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번] 의심 1
본격적인 휴가철이 가까운 탓인지, 빈 자리가 많아진 사무실은 나른한 공기로 가득차 있다.
창 밖으로는 평소와 다름없이 회색의 무표정한 거리 풍경.
사무실 반대편 구석에서는 신입사원 둘이서 작은 소리로 끊임없이 속삭이고 있다 (아마 휴가계획에 관한 이야기다),
무료한 듯한 표정의 과장도 멍한 눈빛으로 모니터를 주시하고 있다.
양 옆자리의 동료는 이미 휴가 중이어서, 책상 위의 모니터와 서류뭉치에 가려진 나의 모습은 아무에게도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아무도 이 쪽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지 않다.
「‥‥」
(아, 안 돼, 소리가 너무 큰 것 같아‥‥)
질벽과 클리토리스로 전해져 오는 피학의 물결 속에서 흠칫 크게 숨을 들이쉰다.
식은 땀이 흘러내리는 이마를 들어 숨을 죽이며 사무실 안의 분위기를 살핀다.
괜찮아.
아직 아무도, 이런 나의 유희를 눈치채지 못하고 있다.
랜덤인 진동으로 격렬하게 나를 괴롭히고 있는 물건은, 정교하게 남자를 본뜬 바이브레이터다.
희미한 물결 무늬의 스커트는 깔끔하게 말려 링으로 채워져 있고, 몸 속 깊숙히 파묻힌 인공의 성기는 낮은 진동음을 흘리고 있다.
가죽 끈으로 허벅지에 단단히 묶여 질구를 틀어막고 있는 바이브레이터는 아무리 허리를 비틀어도 빠지지 않게 고정되어 있다.
가죽 끈의 양 끝은 자물쇠로 채워져 있고, 열쇠는 그냥 집에 두고 왔다.
핑크빛 균열 안에서, 희뿌연 애액이 조금씩 비치기 시작한다.
움찔움찔 인공 성기를 삼킨채 젖어오는 부끄러운 음부는, 팬티를 입지 않은 지금의 나에게 있어 치명적이다.
이대로는 순식간에 음란한 액체가 스타킹을 적시고서, 엉덩이 아래에 깔린 스커트를 축축히 적시게 된다.
뒤로 돌려진 채 의자에 묶인 양손이 무의식중에 경련을 일으킨다.
자신의 질구를 가득 메운채 움직이는 바이브레이터의 스위치를 멈출 수도, 더 깊이 삽입하지도 못하는 초조.
물론 알고 있다. 어떻게든 이 모습을 들켰다간 한순간에 파멸이다.
그 때.
「툭」
오른손으로부터 키보드 위로 던져진 작은 열쇠가 내는 잔혹하고 냉정한 소리가, 손목으로부터 몸 안 깊숙히 격렬한 떨림을 일으킨다.
‥‥이것으로, 정말로 나는 구속된 것이다.
「완성. 이제 도망갈 수 없다, 나」
애써 무표정을 가장한 얼굴로 서류에 눈길을 주는 체 하면서 자신에게 체념한 듯 중얼거린다.
지금, 키보드 위에 놓여진 작은 열쇠고리에 나의 모든 것이 달려 있다.
(정말로 해 치워 버렸어‥‥나, 업무 시간 중인데‥‥)
뿌옇게 흐려진 눈동자로 내려다 보는 나의, 뒤로 꺽인 손목에‥‥
깨끗한 반소매의 블라우스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느낌의 두꺼운 가죽 수갑이 확실하게 채워져 있다.
검은 색 가죽으로 견고하게 만들어져 금속 버클이 달린 수갑은, 광적인 흥취를 자아내는 날카로운 광택을 발하고 있다.
가죽과 금속으로 만들어진, 힘이 약한 여자 힘으로는 벗어날 수 없는 절망적인 구속도구.
어떻게든 다시 열쇠를 손에 쥐고서 손목 부분의 수갑을 제거하지 않는 이상 나는 바이브레이터의 고문으로부터도,
셀프 본디지인 채로 주위동료들에게 들킬 운명으로부터도 두 번 다시 빠져 나갈 수 없을 것이다.
「‥‥」
쾌락에 몸을 뒤척일 때 마다, 책상다리에 묶인 발목과 쇠사슬로 조여진 손목 가죽수갑의 압력이 더 세게 조여온다.
한치도 물러설 수 없는 벼랑 끝의 위기에서, 차츰 차츰 높아만 가는 자궁 끝의 쾌락으로 신체는 균형을 잃어 간다.
스릴과 긴장, 깊숙한 곳에서 활활 타오르는, 찰나적인 쾌락.
파렴치한 SM 도구들을, 직장으로 가지고 와 대담하게 착용한데서 오는 극한의 스릴을 만끽한다‥‥
미세한 진동음을 누가 들은 것은 아닐까 하는 불안감과, 자궁 밑바닥이 녹아버릴 것 같은 피학의 물결이 허리 아래를 불태운다.
점차 절정으로 치닫는 애욕의 몸. 이제 더 이상은 위험하다. 이미 충분히 흘러나온 끈적한 애액으로 음란하게 번들거리는 스타킹.
이제는 저 열쇠로 손목의 수갑을 풀어야만 한다.
만약, 열쇠를 바닥에 떨어뜨려 버린다면.
만약, 손목의 자물쇠를 풀기 전에 상사나 동료에게 이 모습을 들켜 버린다면.
아주 사소한 엇갈림으로도, 모든 것은 파멸로 연결된다.
스스로 자신을 궁지로 몰아 가는 공포와 흥분으로, 클리토리스와 항문 깊이 전해지는 강렬한 경련은 견딜 수 없는 도취로 바뀌어간다.
아득한 허공으로부터 한없이 추락하는 듯한 공포와 여전히 건장한 바이브레이터의 움찔거림으로 등골이 짜릿하게 저려온다.
기분이 이‥‥이런 비참한데, 불안해져.
직장에서 스스로 자신을 결박한다는 발상까지 하게 된 것은‥‥바이브레이터로 자위를 즐기던, 오늘 아침에 충동적으로 그만‥‥
「아, ~야. 그래서 내가」
「간신히 티켓을 구한 거로군요. 하하‥‥」
갑작스러운 인기척에 깜짝 놀라 고개를 들었을 때, 후배들의 대화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아마도 지나친 긴장으로 잠시 의식을 잃고 있었던 것 같다. 그 사실에 핏기가 사라졌다.
서두르지 않으면 안 되는데, 나, 이제 너무 위험해졌어‥‥
두근두근 뛰는 심장소리와, 하복부를 충실히 유린하고 있는 바이브레이터 소리만이 귀에 맴돈다.
어깨를 추스리며, 희미해져가던 이성을 간신히 되돌린다.
조금씩 더 세게 조여지도록 잘 설계된 수갑 덕분에, 손목에, 발목에, 보지에 밀려오는 압력은 정신마저 혼미하게 만들고 있었던 것이다.
「히익‥‥」
부자유스러운 몸을 최대한 움직여 수갑으로부터 벗어나려고 해 보지만, 나 자신이 묶은 단단한 수갑의 위력에 저절로 한숨이 새어나온다.
손목의 수갑에 연결된 사슬은 의자의 등받이에 묶여 있고 양 발목도 움직일 수 없을 만큼 단단히 묶여 이미 신체는 자유를 완전히 빼앗기고 있다.
(우선, 열쇠를‥‥)
상체를 최대한 구부린다면, 키보드 위의 열쇠에 입을 갖다대는 것은 어렵지 않다.
문제는 열쇠를 이빨로 요령있게 깨물어, 고개를 최대한 뒤로 꺾은 뒤 손바닥 위로 정확히 열쇠를 떨어뜨리지 않으면 안 된다. 휴우.
그 후, 부자유스러운 양손을 비틀어 어떻게든 열쇠를 자물쇠로 집어 넣어야 하는 것이다. 말처럼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서 양 손의 가죽 수갑을 풀고, 양 발목의 수갑을 푼 뒤, 스커트가 애액으로 뒤범벅이 되기 전에 화장실에 가서 깨끗이 닦아야 한다.
하아‥‥ 냉정하게 말해, 실현가능성은 꽤나 절망적이다.
「어떻게 하지」
안타까운 절망이, 자신을 질타한다.
위험하면 위험할수록, 스릴을 느끼면 느낄수록, 나의 몸은 젖어 버린다. 그 정도로, 이미 자신을 컨트롤할 수 없는 것이다.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도록 조심스럽게 고개를 숙여, 앞니로 열쇠를 살그머니 깨물어 턱을 뒤로 최대한 돌린다.
신중하게 손바닥 위에 떨어뜨리지 않으면 안 된다. 만일 열쇠를 놓쳐서 바닥에 떨어뜨리게 되면, 나는 수갑을 스스로 풀 수단을 영영 잃게 된다.
허리를 최대한 비틀고서 고개를 젖히자, 안타깝게 경직된 손바닥이 눈에 들어온다‥
「‥‥‥‥!」
열쇠를 조심스럽게 손바닥으로 떨어뜨리려는 순간 갑작스런 인기척에 온 몸이 굳어져온다.
설마.
그럴 리가 없는데,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끊임없이, 주변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었는데.
하루 종일, 눈에 띄지 않게 행동하고 있는데.
그런데.
주뼛주뼛, 고개를 들어 올린다.
‥‥자신의 책상 앞에서, 눈을 크게 뜬 과장이 잡아 먹을 듯 커다란 눈으로 자신을 똑바로 응시하고 있다.
식은 땀이 주르륵 등줄기를 타고 흐르면서 심장이 거세게 요동친다.
전력 질주를 지금 막 끝마친 아이처럼, 호흡도, 심장도 어지러이 흐트러지고 있었다.
들켜 버렸다‥‥전신으로 흐르는 식은 땀을 느끼며, 펄 화이트의 벽을 말없이 멍하니 바라보고 있다.
이윽고, 서서히, 나의 의식이 현실의 윤곽을 되찾았다.
「과장‥‥나, 천정‥‥‥‥‥‥꿈‥?」
그래‥‥
꿈이었다‥‥너무 리얼한, 꿈‥‥
악몽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나서도, 전신의 경련은 멈추지 않는다.
불에 데인듯한 몸 안의 경련은, 틀림없이, 살아 있는 나 자신의 체험이 분명했기 때문에.
죽음을 체험한 사람처럼 부들부들 떨고 있는 지금의 내가, 나의 꿈‥‥
「외로움이 ‥‥지나친 탓?」
넓은 천정을 바라보며 물어 본다. 당연히 아무런 대답이 없다.
조용한 침실 안으로, 시계의 초침 소리에 섞여 빗소리가 스며들어 온다. 제법 격렬한 소리.
아무래도, 빗소리 때문에 악몽을 꾼 것 같다.
그렇다고는 해도, 꿈 속에서까지, 셀프 본디지를 경험하다니. 나‥‥나는.
자연스럽게 속옷 안으로 손을 넣어 자위를 시작하면서, 순식간에 얼굴을 붉게 물들여 버린다.
격렬하게 반응하고 있는 나의 몸.
내 자아 속의 무의식 공간 어딘가에 숨어있을지도 모르는, 그 무엇....
「‥‥아」
아무도 보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수줍은 웃음.
성인인 여자가, 어린아이처럼 꿈과 현실을 구분 못하고서 꿈 속에서 흥분하다니‥‥분명히 말해 부끄럽다.
벌렁 뒤로 드러눕는 나의 얼굴 옆으로 새끼 고양이인 테트라가 펄쩍 뛰어 올라온다.
애완동물인 새끼 고양이의 눈동자에는, 동요하는 주인의 얼굴이 어떤 표정으로 비쳐 있는 것인가.
「좋아 좋아, 안녕」
「냐오」
순진한 새끼 고양이의 얼굴에 퍼진 쓴웃음은 깊어질 뿐. 어느덧 하늘은 짙은 회색빛으로 탁해지고 있다.
‥‥나의 여름 휴가는, 폭풍우로 시작되었다.
‥‥‥‥‥‥‥‥
「있을 수 없지요, 회사에서 SM는」
무심코 켠 텔레비젼에서는, 아줌마들을 대상으로 하는 아침 방송이 흘러 나오고 있다.
꽤나 마음에 들었는지 나의 무릎에 파묻혀 장난을 치고 있는 고양이에게 말을 건네면서, 나는 멍하니 꿈의 여운을 맛보고 있었다.
익숙해진 바이브레이터를 한 손에 쥔 채, 클리토리스의 미묘한 쾌감을 천천히 즐기고 있다.
그 꿈은‥‥그 이상한 체험의 의미를, 나는 이해하고 있다.
스스로 자신을 묶어, 매저키스트의 즐거움과 탈출할 수 없을지도 모르는 절망감에 만취하는 행위.
그것은 SM플레이의 한 장르, 이른바 셀프 본디지이다.
1개월 전, 이 집에 살고 있던 전 주인, 사토 시노씨에게 배달된 작은 소포가, 모든 시작이었다.
내 이름, 사토 사키와는 같은 성씨여서 그만 나에게 온 것인 줄 착각하고서는 소포를 열어보았던 것이다.
소포 안에서 나온 기묘한 가죽의 의상‥‥, 수갑, 다양한 기구들...
동봉된 시노씨 본인의 플레이가 녹화되어 있는 비디오와 사진들. 그것은 셀프본디지라고 하는 것 같았다
기묘한 도구들에 흥미를 느낀 나는, 호기심으로 몰래 비디오를 따라하다가 그만 그 짜릿한 쾌락에 깊숙히 빠져 버렸던 것이다.
인터넷을 통해서인지, 누군가에게 조교되고 있었던 듯한 사토 시노씨.
기쁨에 겨워 신음하는 아름다운 눈빛은 지금도 나를 포로로 사로잡고 있다.
자기 자신에게 부자유스러운 수갑을 채워, 누군가에게 들킬 수 있는 위험을 감내하는, 그 견딜 수 없는 스릴.
피학적인 도취에 절정을 맛 본 후, 필사적으로 수갑을 풀지 않으면 헤어나올 수 없는 절대절명의 긴장감.
누군가에게 들키는 날에는 무슨 일을 당하더라도 저항할 수 없다는 무력감.
그리고, 보통 섹스나 자위에서는 도저히 도달할 수 없는, 깊고도 깊은 매저키스트의 희열.
하지만‥‥
셀프본디지에 빠져드는 한 편, 고민 또한 깊어지고 있었다.
「그렇지만‥‥. 이런 이상한 버릇, 몸에 붙이게 되면 평범한 것으로는 만족할 수 없게 되지 않을까」
「미야옹?」
고개를 갸웃하는 나에게 끌려 새끼 고양이도 얼굴을 기울인다.
회사의 여자동료에게는 물론, 친구에게도, 주위의 가족에게도, 나의 버릇에 대해 상담할 수 없다.
단단히 묶여지지 않고서는, 여자로서의 절정도 쾌락도 느낄 수 없는 몸.
어렵사리 연애를 한 들 다짜고짜 묶어 달라고 부탁할 수도 없고, 정상적인 남자라면 음란한 취향의 여자에게 애정을 느끼지도 않을 것은 확실하다.
「역시 SM계의 만남이라든지, 인가‥‥그래도, 그런 것은 무섭고」
그렇다.
셀프본디지에 빠져, 진정한 주인님을 갖고 싶어져 노예가 되어버린다는 이야기는 SM의 클럽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경험담이다.
하지만, 아무래도 그것은 나의 진정한 소망이 아니다.
예를 들어 좋아하는 사람이 생겨 단 둘이 있게 되었을 때, 그가 주인님의 얼굴을 하고서 나를 다짜고짜 묶고서 괴롭혀 오거나 하면,
잠시 눈을 감고서, 상상해 본다‥‥하지만.
「안 돼」
‥‥역시, 안된다. 어쩐지 마음이 불편할 것 같다. 싫은 느낌. 자신이 자신이 아닌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나에게 있어서 피학의 쾌감은, 자신을 싸구려로 누군가에게 넘기는 것으로는 얻을 수 없는 것이다‥‥라고 말하면, SM을 좋아하는 사람은 화를 낼까.
셀프본디지에는 S도 M도 균등하게 존재하고 있다. 자신을 스스로 고문하면서, 가학과 피학의 경계에서 자신을 잃지 않는다.
그러니까, 그 위험한 컨트롤이 확실히 나를 붙들어 주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만약 누군가에게 조교된다면, 내가 SM에 접하는 계기를 선물한 시노씨 이외의 주인님은 싫다.
이런 느낌도 마음 속에서 꽤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첫 순결을 빼앗긴 상대를 영원히 잊지 못하는 소녀처럼.
아침부터 무엇을 생각하고 있을까, 나는.
꿈의 여운이 점점 몸에 퍼져, 이성을 되찾기는 커녕, 점점‥‥
「이런‥‥무슨, 하고 싶어져 버렸어‥‥」
추잡한 혼잣말.
휴가의 첫날부터 혼자서 자위나 하며 보내다니 왠지 우울한 생각이 든다. 몹시.
망설이는 듯한 눈동자가 닿은 화장대 위에는, 구속도구와 수갑, 볼 개그와 바이브레이터가 들어 있는 나만의 전용 조교 도구박스가 나의 몸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환상처럼 아련한, 강렬한 유혹.
조금 전부터 한 손으로 가지고 놀고 있는 보지로 눈을 떨어뜨린다.
질구에서 흘러내린 애액이 가죽으로 만들어진 아날 플러그 위로 번들거리며 유혹하듯 흘러내리고 있었다.
창 밖으로는 평소와 다름없이 회색의 무표정한 거리 풍경.
사무실 반대편 구석에서는 신입사원 둘이서 작은 소리로 끊임없이 속삭이고 있다 (아마 휴가계획에 관한 이야기다),
무료한 듯한 표정의 과장도 멍한 눈빛으로 모니터를 주시하고 있다.
양 옆자리의 동료는 이미 휴가 중이어서, 책상 위의 모니터와 서류뭉치에 가려진 나의 모습은 아무에게도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아무도 이 쪽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지 않다.
「‥‥」
(아, 안 돼, 소리가 너무 큰 것 같아‥‥)
질벽과 클리토리스로 전해져 오는 피학의 물결 속에서 흠칫 크게 숨을 들이쉰다.
식은 땀이 흘러내리는 이마를 들어 숨을 죽이며 사무실 안의 분위기를 살핀다.
괜찮아.
아직 아무도, 이런 나의 유희를 눈치채지 못하고 있다.
랜덤인 진동으로 격렬하게 나를 괴롭히고 있는 물건은, 정교하게 남자를 본뜬 바이브레이터다.
희미한 물결 무늬의 스커트는 깔끔하게 말려 링으로 채워져 있고, 몸 속 깊숙히 파묻힌 인공의 성기는 낮은 진동음을 흘리고 있다.
가죽 끈으로 허벅지에 단단히 묶여 질구를 틀어막고 있는 바이브레이터는 아무리 허리를 비틀어도 빠지지 않게 고정되어 있다.
가죽 끈의 양 끝은 자물쇠로 채워져 있고, 열쇠는 그냥 집에 두고 왔다.
핑크빛 균열 안에서, 희뿌연 애액이 조금씩 비치기 시작한다.
움찔움찔 인공 성기를 삼킨채 젖어오는 부끄러운 음부는, 팬티를 입지 않은 지금의 나에게 있어 치명적이다.
이대로는 순식간에 음란한 액체가 스타킹을 적시고서, 엉덩이 아래에 깔린 스커트를 축축히 적시게 된다.
뒤로 돌려진 채 의자에 묶인 양손이 무의식중에 경련을 일으킨다.
자신의 질구를 가득 메운채 움직이는 바이브레이터의 스위치를 멈출 수도, 더 깊이 삽입하지도 못하는 초조.
물론 알고 있다. 어떻게든 이 모습을 들켰다간 한순간에 파멸이다.
그 때.
「툭」
오른손으로부터 키보드 위로 던져진 작은 열쇠가 내는 잔혹하고 냉정한 소리가, 손목으로부터 몸 안 깊숙히 격렬한 떨림을 일으킨다.
‥‥이것으로, 정말로 나는 구속된 것이다.
「완성. 이제 도망갈 수 없다, 나」
애써 무표정을 가장한 얼굴로 서류에 눈길을 주는 체 하면서 자신에게 체념한 듯 중얼거린다.
지금, 키보드 위에 놓여진 작은 열쇠고리에 나의 모든 것이 달려 있다.
(정말로 해 치워 버렸어‥‥나, 업무 시간 중인데‥‥)
뿌옇게 흐려진 눈동자로 내려다 보는 나의, 뒤로 꺽인 손목에‥‥
깨끗한 반소매의 블라우스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느낌의 두꺼운 가죽 수갑이 확실하게 채워져 있다.
검은 색 가죽으로 견고하게 만들어져 금속 버클이 달린 수갑은, 광적인 흥취를 자아내는 날카로운 광택을 발하고 있다.
가죽과 금속으로 만들어진, 힘이 약한 여자 힘으로는 벗어날 수 없는 절망적인 구속도구.
어떻게든 다시 열쇠를 손에 쥐고서 손목 부분의 수갑을 제거하지 않는 이상 나는 바이브레이터의 고문으로부터도,
셀프 본디지인 채로 주위동료들에게 들킬 운명으로부터도 두 번 다시 빠져 나갈 수 없을 것이다.
「‥‥」
쾌락에 몸을 뒤척일 때 마다, 책상다리에 묶인 발목과 쇠사슬로 조여진 손목 가죽수갑의 압력이 더 세게 조여온다.
한치도 물러설 수 없는 벼랑 끝의 위기에서, 차츰 차츰 높아만 가는 자궁 끝의 쾌락으로 신체는 균형을 잃어 간다.
스릴과 긴장, 깊숙한 곳에서 활활 타오르는, 찰나적인 쾌락.
파렴치한 SM 도구들을, 직장으로 가지고 와 대담하게 착용한데서 오는 극한의 스릴을 만끽한다‥‥
미세한 진동음을 누가 들은 것은 아닐까 하는 불안감과, 자궁 밑바닥이 녹아버릴 것 같은 피학의 물결이 허리 아래를 불태운다.
점차 절정으로 치닫는 애욕의 몸. 이제 더 이상은 위험하다. 이미 충분히 흘러나온 끈적한 애액으로 음란하게 번들거리는 스타킹.
이제는 저 열쇠로 손목의 수갑을 풀어야만 한다.
만약, 열쇠를 바닥에 떨어뜨려 버린다면.
만약, 손목의 자물쇠를 풀기 전에 상사나 동료에게 이 모습을 들켜 버린다면.
아주 사소한 엇갈림으로도, 모든 것은 파멸로 연결된다.
스스로 자신을 궁지로 몰아 가는 공포와 흥분으로, 클리토리스와 항문 깊이 전해지는 강렬한 경련은 견딜 수 없는 도취로 바뀌어간다.
아득한 허공으로부터 한없이 추락하는 듯한 공포와 여전히 건장한 바이브레이터의 움찔거림으로 등골이 짜릿하게 저려온다.
기분이 이‥‥이런 비참한데, 불안해져.
직장에서 스스로 자신을 결박한다는 발상까지 하게 된 것은‥‥바이브레이터로 자위를 즐기던, 오늘 아침에 충동적으로 그만‥‥
「아, ~야. 그래서 내가」
「간신히 티켓을 구한 거로군요. 하하‥‥」
갑작스러운 인기척에 깜짝 놀라 고개를 들었을 때, 후배들의 대화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아마도 지나친 긴장으로 잠시 의식을 잃고 있었던 것 같다. 그 사실에 핏기가 사라졌다.
서두르지 않으면 안 되는데, 나, 이제 너무 위험해졌어‥‥
두근두근 뛰는 심장소리와, 하복부를 충실히 유린하고 있는 바이브레이터 소리만이 귀에 맴돈다.
어깨를 추스리며, 희미해져가던 이성을 간신히 되돌린다.
조금씩 더 세게 조여지도록 잘 설계된 수갑 덕분에, 손목에, 발목에, 보지에 밀려오는 압력은 정신마저 혼미하게 만들고 있었던 것이다.
「히익‥‥」
부자유스러운 몸을 최대한 움직여 수갑으로부터 벗어나려고 해 보지만, 나 자신이 묶은 단단한 수갑의 위력에 저절로 한숨이 새어나온다.
손목의 수갑에 연결된 사슬은 의자의 등받이에 묶여 있고 양 발목도 움직일 수 없을 만큼 단단히 묶여 이미 신체는 자유를 완전히 빼앗기고 있다.
(우선, 열쇠를‥‥)
상체를 최대한 구부린다면, 키보드 위의 열쇠에 입을 갖다대는 것은 어렵지 않다.
문제는 열쇠를 이빨로 요령있게 깨물어, 고개를 최대한 뒤로 꺾은 뒤 손바닥 위로 정확히 열쇠를 떨어뜨리지 않으면 안 된다. 휴우.
그 후, 부자유스러운 양손을 비틀어 어떻게든 열쇠를 자물쇠로 집어 넣어야 하는 것이다. 말처럼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서 양 손의 가죽 수갑을 풀고, 양 발목의 수갑을 푼 뒤, 스커트가 애액으로 뒤범벅이 되기 전에 화장실에 가서 깨끗이 닦아야 한다.
하아‥‥ 냉정하게 말해, 실현가능성은 꽤나 절망적이다.
「어떻게 하지」
안타까운 절망이, 자신을 질타한다.
위험하면 위험할수록, 스릴을 느끼면 느낄수록, 나의 몸은 젖어 버린다. 그 정도로, 이미 자신을 컨트롤할 수 없는 것이다.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도록 조심스럽게 고개를 숙여, 앞니로 열쇠를 살그머니 깨물어 턱을 뒤로 최대한 돌린다.
신중하게 손바닥 위에 떨어뜨리지 않으면 안 된다. 만일 열쇠를 놓쳐서 바닥에 떨어뜨리게 되면, 나는 수갑을 스스로 풀 수단을 영영 잃게 된다.
허리를 최대한 비틀고서 고개를 젖히자, 안타깝게 경직된 손바닥이 눈에 들어온다‥
「‥‥‥‥!」
열쇠를 조심스럽게 손바닥으로 떨어뜨리려는 순간 갑작스런 인기척에 온 몸이 굳어져온다.
설마.
그럴 리가 없는데,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끊임없이, 주변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었는데.
하루 종일, 눈에 띄지 않게 행동하고 있는데.
그런데.
주뼛주뼛, 고개를 들어 올린다.
‥‥자신의 책상 앞에서, 눈을 크게 뜬 과장이 잡아 먹을 듯 커다란 눈으로 자신을 똑바로 응시하고 있다.
식은 땀이 주르륵 등줄기를 타고 흐르면서 심장이 거세게 요동친다.
전력 질주를 지금 막 끝마친 아이처럼, 호흡도, 심장도 어지러이 흐트러지고 있었다.
들켜 버렸다‥‥전신으로 흐르는 식은 땀을 느끼며, 펄 화이트의 벽을 말없이 멍하니 바라보고 있다.
이윽고, 서서히, 나의 의식이 현실의 윤곽을 되찾았다.
「과장‥‥나, 천정‥‥‥‥‥‥꿈‥?」
그래‥‥
꿈이었다‥‥너무 리얼한, 꿈‥‥
악몽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나서도, 전신의 경련은 멈추지 않는다.
불에 데인듯한 몸 안의 경련은, 틀림없이, 살아 있는 나 자신의 체험이 분명했기 때문에.
죽음을 체험한 사람처럼 부들부들 떨고 있는 지금의 내가, 나의 꿈‥‥
「외로움이 ‥‥지나친 탓?」
넓은 천정을 바라보며 물어 본다. 당연히 아무런 대답이 없다.
조용한 침실 안으로, 시계의 초침 소리에 섞여 빗소리가 스며들어 온다. 제법 격렬한 소리.
아무래도, 빗소리 때문에 악몽을 꾼 것 같다.
그렇다고는 해도, 꿈 속에서까지, 셀프 본디지를 경험하다니. 나‥‥나는.
자연스럽게 속옷 안으로 손을 넣어 자위를 시작하면서, 순식간에 얼굴을 붉게 물들여 버린다.
격렬하게 반응하고 있는 나의 몸.
내 자아 속의 무의식 공간 어딘가에 숨어있을지도 모르는, 그 무엇....
「‥‥아」
아무도 보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수줍은 웃음.
성인인 여자가, 어린아이처럼 꿈과 현실을 구분 못하고서 꿈 속에서 흥분하다니‥‥분명히 말해 부끄럽다.
벌렁 뒤로 드러눕는 나의 얼굴 옆으로 새끼 고양이인 테트라가 펄쩍 뛰어 올라온다.
애완동물인 새끼 고양이의 눈동자에는, 동요하는 주인의 얼굴이 어떤 표정으로 비쳐 있는 것인가.
「좋아 좋아, 안녕」
「냐오」
순진한 새끼 고양이의 얼굴에 퍼진 쓴웃음은 깊어질 뿐. 어느덧 하늘은 짙은 회색빛으로 탁해지고 있다.
‥‥나의 여름 휴가는, 폭풍우로 시작되었다.
‥‥‥‥‥‥‥‥
「있을 수 없지요, 회사에서 SM는」
무심코 켠 텔레비젼에서는, 아줌마들을 대상으로 하는 아침 방송이 흘러 나오고 있다.
꽤나 마음에 들었는지 나의 무릎에 파묻혀 장난을 치고 있는 고양이에게 말을 건네면서, 나는 멍하니 꿈의 여운을 맛보고 있었다.
익숙해진 바이브레이터를 한 손에 쥔 채, 클리토리스의 미묘한 쾌감을 천천히 즐기고 있다.
그 꿈은‥‥그 이상한 체험의 의미를, 나는 이해하고 있다.
스스로 자신을 묶어, 매저키스트의 즐거움과 탈출할 수 없을지도 모르는 절망감에 만취하는 행위.
그것은 SM플레이의 한 장르, 이른바 셀프 본디지이다.
1개월 전, 이 집에 살고 있던 전 주인, 사토 시노씨에게 배달된 작은 소포가, 모든 시작이었다.
내 이름, 사토 사키와는 같은 성씨여서 그만 나에게 온 것인 줄 착각하고서는 소포를 열어보았던 것이다.
소포 안에서 나온 기묘한 가죽의 의상‥‥, 수갑, 다양한 기구들...
동봉된 시노씨 본인의 플레이가 녹화되어 있는 비디오와 사진들. 그것은 셀프본디지라고 하는 것 같았다
기묘한 도구들에 흥미를 느낀 나는, 호기심으로 몰래 비디오를 따라하다가 그만 그 짜릿한 쾌락에 깊숙히 빠져 버렸던 것이다.
인터넷을 통해서인지, 누군가에게 조교되고 있었던 듯한 사토 시노씨.
기쁨에 겨워 신음하는 아름다운 눈빛은 지금도 나를 포로로 사로잡고 있다.
자기 자신에게 부자유스러운 수갑을 채워, 누군가에게 들킬 수 있는 위험을 감내하는, 그 견딜 수 없는 스릴.
피학적인 도취에 절정을 맛 본 후, 필사적으로 수갑을 풀지 않으면 헤어나올 수 없는 절대절명의 긴장감.
누군가에게 들키는 날에는 무슨 일을 당하더라도 저항할 수 없다는 무력감.
그리고, 보통 섹스나 자위에서는 도저히 도달할 수 없는, 깊고도 깊은 매저키스트의 희열.
하지만‥‥
셀프본디지에 빠져드는 한 편, 고민 또한 깊어지고 있었다.
「그렇지만‥‥. 이런 이상한 버릇, 몸에 붙이게 되면 평범한 것으로는 만족할 수 없게 되지 않을까」
「미야옹?」
고개를 갸웃하는 나에게 끌려 새끼 고양이도 얼굴을 기울인다.
회사의 여자동료에게는 물론, 친구에게도, 주위의 가족에게도, 나의 버릇에 대해 상담할 수 없다.
단단히 묶여지지 않고서는, 여자로서의 절정도 쾌락도 느낄 수 없는 몸.
어렵사리 연애를 한 들 다짜고짜 묶어 달라고 부탁할 수도 없고, 정상적인 남자라면 음란한 취향의 여자에게 애정을 느끼지도 않을 것은 확실하다.
「역시 SM계의 만남이라든지, 인가‥‥그래도, 그런 것은 무섭고」
그렇다.
셀프본디지에 빠져, 진정한 주인님을 갖고 싶어져 노예가 되어버린다는 이야기는 SM의 클럽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경험담이다.
하지만, 아무래도 그것은 나의 진정한 소망이 아니다.
예를 들어 좋아하는 사람이 생겨 단 둘이 있게 되었을 때, 그가 주인님의 얼굴을 하고서 나를 다짜고짜 묶고서 괴롭혀 오거나 하면,
잠시 눈을 감고서, 상상해 본다‥‥하지만.
「안 돼」
‥‥역시, 안된다. 어쩐지 마음이 불편할 것 같다. 싫은 느낌. 자신이 자신이 아닌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나에게 있어서 피학의 쾌감은, 자신을 싸구려로 누군가에게 넘기는 것으로는 얻을 수 없는 것이다‥‥라고 말하면, SM을 좋아하는 사람은 화를 낼까.
셀프본디지에는 S도 M도 균등하게 존재하고 있다. 자신을 스스로 고문하면서, 가학과 피학의 경계에서 자신을 잃지 않는다.
그러니까, 그 위험한 컨트롤이 확실히 나를 붙들어 주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만약 누군가에게 조교된다면, 내가 SM에 접하는 계기를 선물한 시노씨 이외의 주인님은 싫다.
이런 느낌도 마음 속에서 꽤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첫 순결을 빼앗긴 상대를 영원히 잊지 못하는 소녀처럼.
아침부터 무엇을 생각하고 있을까, 나는.
꿈의 여운이 점점 몸에 퍼져, 이성을 되찾기는 커녕, 점점‥‥
「이런‥‥무슨, 하고 싶어져 버렸어‥‥」
추잡한 혼잣말.
휴가의 첫날부터 혼자서 자위나 하며 보내다니 왠지 우울한 생각이 든다. 몹시.
망설이는 듯한 눈동자가 닿은 화장대 위에는, 구속도구와 수갑, 볼 개그와 바이브레이터가 들어 있는 나만의 전용 조교 도구박스가 나의 몸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환상처럼 아련한, 강렬한 유혹.
조금 전부터 한 손으로 가지고 놀고 있는 보지로 눈을 떨어뜨린다.
질구에서 흘러내린 애액이 가죽으로 만들어진 아날 플러그 위로 번들거리며 유혹하듯 흘러내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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