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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향기(香氣) - 프롤로그 1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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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요번에 새로 가입하게된 캡틴 카셀입니다.

 

저는 지금 현재 소라에서 향기라는 글을 올리고 있는데 이제는 여기 네이버3에도 같은 글을 올리게 될것 같습니다.

 

아마 소라에 많이 가보셨던 분이라면 읽으셨던 분이 계실지도 모르겠네요..

 

그래도 그냥 처음부터 올릴테니 잘 봐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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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딴따따따 딴따라다딴딴딴딴~~딴딴딴~일어나요 아침이에요 안일어나면 뽀뽀해줄꺼야>

벌써 아침인가...요란한 자명종 소리에 눈을 뜬 나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아직 해는 완전히 뜨지는 않았는지 방안은 어두스름했다. 하지만 사물을 구별할 정도는 되었기에 나는 익숙한 손놀림으로 시끄럽게 울고있는 자명종을 집었다. 웨딩드레스를 입은 소녀 모양의 자명종은 지치지도 않는 듯 아직도 줄기차게 울리고 있었다. 남자 방에 이런 취향의 자명종이라니...자명종이 없어 억지로 쓰고는 있지만 아침마다 간드러지는 목소리로 단잠을 깨우는 이 자명종을 볼때마다 집어 던지고 싶은 욕구를 참은게 한두번이 아니다.

<알았어 일어난다구..일어나..>
<하하하..착한 어린이. 쪽~~>

진짜 부셔 버릴수도 없구...나는 체념한 얼굴로 시계를 바라보았다. 6섯시..좀더 정확히 말하면 6섯시 하고 1분 30 초가 지나가고 있다. 언제나 처럼 일어나야할 시간이다.

<하음...빨리 준비해야겠다..>

크게 한번 기지개를 한 나는 잠결에 헝클어진 머리를 긁적이며 방밖을 나갔다.

새벽녘의 집안은 고요했다. 너무 고요해서 아무도 살지 않는 것처럼 적막하고 삭막하게까지 느껴졌다. 가끔씩 있는 일이지만 아침에 혼자 일어나 텅 빈 집안을 볼 때면 웬지 모를 외로움과 쓸쓸함에 몸도 마음도 축 쳐 질때 가 있다. 오늘이 바로 그런날이다.

하지만 그런 생각은 길지 않았다. 그런 쓸데없는 기분을 느끼기에는 이제부터 내가 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았다. 기분을 정리한 나는 언제나 처럼 제일 먼저 주방으로 내려갔다. 아침을 준비해야 하니까.. 오해할까봐 말하는 건데 난 분명 남자다. 신체가 그리 건강하다고 할 순 없지만 어엿한 사내이고 그를 증명할 건실한 물건(?)도 달려있다. 그런 내가 왜 꼭두 새벽부터 일어나 밥을 지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안하면 죽으니까..맞아 죽으니까..

<오늘은 뭘 만들어야 하나..>

나의 하루는 언제나 아침이 제일 힘들다. 뭘 만들어야 할지,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그냥 있는 반찬에 아무거나 먹어라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내 입장에서는 꿈같은 이야기다. 물론 나도 그러고 싶다. 정말 나도 아침에 한번은 단한번이라도 늦잠이라는 걸 세상에서 낮잠 다음으로 기분 좋다는 늦잠이라는걸 자보고 싶은 사람이다. 하지만 인생을 살다보면 해도 되는 일이 있고 하면 안되는 일이 있는데 나에겐 그 늦잠이 절대 해서는 안되는 일이었다.

메뉴를 정한 나는 본격적으로 요리를 시작했다. 사각사각 칼질하는 소리와 보글보글 국 끓는 소리가 기분 좋게 울린다. 어느새 맛있는 냄새가 쓸쓸한 집안 가득 퍼져 따뜻한 기분이 든다. 요리의 매력은 이런 것이 아닐까??. 냄새만으로 향기만으로 사람의 마음을 기분 좋게달래 주는 것. 그것이 맛을 보는 사람이든 요리를 만드는 사람이든 말이다. 그 냄새에 기분이 좋아진 나는 콧노래를 흥얼 거렸다.

<흥흥흥~~>
<감기 걸렸냐?? 왜 킁킁 거려??>

뭐.. 예외는 있는 법이다.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뒤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고개를 돌린 나는 얼굴을 찌푸렸다.

<뭐야..어젠 또 얼마나 마신거야..>

언제 왔는지 나의 시선이 닿은 곳에는 한 여자가 서있었다. 헝클어진 머리를 정리도 하지 않고 미친년 산발한 것 마냥 내버려둔 채 숙취에 찌든 얼굴로 인상을 잔뜩 찡그린채 서있던그녀는 힘들어 죽겠다는 듯 식탁 의자에 앉아 축 늘어져 버렸다. 선명하게 보이는 갈색의 큰 두 눈은 술에 쩔어서인지 생기가 하나도 없었다.

<어제 회식이었잖냐..그래서 한잔 했지..>
<한잔?? 한 박스가 아니라?? 술 혼자 다 마신거 아냐??>
<아냐..그냥 평범하게 마셨어..그냥 한타스 정도...>
<한타스면 12병?? 몇 명이랑??>
<응??..내가 먹은 것만 한타슨데??>
<하....>

별거 아니라는 듯 얘기하는 그녀의 모습에 나는 어이가 없어 헛웃음이 나왔다. 여자가..아니 사람이 혼자서 소주를 그렇게 마실수 있는건가?? 도저히 상상이 안간다.

<그래서.. 집에는 어떻게 왔어?? 잔뜩 취했을꺼 아냐..>
<몰라..그게 나도 궁금해..누가 업어왔나??>
<이 아줌마가 큰일 날 소리 하고 있어!!>
<왜 갑자기 소리는 지르고 그래.. 사회 생활 하다가 술도 마실수 있는거지.. 그리고 집에만 잘 들어왔으면 된거잖아.>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나?? 아침부터 술 냄새 팍팍 풍기면서 어제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이 안나요... 하면 그냥 땡이야?? 밤새 걱정한 사람 생각은 안해??>

대화의 분위기가 점점 이상하게 흘러가자 그녀는 귀찮다는 듯 머리를 흔들며 귀를 막았다. 나 역시도 이런류의 대화는 사절이었다. 뭐냐 내가 지 마누라도 아니고.. 혼자만 열내서 하기 싫은 잔소리하고 걱정하고, 그런데도 당사자는 고마운줄도 모르고 듣는 척도 안하고 무시만 하고.. 정말 속 썩이는 남편 가진 부인의 마음이 이런 걸까..
아....내 나이 아직 파릇한 18살인데.. 이런 기분이나 느끼고 있다니..슬프다..슬퍼...

<야.. 물이나 줘.. 아직 잠이 덜 깻는지 정신이 없다.>
<잠이 덜 깬게 아니라 술이 덜 깬 거겠지..>
<넌 어떻게 된게 날이 갈수록 잔소리만 늘어가냐.. 질리지도 않냐?? 꼭 아줌마 같잖아..>
<지금... 뭐라고 했어??>
<응?? 뭐라고 하긴...아줌마...아..>

이제야 자신의 실수를 알아차린 듯 입을 다무는 그녀. 하지만 때는 늦었고 말은 빨랐다.
아.줌.마. 아.줌.마. 짧은 세 글자는 내 귓속으로 이미 들어와 있었다. 나는 천천히 가스렌지로 걸음을 옮겼다.

<야!! 너 뭐하는 거야??>
<뭐하긴.. 버릴려고..내가 만들었으니까 버리는 것도 내 맘이지??>

나는 냄비를 들고 태연한 표정으로 그녀를 향해 씨익 웃어보였다. 내 말에 놀란 것일까?? 지금까지 무슨 말을 해도 들은 척도 안하던 뻔뻔한 그녀는 마치 대단한 약점이라도 잡힌 처럼 허둥 거리며 달려 들었다.

<미안해..내가 잘못했어..그 말은 내가 취소할께..아줌마 같다는 말 다시는 안할께..>
<또 했네...그 말 아.줌.마>

내가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말 아줌마.. 이 창창한 젊은이가 이러고 사는 것도 억울한데 거기다 그런 망발까지.. 누구 때문에 이러구 사는데!! 용서 할 수 없어.. 나는 조금씩 냄비 안의 국을 개수구로 따라 버렸다. 더욱 사색이 되어 가는 그녀의 얼굴.

<미안..미안하다니까 사과했잖아..그러니까 화풀어..>

내 팔에 매달리며 애원하는 그녀 허나 나는 멈출 생각이 없었다. 그리고 바로 그때.

<용돈!! 용돈 올려줄께!!>

나는 동작을 멈추고 그녀를 바라봤다.

<얼마나??>
<만원.>

장난치나?? 말없이 다시 냄비를 기울이는 나.

<이만원.. 더이상은 안돼!!>
<3만원.>
<안돼!! 3만원은 너무 많아!!>
<그래?? 그럼 어쩔수 없네.. 협상결렬. 오늘은 누가 좋아하는 콩나물 북어국 끓였는데..아깝네..>

내 말에 냄비의 내용을 확인하는 그녀. 고운 양 미간을 찡그러 뜨리는게 명백히 고민하고 있는 얼굴이었다. 하긴 견딜수 없는 유혹이지..이거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사람인데.. ㅋㅋㅋ

<2만 5천원!! 진짜 더 이상은 안돼!!>

뭐 이쯤에서 양보할까?? 더 부르다간 힘으로라도 막을지 모르니까..그렇게 되면 애써 잡은 기회마저 놓치게 되니까 말야..

<좋아! 협상성공. 자..여기 북어국>

내밀은 냄비를 뺏다시피 가져간 그녀는 마치 보물이라도 찾은 아이 마냥 즐거워 했다. 무슨 여자가 저렇게 먹을 거에 욕심이 많은지..뭐 그 덕분에 용돈 까지 인상됐으니 내 입장에서는 좋은일 이지..크크크 터져나오는 웃음을 참으며 나는 냉장고로 다가갔다.

식탁에서는 아직도 그녀가 냄비를 끌어안고 행복한 듯 냄새를 맡고 있었다. 술에 쩔은 여자가 냄비를 끌어 안고 킁킁거리는 모습은 어떻게 보면 추하게 보일수도 있었지만 그녀의 모습은 먹이를 눈앞에 둔 귀여운 강아지 같다는 느낌이 강해 그런 생각은 들지 않았다.

<자. 여기! 꿀물이니까 잘 저어서 마셔>
<와~~고마워~~역시 나 챙겨 주는건 우리 귀여운 동생밖에 없구나.>
<으이구..입바른 소리 한다.. 그런 생각 들면 술이나 조금 마시고 다녀>
<알았어요~~>

큰 눈을 가늘게 뜨며 베시시 웃는 그녀를 보며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은근히 귀여운 구석이 있단 말야.. 우리 누나..

그렇다. 지금 내 앞에서 웃고 있는 이 여자가 바로 내 하나밖에 없는 누나 한지연이다. 그리고 그녀의 하나밖에 없는 동생인 나의 이름은 한강혁. 우리는 세상의 단 둘뿐인 가족이다. 부모님은 예전에 돌아 가셨다. 내가 초등학교를 갓 졸업 해 중학교에 입학 했을때의 일이였다. 사인은 흔한 교통사고. 그 흔한 교통사고가 우리 가족에게 일어날 줄은 몰랐지만... 물론 당시에는 슬펐다. 이제 겨우 초등학교를 졸업해 부모의 품에서 미쳐 떨어져 나오지도 못한 나에게는 큰 충격이었고 큰 아픔이었다. 울기도 참 많이 울었다. 하지만 역시 세월은 사람의 감정을 무디게 만들어 주나보다. 그런 슬픈 아픔도 시간이 지날수록 아물어져 가고 이제는 그리움만 남아 가슴 한구석을 조그맣게 채우게 만들어 주니 말이다. 그렇다고 그분들을 완전히 잊은건 아니다 나는 아직도 그분들을 사랑하고 그리워한다. 뭐 할수있는게 그것밖에 없지만 말이다.

부모님이 돌아가셨다고 해서 당장 굶어 죽진 않았다. 부모님이 남겨주신 유산과 사고로 받은 보험금등을 다 합치니 누나와 내가 먹고살기에는 지장이 없었다. 뭐 부족할 것 없는 삶이었다. 가끔씩 우리를 불쌍하게 여긴 친척들이 도와주기도 많이 도와줬고 누나 역시 대학 졸업 후에 금방 일자리를 가져 나로서는 경제적으로 부담을 느낄 시간은 없었다.

문제가 있다면 돈보다는 의식이 문제였다. 처음에는 친척들이 집을 찾아와 정리도 해주고 밥도 해주고 어느정도 사람다운 삶을 살았다. 하지만 그분들이 매일 올수는 없는 법 일주일이 지나고 이주일이 지나고 한달이 지나자 그분들의 발길도 뜸 해졌다. 물론 이해한다. 그분들도 그분들의 생활이 있을테니까..

문제는 그 다음부터였다. 집안은 조금씩 폐허로 변해 갔다. 집안은 청소를 하지 않아 먼지가 수북히 쌓여 갔고 설거지는 아예 하지를 않아서 그릇이 없어 밥을 못 먹었을때도 많았다. 빨래를 하지 않아 입을 옷이 없어 옷을 새로 사 입었던 적도 있고 나중에는 집안 전체에 쓰레기가 넘쳐 난지도처럼 되어버린 적도 있었다. 그때까지 뭐했냐고??

물론 처음에는 우리 모두 노력했다. 아니 나보다는 누나가 더 많이 노력했다. 청소도 빨래도 음식도 누나가 다 만들어 주었다. 학교를 다니는 바쁜 와중에도 내가 부모님의 빈자리를 느끼게 하지 않기 위해 학교를 찾아 선생님을 만나는 등 갖은 노력을 다했다. 그때는 참 성실하고 착했는데... 나 역시도 누나에게 짐이 되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내 빨래와 내방 청소는 물론이고 가끔씩은 식사도 준비하며 집안 살림을 도왔다. 그냥 돕기만 했어야 했는데..

내가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에 입학할 때 쯤 이었다. 어느 날부터 누나는 집안 살림에 대해 조금씩 무관심해져 갔다. 청소도 빨래도 밥도.. 처음엔 그러려니 했다. 피곤해서 그런거겠지 라고. 그때는 누나가 회사에 갓 신입 사원 상태였기에 회사일이 힘들어서 일거라고.. 곧 다시 예전처럼 집안일을 하겠지.. 그때까지만 고생하자.. 하지만 그 모든 것이 누나의 계산이었다는 걸 아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날이 갈수록 누나가 하는 집안일이 줄어 들면서 자연스럽게 내가 해야 할 일의 양은 많아 졌다. 누나가 맡아서 하던 빨래도, 집안 청소도 음식도 나에게로 넘어 왔다. 해도 해도 끝이 없는 빨래, 매일 매일 닦아도 더러워지는 집안, 까다로운 식단.. 거기다 아무것도 안하면서 투정은 얼마나 하는지 깐깐한 시어머니가 따로 없는 누나의 변화된 모습. 난 조금씩 의구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뭔가 이상해... 나는 그때부터 집안 살림의 모든 관심을 끊었다.
쓰레기가 쌓여 가도, 설거지가 쌓여 밥을 못 먹어도, 빨래를 안해 입을 옷이 없어도 모른 다는 듯 무시해 갔다. 그렇게하면 누나가 더러워서 먼저 치우겠지 하는 생각으로 말이다.

집안은 점점 지져분 해져 갔고 쓰레기와 설거지 거리는 산처럼 쌓여갔다. 깨끗했던 집은 어디가 거실이고 어디가 부엌인지 심지어는 사람이 사는 집인지 난지돈지 구분이 안 갈 정도로 더럽게 변해갔다. 하지만 그때까지도 누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먼저 지친 건 나였다. 나는 더 이상 참지 못해 누나에게 따졌다.

<누나!! 집이 이렇게 됐는데 뭐하는 거야?? 집안 꼴을 좀 보라고!!>
<응?? 아...좀 지져분하긴 하네.. 그럼 치워..>
<왜 내가 치워?? 가사 일은 분담해서 하는 거 아니었어??>
<그래?? 그랬었나??근데 누나가 요새 좀 바쁘거든 니가 좀 해라..>
<요 몇 달 동안 나 혼자서만 집안 일 다했어. 혼자서 밥하고 빨래하고 설거지에 청소까지!!>
<그래?? 수고했네.. 그럼 앞으로도 계속해~~>

말이 안나왔다..이런 뻔뻔한...지금까지 걱정되서 도와줬더니 고마운줄도 모르고..
끓어오르는 분노를 최대한 억누르며 천천히 말을 뱉었다.

<누나... 그럼 이제 집안일 하나도 안.할.거.야??>
<음...생각나면...^^>
<언제 생각 나는데..>
<음...아마...너 결혼해서 이 집 나갈때쯤...^^>

나를 보며 능청스럽게 웃는 누나보며 나는 인내의 끈이 끈어지는 소리를 들었다.

<아악~~~ 뭐야 진짜!! 그런게 어딨어 어딨냐고!! 할일은 해야지!!아무것도 안하고 먹고 자고 자기 하고 싶은 것 만하고!! 누군 집안일이 좋아서 하는 줄 알아!! 나도 하기 싫다고 진짜!!누나 힘들까봐 도와 줬더니 뭐?? 니가 다해라?? 그딴 말이 어딨어!! 진짜 짜증나 왕재수 진짜 짜증난다!!>

처음이었다. 그렇게 소리를 지르고 화내 본 건 부모님이 돌아가시고는 조용히 말썽없이 지내려고 노력한 나였기에 화를 내거나 하는 일은 전혀 없었다. 그래서일까 말을 다 마치고 났을때는 웬지 모를 시원함마져 들었다. 누나 역시 내 강한 모습에 놀란 듯 나를 쳐다보며 큰 눈을 더욱 크게 떳다.

그리고 그것 역시 처음이었다. 그렇게 개 잡듯 맞아 본 건.. 실컷 소리 지른 후에 날아온 누나의 주먹과 다리. 온몸으로 날아드는 주먹들을 나는 한대도 막거나 피할 수 없었다. 내가 팔을 들어 막으면 누나는 능숙한 복서처럼 옆구리로 주먹을 꽂아 넣었고 그로 인해 가드를 내리면 얼굴을 향해 주먹을 휘둘러 왔다. 피할 사이도 없었다. 한번 시작 된 주먹질은 연속기라도 되는 듯 계속해서 내 몸을 강타했고 나는 점점 저항조차 할 수 없는 인간 샌드백이 되어 정신을 잃어 갔다. 나를 향해 가득 귀여운 미소를 띄고 있는 주먹질을 하고 있는 누나의 얼굴을 보며.. 그리고 나는 그날 태어나서 처음으로 기절이라는 걸 해봤다.

그 날부터였다. 내가 이 집 밥순이로 눌러 앉아 버리것은..그날을 시작으로 누나는 본색을 드러냈다. 나를 철저히 부려 먹으며 가사일을 시켰다. 물론 나도 저항은 해보았다. 내 젊디 젊은 고등학교 생활 그것도 남자인 내가 이렇게 살아선 되겠는가!! 그러나 멋있는 반항 뒤에 오는 것은 시원한 폭력. 결국 나는 무릎 꿇을 수밖에 없었다. 멋진 청춘도 좋지만 그것보단 목숨이 중요하니까.. 역시 법보단 주먹이 가까운 것 이었다.. ㅠㅠ


식사가 끝나고 식탁을 정리한 나는 학교 갈 준비를 했다. 치열한 아침이 끝나고 나면 어느 정도 여유가 있었기에 나는 천천히 몸을 움직였다. 준비를 다 마치고 나온 시각은 7시 30분 언제나와 같은 시간이다. 그러고 보면 내가 봐도 난 참 부지런한 아침형 인간이다. 그 시간에 밥이나 하고 있어서 문제지만.. 거실로 나와 보니 누나 역시 출근 준비를 마치고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깔끔한 검은색 정장 슈트에 단정하게 반 묶음 한 머리는 어엿한 캐리어 우먼의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술 냄새를 풍기던 후줄근한 모습의 여자와 서로 같은 인물이라고는 생각도 할수 없을 정도로 상반된 모습. 저런 모습을 보면 여자들은 정말 가면을 쓰고 다니는건 아닐까 생각 해보기도 한다. 특히 내 눈앞의 여자는 더욱 그랬다.

<빨리 가자.. 오늘 중요한 회의가 있어서 늦으면 안돼..>
<그러게 일찍 일어나서 준비 좀 하지..>
<니가 안깨웠잖아..>
<어린앤가?? 깨워야 일어나게??>
<이게 자꾸 누나한테 엉기네??>
<가자~~늦었다메~~>

손을 들어 구타 포즈를 취하는 누나를 피해 나는 황급히 문밖으로 나가 버렸다. 역시 저여자는 말보단 주먹이다.

집을 나오자 어느새 하늘 높이 걸려 버린 해가 따가운 햇볓으로 나를 비추었다. 먼저 집을 나온 나는 대문 밖에 서있는 차 옆에 서서 누나가 오기를 기다렸다. 곧이어 현관을 잠근 누나가 하이힐을 신고 대문 밖을 나왔다. 또각또각 소리를 내며 바른 걸음으로 걸어오는 누나의 모습은 아침부터 숙취에 찌든 사람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어느 한군데 흐트러짐이 없었다.

<오늘도 날씨 좋네~~>
<그러게~~>

띡띡.. 툭툭

리모콘으로 차문이 열리고 나는 조수석으로 몸을 넣었다. 누나 역시 운전석으로 몸을 실었다.

<이런 좋은 날 회사나 가야 하다니..슬프다..>
<먹고 살려면 해야지..어쩌겠어..힘내...>

나의 위로가 먹혔던 걸까?? 한동안 빤히 나를 바라보고 있던 누나는 한숨을 쉬듯 한마디를 내뱉었다.

<노인네...>

---------------------@-----------------------------@---------

차가 출발하고 나는 차 밖의 풍경을 바라보았다. 달리는 차들. 걸어가는 사람들.
별다를 것 없는 평범한 풍경이었다. 문득 나의 눈길이 옆에 멈춰선 버스에 다 달았다.
속을 꽉 채워논 만두 속처럼 낑겨있는 버스 안의 사람들.. 무척이나 안쓰러워 보인다.

누나의 회사와 내가 다니는 고등학교의 거리는 그리 멀지 않다. 거기다 방향까지 같았기에 매일 아침 마다 누나의 차를 얻어 타고 다녔다. 아침마다 지옥버스를 타고 오는 동급생들에 비하면 나의 통학 길은 그야말로 천국 이었다. 뭐 이런 것 마져 없었으면 난 진짜 이 여자의 동생 짓을 옛날에 때려 쳤을지도 모른다...

<다음 주에 엄마 아빠 기일 인거 알지??>
<어..>

4번째 기일이지.. 횟수로 4년인가?? 벌써.. 그렇게 됐네...

<요번에 큰 아버지 댁에 내려 갈테니까 그렇게 알고 있어>
<큰아버지 댁에?? 저번엔 안내려 갔잖아??>
<저번엔 내가 일이 있어서 어쩔수 없었던 거구 이번엔 일도 없으니까 내려가야지..
저번에 안갔으니까 더 가야 될 것 같구.. 왜?? 가기 싫어??>
<아니 그런 건 아니구.. 멀잖아.. 그래서 그렇지..>

큰 아버지의 집은 대구. 한 번 갈려면 장거리 여행이다 하고 생각해야 할 정도로 긴 대장정 길이다. 요즘엔 KTX다 뭐다 해가지고 많이 빨라지긴 했지만 옛날 부모님이 살아 계셨을때는 차를 타고 가야 했기에 무척이나 지루하고 짜증나는 여행길이었다. 거기다 덥기는 얼마나 더운지 기가 허한 나로서는 매일 일사병에 걸려 쓰러지기 일수였던 곳이 바로 큰아버지댁 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기 싫은 이유가 있었으니..

<너 시연이 때문에 그런 거 아냐?? 가면 또 맞을 까봐?? ㅋㅋ>
<무...무슨 소리야!! 내가 걔한테 왜 맞아.. 그리고 또..또라니..언제 맞고 다녔다고..>
<왜..기억 안나?? 그날 일 ..설마 잊어 먹지는 않았지?? 잊기 힘들텐데.. ㅋㅋ>
<몰...몰라!! 그런거..>

말은 그렇게 했지만 잊을 수 없다. 내 인생중 가장 치욕스럽고 수치스러웠던 그날을..
아직도 생각하면 창피해서 얼굴이 뜨거워지고 부끄러워 고개가 움츠러드는 그 순간을 말이다..

<ㅋㅋㅋ 걱정마.. 시연이 그날 놀러 간데 친구들이랑.. 밤새고 오는 거니까 집에 없을거야..>
<누....누가 뭐래!!>

나는 고개를 홱 돌리며 다시 창밖을 바라보았다. 언제 도착했는지 학교의 시계탑이 나의 눈에 들어왔다.

<다왔다.....>

차가 속도를 줄이며 천천히 인도로 다가갔다. 나는 벨트를 풀며 내릴 준비를 했다.

<오늘은 좀 일찍 와..>
<왜 무슨 일 있어??>
<그냥 일찍 오라면 일찍 와..>
<글쎄..봐서.. 일할 게 많아 서리...>
<일은 무슨...술이나 먹으면서.. 몰라.. 맘대로 해..오든 말든...>

어떻게 사람 말을 이렇게 안 듣냐..아마 전생에 나는 저 여자 아들이었을거야.. 아주 속만 썩이는 아들..그래서 내가 이 고생을 하는 거야..업이야.. 업..

쾅!!

<야!!문부서 지겠다!!>
<부서지든 말든..>

누나의 살기 어린 외침에도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몸을 돌려 걸어갔다.
남자란 모름지기 이렇게 터프해야 한다. 암.. 그래야 하고 말고!!

<강혁아~~>

등 뒤에서 들려오는 간드러지는 목소리에 나는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서는 누나가 상반신을 차문 밖으로 내민채로 가슴께에 손을 모아 하트를 그리고 있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한마디.

(죽.었.어.)

나는 몸을 돌려 꽁지 빠진 쥐처럼 번개같이 교문으로 뛰어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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