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마구출대 시아 #30 켄타우로스의 부탁
->그의 태도로 보아 해가 될 것 같지가 않다. 이대로 켄타우로스의 말을 들어본다.
시아는 상대가 먼저 싸울 의사를 관두자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상대의 의도가 무엇이든 먼저 얘기를 들어두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군."
그녀가 보기에 켄타우로스는 강자였다.
그런데 그가 먼저 대화를 시도해오자 잘만하면 싸우지 않고도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애당초 그녀들의 목표는 멜리사 장군의 구출이지, 싸움이 아니었다.
요마구출대로서 요마들에게서 여성을 구출하는데 가장 중요한 건 얼마나 안전하게 인질을 구출해올 수 있느냐이다.
전투는 필요한 것이긴 하지만, 필수는 아니었다.
오히려 전투를 치르지 않고 여성들을 안전하게 구출하는 것이 뛰어난 요마구출대원으로서의 필수 덕목이었다.
"좋아. 말해봐."
그래서 시아는 고개를 끄덕이곤 켄타우로스의 말을 기다렸다.
"감사합니다. 여전사여."
켄타우로스는 감사의 표정을 얼굴에 띄운 뒤, 자신의 사정을 이야기하기 시작하였다.
"먼저 자기 소개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나의 이름은 티페리우스. 구름의 켄타우로스족의 전사장입니다."
그는 정중하고 차분한 어조로 말을 시작했다.
켄타우로스 족 답지 않게 정중하고 신사적인 그의 모습은 호감을 절로 일으켰다.
"초원을 자유롭게 질주하던 저는 마오장군의 함정에 빠져 사로잡혀 이곳 비밀 마굿간을 지키고, 기마병을 육성하는 일을 강제로 떠맡게 되었다죠."
그는 그러면서 그 일을 하게 된 것이 본인의 의지가 아님을 강조하였다.
"지금 저는 마법의 힘으로 구속되어 있습니다. 그 탓에 이곳을 도망칠 수도 없고, 멜리사 장군을 풀어줄 수도 없죠."
그는 마법의 힘에 의해 조정되고 있는 자신이 한스러운 듯 한숨을 내쉬었다.
"무엇보다 욕망에 몸을 맡긴 채 인간 여성들을 안는 것도 그 마법의 힘 탓이 큽니다. 물론 멜리사 장군이 매력적인 탓도 있지만요."
그는 멜리사 장군을 보며 미소지었다.
그 매력적인 미소에 멜리사 장군은 얼굴에 홍조를 띄며 "흥!" 하며 외면했다.
화가 난 듯 토라진 모습.
하지만 그리 싫지만은 않은 듯 수줍게 기뻐하는 듯도 보였다.
-두근 두근!
하긴 단순히 마법에 의해 안겼다는 말보다, 강제로 당했다해도 매력적이어서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는 남자의 말이 더 좋은 것이 여성의 심리였다.
복잡한 심정이랄까.
그것이 강간을 한 자의 말이라 해도 그 말이 더 듣기 좋은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이지?"
시아는 켄타우로스의 말을 끊으며 물어보았다.
그녀는 두 사람 사이에 퍼지는 핑크빛 무드를 그냥 보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그러니까 제 말은 그 마법의 힘을 막아주시면 저 역시 멜리사 장군을 안전하게 풀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저 역시 이곳을 빠져나가고 싶으니까요."
그는 자신을 구속하고 있는 마법의 힘을 없애주기를 바랬다.
그러면 그 역시 초원으로 돌아갈 수 있고, 멜리사 장군을 지켜야 하는 의무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고 하면서 말이다.
"...."
시아는 가만히 고민했다.
일행은 그녀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었다.
"후우..."
한참의 생각 끝에 시아는 한숨을 내쉬며 생각을 정리하였다.
"좋아. 내 생각에도 역시 지금 전투를 벌여서 주위의 이목을 끄는 것보다 그 편이 나은 것 같아."
그녀는 그러면서 그 마법의 구속이 어디서 시작되고 있는지를 물어보았다.
"그곳을 찾는 건 간단합니다."
켄타우로스는 천장을 가르키며 말했다.
"이 비밀 마굿간 위에 있는 마오 장군의 임시 집무실에 있다죠."
그는 그러면서 자신을 그것을 만질 수도, 부술 수도 없다고 하였다.
"검은 루비처럼 생긴 것이니 찾기는 쉬울 것입니다. 하지만 어떤 위험이 있을지 모르니 조심하여야 할 것입니다."
켄타우로스의 우려담긴 말에 시아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 루비만 부수면 되는 것이지?"
로렌이 자신있다는 듯 주먹을 불끈 쥐었다.
"..."
시아는 아직 판단이 서질 않았지만, 켄타우로스와 싸우는 것보다 그 편이 더 나아 보였다.
전사장이라 불릴 정도로 강한 자와 맞붙는 것보다 구속의 힘을 가졌다는 보석을 깨뜨리는 편이 더 쉬워보였으니 말이다.
"알았어. 그럼 페이와 파이는 이곳에 머물러 있어. 루비를 없애는 일은 우리들이 하겠어."
주인인 멜리사 장군을 지키는 일은 원래부터 페이 자매의 일이었다.
그녀의 말에 페이 자매는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가도록 하자."
시아는 일행을 목적대로 나눈 뒤, 마법의 루비를 없애기 위해 방을 나섰다.
"무운을 빕니다."
"시아님 조심하세요."
켄타우로스와 페이의 전송을 들으며 일행은 다시금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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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 마굿간을 나와 마오 장군의 임시 집무실을 찾는 일은 간단하였다.
마굿간 근처에 있는 건물에 있었기 때문이다.
경비는 오히려 마굿간보다 덜한 것이, 침입하기가 더 수월하였다.
그래서 일행들은 너무나 쉽게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역시 적들은 마굿간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나 봐요."
테스는 너무나 쉽게 잠입을 하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속삭였다.
비밀 마굿간에 비하면 경비가 느슨한 것이 들킬 염려가 전혀 없었다.
"응..."
시아 역시 다소 걱정을 했는데 간단하게 일이 풀릴 것 같자 다행이라 생각하였다.
하지만 너무 일이 쉽다는 것도 그리 마음이 편치 않았다.
"뭔가 특별한 함정이 있는 건 아닌가 걱정되는군."
일행은 불안감을 안은 채 건물 안을 탐색했다.
"이곳인가...?"
시아는 마오 장군의 집무실로 보이는 문 앞에 서서 중얼거렸다.
-끼익
살짝 노브를 돌려보자 다행히 문은 잠겨있지가 않았다.
"이거 너무 무방비한 거 아니야?"
그런 생각이 절로 들 정도로 건물의 안전대책은 형편없었다.
"그래도 다행이네요. 문이 잠겨져 있으면 어떻게 될까 싶었는데요."
테스가 좋은게 좋은거라 미소지으며 말했다.
방이 잠겨져 있지 않아서 방 안을 염탐하는 건 수월하였다.
"그래..."
시아는 그 말에 전부 수긍할 수는 없었지만 그저 좋게 생각하기로 하였다.
안을 들여다보자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끼이이익
일행은 각자 무기 위에 손을 얹은 채 방안으로 들어갔다.
여차하면 바로 대비를 할 수 있도록 말이다.
-반짝!
집무실 안에 들어가보자 검은 루비를 찾는 일은 간단하였다.
마치 가져가보라는 듯 방의 한가운데 놓여있었기 때문이다.
"이건 해도 해도 너무 하는군. 아예 함정이라고 써 붙이지?"
시아는 그걸 보며 어이가 없어서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어떻게 할꺼야, 시아?"
로렌이 그걸 보며 이대로 루비를 부술 것인지를 물어왔다.
거리 상으로 보아 충분히 멀리서 무기를 가지고 깨드릴 수 있을 것 같았다.
시아는 잠시 어떻게 해야 할 지 고민하였다.
1)이대로 부수는 것은 왠지 아깝다. 훔쳐가도록 한다.
2)함정이 있을 게 뻔하다. 그냥 이대로 루비를 부수도록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