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엄마는 동급생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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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엄마는 동급생 (2) ]
운동장에 흙먼지가 뿌옇게 솟아올라 흩날리고 여기저기서 함성과 야유가 터져나온다. 이미 운동장에는 학교 학생들과 선생님들, 그리고 몇몇의 가족들과 군데군데 섞여있는 장시치들이 가득하게 들어서있었다.
“ 달려~~ 달려~~ 1반! 1반! 이겨라!! 이겨라!! “
내일고등학교 2학년 1반 학생들의 응원소리가 울려퍼진다. 1반 학생들이 줄지어 응원을 하고 있는 앞에는 여자계주가 한창이었다. 2학년 총 12개의 반중에 1반과 3반, 8반, 10반이 결승에 올랐다. 그리고 벌써 3번째 주자가 운동장을 돌아 바통터치가 되는 출발선으로 복귀중이었다.
2학년 1반의 마지막 주자는 최유정이었다.
유정은 전 주자가 대기선에 오기 한참전부터 몸에 힘이 바짝 들어가 있었다. 15년만의 학창생활이 너무 재미있었고, 자신을 다시 10대로 돌아가게 하는 젊음의 힘이 느껴졌다. 그리고 지금 이순간 마지막 계주주자로써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할것을 굳게 다짐하며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자신에게 바통이 넘어오기만을 다리에 힘을주어 기다리고 있었다.
“ 최유정!!! 최유정!! 최유정!! “
몸 뒤로 오른팔을 뻗어 대기하고 있던 유정의 손으로 바통이 넘겨지자 반 아이들이 일제히 유정의 이름을 외쳤다. 그리고 있는 힘을 다해 첫발을 내딛고 힘차게 뛰기 시작했다. 뒤를 돌아볼 여유도 없었고, 오로지 앞만보고 결승점을 향해 미칠듯이 질주를 했다.
운동장을 한바퀴 거의 돌아 다시 제자리로 돌아올때쯤 결승점에 나란히 줄지어 있는 반아이들의 함성이 들려왔다. 약간의 여유를 두고 옆을 살펴보았지만 자신과 나란히 뛰고 있는 학생은 아무도 없었다.
결승점에 있던 하얀 끈이 자신의 배에 닿아오자 1등이라는 것이 실감이 났고, 있는 힘을다해 뛰었던 몸에서 힘이 빠져나가 바닥에 털썩 주저 앉아버렸다.
그러나 이내 반학생들이 유정에게 다가와 에워싸고 격려와 승리의 축하와 환호를 보냈다.
그렇게 점점 더 유정은 학교생활에 기쁨을 느끼고 추억을 하나씩 새겨나가고 있었다.
오전 경기가 끝이나고 2학년 전체 평점에서 1반이 1위를 달리고 있었다.
체육선생이던 이준호 담임선생도 자신의 반이 1위를 달리자 체면이 산다며 연신 방긋거리며 좋아하고 있었다.
점심시간이 되어 1시간 30분간의 식사 및 휴식시간이 주어졌다.
유정의 가족은 물론 같은반에 있는 아들 밖에 없었다. 다른 집도 일을 하고 있는 아버지들은 거의 보이지 않았고, 어머니나 형제들 정도만이 나와 자신들의 아이들과 식사를 즐기기 위해 이곳저곳 명당자리를 찾아다녔다.
하지만, 유정에게는 남모를 고민이 있었다. 오늘 같은날 하나밖에 없는 아들과 단둘이 앉아 맛있는 도시락을 전해주며 모자간의 정을 듬뿍 느끼는 하루가 되어야 하지만 유정은 아들인 성호와 밥을 먹을 수 없었다.
자신과 성호와의 관계를 전혀 모르는 학교 사람들에게 이상한 오해를 받지 않으려는 조심스러움이 어쩌면 더욱 아들에게 다가가지 못하는 계기가 되고 있을 뿐이었고, 아들인 성호도 그런 어머니의 마음과 통했는지 자신의 단짝인 정우성과 함께 우성의 어머니가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렇게 되자 오히려 유정이 혼자가 된 느낌이 들었다. 그 때 뒤에서 유정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 유정학생… 혹시.. 혼자? “
뒤를 돌아보니 이준호 선생님이 자신을 바라보며 쑥스러운 듯 묻고 있었다.
“ 아~ 네.. 선생님… 어쩌다보니.. 혼자네요.. 호호 “
“ 그럼… 저랑 같이 식사 할래요… ? “
“ 저야.. 좋죠.. 선생님이랑 같이 식사도 해보고~~!! “
“ 제가.. 도시락이 없어서.. 교내식당에서 먹으려고 하는데.. 같이가죠… “
“ 넵.. 선생님~ “
유정은 이준호 선생님과 함께 교직원식당으로 향했다. 이미 여러 선생님들이 식당에 들어와 식사가 한창이었고, 유정은 이준호 선생님이 지정해준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이준호 선생님은 두명분의 밥을 가지러 배식대로 향했다.
“ 어~ 거기… 학생.. “
누군가가 유정을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려 돌아보았다. 교장선생님이었다.
“ 네.. 교장선생님… “
“ 학생이.. 그 학생.. 맞지? 30살이 넘었다는 복학생…? “
“ 네.. 맞아요.. “
“ 대단해.. 그 나이에 학교를 선뜻 다니려고 하다니.. 나 같으면 생각지도 못햇을일을.. “
“ 감사합니다.. “
“ 담임이 이준호 선생이었던가? “
“ 네… “
“ 그래요.. 맛있게 먹고, 언제 한번 교장실로 놀러와요.. 다른 학생들 같으면 세대차이나서 대화가 안되는데.. 학생은 그래도 대화가 될듯하네.. 하하하 “
“ 예.. 알겠습니다. “
옆테이블에서 식사를 하던 교장과 이야기를 하는 사이 이준호선생님이 배식판 두개를 들고 자리로 왔다.
“ 많이 먹어요… “
“ 넵.. 잘먹겠습니다. 선생님도 많이 드세요~ “
식사를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서자 이준호 선생님이 커피를 마시자며 2층 휴게실로 향했다. 자판기 커피를 뽑고 아무도 없는 휴게실 의자에 앉아 유정에게 식당에서의 일을 물어왔다.
“ 유정학생… 아까 교장선생이 뭐래요? “
“ 아.. 네? 아~ 뭐.. 그냥… 제가 나이많이 학생 맞냐구 묻던데요.. 호호.. 그리고 교장실로 놀러오래요.. 호호호 “
“ 음… 그래요.. 유정학생… 뭐.. 이런말 하기는 뭐하지만.. 교장실에는 가지 마세요.. “
“ 네? 왜요? “
“ 그냥.. 소문이긴한데… 그 교장 주변에 안좋은 소문이 있어서… 내가 뭐 이런 이야기 하는게 그렇긴 하지만.. 유정학생은 미성년자가 아니라 더 걱정도 되고… 혹시 안좋은 일이라도 당할지.. “
이준호의 이야기를 듣던 유정의 볼이 빨개진다. 아무리 선생과 학생의 입장이라고는 해도 이준호가 말하고 있는 것이 여성의 性이라는 것을 알아채고는 금새 부끄러움이 밀려왔다.
“ 에이.. 설마요.. 저는 그래도.. 학교 학생인데.. “
“ 뭐.. 저도 노파심이긴 한데.. 그래도 만에 하나 모르니까.. 말하는거예요.. 예전에 사건도 있고 해서.. “
“ 무슨 사건요? “
이준호가 말하기 껄끄럽다는 듯.. 표정을 하다가 이미 내뱉은 말 주워담기도 힘들게 되어 이야기를 시작했다.
김만득 교장선생님.
내일고등학교 교장이라는 직함 외에 한 개의 직함이 더 있었다. 내일고등학교 이사장.
원래 내일고등학교는 김만득의 부친이 설립한 학교였다. 90년대 초반까지만해도 내일고등학교는 부친의 노력과 교육당국의 정책에 따라 서울시내의 탑클래스의 성적을 가진 중학생들 위주로 선발하는 명문사립고등학교였다.
그런데 90년대말에 부친이 갑작스럽게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을 때, 김만득은 35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학교이사장자리에 올랐다. 그 때도 이미 김만득은 학교내에서 사회/도덕/윤리 과목을 가르치는 선생이었다.
김만득이 이사장에 오르자 교육정책의 변화와 함께 교육부에 발언을 할만한 힘도 약해져 학교는 점점 평준화고교로 전락을 했고, 이제는 평균적인 아이들을 일명 뺑뺑이에 의해 받아들이는 지역고등학교가 되어버렸다.
그런데도 김만득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그리고 김만득이 나이 40이 되었을 때 스스로 교장자리에 올라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그만두고 학교 경영에만 전념을 하였다.
내일고등학교를 후원해주는 회사가 하나 있었다. 내일건설이라는 회사였다. 내일건설은 김만득의 부친과 큰아버지가 같이 합심하여 세운 회사였고, 회사가 어느 정도 성장하여 내실있는 건설회사로 굳건히 자리를 잡아가자 큰아버지 단독체제로 운영하게 되었고, 사업에 별로 욕심이 없었던 김만득의 부친은 스스로 학교를 설립하고 교육자가 되었던 것이었다.
그 내일건설의 회장이 지금 김만득의 사촌형인 김만호였다. 사촌형제 지간이었지만 김만득과 김만호는 성격이 잘 맞아서 어렸을때부터 잘 어울려 다녔고, 성인이 되어서도 둘은 서로 받쳐주고, 띄워주며 관계를 잘 유지해가고 있었다.
내일고등학교의 공공연한 비밀의 사건이 여기서부터 시작되었다.
사촌형인 김만호에게 아들이 둘이 있었는데 작은놈은 중학생이었지만 성품도 좋고, 공부도 잘해 주위의 칭찬을 크게 듣고 있었다. 반면에 큰아들인 김상택이 문제였다. 실업계 고등학교에 다니면서 공부라고는 완전히 뒷전이며 아버지의 재력을 이용하여 밤만되면 온갖 유흥문화를 다 섭렵하고 다녔고, 주변의 불량학생들과 어울려 사고를 치기 일수였다.
그런 불량스러운 큰아들의 행동에 골치를 썩고 있던 김만호에게 김만득은 자신의 학교로 보내면 새사람을 만들어주겠다면서 조카를 자신의 학교로 전학시킬것을 권유했다.
김만득의 목적은 내일건설로부터 후원금을 더욱 많이 뜯어내려는 속셈이 깔려있었을뿐, 김상택을 학교로 불러들임으로써 일어날 분란은 안중에도 없었다.
김상택이 내일고등학교로 전학을 오고 한동안은 아무 문제없이 지냈다. 김만득도 김만호도 그런 상택을 보며 마음을 놓고 있었고, 전학시키기를 잘했다며 서로간의 형제의가 더욱 두터워졌다.
그러나 일정기간의 잠복기를 끝낸 김상택이 활동을 시작했을때는 이미 그 누구도 쉽게 되돌릴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김상택을 중심으로 하는 학교내의 불량서클이 이미 완벽히 조직되어 운영되었고, 서클에 가입된 학생의 수가 전체 1,800명의 학생중에 약 10%에 달했다. 160명의 촘촘히 이루어진 조직내에서는 이미 각종 상납 및 군주제식 상하복종 체계가 확고하였고, 김상택은 학생회장이 되어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온갖 탈법 및 탈선을 주도했다.
그러다가 크게 문제가 터진 것이 성상납 및 교내 강간사건이었다.
김상택에게 정기적으로 한달에 한번씩 1진들을 제외한 서클회원들의 여친들이 김상택의 노리개감으로 상납이 되었다. 상납되는 여자들은 교내에 있는 같은학교 학생들이기도 했고, 타 학교의 학생들이었다. 상납을 하지 못하는 서클회원들은 그 날 밤새도록 고문에 시달려야 했기 때문에 때로는 자신들의 친누나 또는 여동생들을 어쩔수 없이 상택의 노리개감으로 제공해야했다.
그리고 김상택이 3일간 데리고 논 여자들은 1진들에게 넘겨져 그들의 놀잇감이 되었다.
이 일이 학교에서 밝혀지면서 당황한 김만득 교장은 외부에 사실이 알려지기전에 어떻게든 사건을 수습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더 큰 사실을 알게 되었다.
여자 선생님들 중 20대의 여성 2명과 30대의 여성 1명이 강간과 협박에 의해 김상택과 성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혼자서 해결하기 힘들겠다는 판단에 김만득은 사촌형인 김만호에게 이 일을 알렸고, 자신의 아들의 일인지라 어쩔수없던 김만호가 가세하여 성상납을 당했던 여자애들과 교사에게 몇억씩에 해당하는 돈을 쥐어주면서 입막음을 시켰고, 학생과 교사에게는 전학 및 전근을 유도하여 일을 수습하였다.
그리고, 한번 그렇게 돈으로 수습했던 일은 김상택이 졸업을 하기전까지 계속된 망나니짓을 하도록 방조하는 꼴이되어버렸다. 이전 사건 처럼 큰 일은 벌어지지 않았지만, 김상택이 졸업을 할 때까지도 암묵적으로 학생들끼리 교내에서 문란한 성관계를 가지고 있었고, 가끔 문제 소지가 있을경우에는 언제나 돈으로 해결을 하였다.
그렇게 김상택은 졸업을 하고, 학교를 떠났다.
그러나 학교내의 문란한 질서는 사라지지가 않았다. 김상택이 떠난 자리에 김상순이 대신했기 때문이었다. 그 김상순이 현재 내일고등학교 학생회장이며, 바로 김만득의 아들이었다.
“ 어머머… 그런일이.. 어떻게… “
“ 나도 학교 처음 발령받아오고 터진일이라.. 실제로 그 쪽으로는 자세히 아는 바는 없고, 다만 어느정도 소문에 의해서만 들은내용이긴해요.. 그런데 분명 일이 있었던건 확실하고, 그 엄청난 사건이 완전히 축소되어 조용히 묻혀졌다는 거지요.. “
“ 선생님.. 말씀들으니까.. 너무 무서워요… “
“ 뭐.. 지금은 내가 학생부에 있고, 분명 그런일은 없을꺼라고 생각하지만, 아무튼.. 유정학생에게는 친구 같기도하고 오랜만에 학교생활하는거라 걱정도 되고해서 하는말이니까.. 교장선생님은 좀 피하는게 좋을 것 같아요… “
“ 암튼.. 걱정해주셔서 고마워요.. “
“ 아차… 오후 경기시간이 얼마 안남았네… 운동장으로 먼저 가있을래요.. 난 교무실에 좀 들렸다가 갈께요.. “
“ 네.. 선생님 “
유정은 2층 휴게실에서 나와 계단을 내려가면서도 이준호가 이야기한 엄청난 사건에 대한 생각이 계속 머리속에 맴돌아 떠나지 않았다.
( 설마.. 학교에서.. 그런일이.. 어떻게… 괜히 학교다니기가 무서워… )
계단을 다 내려가 학교 건물밖을 나서는데 유정의 앞에 네명의 여학생이 가로막고 섰다.
“ 잠깐.. “
“ ……….. 무슨일이니? “
“ 아줌마.. 우리 좀 따라와봐야겠어.. “
“ 뭐.. 뭐? “
안그래도 이준호의 이야기에 마음이 불안했던터에 불량스러운 행색을 한 여학생들이 자신에게 거침없이 이야기하며 자신을 데리고 가려고 하자 더욱 불안한 마음이 엄습해왔다.
“ 왜… 무슨일인데? “
“ 글쎄.. 따라와보면 안다니까.. “
유정이 자리에서 움직일 기색을 보이지 않자 두명의 여학생이 유정의 두 팔을 하나씩 붙잡고 한명은 뒤에서 등을 밀면서 다시 학교건물안의 어디론가 데려간다.
여학생들에게 떠밀려 도착한 곳은 도서부원실이었다.
“ 여긴…. 왜? “
“ 들어가! “
여학생 한명이 부실의 문을 열고 유정의 등을 밀어 도서부실 안으로 들여보냈다. 도서부실 안에는 방금 같이 들어온 여학생 세명 외 이미 들어와있던 남학생이 세명이 더 있었다.
“ 어이~ 누님.. 오래 기달렸고… “
“ 무….무슨.. 짓이니? “
“ 크크크.. 누님.. 왜? 무서워? “
“ 니들… 불량학생들이니? 이런 짓하면 선생님들한테 혼나는거 몰라? “
“ 어~ 그러세요.. 이 누나 세상물정 모르나보다.. 선생님한테 혼난단다.. 크크크 “
“ 하하하하~ / 히히히히~ “
“ 할 이야기 없으면 나 그만 갈께.. 비켜줘.. “
세명의 여학생들은 이미 뒤에서 유정이 나갈수 없도록 문을 막고 서있었다.
“ 어이.. 누님… 조금만 기다리라고.. 우리 부장님께서 누님한테 필이 완전히 꽃혔다고.. 흐흐 “
“ 뭐? 무슨 소리야!!! 어린것들이.. “
“ 어린것들? 이게 죽을려고! “
남학생 한명이 유정에 말에 화가 난 듯 앉아있던 자리에서 일어나 한팔을 들어 유정을 때리려는 자세를 취했다.
“ 야.. 하지마.. 그러다가 부장님한테 죽을지도 모른다..너.. 우린 도망못가게 잡고만 있어야 된다구.. “
“ 이..씨… 쌍년… 넌 오늘 죽다 살은줄 알아라.. “
“ 뭐….뭐….. 니네들… 흑… “
유정은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았다. 지금 이 순간이 두렵고 무서웠다. 앞의 아이들의 행동으로 보아 금방이라도 무슨짓을 할지 알수가 없었다.
눈 앞이 눈물이 글썽거리며 시야가 흐려졌다. 대신 머리속에 남편의 얼굴과 아들 성호의 얼굴이 떠올랐다.
( 성호야… 엄마.. 큰일났어.. 어딨니.. 제발.. 이리 좀 와줘… 흑흑… )
금방이라도 주저앉아 울어버릴듯한 유정의 모습에 아이들은 더 재밌다는 듯 깔깔대고 웃고 있었다. 그 때 문 뒤에서 한명의 덩치가 좋은 남학생 한명이 들어왔다.
“ 오~ 온건가… “
유정의 앞으로 오더니 유정의 앞에 있던 쇼파 의자에 앉아 뚫어지게 유정을 쳐다본다.
“ 반가워.. 나 이양수라고 해… “
“ …………… “
유정은 아무말없이 고개만 숙이고 있었다.
“ 우는건가? 누가 이 누나 울렸어? 어떤 새끼야? “
“ 아니야… 우린 아무짓도 안했어.. 정말이야.. 자기 혼자 무서워서 그러는 거겠지.. “
“ 그래..? 흐흐.. 누나.. 울지마.. 이쁜 얼굴 다 망가지겠네.. “
유정이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흘리다가 고개를 살짝 들어 이양수라는 학생을 보며 겨우 말을 건낸다.
“ 학생… 그만하고.. 나 좀 보내주면 안될까………? “
“ 당연히! 보내줘야지.. 내가 뭐.. 납치범도 아니고.. 흐흐.. 그런데… 그 전에!! 누님이랑 나랑 좋은 관계를 만들고 싶은데… “
“ 친구라면… 해줄께.. 그러니까.. “
“ 친구? 그거말고… 애인! “
“ 헛.. 학생…. 나… 나이많은 아줌마야.. 게다가.. 결혼까지 했다고… “
“ 그래? 결혼도 했다… 대단한데.. 더 끌려.. 아줌마는 한번도 사귀어보지 못했는데.. 더 누나랑 애인하고 싶어졌어.. 오늘 누나를 내 여자로 만들고 싶어지는데! “
“ 크크크… / 히히히… / 우리 부장님 프로포즈가 멋진데요!! “
주변의 학생들이 이양수의 이야기를 들으며 연신 재밌다는 듯 낄낄대고, 휘파람을 불어댄다!
“ 야.. 그만 조용히 하고 다들 나가있어!! 난 여기 누님이랑 오붓한 시간 좀 보내야겠다. 그리고 너! 너! 문 앞에서 아무도 못들어오게 잘지키고! “
“ 알았어요… 크크크.. 좋은 시간되세요~ “
유정은 소름이 끼쳐왔다. 지금 바로 눈앞의 학생이 자신을 범하려는 의도가 분명했다. 그것도 학교 안에서 이런 짓을 하려고 생각한다는 것 자체가 너무나 당혹스럽고 무서웠다. 이양수를 제외한 나머지 학생들이 재빠르게 도서부실 밖으로 나가고 둘만 남게 되었다.
“ 제발.. 제발.. 부탁해.. 나 좀 보내줘.. “
“ 흐흐흐.. 그만 찡얼대고, 누나.. 내 옆으로 좀 와봐.. “
이양수가 자신의 비어있는 쇼파 옆자리를 손으로 툭툭치며 말을 했다.
“ 제발.. 학생.. 왜그래.. 나 좀 보내줘.. “
“ 아이씨.. 이미 상황 끝난거 안보여? 빨리 가고 싶으면 내말 들으라고.. 그리고 내가 누군지 알아? 이 학교 일진이야.. 당신 맘만먹으면 언제든 강제로 할 수 있다고.. 우리 기분좋게 끝내고 애인하자고~ “
양수가 자리에서 일어나 유정을 팔을 붙잡고는 억지로 쇼파에 앉혀 자신의 옆에 붙인다. 그리고는 한 팔로 유정의 몸을 감싸 안는다.
“ 하지마!!!! “
“ 이게…. “ ( 찰싹!!!! )
“ 으..읔… “
유정이 큰소리로 비명을 지르자 양수가 비명소리가 외부에 들릴까봐 손을 들어 유정의 빰을 힘껏 때린다. 얼마나 세게 때렸는지 유정은 정신이 흐려질정도의 충격을 받고 조용한 신음을 토한다.
“ 소리지르면 앞으로 무조건 한대씩이야.. “
“ 제발…. 하지마…….. 안돼.. “
빰을 맞고 쇼파에 비스듬이 쓰러져있던 유정을 쇼파에 바로 눕히더니 유정의 교복 상의 단추를 하나씩 풀러간다. 유정이 두손으로 단추를 푸르지 못하도록 해봤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
“ 안돼~~~~~~~~~제발………흑흑흑.. “
단추를 풀러가며 서서히 들어나는 유정의 가슴골 속살을 보면서 양수는 넘쳐나는 군침에 입가에 침을 흘리며 미소를 보냈다.
그 때 문밖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문 밖의 소란에 양수도 하던 일을 멈추고 문을 주시한다.
“ 뭐야…. “
그리고는 잠시 후 문에서 요란한 소리가 들리면서 문이 빠르게 열려간다. 그리고 문 밖에는 또 한명의 남학생이 서 있었다.
“ 당장 중지! “
[ 2부 끝….. ]
운동장에 흙먼지가 뿌옇게 솟아올라 흩날리고 여기저기서 함성과 야유가 터져나온다. 이미 운동장에는 학교 학생들과 선생님들, 그리고 몇몇의 가족들과 군데군데 섞여있는 장시치들이 가득하게 들어서있었다.
“ 달려~~ 달려~~ 1반! 1반! 이겨라!! 이겨라!! “
내일고등학교 2학년 1반 학생들의 응원소리가 울려퍼진다. 1반 학생들이 줄지어 응원을 하고 있는 앞에는 여자계주가 한창이었다. 2학년 총 12개의 반중에 1반과 3반, 8반, 10반이 결승에 올랐다. 그리고 벌써 3번째 주자가 운동장을 돌아 바통터치가 되는 출발선으로 복귀중이었다.
2학년 1반의 마지막 주자는 최유정이었다.
유정은 전 주자가 대기선에 오기 한참전부터 몸에 힘이 바짝 들어가 있었다. 15년만의 학창생활이 너무 재미있었고, 자신을 다시 10대로 돌아가게 하는 젊음의 힘이 느껴졌다. 그리고 지금 이순간 마지막 계주주자로써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할것을 굳게 다짐하며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자신에게 바통이 넘어오기만을 다리에 힘을주어 기다리고 있었다.
“ 최유정!!! 최유정!! 최유정!! “
몸 뒤로 오른팔을 뻗어 대기하고 있던 유정의 손으로 바통이 넘겨지자 반 아이들이 일제히 유정의 이름을 외쳤다. 그리고 있는 힘을 다해 첫발을 내딛고 힘차게 뛰기 시작했다. 뒤를 돌아볼 여유도 없었고, 오로지 앞만보고 결승점을 향해 미칠듯이 질주를 했다.
운동장을 한바퀴 거의 돌아 다시 제자리로 돌아올때쯤 결승점에 나란히 줄지어 있는 반아이들의 함성이 들려왔다. 약간의 여유를 두고 옆을 살펴보았지만 자신과 나란히 뛰고 있는 학생은 아무도 없었다.
결승점에 있던 하얀 끈이 자신의 배에 닿아오자 1등이라는 것이 실감이 났고, 있는 힘을다해 뛰었던 몸에서 힘이 빠져나가 바닥에 털썩 주저 앉아버렸다.
그러나 이내 반학생들이 유정에게 다가와 에워싸고 격려와 승리의 축하와 환호를 보냈다.
그렇게 점점 더 유정은 학교생활에 기쁨을 느끼고 추억을 하나씩 새겨나가고 있었다.
오전 경기가 끝이나고 2학년 전체 평점에서 1반이 1위를 달리고 있었다.
체육선생이던 이준호 담임선생도 자신의 반이 1위를 달리자 체면이 산다며 연신 방긋거리며 좋아하고 있었다.
점심시간이 되어 1시간 30분간의 식사 및 휴식시간이 주어졌다.
유정의 가족은 물론 같은반에 있는 아들 밖에 없었다. 다른 집도 일을 하고 있는 아버지들은 거의 보이지 않았고, 어머니나 형제들 정도만이 나와 자신들의 아이들과 식사를 즐기기 위해 이곳저곳 명당자리를 찾아다녔다.
하지만, 유정에게는 남모를 고민이 있었다. 오늘 같은날 하나밖에 없는 아들과 단둘이 앉아 맛있는 도시락을 전해주며 모자간의 정을 듬뿍 느끼는 하루가 되어야 하지만 유정은 아들인 성호와 밥을 먹을 수 없었다.
자신과 성호와의 관계를 전혀 모르는 학교 사람들에게 이상한 오해를 받지 않으려는 조심스러움이 어쩌면 더욱 아들에게 다가가지 못하는 계기가 되고 있을 뿐이었고, 아들인 성호도 그런 어머니의 마음과 통했는지 자신의 단짝인 정우성과 함께 우성의 어머니가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렇게 되자 오히려 유정이 혼자가 된 느낌이 들었다. 그 때 뒤에서 유정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 유정학생… 혹시.. 혼자? “
뒤를 돌아보니 이준호 선생님이 자신을 바라보며 쑥스러운 듯 묻고 있었다.
“ 아~ 네.. 선생님… 어쩌다보니.. 혼자네요.. 호호 “
“ 그럼… 저랑 같이 식사 할래요… ? “
“ 저야.. 좋죠.. 선생님이랑 같이 식사도 해보고~~!! “
“ 제가.. 도시락이 없어서.. 교내식당에서 먹으려고 하는데.. 같이가죠… “
“ 넵.. 선생님~ “
유정은 이준호 선생님과 함께 교직원식당으로 향했다. 이미 여러 선생님들이 식당에 들어와 식사가 한창이었고, 유정은 이준호 선생님이 지정해준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이준호 선생님은 두명분의 밥을 가지러 배식대로 향했다.
“ 어~ 거기… 학생.. “
누군가가 유정을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려 돌아보았다. 교장선생님이었다.
“ 네.. 교장선생님… “
“ 학생이.. 그 학생.. 맞지? 30살이 넘었다는 복학생…? “
“ 네.. 맞아요.. “
“ 대단해.. 그 나이에 학교를 선뜻 다니려고 하다니.. 나 같으면 생각지도 못햇을일을.. “
“ 감사합니다.. “
“ 담임이 이준호 선생이었던가? “
“ 네… “
“ 그래요.. 맛있게 먹고, 언제 한번 교장실로 놀러와요.. 다른 학생들 같으면 세대차이나서 대화가 안되는데.. 학생은 그래도 대화가 될듯하네.. 하하하 “
“ 예.. 알겠습니다. “
옆테이블에서 식사를 하던 교장과 이야기를 하는 사이 이준호선생님이 배식판 두개를 들고 자리로 왔다.
“ 많이 먹어요… “
“ 넵.. 잘먹겠습니다. 선생님도 많이 드세요~ “
식사를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서자 이준호 선생님이 커피를 마시자며 2층 휴게실로 향했다. 자판기 커피를 뽑고 아무도 없는 휴게실 의자에 앉아 유정에게 식당에서의 일을 물어왔다.
“ 유정학생… 아까 교장선생이 뭐래요? “
“ 아.. 네? 아~ 뭐.. 그냥… 제가 나이많이 학생 맞냐구 묻던데요.. 호호.. 그리고 교장실로 놀러오래요.. 호호호 “
“ 음… 그래요.. 유정학생… 뭐.. 이런말 하기는 뭐하지만.. 교장실에는 가지 마세요.. “
“ 네? 왜요? “
“ 그냥.. 소문이긴한데… 그 교장 주변에 안좋은 소문이 있어서… 내가 뭐 이런 이야기 하는게 그렇긴 하지만.. 유정학생은 미성년자가 아니라 더 걱정도 되고… 혹시 안좋은 일이라도 당할지.. “
이준호의 이야기를 듣던 유정의 볼이 빨개진다. 아무리 선생과 학생의 입장이라고는 해도 이준호가 말하고 있는 것이 여성의 性이라는 것을 알아채고는 금새 부끄러움이 밀려왔다.
“ 에이.. 설마요.. 저는 그래도.. 학교 학생인데.. “
“ 뭐.. 저도 노파심이긴 한데.. 그래도 만에 하나 모르니까.. 말하는거예요.. 예전에 사건도 있고 해서.. “
“ 무슨 사건요? “
이준호가 말하기 껄끄럽다는 듯.. 표정을 하다가 이미 내뱉은 말 주워담기도 힘들게 되어 이야기를 시작했다.
김만득 교장선생님.
내일고등학교 교장이라는 직함 외에 한 개의 직함이 더 있었다. 내일고등학교 이사장.
원래 내일고등학교는 김만득의 부친이 설립한 학교였다. 90년대 초반까지만해도 내일고등학교는 부친의 노력과 교육당국의 정책에 따라 서울시내의 탑클래스의 성적을 가진 중학생들 위주로 선발하는 명문사립고등학교였다.
그런데 90년대말에 부친이 갑작스럽게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을 때, 김만득은 35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학교이사장자리에 올랐다. 그 때도 이미 김만득은 학교내에서 사회/도덕/윤리 과목을 가르치는 선생이었다.
김만득이 이사장에 오르자 교육정책의 변화와 함께 교육부에 발언을 할만한 힘도 약해져 학교는 점점 평준화고교로 전락을 했고, 이제는 평균적인 아이들을 일명 뺑뺑이에 의해 받아들이는 지역고등학교가 되어버렸다.
그런데도 김만득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그리고 김만득이 나이 40이 되었을 때 스스로 교장자리에 올라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그만두고 학교 경영에만 전념을 하였다.
내일고등학교를 후원해주는 회사가 하나 있었다. 내일건설이라는 회사였다. 내일건설은 김만득의 부친과 큰아버지가 같이 합심하여 세운 회사였고, 회사가 어느 정도 성장하여 내실있는 건설회사로 굳건히 자리를 잡아가자 큰아버지 단독체제로 운영하게 되었고, 사업에 별로 욕심이 없었던 김만득의 부친은 스스로 학교를 설립하고 교육자가 되었던 것이었다.
그 내일건설의 회장이 지금 김만득의 사촌형인 김만호였다. 사촌형제 지간이었지만 김만득과 김만호는 성격이 잘 맞아서 어렸을때부터 잘 어울려 다녔고, 성인이 되어서도 둘은 서로 받쳐주고, 띄워주며 관계를 잘 유지해가고 있었다.
내일고등학교의 공공연한 비밀의 사건이 여기서부터 시작되었다.
사촌형인 김만호에게 아들이 둘이 있었는데 작은놈은 중학생이었지만 성품도 좋고, 공부도 잘해 주위의 칭찬을 크게 듣고 있었다. 반면에 큰아들인 김상택이 문제였다. 실업계 고등학교에 다니면서 공부라고는 완전히 뒷전이며 아버지의 재력을 이용하여 밤만되면 온갖 유흥문화를 다 섭렵하고 다녔고, 주변의 불량학생들과 어울려 사고를 치기 일수였다.
그런 불량스러운 큰아들의 행동에 골치를 썩고 있던 김만호에게 김만득은 자신의 학교로 보내면 새사람을 만들어주겠다면서 조카를 자신의 학교로 전학시킬것을 권유했다.
김만득의 목적은 내일건설로부터 후원금을 더욱 많이 뜯어내려는 속셈이 깔려있었을뿐, 김상택을 학교로 불러들임으로써 일어날 분란은 안중에도 없었다.
김상택이 내일고등학교로 전학을 오고 한동안은 아무 문제없이 지냈다. 김만득도 김만호도 그런 상택을 보며 마음을 놓고 있었고, 전학시키기를 잘했다며 서로간의 형제의가 더욱 두터워졌다.
그러나 일정기간의 잠복기를 끝낸 김상택이 활동을 시작했을때는 이미 그 누구도 쉽게 되돌릴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김상택을 중심으로 하는 학교내의 불량서클이 이미 완벽히 조직되어 운영되었고, 서클에 가입된 학생의 수가 전체 1,800명의 학생중에 약 10%에 달했다. 160명의 촘촘히 이루어진 조직내에서는 이미 각종 상납 및 군주제식 상하복종 체계가 확고하였고, 김상택은 학생회장이 되어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온갖 탈법 및 탈선을 주도했다.
그러다가 크게 문제가 터진 것이 성상납 및 교내 강간사건이었다.
김상택에게 정기적으로 한달에 한번씩 1진들을 제외한 서클회원들의 여친들이 김상택의 노리개감으로 상납이 되었다. 상납되는 여자들은 교내에 있는 같은학교 학생들이기도 했고, 타 학교의 학생들이었다. 상납을 하지 못하는 서클회원들은 그 날 밤새도록 고문에 시달려야 했기 때문에 때로는 자신들의 친누나 또는 여동생들을 어쩔수 없이 상택의 노리개감으로 제공해야했다.
그리고 김상택이 3일간 데리고 논 여자들은 1진들에게 넘겨져 그들의 놀잇감이 되었다.
이 일이 학교에서 밝혀지면서 당황한 김만득 교장은 외부에 사실이 알려지기전에 어떻게든 사건을 수습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더 큰 사실을 알게 되었다.
여자 선생님들 중 20대의 여성 2명과 30대의 여성 1명이 강간과 협박에 의해 김상택과 성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혼자서 해결하기 힘들겠다는 판단에 김만득은 사촌형인 김만호에게 이 일을 알렸고, 자신의 아들의 일인지라 어쩔수없던 김만호가 가세하여 성상납을 당했던 여자애들과 교사에게 몇억씩에 해당하는 돈을 쥐어주면서 입막음을 시켰고, 학생과 교사에게는 전학 및 전근을 유도하여 일을 수습하였다.
그리고, 한번 그렇게 돈으로 수습했던 일은 김상택이 졸업을 하기전까지 계속된 망나니짓을 하도록 방조하는 꼴이되어버렸다. 이전 사건 처럼 큰 일은 벌어지지 않았지만, 김상택이 졸업을 할 때까지도 암묵적으로 학생들끼리 교내에서 문란한 성관계를 가지고 있었고, 가끔 문제 소지가 있을경우에는 언제나 돈으로 해결을 하였다.
그렇게 김상택은 졸업을 하고, 학교를 떠났다.
그러나 학교내의 문란한 질서는 사라지지가 않았다. 김상택이 떠난 자리에 김상순이 대신했기 때문이었다. 그 김상순이 현재 내일고등학교 학생회장이며, 바로 김만득의 아들이었다.
“ 어머머… 그런일이.. 어떻게… “
“ 나도 학교 처음 발령받아오고 터진일이라.. 실제로 그 쪽으로는 자세히 아는 바는 없고, 다만 어느정도 소문에 의해서만 들은내용이긴해요.. 그런데 분명 일이 있었던건 확실하고, 그 엄청난 사건이 완전히 축소되어 조용히 묻혀졌다는 거지요.. “
“ 선생님.. 말씀들으니까.. 너무 무서워요… “
“ 뭐.. 지금은 내가 학생부에 있고, 분명 그런일은 없을꺼라고 생각하지만, 아무튼.. 유정학생에게는 친구 같기도하고 오랜만에 학교생활하는거라 걱정도 되고해서 하는말이니까.. 교장선생님은 좀 피하는게 좋을 것 같아요… “
“ 암튼.. 걱정해주셔서 고마워요.. “
“ 아차… 오후 경기시간이 얼마 안남았네… 운동장으로 먼저 가있을래요.. 난 교무실에 좀 들렸다가 갈께요.. “
“ 네.. 선생님 “
유정은 2층 휴게실에서 나와 계단을 내려가면서도 이준호가 이야기한 엄청난 사건에 대한 생각이 계속 머리속에 맴돌아 떠나지 않았다.
( 설마.. 학교에서.. 그런일이.. 어떻게… 괜히 학교다니기가 무서워… )
계단을 다 내려가 학교 건물밖을 나서는데 유정의 앞에 네명의 여학생이 가로막고 섰다.
“ 잠깐.. “
“ ……….. 무슨일이니? “
“ 아줌마.. 우리 좀 따라와봐야겠어.. “
“ 뭐.. 뭐? “
안그래도 이준호의 이야기에 마음이 불안했던터에 불량스러운 행색을 한 여학생들이 자신에게 거침없이 이야기하며 자신을 데리고 가려고 하자 더욱 불안한 마음이 엄습해왔다.
“ 왜… 무슨일인데? “
“ 글쎄.. 따라와보면 안다니까.. “
유정이 자리에서 움직일 기색을 보이지 않자 두명의 여학생이 유정의 두 팔을 하나씩 붙잡고 한명은 뒤에서 등을 밀면서 다시 학교건물안의 어디론가 데려간다.
여학생들에게 떠밀려 도착한 곳은 도서부원실이었다.
“ 여긴…. 왜? “
“ 들어가! “
여학생 한명이 부실의 문을 열고 유정의 등을 밀어 도서부실 안으로 들여보냈다. 도서부실 안에는 방금 같이 들어온 여학생 세명 외 이미 들어와있던 남학생이 세명이 더 있었다.
“ 어이~ 누님.. 오래 기달렸고… “
“ 무….무슨.. 짓이니? “
“ 크크크.. 누님.. 왜? 무서워? “
“ 니들… 불량학생들이니? 이런 짓하면 선생님들한테 혼나는거 몰라? “
“ 어~ 그러세요.. 이 누나 세상물정 모르나보다.. 선생님한테 혼난단다.. 크크크 “
“ 하하하하~ / 히히히히~ “
“ 할 이야기 없으면 나 그만 갈께.. 비켜줘.. “
세명의 여학생들은 이미 뒤에서 유정이 나갈수 없도록 문을 막고 서있었다.
“ 어이.. 누님… 조금만 기다리라고.. 우리 부장님께서 누님한테 필이 완전히 꽃혔다고.. 흐흐 “
“ 뭐? 무슨 소리야!!! 어린것들이.. “
“ 어린것들? 이게 죽을려고! “
남학생 한명이 유정에 말에 화가 난 듯 앉아있던 자리에서 일어나 한팔을 들어 유정을 때리려는 자세를 취했다.
“ 야.. 하지마.. 그러다가 부장님한테 죽을지도 모른다..너.. 우린 도망못가게 잡고만 있어야 된다구.. “
“ 이..씨… 쌍년… 넌 오늘 죽다 살은줄 알아라.. “
“ 뭐….뭐….. 니네들… 흑… “
유정은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았다. 지금 이 순간이 두렵고 무서웠다. 앞의 아이들의 행동으로 보아 금방이라도 무슨짓을 할지 알수가 없었다.
눈 앞이 눈물이 글썽거리며 시야가 흐려졌다. 대신 머리속에 남편의 얼굴과 아들 성호의 얼굴이 떠올랐다.
( 성호야… 엄마.. 큰일났어.. 어딨니.. 제발.. 이리 좀 와줘… 흑흑… )
금방이라도 주저앉아 울어버릴듯한 유정의 모습에 아이들은 더 재밌다는 듯 깔깔대고 웃고 있었다. 그 때 문 뒤에서 한명의 덩치가 좋은 남학생 한명이 들어왔다.
“ 오~ 온건가… “
유정의 앞으로 오더니 유정의 앞에 있던 쇼파 의자에 앉아 뚫어지게 유정을 쳐다본다.
“ 반가워.. 나 이양수라고 해… “
“ …………… “
유정은 아무말없이 고개만 숙이고 있었다.
“ 우는건가? 누가 이 누나 울렸어? 어떤 새끼야? “
“ 아니야… 우린 아무짓도 안했어.. 정말이야.. 자기 혼자 무서워서 그러는 거겠지.. “
“ 그래..? 흐흐.. 누나.. 울지마.. 이쁜 얼굴 다 망가지겠네.. “
유정이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흘리다가 고개를 살짝 들어 이양수라는 학생을 보며 겨우 말을 건낸다.
“ 학생… 그만하고.. 나 좀 보내주면 안될까………? “
“ 당연히! 보내줘야지.. 내가 뭐.. 납치범도 아니고.. 흐흐.. 그런데… 그 전에!! 누님이랑 나랑 좋은 관계를 만들고 싶은데… “
“ 친구라면… 해줄께.. 그러니까.. “
“ 친구? 그거말고… 애인! “
“ 헛.. 학생…. 나… 나이많은 아줌마야.. 게다가.. 결혼까지 했다고… “
“ 그래? 결혼도 했다… 대단한데.. 더 끌려.. 아줌마는 한번도 사귀어보지 못했는데.. 더 누나랑 애인하고 싶어졌어.. 오늘 누나를 내 여자로 만들고 싶어지는데! “
“ 크크크… / 히히히… / 우리 부장님 프로포즈가 멋진데요!! “
주변의 학생들이 이양수의 이야기를 들으며 연신 재밌다는 듯 낄낄대고, 휘파람을 불어댄다!
“ 야.. 그만 조용히 하고 다들 나가있어!! 난 여기 누님이랑 오붓한 시간 좀 보내야겠다. 그리고 너! 너! 문 앞에서 아무도 못들어오게 잘지키고! “
“ 알았어요… 크크크.. 좋은 시간되세요~ “
유정은 소름이 끼쳐왔다. 지금 바로 눈앞의 학생이 자신을 범하려는 의도가 분명했다. 그것도 학교 안에서 이런 짓을 하려고 생각한다는 것 자체가 너무나 당혹스럽고 무서웠다. 이양수를 제외한 나머지 학생들이 재빠르게 도서부실 밖으로 나가고 둘만 남게 되었다.
“ 제발.. 제발.. 부탁해.. 나 좀 보내줘.. “
“ 흐흐흐.. 그만 찡얼대고, 누나.. 내 옆으로 좀 와봐.. “
이양수가 자신의 비어있는 쇼파 옆자리를 손으로 툭툭치며 말을 했다.
“ 제발.. 학생.. 왜그래.. 나 좀 보내줘.. “
“ 아이씨.. 이미 상황 끝난거 안보여? 빨리 가고 싶으면 내말 들으라고.. 그리고 내가 누군지 알아? 이 학교 일진이야.. 당신 맘만먹으면 언제든 강제로 할 수 있다고.. 우리 기분좋게 끝내고 애인하자고~ “
양수가 자리에서 일어나 유정을 팔을 붙잡고는 억지로 쇼파에 앉혀 자신의 옆에 붙인다. 그리고는 한 팔로 유정의 몸을 감싸 안는다.
“ 하지마!!!! “
“ 이게…. “ ( 찰싹!!!! )
“ 으..읔… “
유정이 큰소리로 비명을 지르자 양수가 비명소리가 외부에 들릴까봐 손을 들어 유정의 빰을 힘껏 때린다. 얼마나 세게 때렸는지 유정은 정신이 흐려질정도의 충격을 받고 조용한 신음을 토한다.
“ 소리지르면 앞으로 무조건 한대씩이야.. “
“ 제발…. 하지마…….. 안돼.. “
빰을 맞고 쇼파에 비스듬이 쓰러져있던 유정을 쇼파에 바로 눕히더니 유정의 교복 상의 단추를 하나씩 풀러간다. 유정이 두손으로 단추를 푸르지 못하도록 해봤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
“ 안돼~~~~~~~~~제발………흑흑흑.. “
단추를 풀러가며 서서히 들어나는 유정의 가슴골 속살을 보면서 양수는 넘쳐나는 군침에 입가에 침을 흘리며 미소를 보냈다.
그 때 문밖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문 밖의 소란에 양수도 하던 일을 멈추고 문을 주시한다.
“ 뭐야…. “
그리고는 잠시 후 문에서 요란한 소리가 들리면서 문이 빠르게 열려간다. 그리고 문 밖에는 또 한명의 남학생이 서 있었다.
“ 당장 중지! “
[ 2부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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