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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데모니엄> Card 1. 초대형 의뢰인 -3

하드보일드 복합장르. SF + SM +ETC
판데모니엄.



쿠우우우우.
굉음을 내며 회장 전용의 호버크래프트가 바다를 갈랐다.
파도가 거칠었다. 이 지역의 수온은 곳곳이 불규칙하다. 일본 열도가 바다 아래로 가라앉아 버린 후, 아직까지도 화산활동은 계속 되고 있는 것이다.

삐비빗. 삐잇.
"곧 도착합니다. 회장님."
마유라가 네비게이터로 위치를 확인하며 강수만에게 보고했다.
펄럭펄럭. 와지직. 강수만은 읽고 있던 종이 신문을 구겨버리며 조용히 뇌까렸다.
"조난일보. 이건 언제 봐도 쓰레기야."
"그 신문에 제일 많은 광고를 내신 회장님께서 하실 말씀이 아닌 것 같습니다만."
마유라가 미미하게 미소 지었다. 강수만은 말할 가치도 없다는 듯 손을 내저었다.
"돈만 내 주면 무슨 개소리든 써주니 우리 입장에선 편하긴 하지. 하지만 이런게 언론사라니 정말 한심하군."
지이익. 신문이 서슴 없이 찢겨져나갔다. 어차피 천원도 하지 않는 싼 가격. 그에 반해 두툼한 두께다. 대체 종이를 이렇게 많이 쓰고도 원가가 맞춰지기라도 할지.

거꾸로 조난일보가 얼마나 광고주의 돈에 양심을 파는 신문인지 이 두께가 증명한다.
신뢰성은 없어도 이 신문은 여전히 대한민국 굴지의 신문임을 자처할 수 있었다. 일례로 도시 빈민. 가장 대한민국의 밑바닥 삶을 사는 사람들에게 조난일보는 그지없이 고마운 물건이다. 두텁고 종이가 많아 여러가지 쓰임새로 쓰이는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조난일보의 노림수는 충분했다. 신문이 옆에 있는 이상, 사람은 그걸 들여다보는 법이다. 그리고 조난일보가 돈을 받아먹고 불량기업에게 유리하게 분석한 기사를, 여과없이 받아들인 서민들은 더더욱 엉뚱한곳에 투자를해서 가산을 탕진해 버리는 것이다.
"이 신문 믿고 주식 투자한 얼간이들은 죄다 쪽박을 차게 생겼군. 정말 나라를 조난상태로 몰아가기라도 하려나. 하긴. 그게 멍청이들의 선택이지."
강수만은 투덜거렸다.
악순환은 영원히 계속된다. 가난한 빈민일수록 교육의 기회가 적다. 그러므로 세뇌에 쉽게 걸린다. 아무리 가난을 탈출하려 해도 벗어나 질 리가 만무하다. 그들이 아는 것. 조난일보 같은 쓰레기 언론의 정보는 시작부터 틀린 것이니까.

바닷물을 퍼 마시는 것과 같다. 목이 말라 바닷물을 마시면 마실수록 갈증은 더욱 심해진다. 그리고 체액이 걸러낼 한계를 넘는 소금을 먹었을때. 죽는 것이다.
"뉴스를 보시겠습니까? 화상 시스템은..."
"보고 있으면 혈압만 올라가. 생각없네."
마유라의 말에 강수만은 고개저었다.

부자들이 대개 그렇듯, 그의 값비싼 호버크래프트도 각종 첨단제품으로 장비되어 있었다. 그중에는 누워서 입만 열면 그날의 뉴스를 실시간으로 일러주는 초대형 스크린도 있었다. 그러나 강수만은 그런 비싼 장비를 그저 자신의 부를 표현하는 장식품으로만 취급했다.
21세기에서 한세기가 지난 후에도 인간의 생활은 별로 변함이 없었다. 아니. 기술의 변함은 있지만 별로 실용적이지 않다. 가장 큰 원인은 돈이다. 이 고급 호버크래프트의 에너지 HPE를 써서 뉴스방송을 보느니 천원짜리 종이 신문이 차라리 싸게 먹힌다.
아니. 그보다 더 큰 이유도 있었다. 돈이 아니라 수백년을 길들여진 인간의 감각때문이다.

뉴스를 확인하는 거야 가상의 스크린으로도 가능하지만, 사각거리는 질감. 잉크의 냄새. 후각과 촉각을 모두 만족시켜 주는 데에는 종이 신문이 낫다. 그것은 지성 못지않게 야성을 소중히 여기는 강수만의 몇 안되는 기호이기도 했다. 감각. 그것만이 자신이 아직 살아 있음을 느끼게 해 주는 것이니까.
지이익. 지익.
두터운 신문 다발이 잘게잘게 찢겨졌다. 내용은 쓰레기라 하더라도 종이 신문이 가져다 주는 종이와 잉크의 냄새. 그리고 찢겨지는 바슬거리는 감촉이 강수만에게 위안을 가져다 주었다.
삐빗! 호버크래프트의 메인 컴퓨터에 경고성 비프음이 울렸다.

화라락. 뒤이어 스크린이 펼쳐지며 냉랭한 얼굴의 남자가 입을 열었다.
-귀 선박은 소속과 신원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판데모니엄에 접근하시는 까닭이 무엇입니까?
"여행객입니다. 저희는 판데모니엄에 입도를 요구합니다."
마유라가 대답했다. 남자가 냉랭하게 대답했다.
-회원넘버에 등록되어 있지 않은 선박이군요. 혹시 동행분께서 회원이시거나 예약이 되어 있으십니까? 이 곳은 비회원의 입항허가는 금지되고 있습니다만. 
"판데모니엄은 대한민국의 부속도이지 않습니까? 한국인이 한국땅에 입항하는데 금지라니요?"
마유라가 살짝 찌푸리며 되물었다.
혼슈가 가라앉으며 생긴 섬 판데모니엄. 이곳은 일본이라는 국가가 완전히 사라짐으로 인해 인근의 강대국 대한민국에 흡수된 지 10년째다. 따라서 한국인인 강수만의 배는 당연히 입도할 수 있었다. 그러나 냉랭한 얼굴의 남자는 사무적으로 대답했다.
-이곳은 사유지입니다. 국민 재산 관리법에 따라 허가받지 않은 취재. 접촉. 방문은 자위권을 발동해서라도 저지할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스으으으응.
남자가 말하는 사이, 너댓 기의 저소음 헬리콥터가 강수만의 호버 크래프트 주변으로 접근해 왔다. 마유라는 혀를 찼다. 마치 패러글라이더나 낙하산이 그러하듯 거의 소리가 없다. 그 때문에 이런 가까운 거리에 와서야 겨우 알아차린 것이다.
애애애앵! 애애애앵!
경고음이다. 가히 클래식하다 할 수 있는 사이렌 소리. 저소음 헬리콥터에 저런 요란한 사이렌이라니. 엄청난 미스매치에 마유라는 잠시 얼이 빠졌다.
"떠나지 않으면 공격하겠다는 건가? 장난이 아니군."
헬리곱터의 날개에 자그마치 대 함정 미사일까지 달려있는 것을 보고 강수만은 얼굴을 씰룩거렸다. 위험신호를 감지한 마유라가 황급히 화상 스크린을 돌아 보았다. 
"말했다 시피 저희는 여행객입니다. 정확히는 밝힐 수 없지만 엄연한 손님. 비회원은 출입할 수 없다고요? 그럼 회원가입요망은 어떻습니까?"
"정확히 밝힐수 없다라... 그러실 수도 있겠군요. 다름아닌 박명...아니. 못들은 걸로 해 주십시오. 어쨌든. 판데모니엄은 출입이 불가합니다. 입회하시고 싶다면, 우선 돌아가서 정식 루트를 통해 컨택해 주십시오."
냉랭한 얼굴의 사내의 입가도 씰룩 올라갔다. 마유라는 끄덕였다. 말은 저렇게 하지만 상대는 이 배가 강수만의 것임을 이미 알고 있다. 그렇다면 차라리 이야기가 빠르다.
"판데모니엄의 소유주는 시온님이라고 알고 있습니다만."
"....마스터께 무슨 용무시라도?"
"마유라라고 전해주십시오. 그분과는 약간의 친분이 있습니다."
정확히는 친분이라 할 것이 아니지만, 일단 마유라는 공을 떠 넘겼다.
삐빗. 삐비빗. 잠시 화상 너머에서 뭔가 비프음이 울렸다.

보고를 올리는 건지 남자는 한참 뭐라고 입을 놀렸다. 그리고 당황하는 얼굴이 되었다.
".....입도를 허가합니다. 놀랍군요. 마스터께서 기뻐하시..."
말을 꺼내다 말고 남자는 고개 저었다. 삐빗. 그리고 자신의 실수를 겁내기라도 하듯 두려운 얼굴로 화상스크린을 닫았다. 잠시후 저소음 헬리콥터들이 요란한 사이렌을 해제하고 섬으로 돌아갔다. 
"시온이라. 그가 이곳의 주인인가 보군. 친한가?"
강수만의 물음에 마유라가 살짝 얼굴을 붉혔다.
"친하다고 할 만한 사이는 아닙니다. 업무가 서로 얽힌 일이 있었지요."
"비지니스 관계라? 그런것 치고는 꽤... 아니. 그만 두세."
물으려던 강수만은 고개 저었다. 얼굴을 붉힌 마유라. 자신의 경호팀 팀장이라 가능한한 업무적으로만 대하지만, 그녀 역시 상당한 미인인 것이다. 대충 짐작이 갔다.

혼슈가 가라앉으며 남은 땅 판데모니엄. 크기는 제주도의 두배 정도 되며 외부에서 완전히 고립된 곳이다.
지진의 여파 때문인지 섬 주변은 완전한 벼랑이었다. 몰아치는 파도가 매섭게 부서지고 삐죽삐죽 깎인 암석들은 그로테스크한 풍경을 자아냈다. 그 위에 펼쳐진 식물의 낙원과는 완전히 딴판이었다.
"놀랍군. 이정도면 사람이 살아 가는데는 지장이 없겠어. 시온이라? 그는 제법 생각하는 바가 많은 사람이군."
드넓게 펼쳐진 숲을 보며 강수만은 고개를 저었다.

방풍림. 방파림이라 해야 할까? 소금에 강한 나무들로 벽을 쌓은 뒤에는 식물의 냄새가 가득했다. 수풀. 잔디. 그리고 언뜻언뜻 고약한 냄새도 났다. 말과 소들을 방목하는 건지 가축들의 배설물이 한곳에 쌓인 것이다.
"엉뚱한 사람이지요. 이 시대에 저런 건축이라니."
마유라가 가까이 선 언덕을 가리켜 보였다. 높게 일어선 석조 건물. 저녁 노을을 받아 웅장한 자태를 드러낸 그것은 중세의 성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취미가 독특하군. 하지만 왠지 어울려. 심미안이라고 해야하나?"
고개를 끄덕이다 말고 강수만은 코를 씰룩거렸다. 뭔가 익숙한. 그리고 달콤하게 느껴지는 냄새를 맡은 것이다.
"피?"
"가끔 숲에서 사냥을 즐기는 회원분들이 계시답니다. 판데모니엄은 고객이 무엇을 원하든 완벽히 제공하죠."
나른하고 허스키한 목소리. 어느새 다가온건지 그들의 뒤에 치렁치렁한 긴 옷차림의 여인이 서 있었다. 인기척을 느끼지 못한 마유라는 무표정하게 상대를 질책했다.
"여전히 취미가 나쁘군. 시온."
"여전히 아름답군요. 마유라. 이제 내 부탁을 들어줄 마음이 생겼나요?"
"이상한 소리 하지 말아줬으면 좋겠는데."
두사람의 대화를 보고 강수만의 입가가 약간 비틀렸다.
마유라는 프로패셔널이다. 박명건설의 회장 경호팀이자, 이제껏 수 없이 많은 혈사를 정리해온 철혈의 여인.

평소의 그녀였다면 설령 경호업무에 실패. 즉 인기척을 못 알아차린 것에 바짝 긴장을 하고 경계하거나 아니면 상대에게 극도의 공경-상대를 인정한다는-을 보인다. 그런데 시온이라 부르는 사람 앞에서는 어딘지 모르게 흐트러져 있는 것이다.      
"남자일거라 생각했는데. 이런 미인이 판데모니엄의 주인일 줄은 몰랐군."
지금도 그렇다. 강수만 회장 자신을 이 섬의 주인에게 소개하는 일도 잊어버리고 있는 것이다. 강수만의 말에 마유라가 황급히 한발짝 물러섰다.
"시온. 이분은..."
"박명건설의 강수만회장이시죠. 처음뵙겠습니다. 시온이라 합니다."
여전히 나른하고 끈끈한 목소리. 퇴폐적인 매혹이 서린 얼굴로 시온이 가벼이 목례했다. 그제서야 강수만은 시온을 자세히 훑어 보았다.
다갈색 긴 생머리. 모델처럼 훤칠한 키에 호리호리한 몸매다. 눈은 다소 가늘고 길다. 이목구비가 반듯하고 대리석처럼 하얀 살결. 동양인치고는 지나치게 서구적인 외모다.
"한국계 일본인이라 들었는데..."
"출신은 일본. 부친이 한국인. 어머님은 이탈리아인이시죠. 조금 복잡하답니다." 
펄럭. 옷에 두른 길고 풍성한 원피스를 흔들어 보이며 시온이 웃었다.

강수만은 끄덕였다. 그러고보니 저 옷은 이탈리아. 아니 정확히는 로마의 옷이다. 토가라 하던가. 그런데 중세의 성에 토가라. 마유라의 말 처럼 확실히 엉뚱한 사람이다. 
"판데모니엄에는 어떤 용무십니까?"
"손님으로 왔네."
강수만의 말에 시온의 눈이 살짝 빛을 발했다.
"이곳이 어떤 곳인지는 알고 계신가요?"
"위험한 유흥을 제공한다 들었네. 그 때문에 회원제로 운영되는 것일테지."
"박명건설의 회장이시니 자격은 충분하죠. 제 권한으로 바로 처리할 수는 있습니다만..."
짐짓 말을 끊고 시온이 생긋 미소를 지어 보였다. 강수만은 간단히 끄덕였다.
"돈 문제라면 얼마든 가능하지. 날 만족시킬 수 있다면."
"등급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일반회원. 특별회원. 그리고 VIP가 있습니다. 말 할 필요도 없지만, 이 곳의 어떤 시설은 회원 등급에 따라 사용할 수 없는 컨텐츠가 존재합니다." 
"정말 말 할 필요도 없군. 내가 일반 회원으로 만족해야 하겠나?"
강수만은 재미있다는 듯 웃어 보였다.
그는 동 아시아의 강대국. 통일 대한민국 굴지의 재벌이다. 대한민국의 대통령도 갈아치울 수 있는 강대한 자금력과 사업력을 지닌 박명건설. 그 최정점에 오른 남자다.
"그러실 수도 있죠. 판데모니엄은 고객이 원한다면, 그 어떤 위험한 유흥이든 완벽하게 제공하니까요. 그래서 조금 비싸답니다."
그러나 시온 역시 재미있다는 듯 웃었다. 그 뒤를 따른 말에 강수만의 입가가 꿈틀 튀었다.
" VIP회원 가격은 한화로 42조원."

"........"

"판데모니엄의 전 세계 고객을 통털어 단 세분만 이 자격을 유지하시고 있답니다."

 

 

판데모니엄은 휴양시설이기도 했다. 중세의 성은 비잔틴 양식으로 꾸며져 있었다. 유리재와 대리석이 많이 들어가, 성 내부는 산뜻하고 밝은 분위기였다.
길게 찰랑거리는 생머리. 가볍게 흔들리는 엉덩이. 판데모니엄의 마스터 시온. 그녀의 도도한 자태에 강수만은 목이 말라왔다.
"오랜만이군."
정말 오랜만이다. 이런 굴욕감을 느낀 것은. 초반부터 완전히 기선을 빼앗긴 기분이었다.
강수만은 사업가다. 사업가들의 생리는 대개 비슷하다. 초반에 예의바르게 인사를 하며 서로를 탐색한다.

그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성향을 가지고 있는지.
도발하면 쉽게 당하는 사람인지. 신중함이 지나쳐 겁이 많은 사람인지.

가벼운 질문과 잡담을 통해 상대의 역량을 측정하고, 그 결과를 조용히 저장해 활용한다. 이것이 바로 비지니스의 세계다.
그런데 비지니스의 세계에서 짝을 찾기 어려운 강수만이 보기 좋게 눌려진 것이다. 42조원이라고? 작은 나라의 1년 예산에 해당될 천문학적 금액이다. 그걸 일개 개인의 유흥비로 요구한단 말인가.
자박.자박.
복도를 걸어가던 시온이 가볍게 손을 흔들었다. 다라랑. 고아한 하프의 음향과 함께 단단히 닫혀진 문이 소리도 없이 매끄럽게 열렸다. 고전스런 건축물. 그러나 그 것은 껍질일 뿐 문의 움직임은 엄연히 현대의 기술이 들어 있었다.
"인테리어랄까요. 판데모니엄에서는 어느 고객이든 신과 같은 대우를 받습니다. 그러다보니 다소 분위기를 맞추기 위해 이런 분위기를 연출하죠."
묻지도 않았는데 시온이 입을 열었다. 완전히 열려진 문. 그 뒤로... 향락의 낙원. 아니. 음탕한 자들의 지옥이 입을 벌리고 있었다. 


"하아아. 하아아. 아흑. 흐으윽."
바닥의 대리석에 못지않게 흰 살결의 여인들이 몸을 뒤틀고 있었다. 그 옆에서 흥미롭게 바라보는 남자. 배 나온 남자의 끈끈한 시선을 의식조차 하지 않은채 여인들은 서로의 비부에 얼굴을 처박고 육체가 빚어내는 꿀을 탐닉하고 있었다.
"흐윽. 아하앙. 아흣. 아아아..."
눈부신 백금발. 기막히게 고혹적인 몸매의 여인들. 잡티 하나 없이 깨끗하고 청결한 피부는 발갛게 상기되어 송글송글 땀방울을 돋아내고 있었다.
"하나만 데려가도 연예게를 뒤흔들겠군."
적당히 옷을 입히고 치장시킨다면, 아니 치장할 것도 없이 지금 저 모습 그대로를 보여준다면 어느 인터넷 사이트든 출판업계든 무시무시한 이익을 올려낼 여인들이었다.
한 미녀는 여신처럼 고아하고, 다른 두 미녀는 마녀처럼 음탕하다. 그 아름다운 여인들이 서로의 비부에 딜도를 꽂아넣고 방탕하고 저속한 쾌락에 몸부림 치고 있었다.
"아으윽. 하아학!"
위에 올라선 여인이 바들바들 떨며 몸을 뒤틀었다. 아래에 깔린 백금발의 여인이 꿈틀거리는 딜도로 애널을 찔러댄 것이다. 꿈틀거리며 저절로 모양을 바꾸어 가는 딜도는 세미 하이브리드 재질이었다.
"아후웃....히익!"
아래에서 공격을 가한 여인이 쾌락 섞인 비명을 올렸다.
파드득!위에 올라탄 여인이 뭘 어떻게 했는지 그녀는 눈까지 뒤집어져 딱딱하게 굳어졌다. 신음과 비릿한 체액의 냄새. 끈끈한 입김의 습기에 성안 공기는 후줄근하게 달아올라 있었다.
"레즈비언 플레이 감상이 취미이신 분이죠. 저 세 아이는 저분이 가장 아끼는 배우들이랍니다."
시온이 간단히 해설했다. 여인들을 관전하던 남자가 손을 들며 웃어 보였다.
"리히슈타텐? 안면있는 사람이군."
배나온 서양인을 보고 강수만이 헛웃음을 흘렸다. 독일 재무부 장관이 이런 곳에 <휴양>을 올 줄이야. 시온은 가볍게 목례하고 강수만을 이끌었다. 복도는 일부러 그렇게 만든 듯, 방안의 모습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히익! 히이익!"
채광창에서 뻗은 햇살이 비명지르는 소년의 얼굴에서 부서진다.
파드득. 실크처럼 결 좋은 머리가 사방으로 흩날리고 땀 솟은 살갗이 푸들푸들 경련하고 있었다. 검은 머리의 동양계 소년. 아마도 일본인으로 여겨지는 미소년이 육중한 거구의 근육남에게 사정없이 궤뚫리고 있었다.
"후우우. 허억! 이찌로... 사... 사랑한다! 널 사랑한다!"
검은 피부의 남자는 어린애 팔뚝만한 굵은 성기로 소년의 뒤를 후벼파고 있었다. 소년은 목이 쉬도록 비명지르지만, 그 비명에도 분명한 쾌락이 서려 있었다. 여인 못지않게 하얀 살결. 가녀린 체구. 어깨까지 드리워진 검은 생머리는 얼핏 보아 소년인지 소녀인지 모르게 했다.
"나... 날... 가져라! 이찌로! 날 먹어라앗!"
절정에 다다른듯 거구의 흑인이 바르르 떤다. 그 떨림이 여린 내부를 자극했는지 소년은 한마리 새처럼 애처롭게 비명질렀다.
"히아아악! 아히히힛!"
찌익. 찍. 툭툭.
소년의 분홍빛 페니스가 하얀 정액을 토해냈다. 사정의 쾌감이 가라앉을 때 까지 두사람은 미동도 없었다. 마치 고대 그리스의 아름다운 조각상을 보는 듯.

"하아아아. 좋았어요. 너무... 멋져요."

가쁜 숨을 내쉬며 소년이 아크로바틱한 자세로 몸을 틀었다.  붉게 상기된 얼굴이 흑인남자에게 입맞춤을 하자 건장한 흑인은 눈물을 뚝뚝흘리며 소년을 끌어안았다.
"안데스 바흐 아닌가. 기자들이 보면 기절하겠군."
강수만은 혀를 찼다. 프랑스 최고의 남성미를 자랑하는 축구스타. 그가 미인 여배우인 아내를 두고 이곳에서 미소년과 동성애를 즐긴다는 건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잉꼬부부로 이름난데다 자식도 많은 스포츠맨 아닌가. 
쉬잇. 난처한 얼굴로 시온이 붉은 입술에 손가락을 대어 보였다.
"말할 필요도 없겠지만, 판데모니엄에서의 만남은 이곳에서만 기억하셔야 합니다. 회원 서로간의 사생활은 존중 받으셔야 하니까요."
"정말 말할 필요도 없군."
"친한 친구나 혹은 남편과 아내간이라 하더라도 비밀입니다. 철천지 원수를 만나셨다 해도 싸움은 금물입니다. 판데모니엄은 완전히 다른 세상. 이곳을 떠나는 그 순간부터 즐거운 감정만 가지고 기억은 지워주셔야 합니다."
"그정도 매너는 가지고 있네."
재삼재사 강조하는 시온에게 강수만은 코웃음을 쳐 보였다.
저런 장면이 세상에 노출된다면 그는 두말할 것 없이 완벽히 파멸된다. 철천지 원수라 해도 이곳에서의 비밀은 지켜주는 것이 당연하다. 왜냐하면 그건 회원들의 낙원. 판데모니엄 전체에 해를 끼칠 테니까. 

바보가 아니면 그런 짓은 아무도 안할 터다. 자기들만의 은밀한 공간. 모두가 마시는 공동우물에 독을 타는 것은 마을 사람 모두를 적으로 돌리는 행위다.
"이쪽 취향은 아니시죠? 그럼 조금 더 들어가 볼까요."
시온이 나른하게 웃으며 강수만을 좀 더 이끌었다. 그러다 입을 가리고 놀리듯 호호 웃었다.
"마유라. 당신 취향은 나도 알아요. 하지만 오늘은 회장님의 경호인으로 온 고용인이니 정신 다른데 팔지 말도록."
"흑!"
어느새 시뻘겋게 달아오른 마유라가 숨을 몰아 쉬었다. 화들짝 놀란 얼굴은 조금 전 까지 이찌로라 불리던 일본의 소년을 향해 있었다. 평소 냉랭한 편이던 마유라가 저런 소녀같은 소년을 좋아했던가?
"의외로 어울리는군."
강 수만은 저도 모르게 쓴 웃음을 지었다. 판데모니엄은 자신을 위해 들린 길인데, 엉뚱하게도 마유라가 먼저 흥분하고 있는 것이다.
"인간의 가장 큰 쾌락은 대개 인간이 되는 법이죠. 더불어 즐기거나. 다른 인간을 지배하거나. 아니면 거꾸로 복종하거나. 혹은... 소유하거나."
시온이 중얼거리며 손을 들어 올렸다. 스르륵. 벽 한 쪽이 다시금 열리고 이번에는 음산한 복도가 모습을 드러냈다. 사람의 모습이 보이도록 충분히 밝긴 했지만 복도의 색조도, 주변의 풍경도. 모두 조금전의 라이트한 구역과는 달랐다.
"후우우..."
익숙한 공기. 그리운 공기. 음습하고 피를 끓게 하는 달콤한 향기에 강수만은 저도 모르게 몸을 떨었다.

타들어가는 초 심지의 냄새. 비릿한 타액과 혈액의 냄새. 이따금 코를 찌르는 배설물의 향기까지.

이곳은... 정말 그가 원하던 곳이었다.
"흐으윽. 어흐흐..."
앳돼 보이는 흑인 소녀가 바들바들 떤다. 소녀는 두 청년에 의해 방으로 옮겨지고 있었다. 청년들은 아랫도리에 철로 된 정조대 같은 것을 입었을 뿐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몸. 둘 다 거구에 건장한 체구의 소유자들이었다. 끌려가는 소녀의 몸에는 붉게 죽죽 그어진 채찍 자국이 가득했다.
찰칵! 찰칵!
요란한 금속성과 함께 소녀의 사지가 벽의 차꼬에 결박된다. 종이처럼 얇은 옷을 걸친 소녀는 조용히 고개를 늘어뜨리고 있었다.
"고개를 들어라. 노예."
께느르한 음성. 암표범 같은 흑인 여자가 채찍을 들고 소녀 앞에 다가섰다. 눈물을 뚝뚝 떨구며 애처로운 얼굴을 하는 소녀. 그 소녀의 볼을 쓰다듬으며 흑인 여자가 위험한 미소를 지었다.
툭. 소녀의 눈물이 바닥에 떨어졌다.
"이런 더러운!"
휘리리릭! 짜악!
건장한 체격의 여인이 노호했다. 채찍이 섬찟한 소리를 내며 허공에 휘둘러졌다. 공포에 질린 소녀는 얼음처럼 굳어 주인의 자비를 구했다.
"히이익! 자. 잘못. 잘못했습니다! 요. 용서해..."
툭툭.
커다란 검은 눈에 눈물을 가득담으며 소녀는 떨었다. 그 떨림이 좋지 않았다. 카하하하 웃으며 여인이 본격적으로 소녀를 후려 갈기기 시작한 것이다.
짜악! 짜악! 패액! 짜악!
꺄아아아. 소녀가 비명을 지르며 몸부림쳤다.

타격의 아픔. 어둠의 무서움. 무엇보다 저항조차 할 수 없는 무력함. 고통과 공포에 어린 눈은 더 많은 눈물을 쏟아냈다.
"더러운 눈물을 튀게 하다니! 네 주제도 모르는 것이! 감히 내 옷을 더럽혀!"
"흐으윽....끄으윽..."
여인의 노호에 그제야 실수를 알아차린 소녀가 꺽꺽거렸다. 울음을 참으려 들지만 쉬이 멈추지 않는 듯 했다. 아니. 울음을 멈추기는 커녕...
"아아아아...."
소녀의 눈이 절망으로 물들었다. 너무 겁에 질린 나머지 몸의 통제. 방광의 긴장이 풀려버린 것이다.
후드드득. 발기발기 찢어진 옷을 타고 물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소녀의 다리 아래로, 회색빛 화강암 바닥이 암적색으로 물들어 가기 시작했다.
꿀꺽.

입안에 침이 흥건하다. 강수만의 가슴은 미칠듯 두근거렸다.
솨아아아. 메마른 돌에 물기가 스며드는 미세한 음향.

지릿한 암모니아의 향기. 방울방울 떨어지는 달콤한 눈물.

소녀의 온 몸에서 피어나는 저 아찔한 공포의 냄새.
저곳에... 있고 싶었다.
"신입인 모양이군요. 참가하고 싶은가요?"
암표범같은 여인이 달콤하게 웃었다. 흡사 여왕인듯 당당하고 거만한 제의.

스윽. 그녀가 두툼한 가죽의 손잡이를 강수만에게 내밀었다.
"나는...."
강수만은 저도 모르게 손을 떨었다. 그러고 싶었다. 당장이라도 이 지배와 복종의 향연에 몸을 바치고 싶었다. 멋대로 움직이려는 손을 그는 필사적으로 눌렀다.
"....돌아보는 중이오."
"마음이 바뀌면 언제든."
아프리카 자유공화국의 통령은 짤막하게 대꾸하고 돌아섰다. 후들거리는 손을 감싸쥐는 강수만의 옆에서 마유라가 더듬거리며 불렀다.
"회. 회장님..."
"으음...."
마유라가 붉어진 얼굴을 돌렸다. 그녀 역시 걸음걸이가 어딘가 모르게 불편했다. 하지만 지금의 강수만 만큼은 아니었다.
"확실히 회장님께서는 이쪽이시군요."
시온이 빙그레 웃었다. 가늘게 떠진 그녀의 눈에는 고혹적인 타락의 색이 가득했다.

풋. 강수만은 웃으며 끄덕였다. 거짓말을 하려고 해도 통하지 않으리라. 그의 바지 앞섶은 탄탄하게 부풀어 있었던 것이다.


 

그곳은 파티장이었다.

굴욕과 수치를 느끼는 이. 고통과 공포를 즐기는 이가 가득했다.
어느 지체높아 보이는 여인은 건장한 남자 두사람에게 붙들려 관장을 당하고 있었다.

스커트로를 즐기는 매저키스트였다. 입으로는 거부하며 고래고래 비명지르지만, 나이든 여인의 얼굴은 흥분으로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한 대야나 쏟아진 배설물은, 남자 두사람의 손에 들려 여인의 몸에 부어졌다.
"꺄아아아악!"
비명과 함께 고아한 여인은 관장물 섞인 배설을 얼굴에 뒤집어 썼다. 그리고 실금했다. 솨아아아. 오줌줄기를 바닥으로 흘리는 중화인민 공화국 부동산 여재벌의 얼굴은 극락에라도 도달한듯 환희로 가득차 있었다.


"깔깔깔깔! 이 돼지! 돼지! 더 움직여봐!
회원중에는 어린 소녀도 있었다. 고작 열 서너살이나 되었을까 싶은 북유럽의 인형같은 소녀. 잉글랜드 왕실의 왕녀였던가. 천진난만한 웃음과 함께 소녀의 손에서는 촛불이 새디스틱하게 춤을 추었다. 
"뜨거워! 뜨거워어!"
비단처럼 결 고운 검은 머리카락. 일본어로 비명을 지르는 소녀는 온 몸에 붉은 촛농으로 목욕을 한 상태였다. 유두는 단단한 집게로 붙잡히고, 비부에는 징징거리는 굵은 바이브가 요동을 치고 있었다.
"기분이 좋아? 더 좋게 해줄까? 이제 조금만 더 참아. 나도 기쁘게, 너도 기쁘게."
쉴새없이 조잘대며 어린 소녀는 촛불을 흔들었다.

후두둑. 정확히 떨어진 촛농이 일본인 소녀의 클리토리스를 덮어 씌웠다.
"꺄아아아아아! 오카아사아아앙!(엄마!)"
결국 소녀가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까르르르. 천진난만한 북유럽의 요정은 사라져버린 나라의 유민을 지져대며 더더욱 즐겁게 웃고 있었다.

 

"무료 견학은 여기까지입니다."
마지막 벽 앞에서 시온이 돌아섰다. 그 벽 앞에는 커다란 글자가 출입제한을 알리고 있었다.
<레벨 2. 특별회원 전용구역.>
"일반회원만으로도 회장님이 원하시는 쾌락의 대부분은 얻으실 수 있습니다. 이곳을 즐기시는 스물 세명의 회원분들은... 지체가 높으시기에 접촉하실 수 없습니다. 회장님이 특별회원이 되신다 해도 마찬가지입니다."
냉엄함과 따스함. 극한의 온도차를 동시에 보이며 시온이 미소지었다. 그녀의 눈에 깃든 기이한 빛에 강수만은 신음했다. 터질듯 발기한 페니스는 몇년만에 처음으로 사정이란 것을 해볼 기세였다.
"이곳은... 어떤 곳이지?"
"마유라님이 함께 계시니 내용정도는 알려 드리죠. 이 안은 꼭 지배와 복종과 연계되지는 않습니다. 특별한 취미를 지니신 특별한 분들의 놀이터죠. 그중에는 인체개조. 절단. 살육등 죽음을 즐기는 네크로필리아의 괴짜분도 계시며 간지럼을 즐기는 건전한 티클링 매니아도 있습니다. 레벨 1 구역과 기본적으로는 같습니다만 좀 더 자유도가 있다고 할까요."
"가격은?"
"일반회원은 2백50억. 특별은 8천5백억원입니다."
어지간한 도시의 단기 예산을 우습게 말하는 시온이었다. 붉게 달아오른 얼굴을 매만지며 강수만은 침음했다.
"VIP라운지는 어떤 곳인가?"
시온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어지간한 하드에세머라 하더라도 일반 회원만으로 충분한 즐거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특별회원의 즐거움에 그 수십배의 가격이 붙는 것도 이해할 수 있었다. 인체개조등 아무래도 사람의 목숨까지 오가는 즐거움이라 해도 얼마든 사용할 수 있으니까.
그래서 이해가 가지 않았다. 특별회원이 살육과 광란의 치태를 보이는 자리라면, 

그 수십배의 프리미엄이 붙는 VIP는 대체 어떤 곳이란 말인가.
"죄송합니다만, 알려 드릴 수 없습니다. 그걸 아는 것 또한 VIP의 특별함이랄까요.  일반회원은 귀족. 그리고 특별회원은 왕. 하지만... "
빙그레. 얄미운 웃음을 지으며 시온이 고개저었다. 그러다 얼핏 그녀의 얼굴이 찡그러졌다.
"...혹시 해서 묻겟습니다만. 정말 판데모니엄에 즐거움을 찾아 오신 겁니까?"
시온이 눈을 좁히고 물었다. 강수만 역시 눈을 찌푸렸다.
"난 허언은 잘 하지 않는 주의네만."
"이런이런. 제가 큰 실례를 했군요. 고객의 말을 듣지 않고 멋대로 오해해 버렸습니다."
큭큭큭큭. 요염한 미소를 지으며 시온이 고개 저었다. 이건 또 무슨 소리란 말인가. 뭔가 놀림당하는 것 같아 강수만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회장님. VIP는 신입니다."

덜컹. 그리고 그녀의 붉은 입술에서 나온 말이 강수만의 심장을 강타했다.
"무엇을 원하든. 그 어떤 것이든. 상상하실 수 있는 어떤 쾌락이든 얻으실 수 있습니다. 그럴 자격만 갖추고 계신다면."  
어떤것이든? 그게 무엇이든? 정말 가능하단 말인가?

불끈.
그의 바지 앞섶이 터질듯 부풀어 올랐다.

"신이라고?"

"그렇습니다. 판데모니엄에서는 무엇이든 하실 수 있죠. 말 그대로 신. 절대의 무소불위의 권력. 그것이 신에게 주어지는 혜택이랄까요."

"그 권력에 당신도 들어가나?"

짖궃게 물어보는 강수만이었다. 고혹적인 미소를 지으며 시온이 끄덕였다.

"찾으시는 이 거의 없기는 하지만 저 또한 하나의 상품이지요. 네. 시온을 원하신다면 시온을 취하실 수도 있습니다."

"성노와 성노가 서로 살해하는 복수극을 볼 수 있을까? 로마 스타일의 작은 전쟁도?"

강수만은 초조하게 연거푸 질문을 던졌다. 전쟁은  흥미가 있지만 굳이 판데모니엄에 와서까지 볼 만큼 즐기는 장르가 아니다. 시온이 다소 괘씸하긴 하지만 정말 손대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았다. 얼핏 느끼기 에도 독이 든 먹을 것 처럼 보였으니까.

"그 어떤것이든 가능합니다. 하지만.... 이런 것들이 아니라 진정 회장님께서 원하시는 것을 말씀해 보시지요?"

시온이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강수만의 바짝마른 입술이 찢어져 피가흘렀다.

"......신이라면....죽은 사람도 살려낼 수 있을까?"

다소 엉뚱한 말이었다. 이 말 만큼은 예상하지 못 했는지 시온의 입가가 기괴하게 비틀렸다.

"그거야 말로 신이 되면서 해볼만한 일이군요. 소망하시는 분이 있습니까?"

"그래."

언제나 목마르게 갈망해 오던 그만의 쾌락. 돈으로도 권력으로도 절대 손에 넣을 수 없었던 바램. 그것의 성취. 상상만으로도 당장에 강수만은 절정에 오를 것 같았다.
천문학적인 금액. 그래 당연하다. 어지간한 국가의 1년 예산 규모의 금액이지만, 그의 소망이 이루어 질 수 있다면 강수만에겐 충분히 지불할 의향이 있었다. 설령 그 대가가 박명건설의 오너자리를 내 놓는 것이 되더라도. 그 쾌락의 나날을 다시 얻을 수만 있다면!

"내 작고한 아내. 사민정일세. 진정 나에게 맞춘 완벽한 소울메이트였네. 그녀가 아니고서는 내 빈자리를 아무도 채우지 못해. 이건... 하아..."

스슥. 강수만 앞에 죽은 아내 사민정의 3D사진이 떠올라왔다. 놀랍게도, 대기업 회장의 부인이라고는 여겨지지 않는 음란하고 과격한 차림이었다.

하드SM의 복장을 한 그녀. 지금의 던전의 분위기. 마치 살아 생전의 그 달콤한 아내를 눈 앞에 두고 있는 것 같아 강수만은 잠시 넋을 잃고 멍하니 보고 있었다.

"죄송합니다. 회장님 말씀에 가벼운 시뮬레이팅을 해 보았습니다."

시온이 가볍게 고개 숙였다. 스르륵. 손을 뻗어 아내의 3d영상을 헛되이 집으며 강수만이 신음했다.

"죽은 사람을 살릴 수 있는가? 과연 이곳의 신은 이곳에서만큼은 신이 될 수 있는가?"

"말씀 드렸다 시피. 회장님. 이곳은 판데모니엄입니다."

시온이 웃었다. 외따로 떨어진 세계. 대한민국의 권력도 침범하지 못하는 사유지. 동시에 수많은 권력자들의 돈으로 차곡차곡 덩치를 키워 나가는 곳. 그것은... 국가에서 금하는 어떤 종류의 실험.

"따라서 신이 원하신다면 이곳에서만큼은 무엇이든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인간 복제와 같은 기술도 가지고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42조원. 지불하도록 하....지....."
3d영상의 아내를 매만지던 강수만이 얼굴을 일그러 뜨렸다.

툭.툭. 그의 페니스가 5년만에 처음으로 정액의 사출을 이루어 내고 있었다. 진한 밤꽃향이 복도의 막힌 공간에서 매캐하게 감돌았다.
싱긋. 시온이 미묘하게 입꼬리를 비틀어 올리며 미소지었다. 아마도 이것이 그녀의 진짜 웃음이리라.
"판데모니엄에 오신것을 환영합니다. VIP회원 강수만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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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알려 드립니다만. 판데모니엄은 기본적으로 작가의 스트레스 해소용 글입니다.


그리고 곳곳에 패러디 난무합니다. 그냥. 일일이 짜서 하는 게 아니라 되는대로 써갈기는 거니 그렇습니다.

무슨말이냐고요? 명박건설의 강만수... 아니 박명건설의 강수만은 제 스트레스 해소용 캐릭이란 거죠.  판데모니엄 본편의 주인공은 시온입니다.

아니. 주인공이라 해야 할까요? 뭐라 해야 할까요? 기본적으로 에피소드 옴니버스 구성을 목표로 하고 있으니까요. 시온은 판데모니엄의 마스터이지만, 각각의 이야기는 서로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로 구성됩니다. 물론 그들의 리비도를 이루어 주는 것은 시온입니다. 그러니 매편 등장해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만.

 

 

아. 그리고 모티브를 주신 이름 모를 작가분께 경의를.

원래 판데모니엄은 소라넷의 <그가 사랑한 노예> 던가 하는 글을 보고 감명 받아 쓰기 시작한 겁니다. 그걸 제 식으로 쓰고 있는 거지요. 판데모니엄이라는 이름도. SF적인 방향도 거기에서 힌트를 얻었습니다. 다음편이 나오길 오래도록 기대했는데... 통 안나오더군요. 그래서 제 것으로 만들어서 써갈기는 중이랄까요.

 

그럼 즐거운 하루 되시길. 1만 4천자. 무리 했더니 손목이 좀 쑤시는 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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