서요...죄송합니다.."
"아..네.."

뭐가 죄송하다는건지..학교에 전화를 해서 아들 친구네 집 전화번호를 물어보는게 죄송한건가..
참을수 없는 욕지기가 입끝까지 차오르고 내 스스로의 병신같음에..입술을 깨물어본다..

"잠깐만 기다리세요.."
"네......"

이제 땀은 흐르지 않는다..
온 몸에 참을수 없는 모욕이 그 자리를 대신할 뿐이다..

"오래 기다리셨죠.."
"아..아니요...."

죄송해요 라는 말이 다시한번 튀어나오는걸 피나게 입술을 깨물며 막아낸다..

"음...임..상혁...상혁....아..여깄네요.."
"........"

전화번호만을 들은채 고맙다는 말로 진영이에 대해서 입을 벌리려는 그녀를 외면해 버렸다..
뜻모를 통쾌함이 밀려든다..

커피 한잔을 타고서 소파에 앉은채..생각을 정리해본다..
모든 가설들이 세워져가고 다시 다른 가설들이 그 자리를 대신해 일어난다..
입가에 닿은 커피의 향기가 이젠 완전히 지워질때쯤..난..또 한번의 수화기를 조심스럽게 들어본다..



상혁이의 헨드폰 번호를 알아내기까지..그아이의 엄마라는 여자에게서 얼마나 많은 질문을 받고
무슨 답을 했는지 알지 못한다..
그것까지 기억한다는건 미친 짓이다..다만..이제 나는 그 아이에게 다가갈수 있다..
볼펜으로 쓰여진 찢어진 종이를 한 손으로 쥐어 잡으며..나는 내 손안에 구겨진 종이 만큼이나
작은 희망을 가져본다..아주 작은 희망을..

시간이 흘러가고 불안과 떨림이 커질수록 종이를 쥔 손아귀에 더욱 힘이 들어가고..
난 한쪽 주머니에 땀에 흠뻑 젖어있는 종이를 쑤셔 넣는다..
지금은..지금은..생각하지 말자..
내일...내일...까지는 시간이 있다..그 때까지...생각할 시간이 있다..나에게는...
설겆이를 하면서 나는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다..아니..머릿속에서 올라오는
생각들을 거품과 함께 싱크대 트랩속으로 미친듯이 밀어 넣는다..

따르르릉...
따르르릉...

쨍그렁...

손에 들고 있던 접시가 바닥으로 굴러 떨어지며 굉음을 토해낸다..
미끄러졌을 뿐이야..저 미친 전화벨소리 때문이 아니라..

따르르릉..
따르르릉..

짜증이 난다..
폭발해버릴듯한 짜증이..
울려대는 전화때문인지 깨진 접시 때문인지는 몰라도..어느 쪽이던 간에 지금 날 폭발하게 만드는데
한 몫 하고 있는건 사실이다..
물기 묻은 손을 닦지도 않은채 신경질적으로 수화기를 들어 올린다..

"여보세요..."
"..........."

"여보세요..."
"..........."

"전화 하셨으면..말씀을..."

딸깍..

"개...자....식..."

쾅...

신경질적으로 전화기를 쑤셔 박는다..
미친놈...개새끼....빌어먹을..자식....
온갖 욕들이 터지는 분노 만큼이나 내 입에서 거침없이 튀어나온다..
누가 날 미치게 하려는 거야..누가..날...미치게....

"하하학....학.....학......."

분노 만큼이나 뜨거운 열기가 열린 입술사이로 퍼져 나온다..
혼절할듯한 어지러움이 일렁이고..밑바닥에서부터 심한 구역질이 올라온다..

"우우욱.....우욱.....욱....."

따르르릉..
따르르릉..

입을 막고 있던 한 손이 튕겨져 나가듯 전화기를 잡아간다..

"너...누구야!!.....너...누구야..이...개..자식아..!!"

터져나오는 고함속으로 죽일듯한 분노를 폭발시켜버린다..

"서...서....설란아..."
"설란아...나야...정아...듣고 있니?"

"하학.....학...학..."
"설란아...정아라니까...설란아...."

폭발의 여운인듯 거친 숨이 쏟아져 나오고 뜻밖의 목소리에 나는 절망해간다..
몸속에서 슬픔이 물밀듯이 밀려든다..
미쳐가는 걸까..이대로..이대로 미쳐버렸으면..아아..미쳐버렸으면..

"설란아...설란아...무슨일이야....설란아.."

대답해야 한다..내 이름이 수화기에서 쉴새없이 터져나오는 소리가 너무나도 듣기 싫다..

"미...미안해..."
"괜찮아?...무슨일이야?...괜찮은 거야..?"

"으응...괜..괜찮아...장..장난 전화 때문에..신경이..예민해져서..."
"휴-후...놀랬잖니....니가 그렇게 악을 써대는데...애두 참..."

"근데..얼마나..장난 전화가 심하길래..."
"아..아니야..별거 아니야..."

모임이다..오늘이..
그것때문에 전화한거다..
혹시나 바보처럼 잊고 있는게 아닌가 해서..그래서 전화한거다..
이렇게 아침부터..이렇게 처참해져있는 나에게...나쁜년...

"너무 놀랬다..간 떨어질뻔 했어..책임져.."
"미...미안해...난...그..전화인줄 알구..."

"후훗...괜찮아..근데..참..오늘 모임있는거 알구 있지?"

빗나갔으면 하는 바램이 물거품처럼 빠져나가버린다..

"저번달에두 못모였잖니..이러다 모임 깨지겠다..애"
"........"

"듣고있니?.."
"그...그래..."

"너두 책임있어..총무라는 애가..어떻게 내가 연락할때 까지 가만있는거야.."
"미..미안해...요즘...정신이 없어서 그래..정말..미안해..정아야.."

"하여간 애들 연락은 다 해놨으니까..그런줄 알구..음..3명은 못나올거 같애..직장때문에.."

나에게는 변명거리가 없다..여기서 빠져나갈 변명거리가..나오지 않아도 돼는 세명이 너무나도 부럽다..

"오후 1시야..저번에 모인 미네르바에서..알지?"
"응....알고 있어.."

"늦지 않도록 하구..이쁘게 하구와...알았지?"
"그래......."

"그래 그럼..좀 있다 보자.."
"그래......."

딸깍...

근심이 없는 목소리..사는데 아무런 문제도 없는 듯한 정아의 목소리가 날 괴롭게 한다..
온 세상은 문제 없이 돌아가는데..왜 나만 이러는 건가..왜..
서글퍼 지려는 마음을 부여잡고 외출 준비를 해본다..
미친년처럼 하고 나갈순 없다..거울앞에서 있는 내 모습이 흡사 정신나간 미친년 처럼 보인다..
빗어지지 않은 머리, 쾡해보이는 눈..움직임이 없는다면 죽은 시체라 해도 믿을 듯 하다..

샤워를 하고 다시 거울 앞에 서본다..
아까보다는 나아 보인다..
화장을 짙게 그려본다..붉은색의 피가 입술을 채워가고..인형의 그것처럼 속눈썹까지도 길게 뽑아낸다..
달라 보인다..방금전의 나는 어디로 간 걸까..
슬퍼보이던 나는...

침대위에 옷가지들이 널려가고 난 아직도 결정을 못했다..
몇개의 옷을 걸쳐봤는지..어색하다..모든 옷들이 내 몸위에서 어색하게 붙어있는거 같다..
이 시간에..할일은 넘쳐 나는데..난 지금 옷을 고르고 있다..더러운 몸뚱아리를 가릴 옷을..
화장을 한 얼굴에서 열이 올라온다..화장품으로 덥혀져있는 얼굴에서 나오지 못한 열들이
온 몸뚱이로 흘러간다...

11시 35분..
마지막으로 거실의 시계를 보며 이 시간에 나가서 뭘해야 하는지 고민해본다..
이렇게 빨리 움직일 필요가 있을까 하면서도 어느새 현관문이 닫히는 소리가 내 귀를 때린다..
아파트 입구 앞에서서 잠시 숨을 골라본다 마치 출발선에 서있는 육상 선수처럼..
뜨거운 빛에 일렁이는 세상이 온통 노란색을 내뿜고, 나와 세상은 지금 눈 앞에서 갈라져있다..
한 걸음일까...
발 밑에 한 걸음이면 닿을듯한 세상이 보이고, 난 아직 그늘이 지켜주는 내 영역에서 움직이지 않는다..
그리고, 얼마후 난 조용히 세상속으로의 도전을 시작한다..


여름 한낮의 뜨거운 햇살 만큼이나 온 세상이 열기를 뿜어낸다..
지금 내가 걷고 있는 보도블럭..옆에서 소음을 내며 움직이는 차들..그리고, 아스팔트까지..
마치 덥혀진 냄비위에 내가 끓고 있는듯 하다..
멀리 지하철역이 사람을 유인해서 먹어 치우듯 그렇게 자리한다..
모든 사람들이 그 괴물에게 빨려들어가고..몇몇은 괴물의 위장에서 다시 토해져 나온다..
차라리 괴물에게 먹혀버리는게 낳지 않을까 생각해본다..이렇게 끓는 냄비에 다시 오르느니..

시원하다..이 녀석의 뱃속은 어디서 바람이라도 들이는 것처럼 너무나 시원하다..
여기저기 사람들이 휘몰려 다닌다..가방을 든사람, 꼬마와 같이 걷는 아줌마..전혀 어울리지 않는 남과여..
그 모든이들이 이제 막 입안으로 들어온 나는 상관 없다는듯이 여기저기 흩어져서 퍼져간다..
어디로 가는걸까..무슨일을 하러...

노란색의 선 앞에 서본다..
반대편의 누군가도 나처럼 그 자리에 서서 나를 바라본다..
내가 살아오던 근처에 이런데가 있었나싶을 정도로 너무나 생소한 이 느낌..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있지만..누구 하나 입을 열지 않는다..마치 언제나 그랬던것 처럼..
음의 생명이 없는 듯한 목소리가 잠시후 들려오고..
움직이지 않던 사람들이 웅성웅성 대며 내 주위로 줄을 맞혀간다..

그리고..굉음..

바람이 이는듯...괴물의 내장 하나가 멀리서 보이고..그것보다 앞서 바람이 얼굴에 밀려든다..
머리카락이 앞얼굴을 스치며 왼쪽으로 빠르게 뿌려져가고..한가닥 한가닥 얼굴을 때려오는 아픔에
눈을 감아본다..

슈아아아...앙....

식사시간이다..눈을감고 조용히 바람이 온 몸을 통과하게 내버려둔채 생각해본다..
목구멍을 지나 이제 위장으로 이들을 태우고 가려는거다..녹여버리기 위해..그런거다..

스르르릉...

내장의 문이 열리고 있다..나도 먹이가 되야한다..
눈을 뜨고 내장이 뱉어내는 찌꺼기들을 감상해본다..모든 찌꺼기들이 빠져 나갈때쯤..난 첫발을
띄어본다..

탁...

한쪽 어깨가 부서지는듯한 고통이 일고..난 반대편으로 휘청거린다..

"아악......"

움직이지 않던 사람들이 미친듯이 내장으로 먼저 들어가려고 발버둥을 쳐댄다..
어깨를 한 손으로 감싸쥔채 나도 그 미친사람들에게 섞여본다..그리고, 어느 몸뚱이에 떠밀린채..
나는 마지막으로 그들 무리에 합류한다..

텅....

문이 닫히고..세상이 나와 반대로 움직이는게 창밖으로 보인다..
몇몇이 아직도 그 자리를 서성댄다..그리고 다른 몇몇이 계단에서 내려오고 있고..그들은 다음 내장을 탈수 있을까..

"아아......으윽..."

너무 많다..조금씩 조금씩 나는 누군지도 모를 사람들의 틈바귀에 끼인체 점점 안으로 밀려들어간다..
아아...더워...너무나...숨을 쉬고 싶어..너무 답답해..
손과 발 그리고 몸뚱아리까지 어느 곳 하나 움직일수 있는 틈이 없다..너무 꽉 조여진 나사처럼..
내 자리를 조금이라도 넓혀볼 마음에 힘을 주고있는 내가 한심해 보인다..포기하고 온 몸에 힘을 풀어본다..
쓰러지지 않는다..누군가의 힘이 날 지탱하는건지..
에어컨이 나오고 있음에도 나의 온 몸은 땀으로 젖어간다..
아아...

두세게의 정거장을 지나치고 있음에도 여전히 틈은 보이지 않는다..
미칠듯한 답답함이 온 몸의 땀을 부채질 해댄다..빠져나가고 싶어..아아..죽을거 같아..
나가고 싶어..제발..누가좀...
모든 이들이 내 바램을 외면하는듯 고개를 돌리고 있고..난 방치된채 죽어갈것이다..
작은 가방을 들고 있는 손이 누군가의 다리 틈에 끼여 너무나 아파온다..
타이트한 치마가 조금씩 위로 말려올라가고 깊게 패여진 검정색 나시에도 목에서 가슴 언저리까지
땀이 흘러내린다..
닦고 싶어..흘러내리는 땀을..손을...아아...손으로 닦고 싶어..제발..

"하학......학.."

숨쉬고 있는 입을 누군가가 막고있지 않음을 너무나 감사해본다..
이 빌어먹을 상황에 숨조차 쉴수 없었다면..아아...
몇 정거장이나 이대로 가야하는걸까..입만 내민체 나머지 모든 부분이 죽어있는체로..
온 사지가 마치 제각기 인것 마냥 제멋대로 움직여댄다..이부분은 이틈에 끼여 그렇게 움직여가고..
또 다른 부분은 다른 누군가에 묻혀 그의 의지대로 움직여간다..내몸이 아닌거 같다..내몸이..

다섯번짼가..아니면 여섯번짼가..지나쳐온 정거장을 다시한번 헤아리려는 순간..
묶여있던 몸이 누군가에 의해 옆으로 살짝 돌려져 버린다..
그리고, 다시 온 몸이 틀에 맞춰 틀어박혀지듯 움직이지 못하게 되어버린다..
누군가의 목 언저리가 눈에 들어오고..약간의 등의 밀림으로 내 상체가 그의 목 앞으로 쏠려간다..
순간..참을수 없는 역겨움이 후각을 통해 내 몸 전체에 쏟아져 들어온다..

"으윽........흐흑.."

역겨움은 이제 몸 전체로 퍼져가고 내장을 뒤집어 엎고..혈액속으로 퍼져 물들어 버린채 온 몸
구석구석을 헤집어 놓는다..
무슨..무슨 냄새길레...우욱...
숨을 참아보려 하지만..코와 입을 통해 쉴새없이 쏟아져 들어오는 엮겨움에 의해 다시 열려버린다..
고개를 돌려보려 하지만 누군가의 팔꿈치가 날 누르고 있다..고개를 돌려야 하는데..아아..
움직일수 있는 눈을 들어본다..턱밑에 흉칙하게 나있는 검은 털들이 눈 앞에서 찌를듯이 퍼져있고..
그 밑에 더러운 때가 붙어있는듯한 목언저리 사이로 굵은 땀방울이 눈에 들어온다..
목젖이 움직이고..내 머리위로 뜨거운 숨소리가 느껴지는순간..다시한번 역겨운 냄새가 머리위에서 부터
샤워를 하듯 밑으로 스며들어온다..

가슴언저리에서 나는 냄새와 숨쉴때 마다 파고드는 냄새가 머리까지 지끈지끈하게 만들어대고..
나는 마치 이 냄새나는 인간의 마누라나 되는 것처럼 완전히 상체가 밀착된채로 그의 품안에서 움직이지 못한다..
등의 압력이 좀더 일어난다고 느끼는순간..힘겹게 이 사람과의 간격을 벌리려고 애쓰던 두 다리 마저도
무릅이 꺽이면서 앞으로 쓸려가버린다..

"아아.....학..."

온 몸이 땀으로 범벅이 된채 내 몸이 마치 본드로 발라놓은 것처럼 틈없이 밀착되어지고..
기다렸다는 듯이 내 몸 전체를 그가 가슴을 내밀어 안아간다..
풍겨져 나오는 냄새만큼이나 더한 수치심이 올라오고..터질듯한 가슴이 그의 몸 어느부위에 의해
완전히 눌려져버린다..
다른 누군가의 몸뚱이가 등판 전체들 압박해오고..좁은 타이트한 치마속으로 다리 하나가 비집고
들어온다..

"아흑....아..."

살짝 열린 입술 사이로 고통의 신음이 조용히 흘러대고..뒷사람의 허벅지 윗쪽이 말려서 올라가진
치마를 좀더 위로 올리면서 이제 완전히 내 다리 사이에 위치한다..
뭐...뭘하려는거야....이사람들이...아아..
어떻게든 몸을 움직여 빠져나가려는 내 의지와는 달리 육체가 꿈틀댈때마다 앞사람에게 눌려있는
젖가슴이 이지러지고 깊게 파인 나시사이로 터질듯한 가슴의 살덩이가 밀려올라온다..
머리위로 사내의 냄새나는 숨소리가 느껴지는 순간..내 눈앞에 가슴의 깊게파인 골과 함께..
브래지어로 가리지 못한채 삐져나와있는 젖가슴이 하얀 풍선마냥 부풀어 오르고..
난 이 남자가 위에서 이 모든 광경을 내려다 보고 있음에..치를 떨어본다..

보..보고있어..내 가슴을 모조리 보고 있어..가려야 하는데..아아..손을..손을 움직일수가 없어..
끼워져 있는 양손이 움직일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온 신경이 가슴에 꽂히는 시선때문에 예민해져갈때쯤..
지하철안의 공기는 한증막을 방불케 할정도로 숨이 막혀온다..

빠져나가야해..어떻게든..
생각이 다시 일어나고 여전히 앞에서있는 남자는 위에서 거친숨을 몰아쉬며 땀이 내 가슴골쪽으로 흐르는
걸 감상한다..혼자만이 더위를 안고있는양 그렇게 비오듯 땀이 흐르고 앞뒤에 꽉 끼어버린 무엇마냥 난
온 몸전체를 눌린채 헐떡이고 있다..

"아아....자...잠깐만요..."

드디어 참을수 없음에 말문을 열어본다..
순간, 전철안의 모든 시선이 나에게로 쏟아져오고 하나 하나의 시선마다 몸에붙는 나시를 입고서 아랫도리는
남자들 사이에 끼인채 땀을 질펀하게 흘려대고 있는 내 몸뚱이를 머릿속에 담아내기라도 하듯이
훑어댄다..
열기가 순식간에 확 올라오고 창피함에 어쩔줄을 모른채 난 아무일도 없는것처럼 조용히 고개를 내린다..
괘..괜히..입을 열었어..아아...아직도 쳐다보는거 같아..모든 사람이...아아..
목 전체가 붉어져오고..한참만에야 뜨거운 시선들이 다시 원래대로 거두어져간다..

뒤에서 내 치마를 위로 말아 올린채 다리를 집어넣은 사람이 좀더 깊숙히 밀어붙혀온다..
의지와 상관없이 양 다리가 더욱 더 벌어져간다..
미...미친놈....아아....
마치 아무것도 지탱하지 않은채 다리가 떠있는 것처럼 양발이 공중에 떠오르는 느낌과 함께..
짧은 치마가 더욱 위쪽으로 말려버린다..
치...치한이다.......
남자의 허벅지가 내 깊숙한 곳을 지긋이 위로 밀어올리는 순간, 내 머리속에 치한이다라는 느낌이 떠오른다..
순간, 심장이 뛰어오고..어찌해야 좋을지 머릿속이 미친듯이 회전한다..
어떻게 하지..어떻게..아아...빨리..빨리 생각해야해..

코 앞에서 뜨겁고 역한 숨이 일어나고 난 헛바람을 들이키며 눈을 치켜뜬다..
입을 벌린채 혀를 움직여대는 개기름의 살찐 남자의 얼굴이 내 앞에 떠오르고..그 얼굴의 기름만큼이나
많은 땀들이 그의 입안으로 빨려들어간다..
더..더러워....너무..더러워..

인상을 쓰면서 고개를 외면하려는 순간..그의 벌려진 입술이 움직이며 내 얼굴 바로 앞까지 밀고 들어오고
난 너무나 놀란채 움직임을 멈춰버린다..

"흐흐흐.....가만히..있어...조용히.."

들릴듯 말듯한 작은 음성이 냄새를 풍기며 귀가 아닌 다물고 있던 나의 입안으로 밀고 들어온다..
온 몸에 역겨움과 함께..공포가 일고 난 그의 말처럼 움직이지도 입을 열지도 못한다..

살찐 그의 얼굴 바로 밑에 내 터질듯한 가슴이 땀을 흠뻑 맞은채 부풀어 올라있고..남자는 살짝 고개를
밑으로 하더니 음융함 미소를 띄며 뚫어져라 나의 젖가슴을 쳐다본다..
이마에서 부터 시작한 남자의 땀방울이 얼굴에 흐르는 기름을 등에 업고 그의 눈썹과 볼을 거쳐 함정처럼
벌려져있는 입을 지나고 서서히 서서히 아래로 향한다..
아..안돼.......싫어...싫어.....
떨어지려해..더러운..이 남자의 더러운....땀방울이..내 몸에..안돼..
많은 양의 번들거리는 액체가 그의 턱에 머무르고 산발처럼 뻗어있는 수염까지도 적셔간다..
그리고, 마침내..수염끝자락에 고여있던 땀방울이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떨어져 버린다..

"아아......."

입술이 열리면서 나의 신음이 터져 나옴과 동시에..남자의 땀방울은 정확하게 나의 가슴골 바로 윗쪽에 추락한다..
더러운 무언가가 가슴에 박히는 느낌이 일고..연이어 몇개의 다른 더러움이 내 우유빛 상체를 덥쳐간다..
그리고, 잠깐의 머무름에 이어 살며시 내 몸을타고 가슴언저리를 강간하듯 어루만지며 빠르게 골자기쪽으로
흘러 내린다..
참을수 없는 수치와 역겨움이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르지만..움직일수 없는 나의 몸뚱아리 마냥 난..
아무것도 할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게 나를 더 미치게 한다..미치게...아아..

젖가슴도 그의 숨결을 아는지 숨을 쉴때마다 반항하듯 양쪽으로 출렁거리고 남자는 자신의 눈 앞에서 움직여대는
먹이감을 감상이라도 하듯 뚫어져라 내 유방을 쳐다본다..
제발...이...개자식좀....누가좀....아아..
온갖더러움이 몸속에서 일어나고 아무도 나를 도와주지 않을거란 생각이 불연듯 스쳐간다..
들려있던 다리가 갑자기 땅으로 추락하는 느낌과 함께..뒷쪽 남자의 다리가 빠르게 빠져나간다..
몸이 한쪽으로 쏠리고 있음을 느끼는순간..누군가의 손 바닥이 올려져 있는 스커트와 함께
내 둔부를 사정없이 움켜잡아간다..

"하학....."

다물어진 입술 사이로 낮은 신음소리가 튀어나온다..
한 덩어리의 살점들이 그의 손아귀에 움켜쥐어지고..스커트 안의 팬티가 잡힌 손아귀에 빨려든다..
버티고 서있는 다리가 후들거리고..너무나 세게 움켜쥐어진 엉덩이에서 고통이 일어난다..
그리고, 아직 고통이 머리쪽을 통과하기도 전에 눈 앞에 있던 남자의 고개가 아래로 향한다..
내 탐스런 젖가슴이 출렁대며 번들거리는 그곳으로..그곳으로..


땅밑세상을 미친듯이 달려대는 지하철이 어딘가를 향해 폭주해가고
나의 몸뚱이를 노리는 치한들에게 싱싱한 먹이감이 존재해 있는한..
그 누구도 막을 수 없을것이다..이 빌어먹을 기계덩어리와 탐욕스러운 늑대들을..



많이 늦었습니다..
조금 바쁜일이 있어 이렇게 늦게 올리게 되었네요..죄송합니다.^^;;
부족한 제 글을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께..항상 감사한 마음뿐입니다..
좋은일만 가득하시기를 바라오며 마지막 남은 한달 즐겁고 알차게 보내세요..
건강도 유의 하시구요..그럼 이만 줄입니다..꾸우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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