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이 두려운 소년의 나날1-1
운명의 나날
아아, 뭔가가 머릿속에서 떠올랐다.
그야말로 지금의 내 심경이었다.
...전혀 기쁘지 않은..
어째서 이런일이 일어났을까?
요 몇일 전까지만 해도 매일매일이 행복했었는데..
지금은 매일매일이 두근두근, 쿵쾅쿵쾅, 심장에 부담가는 나날이었다.
솔직히 우습게 보고 있었다.
그야말로, 커피 우유에 각설탕을 다섯개나 넣은 정도로 쉽게 보고 있었다.
떠오르는건, 찬란했던 영광의 나날들.
신에게 부여받은 초능력 덕분에, 매일 평온하게 지내올수 있었던 자신.
그리고 지금의 나는 사랑에 굶주린 사냥꾼 무리에게 도망중 이었다.
잡히는 순간 고확률로 따이겠지..
햇빛이 조그마한 창을 넘어 비추는 체육 준비실.
그곳에 있는 부드러운 매트 위에서 한숨을 내쉬었다.
옆에 놔둔 시계를 쳐다 보았다. 500엔 짜리 싸구려 전자 시계였지만, 가격 이상의 성능을 보여주는 물건이다.
시계는 오후 12시27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점심시간 종료까지 33분남았다.
난 시계에서 눈을 떼고, 절묘하게 내몸을 가려주고 있는 탁구대에서 살짝 얼굴을 들어, 입구쪽을 살펴봤다.
무기질한 철문이 입구를 막고있었다.
어딘가 답답한 이미지가 떠오르지만, 지금의 나에게 있어선 듬직한 방벽이었다.
이 문은, 여닫는게 힘들어서 힘없는 여자는 일단 열지를 못했다.
난 문에서 눈을 떼고, 위를 쳐다 보며 드러누웠다.
부드러운 매트가 나를 기분좋게 감싸왔다.
"그러고보니 이 매트, 꽤 비싼걸로 알고있는데.."
최근에 안 사실이지만 이 매트는, 교육에 열을 다하는 교장이 학생이 다치지 않도록 자비를 들여 이 매트를 구입했다고 한다.
하필이면 왜 매트야? 어차피 체육 시간 말고는 쓰지도 않는데...차라리 그 돈으로 학비나 줄여주면 애들이 좀 좋아할까.
난 크게 하품을 하고는 옆에 놓아둔 배개를 머리 위치에 맞춰 깔았다.
최근에는 이 방이 제일 맘이 편한거 같다.
"다음에는 지하에 비밀 방이라도 만들까나...그 사람 개 처럼 냄새를 잘 맡아서 금방 날 찾아내니 의미는 없지만.."
아무쪼록 몇일간은 이곳이 들키지 않았으면 좋겠다.
정말 맘에 들기 때문이다.
"다음 교시에는 아무도 체육관 사용을 안 한다고 했으니.."
완벽했다.
난 몸의 힘을 빼고 순순히 잠에 빠져들었다.
그리고 난 꿈을 꿨다.
바로 몇일전 겪은 나의 첫경험을..
고개를 들어 교실의 시계를 확인했다.
시각은 11시 35분.
점심 시간 까지는 아직 몇십분 정도 남아있었다.
고개를 내리자 오른쪽 대각선에 있는 몸집이 작은 여자 아이와 눈이 마주쳤다.
그녀는, 나와 눈이 마주치자 선생에게 들키지 안토록 작게 손을 흔들었다.
"... ... ..."
하는수 없이, 잠자고 손을 흔들어 줬다.
물론 웃거나 하지는 않았다..무서우니까.
난 지금 약간이라도 방심하면 울상을 지을거 같아 필사적으로 무표정을 만들어 손을 흔드는 중이다.
보통 이러면 재수없다고 생각 하거나 기분이 나쁘다고 생각해 일부러 이렇게 대응을 하지만..
"...하아아..."
그녀는 얼굴을 붉게 물들이고 황홀한 표정으로 웃었다.
눈동자는 풀리고, 목 주변까지 붉게 물들이며..
그녀 뿐만이 아니었다.
내가 반 전체를 휘 둘러보자 뜨거운 시선과 살기가 담긴 시선이 보내져왔다.
뜨거운 시선은 여학생들.
그것도 미인, 미소녀들이라 할만한 아이들만, 지긋이 날 쳐다보며 손을 흔들거나, 부끄럽 다는듯이 고개를 숙이거나, 허벅지를 비비작 비비작 거리거나, 황홀하게 쳐다 보는둥 반응은 제각각 이었다.
그에 비교해, 남자들은 훨씬 단순했다.
내쪽을 부럽다는듯이 쳐다보거나, 시선만으로 사람을 죽일수 있다는듯이 충혈된 눈으로 보거나
둘중 하나였다.
등줄기가 부르르 하고 떨려왔다.
확실히 얘기해, 무진장 무섭다.
안그래도 대인 공포증이 나을 기미가 보였는데 이래서는 역효과였다.
요 몇일 전만해도 신의 힘으로 날 무시하게 했었는데....지금은 이놈이나 저놈이나 다 날 쳐다보고 있다.
그 사건으로 부터 수일, 여자를 상대라면 도망가지 않아도 되었다.
이것도 신이 내려주신 여자와 친해질수 있는 힘 덕분이겠지.
그치만 신이시여, 이왕이면 동성과도 친하게 지낼수 있게 해주시지..그렇게 되면 저도 조금은 즐거운 학창 시절을 보낼수 있을텐데.
세계의 반은 남자라구요, 이대로 가다간 세상의 반을 상대로 벌벌 떨어야 한다는 말이잖아요.
...말이 삼천포로 빠졌다
여하튼 이성이 상대라면 얼굴을 봐도 괜찮다는건 굉장히 좋은 일이었다.
..라는, 생각을 하고 있을 찰나에 종이 울렸다.
"이 부분은 시험에 나오니까 필기는 꼭 해둬라."
선생님의 말이 끝나고 주번이 호령을 하여 인사를 끝내고 수업은 끝났다.
남자나, 여자들 제각각 자리에서 일어나거나, 몇명씩 모여 수다를 떨었지만, 이상하게도 일부의 여학생들은 자리를 뜨려고 하지 않았다.
말하지 않아도 알겠지만 전원 미소녀 미녀들이었다.
내가 아무말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그에 맞춘듯 여자들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전원, 힐끔힐끔 날 쳐다보기 바쁘다.
난 가방에서 도시락을 꺼내고 교실을 나왔다.
물론 교실을 나오자마자 전력질주를 한건 말할것도 없었지.
저 뒤에서 날 쫒아오는 여자들을 뿌리치기 위해서말이다.
크게 심호흡을 하며 하품을 한뒤 옥상 난간에 몸을 기대었다.
"하아..겨우 한숨돌리네..."
포근한 봄바람이 내 몸을 간지럽히며 스쳐갔다.
기분좋은 햇볕이 몸을 감싸왔다.
옥상에 있는건 나 혼자뿐이다.
입구는 열쇠로 잠겨있어 학생들이 들어오지 못하게 하고 있었다.
내가 옥상에 올수 있는건, 혼자 있는 장소를 확보하기 위해 만들어둔 여벌 열쇠 덕택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나쁜짓이지만, 별로 신경쓰이진 않았다.
"그건그렇고, 변화가 너무 극단적이잖아?"
누구한테 하는 얘기가 아닌 그냥 허공에 던지듯이 말이 나왔고, 머릿속에서는 그 이후의 일들이 차례차례 떠올랐다.
"애초에 말이지.....내가 확실히 얘기했잖아.
지금까지 날 무시하거나 괴롭혔으면서, 이제와서 친하게 지내자니..
근데 대체 뭐야 저 인간들은."
처음에는, 이것저것 말을 걸어오던 여자애들 한테 지친 나는 단호하게 얘기를 했다.
나한테 말 걸지 말아, 라고.
보통 이성한테, 그것도 미소녀한테 어택을 받는다면 기뻐하겠지만, 나에게 있어선 아무래도 좋은일인데다, 갑작스럽게 일어난 일이라 나도 반은 패닉 상태에 빠져버렸다.
여하튼, 나의 마음이 통한건지, 대부분은 눈물을 흘리며 받아들였다.
뭐...개중에는 절까지 하며 미안하다고 사과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거의 다 알아 듣는거 같았다.
울면서 노브라의 가슴으로 안기며, 볼에다 키스까지 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납득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방심한게 잘못된 거였을까.
방과후, 집에 가려던 날 기다리던건, 신발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쌓인 편지의 산이었다.
장난이겠지 하는 생각에 편지를 버리려고 했지만, 그렇게 하지는 못했다.
그것도 그런게 불안한 얼굴로 신발장 구석에 숨어 날 바라보던 후배의 여자 아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버리는 순간 죄악감으로 밤에도 잠들지 못할꺼란 생각에, 모든 편지를 가방에 쑤셔넣고 학교를 뒤로 했다.
묵직해진 가방을 들고 집에 도착해 맨션의 우편함을 열어보자 거기에도 편지로 가득차 있었다.
"... ... 이런건 예상 못했다고.."
그것도 양손에 들고, 현관앞까지 가서 보니 문앞에 설치된 우편함에도 대량의 편지가...
난 신종 이지메 수법인줄 알았다.
모든 편지를 거실 탁자에 늘어놓고, 베란다에 걸어둔 세탁물을 걷으려고 커텐을 여는 순간 다시 한번 놀랐다.
열벌 정도 널어둔 의류가, 모두 없어졌던 것이다.
그것도 그냥 도둑맞은게 아니라, 가격표 까지 붙은채 새옷으로 바껴 있었던 것이다.
"대체 이게..가장 싼게 2만엔...30만엔 짜리 코트를 입고 다닐수 있을리가 없잖아..."
원래 널어둔 내 옷은, 가장 비싸봤자 4천엔 이었는데..70배는 가볍게 넘겨서 돌아온 것이다.
의류를 옷장에 개어둔후 편지를 읽으려 바닥에 늘어 놓고 한장 한장 읽기 시작했다.
5분만에 질려버렸다.
"장난이라고 생각했는데, 전부 러브레터라니..."
"사랑스러운 선배님께 철없는 후배가 사랑을 담아"
"전 192화 제1화, 후회"
"아무렇지도 않게 바라본 옆 모습이"
"제 사랑을 눈치 채셨나요?"
"연상의 매력"
등등등...
타이틀 부터 시작해서 무지막지 했지만 이건 시작에 불과했다는걸 난 바로 알게 되었다.
"당신의 향기만으로 전 발정해요"
"바라보기만 해도 자궁이 불타올라"
"100만번 키스 하고 싶어"
"당신의 욕정×나의 욕정×두사람은 짐승"
"당신이 날 만져주는걸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내용은 더욱 어처구니 없었다.
무슨 포르노 찍냐-
..라고 혼자서 태클을 걸어 보기도 했다.
전체의 2할 정도를 읽다 한계를 느낀 나는, 할수없이 편지를 처분하기로 했다.
답장쓰다가 1주일은 날려 먹을거 같아서였다.
거기에 더욱 공포스러운건 읽고 있는 와중에도 현관 우편함에 계속해서 투함 되어가는 편지들이었다.
그야말로, 끝이없는 끝, 황금체험.
이 무렵에는 날이 저물어 가고 있었다.
외출할 기력도 없던 나는, 냉장고에서 컵라면을 몇개 꺼내 먹었다
평소보다 더욱 맛없는 식사였다.
"그러고보니 내일 일요일이네, 생필품이나 사러 나가야겠다."
어서 자려고 장롱에서 이불을 꺼내 깔려던 순간 멈칫했다.
"... ...속옷 도둑이 한번 훔쳤다고 만족할까?"
오늘 널어둔걸 도둑 맞았으니, 앞으로도 털리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었다.
그것뿐이랴, 방안에 있는 물건이 새걸로 바뀔지도 모른다.
이대로 발전한다면 냉장고 안에 나도 모르는 음식이 들어있을 가능성도...안되지,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요는 미움 받으면 장땡이지.
응큼한 짓을해버리면....한번 시험해볼까?
종이랑 펜이 어딨더라"
가는날이 장날이라고, 난 잽싸게 이 장난을 실행하기 위해, 종이랑 검은 매직을 들고 한마디 썻다.
"입다 벗은 팬티 필요하신분은 내일 밤까지 메일 주소를 적은 편지를 넣어두세요.
하루 입다 벗은 팬티입니다.(10만엔)"
일단 한장
"제 자위 동영상이 필요한 분은, 내일 밤까지 메일 주소를 적은 편지를 넣어두세요.(10만엔)
두장 째, 마지막 한장은,
"제가 싸낸 정액이 묻은 팬티가 필요하신 분은, 내일 밤까지 메일 주소를 적은 편지를 넣어두세요.
단, 새 팬티를 사용합니다(10만엔)"
이걸로 완성
그건 그렇고 내가 쓰고도 악취미라고 생각했다.
만약 이런걸 문앞에 써둔걸 본다면 틀림없이 신고하겠지.
내용도 과격하고 판매까지 하는 나쁜놈입니다, 라며
하지만 이걸로 날 변태라고 생각한다면, 앞으로의 상황이 조금은 나아지겠지.
아니 그냥 변태라고 생각해줘.
그리고 그 소문을 퍼트려 달란 말이야
여기서 살지 못해도 상관없으니까!
세번째 종이를 스카치 테이프로 유리창에 붙여두고 베란다 옆쪽에 조그마한 상자를 준비해둔다.
이걸로 모든 준비는 끝났다.
난 문단속을 한뒤, 방 불을 끄고 깉은 잠에 빠져들었다.
다음 날, 눈을 떳을때는 9시가 조금 지나있었다.
약간 늦잠을 잔듯했다.
일어나서 재빨리 베란다에 있는 상자를 확인해보자 안에는 에상대로 한장의 종이가 곱게 접혀있는 상태로 놓여있었다.
종이를 펼치자, 메일 주소와 전화번호와 가지고 싶은 물품, 본인이라 생각되는 사진까지 붙어있었다.
"... ... ...이게 시방 기여?"
종이에는 세종류 모두 구입한다는 취지가 적혀있었다.
합계 30만엔, 등가교환이라는 말을 모르는 것일까.
어찌됬든 바로 전화를 걸어봤다.
수화기에서 무기질한 전자음이 울리는 순..
"설마 『사와무라 켄이치』님 이신가요!" 기다리고 있었어요!"
..간과 동시에 상대방이 전화를 받았다.
너무나도 빨라 순간 아무말도 할수가 없었다.
"아아, 켄이치상이에요! 켄이치상 에게서 전화가!
아아, 저, 기뻐서 쓰러질것만 같아요, 아 그러고보니 이름을 써두는걸 잊고 있었네요
전, 카미야 사쿠라라고 한답니다.
켄이치상과 같은 학교를 다니고 있어요, 앞으로 잘 부탁드릴께요."
아침부터 방정맞기도 한 사람이다.
이쪽은 자다 일어난 상태라 따라가질 못하고 있었다.
자다 일어난게 아니라도 따라가진 못하겠지만.
"저기요, 카미야상. 그쪽에서 저희집 베란다에 편지를 두고간게 틀림없죠"
"예, 확실히 제 부하를 시켜, 두고오게 했답니다.
그리고 절 부르실땐 사쿠라라고 편하게 불러주세요"
부하라니...여기 맨션이라구요, 4층이라구요, 댁네 부하는 록클라이머라도 된다는 말입니까.
"...합계 30만엔 인데, 괜찮겠어요?"
"괜찮고말고요, 30만엔으로 켄이치상의 속옷을 살수 있다면 저한테 있어서 싸게 먹힌답니다.
바로 받으러 갈께요"
30만엔이 싸다고 호언하다니....분명 이 사람은 부르주아 일께 틀림없다.
하지만, 기쁘게 해서는 의미가 없다.
상대가 나에 대해 환멸하게 하지 않으면, 난 그냥 그녀를 기쁘게 해준것 뿐이다.
"예, 한번 만나죠.
저희집에 초대할 테니 얘기라도 하는게 어떨까요
조금 누추하지만요"
"당치도 않답니다, 그렇게 얘기해 주시는 것만으로도, 사쿠라는 할것만 같답니다."
할것같다니...무슨 의미지? 부잣집 아가씨들이 쓰는 말은 어려워서 못알아 먹겠다.
그건그렇고, 나 전화로 얘기도 할수 있구나..처음 알았다.
"그런데 사쿠라상이 낼수 있는 돈은 30만엔 까지?"
"...말씀하시는 의도를 모르겠네요, 가격을 올리신다면 500만 이내라면 일시불로 지불해 드릴수 있답니다. 약간 시간을 주신다면, 80억정도라면..."
"아, 아니, 가격을 올릴 생각은 없고, 아니 올릴꺼지만, 그게 아냐"
일시불로 500만....시간이 걸린다, 즉 은행에서 돈을 빼온다면 80억을....부르주아! 부르주아!
"종이에 쓰여있었지만, 3종류에 30만엔, 이건 변함없어"
"예, 알고있어요"
"만약, 사쿠라상이 60만엔을 낸다면..."
여기서 일단 말을 끊었다. 전화 건너편에 사쿠라상도 입을 다물고 듣고 있었다.
....어쩌면 역효과 일지도 모른다, 말하지 않고 후회하는거 보다, 말하고 후회하는 쪽이.
"사쿠라상 눈앞에서 속옷을 벗고 자위 영상을 찍으며 정액을 보는것도"
"내겠습니다!"
또 다시 말을 끊어먹었다. 그것도 단칼에.
"60만, 현금 일시불로 내도 상관없어요!"
너무나도 굉장한 기세에 겁을 먹으면서도, 만날 장소를 정하고 전화를 끊었다.
현금으로 일시불...대체 뉘집 아가씬지, 야쿠자 딸이라도 됬다간 울어버릴테다.
개인적인 일로 해외에 한달정도 있었거든요;
당분간은 어디 멀리 나갈 일도 없으니 꾸준히 올리겠습니다.
으헝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