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색영웅 대륙정벌기 5부 (71) - 새로운 출발 > 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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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색영웅 대륙정벌기 5부 (71) - 새로운 출발

[이글은 비윤리적인 내용과 묘사를 담고 있습니다.현실에서 이런 행위는 범죄행위입니다.현실과 환상을 구분해주시기 바랍니다.내용에는 SM,강간,고문등이 있을수 있습니다.]



 


드디어 5부끝입니다.사실 5부는 중간쯤에 글을 중단했다가 다시 시작했을 때 흐름에 좀 문제가 생긴 것 같습니다.원래는 여기까지를 50편전후에서 끝내고 5부를 100내외에서 끝낼 생각이었는데 한번 끊었다가 다시 쓰기 시작하니 웬지 글내용자체는 처음 생각했던대로 전개되는데 쓰는 리듬이 좀 깨진 것 같아서 내용은 분명히 생각했던 내용인데도 약간 늘어지는 느낌을 받아서 결국 여기서 5부를 마무리짓고 원래구상한 5부 후반부내용으로 6부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글이 워낙 글쟁이가 내용을 좀 하드한 야설쪽으로 갔다가 좀 진지해지려고도 하고 해서 내용에 몰입하는데 애로가 많으셨을 겁니다.그럼 나머지 잡설은 p.s에서......--;;


 



71.새로운 출발


 


"이,이게 뭐,뭐야?"



발렌타인은 황당하기 짝이 없었다.아크가 아들 매덕스에게 준 순간이동주문 스크롤로 찾아온 르페아니안 해안에 북적대고 있는 사람들은 최소한 2~3만명은 넘어 보였다.거기다 사람들은 대륙의 동쪽끝인 르페아니안 해안서 어딘가로 이주라도 하려는듯 다들 식구가 딸린 남녀노소가 섞인 가지각색의 사람들이 섞여 있었고 거기서 플로린에서 만난적이 있었던 솔로를 발견한 발렌타인이 그에게 다가가자 솔로가 반가운 표정으로 그를 맞이했다.



"아,공작님도 신세계로 떠나시는 겁니까?"
"신세계?"



의아해하는 발렌타인에게 솔로가 얼마전 자신을 찾아온 엘프로드에게서 들은 말을 전했다.엘프로드는 곧 여태 유란대륙을 고립된 세계로 만들고 있었던 요르문간드해류가 소멸될 것이며 저 멀리 동쪽에 존재하는 여태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았던 대륙으로의 길이 열릴 것이라며 정 유리아에 굴복하기 싫다면 그곳에서 새로운 국가를 건설해보는게 어떠냐는 아크의 제안을 전했다.



"왜 엘프로드가 그런말을 전한건가?"
"인간들외에 이종족들도 어느정도 건너간다고 합니다."



원래 파렌하잇을 따라가기로 한 드워프들외에 나무들의 목자라는 엔트들이 몬스터들이 지배하면서 자연환경의 왜곡이 심한 새로운 대륙의 숲을 가꾸기 위해 건너가기를 원했다.그리고 그런 엔트들을 돕기 위해 엘프들중 일부가 신대륙에 함께 가겠다고 자원해서 엘프들도 여기에 참여했고 아크는 이참에 호빗족과 자신의 지배하에 있는 수인족,조인족,다크엘프들중에서 일부를 포함시켜 신대륙에서 이종족들도 터전을 잡는것을 희망했다.웨어울프만은 개체수가 너무 적어 나중에 기반을 잡으면 건너가기로 했다.



"공작님?"



갑자기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린 발렌타인은 뜻밖의 얼굴을 보고 깜짝 놀랐다.바로 개전초기 유리아의 기습에서 고군분투하다 포로가 되었던 호츠론백작이었다.청렴하고 성실한 인물로 유리아에 포로가 된것을 아깝게 여기던 사람이었는데 이런 곳에서 그를 보게 되자 놀라움을 금할수 없었다.그의 옆에는 호플레카전투에서 역시 포로가 되었던 그의 아들 알버트가 서있었다.



"자네가 어떻게 여길?"
"그러니까......"



플로린이 항복하고 로키안에서 발렌타인이 쫓겨났을때 유리아는 아직도 엄청난 수가 남아 있던 로키안의 포로들을 회유하기 시작했다.이미 멸망으로 치닫고 있는 로키안의 운명을 들은 포로들은 하나둘씩 전향했지만 그래도 절개를 지켜 죽여달라고 하는 사람들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그런 사람들을 가능한 가족들까지 포함시켜 이곳으로 아크가 보냈다는 것이었다.자신들의 갈길을 거기서 정하라면서



"아크 이놈........"



아크가 벌인일에 발렌타인은 솔직히 어이가 없었다.자신을 회유하기 위해 수작을 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했지만 사실 이런쪽은 생각도 하지 못했다.너무 충격적인 소식에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발렌타인에게 호츠론이 말했다.



"그런데 신대륙이니 뭐니 너무 황당하지 않습니까?혹시 앞으로 딴마음을 먹으려 들지도 모를 자들을 한꺼번에 처리하려는 속셈은 아닐까요?"



확실히 의심해볼만한 일이었다.비록 소수였지만 이들은 각국들에서 마지막까지 유리아의 제국지배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사람들이었고 잠재적인 저항세력이 존재하는 것이 귀찮을수도 있는 일이었다.그렇다고 전부다 잔인하게 학살하는 모습을 사람들에게 보여서 이미 순순히 유리아에게 순응하려는 사람들에게 잔인한 인식을 심어주는 것보다 터무니없는 소리로 이들을 전부몰살시키려는 것이라면?어찌됐든간에 요르문간드저편은 유란대륙사람들에게는 미지의 세계 이전에 지옥과 동일하게 인식되는 곳이었다.



"그건 아닐것같네."



차마 레이라가 아크의 여인이 되어 버렸다는 것은 말하지 못했지만 최소한 아크가 그런짓을 하지 않을거라는 확신이 발렌타인에게 있었다.솔로가 이끌고 온 플로린사람들고 호츠론이 이끌고온 포로출신들(주로 로키안)외에 또하나의 그룹을 발견한 발렌타인은 또 한번 놀랐다.파렌하잇이 리스에게 체포되었을때 유리아에 투항한 플로린의 해군출신 장수들로 파렌하잇의 심복이었던 하이네커,프랭카슨,칼빈이 동료였던 스랏슈와 함께 여기와있었던 것이다.



"당신들도?"
"반갑습니다.공작님."



사실 하이네커,프랭카슨,칼빈은 파렌하잇이 드래곤덕분에 무죄를 증명한 뒤에 유리아에 투항한 것을 후회하고 있었다.그들은 파렌하잇과 싸우고 싶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이제와서 이랫다저랫다 태도를 바꾸어 돌아갈수도 없어서 괴로워하다가 전쟁없이 플로린을 합병한 것에 안도했지만 파렌하잇이 자취를 감추어버린 것에 죄책감을 가지고 차마 그를 찾아 보지도 못했다.아무리 정치적으로는 어리석은 모습을 보일때가 있었지만 그런 답답한 모습조차 그들은 파렌하잇에게 반한 사람들이었던 것이다.



그런 그들에게 아크는 파렌하잇의 계획을 설명해주고 따라가고 싶다면 마음대로 하고 심지어 이미 항복한 플로린해군출신조차 데려가도 좋다고 했다.항복한 플로린해군출신 2만여명중 6천명이 파렌하잇을 따르겠다고 했고 이들의 가족까지 합쳐 총 1만8천명이 합류했다.현재 해변가에 모인 사람들은 솔로가 이끌고 온 플로린의 저항세력그룹이 1만5천명,유리아해군이 되었다가 돌아온 플로린해군출신들이 1만8천명,로키안의 포로출신이 주축이 된 - 몇십명정도는 다키아,포워르등의 소국출신들도 있었다. - 세력이 6천명에 그외에 엘프/드워프가 각 2천명,호빗/수인족/조인족이 5백명씩에 다크엘프가 30명이 있었다.



심지어 17주신의 교단의 각교단에서 젊은 신관두명씩이 성녀캐서린의 명으로 차출되어 와 있었다.설사 아넬바교단이 아니라고 해도 성녀인 캐서린의 말은 절대적이었고 중요한 사명이라는 캐서린의 말에 이들은 잔뜩 감정이 고양되어 있었다.



"하지만 저배들로 신대륙까지 간다는 거요?그리고 이번일을 주재하려는 것이 파렌하잇이라면 그는 어디있소?"



발렌타인이 조금 의심스러운 표정으로 하이네커에게 물었다.하이네커들이 타고 온 배들은 전투선으로 손색이 없었지만 과연 여태 인간들이 접하지 못했던 미지의 세계로의 장거리항해를 감당할수 있을지 의문이었다.뭣보다 저배들은 오랜 항해에 필수적인 식량등을 적재할 능력이 떨어졌다.



"저배가 아닙니다.이곳에서 기다리고 있으면......."



ㅡ 푸하악!



갑자기 거대한 물보라와 함께 바닷속에서 거대한 물체가 튀어나왔을때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혹시 드래곤이나 크라켄같은 대형몬스터가 나타난 것이 아닌가 했지만 그것은 배였다.배가 물속에서 튀어나오는 모습에 사람들은 놀랐고 완전히 바깥으로 모습을 드러낸 배들이 하나씩 돛을 펴자 그장관에 또 놀랐다.길이가 150미터에 가까운데다 돛대만도 8개이상이 달린 그배들은 여태 유란대륙의 상식을 초월하는 거함들에다가 뭣보다 노가 전혀 없었다.수백척의 거함들이 차례로 바닷속에서 모습을 드러내자 그 장관에 사람들은 얼이 빠져서 그모습을 바라보면서 할말을 찾지 못했다.



"하하!다들 놀라는 모습좀 보라구.대단하지?"



이 함대를 건조한 드워프 코넬로프가 자랑스럽다는 듯이 의기양양한 모습을 보이자 파렌하잇이 빙그레 웃으면서 다시한번 사의를 표했다.여태까지의 유란대륙에서 없었던 거함들의 건조는 유리아에서 크라켄급을 건조할때 사용한 노하우에다가 수중에서 머맨들의 도움을 받아 건조했기에 가능했다.



"사람들이 정말 놀랐을 겁니다.아마 평생 이런 모습을 두번 다시볼 기회는 없을걸요?"



아들해먼의 말에 발렌타인은 미소를 지었다.물속에서 건조된 배들을 수면으로 띄우기 위해서 배들은 한척한척루시가 용언을 걸어두고 있었다.원래는 바르노스의 레어근처에서 배를 부상시켜 이곳으로 끌어오려고 했지만 해먼은 이 엄청난 선단이 부상하는 모습을 볼수있는것은 한번뿐이고 일단 떠오른 배들은 다시는 물속에서 다룰수가 없으니(침몰하지 않는이상) 사람들에게 그위용을 보여주자고 해서 이곳에서 부상한것이었는데 확실히 그 연출효과는 만족스러운듯했다.



"장군님!"



선단의 배들은 너무 거대해서 해안가에 접안할수가 없었다.보트를 타고 파렌하잇이 해안으로 다가오자 그의 부하들이었던 하이네커,프랭카슨,칼빈들이 기다리고 있는 것을 보고 코끝이 찡해져왔다.유리아엔 쓸만한 해군장수가 부족한만큼 이대로 남아 있어도 그들은 통일제국에서 남부럽지 않은 대우가 약속될 것이었다.그런데 이제 어떤 일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를 미지의 장소로 떠나는 자신을 따라가겠다고 부귀영화를 포기한 부하들에게 파렌하잇은 이루말할수 없는 감동을 받았다.파렌하잇을 따르고 있던 스랏슈는 옛동료들과의 만남에 뛸듯이 기뻐했다.



"정말 고맙네.일단 회포는 나중에 풀도록 하세."



파렌하잇은 많은 사람들을 바라보며 조금 질렸다.사실 이런 대규모인원,그것도 주로 엘리트층으로 구성된 인원이 될것이라곤 상상하지도 못했다.파렌하잇은 수만의 군중앞에 나서기 위해 가까운 해안에 접안한 하이네커들이 끌고온 배의 뱃머리에 올라서서 사람들에게 연설을 시작했다.아들 해먼이 준 마법확성기에 의해 파렌하잇의 목소리는 군중들하나하나에게 또렷이 울려퍼졌다.



"여러분,미지의 세계로의 항해에 동참하겠다는 용기에 이 파렌하잇은 경의를 표합니다.그러나 그전에 여러분께 미리 확실히 할것이 있습니다."



파렌하잇은 별로 연설을 잘 하는 타입이 아니었다.해군에서도 사람들에게 제대로 포장을 할줄 몰랐고 말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주어야 직성이 풀리는 타입이라 처음 대하는 사람은 그의 진가를 잘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았다.물론 그의 그런면에 매료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먼저 단순히 우리조국의 멸망이 아크때문이고 그를 용서할수 없다는 증오심때문에 이 유란에 남아 있기 싫어서 여기에 동참하려고 한다면 포기하시기 바랍니다."



그말에 상당수의 사람들은 웅성대기 시작했다.멸망한 국가의 국민으로서 그런 마음을 품지 않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해먼도 아버지가 과연 무슨 소리를 하려는지 점점 불안해지기 시작했다.파렌하잇이 좋아서 따라온 해군출신들과 그의 영지출신들이라면 몰라도 명색이 플로린의 독립을 위해서 싸우려고 했다는 솔로가 이끌고 온 사람들과 유리아의 신하가 되는 것을 거부한 사람들은 저말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몰랐다.



"과연 단순히 유리아가 강했기 때문에 전 대륙을 유리아에 넘겨주게 된 것이 아닙니다.우리 스스로 나약해졌고 부패해졌기에 망한 것입니다.편협한 생각으로 이종족들을 멸시하고 신하는 군주에게 제대로 충성하지 않고 영주들은 영지민들을 보호할 생각을 하지 못하고 노예로 삼아 그들의 재산을 약탈하고 기사는 전장에서 병사들을 이끌어 용감히 싸우지 못하고 상인은 자신의 저울을 속여 이익을 취하며 모두들 자신의 밥그릇만을 우선시해서 우리스스로 타락한 것이 이런 댓가를 치루게 된것입니다.행여 자신만은 깨끗했다고 스스로를 정당화시지 마십시오.나역시 예전에는 남들은 더럽게 살더라도 나만은 깨끗하게 산다고 자부했습니다.그러나 그것역시 자랑할것이 못 됩니다.나만 깨끗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해서 다른 사람들을 제대로 이끌지 못한사람역시 책임자인 것입니다.바로 국가를 이끌어간 지도층들이야말로 조국을 지키지 못한 죄인인것입니다."



파렌하잇이 이렇게 통렬하게 비판을 가하는 것은 과거의 자신에 대한 반성도 있었지만 뭣보다 여기모인사람들중 많은수가 각자의 조국에서 엘리트층이란 점을 감안한 것이었다.유리아와 손을 잡았던 이종족들조차 다수 포함된 집단에서 각국의 귀족출신들중 자신들의 우월성을 강조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별로 데려가고 싶지 않은 것이 발렌타인의 솔직한 심정이었다.



"행여 혹시라도 유리아제국에서는 과거의 기득권을 지킬수 없을 것 같아 여기에 참여하려고 생각한 사람들이 있다면 이 자리에 남아 주십시오.우리가 떠나야 할곳은 과거 몬스터들의 지배를 받았고 지금도 많은 몬스터들이 남아 있을 곳이고 그런곳에서 사는 것보다는 여기 남는 것이 더 행복할 것이고 안타까운일이지만 유리아가 우리의 조국보다 백성들을 더 잘대해준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 일입니다."



유리아는 상당히 급속도로 대륙을 손안에 넣어가면서도 백성들의 저항이 없었다.로키안-플로린등은 유리아와 전쟁전,또는 전쟁중에 국가의 개혁작업에 들어갔지만 아직 백성들이 그 효과를 피부에 느끼기는 미미한 상황에서 유리아에게 멸망당했고 평민들입장에서는 자신들을 제대로 돌봐주기만 한다면 사실 간판은 별상관이 없었다.솔로의 플로린해방군같은 경우 자신들의 국민들이 하다못해 감정으로도 자신들을 지지하지 않는것에 실망한 뼈아픈 과거가 있었다.



"이번에 신대륙을 찾아 떠나는 것은 누군가에게 복수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저지른 실수와 잘못을 거울삼아 새로운 출발을 원해서입니다.이길은 많은 고난이 있을 것이고 그 고난을 넘어서 여태까지의 위치와 영광을 잊고 새로운 국가의 건설에 참여할 사람만이 남아 주십시오."



파렌하잇의 말이 끝나자 사람은 잠시 침묵에 잠겼다.그 적막을 깨뜨린 것은 발렌타인이었다.



"나는 결국 내 조국에 버림받은 사람이고 말씀하신 것처럼 이전쟁을 지휘하면서 결국 제할일을 다하지 못한 패전지장입니다.그런데 무슨 할말이 있겠습니까?여기 참여하게 해주시면 설사 가장 낮은 일꾼이라고 해도 감사하겠습니다."



소드마스터인 발렌타인이 마나를 실어 외친 목소리는 구석구석까지 울려퍼졌다.그리고 각교단에서 나온 젊은 신관들이 흥분된 목소리로 외쳤다.



"여태 신의 뜻이 임하지 못했던 오지에 발을 딛는 분들과 함께 할수있다니 영광입니다!설사 도착하자마자 몬스터들에게 죽는다고 해도 원망치 않겠습니다!"



뒤이어 사람들의 외침이 여기저기서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애초부터 부귀영화를 바랫다면 여기로 오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전 복잡한 건 모릅니다.오로지 파렌하잇장군님을 믿을 뿐입니다!"
"가겠습니다!새로운 세계로!"



사람들의 호응을 얻은 파렌하잇은 안도한 표정이었지만 다시 표정이 굳어지면서 말을 이어나갔다.이번에 하려는 말은 좀더 미묘한 문제였다.



"그리고 또하나 다짐해둘것이 있습니다.미지의 신대륙으로 떠나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의 단결입니다.우리는 각기 다른 나라출신들,여러 종족이 섞여 있지만 모두들 여태 몬스터들의 지배해오던 신대륙으로 떠나는 순간부터 운명공동체를 이루었습니다.일단 신대륙에 도착한 뒤 최소한 기반을 잡을 때까지는 얼마나 단결된 모습을 보이느냐가 미래를 결정하는 관건이 될것입니다.열명의 뛰어난 선장이 지휘하는 배보다는 신참선원한명이 지휘하는 배가 풍랑에서는 살아나기 쉽습니다.항해도중만큼은 제 지휘에 절대로 따라주십시오.그리고 혹시 이종족들을 아직도 멸시하고 조국을 멸망시켰다고 해서 그들에게 감정이 있다면 포기해주십시오.우리가 그들을 생존조차 곤란할 정도로 압박했기에 그들이 우리에게 칼을 돌린 것이며 모든 것은 우리의 자업자득이었습니다.신대륙에 도착해서 엘프나 드워프들과 공존하지 못하겠다는 것 역시 용납할 수 없습니다."



대유리아동맹국중 플로린과 로키안의 경우 유리아의 등장이전부터 패권을 다투어 온 사이라 사이가 나쁘다.인간들중 가장 많은 숫자를 차지하는 그들이 분열을 일으키면 큰 난관이 될것이었다.그리고 전쟁기간동안 유리아와 동맹을 맺었던 이종족들과의 관계역시 마찬가지였다.이종족들은 자신들이 새로운세계로 떠나는 것에 대해서 인간들에게 꺼리낌이 없었지만 인간들이 피해의식을 갖고 신대륙에 도착한다음 문제를 일으킨다면 역시 큰 문제였다.거기다 유란대륙에서의 인간들과 이종족간의 비율에 비해 이집단의 이종족비율은 생활환경자체가 다른 머맨/머메이드들은 빼고 다른 종족들만 쳐도 이종족비율이 높았다.물론 장수하는 이종족들은 인간들에 비해서 인구증가율이 낮아 그 차이는 금새 더 벌어지겠지만 자칫하면 큰 분쟁이 생길수도 있었다.



"지금 하신 말씀에는 문제가 있습니다!"



발렌타인의 말에 일시에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되었다.발렌타인이 아까부터 나서는 모습에 파렌하잇의 부하들이 불안해하기 시작했다.파렌하잇과 발렌타인은 서로 상당히 비교되는 스타일이었다.일단 둘 다 일처리에 상당히 꼼꼼한 면을 보인다는 것은 비슷하지만 먼저 발렌타인의 경우 수십년간 군주의 측근으로 기회를 노리고 있다가 전면에 등장한 뒤 삽시간에 로키안의 군권을 장악했을만큼 군주인 로푸스때문에 결국 실패했지만 일단 실력을 보이면 강한 카리스마를 보이는데 비해 파렌하잇은 사람들에게 강한 권위를 느끼게 하기보단 스스로 솔선수범해서 사람들을 따르게 하는 타입이었다.발렌타인의 경우 검의 최고경지인 소드마스터를 이룬 인물이었지만 파렌하잇은 검의 수준은 익스퍼트중급정도였다.거기다 두사람의 위치도 발렌타인의 경우 국가의 최고위층인 원수에다 공작의 자리에까지 올랐고 파렌하잇의 경우 단지 해군총사령관에 작위도 후작이 마지막이었다.파렌하잇이 발렌타인을 다룬다는 것은 여태까지의 위치로 보아 쉬운일이 아니었다.



만약 발렌타인이 파렌하잇의 지휘권을 행사하는 것에 반발한다면 신대륙으로의 출발은 무산될지도 몰랐다.



"잘못된 점을 지적해 주십시오!"



파렌하잇도 긴장했지만 최소한 항해도중의 지휘권만은 양보할수 없었다.어차피 머맨들과 자신을 따르는 수천명의 사람만 데리고 해보려던 모험이었고 최소한 지금까지 리스에게 휘둘린것처럼 그일을 잘 모르는 사람이 함부로 끼어들게는 할수 없었다.설사 바다를 건너가서 로키안사람들이 따로 떨어져나간다고 해도 바다를 지나는 동안은 절대적인 단결은 필수였다.최소한 일처리면에서는 신뢰할수 있었던 상대였던 발렌타인이 좁은 소견으로 딴지를 걸려는가 해서 파렌하잇은 내심 섭섭했다.



"분명히 여태까지의 위치는 잊어버리고 모든 것을 새로 시작한다는 자세로 임해야 하건만 어찌해서 과거의 일에 연연하겠습니까?이미 저 망망대해에서의 인도를 맡으셨으니 그대는 우리들의 지도자입니다.부디 바다를 건너고 나서는 어떻게 해든 좋다는 말씀은 하지 마십시오.이 발렌타인은 이순간부터 당신께 충성을 바칠 것을 맹세하는 바입니다."



그말과 동시에 발렌타인은 무릎을 꿇으면서 신하의 예를 취했다.오히려 파렌하잇이 여기에 놀라 그것을 거두게 하려는 순간 아들 해먼이 아버지에게 뒤쪽에서 속삭였다.



"아버님,지금은 겸양을 표시할때가 아닙니다."



결국 발렌타인을 따라 로키안사람들까지 모조리 파렌하잇에게 충성을 맹세했다.이종족들(파렌하잇을 군주로 모신 인어들 제외)역시 파렌하잇을 군주로 모시는 것은 아니었지만 항해도중 파렌하잇의 지휘를 따를 것을 다짐했으며 인간들이 이종족들에게 적대하지 않는 이상 신대륙에서 언제나 인간들과 협력할 것을 약속했다.



드디어 사람들이 선단으로 옮겨타기 시작했다.파렌하잇의 선단이 이끄는 배들은 너무 커서 해안에 접안하기 힘들어 하이네커들이 끌고온 전투선들이 사람들을 태워 실어나르는 번거로운 절차를 거쳐야 했고 조인족들도 사람들을 실어 날랐다.



"이건 뭡니까?"



파렌하잇은 엘프들이 배에 실어나르는 사람서넛은 들어갈만한 상자를 보고 물었다.보화를 탐내거나 특별하게 가구에 집착하는 것도 아닌 엘프들이 가지고 온 큰 짐은 그것이 유일했다.



"여기에 엔트의 어린 아이가 흙속에 잠겨 있답니다.저희들은 엔트들에게 이 아이를 부탁받았습니다."



처음에는 엔트들중 한명이 신대륙으로 건너가려고 했지만 지금 남아 있는 성인엔트들의 체구는 너무 거대해서 배에 타기가 곤란했다.결국 신대륙의 숲을 가꾸기 위해서 엔트중 유일한 여성체인 사이니스(다크엘프사이나의 양모)가 최근 낳은 새로운 아이둘이 신대륙으로 가게 되었고 엘프들은 이들을 보살펴줄것을 약속했다.



선단의 총인원은 파렌하잇의 영지출신사람들이 6천,유리아에 투항했던 플로린 해군출신이 16000,솔로가 이끌고 온 자들이 1만,로키안출신들이 대부분인 그외국가들의 사람들이 6천에 엘프,드워프등의 이종족들이 2천명을 약간 넘는 규모에 머맨/머메이드들이 2만으로 총 6만명 규모였다.



드디어 사람들이 모두 선단에 옮겨타자 배들은 돛을 활짝 펴고 일명 드래곤의 요람이라고 불리는 동쪽바다의 관문으로 향했다.원래 이곳은 블루드래곤장로의 영역으로 뱃사람들이 절대 다가가서는 안되는 금기의 영역이었지만 이미 파렌하잇은 장로에게 허락을 받았기 때문에 걱정이 없었다.


 



파렌하잇들의 함대가 드래곤의 요람근처로 다가가고 있을때  신성교국에서는 드디어 드래곤로드가 2년전 파괴한 신전들의 재건축이 완료된 것을 축하하고 신께 감사드리기 위해 각교단의 대신관들이 모여 있었다.



그러나 교황의 심사는 좀 묘했다.아크의 부인인 성녀 캐서린이 자신이 모시는 신인 아넬바가 전하신 소식이라며 그저께가 되서야 유란대륙을 고립된 세계로 만들고 있었던 요르문간드가 소멸하고 막혀있던 장벽이 사라진다는 것을 전해온 것이다.이것은 세계가 신마전쟁이후 손상된 생명력을 완전히 회복했다는 것이나 다름없는 엄청난 사건이었다.그런데 몇일전 신성교국에서 아크와 함께 출국하기전 각교단에서 신관들을 차출해줄것을 부탁한 것이 오늘 출발하는 신대륙으로의 이주민들에게 참여하게 하려 한것이었다는 것에 왜 그때 말을 해주지 않았는지 심사가 불편한 것이었다.새로운 세계가 열리는 것과 때를 맞추어 신전건축을 완료해서 그둘을 연관짓고 싶었던 교황은 결국 닷새정도 남아 있던 공사기간을 닥달해서 하루만에 완료해버렸다.며칠 있다한다고 해서 의미가 퇴색되는것도 아니었는데 굳이 그렇게 한것은 교황이 세계가 새롭게 태어나는 날 새신전의 모습을 자랑하고 싶어서였고 신전들은 사실 외부는 완벽했지만 마지막의 내부공사의 마무리가 좀 불완전하게 된 면이 없지 않았다.그리고 교황은 캐서린이 받은 신탁중 한가지 내용이 좀 궁금했다.



<무너지는 장벽의 울림이 대지의 거짓된 마음이 담긴곳을 흔들 것이다>



보통신탁과 성녀가 받는 신탁은 일단 이해가 쉬운지 어려운지가 가장 큰 차이였다.성자/성녀는 말 그대로 자신과 신이 모실수 있는 존재로 그들은 자신이 바라는 신이 바라는 바를 확실히 이해하고 있다.그러나 보통 신탁의 경우는 그렇지가 않다.애매모호한 표현이 많아서 엉뚱한 쪽으로 이해가 되다가 막상 일이 닥쳐야 진실을 알수 있는 경우가 부지기수인 것이다.그런데 캐서린이 전한 내용중 다른 내용은 모든 교단들에게 전하라는 내용에 이해가 쉬웠는데 이 한문장만은 좀 애매한 문장이었다.무너지는 장벽은 요르문간드의 소멸을 뜻하는게 확실할듯햇는데 그 뒷부분은 무슨 뜻일까 하는 것이 대신관들 사이에서 논란거리가 되었다.



아크같은 불성실한자의 궁전에나 그 여파가 떨어졌으면.........



그 표현으로 보아 아무래도 어떤 재앙일듯하다는 분석이 가장 우세했는데 교황은 내심 그재앙이 아크에게 떨어지기를 기원했다.교황이 웅장한 신전들의 위용을 바라보며 뿌듯함을 느끼면서 대신관들에게 이 영광을 신들께 바친다는 선언을 하려고 했다.신전재건과 세계의 바다가 완전히 생명을 회복한것을 연관지으려는 교황의 강력한 의지로 이 두가지 일에 대한 감사의 제사는 동시에 드리게 되었다.



- 쿠쿠쿠쿠



갑자기 바닥이 울리면서 거대한 신전들이 장난감처럼 흔들리기 시작하자 대신관들은 깜짝 놀랐다.



"이,이게 무슨 일인가!"
"지,지진이오!"
"오오,쥬피터시여...."
"부디 분노를 푸소서!"



갑작스러운 지진에 대신관들은 물론이고 주변의 신관들이 자신의 신을 부르며 당황하고 있을때 교황의 절규가 이어졌다.



"이,이럴수가?아,아니야!설마........."



그러나 교황의 간절한 마음을 비웃듯 지진은 더욱더 격렬해졌고 순간 새로 건축한 열일곱개의 신전들이 차례로 땅속으로 꺼져들기 시작했다.



"안돼!"



비명을 지르며 교황이 무너지는 신전들속으로 뛰어들려고 하자 황당한 와중에서도 주변사람들이 덤벼들어 그를 붙잡았다.잠시후 흙먼지가 가신 다음 휘황찬란한 신전들이 있던 자리는 어느새 처참한 폐허만이 남아 있었다.그마나 지진은 마치 자로 잰듯이 신전들이 있는 곳에서만 일어났고 새로운 신전을 신께 바치기 전이란 이유로 안에 사람들을 두지 않았기 때문에 인명피해가 없었던 것이 다행이라고나 할까?



"이럴수는...... 이럴수는 없어어어!"



교황의 절규는 비참했다.그모습을 보다못한 다른 대신관들이 일단 그를 끌고가 안정을 취하게 하려 해도 미친듯이 뿌리치며 하늘에 대고 절규하는 모습은 완전한 광인의 모습이었다.



"왜입니까!왜...... 왜 당신들의 영광을 위하여 바치는 당신들의 집을........ 제가 그 호색한보다 무엇이 부족하단 말입니까?"



교황이 생각하기에 너무 불공평했다.신관의 길을 선택한뒤 신을 성실하게 모시면서 더러운 인간들을 신의 진리로 계도하려고 하는 자신의 일은 이렇게 하는일마다 만신창이가 되고 그 사악한 인간에게는 모든 행운이 따르는 것에 자신의 운명을 저주하는 바온3세를 보면서 아넬바교단의 코르넬리아가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그대가 그 호색가보다 부족한것이라면........ 신을 속이려드는 것이 아닐까요?그 호색가조차 그러진 않았는데........



코르넬리아는 신성교국을 떠나기전 아크와 나누었던 대화를 떠올리며 진실된 마음으로 신전을 짓지 못하고 신전을 짓기 위해 빈민들을 괴롭게 했던 것을 신께 사죄했다.
 



.................................................................



"네...에?"



언제나 평정을 유지하는 코르넬리아였지만 이번만은 놀랐다.그녀외에 시골구석에 은거하다시피하고 있는 고모한명을 빼고 황실에 친척이라고 한명도 남지 않은 아크는 대외적으로는 비밀인데다 나이차는 엄청나지만 자신의 사촌누나인 코르넬리아에게 개인적인 일이 생길때마다 와서 사정을 설명하곤 했고 특히 여자문제는 루시와 파린,클레아의 정체만 빼고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이 코르넬리아였다.하지만 이번만큼은 코르넬리아도 경악을 금할수가 없었다.



"사,사바라 대신관을 거두셨다구요?"



평생 처녀로 살아온 코르넬리아에게 아무리 신들도 <육욕도 세상의 존립을 위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지만 휘넬리아교단은 거부감이 들지 않을수 없는 곳이었다.그런데 그런 교단의 최고 책임자를 아크가 거두었다니 어이가 없었다.



"괘,괜찮으실까요?"



창녀나 다름없는 휘넬리아교단의 신관을 부인으로 삼는다든 것은 사람들의 비아냥을 사기 마련이다.자신도 모르게 아크를 걱정하는 말이 나온 코르넬리아에게 아크가 미소를 지으면서 대답했다.



"어차피 제가 호색가라는 건 다들 알고 있으니까 별말 없을걸요?제 주제에 안 맞게 성녀를 데리고 있는게 부담스러웠는데 대충 상쇄되겠죠 뭐.저는 성녀든 어떤 존재든가 하는 것보다 제 여자라는게 더중요합니다."



신성모독으로 비칠지도 모를 아크의 어이없는 소리에 코르넬리아가 울지도 웃지도 못하는 표정이 되었지만 아크는 태연하게 말을 이어갔다.



"사바라가 전에 어떤일을 했던지는 상관없습니다.분명히 사바라도 자신의 신을 모시면서 한일이고 사바라를 거두었다고 저한테 불이익이 온다면 그건 제가 감수해야 할일이고 저는 제거에 누가 침흘리는 건 딱 질색이거든요?교국을 해체하고 나서 사바라가 대신관직을 전할 후계자를 정하고 나면 데려갈테니까 그때까지 올케좀 잘 챙겨주세요.하하하."



코르넬리아는 피식 웃음이 나왔지만 저 태연한 태도에 오히려 별탈이 없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사실 9써클 대마법사인 사라나 최강의 소드마스터라는 아테나보다 성녀인 캐서린쪽이 아크에게는 정치적으로 써먹을데가 많았고 성녀를 자신의 것으로 삼은 군주라면 자신의 정통성을 전쟁에 이용할수도 있었는데 오히려 아크는 자신의 아내가 성녀라는 것을 별로 강조하지도 않았고 캐서린을 대외적으로 내세우지 않았다.아무리 휘넬리아교단의 대신관출신이 아크의 여인이 되었다고 해서 휘넬리아교단이 특별히 위세를 떨친다고 할것같진 않았다.어차피 휘넬리아교단은 제가신관제도가 없었기 때문에 - 그럴수밖에 없는게 휘넬리아교단의 신관은 남자를 상대해야하는데 속세의 신분을 유지하면서 창녀짓을 할수 있겠나? - 사바라가 아크의 부인으로 들어가면 교단과의 연결점도 희박해진다고 할수 있었다.



"그래도...... 용케 인정하실 용기가 나셨군요?"



쾌락의 극을 경험하게 해주는 휘넬리아신전에 몰래 드나드는 자들은 고위층중에서도 꽤 많았지만 사실 그런자들은 대부분 공식석상에서는 휘넬리아교단을 비판하는 것이 보통이었다.그리고 휘넬리아교단은 자신들의 신전에 드나드는 사람들은 비밀을 지키기 때문에 아크는 꼭 사바라가 자신의 여인이 되었다고 데려가려 할 필요도 없고 그럴 의무도 없다.그냥 스쳐가면서 육체의 쾌락을 주고받은것으로 만족하면 끝나는 것이다.



"용기는 무슨....... 저는 제 걸 누구랑 나눠먹는데는 흥미가 없고 뭣보다 신을 속일수나 있겠어요?"



점잖은 코르넬리아로선 얼굴을 새빨개지게 하는 표현이었지만 그런 표현에 오히려 코르넬리아는 얼굴을 가리면서 킥킥댔다.



.................................................................


 


당신은 이미 신뿐 아니라 스스로를 속이고 있다는 것을 깨닫지조차 못하고 계시군요.가엾은 분이시여.



코르넬리아는 자리에 무릎을 꿇고 진실된 마음을 담지 못한것에 대해 신께 사죄하고 있었다.하늘을 바라보는 교황의 옆에서 여러 신관들은 각자의 신에게 노여움을 거두어달라며 기도를 드리고 있었다.


 


 


 


 


 


 


 



"저....저......"
"이,이러다 다 죽는 거 아냐?"



신전들이 무너지고 있을때 신대륙을 향한 이주선단은 바로 눈앞에서 벌어지는 광풍과 소용돌이에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었다.동쪽으로의 관문인 드래곤의 요람을 향하던 함대는 그주변의 요르문간드해류근처에서 일찌기 본적이 없는 거대한 폭풍우가 몰아치고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자신들도 거기에 휘말려들어 죽는 것이 아닌가 해서 사람들은 공포에 질렸다.



<조용!저 거대한 소용돌이와 바람이 이곳까지 오지 않는 것을 보면 모르겠나?바로 요르문간드가 사라지고 있는 것이니 다들 기다리도록!>



각배마다 설치되어 있는 매직폰으로 파렌하잇의 목소리가 전해졌다.과연 그렇게 무서운 기세인데도 선단이 있는 곳만은 전혀 폭풍우가 전달되지 않았다.하지만 사방에서 울려퍼지는 광풍폭우만으로 사람들의 기세가 꺾여지기에는 충분했다.



"아버지,차라리 요르문간드가 완전히 걷힐때쯤 출발하는게 좋지 않았을까요?아무리 직접적인 피해가 없을 것이라고 해도 이런걸 보면 사람들이......"
"직접 내 눈으로 보고 싶었다."



파렌하잇은 이미 요르문간드가 소멸될때 일어나는 현상에 대해서 알고 있었다.잠시 후 언제 그런 광풍이 있었냐는듯 바다가 잠잠해지자 사람들은 그 드러난 광경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요르문간드가....."
"저게 진짜 대양이야!"



대륙의 주변을 휘감아 도는 요르문간드는 오히려 가장 먼 바다에서는 수평선을 보기 힘들게 만들었다.그 기괴한 해류의 물보라 저편에 무엇이 있는지 사람들에게는 미지의 공간이었고 심지어 그바깥에 지옥이 존재한다는 설도 있었다.하지만 그 모습을 완전히 드러낸 드넓은 수평선의 모습에 사람들은 감탄을 금하지 못했다.



- 츄아아아



그때 선단의 가장 앞쪽의 바닷속에서 물거품이 끓어오르더니 거기서 몸길이만 배들보다 헐씬 큰 거체를 자랑하는 블루드래곤이 나타나자 사람들은 다시금 공포에 질렸다.바다를 지배하는 블루드래곤은 뱃사람들에는 신과 같은 존재였던 것이다.



"오오......드래곤이다!"
"아아,여기서 죽는건가?"



선단의 상공을 한바퀴 크게 선회한 블루드래곤이 패닉상태에 놓여있는 사람들에게 목소리를 전하기 시작했다.배밑바닥에 있는 사람들에게조차 마치 옆에서 말하는 것처럼 전해지는 목소리였다.


 


ㅡ 두려워할것 없다.새로운 세계로의 첫발을 내딛는 용기있는 자들이여,너희의 용기가 가상하구나.너희를 격려하기 위해 나타난것 뿐이다



아쿠아라돈의 말에 사람들은 모두들 기뻐 어쩔줄 몰랐다.파렌하잇이 블루드래곤장로 아쿠아라돈에게 드래곤의 요람을 지나도 좋다는 허락을 받았다는 것은 들었지만 드래곤이 자신을 직접 축복하러 나타날줄은 몰랐다.약간 불안한 마음을 품고 있던 사람들조차 이제는 자신들의 성공을 믿어 의심치 않고 있었다.



ㅡ 앞으로 사흘동안은 너희에게 순풍만이 있을 것이다.앞으로의 여정에 행운이 따를 것을 기원한다.용기있는 자들이여



그리고 아쿠아라돈은 다시 물속으로 사라졌다.파렌하잇은 일행들에게 용기를 복돋아준 아쿠아라돈에게 감사하며 돛을 활짝 펴고 동쪽을 향해 항해를 계속했다.


 



"자,한잔 하시지요."


"저를 신하로 대해 달라고 말씀드렸지않습니까?"



발렌타인은 선실에서 파렌하잇이 자신에게 술잔을 권하자 난색을 표했지만 파렌하잇은 미소를 지으면서 술잔을 떠넘겼다.



"한가지 서로 동병상련의 처지가 있지 않습니까?아크란 놈한테 딸을 도적맞은."



그말에 발렌타인은 피식 웃음이 나왔다.파렌하잇이 넘겨준 술잔을 받아 단번에 들이키고 나서는 발렌타인도 웃으면서 말했다.



"지나고 나니 이런 생각까지 드는군요.그놈은 대륙통일을 하려고 한게 아니라 이쁜 여자들만 쫓아다니다 보니 통일이 된거 아닐까요?"
"하하하!그게 진실일 겁니다!"



긴장을 풀고 한참동안 두사람이 아크를 안주로 씹어대면서 술잔을 기울이고 있는데 솔로와 매덕스,텔레마코스가 들어오자 파렌하잇은 역시 아크와 관련이 있던 그들까지 앉혀놓고는 아크를 함께 씹어대기 시작했다.



"하하,정말 다행이군 그래.그래도 그놈도 조금은 양심이 있나보지?"
"뭐 저야 그분한테 빛을 진셈입니다만."
"전 자식없이 독신이었던 걸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니까요.행여 딸이라도 있었으면 혹시 그놈한테 얽혔을지 누가 압니까?"



"텔레마코스님이 딸을 뒀다면 참 아름다왔을텐데 아쉽군요."



갑자기 들려온 엉뚱한 목소리에 파렌하잇들은 일제히 놀라서 고개를 돌리는 순간 아크와 빨간머리의 안경메이드,그리고 레이라와 티아나를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어,어떻게......."
"최소한 레이라와 티아나가 인사는 해야 하지 않을까요?"



텔레마코스는 기가 막혔다.순간이동을 해오는 파동같은건 느끼지도 못핶는데 어떻게?저중에 마법사라면 전부터 의심스러웠던 저 빨간머리 메이드가?하지만 이미 아크에게는 더 이상 황당해하지 않기로 결심했던 일행들은 더 이상 놀라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파렌하잇과 발렌타인이 얼떨떨해하면서도 각각 자신들의 품속에 뛰어드는 딸을 끌어안으며 반가워하고 있을때 아크가 웃으면서 예를 취했다.



"두분 장인어른께 인사드립니다."



두사람은 일시에 얼굴이 일그러졌다.아무리 용납하기로 마음을 정하기는 했다지만 저런 뻔뻔한 얼굴이라니.순간적으로 얼굴이 일그러지려던 발렌타인은 품에 안긴 딸이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초리로 자신을 바라보는 것에 할수없다는 듯 의자에 앉아서는 술잔을 내밀었다.아크는 빙그레 웃으면서 그런 발렌타인에게 술병을 들어 술을 따르기 시작했다.



"주군도 한잔 따라달라고 하시지요?어쨋든 우린 이제 유리아와 적대관계라고 할것도 없고 그렇다고 신하도 아니니 사위가 장인한테 술좀 따르게 하는게 뭐 잘못된거겠습니까?"



그말에 파렌하잇도 웃으면서 술잔을 내밀자 아크가 다시 술을 따랐다.솔로,매덕스,텔레마코스등은 그모습에 어안이 벙벙해져 있었다.



"근데 티아나만 보여주려고 온건 아닌것 같고...... 용무가 또 뭐지?"
"하하,일단 이번 모험을 도와 드리려고 왔습니다."



아크가 손가락을 튕기자 루시가 매직포켓에서 꾸러미 몇개를 꺼냈다.



"먼저 이거...... 유바그라실이란 나무 열맨데 독도 전부 해독에 죽을때까지 젊음을........"



"마,맙소사!유바그라실?"



그말에 텔레마코스가 경악을 해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유바그라실은 신성한 물건이기도 하지만 그 효능은 마법사들에게도 전설적인 것이었다.그런데 그 열매를 마치 과수원에서 처음 열린 사과라도 되는양 태연하게 선물하는 것에 텔레마코스는 대화에 끼어드는 무례함을 생각하지도 못하고 비명을 질렀다.



"뭐 효능은 텔레마코스가 잘 아는 모양이군요.아쉽지만 이게 첫 열매입니다.일단 두분이 반씩......"



"아니,그건 주군께 드리도록.나는 그런거 없어도 괜찮아."



소드마스터인 발렌타인은 굳이 유바르라실의 열매를 먹지 않아도 앞으로 백년가까운 수명이 남아 있다.오히려 그렇게 어정쩡하게 했다간 그런 보물의 소유권문제로 다른 말이 나올까봐 발렌타인은 파렌하잇에게 양보했다.



"그리고 이건 카모스라고 합니다.블루드래곤의 기상조절능력을 사용할수 있게 해주지요."



파렌하잇은 이 카모스가 바로 예전의 전투에서 기상을 바꾸어 플로린해군을 전멸시킨 물건이란 것을 알고 잠시 회한에 잠겼지만 기상을 조절할수 있는 아이템은 대항해에 엄청난 도움이 될수 있었다.파렌하잇은 카모스를 받아들고 아크에게 사용법을 전달받았다.



"자네 말대로라면 이건 하얀뿔 일족들을 위한 것이라고 했는데......그럼 자네가 죽고나면 머맨과 머메이드들은 어떻게 하지?"



"남아있는 카라피어의 힘으로도 영역은 지킬수 있습니다.그리고 현재 남부에서 머맨과 메이이드들이 살수 있는 도시를 건설중이니 그곳이 완성되면 앞으로 하얀뿔일족을 맡을 새 블루드래곤이 나올때까지 별 걱정은 없을 겁니다.계속 유리아의 국민으로 남고 싶은 사람들은 남아도 되구요."



아크는 자신의 지배하에 있는 하얀뿔 일족들을 기존의 블루드래곤의 영역근처에 있는 그들의 도시 판타랏사외에 머맨들이 수중생활을 겸할수 있는 신도시인 네오 판타랏사의 건설에 착수했다.이것은 앞으로 아크이후에 다시 블루드래곤의 지배에 들어갈지 유리아제국의 국민으로 살아갈지 머맨들에게 선택의 여지를 주는 동시에 인어들과 인간의 관계를 좀더 밀접하게 만들어 보려는 계획이기도 했다.



"그리고....... 이건 언제든 티아나와 레이라와 만날수 있게 하기 위해서 드리는 겁니다.사용자는 지정된 사람만 사용할수 있도록 되어 있고 여기다 <열어라>라고 하면 ........"



아크가 커다란 전신거울에 대고 주문을 외치는 순간 거울이 시커멓게 변하면서 바깥쪽에 다른 곳의 모습이 보였다.반대쪽에서는 아크의 여자들이 손짓을 하고 있었다.



"다들 불러와서 인사를 했으면 좋은데 여긴 좀 좁군요.일단 여행중 위험한 일이 생기면 도움을........."
"맙소사!포,포탈이라니! 도대체 당신의 정체는 뭡니까?"



텔레마코스가 경악한 표정으로 아크를 가리키면서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텔레마코스가 이렇게 놀란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었다.서로 다른 장소를 연결하는 포탈은 순간이동주문이나 그것을 이용한 전송마법진과는 격이 다르다.일단 순간이동주문이 초장거리를 이동할수록 그것을 시전한 사람뿐 아니라 함께 이동한 사람조차 그 여파로 한동안은 제컨디션을 찾을수 없는데 반해서 포탈은 서로 다른 장소를 복도로 연결하는것과 다름없는 것으로 포탈을 이용하면 언제든지 힘의 손상없이 원하는 장소로 이동할수 있었다.



그러나 그 효과가 탁월한대신 그것을 사용하는데는 막대한 마력이 필요하다.인간으로선 과거 언령을 사용할수 있었다는 역사에 유일무이한 마법사가 한명 성공했을 뿐이고 드래곤들도 로드나 최소한 9천살은 넘어야 포탈의 게이트를 열수가 있었다.그외에는 특별한 마력이 담긴 물건을 사용해서 성공한 경우가 있었고 포탈의 게이트를 여는 마법아이템이란 상상도 할수 없는 일이었다.



"이건 저희궁전에 짝이 되는 물건이 있습니다.필요할때는 언제든 불러주세요."
"자네 혹시 내가 마음이 변해서 이물건으로 자네궁전에 쳐들어가기라도 하려면 어쩔텐가?"



순간이동주문이나 전송마법진과 달리 포탈로 이동했을때는 힘의 손상이 없다.즉 마음만 먹으면 갑자기 군대를 몰고 쳐들어가는 것은 물론이고 소드마스터나 9써클마법사같은 초강자들이 갑자기 포탈을 통해서 쳐들어가면 치명적인 일격이 가능한 것이다.그러나 발렌타인의 물음에 아크는 태연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레이라를 힘들게 하시지는 않을 거라고 믿습니다."



발렌타인은 쓴 웃음이 절로 나왔다.애초에 신천지에서 새로운 운명을 개척하는데 모든 것을 걸고 싶을 뿐 이제 아크가 있는 유란대륙에는 미련이 없었다.그러나 아크의 뻔뻔한 표정이 얄밉다는 듯이 발렌타인은 중얼거렸다.



"아무리 사위는 딸도둑이라지만 자네같은 경우는 그런 표현도 모자....."
"제발!대답해주십시오!당신의 정체가 뭡니까?드래곤?마왕?제발 부탁이요!절대로 비밀은 지킬테니......."



몇천년에 한번 볼까말까하다는 포탈을 사용할수 있는 아이템을 발견한 텔레마코스는 완전 제정신이 아니었다.아크는 텔레마코스를 바라보며 웃으면서 말했다.



"전 드래곤같은건 아닙니다.다만........"



아크가 루시에게 눈짓을 하자 루시의 모습이 갑자기 선실에서 사라졌다.그리고 창공에는 이번엔 아까의 블루드래곤보다 더 거대한 레드드래곤의 모습이 나타나자 다시 선원들이 소란스러워졌다.



"제 유능한 메이드중에서 드래곤이 있을 뿐입니다."



순간 선실안의 다른사람들은 모두들 몸이 굳어져서 다른 할말을 찾지 못했다.얼어붙어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좀 멋적은듯이 뒤통수를 매만지던 아크가 레이라와 티아나에게 다가갔다.



"오늘은 이만 가보고 다음에 뵙기로 하죠.그럼 행운을 빕니다.이건 좀 비밀로 해주세요."



그리고 아크역시 사라지고 나서 한참뒤에야 사람들은 해동(?)이 시작되었다.발렌타인이 어이가 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제,제기랄.......도대체 ....... 떠나기로 결심하길 잘했지,도대체 저런놈하고 어떻게 상대를 해?"



차라리 아크본인이 드래곤이 유희를 한것이든가 하면 이렇게 놀라지는 않았을 것이다.그런데 드래곤을 메이드로 두었다니?거기다 발렌타인을 더 기막히게 만드는 것은 드래곤을 메이드로 두고도 정작 그힘을 전쟁에는 별로 이용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전부다 퀸만 가지고 있는 놈하고 체스를 한 격이군.(퀸은 체스에서 가장 강력한 말)"



파렌하잇도 어이가 없다는 듯 중얼거렸다.텔레마코스는 바닥에 주저앉으면서 한탄했다.



"하하...... 마법보다는 방중술같은거나 연마할걸 그랬나?"



"이거 구태여 비밀로 하라고 당부할 필요나 있을까요?남이 들으면 미친놈이라고 할텐데?"



매덕스가 중얼거리는 말에 솔로가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렸다.



"그라비아를 안 뺏긴게 아니라 저사람기준을 만족못시켜서 안데려간거였나?휴우........."



한참동안 선실사람들은 얼이 빠져서 꼼짝을 못하다가 갑자기 나타난 레드드래곤의 모습에 놀란 부하들이 달려오고나서야 정신을 차렸다.레드드래곤역시 이 선단의 앞날에 행운을 빌며 떠났다는 말에 진실을 아는 사람들은 쓴웃음을 지었고 선단의 사기는 더욱더 높아졌다.



이후 이주선단은 기상을 조절할수 있는 카모스의 힘으로 원래 배로는 6년은 걸릴 것이라고 한 옛기록과 달리 1년뒤에 신대륙에 도착한다.배의 성능이 지금까지의 배와 차원이 다른것도 있지만 카모스가 이끌어낸 순풍이 그들을 시종일관 인도했기 때문이었다.



신대륙에 도착한 사람들은 기존에 존재하던 몬스터들을 토벌하며 터전을 잡아나갔고 오랫동안 미개척지였던 넓은 대지는 아주 기름진데다 자원도 무진장했다.이종족들과 힘을 합쳐 새로운 대지를 개척해나가면서 번성해나가던 이들은 30년뒤 유리아와 정식으로 외교를 맺고 강력한 해상력으로 번성했다.군주에 오른뒤 유바그라실의 열매를 먹고 젊음을 찾은 파렌하잇은 107세까지 장수하면서 죽을때까지 국가의 기초를 쌓아나갔고 그 후계자는 파렌하잇의 장남인 머맨 해먼이었다.머맨인 해먼은 솔로와 그라비아가 낳은 딸과 결혼해서 파렌하잇이후로도 인간들과 이종족이 단결할수 있도록 왕국의 기초를 쌓았고 발렌타인과 텔레마코스는 이들을 계속 보좌하면서 각각 신대륙에서 검과 마법의 시조로 존경받다가 해먼이 죽은 다음에는 아예 은거해서 줄을때까지 후진양성에만 힘썼다.



천년뒤 유란대륙에선 유리아제국이 이미 조각조각 찢어지고 인간들이 오크들에 의하여 위기에 몰렸는데 이때 신대륙에서 건너온 파렌하잇의 후손이 인간들을 구하고 이번엔 양대륙을 아우르는 새로운 제국을 건설하게 되지만 이것은 먼 훗날의 이야기다.


 


아크가 파렌하잇들과 만나고 있을 쯔음 유리아에 합병된 메디아의 수장이었던 그라치오니는 슬픔과 분노를 이기지 못해 절규하고 있었다.자신의 저택에 가두어둔채 욕망의 대상으로 삼던 손녀 메리나가 목을 매고 자살한 것이었다.



<이제 지옥을 벗어날수 있어 행복해요>



"안돼!안돼!넌 내거야!절대 죽으면 안돼!"



메리나가 남긴 짤막한 한줄의 유서를 보면서 그라치오니는 절규했다.처음에는 원래 있던 어린계집애만을 집착하던 성벽의 연장일 뿐이었다.그러나 차츰 메리나에 대한 그라치오니의 집착은 점점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변해 있었고 메리나가 죽었다는 것에 그라치오니는 미친듯이 절규했다.세상이 모두 끝나버린 것이었다.



"도대체 어떻게 된건가?그 마법구속팔찌는 이도시가 무너지지 않는 이상 효과에 문제가 생길리가 없다고 했잖아!"



그라치오니는 마법사 초프레나스를 불러서 닥달했다.메리나에 대해 무서운 집착을 보이던 그라치오니는 도시의 마법방어진과 공간결계를 유지하는 마법진에 연결이 되어 있는 마법구속팔찌를 메리나에게 채워두었었다.물론 초프레나스에게 그것이 손녀때문이란 것은 이야기하지 않고 그냥 노예라고 해두었지만 그라치오니가 울화를 터뜨리자 초프레나스는 미안한 표정을 지으면서 대답했다.



"그게 황제폐하와 쥬하텐이 겨룰때 마법검 어스브링거가 폭주한적이 있잖습니까?그때 이 도시 주변의 마나의 흐름이 좀 불안정해져서 마법진에 문제가 생겼는데 유리아군이 이곳을 인수하면서 아직 제대로 보수가 안 된 모양입니다.그런데 그 노예가 도망간겁니까?"



초프레나스는 속으로 투덜거렷다.손녀가 자살했다고 떠들썩한판에 누군지는 모르지만 노예한테 일이 생겼다고 자신을 닥달해?참 노인네가 더럽게도 밝힌다고 초프레나스는 속으로 투덜거렸다.애초에 도시방위에 중요한 마법진의 노예따위의 구속구를 연결하는 발상도 엽기적적인데다 효율성도 별로 대단하지 않았다.차라리 꾸준히 효과가 감소될때마다 갈아주는것이 효과적인 것이다.



"가,가보게........"



그라치오니가 손짓으로 나가보라는 표시를 하자 초프레나스는 늙은이가 정말 망령이라도 든 모양이라고 속으로 투덜대면서 밖으로 나갔다.한참동안 얼이 빠져서 자리에 앉아 있던 그라치오니는 갑자기 허공으로 손가락을 치켜세우면서 분노를 터뜨리기 시작했다.



"이,이건 다 아크 그놈때문이닷!유리아놈들이 쳐들어오지 않았으면 메리나는 죽지 않았어!"



터무니없는 화풀이인 셈이었지만 애초에 그런걸 생각할 인간이었다면 손녀를 범하지도 않았을 것이었다.아크도 설마 이런 이유로 자신에게 증오의 불꽃을 태우는 사람이 나타났다는 것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폐하!"



갑자기 아크에게 쳐들어온 치엔터는 기세등등해서 황제에 대한 예의같은것은 내팽개치고 있었다.바로 파렌하잇의 신대륙이주와 관련된 제반사항을 이제서야 보고받은 것이었다.



"이게 무슨짓입니까!최소한 저와 상의는 하셨어야 할거 아닙니까?만약 이들이 후일 유리아의 강적으로 성장하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비록 유란대륙전체에서 보면 미미한 수준이었지만 이들의 면면은 유리아의 대항세력들중 엘리트층이 전부 모인것이나 다름없었다.그런데 이들을 아크가 지원까지 해주었다는데 치엔터는 경악했다.



"아,난 강적으로 성장해주길 바라는데?"
"네?"



치엔터는 얼이 빠져서 순간적으로 할말을 잃었다.갑자기 이 인간이 색에 빠져서 정말 멍청이가 된것은 아닌가하는 무례한 생각까지 들었다.



"경쟁자가 존재해야 발전도 있는 법 아닐까?"
"그들은 경쟁자 수준이 아닙니다!우리로선 쫓기도 힘들고 하찮은 존재지만 저들이 있음으로 우리의 지배하에 들어온 대륙동부의 사람들이 딴마음을 먹을수도 있게 된다는 걸 모르시겠습니까?"
"그럴수록 좋지.그런존재가 있음으로 해서 우리가 새로 유리아의 국민이 된자들을 진짜 국민으로 포용할수 있도록 노력할수 있게 되지 않겠소?"



대답은 낼름낼름 잘하는 아크에게 치엔터는 울화가 치밀었다.그래도 유리아의 신하가 되기를 거부하고 유란대륙을 떠난 저들은 치엔터가 보기에 적일수밖에 없었다.



"차라리...... 신대륙으로 유리아가 원정대를 보낼수도 있지 않았습니까?그럼 유리아는 양대륙을......"



"아직 유란대륙도 미개척지가 부지기수요.과연 대륙통일을 이룬 유리아에서 그곳의 개척에 전력을 기울일수 있을까?하지만 그들은 다르지.그들은 모든것을 잃었기에 새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새로운 대지를 빠르게 개척해나갈수 있을거요."



"아아,그럼 유리아의 통일은 결국엔 반쪽의 의미가 되는거 아닙니까!"



통일제국의 완성에 자신의 모든것을 걸기로 했던 치엔터는 태연하게 새로운 대륙을 적들에게 주어버리자는 아크에게 한스럼움을 느끼기까지 했다.그러나 아크는 책상에 앉은채 턱을 괴면서 웃는표정으로 치엔터에게 물었다.



"대륙통일의 의미는 뭐요?"



"네?"



그것을 어떻게 쉽게 말할수 있겠는가?아크의 질문을 쉽게 파악하지 못한 치엔터가 어리둥절하고 있을때 아크가 말을 이어나갔다.이따금 싸이코같은 행동을 보이면서도 그래도 이럴때는 나름대로 꽤 의젓하게 보이는 아크였다.



"지금 이제 유란대륙은 통일을 눈앞에 두고 있지.하지만 그게 과연 우리의 의지만의 성공일까?"



뭐 성과야 폐하의 마누라들덕분인듯합니다만........



치엔터의 속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크는 태연한 표정으로 말을 이어나갔다.등받이에 등을 쭉 기대면서 잠시 창밖을 쳐다본 아크가 치엔터를 똑바로 쳐다보자 혹시 속마음이 들켰나 해서 치엔터는 속이 뜨끔했다.



"결과적으로 동부국가들이 국가로서의 기능을 상실했기에 우리가 온대륙을 장악하게 된 것이고 만약 그렇지 못했다면 억지로 우리가 힘으로 이들을 제압해봐야 정말 저들을 모조리 노예로라도 부리지 않는 이상 통일국가의 의미는 없을거요.만들자마자 망해버릴 통일국가라면 있어봐야 뭐해?온세상을 통일하는것보다 국가로서의 이상이 제대로 발휘되는 게 더 중요한 거 아니요?"



이인간도 이런쪽으로 진지한 생각을 하나하고 치엔터가 속으로 놀라면서 멍한 상태로 있는데 아크가 웃으면서 다시 말을 돌렸다.



"산꼭대기에 오르고 나면 정상에 오른 기쁨보다 이제 정상에서 내려가야 한다는 생각에 안타까워한다더군.파렌하잇을 걱정하는것보단 그들이 이쪽을 넘볼수 없도록 유란대륙을 확실히 정비하는게 어떨까?그러다보면 파렌하잇도 저절로 복속시킬수 있을지도 모르지.나도 그걸 위해서 황제로서의 의무를 내팽개치지는 않을테니 앞으로도 잘 부탁하겠소.처남."



마지막 처남이란 말에 치엔터는 피식 웃음이 나왔다.처남이란 표현은 아크는 잘 쓰지도 않고 치엔터 역시 외척으로 간주되는 것이 싫어 그 말을 듣는 건 좋아하지 않지만 이따금 아크는 친밀감을 표현하기 위해서 또는 멋적은 걸 얼버무리기 위해서 저 표현을 쓸때도 있었다.그러나 치엔터는 한마디 비아냥대는 것을 잊지 않았다.



"그런것도 있었지만 혹시 장인들을 챙기시려는 배려는 아니었는지요?"
"글쎄........"



그래도 표정이 어느정도 풀어진 치엔터가 예를 표시하고 방을 나서자 아크는 의자를 뒤로 빼면서 밑을 보면서 중얼거렸다.



"캐시...... 거기서 힘을 주면 어떻게 하냐구?"



책상밑에서는 캐시가 웅크린채 아크의 자리를 팔다가 아크가 사정하면서 분출한 정액을 얼굴에 뒤집어쓴채 기어나와서는 입을 삐쪽 내밀면서 말했다.



"<황제로서의 의무>를 성실히 하려면 결재서류부터 좀 직접 보는 비율을 높이든가 해야되는거다냥........"
 


요새 여기저기 쏘다니느라 아크의 밀린 업무량은 많았다.거기다 캐시까지 계속 데리고 다녔으니 밀린 업무량은 상상을 초월했다.밀린 서류를 쉴새없이 뒤지면서 툴툴대는 캐시의 모습이 귀여워진 아크가 갑자기 책상속에 캐시를 끌어들여 펠라치오를 시키는 와중에 치엔터가 노크도 없이 뛰어들어 책상밑에서 오도가도 못하게 된 캐시는 심술이라도 부리듯 치엔터와 진지한 대화를 나누고 있는 아크의 자지에 자신의 기술을 모두 사용해서 빨고 핧아댔고 아크는 사정의 느낌을 받는 순간 등을 의자에 기대면서 몸을 뒤로 젖혀서 아슬아슬하게 치엔터에게서 표정을 돌린 것이었다.



"아하,그러고보니까 캐시는 일을 할때는 하기 싫어했구나.알았어.앞으로 일할때는 캐시는 놔두고 다른......."
"그랬다간 다시는 서류안볼거다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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