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번] 지옥의 교생실습 2장 2
2.
드디어 교육실습의 첫날이 왔다. 어제는 대학의 강의도 없었기 때문에 방에서 두문불출하고 있었다. 꾸벅꾸벅 졸기는 했지만 숙면은 취할 수가 없었다. 방에 있으면서도 준석으로부터의 호출이 올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무서워하며 보낸 하루였다. 게다가 학생 중 누군가에게 목격되었다는 것이 신경이 쓰여 어쩔 수 없었다.
현주의 마음도 혼란 속을 헤매었다. 교육실습을 그만두기로 한다면 그냥 취직전선에 뛰어들어 보통의 직장인이 될 것이다. 그러나 그때마다 자신을 추천해 준 대학교수나, 교사가 되는 것을 기대하고 있는 부모님의 얼굴이 떠올랐다. 경찰에 간다는 것에 대해서는 이런 수치스러운 사건을 처음부터 끝까지 모르는 사람에게 말한다는 것이 불가능했다. 모교에서 강간당했다는 소문이 날 수도 있었다. 만약 강간현장을 목격한 학생이 있다면 무슨 일이 있어도 발설하지 않도록 설득해야 했다. 교육실습만으로도 신경이 곤두서는데다가, 쓸데없는 걱정까지 해야 하는 현주의 심중은 얼마나인가. 지나친 스트레스에 위가 아팠다. 생리할 때도 이렇게까지 우울한 기분은 되지 않았다.
청순하면서도 요염한 미모이지만 흐린 표정을 한 현주는 교육실습을 위해서 모교를 향해 걸었다. 그러나 오히려 그런 표정이 또 주위의 남자들에게는 두드러지게 아름답게 보여 길가는 사람을 뒤돌아 보게 한다. 이제 곧 모교에 도착한다. 벽돌 구조의 정면문이 보여 왔다. 4년전에는 괴로운 일이라고는 없이 즐겁게 다닌 고등학교였다. 창립된 지 20년 정도된 신흥학교라고 해도 지금은 명문이라는 이름을 붙일 정도로 인기가 있었다. 대학과 같이 좋아하는 수업을 선택할 수 있는 커리큘럼에, 유명 디자이너의 교복까지... 보기드문 사립의 명문학교가 된 것이다. 건물의 외벽은 고색창연한 벽돌 구조이지만, 내부는 컴퓨터를 비롯한 최신의 기자재가 갖추어져 있었다. 학습 환경은 더없이 훌륭하게 갖추어지고 있었다. 설비도 건물도 모두가 훌륭한 모교로 향하는 현주이지만, 아랫배가 묵직하게 무겁게 느끼고 있었다. 마치 돌이라도 삼킨 심경으로 현주는 문을 지나 직원실로 향해 갔다.
교정의 옆을 지나가자 눈부실 정도의 미모에 남학생은 물론 여학생이나 다른 교사들도 현주를 바라보며 선망의 시선을 보내왔다. 침착한 회색의 슈트였다. 윗도리는 버튼 한줄의 싱글, 스커트는 무릎 위 10센치의 약간 타이트한 스타일이었지만 그 아래로 엿보이는 각선미는 남자라면 정신을 빼앗기고, 동성이라면 한숨을 쉬게 할 정도로 날씬하면서도 요염했다. 옷깃이 작은 흰 블라우스가 청아한 느낌을 주고, 검은 펌프스의 광택은 세련된 고귀함을 발하고 있었다. 그 수치스러운 사건 때문에라도 도발적인 옷은 피한 현주이지만 무엇을 입어도 현주와 같은 미녀에게는 화려하게 보여지는 것이다.
직원실에 들어간 현주는 교장과 교감, 학년 주임에게 각각 인사를 했다. 그리고 그때마다 세 명으로부터 끈적끈적한 시선이 주어지는 것을 의식했다. 준석의 능욕이 있었던 만큼 남자들의 야비한 시선은 현주에 있어서 무서움과 함께, 참기 어려운 굴욕이 느껴지는 것이었다. 오늘부터 교육실습을 받는 것은 대학생이 다섯 명이었다. 그 다섯 명의 젊은이에게 각 담당 교사가 붙여졌다. 역시 현주의 담당은 준석이었다. 현주는 교장과 교감의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준석의 시선이 신경이 쓰여 어쩔 수 없었다. 같은 직원실안에 있다고 하는 것만으로, 꺼림칙해서 견딜 수 없는 것이다. 대낮에 신성한 학원내에서 강간을 파렴치한 악한이 당당히 성스러운 교직자로써 시치미를 떼고 있는 것이 미워도 어쩔 수 없었다. 설마 이 장소에서 그저께의 포학한 행위를 말할 수는 없는 것이다. 교장이 준석의 담당이라고 말했을 때, 현주는 일부러 시선을 주지않고 인사를 했다.
"잘 부탁드립니다."
"아, 실습을 충실히 수행해주기를 바랍니다. 김현주 선생은 우리 학교에서도 우수한 학생이었으니, 노력만 하면, 반드시 좋은 교사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잘 해봅시다."
교장의 앞에서 그렇게 말하는 준석은 얼마 안되는 죄의식조차 느끼고 있지 않은 것 같았다. 현주는 신물이 솟아 구토가 나올 지경이었다. 원망하는 눈초리로 준석를 흘겨보았다. 그러나 이런 시선이 얼마나 남자를 흥분시키고 있는지, 아직 현주는 자신의 매력을 모르고 있었다. 그 날은 조례가 있어 전교생의 앞에서 인사를 하게 되었다. 실습생 다섯 명이 각각 조례대 위에 서 이름과 출신학교를 소개하고 인사했다. 여대생이 네 명이나 있었지만 학생들의 눈은 대부분 현주에게 모이고 있었다. 현주가 단상에 섰을 때, 일제히 탄성이 일어났을 정도다. 마치 콘서트를 앞둔 락 가수같은 환성이었다. 아마도 남학생의 대부분이 오늘 밤에 그녀를 자위의 대상으로 할 것이다. 여자 중에서도 감미로운 레즈비언의 세계에 빠져 보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 몽롱한 눈으로 보고 있는 학생이 몇 사람이나 있었다. 등 뒤에서 보고 있는 남자 교사들도 학생과 같이 정욕으로 가득 찬 눈으로 현주의 뒷모습을 훑어본다. 욕망과 선망이 섞여있는 시선의 샤워를 하는 현주. 이 중에 자신이 범해지는 현장을 본 학생이 있다고 생각하면, 정체모를 악의를 느끼는 것이었다.
직원 조례로 인사를 끝내고 현주는 첫수업을 준석의 뒤에 따라 돌게 되었다. 처음이기 때문에 우선은 교실의 뒤에서 준석의 수업을 학생과 같이 듣는 것이다. 본래대로라면 수업에 전념하는 현주이지만 여러가지 사건이 신경이 쓰여 집중을 못하고 있었다. 오전 수업이 끝난 다음 현주는 준석을 따라 시청각실로 갔다. 오후의 수업은, 영어회화의 테이프를 들으면서 한다는 것이다. 쉬는 시간이라 교실에 학생은 아무도 없었다. 그저께와 같이 단둘이 남아있다는 사실이 갑자기 뇌리에 생생하게 되살아 왔다. 아랫배가 아픈 듯한 느낌이 긴장의 끈이 되어 현주의 몸속에 단단히 자리잡았다. 교탁에 책을 올려둔 준석에게서 끈적끈적한 시선이 현주에게 주어진다. 오전과는 다른 짐승과 같은 눈으로 현주의 온몸을 빨듯이 응시하고 있었다. 오한이 서늘하게 등을 기어올랐다. 현주는 뱀에게 감시받은 개구리와 같이 움직일 수가 없었다.
"겨우 둘이 남을 수 있었군, 김현주."
준석이 말했다. 뱀처럼 정욕에 빛나는 눈이다.
"어멋..!"
갑자기 거칠게 팔이 잡혀 현주는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려고 한다. 그러나 가냘픈 팔을 아플만큼 잡고 천한 미소를 띄우는 준석에게 쉽게 끌어당겨졌다. 이 남자는 역시 미쳤다. 그렇지 않으면 두 번이나 학교 안에서 능욕을 노릴 리가 없었다. 표현할 수 없는 없는 전율이 치올라 왔다. 요전날과 같이 준석은 촉촉한 느낌의 부드러운 미녀의 육체를 팔 속에 꼭 껴안았다.
"몹시 기다렸지... 오늘 아침, 조례 때 너의 요염한 뒷모습을 보고 있자니... 쫄깃한 보지 생각에 하고 싶어서 혼났거든. 흐흐흐..."
슬그머니 허리를 짓눌러 온다. 지금까지 참고 있던 것이 단번에 폭발한 느낌이다. 사나운 숨이 날씬한 목덜미에 느껴진다. 싫어서 피하고 있는데 뺨을 문질러대며 하반신을 허리 아래에 밀착시키고 있었다. 준석은 미녀의 머리카락에서 풍기는 향긋한 냄새에 취하고 있는 것 같았다. 희미하게 감도는 향수의 달콤함. 블라우스의 틈새로부터 스며들기 시작하는 달큰한 체취가 남자의 성욕을 한층 더 부추기고 있었다. 싱싱한 미녀의 냄새가 준석의 에너지로 바뀐다.
"사, 사람을 부르겠어요..!!"
현주는 열심히 준석를 뿌리친다. 두 번이나 같은 남자에게 강간당하는 사태만은... 현주는 기를 쓰고 반항했다.
"흐흐흐... 상관없어. 여기는 음악실과 같은 방음벽이야.."
"아.. 아니.. 그만하세요..! 선생님도 피해자라면서요..?!"
키스를 강요하는 준석의 얼굴을 머리를 흔들며 반항했다. 절대로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마음가짐이다.
"그래, 피해자다. 조금 전 그 녀석으로부터 전갈이 있어서 말이야, 꼭 쉬는 시간에 한번 더 같은 것을 하라고 지시가 있었다. 나도 생활이 걸리고 있으니... 미안하지만 이렇게 할 수 밖에 없군.. 흐흐..."
접히듯이 힘들게 꼭 껴안긴 채로 현주는 달콤한 붉은 입술을 빼앗겼다. 오똑한 코로 신음하는 현주였다. 얼굴을 흔들어 거부하려고 하지만, 준석의 힘은 당해낼 수가 없었다.
"우으응.... 읍...."
대낮이었다. 게다가 쉬는 시간... 현주는 필사적으로 계속 거부한다. 입술을 범해지면서도 고집스럽게 입을 열지 않았다. 그리고 드디어 얼굴을 떼어 놓았다. 비단과 같이 긴 흑발을 흐트러뜨리며 필사적으로 외쳤다.
"살려주세요..!! 여, 여기..!! 이준석 선생님이... 아악..!!"
정말로 사람을 부르려고는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았다. 하지만 큰 소리를 나오자 준석은 과연 당황하면서 발버둥치는 현주의 예쁜 뺨에 따귀를 올려붙였다. 불벼락이 떨어진 것 같은 충격이었다. 눈으로부터 불꽃이 튀었다. 갖가지 모양의 불꽃과 같이 아롱아롱 눈앞이 새하얗게 변해간다. 의식이 희미해진다. 가벼운 뇌진탕이라도 일으킨 것 같았다. 그런 현주의 귓전에서 준석이 나직한 소리로 차갑게 속삭인다.
"반항을 한단 말이지..? 그 녀석은 나와 네가 같이 찍힌 사진을 가지고 있다고 했어. 그런 것을 뿌려버려도 괜찮은 거야..? 너는 상관없어도 나에게겐 사활의 문제야. 이젠 뗄레야 뗄 수가 없어졌다구. 김현주, 이런 곳에서 옷을 발기발기 찢어발겨야 되나..?"
귀 속에 뜨거운 입김이 침입한다. 더욱 더 의식에 안개가 끼이는 것 같았다. 어지러운 느낌에 몸에서 달콤한 기운이 스며들기 시작한다.
"아 ...."
그런... .설마 사진은.....
본 것만이 아니고, 증거의 물건까지 있다면 이미 자신은 이 파렴치범이 말하는 것에 따르지 않으면 안 된다. 현주는 절망감 속으로 가라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