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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일/번역] 두 잇 마이셀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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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잇 마이셀프?


 
 

 

  멍하니 뜨인 눈 끝에 시계가 보였다. 자명종도 울지 않은 모양이고, 아직 한숨 더 잘 여유가 있으리라. 지금은 8시 32분인가.
 

  "헉, 좆됐다!"
 

  한 순간에 각성해서 벌떡 일어나 당황해서 이불을 추스렸다.
  큰일났다. 부모님 모두 큰삼촌의 장례식으로 시골에 돌아갔었지. 이렇게 될 거라면 꿍얼꿍얼대지 말고 따라갔으면 좋았을 걸. 아니, 이번 봄에 졸업으로 세 명이나 없어졌으니 그리 쉽게 알바 쉴 처지도 아니지만.
  되도록 빨리 신참을 넣어주도록 점장에게 빌면서 이불을 안아들었다. 다리로 벽장 미닫이를 열어 쑤셔넣듯이 던져넣…으려다가 앞으로 거꾸러지듯 쓰러졌다.
 

  "뭐야?"
 

  뭔가 비명을 들은 기분도 들지만. 그보다도 우선 눈 앞에 펼쳐진 광경에 머릿속이 의문으로 가득해졌다.
  벽장 미닫이를 열자 그 뒤는 여자애의 방이었다.
  구조랑 넓이 같은 건 내 방과 큰 차이 없는 것 같았다. 눈치채지 못한 사이에 옆에 있는 방과 이어져버린 걸테지. 아니아니, 비상식적이거든.
  특히 이상한 물건이라 하면 눈에 익은 가구일까. 뒤돌아보자 똑같은 장롱이랑 책상을 확인할 수 있었다. 기분 탓으로 쳐두고 싶지만 아무래도 흠집난 구석까지 비슷한 것 같았다.
 

  "뭐가 어떻게 된거래, 도대체!"
 

  우물대는 외침소리를 듣고 이불 밑에 누가 깔려있다는 걸 깨달았다. 꿈지럭꿈지럭 움직이고 있긴 하지만 위에 올라탄 무게 때문에 움직이지 못하나보다.
  아니, 그게 아니지. 허둥대며 몸을 비키고 이불을 치워줬다. 나타난 숏 컷의 여자는 크게 숨을 쉬고 나서 나랑 얼굴을 마주쳤다.
  비교적 동안인 오른뺨에 눈물점이 하나. 남자치고는 길고 여자치고는 짧은 머리카락. 우리 어머니를 닮은 눈매와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코. 나는 이런 특징으로 표현되는 녀석을 한 사람 알고 있었다. 속눈썹의 길이와 성별은 다르지만 거울로 제일 자주 보는 얼굴과 몹시도 닮았다.
 

  "엑, 설마 숨겨둔 애가 서랍에 살고 있었다?"
 

  "아니아니, 비상식적이거든."
 

  비슷한 사고를 거친 상대에게 단호하게 고개를 저어보였다. 하는 김에 신사로서 성별의 차이를 나타내는 물건을 가리켜줬다.
 

  "이것저것 여러 가지 말하기 전에. 일단, 보인다 너."
 

  뭐가 말야, 하고 시선을 떨어뜨리고서 노출되어있는 가슴팍을 훔쳐안았다. 창피로 눈가가 빨개져있는 모습이 참으로 섹시하다. "에헴"하고 정신을 바로잡는 헛기침마저 여자애스러웠다.
  무지막지하게 신기한 기분이다. 쌍둥이 누이라도 있다면 이런 느낌이려나.
  약간의 수치심을 남기면서 나랑 쏙 빼닮은 여자애가 이불 위에서 다시 마주했다. 떠오르는 표정도 아마 나랑 닮아있으리라. 경계보다도 우선 혼란스러워 종잡지 못하는 것 같았다.
 

  "에~ 뭐냐. 으~ 뭐냐. 너 누구?"
 

  "그건 오히려 이쪽이 묻고 싶어."
 

  "나는 미야자키 히로코."
 

  "나는 미야자키 히로시."
 

  이것 참 예의 바르기도 하셔라. 아뇨 아뇨 저야말로. 그러면서 서로 고개를 숙였다. 가식 웃음 3단의 실력을 살려서 의미도 없이 서로 웃었지만. 뭘 어떻게 해야될지 짐작도 안 갔으므로 일단 악수까지 해봤다.
 

 

 


  "그 밖에라면. 알바는 입학하자마자 바로 시작해서 계속 옆 앞에 있는 찻집."
 

  "오늘이랑 내일은 휴일이지만. 모레부터 한 동안 문 닫는 시간까지의 로테이션이 짜져있어."
 

  "그것도 똑같나."
 

  도로 깐 이불에 엎드려 누우면서 히로코가 커피를 한손에 들고 맞장구를 쳤다.
  이것도 시험 삼아 따로따로 사이펀에서 끓여온 걸 교환했는데. 마시기 전부터 상상했었던대로 똑같은 맛이었다.
 

  "아니아니. 너, 여자거든. 밤길을 혼자서 돌아가면 위험하잖아."
 

  "걱정해주는구나?"

 

  나와 얘의 차이라고 하면, 이런 식의 놀리는 듯한 웃음이리라. 남자인 내가 했다간 확실히 기분 나쁘지만 여자에겐 어울린다고나 할까. 머리 알맹이야 어쨌든 몸짓이라든가 몸매라든가는 성별에 따른 차이가 있었다.
  유두의 빛깔도 말이지. 나 같이 멋대가리도 없는 갈색과 다른, 멋들어진 핑크빛을 했었으니까. 아니 근데 머리에서 전혀 떨어지지 않는데요.
 

  "당연하지. 자기 몸을 걱정해서 뭐가 잘못됐어."
 

  "아니아니, 딴사람이거든요."
 

  말버릇까지 같은 상대에게 나는 건성건성한 끄덕임으로 답했다.
  닮은 얼굴을 맞대고 10시 넘어서까지 여러 가지로 얘기를 나눈 결과. 아무래도 흔히 있는 SF에 있을 법한 패러렐 월드겠지, 라는 결론에 다다랐다.
  즉 내가 남자인 세계와, 여자인 세계가 연결되어버렸으리라고.
  이유는 불명. "오차라곤 한치도 없이 완벽하게 같은 타이밍에 벽장 문을 열었기 때문이 아닌가"라든가 적당한 고찰도 해봤지만 근거고 자시고 없다. 과학자라도 불러와서 조사한다면야 또 모를까. 이런 거짓말 같은 얘기, 어떻게 해야지 신용받을지. 가볍게 학교를 땡땡이치는 우리의 머리론 상상도 가지 않았다.
  내가 남자이고 이 녀석이 여자란 것 말고 그 밖에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은 것 같다. 법률이라든가 정치가라든가 역사라든가. 양친의 성별도 그대로고 어제 죽은 것도 큰삼촌.
  다른 점이라 한다면, 어떻게 보면 당연하겠지만 인간 관계가 달랐다.
  예를 들어 초등학교 때부터 몇 번쯤 같은 반이 되고 언제나 사내놈들의 인기를 끌고 있는 여자. 그녀의 앞이라면 부끄러워지는 탓에 거의 얘기한 적 없는 나에 반해 히로코 쪽은 단짝 친구라는 것 같다.
  바닥에 뒹굴며 부러워한 나도 어이없어하는 히로코에게 얘기 들을 것도 없이 이해 가능했다. 어렸을 적부터 아는 사이의 여자끼리라면 친구가 되었어도 전혀 신기하지 않다.
  그리고 또, 이것도 당연하겠지만. 내 친구 중 몇 명의 이름을 듣고 히로코가 바닥에 뒹굴며 부러워했다. 초·중학 때에 제일 친했던 이과의 수재라든가. 지금 자주 놀고 있는 축구부원이기도 한 두 명은 여자의 인기 높고 말이지.
  인기 있는 놈이라는 건 어느 세계에서든 인기 있으시구만. 젠장맞을.
 

  "으응~ 같은 레벨의 상대란 의미로는 재미있지만."
 

  "검증하는데 쓸모는 없군."
 

  대답을 하면서 척척 오셀로를 하얗게 뒤집어갔다. 어깨를 서로 맞대고 쳐다보는 반상은 일진일퇴의 공방이 되어있었다.
 

  "근데 이제 아무래도 좋지 않아?"
 

  마지막 칸에 검정돌을 둔 히로코에게 대답 삼아 끄덕이고 결과를 쌓아올렸다. 10개씩 산으로 만들고 단수의 높이를 비교하는 거지만. 이 부분에 대한 하우스 룰의 확인이 필요없는 상대다보니 뭐랄까.
  만난지 바로인 여자와 지내는 것치고는 속 편한 분위기가 흐르고 있었다. 아니아니, 연령과 같은 기간 동안 알고 지냈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뭘 생각하는지는 알겠지만 말이지.
 

  "훗훗훗. 내 승리 같은 걸."
 

  "아니아니, 단 2개차거든요. 한 번 더 하면, "
 

  히로코에게 받아친 순간에, 무심코 숨을 집어삼켰다.
  뒤돌아보는 정도나 타이밍이 거의 같았기 때문이리라. 바로 눈 앞. 아주 조금 움직이면 닿을 것 같은 곳에 그녀의 얼굴이 있었다.
  남자인 나 같은 것과는 다른, 부드러워보이는 입술. 희미하게 빛을 반사하고 있는 게 무척 섹시하다. 목이 메말라가는 걸 느끼고 나는 다른 일에 의식을 집중시켜려 들었다. 다른 것, 다른 것. 그러고 보니 얘, 브라자 안 차고 있었더랬지.
  야, 그건 위험하잖아.
  경직된 얼굴을 농담이라고 얼버무릴 수 있을 정도로 히로코에게 약간만 가까이 대었다. 그녀도 같은 생각이었는지 이쪽으로 접근하였고. 그 때문에 입술이 가볍게 서로 닿았다.
  그걸 느낄 새도 없이 내 손은 히로코의 머리를 잡아 끌어당기고 있었다.
  뒤통수에 감긴 그녀의 팔에 몸을 맡겨 더욱 밀착하기를 더했다. 누가 계산한 것도 아닐텐데 우리들은 동시에 입술을 열고는. 서로의 혀를 찾아 상대의 입 속을 유린하기 시작했다.
  미끈거리는 혀가 내는 젖은 소리가 추잡하게 뇌에 울려퍼졌다. 그것은 뭔가를 없애면서 뭔가를 더해가는 것 같았다.
  그녀의 가슴에 손을 뻗어 옷 위로부터 감싸보았다. 가볍게 힘을 넣자 부드럽고 편안한 감촉이 손 안에 가득 퍼졌다.
  히로코는 뭐가 재미있는지 내 잠옷에 손을 넣고 가슴을 만지고 있었다. 자그마한, 여자애의 손가락이 피부에 노다니는 건 뭐라고 말 못하게 신선하여서. 답례 삼아 직접 그녀의 유방에 손을 대어 아까의 핑크 돌기를 손가락으로 잡아줬다.
  헐떡이며 입을 떼어놓은 히로코와의 사이에 타액이 실을 자아냈다.
  나 자신도 무심코 같은 행동을 하고 있었지만. 그녀가 뒤섞인 타액을 핥아내는 행동에서 잠시도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하려고?"
 

  "하려고."
 

  "하시지!"
 

  혹시나 우리들은 바보 같은 대사로 분위기를 바꾸고 싶었던 걸지도 모르지만. 그녀의 웃음소리마저 섹시하게 느껴버려서야 역효과에 지나지 않았다.


 
 

 

  가벼운 입맞춤을 되풀이하면서 싫증도 내지 않고 가슴의 부드러운 촉감을 만끽했다. 손바닥에 살짝 여유가 생길 정도지만 사이즈 따위 크든 작든 관계없다. 탄력 있는 촉감은 하루종일 이러고 있을 수 있을 만큼 매력적인 물건이었다.
  혀뿐만 아니라 팔이랑 다리도 휘감는 사이에, 점점 히로코가 가까운 사이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성별만 다를 뿐인, 동일한 인간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상기된 그녀의 얼굴이 너무나도 과하게 귀여워서 우리들 사이에는 절대로 넘지 못할 장벽이 있다고 이해 당했다.
  근데 아까랑 감상이 다르잖아.
  그런데도 그 모순이 몹시 올바른 인식이라고 여겨진다. 히로코와 나는 거의 같으며 완전히 다르다고. 어마어마하게 가까운데도 완전히 별개인거다.
 

  "남자애의, 손이구나."
 

  가슴의 감촉을 계속 맛보는 내 손을 위에서부터 히로코의 손이 감싸안았다. 딱딱하기만 하고 재미없는 손일 테지만, 그녀의 입가는 기쁜 듯이 부드러워져있었다.
 

  "자기가 하는 것보다, 하웃! 기분 좋은 건! 그래서, 인 걸까아."
 

  "아니아니, 이것도 자기가 하는 거랑 비슷한 거, 일지도 모르지요."
 

  "야, 너 여유 있는 척하지만서두. 왠지, 엄청 딱딱한 게 닿아있어. 우와, 정말로, 이렇게 되어버리는구나."
 

  히로코가 허벅지를 사타구니에 갖다누른 탓에 주포가 요동치기 시작했다.
 

  "그런 말 마라! 착실히 기분을 띄우려고 필사적으로 참고 있단 말이다. 네가 기분 좋아지기 전에 폭발해버렸다간 어쩌려고 그래."
 

  "어설픈데, 헤이스팅스. 자네는, 아훗! 눈 앞의 상대가, 누군지를 까먹고 있는 게, 하악! 아닌가."
 

  질문 같은 말투지만 나 보고 대답하라는 건 아니었나보다. 강하게 입에 달라붙자마자 안에 있는 타액을 남김없이 빨아내었다. 그것을 목을 꼴깍이며 마시고는 이번엔 자기 타액을 흘려넣어왔다.
  반격을 할 새도 없이 히로코가 얼굴을 떼고 단숨에 윗도리를 벗어던졌다. 뒤이어 주저없이 속옷채로 파자마 바지도 내던졌다.
 

  "다정한 말을 던지는 게 쑥쓰러워서 농담을 섞어 대답하는 거잖아. 어째서 아는지야 히로시도 이해할 수 있을 테지? 그래, 나도 맨날 그러거든."
 

  "훌륭한 추리입니다, 포와로 씨."
 

  "아니아니, 나는 히로코 씨거든요."
 

  붉은 얼굴로 웃고 있는 히로코를 무턱태고 껴안고 싶어졌다. 그것도 다른 무엇에게도 방해받지 않고서. 재까닥 잠옷을 벗은 나는 자그마한 어깨를 양팔로 감싸안았다. 그다지 기댈 보람이 없는 몸이라 미안하다 생각하면서.
 

  "그 뭐냐, 여자애는 굉장한 걸. 똑같은 성격이라도 말이지, 사내자식이라면 때려눕히고 싶어지는 상황이라도. 어떻게든 위로하고 싶다고 생각할 정도로 귀엽게 보이니 말이야."
 

  "그건 아니야. 히로시가 남자고 내가 여자일 뿐. 왜냐하면 말이지, 뭐 누구든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네 푸념이라면 들어줘도 좋다고 생각하는 걸. 그 뭐냐, 몸이라도 사용해서."
 

  힘을 빼고 몸을 완전히 내맡기고 있던 히로코가 머뭇머뭇 움직이기 시작했다. 답답한 걸까 생각해서 힘을 늦췄지만 양손으로 내 팔을 억눌러 부정했다.
  무엇을 할 생각인가 생각했더니, 그녀는 자기 말을 증명할 셈이었던 것 같다. 음경을 가랑이에 끼우고, 그리고는 몸을 기대어왔다. 따쓰한 심정이 되어야 할 장면, 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주포를 감싼 음순에서 타고 흐르는 침이, 포구의 각도를 더욱 올려주셨구려.
  함장, 이대로는 오발할 것 같습니다.
  포술장의 비명에 대답할 여유 따위 내겐 없다. 왜냐하면 밑에 눈을 곱게 올려뜨고 히로코가 쳐다보고 있는 것이다. 도저히 다른 세계의 나라고는 생각되지 않습니다. 되게 귀엽다 너.
  훗훗훗, 아무래도 주포는 자존심을 깨트릴 것 같구만. 울고 싶다.
 

  "만난지 금방이지만, 나, 히로시 좋은 걸."
 

  "나도 좋아해, 히로코."
 

  "아니아니. 처음엔 연령 이콜 처녀를 해소해도 좋을까. 란 정도였다고는 살짝 여겨지지 않을 만큼 사랑해버리고 있다고요."
 

  "헌데, 따지고 보니 뭣한데. 어젯밤 잘 때까지, 첫 체험 상대가 네가 되다니 상상의 범주를 넘었어. 헉, 이런 것도 나르시스트가 되는 겐가."
 

  "아니지 않아? 왜냐면 섹스도, "
 

  임신도 가능하고.
  몹시 부끄러운 듯이, 잠기고 작은 목소리로 귓가에 속삭여진 말. 그건 그에 맞춰 중얼거린 내 목소리와도 내용이 같았기 때문에. 도중에 히로코가 겁이 나도 멈추지 못할 것이라고 확신할 수 있었다.
  서로 빼앗듯이 입맞춤을 나누고 혀를 서로 핥았다. 표면도 뒤도, 남김없이 내 물건으로 만드려고 덧칠하자, 그녀도 똑같이 격렬하게 얽혀들었다.
  깊은 키스를 계속한 채로 히로코의 손을 잡고 음경을 만지게 시켰다.
  착각을 했는지 아래 입에서 흐르는 타액을 바르고 준비 완료를 호소하는 그녀에게. 꼭지머리로 벌린 음순 사이를 적당히 쿡쿡 찔러봤다.
  그걸로 알았는지 그녀는 요염하게 눈을 가늘게 해주었다.
  이끌리는 대로 질구에 닿고 나서 히로코의 눈동자를 들여다보았다. 목채로 크게 끄덕여준 기세에 땀으로 달라붙은 앞머리까지 흔들렸다. 그것을 쓸어올려, 모든 마음을 담아 입맞추고 나서 단숨에 허리를 찔러넣었다.
 

  "우, 극. 잠깐, 뭐, 크윽. 헉, 어떡해 아파 찢어져버려!"
 

  "괜찮아. 안 찢어지니까."
 

  "아니아니, 어디 만지고 있는거야. 싫어, 왠지. 몸 안이 텅 비어서 그 근처 있는 신경을 찔리고 있는 것 같아. 아아 정말, 빨리 마지막까지 와!"
 

  "꼭 잡고 있어라."
 

  아픔에 경련하는 질의 주위를 어루만지면서. 천천히, 하지만 확실하게 깊숙히 침입했다.
  필사적으로 다리의 힘을 빼면서. 내 등에 두른 팔로 몇 번이나 어깨를 잡고, 떼기를 반복한다. 괴로워보이는 히로코를 보고 불쌍하다는 감정이 먼저 든 탓에. 모처럼 가는 손발이랑 부드러운 유방이 엉겨붙어있는데도 그 경황이 아니었다.
  뿌리까지 완전히 집어넣었을 무렵이 되어서 땀 투성이가 된 머리카락을 쓰다듬어주었다. 결합부를 내려다본 그녀는 부끄러워하면서도 달성감이 엿보이는 얼굴로 내게 입맞추었다.
 

  "뭐라고 할까, 그거네. 남자는 처음부터 기분 좋잖아? 좀 약지 않을까."
 

  "저기 말이다. 눈 앞에서 네가 아파하고 있다고. 그런 제 혼자만 좋은 짓거리, 당연히 안하지."
 

  "야, 그렇게 받으면 말이 안 이어지잖아."
 

  귀엽게 입을 삐죽인 히로코가 다시 한 번만 더 해보자, 라며 손가락을 세웠다. 나도 조금 진정한 탓인지 질에 있다는 감동에 포술장이 떨고 었었으나. 침공작전을 늦추고 착실히 마주 끄덕였다.
  정면에서 마주 보는 위치에서 짐짓 꾸민 듯이 히로코가 헛기침했다. 눌려있는 유두가 스쳐서 기관실로부터도 비명이 울렸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이쪽의 상황 따위 신경도 쓰지 않는 것처럼 나를 보고 있다. 아무래도 이 녀석은 얼마나 자기가 귀여운지 전혀 모르고 있나보다. 살짝 몸짓 하나만 해도 안고 싶…… 아니 지금 딱 하고 있는 참이지만서도.
 

  "나는 미야자키 히로코."
 

  "야, 거기서부터 다시?!"
 

  가벼운 잽이라고, 라며 웃고 나서 히로코는 달콤하게 속삭였다.
 

  "남자가 처음부터 기분 좋다니 조금 약지 않아?"
 

  "왜, 부럽냐."
 

  "훗훗훗. 그런데, 이 아픔도 말이지. 좋아하는 사람에게 처녀를 바치고 있다고 생각하면 왠지 행복하다지. 이걸 모른다니 무척 불쌍해라."
 

  갈구는 것처럼 말씀하시는 주제에 젖은 눈동자가 정말로 기뻐하고 있었기에, 양팔 속에 그녀를 감싸안고 계속 이러고 있고프다고 생각했다.
  아니아니, 죄송합니다. 조금 거짓말했습니다. 본심을 말하면 지금 당장 움직이고 싶어요. 솔직히 더 이상 못 참겠습니다. 아까 했던 말은 취소하겠습니다만. 히로코 씨는 다소 아픈 건 참아주셔야겠다고 사료됩니다.
 

  "저기, "
 

  "천천히 해야돼?"
 

  "고려해보겠습니다."
 

  발진허가가 떨어지자마자 미속후퇴의 명령을 내렸다.
  뻣뻣해진 듯한 벽이 내 함선의 행동을 막으려 들었다. 그러나 그런 걸로는 멈추지 않……는다고 할 참에. 목으로부터 비명을 흘린 히로코에게 사지로 제지당했다.
 

  "미안, 무리. 아니 야, 싸지 않음 괴로운 거야 알고 있으니 그렇게 울려는 얼굴하지 마. 에~ 저기. 앞뒤가 아니라 있지. 넣은 채로 흔드는 거면, 안될까."
 

  "감사하나이다."
 

  "진짜로 쏘리."
 

  "바보. 너를 기분 좋게 못 만들어주잖아. 사과한다면 내가 해야지."
 

  "아니아니, 이 이상 반하게 만들어도 애액 정도밖에 안 나오거든요."
 

  "애인 자랑할 얘기감도 나오지 않겠어?"
 

  한 순간 말문이 막힌 히로코가 달콤한 미소로 대답해주었다.
 

  "바~보."
 

  서로 혀를 감으면서 꾸욱 허리를 찔러넣었다. 살짝 미간에 주름이 잡히긴 했지만 그녀의 호흡은 금세 진정되었다.
  흉판으로 짓누른 유방을, 나를 껴안는 가느다란 사지를, 마음으로부터 만끽한다. 그리고 나서 조금씩 허리를 흔들어보았다. 부담이 줄었기 때문인지, 꿰뚫고 나서 시간이 지난 덕분인지, 히로코도 어떻게든 견딜 수 있는 것 같았다.
  감싸안는 좁다란 질은 단순한 자극으로 치면 감질나는 것이리라. 단지 그것이 히로코의 질 안이라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쾌락의 자리수가 뻥튀기된다.
  내가 숨이 차는 걸 느꼈는지 입술을 떼어놓은 히로코가 뺨을 문질러대었다.
  어서 익숙해지게 하여 함께 기분 좋아지고 싶다. 그런 생각조차 점점 한쪽 구석으로 내쫓겨가기 시작했다. 포술장에게 확인할 것도 없이 발사 준비는 완료를 마쳤다. 점점 더 강해지는 히로코의 구속은 이대로 싸도 된다며 가르쳐주고 있어, 전에 없이 충전된 주포가 목표에 조준을 고정했다.
 

  "임신시켜버려도 돼."
 

  나직이 귓가에 속삭인 목소리에, 뇌수가 날아가버렸다.
  히로코의 엉덩이를 양손으로 잡고서 있는 힘껏 끌어당겼다. 깊숙한 곳에 있는 질벽을 꾸물꾸물 밀어넣으면서. 쌓이고 쌓인 정액을 그녀의 질내에 토해냈다.


 
  꿀컥! 꿀럭꿀럭꿀럭!


 
  뒤집어쓰고 기뻐했는가 싶게 벽이 떨며 조여들었다. 아니, 아까와 다르지 않은 걸까. 어쨌든 아찔한 기분에 가득 찬 나는 온몸에서 힘이 빠져나가고 있는 듯했다.
  앞으로 쓰러졌지만 히로코는 불평도 하지 않고 뺨에 입맞추고 마주 안아주었다. 실수로라도 안 빠지게 하기 위해선지 그녀의 양손양발을 휘감아서.
  거기에 마음 속 깊이 안도를 느끼면서 나는 한 방울 남김없이 쏟아부어넣었다.
 

 

 


  한 동안 벌거벗은 채로 서로 안으며 시간을 보냈지만. 제2차 공격 계획이 입안되었기 때문에 옷을 입기로 했다.
 

  "아직 들어가있는 것 같애. 야, 뭘 쑥쓰러워 한다니."
 

  "아니아니, 하던 도중이야 좋지만서두요. 조금 시간이 지나면, 뭐라 할까요. 엄청 부끄럽거든."
 

  "별나긴. 아, 새어나와버렸다 보다. 볼래?"
 

  "안 참아도 된다면."
 

  "에~ 뭐냐, 응~ 뭐냐. 그렇담 나중에 하기로 합시다."
 

  풀썩 떨어진 내 어깨를 힘내라며 두드려주었다.
  딱히 뭘 하지도 않고, 어깨를 서로 기대며 멍하니 있으면서 시간을 보냈다. 문득 시선을 느끼고 얼굴을 주니 그녀가 나를 보고 있어서, 왠지 서로 미소지었다. 잠시 있다가, 이번엔 내가 히로코의 옆얼굴을 바라보았다.
  닮아있다고 하면 닮아있긴 한데, 역시 다른 걸. 내가 여장한다든가 누이가 있었다고 쳐도 이렇게까지 귀여워지리라곤 생각되지 않는다.
  그렇다기보다 새삼 다시 보니 반듯한 얼굴이군. 이목구비가, 뚜렷하다고 해야되나. 맞아, 근사한 거다. 그것도 남자 같은 게 아니라 어디까지나 여자애로서 말이지.
 

  "왜?"
 

  "아니, 그냥 얼굴 봤어."
 

  넋 빼며 보고 있었다고 말할 수 없는 건, 역시 느끼한 대사는 쑥쓰러운데다가 나답지 않으니까. 알게 된지 무진장 짧은데도 상대를 잘 알고 있다는, 영문 모를 히로코를 향해서 폼잡거나 하는 건 실수가 않은지 생각해버린다.
  알쏭달쏭한 대화밖에 안하면서 왠지 모르게 둘 다 톡톡 웃었고. 그리고 다시 부드러운 침묵 속에서 서로의 체온을 느꼈다.
  허나, 느닷없이. 그다지, 아니 아예 재미없는 사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저기."
 

  "역시, 히로시도 같은 생각하고 있었구나."
 

  "당신도 그랬습니까, 포와로 씨."
 

  "야, 그건 이제 됐다니깐. 애초에 우리들 이불을 정리하려 했었더랬지."
 

  "벽장은 더 이상 못쓰려나."
 

  내 방과 히로코의 방을 연결한 벽장을 한 번 보았다. 다행하다고 할지. 두 개의 미닫이로 칸막이되어있기 때문에 이제 한쪽으로부터라면 왔다갔다 가능하다고 생각되지만.
  일단 시험해보자며 일어서자. 히로코도 똑같은 타이밍에 허리를 들었다. 자기 방에 들어가 또 한쪽의 미닫이를 당겼다. 아니, 미닫이는 옆으로 미끄러지는 거잖아. 남아있는 미닫이를 움직였다간 열려있던 쪽도 닫히지.
 

  "야, 잠깐 기다, "
 

  "야, 이쪽 닫으면, "
 

  스르륵, 턱. 나와 히로코의 말을 가로막듯이 미닫이는 끄트머리까지 미끄러졌다.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게 된 새하얀 머리로 멍청히 벽장의 미닫이문을 바라보았다. 열려있는 쪽을 들여다보니 아무 특이점도 없는 벽장이었다. 여름옷을 넣은 케이스라든가 어릴 적에 갖고 놀았던 장난감 같은 게 보인다. 아, 프라모델이 먼지 투성이다. 처박아둔지 오래됐으니.


 
  야, 아니아니, 그게 아니잖아.


 
  제 정신으로 돌아오자 오싹한 추위가 온몸을 덮고 있었다. 오늘 아침과 아무것도 다르지 않을 방. 아니, 이불이 없어졌긴 하지만. 그런 건 아무래도 좋다.
  고작 몇 시간 전이랑 비교해 방은 뭐 하나 달라지지 않았는데도. 머리는 아프고, 눈 앞은 흐릿해지며, 피부 안쪽이 지져지는 것 같았다.
 

  "장난 까지 마, "
 

  발끈해서 미닫이를 반대로 열자,
 

  "이런 게 어딨어!"
 

  내 말의 뒤를 받은 듯한 목소리가 귀에 닿아주었다.
  서로의 눈물이 배인 눈을 보고 둘 다 왠지 의미도 없이 끄덕였다. 몇 번이고 몇 번이고. 그리고 나서, 우선 맨 먼저 우리들은 미닫이문을 떼어내 내버렸다. 양쪽 모두 뜯어내자 벽장이 반쪽씩 쪼개져있는 걸 알았다.
  사람 속 태운 미닫이에게 제재를 가해줄까도 생각했었지만 그런 아무래도 좋은 일보다도 먼저 할 일이 있다고 깨달아 돌아보았다.
  매우 당연하겠지만, 사실 따져보면 어마어마하게 신기하게도. 나와 똑같은 행동을 취하고 있던 히로코와 서로 다가가 착 껴안았다. 안심한 바로 그 순간 눈물이 울컥였다. 그녀도, 내 가슴에 얼굴을 비비며 훌쩍이며 울고 있었다.
  조금 진정한 우리들은 새삼스레 상대를 잘 확인할 수 있도록 얼굴을 마주했다.
  나도 심각하게 되어있겠구나 생각하지만. 히로코는 콧물까지 흘리며 온얼굴이 엉망으로 되어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최고로 귀엽고 사랑스러운 표정이니 무심코 마음 속에서 우러나온 웃음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일단. 잘 때는 둘 중 어느 쪽의 방에서 함께 자야겠네. 자고 있는 사이에 헤어지게 되었다간… 그보다 그 점에 눈치챘던 만큼 차라리 다행이었을지도."
 

  "그래. 한데 이제부터는 자기 방에서도 혼자는 못 되나. 그렇게 되면 남자의 생리 현상인 혼자 놀기는 어떻게 해야된다냐."
 

  "그건 곤란해보이는 걸. 근데 야, 전혀 안 곤란하잖아."
 

  이제부터는. 이라며 히로코에게 팔꿈치로 배를 찔리면서 짐짓 꾸민 듯이 웃어보였었지만. 역시 농담을 하기보다 당분간 히로코를 껴안고 있지 않으면 마음이 가라앉지 않을 것 같다.
  그리고, 뭐 당연스럽게도 히로코도 같은 생각이었던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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