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번역) 타인에게 안기는 아내...(제13부-90)
90.
아내를 협박하기 위해서, 방화까지 저질러 버린 남자다.
이미, 무슨 짓을 해도 이상하지 않은 것인지도 모른다.
정음의 안부를 걱정하는 감정이,
다시 한상진의 마음속에서 넘실거리기 시작한다.
(무슨 일이 있으면, 반드시 경찰에 연락해·······)
아내의 그런 말이, 한상진의 머리를 스쳐 지나간다.
경찰인가·····.
그러고 보면, 경찰서의 그 형사,
장근석은 지금 쯤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
황정음이 남편에게 머리 부분을 맞고 입원을 한 사실을
처음 알려준 것은, 확실히 그 형사였다.
방화 사건으로서 입증하는 것은 어렵다고 하면서도,
그 형사는 그 후에도 황정음의 동향을 은근히 관찰하고
있던 것 같은 면이 있었다.
한상진은 그것을 생각해 내면서,
만약, 정음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면,
장근석에게 연락을 하자, 라고 생각했다.
그 형사라면, 황정음을 곧바로 경찰의 보호 아래에
둘 수 있을 것이다·····
휴대 전화의 통화 가능 여부를 확인하면서,
한상진은 더욱 높은 곳으로 올라 간다.
올라가는 도중 , 전망대인것 같은 곳이,
분기점의 모퉁이를 이용해 몇군데인가 설치되어 있었다.
그곳에 멈춰 서서 전망을 확인하니,
방금전까지 자신이 있던 온천 마을,
그리고 그 중앙을 흐르는 강이, 맑은 공기의 저 편으로
보기 좋게 내려다 볼 수 있었다.
보기 좋게 내려다 볼 수 있었다.
전망대에는 작은 벤치, 테이블과 같은 것이 좁은 공간에
놓여져 있었지만, 거기에서 두 사람의 모습은 확인할 수 없었다.
아니, 이곳에 머물렀던 흔적마저도 없다.
아침 식사를 먹고 오지 않았던 것을 후회하면서,
한상진은 사람의 기척만을 찾아 트레일을 계속 올랐다.
피부를 찌르는 냉기속에, 한상진은 어느덧,
김용준의 메세지가 숨겨져 있는 기분에 싸여 간다.
(더 앞이에요, 한상진씨······, 올라 올 수 있습니까,
내가 있는 장소에까지·····)
마지막 반격을 시도하는 것 같은 김용준의 그 말이,
한상진에게는 어딘가 자포자기와 같은 느낌을 준다.
그 남자가, 도대체 무엇을 하려고 하고 있는 것인가.
그것을 상상하는 것만으로,
한상진은 발걸음을 더욱 빠르게 재촉하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었다.
이미 30분 이상은 걷고 있을 것이다.
트레일은 점차 산속으로 비집고 들어가,
그리고 온천 마을과는 완전히 반대편의 산기슭으로,
한상진을 이끌어 간다.
발밑의 낙엽을 밟는 소리 밖에 들리지 않을 정도의 정적이
상당히 길게 계속 되었기 때문에인가,
한상진은 그 소리를 눈치챌 수 없었다.
·······?
트레일의 위치가 바뀐 탓일 것이다,
햇볕이 조금 그늘을 형성해,
냉기가 다시 강하게 느껴지게 되었다.
주위에는 어느새인가, 상당한 적설이 눈에 띄기 시작하고 있다.
특히 등산용도 아닌, 보통 스니커즈를 신은 발밑이,
때때로 미끄러져 버리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주의 깊게 발 걸음을 진행시켜 나가는 한상진은,
이윽고, 그 소리의 존재를 느껴, 그것이 무엇인지, 파악할 수 있었다.
폭포다······
적설이 눈에 띄기 시작할 정도로 높은 곳까지 올라 왔지만,
희미하게 들리기 시작한 물 소리는, 얼어 붙는 일 없이,
지금도 격렬하게 낙하하고 있는 폭포와 같이 들렸다.
여사장의 안내에 의하면, 이 트레일의 전망대 중에서도,
가장 인기가 있는 곳이, 그 폭포를 내려다 볼 수 있는 장소라는 것이었다.
산에서부터 모여진 물이, 높은 곳으로부터
낙하하는 광경을 바라볼 수 있다면, 확실히 관광객에게도
인기가 있을 것임에 틀림없다.
한상진은 그 광경을 상상하면서, 돌연, 한가지 확신에 이르렀다.
(거기에 그 남자가 있을 것이다········)
아무런 이유도 없이, 한상진은 본능적으로 그렇게 느꼈다.
깊은 산속의 폭포····.
몰래 누군가를 살해하기에 안성맞춤의 장소이다.
그렇게 엉뚱한 생각이, 이미 한상진에게는
아무런 위화감도 없게 받아 들여졌다.
(서둘러야해······, 서두른다······)
숨을 헐떡여가면서, 마치 달리듯이 한상진은
트레일을 따라 발걸음을 진행했다.
더욱 눈은 깊이 빠져,
주위의 바위 밭이나 산의 표면 뿐만이 아니라,
트레일 위에도 군데군데 희게 덮이게 되었다.
발이 미끄러지면서, 한상진은 초조해 하듯이 발걸음을 서두른다.
돌연, 시야가 열린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갑작스러운 경사면이 끝나고,
약간 평탄한 직선이 되었던 것이다.
수십 미터 정도 계속 되는 그 완만한 길의 끝에,
나무로 만들어진 작은 전망대가 있는 것이 한상진의
눈동자에 그대로 들어오고 있었다.
지금 그대로 지나쳐 온 전망대와는,
어딘가 결정적으로 다른 것 같다.
(저기 사람이 있다·····)
한상진이 더욱 다가가려고 했을 때,
갑자기 전망대로부터 소리가 닿았다.
「한상진씨!」
그렇게 외치는 황정음의 몸은, 도망치는 것을 막으려는 것처럼,
김용준에 의해 뒤에서 단단히 잡혀 있었다·····.
(한상진씨에게도 복수하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당신의 눈앞에서 나에게 위해를 주는 것으로·····)
온천지로 향하는 차안에서, 두려움에 떠는 모습의
정음이 한 말을, 한상진은 지금, 재차 떠 올리고 있었다.
그 유부녀는, 이번 여행중에,
자신이 남편에게 살해당해 버릴지도 모른다고
진심으로 생각하며 무서워하고 있었다.
그것을 확실히 받아 들여 그녀의 안부를 항상 염려하면서도,
한상진은 마음속의 어디선가는, 그런 일은 있을 수 없을 것이다,
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광경을 실제로 봐 버렸을 때,
유부녀의 공포가 모두 현실인 것을, 결국 알게 되었다.
굉음을 내며 떨어지는 폭포수의 소리를 뒤로하고,
김용준은, 아내의 갸냘픈 몸을 단단히 구속하고 있다.
그것은 분명히, 부자연스러운 몸의 자세였다.
「김용준씨!, 무엇을 할 생각입니까!」
그 목제 전망대에는, 벤치가 하나 설치되어 있을 뿐이다.
두 사람은 그 옆에 서 있었다.
바로 옆에까지 다가간 한상진은,
숨을 정돈할 여유도 없는 채로, 그렇게 외쳤다.
베이지의 쟈켓에 정장 바지 차림이라고 하는,
이 온천지에 왔을 때와 같은 복장에 몸을 감싼
정음의 표정에는, 공포의 감정이 현저하게 감돌고 있었다.
한편, 한상진이 찾아 올 것을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고
말하듯이, 김용준의 태도에는 초조의 기색은 찾아 볼 수 없었다.
「당신과는 관계없는 일이에요, 한상진씨·····」
「곧바로 사모님을 풀어줘요·····」
「한상진씨, 당신이 그렇게 말할 수 있는 자격이 있습니까?」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었으며, 몸도 역시
무엇인가에 속박되어 있는 것 같이 앞으로 내디딜 수 없었다.
배후로부터 아내를 날개쭉지를 꺽는 자세로 하고 있는
그 남자가, 도대체 무엇을 할 생각인가,
여러가지 생각이 머릿속에 떠 올랐지만,
한상진은 단지, 심장의 박동을 두근거려 버릴 뿐이었다.
「아내는 너무 많은 잘못을 범했습니다·······」
김용준은 자신의 아내에 대해서가 아니고,
한상진을 향햐 분명하게 그런 말을 던져 왔다.
「당신 이외에도 몇 사람이나의 남자와 잤습니다······」
「적당히 추측하여 그런 말을 하지 마!」
김용준의 말에, 정음이 강한 어조로 반론했다.
남편에 대해, 그 유부녀가 강한 태도로 임하는 장면을,
한상진은 처음으로 본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이제 한계입니다, 나의 인내도·········」
아내의 말을 무시하듯이,
김용준은 분노를 견딜 수 없다는 모습으로 그렇게 말했다.
트레일의 방향이 어느새인가 바뀌었는지,
그 전망대에는 찬란히 햇빛이 쏟아지고 있었다.
다이아몬드 더스트와 같이,
공기중의 무엇인가가 빛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한상진은 김용준의 감정이, 말을 더 하는 것에 따라,
점차 격앙되고 있는 것을 느꼈다.
「황정음씨, 조금 빠져 있어요」
「너도 잘 알 것이다, 다른 남자에게 안기는 아내에게,
자신에게는 보여주지 않던, 쾌감에 겨운 소리를 내졌을 때의 기분을·····,
안 그래, 당신도 들었잖아, 그 기분이 어때?」
말을 차단하듯이 그렇게 말해 온 김용준에 대해,
한상진은 어떻게 대답해야 할 것인가,
혼란한 머리를 정리할 수 없었다.
역시 이 남자는, 그 러브호텔에서의 도청 테이프로 인해,
자신과 아내를 깊이 원망하고 있다.
농후한 쾌감을 나타내는, 관능적인 그 신음소리.
다른 남자의 페니스에 삽입되어 몇번이나 즐거움의 교성을
터뜨렸던 정음····.
김용준은 그런 아내를 결코 용서할 수 없는 것 같다.
어젯밤, 자기 자신이 내 아내 소연에게 차여 버린 것이,
그 분노를 증폭했던 것이다.
눈앞의 남자의 증오가, 지금, 어떤 형태로 폭발할지,
한상진은 점차 그 윤곽을 파악해 나간다.
「우선 사모님을 떼어 놓아줘요······」
「그럴 수 없다는 것 정도는, 당신도 알겠지····」
「진심입니까, 김용준씨········」
「한상진씨, 당신이 목격자가 되어 주세요········」
불길한 미소를 띄우면서 김용준은 그렇게 말하면서,
돌연 정음의 몸을 반전시켜, 배후의 폭포수쪽을 향하게 했다.
거기에는 목제 난간이 설치되어 있었지만,
그것은 어른의 허리 높이 보다 조금 높은 것뿐이었다.
「그만두어요, 제발!」
눈 아래의 폭포수를 들여다 보는 모습으로,
정음은 몸을 조금씩 배후로부터 밀려 나간다.
「그만해요, 김용준씨!」
「누구나 잘 압니까, 여기는 자살의 명소이기도 하다는 것을·······」
한상진에게 등을 돌린 모습으로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김용준은 더욱 정음의 몸을 앞에 두고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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