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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뇌전대(洗腦戰隊) 에필로그 루피아 (2)

■(2)■


 
 다음날.

 평범한 하루, 평범한 수업이 평범하게 끝났다. 하지만 시미즈 선생님에게 부탁받은 위원회 일이 남아 있어, 집에 도착한 것은 주변이 석양으로 물들어 있을 무렵이었다.

「다녀왔습니다···」
「어머, 어서 와, 미도리. 늦었네.」

 문을 열자 묘하게 기분이 매우 좋은 듯한 어머니의 목소리.
방안에는 커피 향기가 감돌고 있었다.

「···응···조금 위원회 일이 있어서···」

 엄마의 질문에 대답하고, 입을 다물었다.
 낯선 남자용 구두가 현관에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현관에서 블라인드 사이를 지나 엄마가 있는 다이닝에 들어가자, 식탁에 앉아 있는 가쿠란이 눈에 들어 왔다. ···우리 학교 교복인가?

「미도리네 학교의 아이가, 잃어버린 물건을 돌려주러 왔어. 고맙다고 해.」

 엄마가 나에게 학생 수첩을 건네줬다. 확실히 내 것이었다.

「···고맙··········습니다.」

 나의 목소리가 도중에 얼어붙었다. 그 사내 아이··· 아니, 그 남자의 얼굴을 본 기억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니요, 천만에요.」

 상냥하게 웃으며 대답하는 남자의 얼굴은··· 시몬.



「······당신, 왜 이런 곳에···」
「어머나, 아는 분이야? 미도리」

 엄마는 차분히 나에게 물었다. 시몬은 슬쩍 모르는 체하는 얼굴로 커피를 홀짝거리고 있었다.

「······응」
「그럼, 엄마가 방해하면 안 되겠네, 자 자, 젊은 사람은 젊은 사람끼리···」
「죄송합니다, 누나, 그러면 말씀하신대로 하겠습니다.」

 시몬은 엄마에게 산뜻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어머 싫어, 누나라니 능숙하네···」
「······그렇군요, 여기는 좀 그러니까, 방으로 올라 오세요···」

 묘하게 매우 기분 좋은 엄마의 목소리를 받아, 나도 생긋 미소를 지었다.




 문을 닫고 돌아서며, 얼굴에 띄우고 있던 미소를 지웠다.

「······도대체 무슨 생각 입니까··· 그것보다, 어째서 당신이, 여기에 있는 겁니까···」
「별로 외롭지 않았던 모양이네. 많은 시련을 빠져 나와 겨우 하인을 만나러 온 주인을 맞이하는 말이 그런 거라니?」

 시몬은 느긋하게 손을 들어 답하며 내 침대에 앉았다.

「···누가 하인입니까, 잠꼬대는 자면서나 하세요···」
「······선물, 마음에 들지 않았어?」

 시몬이 쓰레기통을 가리켰다. 어제의 소포 포장지가 구겨져 들어가 있다.

「·····그런 옷, 바로 버렸습니다!」
「흐응···, 내용물이 옷 이라는 건 알고 있다는 거네···」

 내가 말문이 막혀 있는 동안, 시몬은 벌떡 일어서서, 옷장에 다가갔다.

「아, 그만···」

 시몬이 옷장을 열어 옷을 몇 개 치우자, 정중하게 정리된 검정 메이드 복이 모습을 드러냈다.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는 것 같은데」
「·········잘못해 배달된거라고 생각해서··· 발송인에게 돌려주려···」
「헤에 ···」

 시몬은 옷에 얼굴을 문지르며, 옅은 웃음을 지었다.

「······미도리, 네 냄새가 나고 있어···. 입었던 거지?」
「······입다니 무슨···」

 그러나, 변명을 하려고 하는 나를 무시하고 시몬은 기쁜 듯이 계속해서 말했다.

「어땠어? 오랜만에 입은 메이드복은? 아니, 상당히 메이드복이라는 것도 천차만별이지만, 이건 상당히 비싼 것 같은 데다, 옷감도 좋고, 단정하면서도 아름다움이 있는 품위 있는 디자인이야. 이런 센스에 관해서는 이 지구인의 능력은 굉장해.」
「······」

 화살처럼 빠르게 날아오는 시몬의 농담에 입술을 깨물고 있는데, 문이 노크되었다.

「미도리? 들어가도 되니?」
「···아···잠깐 기다려···」

 당황해서 시몬을 옷장에서 끌어내고 메이드복 을 던져 넣고 그 문을 닫았다.

「···들어와요」

 애써 밝은 목소리를 냈다. 문이 열리자 싱글벙글 미소를 짓고 있는 엄마의 모습이 보였다. 쟁반 위에는 과자와 얼음이 들어 있는 잔이 두 개.

「음료수 가져 왔어요∼」
「정말로 죄송합니다, 신경 쓰시게 해서」

 시몬은 상쾌한 미소를 띠면서 쥬스와 과자가 담긴 쟁반을 받았다.
「그러면, 천천히」

 엄마는 나를 향해 윙크 하면서, 문을 닫았다.

 우리 모친이지만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상쾌한 미소를 입에 단 채로, 시몬은 내 얼굴을 바라봤다.
 재수 없는 남자다. ···위선자. 구역질이 나온다.


「···좋은 사람이야」
「······다른 사람의 부모를 논평하지 말아 주세요.」
「···몸은 더 예쁘던데」
「!!」

 얼어붙은 나에게 시선을 돌리며, 시몬은 가볍게 웃었다.

「의외인가? 원래, 내가 이렇게 자연스럽게 이 집에 들어와 있는 것 자체가, 이상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던 거냐? 너답지 않은데」

 어슴푸레한 방 안에서 시몬의 목소리만이 나직하게 울렸다.

「뭐랄까, 진짜로 이렇게 큰 딸이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 정말로 젊은 피부였어. ···너도 그 나이가 되고 나서는, 부모의 알몸은 보지 못했겠지? 이번엔 둘이서 함께···」


 방안에 회오리바람이 흩날리기 시작했다. 시몬의 뺨에 붉은 선이 그어지며, 피가 배어나왔다.

 ···그랬다. 이 남자는 사람의 마음을 조종해 능욕 하는 것 외에는 할 수 없는 최저의 남자였다. 마지막에 우리들에게 협력한 것도 결국은 자신의 생명이 아까워서 그랬을 뿐. ···두 번 다시 오지 않는다면 도망가게 해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돌아왔다. 그렇다면 내가 할 일은 한가지 밖에 없다.



 두 번 다시, 그 실실거리는 얼굴을 내 앞에 드러낼 수 없게 해 주겠다.
 


 나는, 힘껏, 조용하게, 목소리를 억제하고 말했다.

「···당신을, 조금이라도, 착한 녀석이라고 생각한, 내가 바보였습니다···.」
「어떻게 할 생각인데?」
「이 세상에서 사라지게 해주겠습니다.」


 오른손은 얼굴 앞을 겨누고 왼손으로는 인을 맺어, 마법을 발동하려고 하는 나를, 시몬은 손으로 제지했다.

「뭐, 기다려. 나를 죽이는 것도 좋지만, 그러면 너의 모친도 죽게 되는데?」
「······무슨 말입니까···?」

 나의 살의가 깃들인 목소리와 시선을 받으면서 시몬은 팔랑팔랑 경박스럽게 손을 흔들었다.

「너의 모친에게, 특수한 세균을 주사했지.」
「!」
「하루에 한번, 나의 DNA를 체내에 넣지 않으면 세균이 활성화되어 치사성 독을 마구 뿌리면, 발작을 일으키고 죽는다. 살아나고 싶다면 나의 DNA···뭐 체액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그것을 체내에 넣는 수밖에 없어. ···별로 타액이든 정액이든 상관은 없어.」


 시몬은 옅은 웃음을 얼굴에 띠우고 있었다.

「···나는 지구인들의 부모와 자식의 연이라고 하는 녀석이 뭔지는 알기 어렵지만, 너희들에게 있어서는 중요한 것일 테지? 모친이 좀 더 장수 해 주길 바란다면, 나에게 손찌검은 하지 않는 게 좋아.」

 어슴푸레한 방 안에서 침묵이 흘렀다. 30초···. 1분···.
 나는 조용하게 팔을 내렸다. ···너무 너무 단단하게 주먹을 쥔 탓으로, 손톱이 손바닥에 박혀들고 있다···.

「·········이렇게까지 파렴치하고 비겁한 짓을, 잘도 생각해 내네요···. ···존경스럽습니다.···」
「···칭찬해주셔서 영광입니다···」

 나의 최대한의 빈정거림에, 시몬은 팔을 휘저으며 과장되게 인사를 해 보였다.

 
 ···침착하자. 침착하자. 침착하자


 지금 여기서 상대에게 페이스를 빼앗기면 아무것도 안 된다. 시간만 있으면, 로즈 사령···시미즈 선생님에게도 아케미에도 협력을 받을 수 있다. 지금은 상대를 방심시키고 시간을 번다. 어쨌든 그것 밖에 없다.

「······당신, 지금부터 무엇을 할 생각입니까···」
「···아? 아아···그렇지···」

 꼬르르르륵···.

 시몬의 배가 성대하게 울었다.

「···우선, 저녁밥을 얻어먹을까. 오늘은 아침부터 아무것도 못 먹었어.」

 시몬은, 침대 옆에 장식되어 있는 토끼 봉제인형의 머리를 가볍게 어루만지면서 나에게 웃음을 지었다.






■(3)■ 


 기묘한 식사시간이었다.

 저녁밥을 먹여 주세요, 라고 하는 시몬의 당돌한 제의를 쾌히 승낙한 엄마는, 평상시보다 매우 기분 좋게 밥을 만들어 냈다. 아무런 사양도 않고 시몬이 식탁에 앉고, ···그야말로 오랜만에 세명의 식사가 시작되었다.

「···역시 사내아이는 기분 좋게 먹어 주네요. 우리 미도리는 소식이니까 뭘 만들어도 시시해서···」
「그렇습니까. 의외로 그녀 같은 타입은 잘 먹을거라고 생각했었습니다만···」
「그렇지도 않아. 역시 이 나이 또래의 신경이 쓰이는 것 같아. 나오기를 원하지 않는 곳이 나올까봐···」
「아뇨∼, 하지만 그녀는 나와야 할 곳 밖에는 나오지 않았으니까요. 엄마의 피를 이은 거겠죠. 분명히」
「어머 어머, 능숙하네, 시몬군. 이런 아줌마를 놀리는 게 아니에요. 저기, 미도리?」
「············」


 나는 입을 다물고 된장국을 홀짝거렸다. 침묵, 그것은 이 현실을 절대로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하는 의지를 나타내는 나의 자그마한 저항이었다.

 시몬은 그때부터 밥을 3그릇정도를 먹고 이어서 한 그릇을 더 먹고, 거기다 반찬들을 완전히 평정한 후,

「잘 먹었습니다.」
「감사히 먹었습니다.」
「········잘 먹었어요」

 식사는 무사히 끝났다.

「그런데···유우코상」

 시몬이 차를 홀짝거리면서 엄마의 이름을 불러 엄마에게 말을 걸었다..

「네?」
「잠깐 내 손가락 끝을 봐 주실 수 있습니까?」
 시몬의 당돌한 말에, ‘에?’ 하고 엄마의 눈이 크게 뜨인 순간, 시몬의 손가락이 엄마의 눈앞에 들이 세워졌다.


「이제 유우코상은 이 손가락에서 눈을 떼어 놓을 수 없습니다···. 그렇습니다, 그대로···천천히 이마와 손가락에 댑니다.···점 점 가까워지고···이봐요, 들러붙었어요···」

 놀란 표정 그대로 시몬의 손가락을 가만히 응시하고 있던 엄마는, 그대로 빨려 들여가듯이 시몬의 손가락에 얼굴을 접근해 ···이마에 손가락이 콩하고 부딪혔다.

「무슨 짓을···!」

 나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시몬은 계속했다.

「···유우코씨···나는 미도리씨와 비밀 이야기가 있기 때문에··· 잠시 빨래라도 하고 있어 주세요. ···알겠죠?」
「···네···」 

 엄마는 시몬의 말에 벌떡 일어서, 텅 빈 눈동자인 채로, 딸그락딸그락 테이블의 식기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냉정해지지 않으면.

 시몬의 말에 유유낙낙하게 따르는 엄마의 모습을 보며 자신에게 타일렀다.
 암시를 걸쳤던 것이 허풍이 아니라는 것을 안 이상, 더 신중을 기하지 않으면 안 된다.

 시몬이 나에게 다시 시선을 돌렸다.

「그런데, 미도리. 식사중에 쭉 뭔가를 말하고 싶어 하는 것 같았는데,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사양말고 말해.」
「···말하면, 그것을 들어 줄 겁니까?」
「내용 나름이다.」

 나는 당분간 시몬을 흘겨봤지만,

「···이 집으로부터 나가 주세요.」

「각하」

 나는 일부러인 것처럼 한숨을 쉬었다.

「······그렇 군요···. 그럼, 지금부터 우리들을 어떻게 할 생각입니까?」
「그래, 그랬지.」

 시몬도 일부러인 것 처럼 손뼉을 쳤다.

「실은 그다지 생각해 보지 않았어.」
「···?」
「너도 아는 대로, 조직으로서의 네메시스는 이미 붕괴했어. 무엇은 여하튼, 그 점에서는 너희들이 승리를 거둔 거야. ···적어도 지금은, 폭력을 사용해서 너희들을 지배하자, 라고는 생각하고 있지 않아.」
「···뭐랄까···. ···지금까지도, 확실히 『폭력』으로 지배하고 있던 것이 아니지 않았나요···」

 나의 야유와 차가운 시선을 무시하고 시몬은 말을 계속했다.

「그렇긴 하지만, 나도 살아 있는 사람인 이상 배도 고파져.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이 별은 지극히 이성인에게는 너그럽지 않아. 호적이 없으면 아르바이트 하나 하는 것도 마음대로 되지 않고. 돈이 없으면 밥도 먹을 수 없고」
「···문명국이라면 당연합니다.」
「이대로라면 나는 아사해 버릴 거야. 그렇게 됐으니까 잠시 여기에 있게 해 주라.」
「···『그렇게 됐으니까』의 사용법이 잘못되어 있습니다.」
「어? 내 일본어, 이상했어? 영어엔 자신 없지만 일본어는 네이티브 수준이라고 생각하는데···」

 ···이상한 것은 당신의 뇌입니다.

「응? 뭐라고 말했어?」
「···아니요. 아무것도」


 ···.
 여러 가지 생각을 해 보았지만, 뭐라고 말해도 이 후안무치하고 심술궂으면서 비(非)논리를 제일 좋아하는 우주인을 말로 이길 수 있을 것 같지도 않았다. 그리고 말로 해서 안 되면 완력을 써야겠지만, 지금은 실력 행사를 할 수는 없다.

 잠시 동안의 침묵 뒤,

「···이제 됐습니다···. 당신에게는 어중간하게 빈정거려봤자 아무 소용도 없다는 건 잘 알았습니다···」

포기한 듯 중얼거리자, 시몬은 뜻밖의 말을 했다.


「······안심해. 내가 여기서 귀찮게 구는 건 1개월. 그 후에는 나간다.」
「에?」

 그의 뜻밖의 말에 놀라움의 소리를 지르자, 시몬은 턱을 어루만지면서 말했다.

「아무리 내가 뻔뻔스럽다고는 해도, 남의 집에 그렇게까지 장기체류를 할 생각은 없어. ···하지만, 얼마 동안은 여러 가지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 있어서 말이야, 그 동안에는 그렇게 쓸데없는 시간을 소비하고 싶지 않아서. 그러니까, 그 동안만 이 집에서 식사나 가사를 돌봐 줬으면 해」
「···충분히 뻔뻔스럽다고 생각합니다만」
「이것도 상당히 양보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30일의 인내로 모친의 생명을 살릴 수 있는 거야?」

 살짝 부엌을 봤다. 개수대를 청소하고 있는 엄마는 전혀 평상시와 바뀌어 있지 않았다. 하지만 조금 전의 암시에 걸린 상태를 보면, 시몬이 간단하게 엄마의 생명을 빼앗을 수 있는 것은 분명했다.

「···30일 후에 당신이 나간다는 보장은 있습니까?」
「나를 믿어」
「·····················」
「···그렇게 추레한 쓰레기를 보는 것 같은 눈으로 나를 보지 마. 나도 자신의 신용이 제로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어. 유감스럽지만 보장은 없어. 여기선 그냥 믿어 줄 수 밖에 없어.」
「···믿을 수 없다고 하면?」
「···너의 모친은 죽어, 그 복수로 너는 나를 죽이고 끝. 의미 없는 일이야」

 시몬의 얼굴을 노려봤다. 전혀 긴장감 없는 얼굴. 그러나 말한 것을 실행으로 옮기지 않는 남자는 아니라는 것은 베릴과의 싸움으로도 잘 알고 있다. 모친이 죽는다, 라고 하는 것은 허풍은 아닐 것이다. 게다가, 만약 여기서 이 남자를 내쫓는다고 해도, 어디선가 사람을 세뇌해 나쁜 짓을 하게 되어 있다. 그러면, 아직 내 감시가 닿는 이곳에 있게 하는 편이 더 낫다는 것이다.


 나는 한숨을 한번 내쉬었다.

「·········알았습니다. 마음대로 하세요」
「우음. 이해가 빠른데 상당히」
「···단, 당신이 30일 후에 나가지 않으면···나는 당신을 때려 죽일겁니다.」
「로즈같은 말을 하는구나.」
「진심입니다」

 아휴, 라고 하는 식으로 시몬은 어깨를 으쓱했다.

「별로 상관없어. ···하지만, 그렇다면 나도 조건이 있어.」
「···처음에 조건을 꺼낸 것은 당신 아닙니까?」
「그럼, 그 다음이다」

 뻔뻔스러움도 여기까지 이르면 굉장한 것이다.

「······뭡니까?」
「뭐, 간단한 일이야···」

 시몬이 이야기하는 내용을 들으면서 나는 몸을 강하게 떨었다.


  
 ■(4)■ 


 다음날.
 나는 학교에서 우울한 시간을 보냈다.
 ···시미즈 선생님이나 아케미에 상담하고 싶은 것은 산처럼 쌓여있었지만, 그는 그것을 금지했다.

「상담하고 싶으면, 상담해. 다만 그것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는, 그 좋은 머리로 생각해 봐」

 시몬은 그렇게 말했다.

 ···여하튼 서투르게 서둘러선 안 된다. 어쨌든 지금은 때를 기다리자.
 나는, 평소처럼 수업을 받았다.

 방과 후, 학교의 차임이 울리고, 방과 후의 도래를 고했다.
 나는 우울한 기분으로 교실의 시계를 올려다 보았다.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돌아가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이 그와 나의 사이의 약속이었기 때문에.



「귀가가 늦잖아, 미도리」

 시몬은 거실 카펫 위에서 뒹굴 거리고 있었다.

 나는 시몬과는 눈을 마주치지도 않고 가방을 식탁 옆의 의자 위에 두었다.

「······돌아오고 싶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럼 준비해 줘」
「·······네」

 내 방으로 돌아와 옷장에서 옷을 꺼냈다. 방충제 냄새가 났다.
 어제 한 번 입은 메이드복은··· 변함없이 맞춘 것처럼 몸에 달라붙었다.

 거울 앞에서 자신의 모습을 보고, 지금부터 1개월간, 집안의 창이라는 창의 모든 커텐을 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깨닫고, 또 한숨을 내쉬었다.

 시몬의 요구는, 집안에서 자신을 돌보는 동안, 메이드복을 입으라는 것이었다.

 이 남자가 변태 기질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 생각하면, 이것은 상당히 굴욕적이었다.

 ···굴욕적?

 나는 재차 거울을 봤다.

 전에 입었을 때는···그야말로 완전히 그가 말하는 대로의 상태였었는데···.

 ···그 때는···.


「미도리, 늦어」

 시몬의 낮지만 잘 들린는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생각을 멈추고 계단을 내려갔다.




 시몬은 몇 가지 지시를 ···방을 깨끗하게 하라든지, 요리를 시키거나 하면서, 랩탑 컴퓨터 같은 것으로, 찰칵찰칵하고 다루기 시작했다. ‘으응’, 하고 신음소리를 내거나 천정을 바라보면서 쓸데없이 바쁜 것처럼, 뭔가 시뮬레이션을 하고 있는 것 같았지만, 나와는 관계가 없는 일이었다.


 시몬이 시킨 일은 눈 깜짝할 사이에 끝나, 나는 할 일이 없는 상태가 되었다.
 시몬은 거기에 눈치 채는 모습도 없고 변함없이 신음소리를 내거나 눈을 감거나 하고 있었다.
 나는 한숨을 쉬고, 웨지웃드의 컵에 커피를 담아 시몬의 앞에 일부러처럼 거칠게 놓았다.

「커피, 놓아둡니다.」
「아이」

 시몬은 나를 돌아보지도 않고 컵에 손을 뻗어 단번에 다 마셔버렸다.

 ···이렇게 단번에 마실 줄 알았다면, 걸레 빤 물이라도 넣는 건데 하고 후회하면서, 빈 컵을 쟁반에 올렸다.

「···이제, 용무가 없으면, 나는 방으로 돌아겠습니다만···」
「아, 괜찮아」

 시몬은 시원스럽게 허락했다.
 후우, 하고 한 숨을 쉬고 방으로 돌아가려고 했을 때,

「아, 그렇지만 메이드복은 그대로」

라고 하는 소리가 들려 왔다.
 나는 그것을 듣고 또 한숨을 쉬었다.





 그 날은 엄마는 일을 나가 늦어지고 있어서, 나와 시몬 두 명만이 식탁에 앉았다. 요리는 꽁치 소금구이다.
 시몬은 무엇인가 요리에 대해 이것저것 코멘트를 했지만, 내가 오로지 무시하고 있으니, 이윽고 입 다물고 젓가락을 움직일 뿐이었다.

 먹을 걸 먹는 것만으로 졸려졌는지, 시몬은 「잔다」라고 한마디를 남기고 거실로 사라져 버렸다.
 나는 식기를 씻고 식탁에서 엄마가 돌아오는 것을 기다리고 있었지만, 긴장감도 있었는지, 어느새인가 잠들어 버렸다.



 문득 잠에서 깨어났다.

 부엌에서 푹 엎드리고 자 버려서, 얼굴에 테이블크로스 자국이 나 버렸다.
 찬장에 붙어 있는 거울에 나 자신의 얼굴을 비추고 조금 비비어 봤다.
 ···.

 방은 어두운 그대로였다. 엄마가 돌아온 기색은 없었다.

 ···늦다.

 벌써 밤 11시를 지나는데,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나는 거실로 가, 소파에 누워 있는 시몬의 모습을 보았다.
 그는 칠칠치 못하게 입을 벌리고 자고 있다.
 뭐라고 할까, 이렇게까지 무방비하면, 과연 죽일 생각도 들지 않았다.


 ···.

 물론 지금은 죽일 생각은 없다. 엄마도 있고, 우선, 방이 더러워진다.
 
 철컥
 
 현관 쪽에서 소리가 났다.

「···엄마?」


 내가 달려 현관에 가자, 엄마가 구두도 벗지 않은 채로 바닥에 푹 엎드려 있었다.


「엄마!」

 그러나, 엄마는 난폭하게 숨을 내쉬며 신음할 뿐,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때때로 손발이 경련을 일으켰다.

 ···발작이다.

 나는 거실을 노려봤다.

「···그 남자···」

 나는 서둘러 거실에서 게으르게 잠들어 있는 시몬에게 달려갔다..

「···일어나세요!」
「아?」

 격렬하게 흔들자, 시몬은 귀찮은 듯이 눈을 떴다.

「············빨리, 엄마에게···」

 시계를 본다. 이제 앞으로 10분이면 하루가 지난다.

 ···그런데 모든 원흉인 이 남자는 완전히···!


「으응···」

 잠에서 깨는 것이 극도로 힘든 것인지, 그는 다시 잠들려고 했다.

「일어나요! 엄마를 어떻게든 해줘요!」
 
 시몬은 귀찮은 듯이 반쯤 눈을 떴다. 반은 잠에 취해 있는지, 반응은 지극히 나빴다.

「···나는 졸려.」
「···제멋대로인 말을···」
「···그러면, 네가 모친에게 주면 되잖아···」
「에? 하지만 나는···」
「내 입에서 가져가」

 입···. 시몬의 입에서···.
 내가 망설이고 있자, 시몬은 기분 나쁜 듯,

「···냉큼 하지 않으면 나는 자겠어.」
「기, 기다려 주세요!」

 나는 그에게 얼굴을 접근했다. 무심코, 지난번의 꿈이 생각났다. 시몬과의 키스···. 3주일 전에, 그야말로 평생 할 만큼을 다 해버렸는데···.

 나의 시선이 그의 가볍게 벌려진 입술에 빨려 들어갔다. 나는 그에게 더욱 가까워져···스스로 그의 입술을 차지했다.


 시몬은 자기 자신은 전혀 움직이려고 하지 않았다. 나는 스스로 그의 입안에 혀를 넣어 그에게서 필사적으로 타액을 빨아들이려고 했다.

 내 혀의 움직임에 반응했는지, 그의 혀도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나는 시몬의 얼굴을 옆으로 기울여 나 자신의 입 속에 그의 타액을 흘려 받았다.

 2분···3분 그렇게 있었을 까.

 입속에 나와 시몬의 타액이 서로 섞여, 모인 것을 가늠하고, 나는 시몬에게서 입술을 떼어 놓았다. 그대로 흘리지 않게 현관에 있는 엄마에게 가서, 난폭하게 숨을 내쉬는 그 입술에 시몬의 타액을 흘려 넣었다.

 그것을 감로와 같이 꿀꺽꿀꺽 다 마시고 잠시 후에, 몸의 경련이 다스려지며, 엄마는 안심한 것처럼 잠이 들었다··.

 나는 무심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발작은 들어간 것 같네.」

 그 소리로 무심코 뛰어 오를 듯이 놀라 뒤를 돌아 봤다. 현관 기둥 옆에는 어느새인가 시몬이 서 있었다.

「제대로 된 테스트도 하지 않고 적당히 만든 바이러스라서. 내 DNA로 발작이 안정되지 않으면 어떻게 하지 생각했는데··· 효력이 있어 다행이야, 다행」

 히죽히죽거리는 언제나의 경박한 어조.

 이 녀석···일부러 나에게 키스시키기 위해서···.

「······당신이라고 하는 사람은·······절대로···」
「절대로?」

 터져 나올 뻔한 저주의 말을 삼켰다.

「··········아무 것도 아닙니다.」

「뭐, 앞으로 29일의 인내야. 적당히 힘내라고. 나는 소파에서 자게 해 줘」

 거실에 돌아가려고 하던 시몬은, 문득 발을 멈추고 뒤돌아보았다.

「키스, 능숙해졌던데. 어디서 연습했어?」

 굉장한 기세로 내가 내던진 가죽 구두를 아슬아슬하게 피해 시몬은 거실로 사라져 갔다.

 


 그 후, 나는 엄마를 침대에 데리고 가, 옷을 파자마로 갈아입히고 잠들게 한 후, 세면대에서 세 번 이를 닦았다.

 ···이런 매일이 앞으로 29일이나 계속되는 건가···.

 절망적인 감각에 사로잡혔다.

 ···.

 문득 나도 모르게, 신경이 쓰여, 메이드복의 스커트를 걷어 올리고, 나 자신의 속옷을 만졌다.

 어렴풋하게 젖은 습기가, 천을 통해 손가락 끝으로 전해져 왔다.

「···이건···다른 거야···. 느끼거나 그런 건··· 아니니까···」

 나는 스스로를 타이르듯이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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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이번 글로서 창번방에 라즈니쉬라는 아이디로 올린 글이
한페이지가 넘어갔습니다. ㅜ.ㅜ
Top 20 에 낄 날도 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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