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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판타지] 에리시아 전기 제6장 카시 전투 part1

제6장 카시 전투





『…… 당신에게도 이 멋진 광경을 직접 보여주고 싶었다. 위대한 신의 가호를 받은 젊은 기사가, 절체절명의 망국의 위기에 놓인 공주를 도와서 강대한 적군을 무찌르고 수도를 탈환한다. 그야말로 기적 그 자체이다. …… (중략)…… 옛날 이야기 속 영웅전설에서 그대로 뛰어 나온 것 같은 화려한 그 모습을 보면, 정말로 젊은 영웅의 탄생을 실감하지 않을 수 없다……』

∼ 세리아의 한 남성이 친구에게 보낸 편지 중 발췌 ∼





 -2월21일, 후레이 성-

 후레이(Frey) 성. 일찍이 인류의 방패라고 불리는 성이었다.

 지금으로부터 약 700년 정도 거슬러 올라가서 인류의 생활권이 에리시아 중원 지역에만 한정되어있었을 때, 변경지역에서는 인류의 이지를 벗어난 마물과 마수가 활개를 치며 인간 사회와는 격리된 이세계를 형성하고 있었다.

 아카스 평야도 그런 변경지대 중 하나로 마물, 마수들의 소굴이었다.

 그러던 중 갑자기 우르산의 대분화에 의해 생활영역을 잃어버린 마물과 마수들이 대거 에리시아 중원을 향해 이동을 시작한 적이 있었다. 인류는 순식간에 존망의 위기에 직면했다.

 신성기 582년, 세레네 제국의 장군 후레이는 습격해 오는 마물, 마수의 대군을 성채를 쌓아서 막았다. 그리고 이후에도 이 성채는 몇 번에 걸친 아카스 지방에서의 마물의 진공을 막아내며 에리시아에의 침입을 용서하지 않는 인류의 철벽 방패가 되었다. 그 성채는 영웅의 이름을 붙여서 후레이 성이라고 명명되었다.





「아직도 함락 못 시킨 것인가!!」

 울퉁불퉁한 바위의 면이 드러나 있는 살풍경한 세계에 아직 여기저기 작은 눈의 흔적이 남아 있다. 얼어붙는 듯한 공기 속을 펠레스의 노기 띤 고성이 격렬하게 퍼져나가고, 그 물결이 단단한 바위에 난반사해서 불협화음이 되어 듣는 자의 신경을 초조하게 만들었다. 거기에 난폭하게 장막을 밀어 젖히는 소리와, 그 뒤를 이어 나타나는 딱딱한 펠레스의 얼굴이 그 분위기를 한층 굳게 했다.

 소리에 반응해서, 변변치 않은 목재 책상 위에 펼쳐져 있는 지도를 둘러싸고 들여다보고 있었던 사람들이 당황하여 얼른 상체를 일으켜 경례를 행한다. 그보다 한 박자 늦게 윗자리에 앉아 있었던 아렉스가 찌푸린 얼굴을 펠레스에게 향했다.

 그러나 펠레스의 배후에 있는 오규스토의 모습을 보고 벌떡 일어나 재빠르게 무릎을 꿇었다.

「뭐라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날마다 전력으로 공격하고 있지만 전설의 명성을 가진 성답게 그 이름에 부끄럼이 없……」

「저런 낡은 성에 얼마나 더 시간을 들여야 된다는 거야!」

 그러나 펠레스의 기세는 수그러들지 않았다.
 아렉스는 엉겁 결에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어금니를 강하게 깨물었다.
 자주빛의 로브를 걸친 오규스토의 뒤를 이어서 카프카와 스레도, 그리고 류후등의 제장이 차례대로 천막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아렉스는 제장 앞에서 받은 굴욕에 끓어 오르는 분노를 애써 눌러 죽였다.





 1월28일 오규스토는 결국 세력권 경계를 초월해서 군대의 진격을 시작했다. 그리고 가도 주변의 마을을 점거하는 한편, 아렉스군에 후레이 성의 공략을 명했다.

 그러나, 3주일에 달하는 맹공에도 불구하고, 후레이 성은 함락되지 않은채로 아렉스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

 후레이 성은 깊은 골짜기 사이에 견고하게 돌로 쌓인 성이다. 양측에는 험한 벼랑이 치솟아 있어서 모든 방향의 진로를 가로막았다. 그리고 전면에는 300단계 정도의 돌층계가 장애물이 되어서 어떤 공격도 튕겨 되돌린다. 정말로 전설 그대로 난공불락의 이름을 자랑하는 성이 거기에 존재하고 있었다.

「안정하도록, 펠레스」

 오규스토가 가볍게 펠레스의 어깨를 쳤다.

「물의 공급로는 확인하고 있는가?」

 그리고는 태연자약하게 물었다. 거기에 반해서, 그 간단한 말에 이어지는 명령을 예견한 아렉스는 등골이 서늘해 졌다.

「예, 서쪽의 계곡이 성의 수원으로 확인되었습니다」

「그러면, 거기에 독을 흘려 보내라」

 예상대로의 말에 아렉스의 표정은 굳어졌다.

「죄송하지만, 부디 기다려 주십시오. 그것만은 재고를 부탁 드립니다. 그러한 행위를 하면 주변의 마을에도 피해가 미치고, 사리스군의 평판에도 상처가 납니다」

 아렉스가 필사적이 되어 호소한다.

「그러나, 여기서 더 이상 발이 묶여있을 수는 없다」

 오규스토는 여전히 담담하게 말한다.

「네, 부디 저에게 1주일, 아니, 3일, 아니 하루만 주셨으면 합니다. 반드시 함락해 보이겠습니다」

 아렉스의 필사적인 간청을 듣고, 오규스토는 원하던 말을 들은 데 대한 기쁨으로 다른 사람은 못 알아볼 정도로 작게 입의 가장자리를 약간 비트는 웃음을 지었다.

「……그러면, 내일까지만 기다려 보자」

 그러나 입에서 나온 말은 자신의 감정과는 정반대로 냉정했다.

「네, 감사합니다!」

 아렉스는 일단 깊게 허리를 숙이고는 일어서서 휘하의 무장들에게 공격의 준비를 명했다.

「이번의 돌격에는 내가 직접 선진을 지휘한다. 모두들 목숨이 붙어 있는 한 계속해서 공격하라!」

 아렉스의 명령이 울려 퍼졌다.

 오규스토는 병사들을 독전하고 있는 아렉스로부터 조금 떨어져서 시선을 입구에 서 있는 류후에게 향했다. 그 시선에 받은 류후가 살짝 가까이 다가간다.

「저기에 있는 소나무가 보이는가?」

 오규스토는 망원경을 건네주고 서쪽의 벼랑을 가리켰다.  

「음…… 아!, 보입니다」

「거기에서 약간 오른쪽을 보면 주위와는 빛깔이 조금 다른 선이 보일 것이다」

「…… 예, 보입니다」

「그것이 『용의 길』이다」

「저것이……」

「너는 수하의 군사에서 정예50명을 선발하여 저 길을 지나가서 성의 배후로 들어와라. 그리고 반란을 가장해서 적군을 휘저어 어지럽혀라」

「예」

 류후가 막 떠나려고 한 순간 그 손을 오규스토가 쥐었다. 그리고 낮은 목소리로 말한다.

「너에게 나의 명운을 걸겠다」

 일순 류후는 멍청해졌다. 어디에서도 배신자라 취급 받아온 류후에게 있어서, 오규스토의 신뢰는 가슴을 뜨겁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넷! 반드시 기대에 응해 보이겠습니다!」

 류후의 안광이 한층 그 날카로움을 증대시키고, 힘찬 발걸음으로 천막을 나가 간다.  

「괜찮을까요? 류후는 일기당천의 맹자로 정말로 맹호라 불릴 만 하지만, 계책을 검토해서 부하를 지휘하는 데에는 그다지 적합하지 않은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만……」

 카프카가 오규스토에 귀엣말을 한다.

「스레도, 어떻게 생각하나?」

「예. 사람의 지시에 따른 적이 없는 자는 좋은 지도자는 안 된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본인의 경험은 다른 사람의 경험의 100만 배의 가치가 있다고도 합니다. 규스님이 류후를 신뢰해서 이제부터 중용하시는 것이라면, 저절로 대답이 눈에 보일 것입니다」

「바로 그렇다」

 오규스토는 카프카에게 시선을 향했다. 그것에 대해 카프카는 살짝 고개를 숙여서 주군의 뜻을 이해했음을 나타냈다. 오규스토는 류후를 단순한 한 마리의 맹수로서 끝나게 할 작정은 없었다. 류후에게는 뛰어난 무장이 될 수 있는 재능이 있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나는 이제부터 알렉산드리아에 되돌아가서 점령지역의 정무를 보겠다. 카프카는 세리아까지의 일정을 한번 더 확인하도록」

「예, 알겠습니다」

 오규스토가 출구를 향하려 할 때 펠레스가 달려 들 듯 다가왔다.

「우리 군세에 돌격을 명해 주십시오」

「그렇게 서두르지 마라, 세리아는 도망치지 않는다」

「세리아는 도망치지 않더라도, 세림은 도망칩니다」

 그 눈에는 집념의 불꽃이 반짝반짝 타 오르고 있다.

「그 기세는 결전의 때까지 소중히 간직해 두도록 하라. 반드시 귀중한 장면에서 너에게 중요한 역할을 하게끔 하겠다」

「……예, 죄송했습니다」

 펠레스는 당장이라도 폭발할 것 같은 감정을 간신히 누르고, 마지 못해 오규스토의 말에 따랐다.





 -토라부존-

 북쪽의 대지에 넓게 퍼지는 평야를 만들어 낸 대하 토라페사. 그 삼각주 위에 번영하는 거리 토라부존. 그 성문에 이어지는 아치 세 개가 잇달아 있는 다리 위를 사자의 가죽을 걸친 커다란 남자가 대군을 거느리고 나아간다.

「문을 열라! 팔디어의 로테베이크다, 문을 열어라!!」

 로테베이크의 위압적으로 명령하는 목소리가 늦겨울의 건조한 하늘에 울려 퍼졌다. 식민지의 국민을 모멸하는 태도가 자신들의 알량한 자존심을 추켜세운 것일지, 팔디어 병사들이 천하게 킥킥거리며 웃는다. 그러나 로테베이크의 거만한 호령에 대한 회답은 팔디어병들의 비열한 웃는 얼굴 위에 쏟아지는 화살 세례였다.

「무슨 일이냐, 반란인가!?」

 토라부존의 역사는 300년 정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서, 사리스의 장군 프리드리히•폰•토라부존이 960년의 『니도스 전쟁』에서의 공적에 의해 이 땅을 하사 받은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당시 미개한 땅이었던 토라페사 하류지역 일대가 이것을 시초로 계속해서 개발되어 가고, 화려한 문화를 꽃피웠다. 그러나 1211년에 팔디어군이 점령하여 이후 13년간 팔디어의 통치가 계속되고 있다.

 당연한 권리로 생각하고 성문을 빠져나가려고 한 로테붸이크는, 돌연한 사건에 놀라기보다도 우선 분노했다.

「성문을 부숴라! 저것들에게 자신들의 입장을 깨닫게 해주겠다!! 」

 로테베이크는 단순한 주민들의 반란이라고 깔보고 있었다. 그러나 그 여유는 바로 산산조각 났다.

「전하, 저것을 봐주십시오」

 측근의 한사람 에릭슨이 성문 위에 내걸린 깃발을 가리켰다.

「…… 저것은, 카리하발 군기……!?」

 로테베이크가 망설이는 동안에, 화살은 한층 격렬하게 쏟아 내리고 차례대로 로테베이크군을 쓰러뜨려나갔다.

「이대로는 전멸입니다. 일단 병사를 후퇴시켜야 합니다」

 후퇴라는 단어에 로테베이크의 프라이드가 상처 받았다.

「뭐라고!? 우리 군에게 퇴각이란 글자는 없다. 공격해라, 계속해서 공격해서 성문을 돌파하라」

「자중해 주십시오」

「입 닥쳐라!」

「지금은 아직 개전전입니다. 여기서 물러난다고 한들 퇴각이 되지는 않습니다. 그것보다도 빨리 폐하에게 이 소식을 전하는 것이 전위로서의 책무입니다」

「…… 알았다. 적정을 아버님에게 보고하러 가자」

「감사합니다」

 에릭슨은 후유하고 안심했다. 하여튼 이것으로 쓸데 없는 출혈을 하지 않고 끝난다, 그렇게 그가 생각한 순간 그의 등 한가운데를 한 대의 화살이 관통했다. 로테베이크군을 전멸에서 구한 노련한 맹수조련사는 이렇게 해서 자신의 역할에 막을 내리게 되었다.

「아버님, 추격의 지시를!」

 바야짓토가 명백히 흥분의 기미가 보이며 말한다. 몸은 이미 절반은 성밖에 뛰어 나오고 있는 것 같다.

「깊게 쫓는 건 금물이다」

「무, 무슨 말씀을…… 지금이라면 상처 입은 사자의 목을 가져와서 보여드릴 수 있습니다!」

「닥쳐라! 건방진 말하지 마라, 너는 마구간에서 말의 손질이라도 하도록 해라!!」

「……」

「명령이 들리지 않는 거냐!!」

「……」

  바야짓토는 마지 못해 옥좌 앞을 떠났다. 그 표정과 태도로부터 불만스러운 빛깔이 똑똑히 전해져 왔다.

「너무나 경솔하다. 겨우 라스카리스를 잡아낸 것으로 자신의 힘을 과신하고 있어. 고양이와 사자의 차이를 알지 못하다니……」

 세림1세가 한탄한다.

「젊을 때에는 누구나 그런 것입니다」

 한탄하는 세림1세에게 핫셈•레이스가 웃으면서 말을 걸었다.

「농담으로 돌려 버리지 마라」

 불현듯 목소리가 거칠어 졌다.

「폐하께서도 젊으셨을 때는 상당히 무턱댄 행동을 하시곤 하셨지요」

「…… 유전인가……」

세림1세가 한숨을 한 번 토해내고는 시선을 내려 무엇인지 생각에 잠겼다.

「그러나, 아이의 성장을 위해서 전군을 위기에 빠지게 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그 때는 제가 신명에 맹세코 바야짓토님에게 충고하겠습니다」

 세림1세는 얼굴을 들고 핫셈을 가만히 응시했다. 그리고 작은 소리로 중얼댄다.

「…… 부탁한다……」

 핫셈은 생각했다. 위대한 패자라고 하더라도 아들 앞에서는 한 명의 부친에 지나지 않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을.

 그리고 세림1세는 불안을 뿌리치는 듯이 화제를 바꾸었다.

「로드 신국과 바람 공국의 움직임은 어떤가?」

「예, 내일 아침에는 합류하게 될 듯 합니다」

「좋아, 팔디어를 먼저 일축한다」

 세림1세는 오른손주먹을 힘세게 쥐었다. 거기에는 조금 전까지 보여졌던 약함이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다.





 토라부존에서 북쪽으로 40km 정도의 거리에 야영을 하고 있었던 팔디어 왕 구스타프2세는, 유달리 큰 천막을 임시 왕궁으로 삼고 보석이 흩어진 호화스러운 옥좌에 앉아있었다.

「선수를 빼앗긴 건가…… 적의 움직임이 빠르다, 과연 세림이라고 할 만하군……」

 구스타프2세는 팔짱을 낀 채로 옥좌의 등받이에 깊숙이 기대어서는 마치 남의 일 인양 로테베이크의 보고를 듣는다

「뭐가 그리 감탄스러우신 겁니까, 이대로는 예의 작전을 실행할 수 없습니다」

  로테베이크가 큰 팔을 펴고는 커다랗게 말한다. 그리고 흘끗 아벨에게 시선을 보낸다.

「그렇습니다. 이미 팔디어군의 움직임에 맞춰서 우리 구신들은 사이아 각지에서 일어나려고 하고 있습니다. 이대로는 그들을 죽게 내버려두게 됩니다」

 이어서 아벨이 말한다.

「알고 있다. 그러나 우리 군만으로는 어떻게 할 수도 없다. 여기서는 알티갈도로부터의 원군을 기다렸다가 공세에 나선다. 아벨님도 기다려주시길」

「…… 예, 하는 수 없지요」

 더부살이하는 신분으로서는 더 이상 무리한 것을 말할 수는 없고, 아벨은 마지 못해 수긍하고는 어깨를 떨어뜨려서 자리를 떠났다.

 그 모습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을 확인한 후 로테베이크가 부친의 얼굴에 얼굴을 가까이 해서 속삭였다.

「예의 작전은 사이아 본토에서가 아니면 효과가 없습니다」

 로테베이크는 커다란 체구에 어울리지 않는 작은 목소리로 속삭인다.

「당황하지 마라. 카렌은 어차피 우리들의 손안에 있는 것이니 초조해할 필요는 없다. 이미 사리스가 움직이고 있다. 당연히 세림도 언제까지나 여기에 눌러 앉아 있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때까지 전력을 온존하는 것이다. 그리고 사이아령에 속한 곳에서 들어가서……」

 구스타프2세는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깊은 밤중, 돌연 팔디어군 본진의 후방에서 커다란 함성이 들려왔다.

「이번엔 뭐냐!」

 로테베이크가 침대로부터 벌떡 일어나서 측근에게 보고를 요구했다.

「군기로부터 판단하면 로드 신국과 바람 공국인 것 같습니다」
「로드 신국!!」

 로테베이크는 놀람의 소리를 질렀다.





「오오! 시작되었는가」

 한편 세림1세도 침대로부터 일어서서 환희의 소리를 질렀다.

「즉시 출진 준비를 해라. 초전은 이겼다, 으하하하하」

 기쁜 얼굴표정으로부터는 자연스레 웃음이 흘러나온다. 두 배 이상의 전력이 앞뒤에서 협격하는 작전. 세림1세는 이미 승리를 확신하고 있었다.





 로테베이크는 오른손에 활, 왼쪽 손에 커다란 맥주통을 안고서는 갑옷도 입지 않고 전선에 뛰어나가기 시작했다.

「바로 저것이 달빛신관전사단인가」

 바로 눈에 들어 온 것은 흰 신관복에 체인 메일을 덧입고 프레일이나 모닝스타 등으로 무장한 일단의 무리였다. 가슴에는 달의 문장이 새겨져 있다. 신앙에 기초한 굳건한 단결력과 강력한 절대마법의 사용으로 인한 전투력의 강력함은 에리시아 세계에서도 굴지의 평판을 자랑했다.

「수는 500정도인가」

 달빛신관전사단의 수를 그렇게 판단했다. 그 이외에도 로드 신국의 일반병 3500 정도가 전개하고 있었지만 안중에 없다는 듯이 무시한다. 로테베이크는 맥주를 통째로 벌컥벌컥 삼키고는 빈 통을 휙 후방에 내던져버리고, 10명이 당겨야 한다는 강궁의 시위를 당길 태세를 취했다.

「…… 호오, 저자가 지휘관인가」

 로테베이크는 달빛 속에서 한 사람의 인물에게 눈이 멈추었다. 달의 밝은 빛과도 같은 연한 은빛의 머리칼을 길게 기른 한 여성이 정연하게 지시를 내리고 있었다. 거리는 활의 최대 사정거리 빠듯한 곳이었다.

「달의 무녀가 어느 정도인가 직접 보고 확인해 주지」

 삐꺼덕거리는 소리를 울리면서 로테베이크는 천천히 활시위를 당겼다. 그리고 화살의 끝을 그녀에게로 겨눴다.

「받아라!!」

 일순의 정적의 뒤, 휘익 하는 낮은 소리가 주위의 병사들의 고막을 때렸다. 화살은 낮은 탄도를 그리면서 순식간에 그녀를 향해 날라갔다.

 직격!

 모두가 그렇게 생각한 순간, 화살은 그녀 앞에서 오렌지 빛깔의 오라를 발출하는 렌즈모양의 벽에 튕겨져 버렸다.

「…… 저것이 소문으로 듣던 절대 마법의 신장장벽인가…… 처음으로 보았다」

 로테베이크는 눈을 동그랗게 해서는 소년처럼 천진하게 신이 나서 떠들었다.





「아프로디스님!」

 신관전사군단장 아프로디스?레뷔에게 돌연 무시무시한 기세로 화살이 날아들자 부장을 종사하는 안젤라가 비명에 가까운 목소리를 흘린다.

「소란피우지 마라」

 아프로디스는 태연자약하게 오렌지색의 발광을 내놓는 투명한 렌즈로 화살을 가볍게 튕겨 되돌린다.

「이 거리에서는 나의 신장장벽은 무너뜨릴 수 없다. 그렇다 하더라도…… 저것이 소문으로 듣던 로테베이크인가…… 소문대로 좋은 팔이지만 야만적인 남자로군. 동물애호라고 하는 단어를 모르는 것인가」

 아프로디스는 로테베이크의 사자 가죽 패션에 혐오감을 느꼈다.
 그 옆에서 안젤라는 한숨을 내쉬고 상관의 무사를 감사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아프로디스의 위대한 능력에 존경의 생각을 품었다.

 갑옷을 입은 사람 두 명을 꿰뚫는 자랑의 강궁이 전혀 통하지 않는다. 절대신의 가호라는 것은 이렇게나 강력한 것일까, 그의 마음 속에서 자문한다. 그리고 로테베이크는 웃었다. 원래가 타고난 파이터였다. 강한 자와 싸우는 것에 커다란 기쁨을 느끼는 타입이다.

 로테베이크는 활을 내던져 버리고는 2미터를 초과하는 그레이트 소드를 뽑았다.

「원거리 공격이 안 된다면, 접근전으로 직접 잘라주지!」

 그리곤 입맛을 한 번 다셨다.

 그러나 그의 즐거움은 실현되지 않았다. 바로 그 순간 서쪽의 문에서 아군 병사들의 단말마의 비명과 적병사의 외침이 요란스럽게 울려 퍼졌다.

「돌파된 것인가?」

 로테베이크는 엉겁결에 고개를 돌렸다.
 거기에, 구스타프2세의 직속 부하가 달려 들어 왔다. 위급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그 표정은 패배를 인정하지 않는 힘찬 것이었다.

「전하께서 친히 내리신 명령입니다. 북서쪽의 적을 두들겨 흩뜨려서 혈로를 열어라, 입니다」

「알았다」

 로테베이크는 한 마디로 승낙하고 달빛신관전사단쪽에 시선을 돌렸다.

「취미는 다음 번까지 소중히 간직해 둘까…… 그 때까지 누구에게도 지지 마라」

 그렇게 중얼대면서 뛰기 시작했다.

 전세는 일방적이었다. 남쪽에서는 카리하발군 28000이, 북쪽에서는 바람 공국군 8000, 로드 신국군 4000이 17000의 팔디어군의 진에 쇄도해 왔다. 2배 이상의 적에게 협격되어서 전술의 정석대로 팔디어군은 괴멸해 갔다.

 날이 밝기 시작했을 때 구스타프2세는 퇴각을 결의했다.
 100명 정도의 측근의 기사에게 둘러싸여서 결사의 탈출을 감행한다. 물론 선두에서는 로테베이크가 기운차게 그레이트 소드를 휘두르고 있었다.

 거기에 차례로 바람 공국군이 습격해 왔다.

「지금이야말로 팔디어의 촌놈들에게서 받은 굴욕을 갚아줄 때다! 단 한 명도 놓치지 마라! 」

 바람 공국군 사령관 베른하르트•폰•러웰 장군은나라를 빼앗긴 지난날의 원한을 갚기 위해서 장절한 공격을 되풀이했다. 그 집요한 공격에, 구스타프2세를 둘러싼 기사들의 수가 어느덧 절반으로까지 줄어 들었다. 로테베이크는 그레이트 소드가 레이피어라도 되는 듯 가볍게 전후좌우로 휘두르면서 그야말로 사자처럼 날뛰었지만 압도적인 수의 차이는 어쩔 수 없어 결국 구스타프2세는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했다. 그 때, 동쪽방향에서 이변이 일어났다.

 알티갈도군이 나타난 것이었다.

 보통 알테불구로부터 여기는 4주일이 걸리는 거리다. 그러나 알티갈도의 장군 슈나이더는 초기 단계에서 카리하발군의 움직임을 포착하고, 원군을 스스로 지휘해서 신속히 움직였다.

「로드 신국병에게는 손을 대지 마라. 목적은 바람 공국이다. 포위의 일각을 무너뜨리고, 팔디어 왕을 구출하라」

 슈나이더가 명한다.

 교묘하게 화살을 카리하발과 로드 신국 병사들 대열의 앞쪽에 끼얹어서 견제하고는 기마로 구스타프2세 포위망의 일각을 돌파했다. 그리고 구스타프2세와 합류하자마자 재빠르게 퇴각해 간다. 자신은 피해인 듯한 피해는 전혀 입지 않고, 돌연히 나타나서 할 일을 하고 금방 또 사라져버렸다, 라고 하는 인상을 남겼다.

 세림1세는 감탄의 소리를 질렀다.

「적이지만 훌륭하다. 슈나이더가 전기를 끝까지 확인하는 재주는 저 도멜 이상이라고 들었지만, 진짜인 것 같다, 만만치 않은 상대다」

 이미 멀리 떨어진 알티갈도군을 바라보면서, 세림1세는 그렇게 감상을 말했다.





 세림1세는 완전히 해가 떠오르자 토라부존을 바람 공국군 사령관 베른하르트•폰•러웰 장군에게 맡기고, 군세를 이동시키기 시작했다.

 베른하르트•폰•러웰 장군은 얼굴의 절반이 흰 수염으로 뒤덮인 노장이다. 소년시절부터 전장에 나가서 맨 앞에서 창을 휘두르는 일개 병졸에서 군사령관으로까지 그야말로 자수성가한 인물이었다. 풍부한 경험에 뒷받침된 노련한 용병술은 정평이 나있었다.

 이 노장은 토라부존의 크리스타로스 궁전에 구 토라부존 공국의 국기를 내걸면서, 옛날의 생각과 치밀어오르는 감격에 눈을 적셨다.

 한편 토라부존을 떠난 세림1세는 성도 사이아를 목표로 삼고 있었다.

「싸움은 3분의 1이 끝난 것에 지나지 않는다. 다음은 사리스의 잔당들을 희생의 제물에 올릴 차례다」

 세림1세는 병사들의 사기를 북돋우면서 밤낮으로 진군했다.





「슈나이더 장군, 세림이 도망칩니다. 쫓읍시다」

 베아톨릭스가 슈나이더에게 재촉했다.

「가게 내버려둬라」

「옛!?」

「카리하발이 움직였다고 하는 것은, 사리스가 후레이 성을 공략하는데 성공했다는 것이다.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 단기간에 저 성을 떨어뜨리라고는, 딘이란 남자는 역시 깔볼 수 없다」

 슈나이더는 한숨을 돌리고, 냉수로 목을 촉촉하게 했다.

「그러면, 역시 추격해야 합니다, 잘 되면 앞뒤로 협격할 수 있습니다」

「안 된다. 우리들이 카리하발을 쫓으면, 뒤를 봉쇄하는 것은 로드 신국이다. 저 나라와 싸우는 것은 득책이 아니다. 전후의 상황을 생각하면 배후에 적국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

「전후……」

「그렇다」

「……그러면 여기에서 대기하는 것입니까」

「그렇지 않다. 로드가 저 깊숙한 산지에서 어슬렁어슬렁 기어 나온 것은, 딘의 목숨이 목적이다. 딘을 종교재판에라도 회부하고 싶은 것이겠지. 그것을 위해서는 녀석들은 일간 사리스를 향해서 이동을 시작해야만 한다. 그 때까지 기다리면 우리들은 피를 흘리지 않고도 사이아를 손에 넣을 수 있다」

 슈나이더는 웃었다. 베아톨릭스는 다시 한 번 슈나이더의 책사로서의 능력에 감탄했다.

―― 사리스에 딘이 있다면, 우리들에게는 슈나이더 장군이 있다. 조국 알티갈도가 에리시아 세계의 패권을 잡는 날도 그리 멀지 않았다 ――

 그녀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세림과 아프로디스의 솜씨를 잘 보자. 가장 좋은 길은 저 딘을 멸망시킨후에 자신들도 만신창이가 되어주었으면 싶지만…… 그런데, 그렇게 형편 좋게 갈 것인가 아닌가는 두고 봐야겠지……」

 슈나이더는 가볍게 농담을 했다. 거기에 베아톨릭스는 꾸밈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 광경을 베아톨릭스와는 다른 빛깔을 띤 시선이 응시하고 있었다. 슈나이더의 참모장 카쯔다. 그는 궁정간부로부터 슈나이더의 감시를 은밀히 명령받고 있었다.

 슈나이더를 사령관으로 발탁한 것은 베렌홀스토 재상이다. 그는 구류넬에서의 오규스토와의 회담에서 오규스토의 젊음에 접하고 자국에서도 젊은 인재를 활용하기로 결심하고는, 신중한 인선끝에 슈나이더의 발탁을 결의했다. 궁정에서는 베테랑의 장군을 미는 목소리도 컸지만 베렌홀스토가 눌러 강행해서 결정했다.

 슈나이더의 등용에 반대한 자들은 슈나이더가 평민 출신인 것과, 무엇보다 그가 드러낸 야심에 과민해져 있었다.
 
슈나이더는 자신의 경력에서 이제까지 모두 네 번 혼약을 파기하고 있었다. 첫 번째는 사관학교의 교장의 딸, 두 번째는 최초로 배속된 지방요새의 사령관의 딸, 세 번째는 군부 중앙관료의 딸, 네 번째는 퇴역장군인 귀족의 딸. 그는 새로운 여성과 혼약하는 매번 마다 이례적인 출세를 되풀이하고 있었다. 현재는 왕녀로 그 최종목적을 정하고 있다고 하는 것이 널리 퍼진 소문이다.

 그의 이러한 부도덕한 행위를 혐오하는 자들은 많았다. 그러나, 그를 자기 진영에 끌어 들이는 것을 기대하는 자들 또한 끊이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서로가 서로를 서로 이용하는 궁정특유의 구도이지만, 슈나이더는 현재까지로서는 그 소용돌이 속을 빠지지 않고 교묘하게 헤엄쳐 건너면서 지금까지의 지위를 쌓고 있었다.

 슈나이더의 무기는 자기 자신에의 절대적인 자신감과, 어차피 잃어버릴 건 없다, 라고 하는 물러서지 않는 정신일 것이다.

「카쯔, 남겨두고 온 국경수비대에게 연락해라, 예의 작전이 잘 되고 있을지 확인하도록」

「아…… 아니, 그러나」

「이것은 명령이다」

「예, 예……」

 슈나이더는 카쯔의 시선을 잽싸게 빠져나가면서, 베아톨릭스에게 귀엣말을 했다.

「사이아의 아벨에게는 연락되었나?」

「예, 이쪽의 제안에 마음이 내키는 것 같습니다」

「좋아, 그러면 여동생 쪽의 탈출 계획을 즉시 실행에 옮겨라」

「예, 실행하겠습니다」

「베아톨릭스, 누구에게도 이 사실이 알려져선 안 된다」

「…… 예」

 슈나이더는 새로운 야심을 품고 있었다.





 그 시기, 오규스토가 거느리는 사리스군은 2월22일 후레이 성을 함락시키고 드디어 에리시아 중원에 진출하고 있었다.

 에리시아 중원이란 명칭은 보통 1000년의 수도 세리아를 중심으로 빛의 수도 알테불구, 성도 사이아, 운하도시 코리코스를 이은 삼각형 모양의 지역을 가리킨다. 인류의 초기 역사부터 문명이 번성한 지역으로 농지의 관개 공사도 진행되어 풍부한 곡물생산지대이기도 했다. 그 농작물을 운반하는 가도도 정비되어서 자연스럽게 상업활동도 활발하게 행하여져 왔다.

 현재 세리아와 성도 사이아를 연결하는 가도를 대가도(大街道)라고 부르고, 북가도, 중앙가도, 남가도의 세 개가 동서로 달리면서 그것들을 샤를 가도가 남북으로 연결하고 있다.

 오규스토는 2월28일 코리코스를 함락, 3월5일 시데를 함락, 3월10일 토레노를 함락, 그리고 3월14일 세리아에 도착했다. 세리아에는 이미 카리하발군의 모습은 없어서 사리스군은 무혈 입성을 할 수 있었다.

 오규스토가 인솔하는 약2만의 군세가 세리아에 입성하는 날, 메인 스트리트를 수많은 군중이 가득 채웠다. 그리고 일순의 정적의 뒤, 한 사람의 남자가 외쳤다.

「정말이다, 사리스 국기다!」

 남자는 군열의 선두에 내걸린 사리스 국기를 가리켜서 외쳤다. 그것이 신호가 되어, 일제히 환호의 외침이 폭발했다.

「사리스다! 성 사리스가 부활했다! 」

「우리들의 조국이 되돌아 왔다!」

 뚱뚱한 상가의 아주머니가 행진하는 젊은 병사에게 달려들어 안기고, 몇 번이나 되풀이해서 키스를 한다. 젊은 아가씨는 정원으로부터 꺾은 꽃다발을 기사의 목에 건다. 남자들은 술통을 어디서부터인가 꺼내서는 축배를 올렸다.

 이 날의 장면들이 수많은 그림으로 그려졌고 여러 문학작품 속에 등장한다. 오페라 『영웅』은 민중의 열광을 정서적인 멜로디로 표현했고, 연극으로는 오규스토 입성의 소식을 듣고 한 줄기 눈물을 흘리면서 숨이 끊어지는 전통적 사리스의 노신사를 그린 『부활의 날』이 민중의 눈물을 불러일으켰다. 이 작품들은 사리스 민중의 카리하발 점령 치하의 괴로움과 해방의 기쁨을 훌륭하게 표현하고 있는 걸작들로 손꼽힌다.

 또한 영웅 자신에게 조명을 비춘 작품들도 수없이 만들어졌는데, 거기에는 붉은 깃털날개를 단 모자를 쓰고 빨간 망토와 황금의 갑옷을 입은 오규스토가 백마에 걸터앉아 행진하는 모습이 반드시 등장한다. 또한 현존하는 많은 수의 일기나 편지에도 그러한 모습의 오규스토에 대한 묘사가 기록으로 남겨져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오규스토는 검은색 가죽 갑옷에, 자주빛깔의 망토를 걸쳐 입고 있었다. 말도 회색 빛의 말이었다.

 아마 민중이 본 것은 사리스 국기의 바로 뒤에서 행진하고 있었던 틸로즈와 쟌느일 것이라고 전해지고 있다. 틸로즈는 황금의 갑옷을 걸치고 있었고, 백마에도 타고 있었다. 그리고 쟌느는 붉은 날개깃털이 달린 모자에 빨간 망토를 하고 있었다. 행렬 안에서 특히 선명하게 눈에 뜨이고 있었던 그녀들의 화려한 모습이 겹쳐서 흥분과 감격으로 들끓는 사람들의 머리 속에 젊은 불패의 명장으로 기적을 일으킨 전설의 남자의 이미지를 만들어 간 것일 것이다.

 위기에 처한 아름다운 왕녀들을 구해낸 젊은 구국의 영웅의 등장은, 카리하발 점령 치하에서 자신감과 긍지를 잃어버리고 경직된 분위기와 빈곤에 헐떡이고 있었던 사리스 시민들의 마음을 한 순간에 움켜쥐었다. 그리고 오규스토가 사리스의 위기를 보고 에리스가 보낸 오딘의 사자라든가, 화신이라든가, 신탁을 받은 남자라든가 하는 전승이 순식간에 각지로 퍼져나갔다. 영웅전설이 스스로 일어서서 걷기 시작한 것이다.

 민중은 사리스군 행렬의 뒤를 계속해서 따라갔고, 사리스군이 궁전 문을 빠져나갈 때에는 거리전체가 뒤흔들리는 것 같은 대환호성이 일어났다. 성문 위에서 바람에 나부끼는 카리하발 국기가 끌어 내려지고 대신에 사리스 국기가 올라갔을 때 민중의 환희는 그 정점에 달했다.

 오규스토는 『루미에르 궁전』에 들어갔다. 내부는 몹시 황폐해지고 유서 깊은 많은 미술품은 반출된데다 금은으로 된 장식들은 모두 벗겨 내어져 있었다. 이 황량한 광경에 틸로즈는 엉겁 결에 눈물을 글썽였다.

「카리하발 놈들 지독하게 해먹었구나. 조금이라도 값어치 있어 보이는 건 하나도 남기지 않았다」

 아렉스가 쓰러진 조상을 원래 상태로 세워놓으면서 말한다. 거기에 먼저 입성하고 있었던 카프카와 류후가 다가간다.

 오규스토는 걸으면서 그들의 보고를 들었다. 그 뒤를 제장도 따랐다.

「작전계획의 서류나 마법통신의 기록 같은 건 아무 것도 남아있지 않습니다」

「세리아를 탈출한 카리하발군은 북쪽으로 올라가서 자신들의 국경수비대와 합류한 것 같습니다. 수는 약 3000정도로 보입니다」

 카프카와 류후는 계속해서 보고를 행한다.

「상당히 솜씨가 좋은데」

 오규스토는 가벼운 어조로 응하면서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미리 계획된 것이라고 보십니까?」

 아렉스가 물어온다.

「그건 모르겠군. 단, 만약 그렇다면 이 세리아에는 어떤 장치가 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예를 들면?」

「아무도 모르는 비밀 통로나 밖의 군중 속에 공작원이 숨어 있다거나, 생각하면 끝이 없다」

「…… 심각한 사태입니다」

 펠레스가 말 그대로 심각하게 생각에 잠겼다.

「여기까지가 너무 잘 된 것이다. 이 정도로 심각해질 필요는 없다」

 오규스토는 간단히 말하지만 일동의 불안은 닦여나가지 않았다.

「카리하발 본군은 이미 성도 사이아에 입성했다고 하는 정보도 있습니다…… 이쪽도 매우 움직임이 빠릅니다. 역시 그들의 계획대로라고 보아야겠지요……. 거기에 농성을 할 수 없게 된다면, 성도 사이아로부터 여기에 이르는 길에는 특별히 장해가 되는 물건이 없기 때문에 맞아 싸우는 것도 불리합니다……」

 카프카도 불리한 상황을 논한다.

「그게 어쨌단 거야? 뭐 그걸로 특별히 우주가 멸망하는 것도 아니다」

 오규스토는 전혀 걱정하는 빛이 없었다. 그러나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인 것은 틸로즈 한 명뿐이었다.

「카프카, 오늘 하루 동안 병사들에게 자유 행동을 인정해라. 내일은 출발한다」

「드디어 입니까? 그러나, 어디로 가는 것입니까? 」

 펠레스가 물었다.

「그것은 지금부터 정한다. …… 그렇다 치더라도 시끄럽군」

 민중의 목소리가 궁전 안에도 들려온다. 오규스토는 발걸음을 멈추고, 창문을 째려봤다. 이 때는, 오규스토들은 몰랐지만, 카리하발에 저항한 사람들을 수용한 감옥이 민중의 손에 의해 해방된 순간이었다.

 오규스토가 창문 너머로 시선을 향하자 멀리 호수 위에 몇 척의 배가 보였다.

「저것은, 웨데리아로부터의 원조 물자인가…… 아무래도 무사히 도착한 것 같다」

 오규스토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인다.

「카프카, 에리스 교회 측에 물자의 분배를 담당시켜라」

「예」

「새삼스럽지만, 나의 설계지만 참 아름다운 배다」

 오규스토는 웨데리아의 배를 경호하는 5척의 군함에 애정을 담은 뜨거운 시선을 보냈다. 그리고 창문의 너머로 몸을 기울였다.

 그러나 그 배의 옆에 『시라이시 상회』라고 하는 커다란 글자가 보였을 때 오규스토는 무너져 버렸다. 그리고, 양 팔로 두 무릎을 감싸고 신음하는 것 같은 목소리를 누설했다.

「…… 나의……아름다운 배에…… 저런…… 통속적인……」

 그것들은 오규스토가 정성을 담아 설계한 전함으로, 현재 시라이시 가문에 저당이 잡혀 있었다.





 밤이 되자 제장들도 서로 술잔을 나누면서 시끄럽게 떠들어댔다. 그러한 가운데에서도 카프카만은 상세한 사리스 지도를 펼쳐놓고 카리하발군을 맞아 싸우기에 가장 유리한 전장을 찾고 있었다. 그러나 적당한 장소는 용이하게 발견되지 않고, 술기운이 올라 신나게 떠드는 동료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초조해질 뿐이었다.

 한편, 틸로즈는 그 전의 자신의 방에 있었다. 지금으로는 황폐하게 되어 옛날의 모습은 없지만, 그래도 오랜 추억이 담긴 방이었다. 흰 드레스로 갈아입고는 하프를 연주했다.

 마음이 가라앉아 가는 것을 느꼈다. 분노나 집념이라고 하는, 지금까지 그녀를 움직여 온 동기가 자신의 안에서 가라앉아 가는 것을 스스로에게 솔직하게 인정했다.

―― 언니와 멜도 빨리 불러 오자 ――

 틸로즈는 온화한 얼굴로 그렇게 생각했다.
 그 때, 안뜰을 걷는 오규스토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어디에 가는 거지?」

 틸로즈는 의아한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오규스토는 궁전 안뜰의 중앙에 세워진 궁정도서관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리고 한 시간 정도 지나서 몇 권의 커다란 책을 가지고 나왔다. 그것들은 사리스 지방의 지형의 변천과 기상의 변화에 관한 책들이었다.

 오규스토의 옆에는 검은 고양이가 한 마리 있었다. 그리고 오규스토는 잔디 위에 누워 뒹굴면서 밤하늘을 우러러 보고 책과 별의 배치를 비교해 보고 있다.

「너의 그 젊은 육체도 그렇지만, 구국의 영웅이라고 하는 것도 도저히 어울리지 않는다, 푸하하하. 이제부터는 백마의 왕자님이라고 불러 드릴까?」

「시끄러워. 또 다시 돌덩어리로 돌아가고 싶냐? 도와준 데 대해 좀 더 감사를 표해라」

「예예예, 대~단히 감사합니다. 그것보다 함께 보험사업이라도 시작하는 게 어때? 반드시 성공할 거야. 나라가 멸망했을 경우 왕족의 보호를 보증한다든가, 국토의 일부분 부활을 옵션으로 붙인다든가」

「진심이냐?」

「아니, 놀리고 있는 거지」

「도대체, 이 일의 모든 시작은 다 네가 마법 아이템을 모두 빼앗겼기 때문이잖냐, 이 실수쟁이야」

 오규스토와 대화하고 있는 것은 검은 고양이다. 고양이라고 해도 꼬리의 끝이 둘로 나뉘어져 있다. 소위 말하는 네코마타(猫又 *역주:이게 뭔지 모르겠네요. 아마 일본에 이런 고양이가 영물이란 전설이 있는게 아닌가…우리의 구미호처럼)다.

「젠장―!! 그 말은 하지 마라, 상기한 것 만으로 분노가 복받쳐 온다. 저 여자!! 」

「크크크, 1년 동안이나 돌덩어리로 굳어져 있었던 기분은 어떠냐?」

「너 같으면 어떻겠냐!」

「그러면 협력해라, 저 스칼렛은 이것으로 우리 둘 공통의 원수다」

「쳇, 싫은 놈한테 빚을 만들어버렸다. 그래서, 구체적으로는 어떻게 하자는 거지? 」

「빛을 강하게 해서, 저 여자가 숨는 장소인 어둠을 좁힌다」

「호오-」

「그리고 저 여자에게 협력하는 놈들을 근절해서 자기가 튀어나올 수밖에 없게끔 하는 거지」

「그러나 빛이 강해지는 만큼 어둠도 짙어진다」

「거기에서 네가 나갈 차례다. 어둠 속이라면 너는 무적이지」

 가볍게 윙크를 한다.

「그런가…… 그런데 빛을 강하게 한다 라고 하는 것은, 뭐냐, 세계정복이라도 할 작정인 거냐? 」

「그렇군, 우선 국경이 거추장스럽다. 자유롭게 움직이는데도 그렇고」

「그것뿐인가?」

「무슨 뜻이지?」

「그러고 보니, 사리스의 공주들이라고 하면 대단한 미인들이라고 하는 소문이었지」

「여자로 인해 본업을 잊어버리는 따위의 일은 하지 않아. 그러나, 인생에 때때로 즐거움이 있어도 나쁘지 않지 않을까」

「그것 때문에 전회에도 실패한 거 아닌가!! 정말 네 녀석은 발전이란 걸 모르는 놈이로군」

「기억이 있을 뿐이지 동일인물이 아니니까, 실감을 체험하고 싶은 게 당연한 거 아니겠냐」

「너에게 딱 맞는 격언이 있다. 『힘에 굽히는 것은 부끄러움이 아니다. 쾌락에 굴복하는 것이야말로 부끄러움이다』」

「아무도 쾌락이라고는 말하지 않았지만. 사랑이다, 사랑. 순수한 순애다」

 조금 익살맞은 태도로 말한다.

「사랑? 네가? 우와-,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 -」

「시끄럽다-! 대체로 너는 나를……」

 돌연, 흑고양이는 목소리의 톤을 낮추었다.

「알고 있겠지? 지금은 영웅 등으로 실컷 떠받들어 올리고 있지만, 얼마 가지 않아서 너의 능력을 두려워하고 널 싫어하게 된다. 그것이 인간이라고 하는 것이야」

 그 말에 오규스토는 시선을 밤 하늘로 향했다.

「…… 알고 있다. 그렇게 되기 전에 스칼렛을 쓰러뜨리고, 빨간 눈동자를 에리스에게 돌려준다. 부탁한다, 이것으로 모두를 끝내는 거다. 협력해다오」

 두 사람의 회화는 거기에서 끊어졌다. 무거운 침묵이 계속된다.

「도대체 누구랑 이야기하고 있는 거지?」

 거기에 흰 드레스를 입은 틸로즈가 나타났다. 오규스토는 언제나 기사 복장의 틸로즈만을 보아오고 있었으므로, 그 여성적인 모습에 신선한 놀라움을 느꼈다. 지금의 그녀는 자신의 언니에게 조금도 뒤지지 않을 정도로 눈부신 아름다움을 빛내고 있었다.

「응? 고양이? 귀엽다-! 」

「이름은 미야왕이라고 해요. 예쁜 아가씨」

「아, 아아악!! 고, 고, 고양이가, 고양이가 말을 했다!!」

 틸로즈의 얼굴이 경련을 일으킨다.

「고양이도 100년 정도 살면 인간의 말 정도는 할 수 있게 되지요」

「어, 엉터리 고양이!! 꿈이다, 이것은 분명히 나쁜 꿈이다」

「엉터리 고양이라는건 실례이네요, 어엿하게 꼬리도 2개 있습니다. 그러니까 네코마타(猫又)라고 해서…… 흠, 가버렸다……」

 두 사람은 도망치는 틸로즈의 등을 응시하면서 대화를 계속했다.

「후우………나의 고생을 알겠지」

「돕기로 하지」

 두 사람은 뜨겁게 손을 맞잡았다.  

 다음날 아침, 새빨간 눈을 한 오규스토는 출진을 명했다.

「어디에서 싸웁니까?」

 카프카가 물었다.

「여기, 캇시다. 사리스에 남아 있는 기상기록이 옳다면, 3일 후의 낮에 승리의 바람이 분다」

 오규스토는 전 장병에게 그렇게 선언했다.

 그 시기, 카리하발군도 성도 사이아로부터 구 사리스 영내에 들어와 있었다.

 세림1세는 최대의 적을 알티갈도라고 상정하고 있었다. 따라서 가장 전력이 약한 팔디어를 속공으로 무너뜨리고, 알티갈도의 원군이 달려 오기 전에 빠르게 전장을 이동해서 고립되고 있는 사리스를 격파한 후에, 충분한 시간차이를 이용해서 마지막으로 알티갈도와 최후의 결전을 행한다. 이것이 세림1세의 청사진이었다. 오규스토를 쉽게 생각하고 있었던 것은 절대로 아니었다. 오히려 그 재능을 이제는 누구보다도 높이 평가하고 있었다. 그러나 한 번 격파한 경험이 있는데다가 급조된 사리스군의 전력에 대하여 깔보는 기분이 있었던 것은 확실하다. 하지만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러 그 예측은 뒤집어졌다.

「딘이 세리아를 나온 것인가…… 이래서는 예의 장치는 쓸 수 없게 됐군……」

「그렇습니다」

 핫셈•레이스가 동의한다. 장치란, 성문에 마법 아이템이 짜 넣어져 있어서, 싸움이 시작되면 성문이 부숴지는 기구가 장치되어 있었다.

「바라는 대로가 아닙니까」

 바야짓토가 신이 나서 말했다.

「바야짓토, 삼가해라. 딘이란 자를 쉽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녀석은 이상하다. 이것을 보아라」

 세림1세는 소매를 걷었다. 그의 팔에는 소름이 끼치고 있다.

「사리스의 칼, 알티갈도의 도멜, 슈나이더, 어느 쪽도 모두들 강적이었지만, 이런 건 처음이다. 녀석에게 가까이 감에 따라, 조금씩 지독해져 온다」

 바야짓토는 말을 잃어버렸다. 위대한 패왕인 부친을 겁쟁이라고는 단 한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 인간 한계에 다다랐다고 생각될 정도의 전사로서의 혼이 본능적으로 위기를 알리고 있다고 하는 것에, 솔직히 숨을 죽였다.

「그러나 안심해라. 전장에 서서 상대를 보면 이것도 안정된다. 그리고 반드시 내가 이긴다」

「…… 예」

 바야짓토는 동의했다. 그러나 세림1세에게 이 정도의 프레셔를 주는 남자가 있다는 것에 흥미를 품었다. 동시에 질투의 감정도 느끼고 있었다.

―― 딘이라, 대체 어떤 남자일까 ――

 그는 자신의 손으로 직접 오규스토를 베어 죽이겠다고 마음 속으로 맹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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