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번] 수학하는 돼지3-카나에편(上) {기계・정신간섭}
수학 하는 돼지
제3장 카나에편
HR 시작 직전에 나는 교실 문을 열었다.
시간이 시간인 만큼 얼추 40명의 클래스메이트들은 거의 다 온 것 같았다.
아마 애들은 선생이 온줄 알았을 것이다.
문소리에 반응하는 많은 시선이 이쪽으로 몰렸다.
의자에 앉아 있는 애, 몸을 비틀고 뒤에 앉은 녀석과 이야기하고 있던
애, 돌아다니던 애, 책을 꺼내고 있는 애, 창밖을 바라보던 애, 모두 내
모습을 확인한 순간 눈길을 쓱 다른 데로 돌렸다.
마치 교실 문이 자동문이라서 뭔가 오작동으로 열려버렸다는 분위기이다.
나는 커다란 몸집을 흔들면서 교실 안으로 들어가 창가 뒤에서 2번째 자
리로 향했다.
1주일만의 등교임에도 불구하고 누구 하나 나에게 말을 걸려고 하지 않았다.
아니 이쪽에 눈조차 돌리려 하지 않았다.
걷는 도중 내 배가 여자아이의 책상에 부딪쳤으나 부딪친 좌석의 여자는
돌아보지도 않고 계속해서 친구와 이야기를 하며 자연스럽게 책상을 원래
자리로 돌려놨다.
내가 자리에 앉는 것과 동시에 차임벨이 울렸다.
돌아다니던 학생들도 일제히 자기 자리에 앉았고 그것을 기다렸다는 듯한
타이밍으로 담임선생이 들어왔다.
1도의 오차도 없이 맵시 있게 차려입은 초로의 남성 교사는 등교 중에
눈에 띄었던 노부부의 이야기를 1분 정도 한 후 출석을 부르기 시작했다.
내가 불리어질 차례가 되자 담임선생은 출석부에서 시선을 올려 내 쪽을
살짝 살펴봤다.
그리고 0.5초도 안 되어 원래대로 시선을 내렸다.
1주일 만에 등교한 나에 대한 반응은 그것으로 끝이었다.
인간이 인간을 억압하거나 또는 적의를 나타낼 때 그 방법은 크게 4가지
로 분류된다고 할 수 있다.
신체적 폭력, 정신적 폭력, 성적 폭력 그리고 마지막으로 무시다.
신체적 폭력과 정신적 폭력은 각각 말 그대로 육체나 정신에 직접 위해를
가하는 것이고 성적 폭력이란 강간으로 대표되며 상대의 의사를 무시한
성적 행위를 강요하는 것이다.
무시라는 것은 최근 아동 학대에 관련되어 이슈에 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꼭 맞는 해석이 일본어에는 없지만 굳이 말하자면 『방치』라는 의미가
된다.
아동 학대의 예로 말하자면 밥을 먹이지 않는다, 학교에 보내지 않는다,
씻기지 않는다, 등의 3가지와는 달리 소극적인 위해를 가하는 것이 된다.
현재 내 상황은 정신적 폭력과 무시 사이에 위치한 다고 할까?
기본적으로 대학진학을 노리는 사립고등학교에서 중학교 때와 같이 폭력
을 휘두르는 녀석은 찾기 힘들고 노골적으로 나를 싫어한다는 표현을 하
는 녀석도 드물다.
학교의 이미지 차원에서 교사들도 그 점에는 신경질적으로 반응하고 있으
며 아이들도 서투르게 나를 건드려서 자신의 경력에 흠집 내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
그러나 역시 나에 대한 적의는 분명하기 때문에 이렇게 『문제가 되지 않
을 정도로만 무시한다.』라는 암묵적인 협정이 1학년의 중반부터 시작됐
다.
그리고 반 교체 없이 진급하는 교칙에 따라 그것이 그대로 지금까지 이어
져 오고 있는 것이다.
한편 내 쪽에서 보자면 신체적 폭력과 비해서 정신적 폭력이나 무시정도
는 충분히 견딜 수 있기 때문에 특별한 불평 없이 이 상황을 받아들이고
있다.
교사 측에서도 이것이 가장 안정된 상황이라고 보고 있다.
그래서 2학년에 접어들어 내가 투명인간화 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지
만 특별히 문제 삼지 않고 있다.
오히려 담임선생처럼 그것에 참가하는 선생이 있을 정도다.
어쨌든 특별히 다른 사람에게 불평을 털어놓고 싶은 것은 아니지만 그렇
다고 이 상황이 바람직스럽 다고 생각 것은 아니다.
단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할 뿐이다 .
그렇게 수업은 조용히 진행됐다.
나는 평소에도 수업시간의 대부분을 노트에 소비한다.
별로 필기를 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심리수학 관련 작업을 하기 위해서인 것이다.
수업이라면 대충 건성으로 들어도 상관없다.
결석했던 1주일분의 수업내용은 40분 정도의 전철 통학 중 대강 교과서
를 읽었기 때문에 문제없다.
물론 대부분의 선생은 내가 수업 중 교과와 무관한 이상한 것을 한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나는 투명 인간이므로 신경 쓰지 않는 것이다.
도대체 어디까지 무시될 수 있을까 조금 시험해 보고 싶은 기분마저 들었다.
다른 책을 읽는다든지 노트북을 가져온다든지 별로 풍파를 일으키고 싶지
는 않아서 자제하고 있지만 이런 분위기에서라면 가능할지도…….
「구라우치」
엣!?
누군가 내 이름을 부르자 나는 무심코 탄성을 지르며 선생의 얼굴을 쳐다
봤다.
아, 그런가.
이 수학 선생은 날짜에 따라 학생을 시키는 타입이었다.
정확하게 오늘은 내가 지적당할 날짜인 것이다.
작업에 집중하느라 뭘 해야 하는지 듣지 못했다.
선생과 한순간 눈을 맞춰보았으나 곧바로 시선을 피해버린다.
아~ 아무래도 『수업을 듣지 않는 놈의 질문 따위에는 답하지 않는다.』
라는 것이군.
그렇다고 해서 가르쳐 줄 친구가 있는 것도 아니고…….
나는 칠판으로 눈을 옮겼다.
(1)부터 (3)까지의 번호와 함께 각각 식이 하나씩 적혀있다.
나가서 풀라는 건가?
그러면 상관없다.
나는 허둥대며 교과서를 뒤졌다.
154페이지의 (3)번이군.
이미 앞에는 나 이외의 2명이 (1)과 (2)의 문제를 풀고 있다.
나는 육중한 몸을 움직여 앞으로 나가 답을 썼다.
금방 풀리는 문제라 살았다.
답은 12.6 - 4i
그리고 손가락에 붙은 분필가루를 후 하고 불면서 자리로 돌아왔다.
「구라우치」
부르는 소리에 나는 몸을 돌려 선생 쪽을 보았다.
선생은 인상을 구기며 칠판의 내 해답란을 가리켰다.
「중간식도 쓰도록.」
중간식?
중간식, 중간식, 아, 정말, 중간식을 써야하나.
나는 칠판에 돌아가 분필을 쥔 채 멈췄다.
……중간식이라.
어려운 문제구나 .
나는 15 초정도 생각한 끝에 겨우 중간식을 쓰기 시작했다.
공립고교의 수업은 가끔 상당히 귀찮아 질 때가 있다.
지금처럼 보는 순간 풀려버리는 문제의 중간식을 쓰라고 하면 아무래도 당황해
버린다.
여하튼 그런 돌발 사고도 일어나는 와중에 어느새 점심시간이 됐다.
규칙대로 선생이 퇴실하는 것을 기다린 후에 교실의 3분의 1정도가 일어
나 교실을 나간다.
아마 교내식당행들 일 것이다.
학교를 배경으로 하는 만화를 보면 차임벨이 채 울리기도 전에 교내식당
을 향해 전력 질주하는 장면이 나오지만 이 학교에서는 볼 수 없는 풍경
이다.
그 이유로는 첫째 엄격한 교칙 때문에 복도에서 달리는 것이 허용되지 않
는다.
둘째로는 원체 큰 식당과 충분한 양의 메뉴 때문에 서두를 이유가 없는
것이다.
이것은 나처럼 운동 신경이 무딘 사람에게 있어서는 괜찮은 환경이다.
만약 교내식당 대쉬가 있는 고등학교라면 나는 여기저기서 채이고 밟힌
후에 우동이나 먹거나 편의점 도시락으로 점심을 때우는 나날이 이어졌을
것이다.
나는 가방에서 지갑을 꺼내 교내식당으로 향했다.
교내식당은 교내에 2곳이 있는데 하나는 남교사 1층에 있는『제1식당』.
일본풍과 중화풍의 메뉴가 충실히 갖춰져 있고 좋은 재료를 사용하는 덕
분에 학생들에게도 평판이 좋다.
다른 한 곳은 교사와 제1체육관의 사이에 있는 단층집의 건물 전부를 차
지하고 있는 『교내 레스토랑·슐스』.
이쪽은 양식 중심으로 케이크 등의 디저트 종류가 풍부하다.
자 그럼 오늘은…… 최근 연이은 철야로 체력이 떨어지는 것 같은데 건강
위주의 일본식으로 해 볼까?
나는 여기저기 교실에서 나오는 학생들의 흐름에 휩쓸리지 않고 멈춰 서
거나 다른 사람을 피하거나 하면서 1식당으로 향했다.
1식당에서 생선구이 정식을 주문하고 자리를 찾는다.
문득 창가의 해 빛이 들어오는 따뜻한 6인용 테이블이 눈에 들어오자 그
쪽으로 향했다.
그 테이블에는 선객으로서 2명이 여학생이 있었으나 내가 자리에 앉자
10초도 안돼서 마치 「오늘은 식욕이 없어서」라고 말하는 듯한 표정으
로 2명 모두 자리를 떠버렸다.
그 이후 항상 6명이 꽉 차는 이 명당자리에 그 누구도 앉지 않았다.
여기까지 노골적이라면 오히려 더 통쾌하다…… 따위의 생각을 할 정도로
달관한 것은 아니다.
나는 테이블 위에 있는 간장을 집어 시금치 무침에 난폭하게 뿌린 후 젓
가락으로 대충 집어서 입안에 밀어 넣었다.
아, 맛이 엉망이다.
「구라우치 군, 그렇게 간장을 많이 뿌리면 몸에 좋지 않아요. 모처럼 학
교에 나왔는데 그러면 안 되죠. 」
고개를 숙이고 우물우물 시금치를 입안에 밀어 넣고 있던 나는 엉겁결에
입에 반쯤 시금치를 물고 있는 채로 얼굴을 들었다.
어느새 내 정면에는 클래스메이트인 나가세 사유리가 앉아 있다.
빠져버릴 것만 같은 커다란 칠흑색의 눈동자가 이쪽을 보고 있었고 부드
러운 곡선의 눈썹, 완벽한 모양의 코, 은은한 윤기를 발하는 입술 또한
이쪽을 향하고 있었다.
아름답다……
어깨까지 내려오는 검은 머리카락이 밝은 햇살 밑에서 부드럽게 웨이브지
고 있었으며 정숙이라는 취지를 무산케 할 정도로 교복을 밀어 올리고 있
는 풍만한 버스트 앞에는 움직이기만 해도 예술이 되는 것 같은 곱고 가
느다란 양손이 제 1 식당 오리지널 메뉴인 『오색가유』가 올려져있는
쟁반을 잡고 있었다.
「오, 우그……」
나는 말하려다가 입 안에 꽉 차있는 시금치를 깨닫고 씹지도 않고 삼켜버
렸다.
결국 뭔가 해명하기에는 묘하게 타이밍이 맞지 않아 결국 할말은
「으,응」
이라는 나로서도 듣기 힘들 정도로 낮은 대답뿐이었다.
난방이 들어오는 식당 안의 햇빛이 들어오는 자리 탓인지 11월이라는 계
절이 무색할 정도로 전신에서 땀이 솟구치기 시작했다.
보통 여자라면 기분 나쁘게 생각할 것이다 내 반응에.
하지만 나가세는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는 입술과 살짝 가늘어지는 두 눈에서 보여지는 상
냥한 미소.
내 심장이 트램폴린 놀이를 시작했다.
「여기, 볕이 참 좋네요. 그래서 저도 이 자리를 좋아해요.」
나는 필사적으로 뭔가 할 말을 떠올렸다.
이 이런 설마 하필 이 순간에 뇌가 과부하로 오버히트 한건가.
아무런 생각도 떠오르지 않는다.
오히려 성대의 근육까지 함께 파업에 돌입해버린 것 같았다.
말하기는커녕 호흡도 힘든 형편.
나는 공기가 쇠덩어리로 변해버린 것처럼 힘들게 숨을 들여 마신 후에야
겨우 말을 할 수 있었다.
「따뜻해서, 에, 좋아요, 그래.」
내 말을 들은 나가세는
「그렇지요.」
라고 맞장구치고 미소를 띤 채 식사를 하기 시작했다.
그 후, 나는 그런대로 대화를 하려고 했지만 그대로 굳어버린 머리 덕분
에 화제는 떠오르지 않았고 그러던 도중 나가세는 식사를 다 끝냈다.
이쪽은 평소의 대식성은 어디로 갔는지 처음 건드린 시금치 외에는 고스
란히 남아 식어가고 있었다.
나가세는 자리에서 일어서며
「역시 병이 나은지 얼마 안 된 터라 식욕이 없나보군요. 그래도 꼭 다
먹어야 해요?」
그렇게 말하고 사라졌다.
문득 정신을 차리니 다음 수업까지는 10분밖에 없었다.
나는 서둘러 생선구이 정식을 퍼먹으면서 빨리 심리 수학을 완성시켜야
겠다는
다짐을 했다.
사실 심리 수학의 완성이 내 궁극적인 목적은 아니다.
심리 수학 또한 하나의 수단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내가 심리 수학의 완성으로서 얻으려는 것…… 그것은 바로 저 나가세 사
유리다.
나가세 사유리를 내 것으로 한다.
보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나가세와 연인이 되고 장래에는 결혼까지 한다.
이렇게 꼴사나울 정도로 그녀에게 서툰 내가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심리
수학이라는 현실원칙을 반쯤 초월하는 반칙기가 필요하다.
사실 지금까지의 감정 제어 기술만 있어도 그것이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
이다.
그러나 그녀를 그렇게 쉽게 불안전하게 얻고 싶지는 않다.
아니 그것보다 심리수학의 완성은 그 이전의 문제로 아무래도 하지 않으
면 안 된다고 내 스스로 정해놓은 또 하나의 목표인 것이다.
- 2 -
1주일이 지났다.
문제점은 정리됐지만 변함없이 진전은 없다.
아버지의 명령으로 학교는 빠뜨리지 않고 다니고 있었지만 그 외의 시간
은 모두 연구에 투자하고 있다.
학교에 있을 때조차도 쉬는 시간이나 통학 시간은 물론 수업중에도 그것
만 생각하고 있었지만 해결책이 보이지 않았다.
사실 다른 것은 부차적인 것으로 모든 것은 하나의 문제로 귀착되고 있었다.
예를 들면 실제 정신 현상을 분석하고 이론을 구축하고 공식을 만들어 낸다.
수학적으로 이렇게 될 수 밖에 없다고 확신되는 방정식이다.
그런데 방정식에서 도출된 이론상의 값과 실제로 계측기로 측정한 값이
최대 100까지 차이가 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리 검산해도 오류가 나오질 않는다.
그래서 다른 방식으로 해 본다.
도출된 방정식은 아무리 돌려 생각해봐도 틀리지 않다.
어쩔 수 없이 그것은 뒷전으로 돌려두고 다른 방면에서 연구를 진행한다.
잠시 순조롭게 진행되는가 라고 생각하면 또 다시 그 공식이 필요하게 된다.
데이터가 부족한 것일까 하고 자신의 뇌파나 맨션의 거주자 최근에는 계
측기를 학교로 들고와 클래스메이트의 것까지 측정해봤지만 별 소득이 없
었다.
궁지에 몰린 나는 위험부담을 가진 채 스트로 교수에게 상담해 보기로 했다.
그는 심리 수학의 아버지이다.
심리 수학에 대해 성실하게 연구하고 있는 것은 세계에서 나와 교수 2명
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왜냐하면, 지극히 엄밀하고 고도의 수학을 사용하고 있는 동시에 발상 자
체가 기이해서 학회에 쉽게 받아들들여지지 못하는 것이다.
덕분에 교수는 괴짜 학자 취급당하고 있다.
스트로 교수에게는 미안하지만 심리 수학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나도 심리 수학에 흥미를 가지고 나서 80권정도 심리학 관계의 책을 읽
어 보았지만 수학과 심리학──특히 실제로 인간을 눈앞으로 해 영향을
끼치는 임상 심리학──은 물과 기름이다.
수학은 무엇보다도 논리적 엄밀함이 요구된다. 어느 정도 엄밀한인가 하
면 「만들었을 때와 잴 때에 길이가 같다는 보증이 없다.」라고 하는 이
유때문에 길이를 재는데 기준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다.
1억분의 1밀리의 오차도 허락하지 않는 것이 수학의 세계다.
한편 임상 심리학은 「마음」이라고 하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취급하
는 학문이다.
그 이론의 대부분은 경험이라고 가설에 의해 성립되고 있
다. Freud, 융 등 초대거물의 이론조차 가정 후에 가정을 겹쳐 쌓은 것에
지나지 않는다.
수학자로부터 보면 심리학은 두부로 만든 벽보다 믿음직스럽지 못한 학문
으로 분류하는 것도 어처구니없는 분야일 것이다.
한편 심리학자의 입장에서 보면 수학은 머릿속만으로 숫자와 도형을 돌려
대는 현실과 동떨어진 퍼즐에 지나지 않는다.
원래 이 2가지를 통합하려는 스트로 교수의 생각 자체가 상당히 크레이
지하다고 할 수 있다.
나는 교수를 세계에서 얼마 안되는 존경할 수 있는 두뇌의 소유자라고 생
각하고 있지만 그것은 물고기와 도마뱀을 교미시켜 개구리를 만든다라고
하는 광기 같은 생각을 실현시켜 버렸기 때문에다.
나는 2 학년이 된지 얼마 안 될 무렵에 교수를 보고 처음으로 자신과 같
은 혹은 그 이상의 지력의 소유자와 만났다는 것을 깨달았다.
곧바로 메일을 보냈고 이후 심리 수학에 대해서는 맨·투·맨으로 지도를
받고 있다.
실제로 만났던 적은 없지만 메일의 문장으로 볼 때 스트로 교수는 꽤 신
경질적인 성격이다.
자신의 이론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에 상당히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
같다.
상당히 고독한지 최근에는, 나를 아들이라고까지 부르기 시작했다.
영광스러운 일이라고는 생각하지만 교수가 아무리 부탁해도 내 사진을 보
낼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접어두고 교수는 꽤 엄격한 학문의 도이며, 심리 수학에 숨겨진
위험성에 매우 신경을 쓰고 있다.
나쁘게 말하하면 세계를 멸할 수 있는 학문이며 거기까지 가지 않아도 인
간의 인격을 간단하게 파괴할 수가 있다.
그러니까 절대의 안전성을 확보할 때까지는 결코 인체실험 같은 것은 하
면 안 된다고 몇 번이나 몇 번이나 들어 왔다.
그러나 나는 그 금을 넘었다.
내가 나오쨩이나 미츠하시씨에게 무엇을 했는지를 알면 교수는 광분할 것
이다.
사실 심리 수학에 대한 실용저인 연구는 내가 교수보다 더 많이 진행되어 있다.
실제 상대에게 실천해 대량의 데이터를 수중에 넣고 있으니까 진행되지
않는 것이 이상하다.
반대로 말하면 현재의 나의 연구는 인체실험을 기초로 나아가는 것이다.
스트로 교수에의 질문에서는 몇 가지 중요한 부분을 「어디까지나 가설」
로 하고 있지만 인체실험에 대해 들통 날 가능성도 있다.
내심 나는 꽤 위축되고 있었다.
연구는 여기가 너 앞서고 있다고는 해도 교수의 두뇌는 나에게 매우 중요
하다.
게다가 그 이전에 나의 유일한 메일 상대를 잃는 결과가 될 수도 있다.
나의 불안을 뒷전으로 교수로부터의 답 메일은 요약하면 이하와 같은 것
이었다.
「지극히 흥미롭고 또 난해한 문제다. 유감스럽지만 나에게도 곧바로 해
법이 생각나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 이전에 그 가설은 대담하고 너무 비
약되고 있다고 생각된다. 이 문제에 너무 집착하는 것은 쓸데없는 시간낭
비가 아닐까.」
두려워하고 있었던 것은 무사히 넘어갔지만 아무 해결도 되지 않고 나는
안심하는 반면 실망을 금할 수 없었다.
메일에 있던 근황에 의하면 교수도 인체실험 빼고는 이미 어떻게 더 나아
갈 수 없는 곳까지 오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그러한 학문 윤리에 대해서는 꽤나 완고한 사람이니까 상당한 동
기가 없는 이상에는 계속 폴리시를 관철할 것이다.
그 말은 향후에 건너 스트로 교수의 방법으로는 해결될 것 같지 않다는
것이다.
현재 나는 수학적으로 무엇인가 다른 접근방법은 없을까, 미국과 유럽으
로부터 최신의 논문을 들여와 읽고 있는 중이다.
거의 관계없다고 생각되는 것도 있지만 무언가 힌트가 될지 모르는 세계
다.
닥치는 대로 들여오고 있기 때문에 상당히 양이 많아 나는 학교에도 반입
하고 있었다.
점심시간, 「슈르스」로 점심식사를 하러온 나는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읽다만 논문 읽기를 재개한다.
하지만 5분 정도 후에 한숨을 쉬면서 파일을 닫고 창 밖에 관심을 돌렸
다.
하늘 가득히 어두운 구름이 깔려있어도 비가 내릴 기색은 없었지만 나의
마음을 보여주는 것 같아 우울해졌다.
겨우 수주간 연구가 생각대로 안 된다고 해서 여기까지 우울해질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할 때도 있다.
하지만 두뇌계통에는 좌절을 모르는 인생을 살아왔던 만큼 쇼크도 크다.
게다가 시한도 다가오고 있다.
나가세와 같은 반일 동안에 연구를 끝내고 싶은 것이다.
이제 곧 겨울 방학이 가깝다.
그러면 실제로 남은 것은 짧은 삼학기뿐이다…….
나는 구름을 바라보고 있으면 기분만 어두워질 뿐이라는 것을 깨닫고 교
실 내로 눈을 옮겼다.
자연스럽게 눈이 나가세를 찾아 버린다.
그녀는 교실 거의 한가운데에 위치하는 자신의 자리에서 무엇인가 즐거운
듯이 이야기하고 있다.
상대는 친구인 여자 학생 2명, 거기에 남자인 내가 봐도 미형으로 스마트
한 남자 학생 1명.
젠장, 역시 세상은 외형인가.
심리 수학을 하는 것보다 다이어트와 성형수술의 길을 선택하는 것이 빠
를까 …….
나는 그런 일을 생각하면서도 그만 나가세들의 회화를 몰래 엿듣기 시작
해 버렸다.
「……거기서 마야가…………하는 장면에서……드라마의……」
「저것은 CG에서도…………다만 그림이 조금……」
잘은 모르지만 드라마나 만화의 이야기같다.
나는 텔레비젼은 전혀 보지 않고 만화도 초등학교 때 졸업했으므로 무슨
일이 잘 모른다.
그러나 나가세의 소리는 듣고 있는 것만으로 무엇인가 이렇게 나른해진다.
나는 눈을 감고 나가세의 목소리에 집중했다.
그러자 이상하게 그녀의 소리만은 세세한 부분도 놓치지 않고 분명히 들린다.
「거기서 웨이타에게 붙어 그림자같이 웨이타의 행동을 전부 흉내내는 장
면이 있었잖아. 완전하게 흉내내는 것일까하고 생각하면 알게모르게 미세하
게 다른 면이 있는 그 장면이 정말 재미있더라. 그 약간 다른 면이 의미하는--」
! ! ! ! ! ! ! ? ! ! ! ? ! ! ! ! ? ? ! ! !
나의 뇌를 거대한 번개가 직격했다.
날뛰는 전광이 뇌세포의 하나하나를 불태우며 맹렬하게 뛰어 돌아다닌다.
사고의 여기저기에 둥지를 틀고 있던 암 세포가 남김없이 파괴되고 파쇄
되고 전부 녹아버린다.
나의 전신이 극한의 빙하에 알몸으로 내던져진 것처럼 격렬하게 흔들리고
반대로 전신의 세포는 고열을 발하기 시작한다.
이것은,
이것은,
이것은!
이것은!
이것은 과연 우연이라는 말로 정리할 수 있는 것인가?
이것이야말로 확실히 운명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나가세의 말을 계기로 그토록 곤란했던 문제가 해결되었던 것이다!
나가세를 위한 연구가 나가세의 말에 의해 극적으로 발전된다!
나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운명을 실감했다.
나는 체내의 모든 기관으로부터 발해지는 맹렬한 에너지를 느꼈다.
아무 것도 않고 앉아 있으면 이 에너지가 갈 곳을 잃고 폭발할 것 같다.
지금, 지금, 당장이라도 이 아이디어를 검증하지 않으면 나는 파열해 버
린다.
책상 옆에 내린 가방을 잡았다.
교과서나 필기 용구가 책상에 들어있는 채이지만 그것을 가방에 넣는 시
간도 아깝다.
일어서서 황새걸음으로 교실을 횡단한다.
언제나 나를 없는 것처럼 보고 있던 클래스메이트들의 시선을 느끼지만
아무래도 좋다.
복도에 나온 나는 수보 그 상태로 걷고 있었지만 곧 참지 못하고 교칙을
깨고 달리기 시작했다.
뒤룩뒤룩 살찐 내가 스스로 달리기 시작하다니.
도대체 몇 년 만일까.
계단을 굴러 떨어지듯이 달려 나와 신발장에서 구두를 바꿔 신을 시간도
안타까워하며 나는 땀투성이가 되면서 교문을 나왔다.
교사를 만난다 해도 멈춰줄까보냐?
그러나 다행히도 교사나 용무원도 만나지 않았다.
교문 앞의 큰 길에 도착한 나는 학교에서 가장 가까운 역을 향해 달린다.
평소의 운동부족과 비만체가 후들후들 거리고 이미 숨이 목 밑까지 치밀
어 올라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100킬로의 하중에 무릎의 관절과 넙적다리의 근육 거기에 아킬레스건이
맹렬한 항의를 한다.
침이 늘어지는 것도 상관하지 않고 입을 가득하게 열어 산소를 수중에 넣
지만 그런데도 시간에 맞지 않고 폐가 비명을 지른다.
갑작스러운 운동으로 옆구리가 격렬한 분노를 아픔의 형태로 부딪쳐 온다.
그런데도 멈추지 않는다.
나는 달리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기대라는 광열과 숫자와 기호가 두개골 안에서 빵빵하게 부풀어 오르고
있어 거의 의식이 사라지고 나의 자아를 넘은 강대한 것이 나를 움직이고
있다.
간신히 역에 도착한 나는 정기권 케이스를 개찰구에 집어넣고 홈에 들어
갔다.
거기에는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전철이 멈춰서있었다.
문이 닫히기 직전 간신히 차내에 몸을 던져 넣자 그것과 동시에 문이 닫
히고 덜컹 열차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봉을 양손으로 잡고 몸을 버티는 나는 개 같이 혀를 내밀면서 격렬하게
호흡을 반복했다.
갑자기 운동을 그만둔 탓인지 혹은 불타오르던 열이 아직 남아 있는지 몸
이 용광로에라도 들어온 듯 맹렬하게 뜨겁다.
심장의 고동이 몸의 안쪽에서 큰북을 난타하고 있는 것 같다.
비에 젖은 것 같이 전신에 땀이 흠뻑인 나에게 차내 안내가 들려 왔다.
특급이다.
내가 내리는 역까지 정차역은 불과 1개뿐인 최고 속도의 전철이다.
아무래도 기세를 타고 있는 것 같은 지금의 나는 스스로도 무서울 정도로
운이 좋다.
정말로 신이나 운명 같은 것이 있다고 진심으로 믿을 마음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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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간만이군요.
그 동안 공사다망해서(-_-공사다망은 개뿔)……
그러다 다시 네이버3을 찾게 되었습니다.
기억하시는 분이 계실는지.
어쨌든 전에 하다만 수학하는 돼지를 마저 올립니다.
이번 편(H가 없군요.-_-)과 다음 편이 카나에편.
그 다음 편인 사나에 편으로 이야기는 일단락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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