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야설) 붉은 달(月)을 베다. 11 회
** 白雲俠(낭만백작)著/ 붉은 달(月)을 베다. **
제 11 회 호기(好機)를 노리다 1
나이들어 지아비를 잃고 은퇴를 한 여인이거나 아니면 정략때문에 이혼을 당해 본가에는 머물지
못하고 오갈 데 없는 여인네들의 안식처 퇴설당(堆雪堂)..!
그 퇴설당 중의 한곳인 보현원(寶賢院)은 이혼을 당하고 돌아온 고니시의 딸 하루(春)가 머리에
흰 고깔을 쓰고 비구니처럼 생활을 하고 있는 조그만 선당(禪堂)이다.
- 똑.. 똑.. 똑.. 똑..!
보현원의 숙연(肅然)한 방안에서 한밤의 정적을 더욱 처량하게 만드는 목탁소리가 울려 나오다
뚝.. 그쳤다.
「밖에 누구 오셨습니까?」
여전히 아름답고 온화한 목소리였다.
분명 기척은 있었으나 아무런 대답이 없는 밖이 궁금한 듯 살며시 보현원의 문을 열고 어두운
마당을 내다보던 하루(春)가 흠칫 놀란다.
「어멋.. 명(明).. 명(明)님..! 명(明)님이 맞으시지요?」
어스름 그림자만 보였지만 하루(春)는 분명 정인의 체취(體臭)를 느낀 것이다.
「어서.. 어서 안으로..!」
벌써 하루(春)의 목소리는 촉촉이 젖어 있었다.
* * * * * * * * * *
명(明)을 안내해 보현원(寶賢院) 아담한 방안에 들어선 하루(春)는 그의 앞에 다소곳 무릎을 꿇
고 두 손을 방바닥에 짚어 깊이 고개를 숙였다.
「잘 오셨습니다. 언젠가는 찾으시리라 여겨 하루(春)는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잔잔히 떨리는 음성으로 말하며 고개를 숙이는 하루(春)의 얼굴은 발그레 물들어 있었다.
「하하하.. 오랜만이외다. 이곳에 계시다는 소식은 일찍 들었습니다.」
「오오스미(大隅)로 가셨다 들었는데 여긴 어쩐 일로..?」
「예.. 하루(春)님, 실은 난감한 일로 찾아뵈었습니다. 소생이 에도와 인연을 맺을 수 있도록
주선(周旋)을 부탁드리려..!」
오사카성에 와서 에도(江戶)의 인연을 말하는 명(明)을 의아하게 바라보는 하루(春)의 눈동자가
마치 꿈속을 헤매는듯 했다.
「이유는.. 이유는 묻지 마시고 에도성(江戶城)에 행세를 할만 한 하루(春)님의 지인(知人)을
저에게 소개시켜 주십시오. 그 은혜 잊지 않으리다.」
명(明) 역시 두 손을 바닥에 짚고 공손히 고개를 숙였다.
「알겠습니다. 명(明)님이 밝히기 꺼려하시면 분명 그만한 이유가 있을 터..! 제가 인연을 만들
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명(明)의 절실한 표정을 살펴 그의 부탁을 수락한 하루(春)의 얼굴이 토라진 듯한 표정으로 변
한다.
「미워요. 저에게 부탁할 일이 생기지 않았으면 이 하루(春)를 찾지도 않았겠네!!」
「아.. 아니오. 그럴리가..! 소생의 마음이 조급해진 탓에..!!」
명(明)의 당황하는 모습을 본 하루(春)가 살포시 미소를 띤다. 그 얼굴에 나타나는 섬세하도록
아름다운 미소..! 그 미소를 명(明)에게 다정히 보이며 방안에 놓인 선단(禪壇)앞에 가만히 몸
을 뉘였다.
반듯하게 누워 천정을 바라보며 눈을 살며시 내려감는 하루(春)의 겉옷자락이 스르르 열렸다.
역시 지금도 하얀 기모노 속에는 속옷 한가닥 걸치지 않는 투명한 나신이었다. 아름답다. 백옥
같이 아름답다. 이토록 충격적인 아름다움을 지닌 하루(春)의 나신이 눈앞에 드러나 있다.
그 모습을 내려다 보고있던 명(明)은 온몸에 경련이 일어나는 듯 야릇한 쾌감이 하체로 몰려드
는 것을 느꼈다.
「헉.. 하루(春)님..!」
명(明)의 입에서 탄성이 튀어 나온다.
봉긋 솟아 있는 젖가슴, 열어 젖혀진 기모노 사이로 드러난 길게 뻗은 다리의 가운데 부풀어 있
는 검은 수풀, 풍만하게 덩실거리는 둔부(臀部)..!
그 야릇함에 점점 달아오르는 얼굴로 내려다 보는 명(明)의 귀에 하루(春)의 은근한 목소리가
들렸다.
「명(明)님.. 기다렸습니다. 어서..!」
다시금 몰려드는 충동을 참지 못한 명(明)은 누워있는 하루(春)에게 다가앉아 한 손을 뻗어 허
벅지를 쓰다듬었다.
눈을 꼭 감고 명(明)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던 하루(春)의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점점 깊은 곳으로 움직여 가는 명(明)의 손바닥에 까칠한 느낌이 전해졌다. 엉덩이 골짜기위 둔
덕을 뒤덮고 있는 수풀을 스친 것이다.
그 부드러운 숲의 아랫쪽에 수줍은 듯 숨어 꿈틀거리고 있는 분홍빛 음문은 방울방울 애액을 흘
려 내리고 있었다. 손을 조금 더 들이밀어 엉덩이의 굴곡을 파고들자 흘러내린 음액(陰液)이 손
바닥을 촉촉히 적신다.
「으으.. 하하학..!」
슬금슬금 다가간 명(明)의 손이 은밀한 부분에 닿아, 흥분에 겨워 동그랗게 불거진 하루(春)의
음핵을 건드리자 그녀는 슬그머니 두 다리 세워 손이 들락거리기 쉽게 무릎을 벌리며 숨소리가
거칠어 진다.
「아학.. 아하학.. 좋아.. 너무 좋아요..!」
명(明)의 손가락은 이미 부끄러운 계곡을 열어 부드러운 살점들을 유린한 후 둔부의 갈라진 곳
을 찾아 꼬옥 닫혀있는 동굴 속을 파고들었다. 그 속의 속살들이 손가락을 꼭꼭 물어 조여주는
것만 같았다.
「하학.. 그.. 그곳은.. 어머.. 넣지마.. 아.. 아퍼.. 하루.. 하루(春)는.. 부끄러워요!!」
깊게 숨어 한번도 열어보이지 않았던 엉덩이의 은밀한 곳을 침범당한 하루(春)의 매끈한 나신에
는 끈끈한 땀이 배어나오기 시작했다.
천천히 손을 옮겨 손바닥으로 음부를 문질며 철퍼득 거리는 음문속으로 손가락을 밀어 넣는다.
「아하학.. 더.. 더.. 좀더 깊이..!」
하루(春)의 둔부가 아래위로 요동을 치며 치밀어 오르는 욕정의 열기를 견디지 못하고 볼록 솟
아오른 젖가슴은 금방이라도 터질 것만 같았다.
명(明)은 유방의 한가운데 탱글해진 유두(乳頭)를 덥썩 입속에 머금어 버렸다.
「흐흑.. 으흐흐흑..!」
아래에서 치미는 열정과는 또다른 충만감..!
그 관능의 감미로움에 하루(春)는 흐느끼는 신음을 내뱉으며 두팔로 명(明)의 목을 끌어당겨 앵
두같은 입으로 명(明)의 입술을 덮쳤다.
- 쪽.. 쪽.. 쯥.. 쯥.. 쯥..!
명(明)의 입속에 침입한 하루(春) 혀가 구석구석을 맴돌아 입안에 가득담긴 타액을 꿀물 들이키
듯 빨아들인다.
「흡.. 흐흐흡..!」
막혀오는 숨결을 잠시 고르며 눈을 곱게 떠 올려다 보는 하루(春)의 자태는 요부(妖婦)의 색기
가 넘쳐흘렀다.
흔들.. 하루(春)의 허리가 활처럼 튀어 오른다.
명(明)의 손가락이 애액이 넘쳐 번들거리는 음핵을 가볍게 비틀고 문지른 것이다.
「학.. 하학.. 제발.. 하루(春)를.. 명(明)님.. 제 몸을..!」
조그만 신음소리와 함께 뿜어내는 하루(春)의 호흡소리에 명(明)의 아랫도리는 점점 팽팽해져
터질 것 같았고 하루(春)의 몸 위로 와락 엎어져 그 몸 위에 당장이라도 오르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그러나 명(明)이 기회에 하루(春)의 심신(心身)을 한 순간이라도 자신에게서 벗어나지 못하도록
굴종(屈從)시키려는 냉엄(冷嚴)한 결심을 하며 달아오르는 욕정을 스스로 다스려 갔다.
그 순간.. 다다다닷..!
천수각 본전 건물에서 어지럽게 달려오는 발자국 소리가 후원으로 울렸다.
「앗차.. 여관들이 깨어났는가?」
혼절을 시켰던 입직여관들이 깨어나 침입자를 알린 것이라 여긴 명(明)이 순간 긴장을 했다.
한참 욕정에 들떠 바튼 숨을 몰아쉬며 이제 막 명(明)이 자신을 덮쳐 주기만을 기다리고 있던
하루(春)가 깜짝 놀란다.
「며.. 명(明)님..! 무슨일일까요?」
명(明)은 하루(春)의 물음에는 대답도 없이 신경을 곤두세워 문밖의 정황에 귀를 기울였다.
그런 명(明)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하루(春)는 상황을 몰라 더 이상 묻지는 못하고 흐트러진
자태(姿態)를 가다듬으며 걱정스러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 * * * * * * * * *
「아악.. 오라버니..! 충(忠)오라버니..!」
「괜찮다. 설아(雪娥).. 우선 너 혼자라도 피하거라!!」
명(明)의 귀에 들려오는 다급한 비명소리와 서로 나누고 말들..! 분명 조선말이었다. 그러나
이곳 오사카 성안에서 들려오는 조선말이라면 명(明)이 긴장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혹시.. 혹시나 이곳에 끌려온 조선인..?」
하루(春)를 방안에 놓아둔 채 앞뒤 가릴 겨를도 없이 보현원(寶賢院)의 출입문을 열고 깜깜한
후원으로 달려 나간 명(明)의 눈앞으로 정신없이 달려오는 두 사람의 그림자..! 명(明)은 막무
가내 달려 들어 그들의 앞을 막아섰다.
그러나, 오히려 그들은 느닷없이 앞으로 뛰어드는 명(明)을 적이라 생각한듯 아무 말 없이 검을
빼들고 휘둘렀다.
한 사람은 두자 길이의 소검(小劍)을, 다른 한 사람은 긴 장검(長劍)을 앞으로 뻗어 번쩍.. 검
광(劍光)을 내 뿜으며 명(明)의 상하좌우를 빈틈없이 베어왔다.
그 짧은 순간에 급히 날아든 두 사람의 검광(劍光)이었으나 등골이 서늘할 정도로 위력을 가진
가공항 발검술(拔劍術)이었다.
「어허.. 이리도 무례한 사람들이 있나?」
명(明)은 스르르.. 한발 옆으로 비켜서며 손에든 대나무 지팡이를 좌우로 흔들어, 검날에 살기
를 가득 담고 날카롭게 날아드는 양쪽의 검을 가볍게 튕겨내며 한마디를 던지자 달려들던 두 사
람은 더욱 놀란 표정으로 다급히 입을 열었다.
「아앗.. 그대는 조선 사람이오? 진정 조선인이라면 우릴 도와주시오!!」
그 한마디를 던지고는 남자는 기력을 다한 듯 벌겋게 선혈이 낭자한 어깨의 상처를 자신의 손으
로 감싸며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아악.. 충(忠) 오라버니..!」
그 모습을 본 남장(男裝)을 한 여인이 충(忠)이라 불리운 남자의 어깨를 두 손으로 누르며 어찌
할 줄을 몰라 당황하는 빛이 역력했다.
「낭자.. 어깨에 칼을 맞았군요. 상처의 출혈이 너무 심하외다. 비켜서시오.」
가까이 다가간 명(明)이 소매속에서 하얀 천을 끄집어내어 울컥울컥 솟아오르고 있는 선혈을
천으로 둘둘 감아 우선은 지혈이 되게 처치를 했다.
「두 분.. 조선사람이외까?」
부상당한 남자의 곁에서 조심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는 여인이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고 있
었다.
「어허.. 이 오사카성안에서 쫒기는 조선사람을 만나다니 기연입니다.」
「그럼.. 공자께서도 조선인..? 조선인이 분명하다면 제발 우리를 도와주세요!!」
절실히 애원을 하는 여인을 향해 명(明)은 안심하라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넘어져 있는
남자의 어깨를 들추어 상처를 자세히 살폈다.
「오호.. 단 일검(一劍)으로 베인 상처입니다. 상대가 보통은 넘는 무사로군요?」
「예.. 공자님..! 성안의 무사들은 하나같이 높은 기량을 가진 고수들이었습니다. 그러나 저만
곁에서 방해가 되지 않았다면 이분은 그들의 칼에 부상당하지 않았을 겁니다.」
이 남자가 부상을 당한 이유가 자신이 걸리적거린 때문이지 결코 무예가 그들보다 못하지 않다
는 변명을 하고있는 여인의 마음이 명(明)의 눈에는 애처롭게 보일 따름이었다.
「성내에 무예의 고수가 즐비했다? 알겠소. 그보다 지금은 이 사람의 상처가 너무 깊으니 치료
부터 서둘러야 겠소이다. 두 분.. 나를 따라 오시오. 어서..!」
주저하며 눈치를 살피는 여인을 향해 한번 더 재촉을 한 명(明)은 땅바닥에 흘러내린 핏자국을
흙으로 덮어 흔적을 지운 후 하루(春)가 있는 보현원(寶賢院)의 실내로 급히 그들을 안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