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틀린 가족(5)
뒤틀린 가족(5)
“저… 어르신… 저…”
“무슨 일인가?”
“저…”
모처럼 맑은 정신을 되찾은 유노인에게 그의 시중을 들어 주던 젊은이가 말을 건넸다.
일전에 유노인이 지시한 자신의 피붙이를 찾아 달라는 것에 대한 대답이었다.
하지만 말을 건네기가 쉽지 않았다.
우물쭈물 말을 하지 못하는 젊은이에게 유노인은 화가 나기 시작했다.
“야, 이 사람아… 무슨 일인데 말을 못하는 거야?”
“저… ”
결국 몇 번의 짜증과 되풀이 되는 질문 속에서 겨우 젊은이가 말을 시작할 수 있었다.
유노인의 아들과 손녀, 그리고 며느리와 손자의 관계…
더구나 손녀는 그 아버지의 아이를 임신 중이고
낙태를 할 경우 체질이 허약한 손녀의 경우 목숨까지 위험해질지 지 모른다는 사실…
그러나 이 모든 사실을 그들은 아직 모르고 있다는 것…
더불어 그에 관한 몇 장의 사진과 며느리와 손녀에 관한 서류를 담은 서류 봉투…
‘아… 이런 것인가?
결국 내 죄를 아이들이 받는단 말인가?
내 업보를 아이들이 받는단 말인가?
이 업보를 어찌 풀어야 한단 말인가?’
이야기를 듣고…
처음에 아들과 며느리에 대한 분노로 들끓던 유노인의 가슴은 이젠 자신에 대한 회한으로 가득찼다.
유노인의 주름진 뺨 위로는 회한의 눈물이 흐르며
다시 초점 없는 시선으로 허공을 응시했다.
몇 주일 후…
소년과 여인… 민수와 은주는 마냥 행복했다.
소년에게 여인은 때로는 여태 경험하지 못하던 엄마였고,
때로는 아직껏 가져보지 못한 여동생이었으며,
자신에게 열정적인 사랑하는 애인이었다.
“은주누나!”
“응, 민수씨…”
소년은 여인을 사랑을 가득 담긴 시선으로 바라 보았다.
“은주 누나… 나… 사랑해?”
“응, 민수씨…”
“진짜?”
“응”
“나도 누나 사랑해…”
“피~, 실없기는…”
소년과 여인은 지금 버스 안 좌석에 나란히 앉아 있었다.
모처럼 있는 여인의 휴일을 맞아 놀이 공원으로 가고 있었다.
얼마 전부터 방학을 한 소년이 여인에게 함께 가자고 부탁했던 것이다.
소년이 자신의 앞 뒤를 바라 둘러보다 자신의 팔을 허리에 둘렀다.
“아이… 민수씨… 사람들이 볼텐데…”
“괜찮아… 모두를 졸고 있는 걸…”
여인은 소년에게 결코 싫지 않은 듯 살며시 웃으며 더욱 붙어 앉았다.
소년의 어깨에 여인의 머리가 놓였다.
어깨까지 내려오는 긴 머리에 끝에만 살짝 웨이브진 여인의 머리 결이 소년의 코 끝을 간지럽혔다.
소년은 머리결의 샴푸 냄새와 여인의 살 내음을 맡으며 여인에게 취해갔다.
소년의 손이 여인의 머리 결을 쓸어서 내리기도하고 올리기도 하며 여인의 머리칼을 애무했다.
소년의 손이 여인의 턱을 잡아 여인의 얼굴을 자신에게 향하게 했다.
소년의 손 장난에 나른하게 취해 있던 여인이 졸린 듯한 나른한 눈으로 소년을 바라보았다.
소년의 두툼한 입술이 여인의 작은 입술에 닿았다.
“음…”
무엇인가 말을 하려 여인이 입을 열었지만,
이미 소년의 입에 가려졌고 여인의 입 안으로 소년의 혀가 주인인양 당당히 들어섰다.
소년의 혀가 여인의 잇몸과 입안을 구석구석 돌아 다니며 쓰다듬을 때 여인의 혀는 어디론가 숨어 있었다.
소년의 손이 여인의 등을 부드럽게 쓸어 내렸다.
소년의 손이 여인의 가슴을 가볍고 가볍게 감아 쥐었다.
여인의 혀가 소년의 혀를 수줍은 첫 날 밤 새색시처럼 맞이했다.
소년의 혀가 여인의 혀를 자신의 입 안으로 조금씩 유혹하며 끌어들였다.
여인의 혀가 소년의 입 안으로 들어오자 소년의 여인의 혀를 마치 뽑기라도 할 것처럼 빨아 들였다.
“읍…”
다시 여인은 무슨 말인가를 하려 했지만 소년은 여인의 말을 구속하고 있었다.
소년은 여인의 체액을 모두 흡입하려는 듯 여인의 타액을 모두 빨고서야 여인의 혀를 놓아 주었다.
“나뻐, 민수씨…”
“하하하”
소년에게 해방된 여인이 조금 떨어져 앉으며, 발갛게 달아오른 얼굴을 하고 몇 번인가 켁켁거리며 원망어린 눈으로 말을 했지만,
소년의 눈에는 그저 귀여운 소녀의 앙탈처럼 느껴졌다.
“은주…야… 싫었어?”
“피~ 사람들도 볼 지 모르고, 그리고 내 혀 뽑히는 줄 알았잖아…”
“많이 아팠어… 은주야…”
“응, 쪼끔 많이”
“미안해… 은주야…”
“응, 다신 그러지 마…”
소년과 여인의 대화는 다정한 오누이의 대화처럼 이어졌다.
소년의 손이 여인의 뒷 머리를 쓰다듬고 있었다.
“누나, 우리 저 거 타자”
“응? 나 저거 무서워…”
“내가 있잖아… 든든한 서방님이…”
“호호호, 아무리 우리 꼬마 서방님이 옆에 있어도 무서운 걸…”
“엉? 꼬마라니… 은주 너… 진짜 그럴거야?”
“그럼, 꼬마 아닌가?”
“으~응? 그럼 나도 은주한테 아줌마라고 한다…”
청룡열차를 타기 위해 줄을 서 있는 사람들 뒤에서 소년과 여인은 가벼운 실랑이를 하고 있었다.
“호호호, 그러렴… 꼬마야… 이 아줌마한테 아줌마라고 부르렴”
“너, 야 안은주 너 진짜 그럴래?”
“이런 꼬마가 아줌마 이름까지 함부로 부르네… 못된 꼬마로구나…”
“으이씨…”
조금씩 화를 더 내는 소년의 얼굴을 바라보는 여인의 눈 속의 소년은
어린긴 했지만 자신만의 남자였고 자신 또한 이 남자의 여자라는 생각을 했다.
이미 여인에게 있어 자신과 소년 사이에서 나이라는 숫자는 무의미했다.
가끔씩 자신이 소년의 앞에서 너무 작아져 버리는 듯이 느껴질 때
때때로 놀리듯 ‘꼬마’라 부르고 ‘아줌마’라 불리며 자신을 자신에게 일깨우려 애쓸 뿐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것도 한낱 장난에 불과한 말싸움이 될 뿐이라는 걸 문득문득 느끼는 것이었다.
“호호호 많이 화났어요? 자기야… 너무 화내니까 무섭잖아요… 자기 화 풀어요”
씩씩거리던 소년은 여인이 말투를 바꾸자 조금씩 화가 풀렸다.
“음… 여기선 나한테 자기라고 부르지마…”
“그럼요?”
“오빠라고 불러, 그럼 화 풀게…”
“호호호, 우리 서방님의 명령인데 그렇게 하죠 뭐…”
“그럼 불러 봐, 은주야…”
“네… 오빠”
“하하하”
“호호호”
“은주야, 우리 빨리 줄 서자”
“오빠… 나 진짜 저거 무서운데…”
“나만 믿으라니깐”
여인은 소년의 손에 이끌려 결국 청룡 열차를 타게 되었다.
여인은 난생처음 타보는 청룡열차에 앉아 몸을 떨고 있었다.
여인의 어깨를 소년이 감싸 안아 주었다.
청룡열차가 출발하자 여인은 소년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소년은 여인을 더욱 억세게 품어주었다.
주위의 사람들은 모두 소리를 지르며 기뻐하고 있었다.
소년도 즐거웠다.
평소에도 많이 타본 터라 이젠 시시해진 청룡열차였지만 여인이 자신의 품을 찾고,
자신이 여인을 억세게 품고 있다는 사실에 즐거웠다.
적어도 이 순간은 여인에게 있어 어떤 누구도 존재하지 않고
자신만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한 없이 소년을 즐겁게 하고 있었다.
그것은 단지 육체적 쾌락에서 오는 만족과는 다른 정신적 충만감이었다.
“휴… 무서워서 혼났네…”
“무섭긴… 처음부터 내 품에만 안겨 있었으면서…”
“봐요… 아직도 다리가 떨리잖아요”
“하하하, 은주는 겁쟁인가 봐”
“맞아요, 난 겁쟁이니까 이젠 저런 거 타자고 하지 말아요… 알았죠, 오빠!”
“음, 생각해보고…”
“응?”
“음… 은주가 오빠 말 잘 들으면 타자고 하지 않을게”
“은주가 말 잘 들을 테니까 제발요”
“하하하, 알았어…”
“오빠, 저기 좀 앉았다가 가요… 아직도 다리가 떨려서…”
“그래”
여인은 행복했다.
청룡열차가 천천히 출발할 때 긴장에 떨긴 했지만 만만히 보였다.
하지만 갑자기 빨라진 청룡열차 안에서 죽도록 무서웠다.
억지로 자신에게 이 것을 타게 만든 소년이 미웠다.
당장 욕이라도 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 순간 자신이 소년의 품 안에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 순간 소년에게 욕을 한다면…
소년의 품은 자신에게서 멀어질 것이라 생각했다.
그 순간만큼은 여인에게 있어 소년의 품은 작인 새끼 새에게 있어 둥지 같은 것이었다.
더욱 소년의 품 안으로 파고 들었다.
소년이 자신을 더욱 억세게 품어주었다.
따스했다.
소년이 자신의 마음의 주인이라는 사실이 더욱 진하게 기억되었다.
소년의 마음을 언제까지나 갖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소년이 여인을 소년의 품에 숨기기라도 하듯 더욱 거세게 품었다.
여인은 한 없이 행복했다.
“오빠… 저 사랑해요?”
“응, 은주 많이 사랑해”
“저도요… 오빠…”
여인이 소년의 어깨에 자신의 머리를 기대었다.
소년은 나른한 듯 힘 없어 보이는 여인이 이상했다.
“누나… 갑자기 왜 그래?”
“호호호, 민수씨… 나 행복해서…”
“누나… 나도 행복해…”
소년의 핸드폰에서 음악이 흘러 나왔다.
“네, 아저씨예요?”
“네… 알았어요”
“금방 갈께요”
“누나, 나 급히 집에 좀 가야겠어… ”
“응? 왜?”
“글쎄… 아버… 아니 할아버지가 좀 이상하시데…”
“응, 알았어… 지금 일어나자…”
“미안해 누나”
“아니야 됐어”
“그래두”
“호호호, 자기야… 너무 간지러”
“조금만 참아… 우리 아가씬 너무 참을 성이 없단 말이야”
서울 근교의 가족탕에 소녀와 남자가 알몸으로 들어가 있다.
뽀얀 살결에 잘 발육된 처지지 않은 가슴 밑으로 앙징스런 배꼽이 우물처럼 자리한
소녀의 상체를,
지금 남자가 자신의 성기를 잔뜩 긴장한 채 부랄을 덜렁대며 정성스레 비누칠을 하고 있었다.
‘깔깔’거리며 웃던 소녀의 웃음 소리가 조금씩 멀어져 갈 즈음
소녀의 볼은 발갛게 달아오르고 소녀의 눈가가 붉어져 촉촉한 눈으로 남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소녀의 수줍은 입술이 움찔움찔 움직이며 나즈막한 신음 소리를 흘리고 있었다.
남자가 비누칠을 하다 말고 소녀의 얼굴을 올려 보았다.
소녀의 작은 손이 남자의 얼굴을 자신의 얼울을 향하여 들어 올렸다.
“자기야… 종호씨…”
소녀의 작은 입술이 열리며 달큰한 향과 함께 소녀의 혀가 꿈틀거리며 나와 남자의 두툼한 입술을 핥았다.
남자의 입술이 열리며 소녀의 혀를 자신의 입안으로 불러 들였다.
소녀는 수줍게 남자의 인도를 받으며 남자의 성안으로 들어갔다.
소녀와 남자는 남자의 성과 소녀의 성을 오가며 춤을 추었다.
소녀의 성이 남자의 성에서 떨어졌다.
둘 사이에 거미줄 같은 출렁다리가 만들어졌다.
‘후루릅’ 소리와 함께 소녀가 다리를 거둬 들였다.
소녀가 남자를 욕저에 걸터 앉히고 남자의 중심에 얼굴을 묻었다.
소녀의 혀가 뱀처럼 남자의 귀두를 유혹하며 남자의 애액을 핥았다.
남자의 맑은 애액이 귀뒤의 작은 입술에서 끊임없이 샘솟았다.
“흐윽”
남자가 고통의 신음처럼 쾌감의 소리를 뱉었다.
잠시 남자를 바라보던 소녀의 두눈이 남자의 부랄을 파고 들었다.
소녀가 남자의 부랄을 자신의 입안에 가두었다.
소녀의 입안에서 부랄 속 알들이 이리저리 뛰어 놀았다.
남자는 두 눈을 감고 있었다.
남자의 부랄이 소녀의 입으로부터 해방되자 소녀의 혀는 남자의 회음부를 지나 치부로 향했다.
이미 깨끗이 비누칠한 회음부와 치부의 향내가 조금씩 소녀의 혀를 타고 가슴 입으로 스며들었다.
“아~”
소녀의 혀가 남자의 치부 속으로 파고 들었다.
소녀의 손은 남자의 자지를 훑고 있었다.
“아~ 애진씨… 나… 이제…”
소녀의 혀가 남자의 치부에서 빠져 나오며 다시 남자의 자지를 뿌리 끝까지 삼켰다.
“아~ 지금…”
남자는 소녀의 입에 자신의 분신을 흩뿌리고 있었다.
‘탁, 탁, 탁’ 몇 번인가를 반복하던 남자의 사정이 소녀의 목 젖을 스치며 소녀의 내부로 숨어들어갔다.
소녀와 남자가 알몸으로 침대에 누워 서로를 바라보며 얘기했다.
“애진씨, 아까 왜 그랬어?”
“호호호, 자긴 싫었어?”
“아니, 그런 건 아니지만…”
“응큼해… 비누칠 해준다고 하고선 나 흥분시키고…”
“그랬어? 아~ 그랬구나… 흥분해서 그런 거구나?”
“피~ 바보”
“하하하”
“그나저나 나만 좋아서 어떻하지?”
“어쩌겠어… 이 뱃속에는 우리 애기가 있는데… 지금은 조심해야해”
“하긴, 그나저나 언제쯤 내가 애진씨 집에 가는게 좋을까?”
“글쎄… 좀 두고 봐야지”
“이제 곧 배도 불러 올텐데…”
“응, 그렇긴 해”
“그럼, 학교도 문제고 집도 그렇고…”
둘 사이의 대화가 길어 질수록 소녀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애진씨, 빨리 해결하자, 그래야 우리 애기도 건강하게 세상에 얼굴을 들어내지”
“응, 그래”
“사랑해, 애진씨…”
“사랑해, 자기야…”
‘따르릉~ 따르릉~ 따르릉~’
남자의 핸드폰이 울렸다.
“응, 자넨가”
“아버님이?”
“음, 알았어, 곧 가지”
“애진씨, 어쩌지 급히 집에 가봐야겠는데…”
“응?”
“내가 사는 곳 말고 아버님이 계시는 곳 말이야”
“왜?”
“아버님이 급히 나를 찾으신데”
“…”
“요즘 아버님 병세가 위중하셨는데…”
“…”
“큰 일이야 없겠지만 그래도…”
“알았어, 가 봐”
“그래, 그만 나갈 준비하자”
남자와 소년이 집에 유노인의 집에 들어 섰을 때는 이미 유노인은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초상은 5일장.
남자는 3일장을 치루려고 했지만 유노인의 고문 변호사의 말을 따라 5일장을 치뤘다.
유노인이 국회의원이나 재벌 또는 유명한 학자도 아니었지만,
그들 못지않은 권력과 돈 그리고 많은 사회 사업을 통해 명망까지 있었다는 것을 남자는 알지 못했다.
남자에게 있어 유노인은 그저 너무나 엄격해서 정이 안가는 그런 아버지였다.
그리고 원칙과 남의 이목만을 생각하는 고리타분한 늙은이인 줄만 알고 있었다.
5일장을 치루는 동안 밤낮을 구분하지 않고 한시도 쉬지않고 밀려드는 많은 손님들…
그 중엔 TV에서나 봄직한 얼굴들도 있었다.
그 많은 사람들이 하는 말들은 모두가 같았다.
‘정말 아까운 사람이었습니다, 아직 하실 일들이 많은데…’
진심으로 자신의 아버지를 아끼는 듯 눈시울까지 흐리며 하는 말들…
처음엔 믿기지 않아 그저 인사말이려니 했지만 그것이 아니었다.
종호는 아버지가 원망스러웠다.
그토록 많은 사람들에게 잘 해 주었으면서 유독 자신에게만은 힘들게 했는지…
생각해보면 어릴 적 종호 자신이 사고만 안쳤어도
아버지를 이토록 모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가출… 유학… 독립…
그리고 원망어린 마음으로 조금도 의지하지 않으려 했던 아버지…
어느날 문득 ‘쓰고 싶은 것 있으면 써라’하고 던져 준 카드 한 장…
그것마저 자신의 거처를 마련할 때 이외에는 쓰지 않고 지금은 어디에 있는 지 알 수 없었다.
어릴 적 찾아 오던 많은 손님들이 왜 찾아 왔었는지 알지 못했다.
지금도 알 수가 없었다.
다만 그 손님들이 오면 몇 푼인가를 자신에게 쥐어주는 것이 좋았다.
종호 자신은 그토록 아버지를 몰랐던 것이다.
그런데,
지금 민수에게 있어 자신 또한 그런 아버지가 아니더가…
“저… 도련님”
“네?”
장례를 치루고 유노인의 집에 앉아 있던 종호에게 백발을 한 유노인의 고문 변호사가 말을 꺼냈다.
“이제, 유언을 확인하셔야죠”
“아~, 그런 게 있었나요?”
“네, 그렀습니다.”
“네, 그렇게 하죠”
“그럼…”
“네, 지금 하는게 어떨까요?”
“그게 좀…”
“왜요?”
“유언에 의해서 유언을 확인하려면 가족이 모두 모이셔야합니다.”
“그럼, 민수를 부를까요?”
“네, 그리고 또”
“네?”
“도련님께서 만나시는 분하고… 애기씨께서 만나시는 분까지 모두 모이셔서 확인하라는 유언이십니다.”
“허, 참”
“그럼, 그렇게 하죠”
며 칠 후 남자와 소녀가 먼저 유노인의 집 거실에 앉아 소년과 여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남자도 소년에게, 소년도 남자에게 소녀와 여인의 이야기는 해 본 적이 없었다.
어짜피 남남처럼 살아 왔기에 부자간의 정이 없었기에 둘은 모두 앞으로도 얘기할 필요를 못 느꼈다.
그리고 변명할 필요도…
다만 자신의 인생을 자신이 살아가는 것 뿐…
소년이 먼저 집 안으로 들어섰다.
“형, 아니 아버지 오셨어요?”
“응”
“그런데 사귀신다는 분이…?”
소년의 눈 소녀가 들어왔다.
소녀가 아무리 정장 차림이라고 해도 자신의 또래라고 밖에는 생각할 수 없었다.
“응, 이 사람이야, 인사들 하지”
“네, 전 안애진이라고 해요”
“네, 전 유민수라고 합니다”
“그런데, 네가 만나는 사람은?”
“네, 지금 들어 올 겁니다”
소년도 남자도 소녀에 대해 더 묻지도 변명하려 하지 않았다.
다만 조금 어색할 뿐…
여인이 집 안으로 들어섰다.
처음 와 보는 집인데, 왠지 낯설지 않은 분위기가 이상하다고 느끼며 들어선 은주에게 애진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어, 너…”
“어”
여인과 소녀는 자신들의 말을 입안에 가두었다.
무슨 말부터 해야 할 지… 그리고 이 상황을 어떻게 모면해야 할 지…
머리가 복잡했다.
소년이 여인의 손을 끌어 소파에 앉으며 남자와 소녀에게 인사를 시켰다.
“인사해”
“네, 안은주라고 합니다.”
대답이 없었다.
남자의 눈이 커졌다.
자신을 믿을 수가 없었다.
어린 시절 그토록 사랑했던 여인…
자신의 아이를 둘씩이나 낳았던 여인…
그리고 자신을 버린 여인…
애증이 교차하고 있었다.
여인의 눈에도 남자가 들어왔다.
자신의 딸 옆에 있는 남자…
자신이 사랑했던 남자…
아이들의 아버지…
그리고 무책임하게 자신을 잊고 산 남자…
서러움에 눈물이 핑 돌았다.
여인과 남자는 서로 악다구니라도 쓰며 따지고 싶었다.
하지만 둘의 옆에는 자신의 짝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또 다른 소년과 소녀가 있기에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아버지, 인사 안해요?”
“어… 응”
“정말, 이럴 거예요?”
“아… 아니야”
“그럼 어서 하세요”
“전 유종호라고 합니다”
소년의 눈에는 아버지가 여인이 마음에 안들어 그렇게 행동하는 것으로 비춰졌다.
때문에 화가 치밀어 오르기 시작했다.
‘자기가 뭔데… 이제와서 아버지라고 티 낼려고?, 내 여자한테 함부로 하면 확…’
하며 거칠게 항의했던 것이다.
“저, 애진씨라고 했던가요? 왜 인사 안하죠?”
소녀 역시 이 상황이 난처했다.
어떻게 해야할지…
하지만, 자신의 뱃속에는 옆에 있는 남자의 아이가 크고 있지 않은가?
“저… 안애진입니다.”
일단 이 상황을 모면하려 남자와 소녀 그리고 여인은 모르는 척 하기로 했다.
이 순간 소년의 마음만이 편할 뿐이었다.
거실 끝 방안에서 유언의 개봉 준비를 끝내고 유노인의 고문 변호사는 그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것 역시 거실의 사람들은 모르는 유노인의 유언이었다.
만약 그들이 이 상황을 깨버리면 준비된 또 다른 유언이 있었다.
하지만, 다행인지 불행인지 몰라도 한 상황은 정리 된 듯 싶었다.
“자, 이제 이쪽 방 안으로 들어 오시죠.”
네 사람이 방안에 들어서자 방안에는 네 개의 서류봉투와 비디오가 준비되어 있었다.
종호가 자신의 이름으로 되어 있는 봉투를 열려고 했다.
“아직 안됩니다, 먼저 비디오 먼저 보시고…”
종호의 손을 막으며 고문 변호사가 말을 건넸다.
“모두들, 조금 놀랬으리라 생각합니다. 비디오 시청에 앞서 먼저 말씀 드릴 것이 있습니다.”
“말씀하시죠”
“유언에 따라 먼저 확인을 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여기 계시는 분들께서는 서로 자신의 옆에 분이 자신의 반려자라 생각하시죠?”
“네”
남자는 조금 작게, 소년은 크게
그렇게 남자와 소년만이 대답할 수 있었다.
여인과 소녀는 대답하지 못했다.
‘과거는 과거라고 하지만… 딸이 만나는 남자의 아들과?’
‘엄마가 만나는 남자의 아버지와?, 하지만 이미 내 뱃속에는 이 사람의 아이가 있는 걸…’
소녀가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네”
여인은 화가 났다.
‘어떻게 니가?, 내 딸이…’
분한 마음에 여인 또한 입을 열었다.
“네”
“그럼 모두 대답했으니 이제 비디오를 보시죠”
비디오에 몇 가지의 의례가 지나가고 유노인이 나타났다.
하지만 시작한지 5분이 지나도록 물만을 들이키며 담배를 필 뿐이었다.
“모두들 보거라, 너희들… 이젠 서로가 서로를 알 것이다.
하지만 돌이키기에는 너무 멀리 온 듯 싶구나. 어쩌겠냐.
이 늙은이의 업보로 너희들이 망가졌구나…
너희들은 모두가 내 자식인 것을… 이 늙은이의 헛된 욕심 때문에…흐흑흑”
화면속의 유노인은 눈시울을 붉히고 울며 이야기를 계속했다.
“아가… 며느라… 처음으로 불러보는 며느리를 겨우 죽어서 불러보는구나…”
애써 분을 삼키며 눈물을 참고 있던 은주의 눈가에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애진이라고… 내 손녀… 우리 귀여운 손녀… 한 번쯤 진짜 한 번쯤은 널 직접 보고 싶었는데… 그리고 안아보고 싶었는데…”
“잠깐 이게 무슨 얘기예요?, 어떻게 된거죠?”
“…”
의아하게 생각한 민수가 자리에서 일어나 모두를 둘러보며 말했다.
하지만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았다.
모두의 머리가 복잡하고 황망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은주는 애진의 일로 종호와 애진이 부녀간임을…,
종호는 은주의 일로 은주와 민수가 모자간임을 잠시 잊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애기씨… 이 모든 상황을 어르신께서는 말년에 다 알고 계셨습니다. 일단 끝까지 보시고 말씀하시죠”
비디오를 잠시 끈 고문 변호사가 민수를 말리며 말했다.
잠시 후 비디오는 계속 돌아갔다.
“자… 이제 이야기하자, 일단 이 자리에 앉은 여인들은 모두 과거를 잊어라.
이 방에 들어오기 전에 가지고 있던 너희들의 모든 과거를 잊어라.
과거에 사랑했던 남자도 어머니도 딸도 그리고 아들도 다 잊거라.
그리고 자신의 옆에 있는 남자들을 보거라. 이제 그들이 너희들의 반려자임을 깨달아야한다.
그래야만 더 이상의 불행을 막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드는구나.
모질게 끊어야한다. 아프더라도 끊어야한다. 그리고 아예 모두 잊어야한다.
그럴 수 있겠느냐?
아니지… 그래야만 한다.
나머지 서류 절차는 이미 다 밟아 놓았다.
최종적으로 너희들이 그러겠다고만 하면 하루 이틀만에 모든 서류 절차가 끝날 것이다.
모질고도 모질게 너희들을 대하여 왔던 이 늙은이가 마지막으로 해 줄 수 있는 것은 이것 뿐이구나.
자… 여기까지다… 내 직접 이야기 해 줄 것은…
그럼 행복하게들 살거라”
비디오는 끝이났다.
“…”
모두들 말이 없었다.
고문 변호사가 입을 열었다.
“생전에 어르신께서는 말년에 이르러 은주씨와 애진씨를 찾으려 애쓰셨습니다.
하지만 찾아낼 즈음 이미 애진씨는 임신을 하셨고 낙태는 힘들다는 사실까지 확인하셨습니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근친간의 관계이지만 아이는 건강하다는 것도…
이미 병원을 통하여 모든 유전자 검사까지 마치셨습니다.
그리고 애기씨와 은주씨가 만나고 있다는 사실도 알고 계셨습니다.
며칠을 고민한 끝에 어르신의 재단을 통하여 모든 서류 절차의 준비를 갖춰 놓으셨습니다.
참! 한가지 마지막 돌아가시며 도련님의 오해를 풀어 달라고 하셨습니다.
비디오 녹화 중 무척이나 고민하신 말씀인데 끝내는 녹화하지 않으셨지만,
임종 직전 제게 부탁하시더군요.
도련님께서 갖고 계신 은주씨에 대한 증오는 거짓입니다.
은주씨는 처음부터 이 집 안에 발을 들여 놓은 적이 없습니다.
다만 애진씨를 데리러 왔을 때 그러니까 이 집 말고 전에 집에 사실 때 한번 들리셨을 뿐입니다.
때문에 은주씨는 바람이 나서 집안을 나갔다고 말씀하신 어르신의 말씀을 거짓입니다.
도련님의 미련을 끊으시려 했던 것입니다.
자~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최종적으로 묻는 것입니다.
길게들 생각하고 싶겠지만, 서류 절차를 대기 시켜 놓는 것도 문제고,
이 일의 성격이 오래 생각한다고 좋은 결론이 날 것 같지 않다는 것이 어르신의 말씀이셨습니다.
결정하시죠”
네 사람의 눈에는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잃었던 모정이 그리워 만난 연상의 여성이 진짜 엄마였고
가슴 쓰리게 그리웠던 부정이 그리워 만난 남자가 진짜 아버지…
아들에 대한 회한으로 만남 소년이 그렇게도 그리던 아들이고
딸에게 못 다한 애정으로 만난 소녀가 자신의 딸이라니…
더구나 그 딸아이의 뱃속에는 또 다른 자신의 아이가…
“어떻게 하겠소”
종호가 먼저 은주에게 물었다.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음… 이미 들어 알겠지만… 애진가 임신 중이요… 그래서 말인데…”
“네 그렇게 해요, 저도 민수… 아니 민수씨를 이제와서 다시 아들로 대할 수 없어요.
더구나 이미 전 민수씨를 한 남자로서 사랑하고 있어요.
당신에게 미안한 말이지만 아버님 말씀대로 이미 돌이키기엔 늦은 거 같네요”
“자, 그럼 두분 성인들께서는 인정하신거고, 두분 미성년자께서는 어찌 하시겠습니까?”
애진이 종호와 은주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종호와 은주가 고개를 끄덕이자 “네”하고 짧막히 대답하였다.
“애기씨께서는?”
민수 역시 모든 사람이 동의하는데 더 이상 생각할 필요가 없다는 듯이 “네”하고 말았다.
“자, 이젠 은주씨와 애진씨는 모녀간이 아닙니다, 물론 법적으로 말입니다.
애진씨의 새로운 성은 ‘최’씨가 될 것입니다.
이제부터는 ‘최애진’이라는 이름을 꼭 기억하세요.
두 쌍은 일주일 후 결혼하게 됩니다.
도련님과 애진양의 2세를 위해 결혼은 빨리 진행 되어야 할 것입니다.
더불어 두 쌍은 이제부터라도 함께 살기를 염원하신 어르신의 유언에 의해서 이 집안에서 함께 사시게 됩니다.”
“그건 쫌… 어색할 것 같은데…”
종호가 입을 열었다.
“어쩔 수 없습니다. 어르신의 뜻입니다.
모두에게 힘든 일이라는 걸 알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면 재단의 모든 지분과 기타 어르신의 재산 모두가 재단에 귀속되게 됩니다.”
“돈 문제라면 저도 어느 정도는 있어요”
종호가 말을 이었다.
“제 생각입니다만, 어르신의 뜻을 그대로 따라 주시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돈도 돈이지만, 이젠 어르신이 얼마나 훌륭하신 분이라는 것을 도련님도 아실 겁니다.
아직 못다한 유업을 계승하시기 바랍니다.
그것은 도련님 외에는 못하십니다.
재단에서 제2의 지분을 가지신 분이 재단을 이끄시면 이 재단은 공중분해 될테니까요.
어르신 생전에도 어르신 뜻을 많이 반대하시는 분이 계시거든요”
“음… 어쩌지”
종호의 말을 민수가 받았다.
“그렇게 해요. 아버지. 그렇게 하는 게 좋겠어요.
무슨 일인지 모르지만 만약 마음에 안들면 나중에 다시 선택할 수도 있잖아요”
종호와 민수가 각자의 짝을 바라보며 무언의 동의를 구하자
은주와 애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자 그럼 모든 문제가 끝났습니다. 앞에 있는 봉투는 여러분에게 주어진 유산입니다.
더불어 한가지만 더, 2쌍이 결혼을 하고 이 집에서 사실 때 제가 이 집에서 1년간 함께 거주하게 됩니다.
역시 유언으로써 이 늙은이에게 여러분의 각자의 생활을 지켜보아 주라는 말씀이셨습니다.
어짜피 쌍둥이 남매간에 정이야 없었으니까 문제가 될 것이 없겠지만,
어머니에서 며느리로, 딸에서 시어머니로, 자신의 여인에서 자식의 아내로, 엄마에서 아내로,
변화된 삶을 제대로 유지하기는 쉽지 않을 듯하여 어르신께서 결정하신 것입니다.
물론 이 모든 내용은 어르신의 친필로 여러분 앞에 각자 가지고 계신 봉투에 공증 서류로써 들어 있습니다.”
“알겠습니다”
종호와 민수가 대답했다.
“저… 어르신… 저…”
“무슨 일인가?”
“저…”
모처럼 맑은 정신을 되찾은 유노인에게 그의 시중을 들어 주던 젊은이가 말을 건넸다.
일전에 유노인이 지시한 자신의 피붙이를 찾아 달라는 것에 대한 대답이었다.
하지만 말을 건네기가 쉽지 않았다.
우물쭈물 말을 하지 못하는 젊은이에게 유노인은 화가 나기 시작했다.
“야, 이 사람아… 무슨 일인데 말을 못하는 거야?”
“저… ”
결국 몇 번의 짜증과 되풀이 되는 질문 속에서 겨우 젊은이가 말을 시작할 수 있었다.
유노인의 아들과 손녀, 그리고 며느리와 손자의 관계…
더구나 손녀는 그 아버지의 아이를 임신 중이고
낙태를 할 경우 체질이 허약한 손녀의 경우 목숨까지 위험해질지 지 모른다는 사실…
그러나 이 모든 사실을 그들은 아직 모르고 있다는 것…
더불어 그에 관한 몇 장의 사진과 며느리와 손녀에 관한 서류를 담은 서류 봉투…
‘아… 이런 것인가?
결국 내 죄를 아이들이 받는단 말인가?
내 업보를 아이들이 받는단 말인가?
이 업보를 어찌 풀어야 한단 말인가?’
이야기를 듣고…
처음에 아들과 며느리에 대한 분노로 들끓던 유노인의 가슴은 이젠 자신에 대한 회한으로 가득찼다.
유노인의 주름진 뺨 위로는 회한의 눈물이 흐르며
다시 초점 없는 시선으로 허공을 응시했다.
몇 주일 후…
소년과 여인… 민수와 은주는 마냥 행복했다.
소년에게 여인은 때로는 여태 경험하지 못하던 엄마였고,
때로는 아직껏 가져보지 못한 여동생이었으며,
자신에게 열정적인 사랑하는 애인이었다.
“은주누나!”
“응, 민수씨…”
소년은 여인을 사랑을 가득 담긴 시선으로 바라 보았다.
“은주 누나… 나… 사랑해?”
“응, 민수씨…”
“진짜?”
“응”
“나도 누나 사랑해…”
“피~, 실없기는…”
소년과 여인은 지금 버스 안 좌석에 나란히 앉아 있었다.
모처럼 있는 여인의 휴일을 맞아 놀이 공원으로 가고 있었다.
얼마 전부터 방학을 한 소년이 여인에게 함께 가자고 부탁했던 것이다.
소년이 자신의 앞 뒤를 바라 둘러보다 자신의 팔을 허리에 둘렀다.
“아이… 민수씨… 사람들이 볼텐데…”
“괜찮아… 모두를 졸고 있는 걸…”
여인은 소년에게 결코 싫지 않은 듯 살며시 웃으며 더욱 붙어 앉았다.
소년의 어깨에 여인의 머리가 놓였다.
어깨까지 내려오는 긴 머리에 끝에만 살짝 웨이브진 여인의 머리 결이 소년의 코 끝을 간지럽혔다.
소년은 머리결의 샴푸 냄새와 여인의 살 내음을 맡으며 여인에게 취해갔다.
소년의 손이 여인의 머리 결을 쓸어서 내리기도하고 올리기도 하며 여인의 머리칼을 애무했다.
소년의 손이 여인의 턱을 잡아 여인의 얼굴을 자신에게 향하게 했다.
소년의 손 장난에 나른하게 취해 있던 여인이 졸린 듯한 나른한 눈으로 소년을 바라보았다.
소년의 두툼한 입술이 여인의 작은 입술에 닿았다.
“음…”
무엇인가 말을 하려 여인이 입을 열었지만,
이미 소년의 입에 가려졌고 여인의 입 안으로 소년의 혀가 주인인양 당당히 들어섰다.
소년의 혀가 여인의 잇몸과 입안을 구석구석 돌아 다니며 쓰다듬을 때 여인의 혀는 어디론가 숨어 있었다.
소년의 손이 여인의 등을 부드럽게 쓸어 내렸다.
소년의 손이 여인의 가슴을 가볍고 가볍게 감아 쥐었다.
여인의 혀가 소년의 혀를 수줍은 첫 날 밤 새색시처럼 맞이했다.
소년의 혀가 여인의 혀를 자신의 입 안으로 조금씩 유혹하며 끌어들였다.
여인의 혀가 소년의 입 안으로 들어오자 소년의 여인의 혀를 마치 뽑기라도 할 것처럼 빨아 들였다.
“읍…”
다시 여인은 무슨 말인가를 하려 했지만 소년은 여인의 말을 구속하고 있었다.
소년은 여인의 체액을 모두 흡입하려는 듯 여인의 타액을 모두 빨고서야 여인의 혀를 놓아 주었다.
“나뻐, 민수씨…”
“하하하”
소년에게 해방된 여인이 조금 떨어져 앉으며, 발갛게 달아오른 얼굴을 하고 몇 번인가 켁켁거리며 원망어린 눈으로 말을 했지만,
소년의 눈에는 그저 귀여운 소녀의 앙탈처럼 느껴졌다.
“은주…야… 싫었어?”
“피~ 사람들도 볼 지 모르고, 그리고 내 혀 뽑히는 줄 알았잖아…”
“많이 아팠어… 은주야…”
“응, 쪼끔 많이”
“미안해… 은주야…”
“응, 다신 그러지 마…”
소년과 여인의 대화는 다정한 오누이의 대화처럼 이어졌다.
소년의 손이 여인의 뒷 머리를 쓰다듬고 있었다.
“누나, 우리 저 거 타자”
“응? 나 저거 무서워…”
“내가 있잖아… 든든한 서방님이…”
“호호호, 아무리 우리 꼬마 서방님이 옆에 있어도 무서운 걸…”
“엉? 꼬마라니… 은주 너… 진짜 그럴거야?”
“그럼, 꼬마 아닌가?”
“으~응? 그럼 나도 은주한테 아줌마라고 한다…”
청룡열차를 타기 위해 줄을 서 있는 사람들 뒤에서 소년과 여인은 가벼운 실랑이를 하고 있었다.
“호호호, 그러렴… 꼬마야… 이 아줌마한테 아줌마라고 부르렴”
“너, 야 안은주 너 진짜 그럴래?”
“이런 꼬마가 아줌마 이름까지 함부로 부르네… 못된 꼬마로구나…”
“으이씨…”
조금씩 화를 더 내는 소년의 얼굴을 바라보는 여인의 눈 속의 소년은
어린긴 했지만 자신만의 남자였고 자신 또한 이 남자의 여자라는 생각을 했다.
이미 여인에게 있어 자신과 소년 사이에서 나이라는 숫자는 무의미했다.
가끔씩 자신이 소년의 앞에서 너무 작아져 버리는 듯이 느껴질 때
때때로 놀리듯 ‘꼬마’라 부르고 ‘아줌마’라 불리며 자신을 자신에게 일깨우려 애쓸 뿐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것도 한낱 장난에 불과한 말싸움이 될 뿐이라는 걸 문득문득 느끼는 것이었다.
“호호호 많이 화났어요? 자기야… 너무 화내니까 무섭잖아요… 자기 화 풀어요”
씩씩거리던 소년은 여인이 말투를 바꾸자 조금씩 화가 풀렸다.
“음… 여기선 나한테 자기라고 부르지마…”
“그럼요?”
“오빠라고 불러, 그럼 화 풀게…”
“호호호, 우리 서방님의 명령인데 그렇게 하죠 뭐…”
“그럼 불러 봐, 은주야…”
“네… 오빠”
“하하하”
“호호호”
“은주야, 우리 빨리 줄 서자”
“오빠… 나 진짜 저거 무서운데…”
“나만 믿으라니깐”
여인은 소년의 손에 이끌려 결국 청룡 열차를 타게 되었다.
여인은 난생처음 타보는 청룡열차에 앉아 몸을 떨고 있었다.
여인의 어깨를 소년이 감싸 안아 주었다.
청룡열차가 출발하자 여인은 소년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소년은 여인을 더욱 억세게 품어주었다.
주위의 사람들은 모두 소리를 지르며 기뻐하고 있었다.
소년도 즐거웠다.
평소에도 많이 타본 터라 이젠 시시해진 청룡열차였지만 여인이 자신의 품을 찾고,
자신이 여인을 억세게 품고 있다는 사실에 즐거웠다.
적어도 이 순간은 여인에게 있어 어떤 누구도 존재하지 않고
자신만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한 없이 소년을 즐겁게 하고 있었다.
그것은 단지 육체적 쾌락에서 오는 만족과는 다른 정신적 충만감이었다.
“휴… 무서워서 혼났네…”
“무섭긴… 처음부터 내 품에만 안겨 있었으면서…”
“봐요… 아직도 다리가 떨리잖아요”
“하하하, 은주는 겁쟁인가 봐”
“맞아요, 난 겁쟁이니까 이젠 저런 거 타자고 하지 말아요… 알았죠, 오빠!”
“음, 생각해보고…”
“응?”
“음… 은주가 오빠 말 잘 들으면 타자고 하지 않을게”
“은주가 말 잘 들을 테니까 제발요”
“하하하, 알았어…”
“오빠, 저기 좀 앉았다가 가요… 아직도 다리가 떨려서…”
“그래”
여인은 행복했다.
청룡열차가 천천히 출발할 때 긴장에 떨긴 했지만 만만히 보였다.
하지만 갑자기 빨라진 청룡열차 안에서 죽도록 무서웠다.
억지로 자신에게 이 것을 타게 만든 소년이 미웠다.
당장 욕이라도 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 순간 자신이 소년의 품 안에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 순간 소년에게 욕을 한다면…
소년의 품은 자신에게서 멀어질 것이라 생각했다.
그 순간만큼은 여인에게 있어 소년의 품은 작인 새끼 새에게 있어 둥지 같은 것이었다.
더욱 소년의 품 안으로 파고 들었다.
소년이 자신을 더욱 억세게 품어주었다.
따스했다.
소년이 자신의 마음의 주인이라는 사실이 더욱 진하게 기억되었다.
소년의 마음을 언제까지나 갖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소년이 여인을 소년의 품에 숨기기라도 하듯 더욱 거세게 품었다.
여인은 한 없이 행복했다.
“오빠… 저 사랑해요?”
“응, 은주 많이 사랑해”
“저도요… 오빠…”
여인이 소년의 어깨에 자신의 머리를 기대었다.
소년은 나른한 듯 힘 없어 보이는 여인이 이상했다.
“누나… 갑자기 왜 그래?”
“호호호, 민수씨… 나 행복해서…”
“누나… 나도 행복해…”
소년의 핸드폰에서 음악이 흘러 나왔다.
“네, 아저씨예요?”
“네… 알았어요”
“금방 갈께요”
“누나, 나 급히 집에 좀 가야겠어… ”
“응? 왜?”
“글쎄… 아버… 아니 할아버지가 좀 이상하시데…”
“응, 알았어… 지금 일어나자…”
“미안해 누나”
“아니야 됐어”
“그래두”
“호호호, 자기야… 너무 간지러”
“조금만 참아… 우리 아가씬 너무 참을 성이 없단 말이야”
서울 근교의 가족탕에 소녀와 남자가 알몸으로 들어가 있다.
뽀얀 살결에 잘 발육된 처지지 않은 가슴 밑으로 앙징스런 배꼽이 우물처럼 자리한
소녀의 상체를,
지금 남자가 자신의 성기를 잔뜩 긴장한 채 부랄을 덜렁대며 정성스레 비누칠을 하고 있었다.
‘깔깔’거리며 웃던 소녀의 웃음 소리가 조금씩 멀어져 갈 즈음
소녀의 볼은 발갛게 달아오르고 소녀의 눈가가 붉어져 촉촉한 눈으로 남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소녀의 수줍은 입술이 움찔움찔 움직이며 나즈막한 신음 소리를 흘리고 있었다.
남자가 비누칠을 하다 말고 소녀의 얼굴을 올려 보았다.
소녀의 작은 손이 남자의 얼굴을 자신의 얼울을 향하여 들어 올렸다.
“자기야… 종호씨…”
소녀의 작은 입술이 열리며 달큰한 향과 함께 소녀의 혀가 꿈틀거리며 나와 남자의 두툼한 입술을 핥았다.
남자의 입술이 열리며 소녀의 혀를 자신의 입안으로 불러 들였다.
소녀는 수줍게 남자의 인도를 받으며 남자의 성안으로 들어갔다.
소녀와 남자는 남자의 성과 소녀의 성을 오가며 춤을 추었다.
소녀의 성이 남자의 성에서 떨어졌다.
둘 사이에 거미줄 같은 출렁다리가 만들어졌다.
‘후루릅’ 소리와 함께 소녀가 다리를 거둬 들였다.
소녀가 남자를 욕저에 걸터 앉히고 남자의 중심에 얼굴을 묻었다.
소녀의 혀가 뱀처럼 남자의 귀두를 유혹하며 남자의 애액을 핥았다.
남자의 맑은 애액이 귀뒤의 작은 입술에서 끊임없이 샘솟았다.
“흐윽”
남자가 고통의 신음처럼 쾌감의 소리를 뱉었다.
잠시 남자를 바라보던 소녀의 두눈이 남자의 부랄을 파고 들었다.
소녀가 남자의 부랄을 자신의 입안에 가두었다.
소녀의 입안에서 부랄 속 알들이 이리저리 뛰어 놀았다.
남자는 두 눈을 감고 있었다.
남자의 부랄이 소녀의 입으로부터 해방되자 소녀의 혀는 남자의 회음부를 지나 치부로 향했다.
이미 깨끗이 비누칠한 회음부와 치부의 향내가 조금씩 소녀의 혀를 타고 가슴 입으로 스며들었다.
“아~”
소녀의 혀가 남자의 치부 속으로 파고 들었다.
소녀의 손은 남자의 자지를 훑고 있었다.
“아~ 애진씨… 나… 이제…”
소녀의 혀가 남자의 치부에서 빠져 나오며 다시 남자의 자지를 뿌리 끝까지 삼켰다.
“아~ 지금…”
남자는 소녀의 입에 자신의 분신을 흩뿌리고 있었다.
‘탁, 탁, 탁’ 몇 번인가를 반복하던 남자의 사정이 소녀의 목 젖을 스치며 소녀의 내부로 숨어들어갔다.
소녀와 남자가 알몸으로 침대에 누워 서로를 바라보며 얘기했다.
“애진씨, 아까 왜 그랬어?”
“호호호, 자긴 싫었어?”
“아니, 그런 건 아니지만…”
“응큼해… 비누칠 해준다고 하고선 나 흥분시키고…”
“그랬어? 아~ 그랬구나… 흥분해서 그런 거구나?”
“피~ 바보”
“하하하”
“그나저나 나만 좋아서 어떻하지?”
“어쩌겠어… 이 뱃속에는 우리 애기가 있는데… 지금은 조심해야해”
“하긴, 그나저나 언제쯤 내가 애진씨 집에 가는게 좋을까?”
“글쎄… 좀 두고 봐야지”
“이제 곧 배도 불러 올텐데…”
“응, 그렇긴 해”
“그럼, 학교도 문제고 집도 그렇고…”
둘 사이의 대화가 길어 질수록 소녀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애진씨, 빨리 해결하자, 그래야 우리 애기도 건강하게 세상에 얼굴을 들어내지”
“응, 그래”
“사랑해, 애진씨…”
“사랑해, 자기야…”
‘따르릉~ 따르릉~ 따르릉~’
남자의 핸드폰이 울렸다.
“응, 자넨가”
“아버님이?”
“음, 알았어, 곧 가지”
“애진씨, 어쩌지 급히 집에 가봐야겠는데…”
“응?”
“내가 사는 곳 말고 아버님이 계시는 곳 말이야”
“왜?”
“아버님이 급히 나를 찾으신데”
“…”
“요즘 아버님 병세가 위중하셨는데…”
“…”
“큰 일이야 없겠지만 그래도…”
“알았어, 가 봐”
“그래, 그만 나갈 준비하자”
남자와 소년이 집에 유노인의 집에 들어 섰을 때는 이미 유노인은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초상은 5일장.
남자는 3일장을 치루려고 했지만 유노인의 고문 변호사의 말을 따라 5일장을 치뤘다.
유노인이 국회의원이나 재벌 또는 유명한 학자도 아니었지만,
그들 못지않은 권력과 돈 그리고 많은 사회 사업을 통해 명망까지 있었다는 것을 남자는 알지 못했다.
남자에게 있어 유노인은 그저 너무나 엄격해서 정이 안가는 그런 아버지였다.
그리고 원칙과 남의 이목만을 생각하는 고리타분한 늙은이인 줄만 알고 있었다.
5일장을 치루는 동안 밤낮을 구분하지 않고 한시도 쉬지않고 밀려드는 많은 손님들…
그 중엔 TV에서나 봄직한 얼굴들도 있었다.
그 많은 사람들이 하는 말들은 모두가 같았다.
‘정말 아까운 사람이었습니다, 아직 하실 일들이 많은데…’
진심으로 자신의 아버지를 아끼는 듯 눈시울까지 흐리며 하는 말들…
처음엔 믿기지 않아 그저 인사말이려니 했지만 그것이 아니었다.
종호는 아버지가 원망스러웠다.
그토록 많은 사람들에게 잘 해 주었으면서 유독 자신에게만은 힘들게 했는지…
생각해보면 어릴 적 종호 자신이 사고만 안쳤어도
아버지를 이토록 모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가출… 유학… 독립…
그리고 원망어린 마음으로 조금도 의지하지 않으려 했던 아버지…
어느날 문득 ‘쓰고 싶은 것 있으면 써라’하고 던져 준 카드 한 장…
그것마저 자신의 거처를 마련할 때 이외에는 쓰지 않고 지금은 어디에 있는 지 알 수 없었다.
어릴 적 찾아 오던 많은 손님들이 왜 찾아 왔었는지 알지 못했다.
지금도 알 수가 없었다.
다만 그 손님들이 오면 몇 푼인가를 자신에게 쥐어주는 것이 좋았다.
종호 자신은 그토록 아버지를 몰랐던 것이다.
그런데,
지금 민수에게 있어 자신 또한 그런 아버지가 아니더가…
“저… 도련님”
“네?”
장례를 치루고 유노인의 집에 앉아 있던 종호에게 백발을 한 유노인의 고문 변호사가 말을 꺼냈다.
“이제, 유언을 확인하셔야죠”
“아~, 그런 게 있었나요?”
“네, 그렀습니다.”
“네, 그렇게 하죠”
“그럼…”
“네, 지금 하는게 어떨까요?”
“그게 좀…”
“왜요?”
“유언에 의해서 유언을 확인하려면 가족이 모두 모이셔야합니다.”
“그럼, 민수를 부를까요?”
“네, 그리고 또”
“네?”
“도련님께서 만나시는 분하고… 애기씨께서 만나시는 분까지 모두 모이셔서 확인하라는 유언이십니다.”
“허, 참”
“그럼, 그렇게 하죠”
며 칠 후 남자와 소녀가 먼저 유노인의 집 거실에 앉아 소년과 여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남자도 소년에게, 소년도 남자에게 소녀와 여인의 이야기는 해 본 적이 없었다.
어짜피 남남처럼 살아 왔기에 부자간의 정이 없었기에 둘은 모두 앞으로도 얘기할 필요를 못 느꼈다.
그리고 변명할 필요도…
다만 자신의 인생을 자신이 살아가는 것 뿐…
소년이 먼저 집 안으로 들어섰다.
“형, 아니 아버지 오셨어요?”
“응”
“그런데 사귀신다는 분이…?”
소년의 눈 소녀가 들어왔다.
소녀가 아무리 정장 차림이라고 해도 자신의 또래라고 밖에는 생각할 수 없었다.
“응, 이 사람이야, 인사들 하지”
“네, 전 안애진이라고 해요”
“네, 전 유민수라고 합니다”
“그런데, 네가 만나는 사람은?”
“네, 지금 들어 올 겁니다”
소년도 남자도 소녀에 대해 더 묻지도 변명하려 하지 않았다.
다만 조금 어색할 뿐…
여인이 집 안으로 들어섰다.
처음 와 보는 집인데, 왠지 낯설지 않은 분위기가 이상하다고 느끼며 들어선 은주에게 애진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어, 너…”
“어”
여인과 소녀는 자신들의 말을 입안에 가두었다.
무슨 말부터 해야 할 지… 그리고 이 상황을 어떻게 모면해야 할 지…
머리가 복잡했다.
소년이 여인의 손을 끌어 소파에 앉으며 남자와 소녀에게 인사를 시켰다.
“인사해”
“네, 안은주라고 합니다.”
대답이 없었다.
남자의 눈이 커졌다.
자신을 믿을 수가 없었다.
어린 시절 그토록 사랑했던 여인…
자신의 아이를 둘씩이나 낳았던 여인…
그리고 자신을 버린 여인…
애증이 교차하고 있었다.
여인의 눈에도 남자가 들어왔다.
자신의 딸 옆에 있는 남자…
자신이 사랑했던 남자…
아이들의 아버지…
그리고 무책임하게 자신을 잊고 산 남자…
서러움에 눈물이 핑 돌았다.
여인과 남자는 서로 악다구니라도 쓰며 따지고 싶었다.
하지만 둘의 옆에는 자신의 짝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또 다른 소년과 소녀가 있기에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아버지, 인사 안해요?”
“어… 응”
“정말, 이럴 거예요?”
“아… 아니야”
“그럼 어서 하세요”
“전 유종호라고 합니다”
소년의 눈에는 아버지가 여인이 마음에 안들어 그렇게 행동하는 것으로 비춰졌다.
때문에 화가 치밀어 오르기 시작했다.
‘자기가 뭔데… 이제와서 아버지라고 티 낼려고?, 내 여자한테 함부로 하면 확…’
하며 거칠게 항의했던 것이다.
“저, 애진씨라고 했던가요? 왜 인사 안하죠?”
소녀 역시 이 상황이 난처했다.
어떻게 해야할지…
하지만, 자신의 뱃속에는 옆에 있는 남자의 아이가 크고 있지 않은가?
“저… 안애진입니다.”
일단 이 상황을 모면하려 남자와 소녀 그리고 여인은 모르는 척 하기로 했다.
이 순간 소년의 마음만이 편할 뿐이었다.
거실 끝 방안에서 유언의 개봉 준비를 끝내고 유노인의 고문 변호사는 그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것 역시 거실의 사람들은 모르는 유노인의 유언이었다.
만약 그들이 이 상황을 깨버리면 준비된 또 다른 유언이 있었다.
하지만, 다행인지 불행인지 몰라도 한 상황은 정리 된 듯 싶었다.
“자, 이제 이쪽 방 안으로 들어 오시죠.”
네 사람이 방안에 들어서자 방안에는 네 개의 서류봉투와 비디오가 준비되어 있었다.
종호가 자신의 이름으로 되어 있는 봉투를 열려고 했다.
“아직 안됩니다, 먼저 비디오 먼저 보시고…”
종호의 손을 막으며 고문 변호사가 말을 건넸다.
“모두들, 조금 놀랬으리라 생각합니다. 비디오 시청에 앞서 먼저 말씀 드릴 것이 있습니다.”
“말씀하시죠”
“유언에 따라 먼저 확인을 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여기 계시는 분들께서는 서로 자신의 옆에 분이 자신의 반려자라 생각하시죠?”
“네”
남자는 조금 작게, 소년은 크게
그렇게 남자와 소년만이 대답할 수 있었다.
여인과 소녀는 대답하지 못했다.
‘과거는 과거라고 하지만… 딸이 만나는 남자의 아들과?’
‘엄마가 만나는 남자의 아버지와?, 하지만 이미 내 뱃속에는 이 사람의 아이가 있는 걸…’
소녀가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네”
여인은 화가 났다.
‘어떻게 니가?, 내 딸이…’
분한 마음에 여인 또한 입을 열었다.
“네”
“그럼 모두 대답했으니 이제 비디오를 보시죠”
비디오에 몇 가지의 의례가 지나가고 유노인이 나타났다.
하지만 시작한지 5분이 지나도록 물만을 들이키며 담배를 필 뿐이었다.
“모두들 보거라, 너희들… 이젠 서로가 서로를 알 것이다.
하지만 돌이키기에는 너무 멀리 온 듯 싶구나. 어쩌겠냐.
이 늙은이의 업보로 너희들이 망가졌구나…
너희들은 모두가 내 자식인 것을… 이 늙은이의 헛된 욕심 때문에…흐흑흑”
화면속의 유노인은 눈시울을 붉히고 울며 이야기를 계속했다.
“아가… 며느라… 처음으로 불러보는 며느리를 겨우 죽어서 불러보는구나…”
애써 분을 삼키며 눈물을 참고 있던 은주의 눈가에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애진이라고… 내 손녀… 우리 귀여운 손녀… 한 번쯤 진짜 한 번쯤은 널 직접 보고 싶었는데… 그리고 안아보고 싶었는데…”
“잠깐 이게 무슨 얘기예요?, 어떻게 된거죠?”
“…”
의아하게 생각한 민수가 자리에서 일어나 모두를 둘러보며 말했다.
하지만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았다.
모두의 머리가 복잡하고 황망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은주는 애진의 일로 종호와 애진이 부녀간임을…,
종호는 은주의 일로 은주와 민수가 모자간임을 잠시 잊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애기씨… 이 모든 상황을 어르신께서는 말년에 다 알고 계셨습니다. 일단 끝까지 보시고 말씀하시죠”
비디오를 잠시 끈 고문 변호사가 민수를 말리며 말했다.
잠시 후 비디오는 계속 돌아갔다.
“자… 이제 이야기하자, 일단 이 자리에 앉은 여인들은 모두 과거를 잊어라.
이 방에 들어오기 전에 가지고 있던 너희들의 모든 과거를 잊어라.
과거에 사랑했던 남자도 어머니도 딸도 그리고 아들도 다 잊거라.
그리고 자신의 옆에 있는 남자들을 보거라. 이제 그들이 너희들의 반려자임을 깨달아야한다.
그래야만 더 이상의 불행을 막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드는구나.
모질게 끊어야한다. 아프더라도 끊어야한다. 그리고 아예 모두 잊어야한다.
그럴 수 있겠느냐?
아니지… 그래야만 한다.
나머지 서류 절차는 이미 다 밟아 놓았다.
최종적으로 너희들이 그러겠다고만 하면 하루 이틀만에 모든 서류 절차가 끝날 것이다.
모질고도 모질게 너희들을 대하여 왔던 이 늙은이가 마지막으로 해 줄 수 있는 것은 이것 뿐이구나.
자… 여기까지다… 내 직접 이야기 해 줄 것은…
그럼 행복하게들 살거라”
비디오는 끝이났다.
“…”
모두들 말이 없었다.
고문 변호사가 입을 열었다.
“생전에 어르신께서는 말년에 이르러 은주씨와 애진씨를 찾으려 애쓰셨습니다.
하지만 찾아낼 즈음 이미 애진씨는 임신을 하셨고 낙태는 힘들다는 사실까지 확인하셨습니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근친간의 관계이지만 아이는 건강하다는 것도…
이미 병원을 통하여 모든 유전자 검사까지 마치셨습니다.
그리고 애기씨와 은주씨가 만나고 있다는 사실도 알고 계셨습니다.
며칠을 고민한 끝에 어르신의 재단을 통하여 모든 서류 절차의 준비를 갖춰 놓으셨습니다.
참! 한가지 마지막 돌아가시며 도련님의 오해를 풀어 달라고 하셨습니다.
비디오 녹화 중 무척이나 고민하신 말씀인데 끝내는 녹화하지 않으셨지만,
임종 직전 제게 부탁하시더군요.
도련님께서 갖고 계신 은주씨에 대한 증오는 거짓입니다.
은주씨는 처음부터 이 집 안에 발을 들여 놓은 적이 없습니다.
다만 애진씨를 데리러 왔을 때 그러니까 이 집 말고 전에 집에 사실 때 한번 들리셨을 뿐입니다.
때문에 은주씨는 바람이 나서 집안을 나갔다고 말씀하신 어르신의 말씀을 거짓입니다.
도련님의 미련을 끊으시려 했던 것입니다.
자~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최종적으로 묻는 것입니다.
길게들 생각하고 싶겠지만, 서류 절차를 대기 시켜 놓는 것도 문제고,
이 일의 성격이 오래 생각한다고 좋은 결론이 날 것 같지 않다는 것이 어르신의 말씀이셨습니다.
결정하시죠”
네 사람의 눈에는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잃었던 모정이 그리워 만난 연상의 여성이 진짜 엄마였고
가슴 쓰리게 그리웠던 부정이 그리워 만난 남자가 진짜 아버지…
아들에 대한 회한으로 만남 소년이 그렇게도 그리던 아들이고
딸에게 못 다한 애정으로 만난 소녀가 자신의 딸이라니…
더구나 그 딸아이의 뱃속에는 또 다른 자신의 아이가…
“어떻게 하겠소”
종호가 먼저 은주에게 물었다.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음… 이미 들어 알겠지만… 애진가 임신 중이요… 그래서 말인데…”
“네 그렇게 해요, 저도 민수… 아니 민수씨를 이제와서 다시 아들로 대할 수 없어요.
더구나 이미 전 민수씨를 한 남자로서 사랑하고 있어요.
당신에게 미안한 말이지만 아버님 말씀대로 이미 돌이키기엔 늦은 거 같네요”
“자, 그럼 두분 성인들께서는 인정하신거고, 두분 미성년자께서는 어찌 하시겠습니까?”
애진이 종호와 은주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종호와 은주가 고개를 끄덕이자 “네”하고 짧막히 대답하였다.
“애기씨께서는?”
민수 역시 모든 사람이 동의하는데 더 이상 생각할 필요가 없다는 듯이 “네”하고 말았다.
“자, 이젠 은주씨와 애진씨는 모녀간이 아닙니다, 물론 법적으로 말입니다.
애진씨의 새로운 성은 ‘최’씨가 될 것입니다.
이제부터는 ‘최애진’이라는 이름을 꼭 기억하세요.
두 쌍은 일주일 후 결혼하게 됩니다.
도련님과 애진양의 2세를 위해 결혼은 빨리 진행 되어야 할 것입니다.
더불어 두 쌍은 이제부터라도 함께 살기를 염원하신 어르신의 유언에 의해서 이 집안에서 함께 사시게 됩니다.”
“그건 쫌… 어색할 것 같은데…”
종호가 입을 열었다.
“어쩔 수 없습니다. 어르신의 뜻입니다.
모두에게 힘든 일이라는 걸 알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면 재단의 모든 지분과 기타 어르신의 재산 모두가 재단에 귀속되게 됩니다.”
“돈 문제라면 저도 어느 정도는 있어요”
종호가 말을 이었다.
“제 생각입니다만, 어르신의 뜻을 그대로 따라 주시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돈도 돈이지만, 이젠 어르신이 얼마나 훌륭하신 분이라는 것을 도련님도 아실 겁니다.
아직 못다한 유업을 계승하시기 바랍니다.
그것은 도련님 외에는 못하십니다.
재단에서 제2의 지분을 가지신 분이 재단을 이끄시면 이 재단은 공중분해 될테니까요.
어르신 생전에도 어르신 뜻을 많이 반대하시는 분이 계시거든요”
“음… 어쩌지”
종호의 말을 민수가 받았다.
“그렇게 해요. 아버지. 그렇게 하는 게 좋겠어요.
무슨 일인지 모르지만 만약 마음에 안들면 나중에 다시 선택할 수도 있잖아요”
종호와 민수가 각자의 짝을 바라보며 무언의 동의를 구하자
은주와 애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자 그럼 모든 문제가 끝났습니다. 앞에 있는 봉투는 여러분에게 주어진 유산입니다.
더불어 한가지만 더, 2쌍이 결혼을 하고 이 집에서 사실 때 제가 이 집에서 1년간 함께 거주하게 됩니다.
역시 유언으로써 이 늙은이에게 여러분의 각자의 생활을 지켜보아 주라는 말씀이셨습니다.
어짜피 쌍둥이 남매간에 정이야 없었으니까 문제가 될 것이 없겠지만,
어머니에서 며느리로, 딸에서 시어머니로, 자신의 여인에서 자식의 아내로, 엄마에서 아내로,
변화된 삶을 제대로 유지하기는 쉽지 않을 듯하여 어르신께서 결정하신 것입니다.
물론 이 모든 내용은 어르신의 친필로 여러분 앞에 각자 가지고 계신 봉투에 공증 서류로써 들어 있습니다.”
“알겠습니다”
종호와 민수가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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