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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反)영웅-(부제: 로얄 블러드) - #16 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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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렌은 밤이 깊어지길 기다린 뒤, 란셀롯의 방을 찾았다.


 


-똑! 똑!


 


잠시 문 앞에서 망설이게 되었던 그녀였지만, 끝내 가볍게 노크를 두어번 한 뒤, 방 안으로 숨어들어갔다.


 


(만약 나를 도발한 것이 확실하다면, 그는 날 기다리고 있을거야.)


 


다행스럽게도 그녀의 생각은 옳았다.
란셀롯은 깊은 밤인데도 불구하고, 테이블에 앉아 가벼운 와인을 들이키며 책을 읽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의 맞은 편에는 아직 아무것도 들어가지 않은 청동잔이 뒤집혀져 있었다.


마치 누군가를 기다리듯이 말이다.


 


(아마 그 누군가는 바로 나일테지.)


 


카렌은 그 상대가 자신임을 확신했다.
언제나 란셀롯은 그래왔으니까 말이다.


 


"어서와, 카렌. 기다리고 있었어."


 


그녀의 생각처럼 란셀롯은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가볍게 한 잔 어때? 꽤 좋은 와인인데."


 


란셀롯은 아무런 동요도 없이 읽고 있던 책을 덮은 뒤, 자신의 맞은 편에 있는 와인잔을 뒤집어 와인을 따랐다.
그가 들고 있는 와인은 보급 사정이 그리 좋지 않은 저항군들에게 있어 매우 구하기 힘든 희귀품이었다.


 


-쫄쫄쫄~


 


아름다운 루비색의 와인이 엔티크한 멋이 풍기는 청동잔에 따라졌다.
와인 특유의 드라이하고 풍부한 과일향이 방 안에 퍼져나갔다.


 


"유리잔이 아닌 것이 아쉽긴 하지만, 충분히 즐길 수 있을거야."


 


카렌은 약간은 긴장한 자신을 풀기 위해 알콜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그녀는 사양하지 않고, 아무말없이 테이블에 다가가 자신의 청동잔을 들어 단숨에 와인을 들이켰다.


 


"여전히 그 원샷하는 버릇은 고치질 않았군. 와인은 그렇게 마시는 것이 아니라고 몇번이나 말했는데 말야."


 


란셀롯은 구하기 힘든 와인을 충분히 음미하지 않고 싸구려 에일마냥 들이키는 카렌을 어이없다는 듯 바라보았다.


 


"..."


 


왠지 서로 그런 대화를 나누었던 추억이 들어, 잠시 아련함에 빠졌던 카렌이었지만, 그녀는 자신이 그 곳을 찾은 이유를 잊지 않았다.


 


"...순진한 처녀를 농락하지 마세요. 란셀롯님."


 


밑도 끝도 없는 카렌의 말.
하지만 그녀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이해못할 란셀롯이 아니었다.
그는 카렌이 깨달을 수 있도록 도발을 한 장본인이니까 말이다.


그럼에도 그는 어깨를 으쓱거린 뒤 모르겠다는 듯 대답을 하였다.


 


"순진한 처녀? 농락? 무슨 말이지? 카렌경?"
"이이익~!"


 


그런 유들 유들 능글맞은 모습을 보이는 란셀롯의 모습에 왠지 발끈하게 되어버리고 만 카렌이었다.
이전엔 이런 모습이 없었는데, 성격이 변하자 행동도 너무나 많이 변해버려 적응하기가 힘들었다.


 


"알면서 그러지 마세요. 란셀롯 디 로드리아!"


 


카렌은 란셀롯의 모습이 화가 났다.
그는 언제나 그 뛰어난 머리로 사람들을 농락하려 든다.
적들을 상대로만 통쾌하기 그지 없지만, 아군들을 상대로는 절대 그래선 안되는 귀계로 말이다.


 


직접 당하는 당사자들은 얼마나 화가 나는지 그는 정말 모른단 말인가?
같은 아군도 믿지 않고 함정에 빠뜨려 파멸하는 모습을 보며 웃던 그의 모습에 소름이 끼쳤던 자신을 알기는 하는 것일까?


 


"메이리는 착한 아이예요. 당신같은 구제불능의 쓰레기 같은 인간이라고 해도 동정을 하고, 사랑하고, 같이 슬퍼할 줄 아는 그런 아이라고요!"


 


카렌은 란셀롯을 위해 기사인 자신에게 따지러 온 메이리를 생각하며 소리쳤다.
저런 인간에게 빠져버려서 그 순진한 연정을 버리게 되는 것 같아 너무나 불쌍했다.


 


"쿡쿡~ 나도 그건 잘 알아. 하지만 그걸 왜 카렌 네가 걱정을 하지? 그건 연애하는 당사자들만의 문제가 아닌가?"
"그,그건..."


 


란셀롯의 반론에 순간 말을 더듬을 수 밖에 없어진 카렌이었다.


 


"그건...당신이 절 도발하기 위해서 그녀에게 다가가기 때문...아닌가요?"


 


화가 나서 소리치긴 했지만, 카렌은 자신이 란셀롯에게 찾아온 경위를 다시 생각하자 순간 뭔가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게 되었다.


 


"이런 이런~. 너무 자의식과잉이 심하군. 카렌."


 


란셀롯은 마치 희극 배우마냥 과장대게 몸짓을 하며 카렌에게 다가갔다.
어느 새 그는 경칭을 생략한 뒤, 오랜 친구마냥 반말조로 말을 하고 있었다.


 


"넌 그럼 내가 널 질투하게 하려고 메이리와 사귄다고 보는거야?"


 


솔직히 그것이 사실이긴 하지만, 막상 본인이 그 사실을 인정하려 들기는 힘든 법이다.
카렌은 왠지 그렇다라고 말하기가 매우 어려웠다.


 


"그..그래요. 난...당신이 날 화나게 하기 위해 메이리와 사귄다고 생각...해요."


 


약간은 부끄러움에 붉어진 얼굴.
카렌은 그렇게 붉어졌으나 화가 난 얼굴로 대답을 하였다.
 
"하아~? 내가 왜?"


 


삐에로처럼 좀 과장되게 물어보는 란셀롯의 물음에 불쾌함을 느낀 카렌이지만 자신의 통찰에서 비롯된 답을 말하였다.


 


"당신은...아직 절 사랑...하니까요."


 


그녀의 낮부끄러운 말에도 란셀롯은 놀라지 않은체 손뼉을 짝짝짝 쳐주었다.


 


"정답! 역시 카렌은 속일 수가 없군. 역시 똑똑해."


 


그는 그렇게 칭찬을 하며 박수를 쳐준 뒤 자신의 잔에 든 와인을 마저 들이켰다.


 


"놀리지 말아요. 란셀롯!"


 


화가 난 듯한 카렌의 눈이 너무나 아름답다고 잠시 생각한 란셀롯은, 자신의 와인을 다 들이키자 검지 손가락을 하나를 피면서 물어보았다.


 


"아니.난 놀리는 것이 아니야. 카렌의 말이 정답이었으니 박수를 친 것 뿐이지. 그럼 여기서 한가지! 왜 내가 그런 행동을 해야만 했을까?"


 


카렌은 배우마냥 계속 과장된 행동을 헤 자신을 화나게 했던 란셀롯이, 갑자기 자세를 바꾸어 진지하게 물어오자
순간 분노하던 자신도 잊어버리고는 곰곰히 생각에 빠져버렸다.


 


"음~ 힌트를 좀 더 줄까? 나는 도대체 무엇을 믿고 당신을 도발한 것일까?"


 


란셀롯의 말에 뇌리에 순간 번뜩이는 생각이 있었다.


 


"그건...제가 아직도 당신을 사랑한다는 사실을...알기 때문에...?"


 


거기까지 말을 한 카렌은 순간 몸이 붉게 물들고 말았다.


 


(당했다!)


 


그의 유도심문에 왠지 스스로 고백을 한 것처럼 되어버렸다는 것을 깨달은 카렌은 급히 그곳을 도망치고 싶어졌다.
그 동안 숨기고 있었던, 그녀 스스로에게도 속여왔던 마음이 너무나 쉽게 들통이 나고 말았기 때문이다.


 


(내가...어리석었어...)


 


이미 그가 자신을 도발할 때부터 뭔가 꾸미는 것이 있었다는 것을 알았어야 했는데 너무 어리석었다.
그녀는 급히 그 곳을 벗어나려 하였으나 그럴 수가 없었다.


 


"오지...말아요."


 


부들 부들 떠는 목소리로 카렌이 말했다.
그녀는 자신이 거미줄에 걸린 나비같다는 생각을 순간 하게 되었다.
도저히 그가 다가서는데 꼼짝을 할 수가 없었다.
온몸이 결박이 된 듯 마비가 되었고, 다리에서 힘이 풀려왔다.


 


"손대지마..."


 


카렌의 목소리가 떨려나왔다.
항거할 수 없는 공포가 그녀를 휘감았다.


 


"뭘 그리 동요하지? 뭘 그리 두려워하는거야?"


 


란셀롯이 그녀의 곁에 다가와 그녀의 귓가에 속삭이듯 물어보았다.
그의 목소리는 너무나 감미로워 악마의 유혹 같았다.


 


"뭘 그리 질투하는거야?"


 


란셀롯의 물음.


 


"질투라니 누가..?"


 


카렌은 자신의 추악한 감정을 들킨 것 같아 발끈하며 되물었다.


 


"날 봐봐. 카렌."


 


란셀롯은 자신의 손으로 그녀의 턱을 쓰다듬듯 감싼 뒤, 자신의 시선과 그녀의 시선을 마주보게 하였다.


 


"아...!"


 


푸른 하늘을 보는 듯 아름다운 란셀롯의 눈동자.
모든 것을 꽤뚫어보는 듯한 그 눈동자를 본 순간 카렌은 할 말을 잃고 말았다.


 


(란셀롯....!)


 


자신의 모든 비밀이 폭로된 것 같아, 마치 발가벗겨진 듯 부끄러워진 카렌이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에게 모든 것이 들통나자 묘한 자유감도 느낄 수 있었다.


 


"..."
"...."


 


둘은 그렇게 잠시 서로의 눈동자를 아무 말 없이 바라만 보았다.
눈동자만으로 서로에게 대화를 하듯이 말이다.


 


"카렌...미안..."


 


그런 무언의 대화 끝에 말을 꺼낸 것은 란셀롯이었다.
놀랍게도 그는 이전에 한번도 보여주지 못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미안하다니...!)


 


한번도 실수를 인정하지 않았던 그였는데..
사과라는 단어와는 영원히 인연이 없을 것 같았던 그였는데, 그 미안하다는 말이 너무나 충격적이기만 한 카렌이었다.


 


"널 그때 버린 거랑, 네 남동생을 구해주지 못한 것 전부...미안해."


 


란셀롯은 진심을 담아 진지한 눈으로 카렌을 직시하며 거듭 사과를 하였다.


그런 그의 태도에 얼어버렸던 심장이 녹는 듯한 느낌을 카렌은 받았다.



"..."

"..."


 


그녀는 왠지 모르게 눈물이 나왔다.


 


-주르륵~


 


"당신이란 사람은..."
"..."


 


잠깐의 침묵 뒤, 카렌이 독백을 하듯이 중얼거렸다.


어느 새 그녀의 목소리는 소녀의 그것처럼 허약해져 있었다.


 


"당신이란 사람...정말 싫어..."


"..응."


 


솔직히 너무나 듣고 싶었던 말이었다. 사과였다.
아니 그 말을 듣기 위해 그토록 투정을 부린 것인지도 몰랐다.


 


"당신따위 진짜 진짜 미워죽겠어."
"응."


 


란셀롯이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을 할수록 카렌의 두 눈동자에서는 눈물이 끊임없이 모여 흘러내렸다.


 


"당신따위...당신따위....정말 싫은데..."


 


눈물이 흘러내리는데, 왠지 기뻐서 웃음이 나왔다.
그래서 카렌은 자꾸 자꾸 그를 원망하면서도 미소를 지었다.


 


"그래도...그래도 당신을 사랑하는 기분을 참을 수가 없어."
"응,."


 


카렌은 란셀롯의 목에 팔을 둘렀다.


 


"사랑해. 란셀롯."


 


결국 둘은 그 말을 끝으로 서로의 입술에 깊은 화해를 키스를 하였다.


눈물로 짠 맛이 나는 키스였지만 둘에게는 그것이 너무나 달콤하게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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