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황(恐皇) 4부 <신들의 황혼> Part 1_3편. > 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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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황(恐皇) 4부 <신들의 황혼> Part 1_3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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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 "


헬베티아는 놀랐다. 차원문이 열린 곳은 그녀가 기대하던 장소가 아니었던 것이다.


" 무슨 문제가 있소? "


슈발츠가 한걸음 앞으로 나서며 헬베티아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는 이미 헬베티아의 반응을 통해서 그녀가 차원문을 잘못된 곳으로 열었다는 것은 알았지만, 그것을 내색하진 않았다. 아마도 일종의 [사고]이리라. 그의 발 아래 그려진 소환진은 적어도 수백년은 되어 보이는 것이었다. 그것은 헬베티아가 앞서 그렸던 소환진과 그 구조가 닮아 있었다.


" 그...그것이 이상하군요. 이런 일이 한번도 없었는데.... "/헬베티아


헬베티아는 다시 마력을 연결하기 위해 주문을 영창해 보려 했지만, 그녀의 마력은 마치 물 속에 던진 모래처럼 사그라들어버렸다. 그동안 슈발츠는 자신과 노예들 간의 텔레파시 연결들을 하나 하나 점검했는데, 다행히 그것은 이상이 없었다.


" 걸어서 빠져나가야 할 듯 하군. "/슈발츠


" 뭐 그거라면 우리가 전문이죠. "/두르나


그곳은 습하고 어두운 던젼이었다. 두르나가 일행의 선두에 서고, 헬베티아가 그 다음, 그리고 마지막으로 슈발츠가 섰다. 모든 멤버가 조명을 사용할 필요가 없었던 것은 다행한 일이었다. 이런 곳에서 환한 조명을 켜고 다닌다는 것은 몬스터나 매복자에게 편리한 타겟을 만들어 주는 것과 같기 때문이었다. 대신 그만큼 느리고 조심스럽게 움직여야 햇다.


함정도 함정이었지만 그 던전에서는 움버 헐크, 해골(주로 인간), 좀비(심지어 몬스터 좀비도), 우즈, 가고일 등등 갖가지 몬스터가 수시로 일행의 앞길을 가로막았다. 그것은 슈발츠가 근자에 탐험했던 던전들 중 가장 위험하고 스릴(?)이 넘치는 곳이었다. 그리고 마법 장벽. 두르나는 정말 그랬지만, 슈발츠는 자기자신이 전사로 알려지는 편이 좋다고 생각해서 마법을 쓰는 일은 되도록이면 삼가하고 있었고, 이번에도 그랬다. 때문에 군데군데 둘러쳐진 역장의 벽은 헬베티아가 처리했다. 그녀가 주문들을 거의 다 썼을 무렵, 일행은 은은한 조명이 채워진 화려한 석실에 도착할 수 있었는데, 온통 하얀 대리석으로 치장된 그 벽에는 슈발츠가 생전 처음 보는 문자들이 상감되어 있었다.


" 묘하군... "/슈발츠


" 글쎄요, 벽의 글씨들은 마법적이진 않아요. 다 고대 촌다스 어로 쓰여져 있고 거기에 군데군데 그림문자가 들어 있는 모양이, 슌 제국의 제사장들이나 고위 귀족의 무덤 부조와 닮았군요. "/헬베티아


헬베티아의 말은 진실이었다. 슈발츠가 은근히 마력을 사용해 부조들을 훝어본 결과도 다르지 않았다. 함정도 없었다. 사방의 벽에 대한 조사를 끝마친 후 자연스럽게 일행의 시선은 석실의 한가운데로 향했다. 방 한가운데 세워진 대리석 단 위에는 거대하고 두꺼운 책이 하나 놓여 있었다. 사실 그것은 책이라기보다는 백금판으로 만들어진 거대한 사각형 상자처럼 보이긴 했지만. 그것은 일반적으로 마법사들이 주문을 기록할 때 쓰는 책보다 훨씬 더 크고 두꺼웠다. 슈발츠는 거의 본능적으로 그것이 일종의 마법책임을 알아보았고, 물론 헬베티아도 슈발츠와 마찬가지로 그 책의 마법적인 성질을 알아보았다. 그리고 당연하게도(그녀는 위저드였기 때문에 더욱 더) 흥미를 가졌다.


" 신비한 물건이군요... 사연이 있는 듯 한데... "


보통 그 성질이 파악되지 않은 마법적인 물건은 [위험, 촉수 엄금]이라고 딱지가 붙여진 것과 같다. 무슨 사고를 일으킬지 모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모든 경우에 있어서 충분히 주의깊은 취급이 요구된다. 헬베티아는 물론 그런 것에 충분한 훈련이 되어 있었지만, 그만큼 남보다 호기심과 자신감이 과하기도 했다. 그리고, 언제나 호기심이 고양이를 죽이는 법이다.


" 이... 이런 놀라운 것은 전에 본적이 없어요!... "


책장을 열어 그 내용물을 살펴보던 헬베티아는 자신도 모르게 흥분 상태에 빠져들었다. 정신을 집중하자 책의 내부 쪽인 백금판에서 글씨가 나타나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것은 그녀가 처음 보는 글자였지만, 주문의 도움을 받아 그녀는 그것을 쉽게 해독할 수 있었다. 스자스 탐의 가르침 하의 그녀조차 접근할 수 없었던 많은 강력한 주문들이 그 백금 페이지 안에 기록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녀가 마지막 페이지를 펼치자 마자, 강력한 힘이 그녀를 송두리째 붙잡고 끌어당겼다. 슈발츠와 두르나가 보는 앞에서 환희에 차 있던 헬베티아는 비명소리도 지르지 못하고 책 속으로 빨려들어가듯이 홀연히 사라져 버렸다.


" 무슨 일이 벌어진 거죠? "/두르나


" 글쎄다... "/슈발츠


슈발츠는 헬베티아가 펼친 페이지를 보았다. 그것은 그냥 평평한 백금 판에 불과했다. 하지만 정신을 집중해 보자, 백금판 위로 홀연히 글씨가 떠올랐다. 비로소 슈발츠는 책의 함정을 깨달을 수 있었는데, 정신을 집중하고 보아야만 책의 내용을 읽을 수 있고, 또한 바로 그렇기 때문에 책의 함정에도 취약해진다는 점이었다. 헬베티아를 사라지게 한 함정이 어떤 것인지는알 수 없었지만, 슈발츠는 그 책의 함정을 발동시키기 보다는 그것을 보다 안전한 곳에 가져가서 차근 차근 연구해 보기로 하고 그 책을 덮기 위해 손을 뻗었다.


하지만 그가 책의 마지막  책장에 손을 대고 들어올리자. 분명하고도 명백한 경고(슈발츠 자신이 설정해 둔 마법적인 방어책의 발동으로 인한)가 그의 마음 속에 울려 퍼졌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호박색으로 빛나는 하나의 인간 두개골이 책 위로 홀연히 떠올랐다.


" 이게 뭐지?... "/두르나


두르나가 어리둥절하는 사이, 그 해골은 빠르게 공중에서 한바퀴 선회한 후 바로 앞에 있는 슈발츠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 눈구멍에는 푸른색 보석이 눈알처럼 끼워져 있었는데, 슈발츠가 뭐라고 할 사이도 없이 그것에서 폭발적인 섬광이 뿜어져 나왔다.


[누구지? 뭐야? 누구야? 당신은? 나는? 여긴 어디지? 갇혔어, 살려줘, 무서워, 해골, 끔찍해! 비명소리, 손발, 나는 뭐지? 고문, 영원, 어둠... ]


텔레파시는 엘프어였고, 젊은 여자의 목소리였다. 이후로도 폭발적인 텔레파시의 홍수가 쏟아진 덕에, 슈발츠조차 두통을 느끼고 한걸음 뒤로 물러서야 했다. 그리고 해골이 부르짖는 초음파의 비명이 석실을 채웠다.


" 아악!... "


슈발츠는 거뜬하게 견뎌냈지만, 그 벤쉬의 통곡 소리 같은 비명에 내부가 진탕된 두르나가 입과 코에서 피를 흘리며 쓰러졌다. 그녀의 비명소리가 들리자 해골의 눈은 두르나 쪽을 향했다.


[아아, 내가 무슨 짓을!... 안돼!...미안해요!...]


슈발츠는 다시 통곡하며 비명을 지르려는 해골을 허공에서 낚아 채서 손으로 움켜쥐고 우악스러운 힘을 가해 제압했다. 해골은 격렬하게 요동치며 슈발츠의 마력을 빨아들이기 시작했지만, 슈발츠는 되려 그 해골이 받아들이기 힘들 정도로 폭발적인 주화의 힘을 발휘해 다시 한번 압도해 버렸다.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자, 그 해골이 요동치는 것이 멎었고, 슈발츠는 손을 풀었다. 막대한 양의 마력을 받아들인 해골은 어느정도 제정신을 차린 듯 했다.


[그...당신은 누구죠? 당신은 나와 동족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엘프가 아니군요! 아니 그건 아무래도 좋아요. 날, 날 구해줘요!... 이 저주받을 감옥에서 날 풀어주세요! 부탁합니다. 자비가 있다면 저의 애원을 뿌리치지 말아주세요!...]


여전히 해골에 주의를 기울인 채로, 슈발츠는 두르나의 상세를 살폈다. 입과 코에서 피를 흘리고 쓰려져 있는 두르나를 안아 일으킨 그는 그녀가 간신히 숨만 붙어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치료의 물약을 먹인 후 안아 일으켰다.


" 먼저 설명이 필요하군. 난 엘프어로 텔레파시를 외치며 떠다니는 해골이라는 것은 들어본 적도 없어서 말이지... "


비로소 자신의 처지를 알았는지, 해골은 크게 한번 공중에서 부르르 떨었다. 그리고 다시 텔레파시로 찬찬히 슈발츠의 머릿 속에 음성과 영상을 보내기 시작했다.


젤라노라(Zallanora Argentresses)라고 자신을 소개한 그 엘프(?)는 원래 초보 모험가로, 구름 절벽(Cloud Peaks)을 건너 교역하는 한 캐러반의 호위로 고용되었었다고 했다. 하지만 그녀의 일행은 그 절벽 사이로 난 길 한가운데서 신비한 집단에 의해 습격을 받았고, 그녀 자신은 허공에 떠 있는 보석으로 된 해골과 시선을 마주친 것이 마지막 기억이었다.


" ... 듣자니, 내가 지금 보고 있는 그 해골이 그 해골인듯 한데. "


[저는 모르겟어요! 이후로 어둠... 공포... 무서웠어요! 아무것도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고...]


다시 두서 없이 중얼대기 시작한 해골을 붙잡은 슈발츠는 거기에 마력을 약간 가했다. 해골은 마력을 얻으면 편안한 느낌을 받는 것인지 가만히 있었다. 아무튼 젤라노라의 사연을 듣고난 후, 슈발츠는 다시 텔레파시 연결로 젤로나를 호출했다. 이미 젤라노라의 호소를 들을 때 부터 텔레파시 연결을 통해 그 사연을 함께 듣고 있던 젤로나는 슈발츠의 명령이 없이도 그 해골과 책의 연원에 대해 찾고 있는 중이었다.


[주인님, 찾았어요. 오 맙소사, 그 책은 유니콘의 서(Tome of the Unicorns)라는 부정한 아티팩트에요! 그 해골은 아마도 슌 7세...그 이름이 저주받기를!... 아무튼 그놈이 틀림 없어요. 무슨일이 벌어진건지 자세히 알수는 없지만, 그 저주받을 놈이 죽음을 피해서 데미리치가 된 것 같군요.]/젤로나


[데미리치? 하지만 지금 내 앞에 떠 있는 해골이 부릴 줄 아는 재주라고는 생명력을 삼키는 비명을 지르는 것을 제외한다면 빛을 일으킬 정도의 소소한 마법 뿐이야.]/슈발츠


다시 해골 쪽을 돌아본 슈발츠는 그 해골을 살펴보았다. 그의 천부적인 능력은 접촉하는 상대의 주문을 빨아들일 수 있었고, 파악할 수도 있었다. 그가 처음 해골에 접해서 얻은 정보는 정확한 것이었다. 이 해골이 [기억하고 있는]주문은 오직 소소한 빛을 일으키는 주문 두개 뿐이었다. 이 해골은 데미리치일지 모르지만, 그 내용물(?)은 네크로맨시의 절정에 달해 있는 데미리치가 아니라 초보 마법사에 불과했다.


" 이봐, 젤라노라라고 했던가. "


[네, 네?]


" 무슨 일이 있어도 정신줄을 붙들고 있도록. 나는 너를 그 상태에서 구출할 수 있는 방도를 찾기 위해 책을 옮길 것이다. 무슨 일이 벌어질지 보장할만한 것은 없고, 어쩌면 다시 춥고 어두운 공간으로 되돌아가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먼저 네가 협조하지 않으면 그 이상한 해골 바가지 안에서 끄집어내기 전에 내 손으로 해골을 부수게 될거야. 그렇게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은 너에게 달렸다. "


[네... 감, 감사해요! 너무 무섭고 외로웠어요!...]


책장을 덮었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젤라노라는 여전히 허공을 배회하면서, 침착하게 자신의 새 [몸]을 통제하는 방식을 연습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슈발츠를 따라 방을 나왔다. 슈발츠는 헬베티아가 책 안에 붙잡혀 있을 것이라 추측했다.


차원문 마법은 커녕 다른 어떤 수단으로도 순간이동 류의 주문이 듣지 않는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한 후, 슈발츠는 두르나가 들고 다니던 소유의 가방(백 오브 홀딩)에 그 책을 넣었다. 그리고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그녀를 업고 그 던전을 빠져나오기 위해 길을 찾기 시작했다.


최종적으로 던전을 탈출한 것은 사흘이 지나서였다. 지상으로 나온 후 젤라노라는 자진해서 슈발츠의 잡낭 안에 들어가 숨었다. 이제 그녀는 어느 정도 데미리치 상태의 육체를 통제하는 능력을 터득하고 있었다. 비록 마법적인 능력은 초보의 그것이었지만, 그 비명소리가 생명력을 사그라뜨린다는 사실은 역시 무시무시한 능력이 아닐 수 없었고, 제정신을 찾으면서 그것을 통제할 능력을 가지게 된 것 역시도 슈발츠나 그녀 쌍방에 있어서 다행한 일이었다.


슈발츠는 그녀의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서이기도 했지만 계속 그녀의 말상대를 해 주었기 때문에, 젤라노라는 크게 기뻐했다.


데미리치 안에 갇히기 전의 젤라노라는 명랑한 성격에, 조금은 가벼운 동기로 모험을 시작했던 모양이었다. 그녀의 말에 따르면, 그녀의 인생에서의 첫 모험은 근처의 읍내로 나갔다가 알게 된 바드였던 인간 애인과 함께 집에서 가출하는 것이었다. 이후 그 경박한 남자(인간이었다)의 행동에 금새 질린 그녀는 그와 헤어지고 난 후에 엘카자(Erlkazar)의 신비 대학(Mystics" Academy)에 입학해서 겨우 수년만에 심화 도제 과정을  마쳤었다. 이후 실버리문에도 방문해 유명한 엘루스트리엘의 대학(Lady"s College)에도 입학한 모양이었지만, 그보다는 모험가의 삶이 그녀의 주의를 끌었다. 대학 재학 중에 그녀는 동료를 모았었고, 첫 일거리가 지역 캐러반의 보호를 위한 용병이 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그녀의 운명을 변화시켰고, 지금은 이상한 보석 해골 안에 갇힌 상태다. 그녀는 자신의 고향을 떠올리면서 텔레파시로 한탄했다.


던전을 나오자 차원문 마법이 작동했기 때문에, 슈발츠는 자신의 차원으로 되돌아 갈 수 있었다. 그리고 곧바로 젤라노라와 유니콘의 서는 젤로나의 실험실로 옮겨져 철저하게 분석되었다.


또한 그동안 슈발츠의 정보망은 엠을 향해 있었다. 슈발츠는 젤라노라가 단순히 데미리치 안에 갇힌 게 아니라, 모종의 원인으로 인해 영혼이 뒤바뀌었다는 가설을 세웠고, 그녀의 마지막 [실종] 지점에서부터 그녀와 영혼이 뒤바뀐 데미리치를 찾기 시작했던 것이었다. 아마도 이 책의 중요성 때문에 이 데미리치도 책을 찾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무엇보다 슌 7세는 페이룬 전체의 엘프들과 드루이드들의 증오를 한몸에 받고 있는 적이었다. 그가 유니콘의 서를 만들기 위해 저지른 짓을 들었을 때는 슈발츠 조차 오만상을 찌푸릴 정도였다. 이 추적은 젤로나나 플로라에게도 상당히 개인적인 문제가 되기 때문에, 그녀들은 직접 탐색에 나서지는 못했지만 슈발츠가 슌 7세를 찾아서 영원히 파괴해 주길 기대하면서 열의를 보였다.


헬베티아의 문제는 부수적으로 다루어졌다. 슈발츠의 예상대로 그녀가 책에 갇힌 것은 맞았지만, 책을 파괴할 경우 데미리치 상태인 젤라노라에게 어떤 문제가 생길지(젤로나의 분석결과 그녀는 책과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알 수 없었다. 책 자체는 마법에 대해서는 무적에 가까운 방어력을 자랑하고 있었고, 백금 판으로 제작되어 있어 물리적인 내구도도 뛰어났지만 슈발츠의 힘에 저항할 수 있을만한 물건은 아니었다.


젤라노라는 젤로나의 실험실에 머물렀다. 젤로나의 실험실은 그녀 자신의 마법 실험의 충격을 견딜만큼 튼튼한 구조로 지어져 있었고, 거기에서라면 젤라노라가 다시 정신을 잃고 통제 불능 상태에 빠진다고 해도 더 큰 피해 없이 감금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젤라노라는 무척 협조적이었는데, 그녀는 곧 젤로나와 죽이 맞았다. 스스로 마법사이기도 했기 때문에 그녀가 젤로나와 함께 하면서 배우는 것도 많았다.


슈발츠 자신은 슌 7세를 찾는 작업을 하다가 곧 이런 방식으로는 안되겠다고 깨달았다. 그가 찾는 마법사는 족히 천여년을 생존해 오면서 힘과 마법을 축척했을 것이고, 누구보다도 마법학에 조예가 깊은 젤로나조차 연구하면서 혀를 내두르는 [유니콘의 서]의 제작자이기도 하다. 영혼이 뒤바뀐 젤라노라로 위장해 엠의 어딘가로 숨어있더라도 찾으려고 들면 역공을 당할 가능성이 더 높은 것이다.


또한 샘비아의 예를 보아서도 그렇지만, 슈발츠는 엠 같은 상업국가에는 영향력이 적었다. 이 세계에서 상인들이란 이익을 위해 어떤 비열한 방법도 서슴없이 해치우는 족속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기득권을 가지고 있으면서 슈발츠의 방식을 받아들이는 쪽이 오히려 비정상 이었다. 또한 엠에는 보디히라는 정체불명의 뱀파이어에 의해 크게 타격을 입었다지만 새도우 시프 조직이 여전히 밤을 지배하고 있고, 슈발츠를 노골적으로 적대하는 시어릭 교단도 (거의)합법적으로 존재했다. 슈발츠의 첩자 운용은 제한받을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렇게되면 슌7세를 찾아내는 작업은 더더욱 어려워진다.


하지만 슈발츠는 곧 생각을 바꾸었다. 자신이 일부러 잘 방비되고 있는 슌 7세를 그의 아지트까지 찾아갈 필요가 없는 것이다. 아마도 유니콘의 서의 중요성 때문에, 슌 7세는 이 책을 되찾기 위해 특별한 수단을 강구해 두었을 것임이 분명했다. 그렇다면 책이 드러나게 되면 슌 7세는 그 책을 찾으러 올것이 분명했다. 안전한 자신의 아지트에서 떠나서, 슈발츠가 쳐놓은 그물 속으로 걸어들어오게 되는 것이다. 그가 생각해야 할 것은 어떤 방식으로 책을 노출시키고, 어떤 방식으로 함정을 짤 것인가 하는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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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은 상업국가다. 아니 정확히는 [부]에 따라 신분이 갈리며, 금화의 위력이 다른 모든 것을 압도하는 국가이다. 대륙의 서쪽으로 검의 해안을 따라 펼쳐져 있는 그 크고 강성한 국가는 남으로 테티르와 칼림샨을, 북으로는 발더스 게이트와 워터딥을 연결하는 교통의 요지이며, 또한 마즈티카라 불리우는 신대륙의 식민지를 경영을 통해서도 거대한 부를 벌어들이는 중이었다.


DR 1370년대 초에 벌어진 시실리안 제국 소동으로 엠의 국방력은 크게 쇠퇴했지만 남쪽 이웃인 테티르 만큼은 아니었다. 같은 바알스폰이었지만 시실리안 제국을 창업(?)하려던 오우거 메이지 부부와, 테티르 전 국토의 절반 이상을 유린하고 테티르의 정예병들을 괴멸시킨 [바알스폰 4인방]은 그 파괴력의 단위가 달랐기 때문이다. 게다가 국경을 접하고 있는 웰다쓰(테티르와 엠의 접경에 위치한 거대한 숲이다)의 도시인 설다니셀러도 이 바알스폰 사건에 휘말려 큰 피해를 입었다.


설다네셀러와 테티르에 유일한 행운이라면, [고라이온의 양자]라고만 알려진 바알스폰이 4인방을 차례로 쓰러뜨려 주었다는 점이었다. 그는 두개 국가를 여행하면서(정확히는 3개국이지만) 그 나라들의 위기를 구하는 영웅적인 위업을 이루었고, 지금은 행방이 묘연한 상태였다. 그가 칼림샨에서 모험을 하고 있다는 풍문도 들려오고 있었지만, 슈발츠의 정보망에는 알려진것이 없었다.


엠은 마법 사용이 불법이다. 허가받은 마법사용자들은 모두 카울드 위저드라는 단체에 소속되어 있거나 거의 강제로 소속을 당하거나, 아니면 막대한 돈을 내고 사용 면허를 딴 자들 뿐으로, 이 단체 자체도 거의 알려진 바가 없는 비밀주의 단체였다. 만약 젤라노라(로 가장하고 있는 슌 7세)가 아직 엠에 있다면, 그녀(?)는 이 단체에 소속되어 있을 가능성이 가장 높았다. 그리고 슌 7세의 알려진 성정(야망도 크지만, 지독하게 편집증적인 조심성을 가진)을 미루어볼때, 이 단체를 자신의 지배 하에 둘 모종의 계획을 추진해 가고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어쨌든 저 타임 오브 트러블로부터 20년도 채 안되는 세월 동안이다. 아무리 이 마법사가 능력이 있고 위험해도, 자신의 정체를 숨긴 채 비밀리에 세력을 구축하기엔 짧은 시간일 것이었다.


엠의 수도 아스카틀라는 활력이 넘치는 곳이었다. 그 도시는 규모를 제외하고는 모든 면에서 슈발츠가 세운 칼라디나와 유사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그보다 더 난잡했다. 남쪽에서부터 온 터번을 쓴 칼림샨 상인이나, 네버윈터에서도 더 북쪽으로부터 온 금발에 무뚝뚝한 표정을 가진 북부인, 그리고 하프엘프나 하프 오르크가 지나다니 등의 일도 일상적인 광경이었다.


상황이 이러하니, 엠은 여행자들이 머물러 가기 위한 편의시설들이 아주 종류별로 갖춰져 있었다(인간이 아니거나, 심지어 차원 여행을 하는 친구들을 위한 특별한 방까지). 언제나 최고급 시설을 고집하는 슈발츠는 엠에서도 가장 비싼 호텔에 머물면서(꼭 그런건 아니지만, 비싼 호텔은 프라이버시 보장에 대해서 상당히 철두철미 하기 때문에, 반대로 음모를 꾸미는 쪽으로 봐서도 쓰기 좋은 임시 아지트였다) 그 자신의 마법적인 능력과 매수를 통해 알게 된 지역의 정보통들, 그리고 두르나의 은밀한 탐색 등을 통해 단기간에 엠이 돌아가는 정황을 어느 정도 까지는 파악할 수 있었다.


전적으로 우연하게 벌어진 일이지만, 어떤 사건은 원래 그런 식으로들 흘러가는 법이다. 슈발츠가 어느날 새벽에 침대에서 눈을 떴을 때, 그는 벽 건너편에서 무언가가 움직이는 기척을 느끼고 있었다. 지극히 은밀하고 조용하지만, 생명체가 가지는 생기의 움직임조차 간파하는 슈발츠의 초인적인 감각(이는 어느 정도까지는 훈련이고, 나머지는 그의 마법적인 변화 덕분이다)을 벗어날수는 없었다.


당연하지만 최고급 호텔은 마법적인 감시와 침투에 대해서는 온갖 경보 체계를 가지고 있지만 호텔은 절대적인 안전을 보장해주기 위한 요새는 아니며, 요새조차도 초인적인 기술에 대해서는 그렇지 못하다. 이 암살자 역시 마법적인 감시를 뚫고 들어올 정도로 초인적인 기량을 가지고 있음이 분명했다. 하지만  그 생기의 목표는 슈발츠의 방이 아니라 옆방을 향하고 있었다.


암살이라, 별로 상관할 바는 아니었지만 슈발츠는 호기심이 동했다. 이정도 암살자는 상당히 고액을 들여야 고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 목표가 되는 자는 대체 어떤 가치를 지닌 존재일까. 그런 생각이 든 슈발츠는 살며시 자신의 가슴에 포개어져 있는 두르나의 팔을 건너편으로 되돌리고 그녀에게 시트를 잘 덮어준 다음, 소리도 없이 기둥을 타고 올라가 대들보 위에 올라섰다. 그리고 기척이 느껴지는 지점을 향해 한걸음씩 조심스럽게 접근해 들어갔다.


몸에 딱 달라붙는 검은 야행복을 입고 있는 그 암살자의 뒷 모습이 눈에 들어왔을 때, 슈발츠는 약간 놀랐다. 보통 암살자를 업으로 삼는 것은 인간이나 드워프, 엘프 같은... 뭐랄까 좀 [도회적]인 종족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런에 이 암살자의 푸른 머리카락은 물에 젖어 있었고, 그녀(분명 여성이었다)의 귀는 보통 다른 엘프보다 길고 뾰족했으며, 피부는 푸른 기가 감도는 은빛이었다. 슈발츠는 잠시 멍청하게 있다가 아쿠아틱 엘프(이후 바다 엘프)라는 종족을 떠올렸다. 슈발츠가 세운  칼라디나에도 내해에 거주하는 바다 엘프가 가끔 진주를 거래하기 위해 방문한다고 들었지만, 직접 본 것은 처음이었다.


슈발츠가 보는 앞에서, 바다 엘프 암살자는 석궁과 가죽 주머니를 꺼냈다. 가죽 주머니 속에는 한눈에 봐도 독인 것이 확연해 보이는 끈적안 액체가 담겨 있었다. 슈발츠가 보는 앞에서 암살자는 볼트에 독을 바르기 시작했다. 그가 조금 더 다가가자 침대에 누워 있는 [암살 대상]도 눈에 들어왔다. 갈색 피부에, 상당히 건장한 체구를 가지고 있고 척 봐도 [나 귀족이요]라고 이마에 쓰여 있는듯이 귀티가 넘치는 칼림샨 풍의 침의를 걸친 인간 청년이었다. 슈발츠가 어떻게 할까 망설이는 동안 볼트에 독을 바르는 작업을 끝낸 바다 엘프 암살자가 그것을 석궁에 장착하고 침대 위의 희생자를 조준했다.


슈발츠는 그것을 멈추기 위해 손을 들었지만, 그럴 필요가 없었다.


" 기다리고 있었다, 샤이라! "


침대 위의 청년이 호탕하게 외치며 눈을 뜨자, 그의 눈동자에서 폭발하는 듯한 섬광이 터져나오며 방을 채웠다. 분명한 마법이었다. 그 섬광에 눈이 부신 아쿠아틱 엘프 암살자의 조준이 흐트려져 발사된 볼트는 침대에 박혔고, 청년의 손에 끼여있던 인장 반지에서 보랏빛 광선이 쏘아져 암살자에게 명중했다.


" 끄아악!... "


보라색 화염에 휩싸이면서, 샤이라라고 불린 그 암살자는 천정에서 떨어져 바닥을 굴렀다. 그것을 놓치지 않고 시트 아래에서 그물을 집어던져 덮어 씌운 청년은 웃으면서 줄을 잡아당겨 그물을 조였다


" 끄아아악!... 이 비열한!... "


" 하하하! 비열한게 아니라 똑똑한거지. "


" 아아아악!... "


청년이 그물을 통해 다시 한번 보라색 화염을 실어 보내자 샤이라라고 불린 바다 엘프는 고통으로 몸을 뒤틀며 비명을 지르다가 축 늘어졌다. 청년은 바닥에 떨어진 석궁을 발로 차서 멀리 보낸 후에, 뒹굴다가 엎드린 샤이라의 몸을 발로 뒤집었다. 여자는 의식을 잃고 있지는 않았지만 숨을 헐떡이면서 마비되어 완전히 무력한 상태였다.


" 뭐랄까, 맛있는 횟감 같아 보이는군. 하하하하... 어디 자매가 똑같은 속살 맛을 가지고 있는지 봐야겠군. "


그물을 치운 청년은 웃으며 여자의 몸에서 검은 야행복을 제거해 갔다.


" 죽여라... 차라리 죽여!... 죽어서도 네놈을 저주할 것이다... "


" 후후후... 급할거 없어, 너도 네 동생처럼 죽기 전에 인간 세상의 극락을 만끽시켜 주지. 죽는 순간 나에게 고맙다고 할거야. "


미인이기도 했지만, 바다 엘프 여자의 절규는 슈발츠의 마음을 끄는 바가 있었다. 게다가 상대인 남자가 별로 질좋은 자가 아니라는 점을 그 대사에서도 알 수 있었기 때문에, 슈발츠는 그녀를 구출해주기로 했다. 그리고 구출해주기로 한 시점에서, 슈발츠는 남자의 손에 끼어져 있는 인장 반지의 표식이 상당히 낮이 익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스틸레토(폭이 좁은 양날 단검)에 꿰뚫려 있는 단검 문양-그것은 새도우 시프의 암살자들의 표식이었다.


새도우시프는 슈발츠에겐 상대하기 곤란한 조직 중 하나였다. 그 조직의 암살자 하나를 잡는다면, 아마도 얻는 정보가 제법 많을 것이었다. 슈발츠는 대들보에서 뛰어 내려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그의 민첩한 움직임은 한창 여자의 옷을 벗기는데 정신이 팔린 새도우 시프 청년의 주의를 끌만큼 큰 기척을 내지는 않았다. 대신 무력하게 눈물을 흘리고 있던 바다 엘프 여성의 눈이 놀라움으로 가득 찼다. 슈발츠는 손가락을 세워 입에 대면서 조용히 하라는 신호를 보낸 후, 그대로 자신의 무지막지한 주먹을 휘둘렀다


퍼억!


" 케엑!... "


목과 머리가 붙은 지점을 횡으로 강타당한 청년은 짧은 비명과 몆개의 침방울을 튀기며 방 구석으로 날아가서 처박힌 후 조용해졌다. 슈발츠는 쓰러진 샤이라의 어께를 붙잡고 상반신을 일으킨 후, 등 뒤로부터 강력하게 마력을 불어 넣어 그녀의 마비를 초래한 마법의 힘을 몰아 냈다.


" 아윽!... "


한모금의 검을 피를 토해낸 후, 샤이라는 슈발츠에게 인사를 하는 둥 마는둥 황급하게 고개를 돌렸다.


슈발츠는 잠시 그 무례함(?)에 놀랐지만, 샤이라가 왜 얼굴을 붉히고 고개를 돌린건지 금새 깨달을 수 있었다. 그는 두르나와 동침하고 있던 상태 그대로-즉 나체로-움직였던 것이었다. 그의 하체에서 덜렁거리는 그것(?)은 대부분의 남자 경험이 없는 여자들을 놀라게 만들고, 남자 경험이 있는 여자들을 충격에 빠트리기에 족한 것이었다.


" 흠... 흠... "


헛기침을 해 무안함을 상쇄한 다음, 슈발츠는 구석에 처박혀 있는 청년의 침의를 벗겨서 대충 걸쳤다. 그리고 그물을 찢어서 대충 그녀석을 꽁꽁 묶었다. 그동안 샤이라라고 불린 그 바다 엘프도 찢어지다시피 벗겨진 자신의 옷매무새를 정리했다.


옷매무새를 정돈한 후 샤이라라고 불린 그 바다 엘프는 바닥에 떨어진 석궁을 주웠다. 그리고 아직도 의식을 되찾지 못하고 있는 칼림샨 청년을 향해 볼트를 날리려 했지만, 이번엔 슈발츠가 그것을 저지했다. 그에게 손을 낚아채인 후 제압당한 샤이라는 거칠게 반항했다.


" 왜 막는 거에요! 당신과는 상관없는 일... "


" 그렇지, 나와는 상관이 없지. 하지만 마찬가지로 나는 아무 생관없는 당신들 문제에 개입했고, 그 덕에 당신은 목숨을 구했지. 그것은 빚이야. 그러니 이 친구를 죽이고 싶다면 먼저 나에게 허락을 받아야지 싶은데? "


" ... "


샤이라는 이를 악문 채 힘을 더 써보려 했지만, 곧 슈발츠의 힘이 단위가 다르다는 사실을 깨닫고 고개를 늘어뜨렸다. 그리고 얌전히 슈발츠를 따라 그의 방으로 가는 데 마지못해 동의했다.


샤이라자드 크리스피폰(Syrazard crispion)은 테티르해안가에 사는 작은 바다 엘프 부족 출신이었다. 바다 엘프들의 (인간의 문명과는 상당히 동떨어진)근해에서의 삶은, 가끔 폭풍이 칠 때를 제외하고는 평화롭고 조용한 일상들로 채워져 있었다. 그녀의 부족은 테티르-엠 축선을 오가는 상인들과 가끔 교역을 하고 있었다. 그래봐야 거창한 것은 아니고 주로 진주를 채취해 팔고 지상에서 만든 어구들을 구입하는 것이었다. 특히 중요하게 여긴 것은 견사, 즉 비단 실이었는데, 바다에서는 구할 수 없는 지상의 견사를 꼬아 만든 강하고 탄력있는 실로 그물이나 낚싯줄을 만들면 굉장히 쓸모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녀와 그녀의 동생인 이올라(Iolazard crispion)는 부족의 족장의 조카로, 어렸을 때 부터 상당히 두각을 나타내는 존재였다. 그녀들은 마법을 배우고 이해하는데 드문 소양을 타고난데다, 야망도 남달랐다. 그녀들은 언제나 보다 더 뛰어난 무언가를 찾기 위해 인간들의 세계로 가기를 갈망했다.


부족에 몆번 들렸던 앰의 사업가 하나가 그녀들을 주목한 것은 7년 전의 일이었다. 이름이 [에사몬]이라고 하는 그 상인의 중재로, 자매는 테티르에서 한 마법사의 도제가 될 예정이었다. 그녀들은 기꺼이 그 비용을 지불하고 상인의 함선에 승선했다. 하지만 그것은 함정이었다 에사몬은 자매들을 새도우 시프의 노예 무역선에 팔아넘겼다.


약간의 운을 만나 자매는 그 노예선에서 탈출을 시도했고, 다시 붙잡혔다. 두명은 잡히기 전에 최대한 저항을 해서 몆명의 선원을 물귀신으로 만들었다. 그 보복으로, 노예선의 함장이던 아란 린베일(Arhan Linvile 무질서 악 인간 남성 위 8/ 로10)은 샤이라의 눈앞에서 이올라를 강간하고 그녀의 심장을 스틸레토로 찔렀다. 동생의 죽음을 눈앞에서 목격한 샤이라는 절망했지만, 바로 그때 그녀가 탄 노예선이 감작스러운 폭풍우를 맞았다.


좌초 직전의 배에서 동생의 시체를 안고 탈출한 샤이라는 폭풍우 속에서 견디지 못하고 의식을 잃었다. 다시 깨어났을 때, 그녀는 자신이 한 버려진 움벌리의 성소에 표류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여신이 그녀를 구한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기까진 얼마 걸리지 않았다. 그때까지도 꼭 끌어안고 있던 동생 이올라의 시신을 그곳에 묻은 후, 그녀는 부족으로 돌아가지 않고 성소에서 익사의 여신을 모시기 시작했다.


그녀의 움벌리에 대한 헌신은 그녀에게 힘을 주었다. 주문과 계시를 통해, 샤이라는 복수할 힘을 얻었다.


복수는 달콤한 것이었다. 아란 린베일을 제외하고, 그 노예선에서 일하던 새도우 시프 모두가 그녀의 손 아래 죽음을 맞았다. 그녀가 사용한 무기는 석궁이었고, 그 볼트에 묻힌 독은 심해의 해파리에서 추출한 강력한 [익사]의 독(움벌리 교단의 암살자가 자주 사용하는)이었다. 희생자들은 처음엔 끔찍한 고통을 느끼다가, 이내 허파에 물이 차오르는 것을 느끼며 서서히 죽어갔다. 말 그대로[익사]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아란을 처리하기 위해 그가 있던 침실로 숨어들었지만, 외려 아란의 함정에 빠져 비참하게 죽을 뻔한 것을 슈발츠에게 구원 받았던 것이다.


슈발츠가 사연을 듣는 동안, 두르나가 차를 내 왔다. 그녀의 검은 피부 때문에 샤이라가 흠칫흠칫 놀라는 모양이 천진스러워 보여 슈발츠는 웃었다. 차를 마시면서 슈발츠는 아란 린베일이라는 작자가 암기하고 있는 마법을 빨아들였고, 두르나는 그의 장신구들을 하나 하나 제거했다. 그의 금으로 된 인장 반지는 두르나도 놀라워할 정도로 정교하교, 게다가 마법적이었다.


" 주인님, 이 녀석 제법 고위 인사인가 본데요? "/두르나


" 제법이 아니라...그 작자가 엠의 새도우 시프 길드의 길드마스터에요. "/샤이라


그 다음은 어쩐지 당연한 일이겠지만, 슈발츠와 두르나의 시선이 함께 샤이라를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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