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황(恐皇) 4부 <신들의 황혼> Part 1_2편. > 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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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황(恐皇) 4부 <신들의 황혼> Part 1_2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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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과 은행업을 통해 천문학적인 부자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의 재산을 모으게 된 슈발츠. DR 1378년 무렵, 그의 개인 금고의 일시불 능력은 40만 두아트(즉 40만 GP)에 달해 있었다. 우리돈으로 치자면 400억으로, 인플레가 거의 없는 이 세계의 상황을 고려할 때 실질적인 구매력은 다시 그의 20배 정도에 해당하는 금액이고, 그것만으로도 어지간한 작은 국가의 예산과 맞먹었다. 게다가 이 액수에는 그가 경영하는 은행의 예금이나, 내해에 산재해 있는 그의 소유인 부동산들(주로 해적군도의 섬들)과 개인들에게 융자된 현금들(이자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상단 소유의 다른 유동자산들은 고려되지 않은 순수한 현금 지불 능력만을 계산한 것이었다.(또한 그나 그의 휘하의 노예가 소유한 강력한 마법물품들의 가치도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


이만한 재력은 필연적으로 강력한 권력을 끌어당기기 마련이었다. 그와 직접적으로 선이 닿는 내해 전역의 군주과 귀족들은 물론이오, 멀리 로드 얼라이언스에서까지 슈발츠에게 관심을 보이고 접근해 왔다. 특히 로드 얼라이언스의 경우 슈발츠가 하퍼와 긴밀하게 협조한 전력이 있는 선한 영웅이라고 알려져 있었기 때문에 더욱 더 친근하게 접근하는 경향이 있었다. DR 1378년에는 로드 얼라이언스의 대사가 전용 대사관까지 갖추고 칼라디나 성에 상주하게 되었으니, 비록 왕을 자칭하진 않았지만 그것만으로도 이미 슈발츠는 사실상의 군주급 대접을 받고 있는 것이었다.


DR 1378년의 슈발츠 상단은 워터딥이나 네버윈터에도 차원문을 가진 지부를 열고 있었고, 그곳의 군주들은 슈발츠의 은행에 계좌를 열고 있었다. 게다가 대부분은 마이너스 통장이었다. 또한 저 아글라론드의 마녀 여왕인 심불까지도 슈발츠의 은행 고객이 되었는데, 그녀의 마이너스 잔고는 장난이 아니었지만 슈발츠는 그녀의 이자율을 통상보다 낮게 적용해 주었다. 무엇보다 마른하늘의 날벼락을 피하기 위해서였음은 따로 언급할 필요가 없었다.


사실, 슈발츠의 로드 얼라이언스 군주들에 대한 [융자]는 상당히 대담한 행동이었다. 그들과 반대 입장에 선 자들의 맹렬한 적의를 끌어들이기 때문이다.


우습게도 그 자신은 전혀 선하지 않았지만, 그는 선한 자들이 우세한 세계가 보다 더 낫다고 생각했고 그것을 위해 투자하는 것에 인색하지 않았다. 그의 사업은 선하고 신용할 만한 자들과 함께할 때 더 이득이 남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의 정략은 선한 군주들이나 영웅들에게는 그가 선한 영웅이라서 그렇다는 방향으로 받아들여졌다. 사람은 언제나 보고 싶은 것만을 보는 일면이 있었으니까. 슈발츠는 그것이 그들의 어리석음 때문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았고, 그들을 탓할 마음도 없었다. 다만 그들의 [신성한 임무]와는 되도록 관련되지 않도록 신중하게 처신할 뿐이었다.


그렇다고 [악의 세력]과도 절연한 것은 아니었다. 까마귀 요새에 웅거하고 있는(그리고 결국은 젠틸 킵을 회복하는데 성공한) 젠타림의 잔당과는 여전히 적대하고 있었지만, 폭군이 통치한다는 평을 받고 있는 월해 인근의 여러 도시국가들의 군주들에게도 개인적인 융자 관계를 맺고 있었고, 슈발츠의 상단의 두 거점인 펀칼라와 칼라디나엔 유명한 태이의 조계지가 있었다. 칼라디나는 내해에서 유일하게 아글라론드와 태이의 상선이 동시에 기항하는 곳이었다. 컬트 오브 드래곤 교단도 슈발츠 상단의 주 고객이었고, 그밖에 평이 좀 안좋은 편인 아이언 스론 등과도 우호적인 통상관계에 있었다. [어디까지나 비즈니스]라고 선을 그어 둔 채로, 슈발츠는 자신의 이익에 철저하게 충실했다.


드로우 태생이라는 점 때문에기도 하지만, 슈발츠는 정보 수집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결코 소홀하지 않았다. 칼라디나를 비롯해 그가 새운 신항들에는 내해를 비롯한 세계 각국의 도둑과 암살자 길드들이 침을 흘릴 만한 부유한 도시였지만, 강력한 길드의 지부들은 결코 세워지지 못했다. 저 새도우 시프들 조차 첩자를 침투시키는데 실패했을 정도로 그의 정보망은 탄탄하게 구축된 편이었는데, 슈발츠 자신이 정보 수집을 위한 체계를 구축하는데 상당한 심혈을 기울인 덕이었다.


펀칼라와 칼라디나에는 도둑의 수호신인 마스크의 사원이 당당히 세워져 있었고, 그 신전과 제휴하는 소소한 도둑길드들이 있었다. 원래부터 해적들과 제휴하고 있던 장물아비겸 정보업자들이나 좀도둑들이 뭉쳐서 만들어진 이 도둑길드들은 (자신들의 생존과도 직결된 문제였기에) 외부의 강력한 길드들에 대항해 공동전선을 펼쳤다. 물론 쉽지 않았지만, 그들은 성공적으로 자립할 수 있었다. 이들이 이런 공동전선을 펼치는데 들어가는 물질적인 소모를 어느 정도까지 뒷받침해 준 슈발츠 덕이었다.


마스크의 사원을 공인받은 상태로 사원을 중심으로 한 영업을 인정받고(너무 큰 소동을 벌이지 않는 한), 게다가 종종 금전적인 지원도 기대할 수 있었다. 이들이 군도에서의 슈발츠의 정보망 겸 대 스파이 방벽이 되어준 것은 당연한 교환이었다.


군도 외부의 지역에서는 방법이 좀 달라진다. 이 경우엔 각지에 흩어져 있는 상단 지부의 책임자들이 정보 수집의 책임자가 되었는데, 그들은 자신의 책임 지역에서의 슈발츠 상단의[대사]격이기도 했다. 실제로 알루시아는 터스크 방면의 지부의 총 책임자로 터스크 고위 인사들과도 상당한 인맥을 쌓고 있었고, 데일랜드의 총 책임자의 플로라도 데일과 코르만도르 내에서 슈발츠 상단의 [얼굴]로 활약하면서 상거래 뿐 아니라 그에 연관된 고급 정보들을 취급했다.


이들 외에도 각 상단 지부의 지부장들이 현지에서 보내 온 정보와, 칼라디나와 펀칼라에 기항하는 상인들이 가져다주는 소문들이 슈발츠의 외부 정보원이었다. 극히 비밀스러온 조직들의 내부 정정을 캐려 하지 않는 이상, 이 정보들을 모자이크처럼 짜맞추어 분석하기만 해도 각지의 정정을 꽤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었다. 이를테면 올해 재건된 젠틀 킵에서 목재를 대량으로 구입하고 조선공들을 좋은 보수를 주고 초빙했다면, 내년은 젠타림의 해군이 증강될 것이다라는 예측이 가능할 것이다. 그리고 이런 예측이 가능하면 선수를 치는 대응도 가능하다.


또한 전통적인 방식인 마법적인 수단도 물론 갖추고 있었다. 수정구 투시를 비롯한 강력한 예지술이 그것이다. 하지만 슈발츠는 마법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입장이면서도 마법에 의지하는 일은 꺼렸다. 그는 어디까지나 비마법적인 수단이 더이상 소용없을 때라야 비로소 마법의 도움을 받는 것을 선택하는 편이었는데 스파이 조직을 구축하는 것이나 소문을 종합하는 것과 달리, 마법은 그것을 파악할 수 있는 보다 강력한 존재들의 주의를 끌 수 있기 때문이었다. 편리하지만 거기에 따르는 위험요소도 무시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이런 [선수를 치는]정보전 시스템을 구축하는데는 물론 수년이 걸렸다. 칼라디나의 스파이 조직망이 슈발츠의 완전한 통제 하에 들어온 것은 DR 1379년 말의 일이었지만, 그전부터 슈발츠의 정보망은 훌륭하게 제 역할을 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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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력과 다른 여러 강력한 군주국가들과의 관계맺음을 통해, 슈발츠는 사실상의 군주를 자처할 정도의 세력을 보유하게 되었다. 수천명의 사병들이 그의 명령에 따라 움직였고, 그의 함대는 내해의 대부분을 제압하고 있었으며, 해적 군도의 주민들은 그 누구도 아닌 그에게만 충성을 바쳤다. 이정도가 되면 어지간한 소국의 군주 정도는 가볍게 눈아래 볼 정도의 세력인 것이다.


이런데도 슈발츠는 공적인(즉, 정치적인)지위를 자처하는데에 있어서는 신중했다. 사실상 그의 상단은 국가나 다름 없었지만, 여전히 그는 정치적이고 공적인 일은 다른 정치적인 동맹자들을 통해 해결하는 방식을 선호했다. 겸손한 정책이라는 평을 들었지만, 무엇보다 그는 자신의 상단이 정치 세력이 되면 필연적으로 벌어질 다른 정치세력들 끼리의 아귀다툼에 휘말리는 것을 꺼렸다. 장사에 안좋았을 뿐더러, 그런 식으로 세력을 낭비하는 것은 그의 스타일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지금까지는 명목상으로도 [상단]으로 남아 있었기 때문에 양쪽과 장사를 할 여지가 남아 있었고, 장사를 할 여지만 남아 있다면 전면적인 충돌은 피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로드 얼라이언스에 대한 지원에서도 슈발츠는 [융자]라는 형식을 취했기 때문에 그 적들이 자신의 상단에 대해 품을 수 있는 결정적인 적대감을 피해서 그들과도 거래를 틀 수 있었다.


이를테면 [컬트 오브 드래곤] 같은 단체가 그랬다. 이 드래곤을 숭배하는 사교는 드래곤과 관련된 여러가지 민폐로 유명하지만, 슈발츠의 상단과는 내내 괜찮은 관계를 유지했다. 그것도 상당히 공공연한 거래 관계였다. 그는 이 컬트가 필요로 하는 생필품들과 문방구 따위의 소소한 물품(하지만 꼭 필요한)을 주로 거래했는데, 이에 따른 다른 선한 세력들의 비난은 슈발츠가 그들에게 한 [융자]를 상기시켜 주는 것으로 잠재울 수 있었다. 무엇보다 슈발츠가 그들에게 하고 있는 융자의 액수와, 상단과 컬트와의 거래액을 비교하면 컬트와의 거래는 사소한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컬트와 거래를 걸고 넘어지다가 융자액이 회수되면 수지타산이 맞지 않았다.


컬트는 1378년에 칼라디나에 티어매트의 성소를 세우는 허락을 받았다. 악한 드래곤들이 주로 모시는 신격이고, 컬트가 모시는 신격이기도 한 이 드래곤 여신은 좀 [헤프다]는 평을 받고 있엇지만, 칼라디나에 이미 상거래를 목적으로 거주하고 있는 컬트의 일원들을 위한 공관을 삼을 용도도 있었기 때문에 건설을 무작정 막을 수도 없었다. 그리고 컬트가 티아마트의 성소를 세우는 동안, 시내 반대편에선 바하무트의 사원도 세워졌다. 서로 적대하는 신격의 사원이 상대를 노려보는 상태가 된 것이다.


그리고 당연하지만, 시내에서의 분규는 금지되었다. 슈발츠는 그런 의미에서의 조처는 매우 엄격하고도 즉시적으로 실행하기로 유명했고 시어릭 사원에 대한 현상금 정책으로도 잘 알려져 있었기 때문에, 두 사원은 당분간 으르렁거리는 경우는 있을지언정 폭력 사태를 일으키지는 못했다. 그리고 물론, 칼라디나를 방문한 제3자들은 그런 상태를 보고 신기해하면서도 즐거워했다.


이 슈발츠의 균형 정책은 참으로 얄궂은 결과를 낳았다. 원래 주 신자 계층인 선한 드래곤들도 조금은 나이롱 신자처럼 바하무트를 모시는데다, 인간 신도도 거의 없다시피 했던 바하무트 신앙은 당연하게도 큰 사원도 거의 없었다. 그런데 슈발츠가 칼라디나의 중심가에 이 신의 신전을 세우자 그 신자들은 이곳을 일종의 카테드랄(cathedrale)로 받아들였다. 칼라디나가 바하무트 신앙의 중심지가 되어버렸던 것이다. 각지에서 몰려온 참배객들과 이 신기한 바하무트 사원을 보러 방문한 관광객까지 합쳐져 사원은 늘 북적였고, 또 바하무트 사원을 관광한 관광객들은 티어매트의 성소에도 몰려갔다.


슈발츠가 원래 티어매트 성소를 허가했을 때 내건 조건이 [어떤 문제도 일으키지 않는다]였기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로 그 성소도 관광객을 맞아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그런데 이건 또 컬트의 신앙과 입장을 내해의 다른 지역에 홍보하는 효과가 있었다. 갖가지 다른 군상들이 이 두 성소와 신전을 방문해 가면서, 신도가 점점 늘어갔던 것이다(대부분은 나이롱 신자였지만). 원래는 [적의 성소]를 허가한 슈발츠에 대해 원망 비슷한 감정을 가지고 있던 컬트 측에서도 비로소 군소리가 나오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역시 꼴통들은 있게 마련이다. 그리고 바하무트 신전 측이나 티어매트를 모시는 컬트 측이나 얼마나 이런 꼴통들을 제어하고 솎아내는가 하는 문제는 늘 안고 있었다(시어릭 사원의 경우는 모시는 신이 꼴통보다 더 못한 수준이기 때문에 이 문제에 있어서 유일한 예외였지만, 대신 이 교단은 그 자체로 이미 선악을 초월한 민폐였다).


티어매트와 바하무트의 사원이 세워진 지 정확히 1년만에, 한 바하무트의 열성 신도가 티어매트의 성소에 불을 지르는 사건이 벌어졌다. 물론 서로 주의깊게 감시하고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이 방화 사건은 미수에 가까운 일종의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슈발츠는 이 방화 사건을 상당히 진지하게 다루었다. 방화 사건을 일으킨 범인은 교수형에 처하고 그 사원의 성직자들에겐 근신을 [권고]한 것이었다. 이에 티어매트의 성소 측에서도 기세가 올랐지만, 바하무트 사원의 경우를 반면교사로 삼기는 커녕 이쪽도 좀 심하게 앞서 나가 버렸다. 이쪽의 열성 신도들은 보복을 한다며 무리를 이루어서 다니다가, 생필품을 사러 나와 있던 바하무트 사원의 성직 견습생을 시장 한가운데서 린치해 죽여버렸던 것이다.


티어매트 성소의 성직자들은 찬물을 뒤집어 쓴 기분이 되었다. 이미 방화 [미수]에 대해 교수형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던 슈발츠다. 그가 어떻게 나올지는 티어매트도 모를 것이었다. 그리고 그들의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문제의 살인자들은 급히 몸을 피하려 했지만, 어쨌거나 칼라디나는 섬에 세워진 도시고 견고한 성벽으로 둘러쳐져 있다. 제발 저린 티어매트 사원의 협조도 있고 해서 순식간에 한명도 남김없이 전원 체포되었다. 그 일단의 무리 중에는 컬트에서 제법 지위가 높은 고위인사의 아들도 있었지만, 슈발츠가 그런걸 따질리 만무하다. 전원 고문의 풀코스 끝에 칼라디나 성벽에 걸린 참혹한 고깃덩어리 신세가 되었다. 그리고 티어매트의 성소는, 상행위를 위한 공관으로써 기능을 남긴 나머지 기능은 정지되었다. 티어매트의 성직자들은 [정중한] 퇴거 명령을 받고 내해의 다른 도시로 향하는 배에 올라야 했다.


컬트는 이 조치에 유감을 표하긴 했지만, 모가지를 틀어쥐어진 것은 그쪽이었다. 슈발츠의 상단은 컬트가 애꿎은 민폐를 일으켜 민심을 잃지 않도록 그들에게 필요한 물품을 (공식적으로)공급해 주는 유일한 통로였기 때문이었다. 슈발츠와의 사이가 틀어지면, 그들은 다시 불법적인 루트를 통해 보급을 받을 수 밖에 없고, 기껏 내해 인근에 티어매트에 대한 좋은 인상을 심어놓았던 계획도 틀어져 버린다. 게다가 슈발츠가 컬트와 적대하는 세력에 융자를 늘리기라도 하면 더 안습이 되고, 한술 더 떠서 시어릭 교단처럼 두당 현상금 체제로 들어가면 지옥을 보게 되는 것이다. 그것만은 피해야 했다.


문제를 일으키지 않으면, 제한도 없었다. 바하무트 신전의 금제는 곧 풀렸고, 컬트가 잠잠해진 것을 확인한 후 티어매트의 성소에도 성직자가 돌아왔다. 하지만 이제 그들은 누가 주도권을 쥐고 있는지를 확실하게 알고 있었다. 그리고 전보다 더 꼴통들의 관리에 정력을 쏟게 된 것은 물론이고, 울며 겨자를 먹는 식이긴 했지만 상대에 대해서도 용인하는 태도를 공공연하게 취하게 되었다.


그 외에도, 사실 칼라디나는 종교의 도가니탕이기도 했다.


슈발츠의 이주정책에 의해 군도 전역에 정착한 드로우 주민들은 에일리스트레이(춤추는 여신, 선한 드로우의 수호자)와 베이론(드로우 남성의 수호자)의 성소를 보유하고 있었고, 다른 주민들을 위해서는 톰(성스러운 분노의 주재자)과 헬름(잠들지 않는 감시자)의 사원도 있었다. 티르(공정한 신, 불구의 신)의 사원은 재판정으로도 사용되었는데, 판관은 물론 슈발츠가 공인한 티르의 성직자였다. 특히 슈발츠는 티르의 사원의 법정으로써의 역할을 기대하고 있었기 때문에, 티르의 사원은 처음부터 법정으로 지어졌다. 특히 중요한 사건이 아닌 이상, 모든 재판은 이곳에서 이뤄지게 되었다.


그 외에 라센더(태양신)와 와우킨(상업의 여신)의 사원도 시내 중심가에 크고 호화롭게 지어져 있었다. 도적들은 항구 근처에 마스크(도적들의 수호신)의 [비밀]성소를 가지고 있었는데, 그 위치를 헬름 사원의 성직자들까지 알고 있었으니 사실 비밀도 아니었다. 조계지의 태이인들은 베인(포악과 폭군의 수호신)과 코수스(불의 신)의 성소를 가졌다. 성 밖의 숲에는 드로우 주민들과 함게 섬에 들어온 드루이드들을 위한 마엘리키(숲의 안주인)와 루루에(유니콘의 여왕), 차운티아(대지의 여신)의 성소도 있었다. 특히 이 자연에 관계된 성소들에도 슈발츠가 물심양면으로 상당한 지원을 하고 있었는데, 그곳의 드루이드들은 순전히 플로라와의 우정과 슈발츠에 대한 호의로 먼 이곳까지 와서 정착했기 때문이었다.


아 모든 사원과 성소는 자신들의 영역을 지키는 한도 내에서 슈발츠가 인정한 권리를 누리고 보호를 받았다. 적대하는 신격의 사원이 바로 인근에 있어도 그들은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마스크 사원의 성직자(겸 도적)들도 헬름의 성직자들도, 자신들의 교리를 포교할 자유는 있었지만 그것을 강요할 방종까지는 얻지 못했다. 바하무트 사원과 티어매트 성소의 분쟁의 결과는 다른 모든 신전에도 분명한 경종을 울려 주었다.[(상식과)질서가 먼저, 종교는 그 다음]이라는 슈발츠의 권고를 무시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그리고 적어도 칼라디나와 해적 군도에서는 슈발츠의 방식이 절대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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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시간을 거슬러 올라 간 DR 1377년 7월 1일. 슈발츠는 스자스 탐의 정중한 초청을 받고 태이에 있는 네크로맨시 아카데미를 방문하고 있었다. 언제나처럼 그의 [수행 비서]로는 두르나가 따르고 있었다. 그의 갤리 전용선은 어지간한 폭과 수심의 강도 거슬러 갈 능력이 되는 쾌속선이었기 때문에 태이의 외항인 에스칼란트(Escalant)가 아니라 라펜드라 강(River Lapendrar)을 거슬러 태이 마운트 남쪽에 가까운 암러틀라(Amrutlar)까지 곧바로 가서 그 도시의 선착장에 배를 정박 시켰다.


" 태이에 오신걸 환영합니다. "


선착장에서는 붉은 로브를 걸친 요염한 미인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특히 특징적인 부분은 그녀의 피부였는데, 마치 차가운 대리석 같아 보였지만 분명히 인간의 그것이었다. 그녀는 자신을 스자스 탐의 비서인 헬베티아 죠나스(Helvatia Jhonas; 딥 이마스카리 여성 뱀파이어 위 10/ 래드6)소개했다. 그녀의 몸에서 피어오르는 음 에너지의 오라를 통해서, 슈발츠는 그녀가(활력이 넘쳐 보이긴 하지만) 강력한 흡혈귀라는 사실을 어렵지 않게 간파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가 암러틀라에 도착한 것은 한낮이다. 어떻게 흡혈귀가 한낮의 태양 아래 피부를 드러내고도 멀쩡할 수 있는 것인가. 불가사의한 일이었고, 새삼 강령술의 줄키르인 스자스 탐의 놀라운 능력의 일면을 보는 것 같아 섬뜩한 느낌마저 들었다.


" 환대에 감사하오. 강령술의 줄키르께서는 안녕하시오? "/슈발츠


" 네, 그분께서 추호의 불편도 없이 모시라는 명령을 내리셨습니다. 마차가 준비되어 있으니 이쪽으로 오시지요. "/헬베티아


헬베티아는 곧바로 태이마운트에 있는 강령술의 아카데미로 슈발츠를 안내했다.


태이 산(혹은 Thay Mount). 그 검고 거대한 화산과 그 화산이 만든 광대한 용암분지는 마치 베이어터의 불타는 들판을 연상시킬 만큼 불길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헬베티아가 슈발츠 일행을 마중하기 위해 가져온 말과 마차엔 일종의 마법적인 보조가 걸려 있었기 때문에, 말 그대로[날듯이]달렸다. 암러틀라에서 출발한지 반나절도 지나지 않아 마차는 강령술의 아카데미 앞에 도착해 있었다.


" 진심으로 환영하오. 내가 스자스 탐이오. "


접견실에서 처음 만난 스자스 탐은 키가 훤칠하게 크고 잘생긴 중년의 신사였다. 헬베티아 때도 그러했지만, 슈발츠가 음 에너지의 오라가 피어오르는 흔적을 볼 수 있는 눈썰미를 갖지 못했다면 영락없이 사람좋은 중년의 학자로 착각하기 좋은 모양새였다. 슈발츠는 그의 진정한 모습을 감추고 있는 강력한 환상을 꿰뚫어 볼 수는 없었지만, 다른 여러가지 정황으로 미루어 그가 리치로 스스로를 변화시키는데 성공한 강력한 마법사라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헬베티아가 공손하게 인사를 하고 물러간 시점에서, 슈발츠는 두르나도 응접실에 남겨두고 스자스 탐의 안내에 따라 그의 서재로 안내되었다. 보이지 않는 하인이 재빨리 움직여 의자를 내 왔고, 슈발츠는 연장자에 대한 예의를 중시해서 스자스 탐이 앉은 후에 자신의 자리를 잡았다.


" 이 멀고 누추한 곳까지 직접 와 달라고 부탁을 드려서 미안하오. "/스자스 탐


" 태이는 지금까지 우리 상단의 큰 고객이었습니다. 그런 고객의 정중한 초청을 받고도 거절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지요. "/슈발츠


[누추한]이라는 단어를 들었을때 슈발츠는 하마터면 실소할 뻔 했다. 이 마법사의 거실의 화려함은 상상 이상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가 직접적으로 느끼지는 못했지만, 스자스 탐의 강력한 마법과 그 지위로 볼때 그 누추한 거실에 얼마나 엄청난 것들이 숨어있을지는 스자스 탐 본인만 알것이었다. 투명한 하인이 내 온 차가 테이블에 차려진 후, 각자 자신의 차를 한모금 마시느라 약간 뜸을 들인 다음, 다시 스자스 탐이 먼저 운을 뗐다.


" 사무적인 이야기로 내해에 이름이 떨쳐진 영웅의 시간을 허비하는 일 따위는 하지 않겠소이다. 이 늙은이가 귀하를 여기 초빙한 것은 긴급하고도 절박한 문제가 있어서요. "/스자스 탐


" 말씀하시지요. "/슈발츠


스자스 탐은 고개를 끄덕였다.


" 불운석이란 물건을 아시오? "/스자스 탐


" 들어본 바가 있긴 합니다. "/슈발츠


불운석이라는 물건은 제작법이 사라진 고대의 강력한 마법물품 중 하나였다. 그것은 마치 미쌀처럼(하지만 더 작은 범위와 낮은 위력) 그 영향력이 미치는 범위 내의 탐지술과 순간이동 계열의 마법을 차단한다. 이런 마법적인 성질 때문에 이 불운석을 구하려는 자가 많았다. 희귀하지만 유명한 마법물품이었다.


" 아실런지도 모르겠소만, 태이 곳곳은 고대 미쌀의 보호를 받고 있어서 이런 종류의 물품은 그다지 수요가 없었소이다. 헌데, 최근 변화술 아카데미에서 불운석 하나를 구했다는 이야길 듣고 내막을 염탐하기 위해 사람을 보내었는데, 이런걸 발견했소. "/스자스 탐.


스자스 탐이 품에서 손바닥만한 수정 하나를 꺼내어 테이블 위에 놓고 마력을 가하자, 그것은 테이블 위로 입체적인 영상을 떠올렸다. 슈발츠는 그 영상으로부터 그것이 수정구 탐지 같은 주문이 아니라, 누군가의 [기억]을 저장해 둔 것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영상은 군데군데 흐릿하고 진동이 심하긴 했지만, 알아보기에 그렇게까지 어렵지는 않았다. 그 영상은 어떤 지하실에 모여 있는 수백 기의 갖가지 골렘들을 비추는 것을 마지막으로 끊어졌다.


" 아시다시피, 우리 태이는 래쉬맨과 아글라론드와 그렇게 사이가 좋지는 않소. [불행한] 과거가 있었지. "/스자스 탐


슈발츠가 고개를 끄덕여 맞장구를 치는 것을 보면서, 스자스 탐은 수염을 쓰다듬으며 말을 이어 갔다.


" 하지만 그건 옛날 일이요. 우리는 과거의 실수에서 배움을 얻어 무역을 통한 상호 번영의 길을 추구하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소이다. 그런데 변화술 아카데미에서 불운석을 구하고, 저런 고렘 병단을 비밀리에 만드는 등의 움직임은 그런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가 될것이오. "/스자스 탐


" 하지만 저에게 뭘 원하시는지 모르겠군요. 전 단순한 일개 상인일 뿐... "/슈발츠


스자스 탐은 만면에 미소를 띄운채 고개를끄덕였다.


" 물론 그렇지요. 그리고 나도 그런걸 바라는게 아니라오. 이건 내가 보냈던 정탐꾼이 가져온 물증 중 하나요. "/스자스 탐


스바스 탐이 내민 것은 돌 고렘의 파편처럼 보이는 작고 얇은 바위 조각이었다. 그리고 그 조각 위엔 익숙한 문양이 하나 새겨져 있었다. 검은 태양_시어릭의 신성한 표시였다.


" 시어릭... 저들이 시어릭 교단과?... "/슈발츠


" 설명하기는 좀 어렵지만... 이건 골렘을 강화하는데 쓰는 조각이오. 아마도 그동안 우리 마법사들이 생각치 못했던 방식으로 골렘 제작에 대해 시어릭 교단의 도움을 받고 있는 모양인데... "/스자스 탐.


사실 내해 인근에서 슈발츠는 상인이기 이전에 뛰어난 전사(겸 궁사)로 알려져 있었다. 누구도 그가 마법을 사용할줄 안다는 사실을 몰랐다. 물론 그의 저택과 성에는 마법 하인이 있었지만, 그것은 엘프 공주인 젤로나나 칼라드네이의 솜씨였고 또 그렇게 알려져 있었다. 또한 그의 노예가 아니면서 그가 마법의 힘을 발휘하는 것을 본 자들은 남김없이 말살당한지 오래였고, 게다가 수정구 탐지 마법으로 슈발츠를 관측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


따라서 저 스자스 탐 조차도 슈발츠에 대한 정보는 겨우 그정도였다. 따라서 그는 슈발츠가 마법에 대한 지식은 전혀 없는줄 알고 이야기를 진행해 갔고, 결과적으로는 태이 식의 고렘 제작에 대한 비전을 쉽게 풀이해서 설명해주는 꼴이 되었다. 그리고 그 덕에, 슈발츠는 스자스 탐이 무언가 다른 꿍꿍이가 있다는 사실을 빠르게 알아차릴 수 있었다.


사실 태이의 내분에 끼어들어 정치적인 쇼를 벌이는 것은 슈발츠에게는 그다지 흥미를 끄는 바가 없었다. 이득보다 위험이 크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저 고렘 제작의 비전에 대한 상세한 정보와 시어릭 교단의 중추를 파괴할 수 있는 기회가 될지도 모른다는 요소가 슈발츠의 마음을 끌었다. 스자스 탐이 제공하는 정보를 들으면서, 슈발츠는 곧바로 젤로나와 텔레파시 통신을 나누기 시작했다.


[글쎄요, 고렘으로 이뤄진 군대라... 태이라면 못할 것도 없겠죠. 그나저나 의외네요. 스자스 탐의 강령술 아카데미는 지난 전쟁 때 누구보다 강경하게 결전을 주장했다고 알려져 있는데, 언제 무역을 주도하는 세력이 된건지...]


[시어릭과 연관된다면 아무 생각없는 전쟁광들의 위치가 바뀔 수도 있지]


[아무튼 저보고 선택하라고 하신다면, 벌써 나이가 200살이 다 되어 가는, 뱃속에 능구렁이가 수십마리는 들어앉아 있을 강령술 아카데미의 원장님 보다는 젊고 재능있는 새로운 줄키르 쪽의 손을 들어주고 싶네요]


[음, 변화술의 줄키르가 바뀌었나?]


[네, 최근에 변화술 아카데미 내부에서 문제가 생겼는데, 젊은 여교수가 새로운 학장이 되어 대학 내부의 질서를 바로잡고 새로이 줄키르 자격을 얻었다고 하더군요. 이름이 뭐라더라... 지금 당장은 기억나지 않는데, 아무튼 대단한 수완가라고 들었어요. 그녀도 래쉬맨과 화친하자는 쪽이라고 알려져 있고...]


거기까지 들은 후, 슈발츠는 다시 눈앞의 스자스 탐을 향해 주의를 돌렸다. 이 강력한 강령술사가 무엇을 심중에 숨기고 있는 것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태이에 곧 난세가 들이닥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그리고 난세란, 장사하기엔 위험하지만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시기이기도 했다.


" 그들이 시어릭 교단과 연계되어 있다면, 당연히 공개적으로 추궁을... "


짐짓 격양한 체를 하며 일어나려는 슈발츠를 스자스 탐이 손을 들어 막았다.


" 그러나 그들은 줄키르요. 귀하가 태이의 [좋은 친구]이긴 하지만 그것은 불가능할게요. "


" 그럼 어떤 방책을 가지고 계십니까? 좋은 방책이 있다면 듣겠습니다. "


스자스 탐은 고개를 끄덕였다.


" 시실리안 제국이라고 아시오?... "


시실리안 제국이란, 내해에서 서족으로 멀리 떨어진 검의 해안 지방에 있는 신흥 왕국이었다(DR 1370년 부터 1372까지). 이 제국이 다른 국가와 다른점이 있다면, 부부인 두명의 오우거 메이지가 통치(?)하고 있다는 점일 것이었다. 이름이야 거창하지만 실상은 엠(Amn)이라는 국가의 영토였던 것을 몬스터의 대군이 점거한 후, 그대로 [제국]을 자처하며 눌러앉았던 것이었다. 그리고 이들은 엠 인근의 시어릭 교도들의 지원을 받고 이런 거사를 치룰 수 있었다.


바로 그 시실리안 제국의 오우거 메이지 부부가 옛 슌(Shoon) 제국의 고렘 군단 제작에 대한 비전을 발굴해 냈고, 그것에 시어릭 교의 비전을 조합해 자신의 군대를 강화하기 위해 썼을 뿐 아니라, 얼마 되지 않는 그들의 동맹자에게도 인심 좋게 나누어 주었던(즉, 공범으로 만들었던) 것이었다. 그리고 스자스 탐의 설명에 따르면, 그 동맹자들 중에는 물론 변화술의 아카데미가 들어 있었다.


비록 시실리안 제국은 2년도 되지 않아 지도자인 오우거 메이지 부부의 사망으로 절딴이 났지만, 그들을 도운 시어릭 교단은 아직도 옛 시실리안 제국의 지하에서 암약하는 중이었다.


슈발츠는 스자스 탐의 설명을 즉시 이해했다. 전쟁을 할때 가장 좋은 방식을 직접적으로 전군을 몰아 정면 대결로 승부를 내는 것이 아니라, 최대한 전투 없이 적의 소모를 유도해 이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 후에 결전을 치르거나, 그대로 적이 전투를 회피하고 스스로 스러져 가도록 스스로를 강화하는 것이다.


태이는 거대한 나라다. 한 거대한 화산과 그 화산의 용암 분지로 이뤄진 척박한 지형이 대부분이지만, 그 국가는 우리 세계의 프랑스와 폴란드의 절반 정도를 합친 만큼의 영토를 가지고 있다. 인구도 수없이 많다. 이런 나라의 최고 권력자를 직접 공격하는 것은 슈발츠가 아무리 강력한 존재라도 자살행위에 가까운 일이었다. 따라서 슈발츠가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전략은 상대를 줄키르의 지위에서 끌어내리거나, 적어도 혼자가 된 상황을 만든 후에 처리하는 것이다. 비록 돌아가는 것이고 시간이 오래 걸리기는 하나, 그 편이 자신의 손실은 최소로, 이득은 최대로 할 수 있다. 그리고 스자스 탐은 아낌없는 지원을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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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무척 힘들군요. 야설 올리면서 이렇게 스트레스 받기는 참 처음인데 말이죠. 이래저래 정신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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