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황(恐皇) 5부 <새로운 시대> Part 2-17편 > 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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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황(恐皇) 5부 <새로운 시대> Part 2-17편

프레이아에게 브리세이즈 문제를 전담시킨 후, 슈발츠 자신은 다시 아스트랄계를 방문하고 있었다. 예의 사루크 리치에게서 아티팩트에 대한 다른 정보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해서였다. 하지만 다시 방문한 사루크 도시의 유적은 텅 비어 있었다. 하긴 무리도 아니다. 만약 거짓말을 한것이라면, 슈발츠가 다시 돌아올 것을 뻔히 알텐데 이런곳에 눌러앉아 있는 것은 바보나 할 짓이다.


슈발츠가 플로라와 라빈을 대동한 채 유적 탐험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 그의 시선을 끈 것은 [하늘]에 둥둥 떠 있는 엄청난 크기의 돌조각이었다. 무엇인가 다시 아스트랄계 안으로 빨려들어오고 있는 것이다. 아직 완전히 아스트랄계로 다 들어오지 못한 그것은 거의 확실히 그 자신이서 있는 사루크 도시의 파편과 충돌할 예정으로 보였다.


" 맙소사... "/라빈


" 입을 벌리고 보고있으면 안돼지, 어서 빨리 배를 출발시키자고. "/슈발츠


생전 처름 보는 광경에 입을 벌리는 라빈의 허리를 붙잡은 뒤, 이미 붙잡혀 있는 플로라와 함께 양 허리에 낀 슈발츠는 그대로 배를 향해 도약해 달렸다. 이미 배 안에 남아 있던 다른 노예들에게는 출발하라는 명령을 내려 두었다.


막 떠오르는 루쥬 팬져의 갑판으로 뛰어들었을 때, 그의 배는 아슬아슬한 차이로 [돌조각]의 측면을 스쳤다. 그리고 바로 다음 순간에 두 돌덩이가 충돌했고, 굉음과 함께 흙먼지가 피어오르며 그 여파에 휘말린 배가 나뭇잎처럼 흔들렸다. 막 갑판에서 돚을 집어넣는 작업을 하던 헬샤라가 중심을 잃고 날아가려는 것을 염동력 주문을 써서 붙잡으면서, 슈발츠는 다른 노예들에게 외쳤다.


" 뭐든 붙잡아! "


곧이어 무수한 돌조각들이 선체에 부딛쳤다. 키를 잡고 있던 이쓰미라가 배를 멋지게 회전시켜 날아오는 돌조각들을 배의 측면이 아니라 정면으로 받게 하는 동안, 라빈은 마력 기관을 작동시켰고, 플로라는 미처 헬샤라가 다 접지 못했던 외부 돚들을 접는 작업을 델로나와 함께 해치웠다. 갑판을 둘러싼 유리강 창에 수많은 잔 금이 갔지만, 다행히 관통하는 돌조각은 없었다. 계속해서 정면으로 수많은 돌조각을 받아 내면서, 배는 천천히 그 방향을 돌려 방금 차원이동을 해 온 돌의 진행 방향과 나란히 서게 되었다.


" 휴우... "


헬샤라를 갑판에 내려놓은 후, 슈발츠는 한숨을 내 쉬며 노예들이 다친곳이 없나 점검하게 했다. 키를 열심히 돌리던 이쓰미라가 팔에 멍이 들었고, 헬샤라가 갑판에서 미끄러지면서 엉벅지에 살짝 까진 상처가 났지만, 그런 사소한 피해 말고는 모두 무사했다. 이제 잔돌 조각들이 가끔 선체에 와서 부딛칠 뿐 완전히 충격파의 사정권 안에서 벗어나는 도중이었다.


" 대체 뭘까요 이건?... "


선체의 왼쪽을 온통 가로막은 돌덩이는 온통 하얀 색이었고, 방금 치고 지나간 사루크 도시의 조각보다 훨씬 더 컸다. 굳이 그 크기를 비교하라면 셰이드들의 공중도시와 막상막하였지만, 워낙 근접한데다 그 모양이 불규칙한 타원형 원통 형태를 띄고 있어서 이쪽이 훨씬 더 커보였다.


막 가로질러가는 돌덩이 역시 어딘가의 거대한 땅덩이의 일부였다는 증거로, 슈발츠는 곧 이상한 유적을 그 하얀 표면에서 찾아낼 수 있었다. 배도 수리해야 했기 때문에, 슈발츠는 노예들을 지휘해서 배를 돌덩이 위에 착지시키도록 했다. 노예들은 꽤나 애를 먹은 후, 마침내 전진 방향과 직각으로 느리게 회전하는 그 돌덩이 위에 무사히 배를 착지시키는데 성공했다.


" 이건 무엇의 유적일까요...? "


하얀 돌덩이는 크기 뿐 아니라 상당히 고질량의 물질로 이뤄져 있었다. 일반적으로 아스트랄계에서의 편재 중력은 느슨한 편인데, 착지하면서 묵직한 느낌을 받았을 정도였다. 그리고 눈앞에 펼쳐진 이질적인 풍경은 플로라는 물론이고 슈발츠나 그의 노예들 중 누구도 본 적이 없는 것이었다.


땅의 모습은 마치 눈이 덮여 있는 풍경 같았지만, 그것은 아주 고운 하얀 모래 비슷한 물질로 온통 덮여 있어서 그렇게 보일 뿐이고 실제로는 사막을 걷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모래는 꽤 두껍게 쌓여 있어서 슈발츠의 눈썰미가 아니었다면 인공의 흔적을 찾아내기 불가능했을 정도였다. 라빈의 지휘 하에 샨달라 자매들이 배의 수리를 하는 동안, 슈발츠는 플로라를 데리고 모래속에 파묻힌 무언가를 찾아보기로 했다.


그 모래 자체가 굉장히 잘 바스라지고 무너졌기에, 드루이드인 플로라조차 마법을 써서 모래를 파헤치는데 상당히 애를 먹었다. 그럭저럭 슈발츠가 발견한 지붕 아래로 인간 한명의 키 만큼 파고 들어간 후에 처음 발견한 것은 창백한 광채를 내는 하나의 금속 파편이었다.


" 단도의 조각 같은데, 재질이 뭔지 모르겠군. "/슈발츠


" 은 같기도 한데... 최근에는 이런 물품들만 보게 되네요. "/플로라


그 다음에 찾아낸 것은 바싹 말라 있는 검은 가죽 조각이었다. 역시 무엇의 가죽인지 전혀 알 길은 없었으나, 슈발츠는 이런것을 전에 본적이 있었다.


" 이건 일리시드의 물건 같은데. "/슈발츠


" 에, 일리시드요? "/플로라


플로라가 놀라서 반문해 왔기 때문에, 슈발츠는 잠시 손을 멈추고 일리시드들의 옷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 주었다. 일리시드들은 근본적으로는 습기가 없으면 살아남기 불가능하기 때문에, 그들의 옷은 습기를 철저하게 가두며 내부 순환 시키는 구조로 이뤄져 있다. 때문에 그들의 가죽옷은 독특한 세공 방식을 가지는데, 슈발츠의 손에 들려 있는 한조각의 찢어진 가죽은 바로 그런 일리시드 세공의 특징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설명을 모두 듣고난 후 플로라는 고개를 끄덕이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 그럼 여긴 일리시드들의 유적일까요? "/플로라


" 확신할 수는 없지만, 이렇게 깊은 곳에 일부러 가져다 묻었을리는 없겠지. "/슈발츠


조금 더 파 내려가자, 날카로운 금속음이 들렸다.


땅!...


슈발츠가 들고 있는 삽 끝에 무엇인가 금속성의 물질이 닿은 것이다, 모래를 치워내고 봤더니 방금 줏었던 새하얀 금속 조각과 같은 재질의 [바닥]이 슈발츠와 플로라의 앞길을 막고 있었다.


" 문 같은게 있을라나?... "


주변을 좀 더 파헤치는동안, 헬샤라가 식사준비가 되었음을 알려왔다. 마침 플로라의 배에서 꼬르륵하는 소리가 울렸기 때문에, 슈발츠는 웃으면서 그녀를 안고 구덩이를 나왔다.


" 어휴 주인님, 흙투성이세요! "


라빈이 물수건을 가지고 나와서 플로라의 손발을 닦는것을 거드는 동안, 헬샤라 자매들도 슈발츠에게 같은 시중을 들었다. 그 다음엔 모두 함께 모여 앉아서 모닥불을 피우고 발레리아가 싸준 도시락들을 나누어 억었다. 대식가들은 아니었지만 모두들 만족할 만큼 먹은 후에, 수리가 재개되는 것을 보고 슈발츠는 다시 유적 발굴 작업에 들어갔다.


그리고 반나절 동안이나 이리저리 파헤친 후에, 슈발츠는 이 [바닥]은 입구가 없다고 결론을 내였다.


" 이쯤되니, 이 아래 뭐가 있는지 점점 궁금해지는데. "/슈발츠


" 저도 그래요. "/플로라


그리고 그 때 루쥬 팬더의 고물에서 마법문이 열리고 마루를 구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난폭하게 구르며 등장한 것은 두르나였다.


" 어익후! 내 젤로나 녀석을 그냥 두나 봐라... "/두르나


" 킁!... "/알루데시아


그리고 두르나는 두리번거리다가 슈발츠가 플로라와 함께 구덩이에 들어가 앉아 있는 것을 발견하고, 알루데시아와 누가 먼저인가 내기하듯이 빠른 속도로 달려내려왔다.


" 주인님~ "/두르나


" 냥~ "/알루데시아


두르나의 손에는 파피루스와 양피지 두루말이 묶음들이 들어 있는 스크롤 통 몆개가 들려 있었는데, 슈발츠의 부재시에 다른 노예들이 벌였던 임무들에 대한 보고서 검토를 막 다 마친 참이었다. 그중에서 슈발츠의 결재를 요하는 것들을 간추려서 가져오는 것은 노예장인 그녀의 임무였다.


두 노예의 머리를 교대로 쓰다듬어 준 후, 플로라가 두명에게 말없이 삽을 건네는 동안 슈발츠는 두루말이 통들을 개봉해 내용물들을 읽기 시작했다.


" 으음, 차원도시 유니온에 거점을 마련하고 싶다라... "


다른 서류들도 모두 중요한 것이었지만, 와우킨의 보고서는 최근 석달간의 슈발츠의 재산 운용에 관한 보고서였다. 그녀는 그의 재산을 운용하는데 있어서 상당한 만큼의 재량권은 인정받고 있었지만, 그래도 보고를 하는 것이 훨씬 더 안심이 되는지 모든 사항에 대해 시시콜콜히 사후결재를 청하고 있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그녀는 최근 머케인이라는 종족이 운영하는 준 차원 도시 유니온(Union)의 부동산에 투자를 하고 있는데, 이것은 아주 고수익이 나는 사업이라기 보다는 슈발츠의 새로운 거점을 확보하려는 정책의 일환이었다. 언젠가 슈발츠가 자신의 차원 말고 별장 같은 것을 가지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말한 적이 있는데, 그녀가 그것을 잊지 않고 기억해 두었던 것이다.


차원 도시 유니온은 거대한 차원적 시장이다. 전 우주에서 상품과 인간(이 경우 인간 종족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지성을 가지고 거래를 하는 생물 전체)들이 드나들기 때문에 이곳의 부동산들은 우주에서 가장 비싼 축에 속한다. 그래서 시장 외곽에 위치한 농장 딸린 저택에 대한 투자금과 시장의 점포에 대한 준비 작업에 쓰인 금액들은 보통의 부자들이라면 눈이 튀어나올만한 액수였지만, 슈발츠에게는 아니었다.


슈발츠는 즉시로 텔레파시로 와우킨을 호출해서, 하고싶은 만큼 해 보라고 했다. 와우킨의 상재는 우주에서 가장 믿을만 하고, 손해를 좀 보더라도 그의 노예가 쓴 돈이다. 아까울 리가 없었다. 그가 황송해하는 와우킨과 텔레파시 교신을 끊고 자리를 털고 일어났을 무렵, 구덩이는 상당히 넓어져 있었고, 두르나가 바닥에 엎드린 채 무언가와 한창 씨름 중이었다.


" 무슨 일이야? "/슈발츠


" 쉿... 두르나 언니가 뭔가 장치 같은걸 찾았데요. "/플로라


가만히 다가가서 내려다보니, 두르나가 찾아낸 것은 금속 판 사이에 난 작은 틈이었다. 그리고 극히 작은 원형 구멍 하나가 그 틈 옆에 있었고, 그녀는 머리털만큼 가는 철사를 이용해서 그 구멍 안을 이리저리 후벼 보는 중이었다.


달칵!...


한참을 조심스럽게 철사를 조작한 끝에, 마침내 무언가 금속성의 소음이 울렸다. 해냈다는 느낌으로 두르나가 만세 포즈를 취하는 동안(그리고 다른 노예들이 그에 호응하는 동안) 슈발츠는 그녀의 발 아래의 바닥으로부터 미세한 진동을 느꼈다. 아무 말 없이 그는 두르나와 플로라를 양 팔로 껴안고 잡아당겼다.


퍼엉!!!


바로 다음 순간 엄청난 연기와 굉음을 동반한 충격파가 터져나오면서, 방금 전까지 두르나가 딛고 서 있던 금속 판이 허공으로 날아갔다. 상당한 속도였다.


" 우왓!... "


푸쉬쉬쉬...


드러난 것은 슈발츠로써는 생전 처음보는 이질적인 광경으로, 뭐라고 말로 정확하게 표현하기 힘들었다. 굳이 묘사를 하자면 시커먼 금속 구덩이 속에 수많은 다양한 크기의 발광체들과 금속 도관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모양새로, 마치 무저갱 바닥의 모습 같았다. 다양한 색으로 깜박이는 빛들은 일견 현란해보이기까지 했고, 금속 도관들은 틈 하나 없이 빽빽하게 채워진 채 여러 가닥이 한데 모여 일정한 흐름을 이루고 있었다. 곧 그는 이것이 일종의 마법적인 장치임을 깨달았지만, 그것은 그가 아는 어떤 다른 마법 체계와도 그 구성이 다른 이질적인 것이었다.


우르릉!...


" 우엇!... "


차근차근 도관들을 이리저리 조작해 보던 중에, 멀리서 굉음이 울렸다. 노예들이 휘청거리고, 알루데시아가 놀라서 주저않았을 만큼 강한 진동이 그 뒤를 따랐다. 그리고 곧이어 이쓰미라가 달려왔다.


" 주인님, 저 쪽에서 뭔가가 솟아 올랐어요! "


구덩이를 나왔을 때, 슈발츠는 그와 루쥬 팬더호에서 대각선으로 비스듬히 두배 쯤 되는 거리에 새로 생겨난 삼각 뿔 모양의 구조체를 확인할 수 있었다. 모래 사이에서 하얀 금속성 광채를 내뿜는 그것은 일종의 입구처럼 보였다.


그 삼각뿔 모양의 구조체는 과연 입구였으나, 일리시드들의 정신파적 기예만이 그 열쇠가 될 수 있었다. 그것은 알려진 어떤 마법이 아니라, 순수한 정신적인 활동이 물리적인 간섭 현상을 일으키는 것일 뿐이었다. 아마 슈발츠가 아이올라움을 쓰러뜨리지 않았다면, 그리고 그 와중에 고대 일리시드들의 지식을 텔레파시로 전수받지 못했다면, 그는 결코 눈앞의 수수께끼를 풀지 못했을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삼각 뿔 모양의 구조체 앞에 다가가자마자 슈발츠는 강력한 텔레파시적 공명을 겪게 되었다. 그는 곧바로 그것이 일리시드적인 일종의 [정신 검색]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 공명은 같은 종류의 정신파적 공명을 만나야만 반응하는 것이다. 슈발츠는 곧바로 일리시드들의 방식을 떠올리고 그의 정신을 집중해 일리시드의 정신파 패턴에 맞추었다. 그의 정신파에서 일치된 패턴을 찾자 마자, 눈앞의 금속 삼각뿔은 소리없이 꽃이 피듯이 그 꼭대기에서부터 나뉘어져 펼쳐졌다. 그리고 눈앞에는 상당히 빈약한 조명이 비티는 시커먼 삼각형의 통로가 그를 기다리는 듯이 드러났다.


" 이건 일리시드들의 유적인가보군. "/슈발츠


" 방금 뭔가 머리가 어찔어찔 햇어요. "/플로라


" 응, 나는 아무것도 못느꼈는데?... "/두르나


슈발츠는 아무말 없이 두르나가 목에 걸고 있는 노예용 쵸커를 지적해 보였다. 플로라는 (갑갑하다며)그것을 착용하고 있지 않았던 것이다. 만약을 대비해 그녀에게도 쵸커를 채워준 후, 슈발츠는 노예들보다 먼저 통로 안으로 들어갔다.


재질을 알 수 없는 금속 판들로 이뤄진 그 [동굴]의 내부는 무척 느슨하기는 했지만 아스트랄 차원의 편재 중력과는 전혀 상관없이 [바닥]이 설정되어 있었다. 그래서 뛰어들자 마자 슈발츠의 발은 바닥을 딛게 되었다. 그리고 그가 발을 딛자 마자 눈앞이 환해졌다. 물론 지상의 그것만큼의 조명은 아니었지만 저광시야를 가진 자라면 충분히 대낮같이 밝다고 할만한 조명이 천정으로부터 갑자기 [쏟아졌던]것이다. 굉장한 마법기술이라고 생각하며, 슈발츠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일직선의 길만이 쭉 펼쳐진 채, 다른 통로는 없었다. 슈발츠는 함정이 없는지 살펴보았지만, 그런 것은 보이지 않았다. 다만 중간 중간 일리시드 정신파가 공명하는 공간이 있었다.


부우웅...


슈발츠가 말다른 곳으로 보이는 복도 끝에 다다랐을 때, 벌의 날갯짓 소리와 비슷한 낮은 음향과 함께 눈앞의 벽이 움직였다. 그리고 드러난 것은 하나의 커다란 금속 방이었다.


광장이라고 표현해도 좋을 정도로 거대한 크기의 그 정육면체의 방은, 지나온 복도보다 조명이 더 밝았고(물론 슈발츠가 발을 들이자 마자 조명이 켜졌다), 천정과 벽, 바닥까지 모두 복도와 똑같은 재질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리고 거기서부터 또 다른 곳으로 향하는 문 같은 것들이 몆개나 보였다. 모든 문 위에는 붉은 글씨로 일리시드 단어가 쓰여져 있었으나, 슈발츠는 그 단어 중 대부분을 읽을 수가 없었다. 마법적인 문장이 아니었고, 너무나 이질적인 개념을 내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가 읽어낸 단어는 [통제실] [창고] [무기고]같은 단편적인 단어 뿐이었다.


슈발츠는 먼저 창고부터 살펴보기로 했다. 역시 정신적인 검색을 거친 후, 창고로 향한 문이 소리없이 열렸다. 그 문은 전혀 소리를 내지 않고 움직이며 벽 안으로 사라지는 것 처럼 보였기 때문에, 슈발츠의 마음 속으로 일리시드들의 기술에 대한 경탄이 일었다. 그러나 창고는 거의 텅 비어 있었고, 또한 반쯤은 부서져 하얀 모래에 파묻혀 있었다. 그가 찾은 유일한 것은 상자임이 거의 확실한 하나의 금속 입방체였는데, 처음에는 어떻게 여는지 한참을 고심해야 했다. 마침내 상자의 한 귀퉁이를 누르면 열린다는 사실을 발견했을 때는 플로라와 두르나가 함께 박수를 쳤을 정도였다.


찰칵!...


뚜껑이 열렸을 때 나온 것은 마법봉처럼 보이는 은색의 금속 막대기 하나와(한쪽이 긴 ㄱ자 모양으로 구부러져 있었다) 팔에 착용하는 것 처럼 보이는 한쌍의 원통형 보호대였다. 슈발츠는 당장에는 그것이 무엇인지 알아낼 수가 없었기 때문에, 나중에 젤로나에게 보이기로 했다. 무기고는 부서지지는 않았지만 거의 텅텅 비어 있는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슈발츠는 바닥에 흩어진 상자의 잔해 사이에서 꽤 훌륭한 금속제 지팡이 하나를 찾았다. 그 지팡이는 생긴것이 좀 특이했는데, 지팡이의 중간에서 한쪽으로 조금 치우친 자리에 젤로나의 [단총]처럼 방아쇠 모양의 작은 누름쇠 같은 것이 달려 있었다.


두군데를 돌아본 슈발츠가 다음에 들른 곳은 통제실이었다. 그곳은 거의 조명이 비치지 않는 어두운 곳이었다. 그리고 시커먼 벽에 그가 다가가자 마자, 갑자기 벽 전체가 환하게 밝아지며 바깥의 풍경이 비쳤다. 그리고 현란한 작은 광점들이 그를 중심으로 사방에서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슈발츠가 이것이 일종의 [조종 장치]라는 사실을 깨닫는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의 움직임에 광점들이 반응했기 때문이다.


" 아무래도 우리는 거대한 배에 타고 있는 모양이야. "/슈발츠


" 네에? "/두르나


그가 신기해 하는 동안, 두르나가 한발짝 슈발츠의 곁으로 다가왔다. 그러자 곧바로 붉은 색의 등불이 점멸하며 일리시드 문자가 스쳐 지나갔다. [침입자 경보]라는 뜻이었다.


" 두르나, 뒤로! "/슈발츠


" 네? "/두르나


위이잉~... 치치치치....


바로 다음 순간, 두르나가 서 있던 자리로 붉은 광선들이 몆개나 퍼부어졌다. 금속 바닥이 순식간에 녹아서 타올랐다. 슈발츠가 재빨리 밀치지 않았다면, 두르나는 그 붉은 광선에 맞아 통구이 신세가 되었을 것이었다.


" 흐에엑? "


바닥에 나동그라진 두르나가 놀라는 사이에, 통제실의 사면 벽에서 팔다리가 긴 인간형의 골렘이 모습을 드러냈다. 슈발츠는 그것이 일리시드들의 골렘이라고 추정했지만, 사실은 훨씬 더 기계적으로 복잡한 자동 장치의 일종이었다. 그것들은 일제히 팔다리를 사용해 두르나를 공격해 오기 시작했다. 슈발츠는 불현듯 비코니아가 떠올랐다.


카가각!!...


처음 달려드는 검은 고렘의 공격을 두르나가 피해내면서 정신없이 뒷걸음질을 치는데, 그녀의 등 뒤에서 그때까지 열려 있던 문이 닫겼다. 슈발츠는 일리시드 장치를 조작해 골렘들을 멈춰 보려고 했지만, 그것이 여의치 않자 조종 장치에서 뛰어내려 직접 골렘들의 앞을 막아섰다. 플로라와 알루데시아까지 가세해서 골렘과 전투를 시작했다.


카캉!!!...


" 아악!... 이건 대체?... "


두르나가 가장 가까운 고렘의 품 안으로 뛰어들어 자랑하는 레이피어로 찔렀을 때, 그것의 표면은 불꽃을 튀겨 올렸을 뿐이었다. 오히려 그녀는 반발력 때문에  하마터면 레이피어를 놓칠 뻔 했다. 플로라의 지팡이 역시 비슷했고, 알루데시아의 글레이브도 간단하게 튕겨 나갔다. 슈발츠는 빛의 칼을 꺼내 휘둘렀다.


우우웅!...


그것은 효과가 있었다. 빛의 선이 화려하게 춤추며, 고렘들의 팔다리가 무우 썰리듯이 썰려 나갔다. 하지만 그 고렘들은 팔다리가 썰려 나간 상황에서까지 한동안 각각 따로 움직였다. 완전히 [다질] 정도까지 칼을 휘둘러서야, 상황은 진정될 수 있었다.


" 질기군. "


소리는 없었지만, 텔레파시 형식의 [붉은] 경보가 울리는 것은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곧바로 들어온 곳과는 다른 방향의 벽이 열리기 시작하더니, 방금같은 고렘들이 계속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했다. 무기가 통하지 않으니 별 수 없다. 슈발츠는 지체없이 노예들에게 퇴각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 주인님!" /플로라


" 뒤로! "/슈발츠


슈발츠는 지체없이 칼을 휘둘러 들어온 방향의 문을 두조각으로 자른 후 걷어차서 문을 만들었다. 그는 노예들을 먼저 보내고 자신도 통로로 뛰어든 후, 노예들이 먼저 질서 정연하게 탈출하는 것을 보면서 몆번이나 뒤를 살피고 나서야 일행 중 가장 마지막으로 외부 통로에 발을 디뎠다. 하지만 외부 통로의 끝에 닿았을 무렵, 우르나는 맞은편에서 달려오는 라빈과 샨달라 자매 일행과 마주쳤다.


" 주인님, 큰일났어요! "


라빈과 샨달라 자매들은 이제 정식 노예라 위급할 때는 슈발츠를 텔레파시로 부를 수 있었지만, 주인님인 그의 기분을 거스르는 것이 너무나 무서운 나머지 다른 노예들처럼 [감히] 그를 호출하는 일은 하지 못했다. 목숨이 경각에 달린 일이 아니라면 아마도 절대 하지 않을 것이다. 아무튼 그 덕분에 슈발츠는 자신의 루쥬 팬더호가 난데없이 어디선가 쏘아진 [거의 보이지 않는 옅은 붉은 색의]광선에 맞아 두동강이 났다는 소식을 라빈의 육성을 통해 전해들을 수 있었다.


" 난감하군. "


뒤에는 은색의 고렘 군단, 밖으로 나가면 배를 한순간에 두동강 내 버리는 정체불명의 광선이라, 사실 슈발츠는 [광선]에 대해서는 어느정도 자신이 있었지만 배를 한번에 잘라버릴 정도의 위력에, [빛]이 거의 없다면 광선 말고 뭔가 다른것도 관계되어 있을 가능성도 있었다. 무턱대고 자신의 선천적인 능력을 믿고 나갔다가 잘 익은 닭꼬지 신세가 되면 그 얼마나 위험하기 그지없는 망신이겠는가. 일단 슈발츠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쪽 보다는 직접 볼 수 있는 적을 택했다.


슈발츠는 자신의 잡낭에 예비로 가지고 다니는 활을 다섯 개 꺼내서, 화살 한 꾸러미 씩과 함께 각각 알루데시아와 라빈들에게 나누어 주었다(두르나는 자기활이 있었다). 그녀들에게 지원사격을 담당시켜 놓은 후, 다시 빛의 칼을 양손에서 뽑아내 들고 통로로 돌아갔다. 아니나 다를까, 거의 백여기의 고렘들이 막 슈발츠가 나온 통로 입구 앞에 모여들고 있었다. 정면 돌파하기로 하고, 슈발츠는 아직 가보지 않은 통로를 목표로 잡았다.


차앗!...


부우웅!...


슈발츠가 빛의 칼을 한계까지 꺼내어 뽑아 크게 휘두르고 나니, 벽에는 휘두른 궤적에 따라 검게 탄 선이 달리고 고렘들은 허리나 가슴께로부터 두동강이 나서 바닥에 나뒹굴었다. 그것만으로 활동이 멎은 것은 아니었지만 두르나들이 슈발츠를 따라 달리는 것이 방해받지 않을 정도는 되었다. 다시 문을 자르고 발로 걷어차버린 다음, 슈발츠는 통로 내부에 적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이번에도 다른 노예들이 모두 들어가기까지 기다린 후에야 마지막으로 통로에 발을 디뎠다.


" 주인님, 통로가! "/두르나


" 그 광선이에요! "/라빈


노예들을 앞장세운지 몆초 지나지도 않아서 두르나의 다급한 외침에 돌아보니 통로 끄트머리의 벽에서부터 하얗게 작렬하는 광선이 발사되고 있었다. 그것은 한쪽 벽에서 나와서 다른 쪽 벽으로 들어가는듯 했는데, 마치 장애물 경기에 쓰는 장애물 같아 보였지만  훨씬 더 날카롭고 위험해 보였으며, 이쪽으로 빠른 속도로 다가오고 있었다. 달리 피할 곳이 없었으므로, 슈발츠는 지체없이 일행의 선두였던 두르나의 어께를 붙잡고 그녀의 앞으로 나선 후 자신의 빛의 칼을 휘둘렀다.


퍄지짓!!!


빛의 칼과 광선이 접촉하자 마자 슈발츠의 피부 표면으로 눈에 보일 정도의 작은 번개들이 흘렀고 그 다음 벽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면서 광선이 사라졌다.  뭘 어떻게 했는지 몰라도 투명한 광선의 정체는 순수한 에너지에 더해진 강렬한 전격이었던 것이다. 아까 그냥 걸어 나갔다면 정말로 구운 뱀고기 신세가 되었을 것이었다고 생각하며 슈발츠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 주인님! "


슈발츠가 돌아서서 씨익 웃는 찰나, 두르나의 외침과 손가락질에 뒤돌아 본 곳에서는 다시 광선의 장애물이 생성되어 있었다. 게다가 이번에는 빛의 선이 두개로 늘어 있었다. 그는 순간적으로 판단했다. 다시 빛의 칼로 맞선다 해도 서너개로 늘지 말라는 보장은 없으니, 광선의 출처를 찾아내 부숴야 한다.


쿠웅!!


곧바로 슈발츠는 손가락을 세워 벽에 찔러 넣었다. 광선이 [흐르는]통로와 나란히 생긴 틈 안으로 찔러 넣은 것이다. 두꺼운 금속 판이 종잇장처럼 찢어지고, 다시 슈발츠의 피부 위로 강렬한 전격이 타고 흐르며, 순간적으로 통로의 조명이 깜박거렸다. 그리고 막 눈앞에까지 와 있던 광선 장애물도 멈칫하며 같이 깜박였다. 옳지, 이것이다. 슈발츠는 찔러넣은 손에서 빛의 칼을 뽑아내서는 마구잡이로 휘둘러 베어냈다.


우드드득!!


통로의 조명이 꺼지는 순간, 슈발츠는 집어넣었던 손을 뽑아 냈다. 그냥 뽑아낸 것은 아니고, 그의 손에는 뜯어낸 벽의 조각과 그 안에 들어있던 이상한 금속제 관들의 파편들이 들려 있었다. 또한 금속이 아닌 [관]의 조각도 있었는데, 그것은 일종의 [내장]같은 느낌을 주는 재질이었다.뒤에서 골렘들이 쫒아오는 것을 보고 샨달라 자매들이 경고의 외침을 올리는 동안(그녀들은 신성마법을 써서 그 고렘들을 잠시 멈칫하게 했다), 슈발츠는 다시 문짝을 부쉈다.


" 흠, 여기는?... "


들어온 곳은 철핏보아 한쪽 면이 아스트랄계를 향해 트린 거대한 창고 같아 보이는 곳이었다. 슈발츠는 곧바로 이것이 일종의 선착장 비슷한 것임을 깨달았다. 그 [창고]의 한쪽에, 두꺼운 방패 모양의 하얀 [배]가 대어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모양은 슈발츠에게 낮익은 것이었다. 물론 그의 기억이 아니라, 일리시드들로부터 이어받은 지식에서 친숙한 것이다. 그것은 일리시드들에게 있어서도 아득한 고대의 지식이었다.


" 일리시드들의 스팰재머 쉽인가 보군. "


 커다란 카이트실드처럼 생긴 그 배의 입구는 방패를 세운다면 위쪽 중앙에 있었다. 다시 정신파 공명이 이어진 후, 슈발츠는 그 입구를 열 수 있었다. 그리고 슈발츠는 텔레파시 경고로 뭔가 임박해오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 어서! "


노예들을 모두 배에 태우고 나서, 슈발츠는 [조종실]로 달려갔다. 슈발츠가 다가가자 마자 그의 주변에 빛나는 점과 선으로 이뤄진 벽이 떠오르며 각종 정보를 보내 오기 시작했다. 그것은 역시 아까 [통제실]에서 보았던 것과 같은 구조였다. 물론 조작 자체는 훨씬 간단했지만. 슈발츠는 몆초 지나지 않아서 그 배를 태어날때부터 다루는 연습을 했던 것 마냥 능숙하게 몰 수 있었다.


부우웅!...


[선착장]을 나와서 최고 속도로 아스트랄계의 허공으로 달아난지 몆초 지나지 않아, 거대한 진동이 배를 덮쳤다.


" 꺄악!... "/델로나


" 꺄아악!... "/라빈


노예들이 마치 통 속에 넣고 흔든 주사위처럼 쓰러져 뒹구는 동안 슈발츠도 중심을 잡긴 했지만 휘청거렸다. 그가 뒤를 돌아보자 투명한 장막이 눈앞에 펼쳐 지며 배 뒤쪽의 풍경을 비추었는데, 일리시드의 배 전체가 불타 오르며 산산조각으로 쪼개지고 있었다. . 무언가 자폭장치 같은 것이 작동되었던 모양이다. 저런데 휘말리면 그 자신이라도 작은 낭패 정도로 끝나진 못할 것이라 생각하면서 슈발츠는 다시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후기-


바이오하자드 1편과 스타워즈와 인디아나 존스를 생각하며 썼습니다만, 역시 글은 영상의 박력에 비하면 한참 미치지 못하는군요 OTL...


아니 그냥 내가 글쏨씨가 없는것 같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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